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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사치코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원작 |

역자 | 淸風

​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지금 바로라도 잠들려 하고 있는 사치코의 앞에 그 사람의 모습이 나타난 건. 예상치도 못한 일에, 사치코는 몸이 뭔가에 묶여버린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신경쓰는 것 없이 방으로 들어온 그 사람은, 평소처럼 약간 낯부끄러워하는 듯, 조금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을 보이면서 입을 열었다.
“사치코, 씨.”
“무, 무슨 일이니, 유키 군?”
 왜 유키가 이 곳에 있는 걸까.
 하지만 유키는 마치 당연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사치코에게 다가온다. 어딘가 마치 스구루같은 세련된 태도로 옆으로 다가가, 미소를 지어 온다.
“물론, 사치코 씨에게 잘 자라고 입맞춤하기 위해서예요.”
“이, 입, ​입​맞​춤​이​라​니​…​…​농​담​이​지​?​”​
“농담으로 이런 건 못해요.”
 진지한 표정으로 얼굴을 가까이한다. 어느샌가 등에 손이 둘려 있었지만, 사치코는 여전히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얼이 빠진채로 바라보고 있다.
“사치코 씨…….”
 유키의 손가락이 사치코의 머리칼을 만진다.
 움직일 수 없는 사치코는 눈도 깜짝이지 못하고, 유키가 다가오는 걸 지긋이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사치코 씨.”
 그리고 유키의 입술이 사치코의 뺨에 상냥하게 닿아서――――

아가씨는 걱정꾸러기?! 네 번째


​“​―​―​―​―​―​―​―​에​?​!​!​”​
 그런 상황에서 눈을 떴다.
 평소에 잠에서 잘 깨어나지 못하는 사치코는 벌떡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고, 눈만을 확 크게 떴다.
 눈동자에 비치는 건 평소의 낯익은 방 천장.
“……꿈……?”
 꾸물꾸물 윗몸을 일으킨다.
 흐트러진 네글리제가 고등학생답지 않은 섹시함을 자아내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요염한 모습을 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다.
 사치코는 벽에 걸려있는 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 가슴팍을 누르면서.
“차암, 나도……이런 상스런 꿈을…….”
 하고 중얼거린다.
 최근, 아무래도 자기 자신의 상태가 이상해서 당황한다. 아까 전의 꿈도 그렇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듯한 꿈. 아니, 그렇진 않다. 예전에도 본 적이 있는 듯한 기억이 있다. 어딘가의 파티에서 댄스를 추는 꿈. 상대는――역시, 유키였다. 그건 확실히, 예전에 묘한 일로 어느 파티에 함께 간 뒤의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꿈속에서는 자신이 리드를 하고 있었을 텐데 어느샌가 리드 당해, 이윽고 허리를 두른 손에 힘이 들어가 끌어당겨져, 얼굴이 살그머니 다가와서……
 광경을 거기까지 떠올리자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머릿속에 퍼진 광경을 주워담는다. 꽤나 옛날에 본 꿈이었을 텐데 왜 이렇게나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걸까. 혹시나 그건 꿈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은 아니었을까. 사야코가 말했던 건 농담 같은 것이 아니고. 그렇다면, 굉장히 리얼하게 느낀 감촉도……
“무, 무슨 생각 하는 걸까, 나는.”
 뺨을 손으로 눌러보자, 뜨거웠다.
 침대에서 일어나 흐트러진 네글리제를 살며시 벗자, 멋진 몸이 드러난다. 옷장에서 적당한 옷을 꺼내 몸에 둘러, 몸단장을 갖춘다.
“싫네, 정말로…….”
 하지만 싫다고 하는 건 자신이 상스런 꿈을 꾼 것에 대한 거였다.

 꿈 그 자체는, 결코 불쾌하지 않았다.



 그건 여름의 늦더위도 아직 물러가지 않은, 여름방학 마지막.
 커다란 오가사와라 저택 안에서, 사치코는 조용히 독서에 몰두해 있다. 쉬는 날, 거실 소파에서 느긋하게 우아하고 사치스런 한때를 보낸다. 타고난 소질인지 오가사와라라고 하는 집안에 태어나서 몸에 갖추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치코는 단지 책을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존재하고 있는 공간을 예술적인 것으로 꾸며내고 있었다.
 사치코가 있는 것만으로 한 장의 그림이 완성된다. 말하자면 그런 느낌이다.
 마치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은 장소. 누구도 부술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드는 정적이었지만, 물론 그런 일은 없다.
“아가씨.”
 사용인 한 명의 목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진다. 큰 목소리는 아니지만, 잘 울려서 귀에 쉽게 들어오는 목소리다. 불린 사치코는 문고본에서 눈을 떼고 말 없이 다음 말을 재촉한다.
“아가씨께 닿은 물건이.”
“나한테?”
 고개를 갸웃거리자 윤기나고 아름다운 흑발이 스르륵 흔들린다. 이성에게는 칭찬받고, 동성에게는 선망과 자그마한 질투를 부르는 긴 머리칼은, 자택에 있을 때도 윤기와 매끄러움이 사라지는 일은 없다.
“누굴까?”
 오가사와라 집안의 외동딸이라는 입장상, 사치코에게 선물이 닿는 건 그리 다문 일은 아니다. 어느 때는 어딘가의 도련님이 고가의 액세서리를 보내온다. 어느 때는 아버지의 업무랑 연관된 사람이 옷을 보내오고. 또 어느 때는, 이름을 들은 적도 없는 사람에게서 수수께끼의 물체가 보내져 올 때도 있다. (물론, 그런 건 사치코의 손까지 닿을 일은 없지만.)
 어쨌든, 그래서 뭔가가 보내지는 것 자체에는 익숙하다. 읽고 있던 문고본에 책갈피를 끼워서 테이블에 두고, 사치코는 소리 없이 소파에서 일어나 사용인인 여성에게 다가간다.
“이쪽입니다.”
“고마워.”
 받아든 건 깨끗하게 랩핑된 화분에 심은 꽃이었다. 자신에게까지 이게 건네왔다는 소리는 자신이 아는 사람이 보낸 선물이리라고 사치코는 예측했다.
“이건…….”
 받침에 놓인 화분 위에, 메시지 카드가 한 장 놓여 있는 걸 알아차렸다. 가냘픈 손가락으로 슬쩍 카드를 집어, 쓰여있는 글자에 눈을 향한다.
 짧은 글이기는 했지만, 눈이 자연스레 고정되었다. 몇 번이나 머릿속에서 되풀이해 그 문장을 읽고, 진의를 살피려 한다.
“………….”
“어머, 사치코, 이건 또 멋지구나.”
“에?! 어머니!”
 어느샌가 사야코가 바로 옆까지 와서, 꽃과 사치코가 손에 든 카드를 훔쳐보고 있었다. 사치코는 당황하며 카드를 숨겼지만, 이미 사야코에게는 보여 버린 모양이다. 사야코는 눈매를 좁히며 화분에 심은 꽃을 바라본다.
“사치코는 행운아구나. 아니면 죄많은 여자라고 하는 게 좋을까?”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가요.”
 어머니와 나란히 테이블 위에 놓인 꽃을 바라본다.
 그건 열대지역의 야생난인, 호접난 등을 바탕으로 품종 개량된, 마치 나무가 우아하게 춤추는 듯이 화려하게 핀 꽃.
“어머, 사치코는 모르는 걸까. 꽃말.”
“―――에?”
 무심코 어머니의 옆얼굴에 눈을 향하는 사치코.
 사야코는 그런 딸의 눈길을 받은 채로, 뭔가 사랑스러운 거라도 안는 듯이, 꽃잎에 닿는 듯 닿지 않는듯한 거리에서 살짝 스치듯 만진다.
“호접란의 꽃말은――‘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엣!”
 움찔 몸을 떠는 사치코.
 그 순간, 머릿속에 꿈속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떠오른다. 사치코에게 입맞춤을 하려고 다가오는 그 사람.
 머리를 흔들어 급히 그 이미지를 쫓아낸다.
“설마, 그냥 우연이겠죠.”
“일부러 호접란을 골라 주다니, 알고 보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어.”
 받은 것은 귀여운 미디 호접란이었지만, 그 존재감은 지금의 거실 속에서 압도적이었다.
 전체적으로 목조로 정리된 거실에 분홍색 꽃은 유달리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거기에, 그 카드의 의미는 어떨까?”
“아…….”
 손바닥 위에 놓여 있던 카드를 조금 강하게 잡는다.
“설마, 그런…….”
“후후.”
 상냥하게 사치코에게 웃어 보이면서, 사야코는 천천히 걸어 거실을 빠져나갔다. 그 뒤에는 분홍색 호접란과 사치코만이 남겨졌다.
“그치만…….”
 그 뒤는 말로 나오지 않았다.


 손바닥 위의 카드에는 오직 이렇게만 쓰여 있었다.


‘사치코 씨에게
     전날의 답례로,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후쿠자와 유키’



 그건, 사야코의 말과 어우러져 사치코를 오해시키기에는 충분한 내용이어서.


 창 밖, 푸른 하늘에 크게 펼쳐져 있는 새하얀 적란운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어느덧 사치코의 머릿 속도 새하얗게 되어 버렸다.



 
다섯 번째에 계속.
~가운데말~
 자, 이런 전개지만 어떠신지.

역자의 말:
 오랜만에 유키 시리즈입니다. 다른 소설들을 계속 번역하다가 잡았더니 감이 애매하네요.
 문체가 크게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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