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기분으로 유키는 깨어났다.
그와 동시에, 끝없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기 집 침대 위인 것 같지 않다. 푹신푹신한 감촉과 촉감. 눈을 떴을 때 보이는, 호화로운 조명기구나 실내의 세간들. 개인 방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넓이와 공간. 자는 동안에 어딘가 다른 세계에 전이해 버린 건지, 아니면 실은 아직 꿈속에 있는 건 아닌지 착각할 정도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손으로 가볍게 뺨을 두드려 꿈이 아닌 걸 확인한다.
그리고.
“――오가사와라 저택인가―――――――――?!
머리를 감싸고 소리쳐 버렸다.
침대에서 뛰어내리고 머리를 가볍게 두드린다.
한순간에 지금에 이를 때까지의 과정을 떠올렸다. 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상태가 나빠졌던 것. 사치코에게 이 방에 이끌려 와서 쉬었던 것. 그리고 그대로 자 버렸던 것.
창에 다가가 커튼을 걷어보자, 밖은 컴컴했다. 아무래도 아침까지 자 버린 건 아닌 것 같다는 건 이해했지만, 그럼 대체 지금이 몇 시 쯤인지 궁금해 주변을 둘러보자 고급스러워 보이는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오후 10시를 지나 있었다.
“우와, 진짜야?”
3시간쯤은 자 버렸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런 걸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을 여유도 없이 머리는 푸석푸석하고 옷에도 주름이 잡힌 채로 유키는 방을 뛰쳐나갔다.
오가사와라 저택에는 연초에 한 번 초대받은 적이 있어, 그때의 기억을 의지해 복도를 걸어 다닌다. 아무리 커다란 저택이라고 해도 거대한 성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고, 미로같은 구조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옮겨가자.
“어머, 유키 군. 일어났구나?”
사야코가 모습을 보였다. 이미 드레스에서 움직이기 쉬운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어서, 파티가 끝났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몸 상태 쪽은 괜찮아?”
“예, 멀쩡해요. 죄송했습니다, 폐를 끼쳐 버렸습니다.”
“폐라니, 말도 안 돼. 사치코도 기뻐하고 있었어.”
“설마요. 초대해 주셨는데 상태가 나빠져서 자 버리다니, 너무 한심하다고 할까, 낯부끄러워요.”
본심이었다.
불완전하나마 스구루에게 사치코에 대해 부탁받아서 온 건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치코의 손을 빌리는 신세. 정말은, 폐를 끼치기 위해 온 거냐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유키는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겠습니다.”
“어머, 이미 늦었으니 묵고 가면 괜찮지 않아?”
“그렇게까지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거기에, 늦었다고는 해도 돌아갈 수 없는 시간도 아니고, 가족들도 걱정할 테니까요.”
“부모님께는 내 쪽에서 연락을 넣을게.”
“아니, 정말 돌아갈 테니까요.”
갑자기 아들이 오가사와라 저택에 묵는다는 소리 같은 걸 들었다간 그 부모님이니, 대체 어떤 혼란을 보일지조차 알 수 없다.
말리려 하는 듯한 사야코를 어떻게든 달래서, 유키는 돌아가기로 했다.
“……아, 그 전에, 가급적 사치코 씨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요.”
“그게, 파티로 지친 탓인지 오늘은 이미 자고 있어.”
“아, 그런가요…….”
그래서야 어쩔 수 없다. 약간 실례겠지만, 다음에 만났을 때 제대로 사과인사를 건네야겠다고 유키가 생각하고 있자.
“역시, 묵고 가면 어떠니? 내일 아침이라면 사치코랑 확실히 만날 수 있어.”
왠지 사야코는 집요하게 유키를 말리려고 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거기에 응석부릴 수도 없다. 후의는 감사했지만, 실례가 되지 않도록 정중히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꼭 돌아가고 싶나 보구나. 그러면 적어도 집까지 보내게 해 줘. 남자애라고는 해도 밤이 깊었고, 버스도 끊겼을 테니까.”
“아, 그런가.”
돌아간다고 말하면서 배웅받는 것도 제법 폐를 끼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여기서 태도를 바꿀 수도 없다.
결국, 오가사와라 집안의 기사가 유키를 모셔서 집까지 보내주었다.
다음날 아침.
날씨는 어제에 이어 양호. 오히려 너무 좋아서 더울 지경이라, 늦더위라는 말이 잘 어울릴 법한 아침이었다.
하지만 물론, 오가사와라 저택의 안은 에어컨이 켜져 있어 쾌적한 온도가 유지되고 있었다. 사치코를 필두로 가족들은 모두 더운 게 껄끄러운 거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두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 정도는 기분좋게 일어나고 싶다.
어제는 파티의 피로 때문에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든 사치코는, 수면도 충분히 취해서 드물게도 상쾌하게 깨어나게 되었다.
옷차림을 갖추고 식당을 향한다.
“잘 잤니, 사치코.”
“안녕히 주무셨어요.”
식당에는 사야코가 홀로 아침 식사를 먹고 있었다. 사치코 역시 사용인에게 드래스와 샐러드를 부탁해서 사야코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지만, 문득 뭔가가 신경 쓰여서 좌우를 둘러본다. 이유를 깨닫고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고 보면, 유키 군은요?”
“유키 군이라면 상태가 악화되어서 자고 있어.”
“에, 에엣?! 큰일인데, 잠깐 어머니, 느긋하게 아침밥을 먹고 있을 상황이 아니잖아요!”
의자에서 일어서는 사치코.
“좀 침착하렴, 사치코. 어디에 가는 거니?”
“당연하잖아요, 유키 군의 상태를 보러 가요.”
사야코가 뭔가를 말할 틈도 없이 사치코는 거침없이 걸어가 버렸다.
그리고 몇분 뒤.
이번에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식당에 들어오는 사치코.
“――어머니, 어째서 거짓말을 하신 건가요! 어젯밤 사이에 일어나서 돌아갔다고 하잖아요. 저, 카즈코 씨까지 다그쳐 버렸잖아요!”
“미안해, 자그마한 농담이었는데, 그렇게나 사치코가 안색을 바꿀줄은 몰랐어.”
“농담이라고 해도 너무 악질이에요.”
화난 듯 고개를 돌리고 사치코는 의자에 다시 앉는다. 그 모습을 보고 사야코는 쿡쿡 웃는다.
“미안해, 확실히 조금 나쁜 농담이었구나. 그래도, 사치코가 그렇게 당황할줄은 몰랐으니까.”
“그래도, 손님으로써 불렀는데 몸이 나빠져서, 게다가 그게 더더욱 악화되면 사과할 방법이 없잖아요.”
“후후, 그렇구나.”
“……뭐가 웃기는 건가요?”
아직 웃고있는 사야코를 보고 사치코는 얼버무리려는 듯 입을 빼쭉인다. 그리고 그 분노는 이윽고 이 자리에 없는 사람에게도 향했다.
“유키 군도 유키 군이야. 몸 상태가 좋아졌다면, 한 마디 정도 인사해 줘도 괜찮았을 텐데.”
“사치코는 어제 파티로 지쳐서 빨리 잠들었었잖아.”
“그래도 손님을 배웅하지 않으면 실례잖아요. 일으켜 줘도 괜찮았을텐데.”
“응, 유키 군도 그렇게 생각해서 사치코의 방을 찾아갔었는데, 사치코가 너무 푹 잠들어 있어서, 깨우는 것도 불쌍하다 생각해서 말을 안 걸고 나온 모양이야.”
“에?! ……무, 무, 무슨”
입을 댔던 모닝 티를 무심코 내뿜을 뻔 했지만, 간신히 삼킨 뒤에 하얀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으면서 사치코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뻐끔거렸다.
사치코의 모습을 짐짓 보지않은 척을 하며, 사야코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사치코의 뺨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서, 작별 인사 대신으로 삼은 모양이야.”
“에!!”
당황해서 뺨을 손으로 누르는 사치코.
얼굴은 이미 새빨개져 있었다.
“그, 그럼, 유, 유키 군은 내가 자는 모습을 보고……거, 거기에다, 내 뺨에……?”
사치코는 허둥지둥 당황했지만.
“…………그런 일, 있을 리가 없잖니. 유키 군은 신사예요.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어요. 어머니, 나쁜 농담도 적당히 해 주세요.”
“어머, 들켰구나.”
사치코가 노려보지만 사야코는 전혀 겁먹지 않았다. 역시나 사치코의 어머니라 해야 할까, 아니면 새빨간 얼굴로 화내봐야 박력이 없는 걸까.
“그래도, 그런 걸 말하면서도 사실은 약간 유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니, 사치코?”
“생각 안했어요!”
커다란 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사치코는 홍차 찻잔을 소리를 내며 컵받침에 놓았다. 그 기세로 홍차 방울이 튀어서 테이블에 떨어진다.
그 뒤,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몸을 일으킨다.
사야코는 침착한 모습으로 그런 사치코를 올려다본다.
“어머, 무슨 일이니?”
“이제, 방으로 돌아갈게요.”
“아침밥은 아직 안 먹었잖니?”
“……오, 오늘은 식욕이 없으니까 괜찮아요.”
“어머머, 유키 군이 돌아가 버렸으니까?”
“실례할게요!”
온몸으로 분노를 내뿜으며 사치코는 식당을 빠져나간다. 중간에 사용인이 사치코에게 말을 걸려고 하다가 그 귀기어린 표정에 위축되어 버릴 정도였다.
“……조금 너무 놀렸으려나.”
사야코는 반성하는 모습도 없이 차를 한모금 입에 담았다.
자기 방에 돌아온 분노를 어디에도 풀지 못해서 방 안을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설마, 평소에는 느긋한 어머니가 그런 장난을 칠거라곤 생각지도 못했고, 그 장난에 간단히 당해버린 자기 자신에게도 화가 난다.
사야코는 가벼운 농담 정도의 마음으로 말했던 거겠지만, 생각 외로 진심으로 받아들인 것 역시 사치코를 몰아넣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꾸르르르르~륵.
결국 아침밥을 먹지 않은 탓인지, 공복을 알리듯 배에서 소리가 났다.
“――으!!”
무심코 배를 손으로 누르며 주위를 둘러본다. 물론 자기 방 안에는 사치코 자신밖에 없었지만, 부끄러워서 얼굴로 피가 오른다. 이래서야 장미관에서 장대하게 꼬르륵 소리를 냈던 유미를 꾸짖을 수 없다.
“이게…….”
다시금 소리를 낼 것 같은 배를 주먹으로 때린다.
“―――윽.”
너무 쎄게 때려서 괴로워졌다.
자신의 방이어서 아무도 보지 않을테니 괜찮겠지만, 추태의 연속이었다. 사치코는 한 번, 진정하기 위해 크게 숨을 마셨다.
잠시 후에 간신히 침착을 되찾는다.
“정말, 내가 이렇게나…….”
중얼거리며 아직껏 방 안을 돌아다닌다.
―――그러다 전신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와 변함없는 모습이 비치고 있었지만, 사치코는 슬쩍 다가갔다.
거울에 얼굴을 대고 얼굴의 오른쪽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와 마찬가지로 왼쪽을 바라보고, 한 걸음 거울에서 떨어진다.
‘―――설마 아니겠지.’
손가락으로 뺨을 찌른다.
일어난 뒤에 제대로 얼굴도 씻었으니 물론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겠지만, 사야코가 말한 농담이 묘하게 머리에 남아 버려서.
“차암.”
몸을 돌려서 거울에 등을 향하는 사치코.
광을 낸 듯 빛을 내뿜는 거울은, 다만 사치코의 길고 아름다운 흑발이 흔들리는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끝없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기 집 침대 위인 것 같지 않다. 푹신푹신한 감촉과 촉감. 눈을 떴을 때 보이는, 호화로운 조명기구나 실내의 세간들. 개인 방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넓이와 공간. 자는 동안에 어딘가 다른 세계에 전이해 버린 건지, 아니면 실은 아직 꿈속에 있는 건 아닌지 착각할 정도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손으로 가볍게 뺨을 두드려 꿈이 아닌 걸 확인한다.
그리고.
“――오가사와라 저택인가―――――――――?!
머리를 감싸고 소리쳐 버렸다.
아가씨는 걱정꾸러기?! 세 번째
침대에서 뛰어내리고 머리를 가볍게 두드린다.
한순간에 지금에 이를 때까지의 과정을 떠올렸다. 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상태가 나빠졌던 것. 사치코에게 이 방에 이끌려 와서 쉬었던 것. 그리고 그대로 자 버렸던 것.
창에 다가가 커튼을 걷어보자, 밖은 컴컴했다. 아무래도 아침까지 자 버린 건 아닌 것 같다는 건 이해했지만, 그럼 대체 지금이 몇 시 쯤인지 궁금해 주변을 둘러보자 고급스러워 보이는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오후 10시를 지나 있었다.
“우와, 진짜야?”
3시간쯤은 자 버렸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런 걸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을 여유도 없이 머리는 푸석푸석하고 옷에도 주름이 잡힌 채로 유키는 방을 뛰쳐나갔다.
오가사와라 저택에는 연초에 한 번 초대받은 적이 있어, 그때의 기억을 의지해 복도를 걸어 다닌다. 아무리 커다란 저택이라고 해도 거대한 성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고, 미로같은 구조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옮겨가자.
“어머, 유키 군. 일어났구나?”
사야코가 모습을 보였다. 이미 드레스에서 움직이기 쉬운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어서, 파티가 끝났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몸 상태 쪽은 괜찮아?”
“예, 멀쩡해요. 죄송했습니다, 폐를 끼쳐 버렸습니다.”
“폐라니, 말도 안 돼. 사치코도 기뻐하고 있었어.”
“설마요. 초대해 주셨는데 상태가 나빠져서 자 버리다니, 너무 한심하다고 할까, 낯부끄러워요.”
본심이었다.
불완전하나마 스구루에게 사치코에 대해 부탁받아서 온 건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치코의 손을 빌리는 신세. 정말은, 폐를 끼치기 위해 온 거냐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유키는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겠습니다.”
“어머, 이미 늦었으니 묵고 가면 괜찮지 않아?”
“그렇게까지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거기에, 늦었다고는 해도 돌아갈 수 없는 시간도 아니고, 가족들도 걱정할 테니까요.”
“부모님께는 내 쪽에서 연락을 넣을게.”
“아니, 정말 돌아갈 테니까요.”
갑자기 아들이 오가사와라 저택에 묵는다는 소리 같은 걸 들었다간 그 부모님이니, 대체 어떤 혼란을 보일지조차 알 수 없다.
말리려 하는 듯한 사야코를 어떻게든 달래서, 유키는 돌아가기로 했다.
“……아, 그 전에, 가급적 사치코 씨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요.”
“그게, 파티로 지친 탓인지 오늘은 이미 자고 있어.”
“아, 그런가요…….”
그래서야 어쩔 수 없다. 약간 실례겠지만, 다음에 만났을 때 제대로 사과인사를 건네야겠다고 유키가 생각하고 있자.
“역시, 묵고 가면 어떠니? 내일 아침이라면 사치코랑 확실히 만날 수 있어.”
왠지 사야코는 집요하게 유키를 말리려고 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거기에 응석부릴 수도 없다. 후의는 감사했지만, 실례가 되지 않도록 정중히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꼭 돌아가고 싶나 보구나. 그러면 적어도 집까지 보내게 해 줘. 남자애라고는 해도 밤이 깊었고, 버스도 끊겼을 테니까.”
“아, 그런가.”
돌아간다고 말하면서 배웅받는 것도 제법 폐를 끼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여기서 태도를 바꿀 수도 없다.
결국, 오가사와라 집안의 기사가 유키를 모셔서 집까지 보내주었다.
다음날 아침.
날씨는 어제에 이어 양호. 오히려 너무 좋아서 더울 지경이라, 늦더위라는 말이 잘 어울릴 법한 아침이었다.
하지만 물론, 오가사와라 저택의 안은 에어컨이 켜져 있어 쾌적한 온도가 유지되고 있었다. 사치코를 필두로 가족들은 모두 더운 게 껄끄러운 거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두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 정도는 기분좋게 일어나고 싶다.
어제는 파티의 피로 때문에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든 사치코는, 수면도 충분히 취해서 드물게도 상쾌하게 깨어나게 되었다.
옷차림을 갖추고 식당을 향한다.
“잘 잤니, 사치코.”
“안녕히 주무셨어요.”
식당에는 사야코가 홀로 아침 식사를 먹고 있었다. 사치코 역시 사용인에게 드래스와 샐러드를 부탁해서 사야코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지만, 문득 뭔가가 신경 쓰여서 좌우를 둘러본다. 이유를 깨닫고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고 보면, 유키 군은요?”
“유키 군이라면 상태가 악화되어서 자고 있어.”
“에, 에엣?! 큰일인데, 잠깐 어머니, 느긋하게 아침밥을 먹고 있을 상황이 아니잖아요!”
의자에서 일어서는 사치코.
“좀 침착하렴, 사치코. 어디에 가는 거니?”
“당연하잖아요, 유키 군의 상태를 보러 가요.”
사야코가 뭔가를 말할 틈도 없이 사치코는 거침없이 걸어가 버렸다.
그리고 몇분 뒤.
이번에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식당에 들어오는 사치코.
“――어머니, 어째서 거짓말을 하신 건가요! 어젯밤 사이에 일어나서 돌아갔다고 하잖아요. 저, 카즈코 씨까지 다그쳐 버렸잖아요!”
“미안해, 자그마한 농담이었는데, 그렇게나 사치코가 안색을 바꿀줄은 몰랐어.”
“농담이라고 해도 너무 악질이에요.”
화난 듯 고개를 돌리고 사치코는 의자에 다시 앉는다. 그 모습을 보고 사야코는 쿡쿡 웃는다.
“미안해, 확실히 조금 나쁜 농담이었구나. 그래도, 사치코가 그렇게 당황할줄은 몰랐으니까.”
“그래도, 손님으로써 불렀는데 몸이 나빠져서, 게다가 그게 더더욱 악화되면 사과할 방법이 없잖아요.”
“후후, 그렇구나.”
“……뭐가 웃기는 건가요?”
아직 웃고있는 사야코를 보고 사치코는 얼버무리려는 듯 입을 빼쭉인다. 그리고 그 분노는 이윽고 이 자리에 없는 사람에게도 향했다.
“유키 군도 유키 군이야. 몸 상태가 좋아졌다면, 한 마디 정도 인사해 줘도 괜찮았을 텐데.”
“사치코는 어제 파티로 지쳐서 빨리 잠들었었잖아.”
“그래도 손님을 배웅하지 않으면 실례잖아요. 일으켜 줘도 괜찮았을텐데.”
“응, 유키 군도 그렇게 생각해서 사치코의 방을 찾아갔었는데, 사치코가 너무 푹 잠들어 있어서, 깨우는 것도 불쌍하다 생각해서 말을 안 걸고 나온 모양이야.”
“에?! ……무, 무, 무슨”
입을 댔던 모닝 티를 무심코 내뿜을 뻔 했지만, 간신히 삼킨 뒤에 하얀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으면서 사치코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뻐끔거렸다.
사치코의 모습을 짐짓 보지않은 척을 하며, 사야코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사치코의 뺨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서, 작별 인사 대신으로 삼은 모양이야.”
“에!!”
당황해서 뺨을 손으로 누르는 사치코.
얼굴은 이미 새빨개져 있었다.
“그, 그럼, 유, 유키 군은 내가 자는 모습을 보고……거, 거기에다, 내 뺨에……?”
사치코는 허둥지둥 당황했지만.
“…………그런 일, 있을 리가 없잖니. 유키 군은 신사예요.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어요. 어머니, 나쁜 농담도 적당히 해 주세요.”
“어머, 들켰구나.”
사치코가 노려보지만 사야코는 전혀 겁먹지 않았다. 역시나 사치코의 어머니라 해야 할까, 아니면 새빨간 얼굴로 화내봐야 박력이 없는 걸까.
“그래도, 그런 걸 말하면서도 사실은 약간 유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니, 사치코?”
“생각 안했어요!”
커다란 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사치코는 홍차 찻잔을 소리를 내며 컵받침에 놓았다. 그 기세로 홍차 방울이 튀어서 테이블에 떨어진다.
그 뒤,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몸을 일으킨다.
사야코는 침착한 모습으로 그런 사치코를 올려다본다.
“어머, 무슨 일이니?”
“이제, 방으로 돌아갈게요.”
“아침밥은 아직 안 먹었잖니?”
“……오, 오늘은 식욕이 없으니까 괜찮아요.”
“어머머, 유키 군이 돌아가 버렸으니까?”
“실례할게요!”
온몸으로 분노를 내뿜으며 사치코는 식당을 빠져나간다. 중간에 사용인이 사치코에게 말을 걸려고 하다가 그 귀기어린 표정에 위축되어 버릴 정도였다.
“……조금 너무 놀렸으려나.”
사야코는 반성하는 모습도 없이 차를 한모금 입에 담았다.
자기 방에 돌아온 분노를 어디에도 풀지 못해서 방 안을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설마, 평소에는 느긋한 어머니가 그런 장난을 칠거라곤 생각지도 못했고, 그 장난에 간단히 당해버린 자기 자신에게도 화가 난다.
사야코는 가벼운 농담 정도의 마음으로 말했던 거겠지만, 생각 외로 진심으로 받아들인 것 역시 사치코를 몰아넣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꾸르르르르~륵.
결국 아침밥을 먹지 않은 탓인지, 공복을 알리듯 배에서 소리가 났다.
“――으!!”
무심코 배를 손으로 누르며 주위를 둘러본다. 물론 자기 방 안에는 사치코 자신밖에 없었지만, 부끄러워서 얼굴로 피가 오른다. 이래서야 장미관에서 장대하게 꼬르륵 소리를 냈던 유미를 꾸짖을 수 없다.
“이게…….”
다시금 소리를 낼 것 같은 배를 주먹으로 때린다.
“―――윽.”
너무 쎄게 때려서 괴로워졌다.
자신의 방이어서 아무도 보지 않을테니 괜찮겠지만, 추태의 연속이었다. 사치코는 한 번, 진정하기 위해 크게 숨을 마셨다.
잠시 후에 간신히 침착을 되찾는다.
“정말, 내가 이렇게나…….”
중얼거리며 아직껏 방 안을 돌아다닌다.
―――그러다 전신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와 변함없는 모습이 비치고 있었지만, 사치코는 슬쩍 다가갔다.
거울에 얼굴을 대고 얼굴의 오른쪽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와 마찬가지로 왼쪽을 바라보고, 한 걸음 거울에서 떨어진다.
‘―――설마 아니겠지.’
손가락으로 뺨을 찌른다.
일어난 뒤에 제대로 얼굴도 씻었으니 물론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겠지만, 사야코가 말한 농담이 묘하게 머리에 남아 버려서.
“차암.”
몸을 돌려서 거울에 등을 향하는 사치코.
광을 낸 듯 빛을 내뿜는 거울은, 다만 사치코의 길고 아름다운 흑발이 흔들리는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네 번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