프롤로그 0화 엑스컴 온라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풀 다이브 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MMORPG가 미국의 고전 게임 시리즈의 리부트(Reboot)라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태평양 양쪽에서 게이머들이 항의한 건 이해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아르거스와 2K 게임즈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오래 전에 명맥이 끊긴 게임 시리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일본과 미국을 넘어 전세계에서 유행시키려 했다. 이 야심찬 계획이 완전히 실패할 가능성은 충분이 있었다.
우리 일본인에게는, 거의 - 말장난해서 미안하지만 - 외계인만큼이나 생소한 주제와 컨셉을 지닌외국의 게임 시리즈 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는 의미였다. 아르거스가 뭐라고 말하던 간에, 문화적으로 맞지 않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배경 설정에 대한 미학적 토론 만으로도 게시판이 몇 개나 불타올랐다.
미국인들의 입장에선 더 심했다. 가장 사랑받던 게임 시리즈 중 하나를 일본에 넘긴다는 사실도 논란을 불렀지만, 진짜 문제는 턴방식 전략 시뮬레이션의 걸작을 MMORPG로 바꾼다는 것이었다. 나 자신도 미국인들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망하기에 딱 좋은 아이디어니까.
하지만, 팬들의 회의섞인 시선과 항의에도 불구하고, 엑스컴 온라인은 개발이 진행되었고 내게 클로즈 베타를 플레이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플레이 해 본 결과는…만족스러웠다. 명작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베타가 공개된 지 거의 하루만에 일부 극단적인 비평가를 제외하고, 일본에서 게임에 대한 불평은 쏙 들어갔다. 그래픽은 훌륭했고, 게임플레이는 즐거웠으며, 그 전까지는 겪어보지 못한 신선한 요소로 가득했다. 우리 모두 게임을 즐겼다.
미국인들은 여전히 불평을 계속했고, 거기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들의 주장은, 엑스컴은 궁지에 몰린 인류의 저항을 그린 게임이라는 것이었다. 기본적인 틀에서 각의 캐릭터가 관련된 게임 이벤트를 통해 무한히 확장되는 스토리를 가진 게임이라고. 캐릭터가 전투에서 사망하면 되돌릴 방법은 없고, 한 미션에서 분대가 전멸하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적, 새로운 개념이 등장해 전장이 계속 바뀌게 되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적응해만 했다.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특정 행동에 대한 위험과 보상을 저울질해야만 한다 – 가장 순수하게 엑스컴을 즐기는 방법은 재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다.
MMORPG에서 그런 건 불가능 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결국엔 전부 위키에 정리되어 버릴 테니 깜짝 놀랄 만한 위험 요소도 없었다. MMORPG의 목적이 아이템을 모으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인 이상 위험-보상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는다. 죽어도 리스폰되면 그만이니 스토리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 MMORPG에서 죽음은 별 게 아니니까.
난 사람들이 게임이 할 수 있는 한 가차없이 어려워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에 숨어있는 아이러니를 알아챘는지 궁금하다. 이 게임에 갇혔을 때, 나는 그 '엑스컴은 어떤 게임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불평이 이제 그대로 우리에게 돌아왔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로그아웃 할 수 없는 상태로 이 게임 세계에 갇혀 버렸다. 여기서 탈출하는 방법은 팀으로서 엑스컴의 주요 퀘스트 라인을 공략하는 것 뿐이다.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어버리는 죽음의 게임에서는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10,000명의 플레이어가 가상 세계에 같혀 매일같이 더 강해지는 적과 싸우는 거다.
만약 이게 엑스컴 시리즈의 올드 팬들이 바라던 거였다면...왜 이게 일반적인 MMORPG와 다른지 알 것 같다. 하지만 별로 감사하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첫 달에 3,000명이나 죽어버린 상황에서는 더더욱.
우리가 같힌 지하 요새, 엑스컴 비밀기지는 답답해서 숨이 막히는 것 같다. 방 하나하나는 넓은 데다가 게임 내에서 시설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 일년간 공간 부족 문제는 없었지만, 폐쇄된 공간은 우리가 실제로 이 게임에 갇혔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답답하게 느껴지는 정도야 기지 밖에 도사리는 위협에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가 밖으로 나갈 때는 외계인과 싸우거나 게임을 진행시킬 때 뿐이다. 우리의 임무는 어렵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 게임은 원조 엑스컴 게임과 비슷한 난이도 곡선을 가지도록 만들어졌다. 외계인과 맞서기 위해 기지를 나서는 것은, 보병으로서 지상에서 싸우던지 요격기1 파일럿(현실 세계로 나가면 파일럿들에게 메달이라도 수여해줬으면 좋겠다…나갈 수 있을 때 얘기지만)로서 참가하던지 간에 죽음과 삶 사이를 오가는 임무이다. 조금만 주저해도 누군가가,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죽을 수 있다.
공기는 무겁고, 거의 절망과 포기의 기운이 느껴 질 정도이다. 지금까지 해 올 수 있었던 건 일부 영웅들이 나서서 싸워 왔기 때문이다. 최전선에서 싸울 수 있는 건 우리 중 6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외계인 연구를 진행시키거나, 병사들을 위해 장비를 커스터마이즈 하거나, 혹은 외계인(세상에, 지금 그들을 그냥 ‘몬스터’가 아니라 ‘외계인’이라고 한 건가? 도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들과 싸우는 데에 쓸만한 정보가 있는지 기록된 전투 자료를 분석하거나, 누구나 자신이 전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일들에 집중하지 못하는 없는 사람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카야바 아키히코는 우리가 현실처럼 여길 세계를 만들려 했다. 너무 선명해서 게임이라는 것 조차 잊어버릴 세계를, 행동의 결과가 진짜로 중요한 세계를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엑스컴 온라인보다 더 나은 세계관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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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시일로부터 1년 9개월 12일 경과
생존 플레이어 3347명
“검은 트럭 옆에 플로터2다!”
플라즈마 카빈의 방아쇠를 당겨서 가게 정면을 관통해 뒤편의 주차장을 향해 녹색 플라즈마 탄을 날리면서 키리토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이 거리에서 옥상 위로 날아가서 시야에서 사라진 플로터를 맞추는 건 시논이라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젠장, 도망쳤어! 옥상이다!”
“우와, 이거 점점 상황이 괜찮아지는데?” 트레요가 말했다.
“거기 그 놈들 몇 마리나 있어?” 스나이퍼 라이플의 탄창을 갈아끼우며 혹스턴이 중얼거렸다. “썅, 우리 포위당했잖아!”
지금 4명으로 이루어진 엑스컴 분대는 미국 슈퍼마켓 ‘월마트’ 안에서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섹토이드, 뮤톤 다수, 섹토포드 1대와 이제는 플로터 다수가 주차장에서 그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수적으로는 6대 1 상황, 물론 외계인들이 많은 쪽이었다.
키리토와 다른 세 명, 혹스턴, 트레요, 그리고 스마일리는 지금 가게 진열장 뒤에서 가게 안으로 날아들어오는 플라즈마 탄과 폭발로부터 몸을 숨기고 있었다. 곧 화재가 발생했고, 한 때 평화로웠던 슈퍼마켓은 반쯤 지옥으로 변했다. 몸을 숨길 만 한 숨을 수 있는 곳은 거의 다 부셔졌거나 불타고 있었다. 연기로 인해 주변이 어두워져서 조준하기는커녕 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양 쪽 다 상대의 위치를 예상해서 사격할 수밖에 없었지만, 수적으로 우위에 서 있는 외계인 측이 유리한 것은 명백했다. 논리적으로 볼 때, 불타는 건물에 숨어있는 플레이어 4명이 외계인 23명과 거대한 살인로봇 앞에서 살아남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화재로 인해 발생한 독성 연기로 인해 죽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키리토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키리토는 곧 그 생각을 떨쳐냈다. 지금은 그것보다는 좀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 살아남는 거 말이다.
“여기 머무를 순 없어!” 키리토가 다른 엄폐물 뒤에 숨은 플레이어들에게 외쳤다. “여긴 끝이야! 후퇴해야만 해!”
“어디로 후퇴하는데?” 혹스턴이 대답하다가 플라즈마가 바로 그 근처에 있는 간판에 명중하자 몸을 웅크렸다. “자식들이 건물을 포위했어! 갈 곳이 없다고! 여길 나가면 놈들이 우릴 죽일 거야!”
“여기 있어도 죽는 건 마찬가지야!” 키리토가 지적했다 “옥상에 플로터가 있다고! 다음에 어디서 공격해 올지 모른단 말야!”
“키리토 말이 맞아, 혹스, 여긴 지옥이야. 만약 내가 타이탄 방호복를 안 입고 있었다면 아마 지금쯤 통구이가 되어 있을 걸.” 트레요가 소리쳤다. “
“젠장, 젠장, 젠장! 지원병력은 어디 있는거야?” 혹스턴이 옆에 숨어 라디오를 조작하는 스마일리에게 외쳤다. “스마일리, 팅커는 어디 있어?”
“아직 연락이 안 되! 다른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어!” 스마일리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공포가 묻어나왔다.
“썅! 얘들아 나-“
그 때 문 앞에서 난 우지끈 거리는 소리가 모두의 주의를 끌었다. 소리를 낸 건 마치 키리토의 악몽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끔찍한 기계였다.
온 몸에 치명적인 무기가 달린 4미터 높이의 이족보행병기, 섹토포드3가 가게의 정문으로 들어와 계산대 하나를 짙밟아 버렸다.
그런 다음 예상 지점에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다행히도 트레요의 위치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명중했다. 하지만 트레요는 전혀 다행스럽게 여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키리토도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혹스, 지금 떠나야 할 것 같아!”
“전원 뒷문으로 나가! 모두 움직여! 키리토-“
“엄호해 줄 테니 걱정 마, 내가 처리할 테니. 모두 움직여!” 문에서 가장 가까운 건 키리토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머지 팀원들의 후퇴를 엄호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플라즈마 카빈을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키리토는 지금껏 주로 레이저 라이플을 사용해 왔다. 게임 내 시간의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레이저 라이플과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래서 레이저 라이플의 저반동, 무한한 탄약…그리고 공격 시 잘 눈에 띄지 않는 다는 점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다른 세 명이 엄폐물에서 벗어나 달리는 중, 소년의 엄호 사격으로 인해 다른 플레이어들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섹토포드의 ‘눈’이 그 엄호 사격을 포착하고 말았다. 플라즈마의 밝기 때문에 건물을 가득 채운 연기 속에서도 어디서 쏘고 있는 지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제 키리토의 위치가 적에게 알려지고 말았다.
만약 이 실수 때문에 죽은 게 키리토 자신이었다면, 최소한 남은 인생을 악몽 속에서 살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기계는 영리했다. 섹토포드는 키리토를 노리는 대신 그를 중심으로 탐색을 계속해, 노출된 채로 달려가는 세 명의 모습을 포착했다. 아무리 엉망인 엄폐물이라고는 해도 엄폐물 뒤에 숨어있는 한 명과, 완전히 노출된 채로 공격을 예상하지 못하는 세 명 중 어느 쪽이 쉬운 먹이감일까? 기계의 선택은 명백했다.
“이런, 전원 엎드려!” 키리토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섹토이드의 강력한 병기가 불을 뿜었다. 간신히 남아있던 월마트가 무너져 내렸고, 키리토는 아슬아슬하게 잔해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는 것을 면했다.
어지러움을 견디며 키리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 안 돼.”
혹스턴, 트레요와 스마일리는 비명을 지를 시간조차 없었다. 키리토의 경고를 듣기도 전에 섹토포드가 그들을 살해한 것이다. 예상할 수도 없었고, 고통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순간적인 죽음…끔찍했다.
게임 엔진의 덕택으로, 혹스턴, 트레요, 스마일리의 남아 있는 부분을 보면서 키리토는 자신이 지키기로 했던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섹토포드가 접근해 오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키리토는 충격받은 채로 무릎을 끓고, 앞으로 영원히 기억에 새겨질 끔찍한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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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시일로부터 2년 0개월 1일 경과
생존 플레이어 3135명
키리토는 심장이 쿵쾅거리고 온몸이 땀에 젖은 것을 느끼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방안을 둘러보았고, 거기가 불타는 월마트가 아니라 아스나의 기지, FOB 시타델이라는 걸 확인했다.
그는 이제 안전했다.
이제 정말로 안전했다.
그런 거짓말은 아무도 안 믿겠지만.
“컴퓨터, 현재…현재 시간은?” 스스로를 진정시키면서 키리토가 말했다. “컴퓨터?”
“현재 시각은 오전 4시 17분입니다.” 누마쿠라 마나미의 합성 음성이 대답했다. “알람 시각은 오전 6시입니다. 알람을 취소할까요?”
“그래, 그렇게 해.” 키리토는 침대에서 내려오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걸 본 다음 다시 잠에 드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경고 : 당신은 담당 정신과의인 플레이어 본즈와 상급자, 플레이어 아스나에 의해 정해진 권장 수면 시간을 채우지 않았습니다. 향후 보고서가 제출될 예정입니다-“
“컴퓨터 음소거” 키리토가 내뱉었다. 방 안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다 아는 것 처럼 말하지 마.”
아직도 악몽이 머리 속에 선한 상태에서, 키리토는 침대 맡에 앉아 생각했다. 그 때 죽은 게 차라리 자신이었다면…
“빌어먹을 악몽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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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컴 온라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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