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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노리코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원작 |

역자 | 淸風

미소를 찾아서 후편


 ​릴​리​안&​하​나​데​라​ 학생회의 합동 데이트가 있었던 다음 날.
 산백합회의 일이 없는 날이었기에, 노리코는 시마코 선배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리아 님에게 기도하고, 나란히 걷는다.
“어제는 즐거웠지?”
“뭐어, 예.”
 시마코 선배는 싱글벙글 웃고 있지만, 노리코로서는 어제 일을 떠올리면 약간 울컥하는 느낌이었다. 즐겁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뭔가가 머리에 치솟아 오른다.
 게다가 시마코 선배가 즐거웠다고 말하는 것도 신경 쓰인다. 너무 나간 건진 모르겠지만, 그건 그 사람과 함께였으니까 즐거웠다는 이야기는 아닐까.
 그러자,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 게 얼굴에 드러났는지 시마코 선배가 눈썹을 찌푸리며 물어봤다.
“노리코는 즐겁지 않았니?”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다만?”
“약간 속마음이 보이거나 해서요. 시마코 선배랑은 관점이 달랐는걸요.”
 노리코가 그렇게 말하자 시마코 선배는 잠시동안 멀거니 서 있었지만, 이윽고 뭔가 이해한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아, 그래서 노리코가 어제 굉장히 무서운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니?”
“……예?”
 고개를 갸웃거리는 노리코에 대해 시마코 선배는 뭐가 재미있는지 기품있게 쿡쿡 미소 지으며 까닭 있는 듯한 눈길을 노리코에게 향해온다.
“어제, 내가 유키 군과 조를 짜 버렸으니까. 내가 유키 군을 독점해 버려서 그랬던 게 아니니?”
“자, 잠깐만요 시마코 선배! 그건 터무니없는 오해예요.”
 맹렬하게 부정한다.
 하필이면 어째서 그런 착각을 하는 걸까. 노리코가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던 건 그런 이유가 아니라, 시마코 선배에게 나쁜 벌레가 붙지 않도록 지켜보고 있었던 건데.
“오해니?”
“당연하잖아요! 어째서 내가 유키 씨를.”
“어머, 그치만 노리코, 굉장히 기특하게 유키 군을 돕거나 했었잖니. 공을 넘겨주거나, 음료수를 사 주거나.”
“그, 그건 시마코 선배의 손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서!”
“정말로?”
 시마코 선배는 끈질기게 의심한다. 이건 제대로 말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어.
“진짜라니까요. 전부 다 오해니까요.”
“……그렇구나. 그건 곤란하네.”
 단언하자 왠지 시마코 선배는 정말로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시마코 선배가 곤란한 건가요?”
“그게, 실은 노리코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해서 유키 군과 만날 약속을 잡아 버렸거든.”
“예? 누가 누구랑 만날 약속을요?”
“노리코와 유키 군이.”
 아니 잠깐 기다려 봐. 어째서 하루 만에 그렇게나 빠르게 일이 진행된 거지? 평소에는 평온하고 느긋한 시마코 선배가 그리 빠른 행동을. 노리코를 위해서 생각해 준 거로 생각하면 약간 기쁘지만, 그 방향성이 완전히 정 반대로 어긋나 있으면 조금 슬프다.
“그럼, 노리코는 만날 생각이 없는 거구나.”
“당연하죠. 어째서, 내가.”
“그래도, 이쪽에서 부탁해 뒀는데 그렇게 되면 유키 군에게는 실례지. 그럼 대신에 내가 다녀오도록 할까?”
“자자자 잠깐, 시마코 선배!”
 노리코가 거절해서 시마코 선배가 나간다는 건 당치도 않은 일이다. 시마코 선배와 단둘이서 만나게 하거나 했다간, 남자라면 다들 이성을 억누를 수 없게 될 건 틀림없다. 반드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 할 순 없지만, 그런 위험한 곳에 시마코 선배를 내보낼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 노리코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요. 내가 갈테니까.”
 하고.



 약속 날.
 약속 장소에 향하는 사이에, 노리코는 이마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고민하고 있었다. 애초에 싫다면 거절하겠다고 연락을 했으면 괜찮았던 게 아닐까. 대놓고 거절하는 게 실례라면, 몸 상태가 나쁘다거나 등등 이유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이미 약속 시각은 다가오고 있고, 거절하겠다고 연락할 수단도 없다. 그러니 갈 수밖에 없는 거지만.
“아ー, 어째서 내가 이런 꼴이.”
 평소대로였다면 시마코 선배와 어딘가의 교회라도 보러 갔을 즈음인데. 영문도 알 수 없는 일에 시간을 쪼개게 되다니. 차라리 집에서 인터넷 서핑이라도 하는 게 이득일 텐데.
 머릿속으로 열심히 불만을 떠들어대고 있어봐야 시간은 멈춰주지 않고, 약속 시각을 맞추지 못해 시간을 잘 못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부아가 치민다. 노리코는 어떻게든 기분을 진정시키려는 듯 자신에게 암시를 걸면서 걸어나갔다.
“아, 니죠 양. 이쪽이야 이쪽.”
 어느샌가 도착해 버린 모양이라, 노리코를 부르는 소리가 오른쪽 앞쪽에서 들려왔다. 가볍게 손을 들고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을 발견해, 노리코도 가볍게 인사하며 다가갔다. 그리고 뭔가 말하려고 하는 상대의 기선을 잡고 노리코는 선언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오늘은 시마코 선배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온 거니까요.”
 그 한마디에 그때까지 웃고 있던 유키 씨의 표정이 확 바뀐다. 역시나, 좀 심한 말투였던 게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별수 없지.
“뭐, 뭐야. 나도 토도 양에게 니죠 양이 날 만나고 싶다고 부탁받아서 온 거야.”
“뭔가요, 그거. 그런 걸 진짜라고 생각하다니, 자만심이 지나친 것 아닌가요? 그거, 순전히 시마코 선배의 착각이니까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토도 양이 거짓말을 할 리야 없다고 생각하겠지. 그래서 일부러 온 거 아냐?”
“일부러 라니, 시마코 선배에게 부탁받아서 거절할 수 없었던 것뿐인 거 아닌가요?”
“아아, 토도 양은 솔직하고 정숙한데다 아름다워서, 누군가랑은 굉장히 다르니까.”
“이런 걸 정색한다고 하는군요. 속마음이 드러나서 불쾌해요.”
“아아, 넌 정말로 귀엽지 않네.”
“당신 같은 사람이 귀엽다고 생각해 주지 않아도 괜찮은데요ー?”
 만나자마자 대설전.
 노리코도 처음에는 갑자기 말이 지나쳤나 싶었지만, 상대의 반론에 그만 이성을 잃고 목소리를 높여 버렸다. 그렇게 되니 더는 서로 물러날 수 없는 상태가 된 결과가 이것.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무슨 일인지 궁금한 듯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역시나 조금 너무했었나. 주목을 모으는 건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라, 이윽고 상황을 이해하고는 약간 창피한 듯 그 얼굴을 돌린다.
“……일단 장소를 바꿀까.”
“……그러죠.”
 일시 휴전이라는 형태로 그 자리를 떠났다.


 그 뒤도 최악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시마코 선배에게 받았던 영화 티켓은 오늘까지가 유효하고, 그 영화는 둘 다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기에 마지못해 두 사람은 영화관에 들어섰다.
 영화 그 자체는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었지만, 영화관을 나선 뒤 그만 흥분해서 유키 씨와 한 순관 영화 내용으로 이야기꽃을 피워 버렸다. 서로 거의 동시에 말싸움하고 있었던 걸 깨닫고, 더더욱 거북해진다.
 그대로 타성적으로 카페에 들어가 차를 시켰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분위기도 살아나지 않아서 모처럼의 케이크와 홍차도 그 맛이 반감한 느낌이었다.
 자리를 일어설 때는 자기가 사겠다고 말하며 전표를 들고 나간 유키 씨에게 억지로 돈을 내서 더치페이를 했다. 자기 몫까지 살 만한 이유도 의미도 없었으니까.
 밖에 나서자 이미 컴컴했다.
“그러면, 오늘은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일단 최소한의 예의를 표하며 고개를 숙인다. 분명 시마코 선배가 봤다간 안타까워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도 양보하고 있는 편이다.
 이제야 끝났다 생각하며 빨리 돌아가려고 걸어 나간다.
“기다려. 배웅해 줄게.”
“괜찮아요.”
 확실히, 해가 저물어 밤이 되어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남에게 배웅받을 정도로 어둡지는 않고, 설령 밤이 되었다고 해도 배웅받을 생각은 없었다.
 공립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을 때는 좀 더 어두운 시간에 혼자 돌아갈 때도 있었고.
 하지만 유키 씨도 양보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 노리코의 뒤를 따라온다.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혼자서 돌아갈 수 있으니까.”
“그럴 순 없잖아. 니죠 양도 일단은 여자애니까.”
 일단은 대체 뭐야.
 무시하고 걸음을 옮긴다.
“거기에,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었다간 토도 양에게 면목이 없고.”
“결국, 시마코 선배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것뿐이군요.”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러니까, 정말.”
 뭐가 그렇지 않다는 건지.
 시마코 선배에게 마음이 있다면, 직접 가면 좋을 텐데. 시마코 선배 정도로 아름답다면 이 세상 모든 남자가 매료당해도 이상하지 않고. 뭐, 애초에 노리코가 그런 수상한 남자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을 테지만.
 역에 도착한다.
 표를 사서 역 안으로 들어가자, 역시 유키 씨도 뒤를 따라온다.
“……설마, 우리 집까지 따라올 셈은 아니겠죠?”
“나도 집에 가려고 하고 있는 것뿐이니까.”
 그 말만을 하고 노리코에게서 약간 떨어진 곳에 선다. 노리코는 일부러 눈길을 그쪽으로 돌리지 않도록 한다.
 이윽고 차가 미끄러지듯 홈에 들어오자, 빨려드는 듯한 느낌으로 안에 들어간다. 그렇게까지 북적거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앉을 자리가 있을 정도까지는 아니다. 노리코는 문 가까이에 섰다.
 안내방송과 함께 전차가 출발한다.
 얼굴을 보지 않도록 문쪽을 향하고 있었지만, 문 유리 부분에 밤의 거리를 배경으로 차 안이 비쳐서, 그를 통해 두 사람의 눈길이 마주쳤다.
“……보지 말아 주실래요?”
“지금건 불가항력이잖아. 어째서 그렇게까지 얽매이는 거야?”
“그건……!!”
 돌아본다.
 그 순간 브레이크가 걸려, 갑자기 속도가 떨어졌다.
 앗차. 돌아봤을 때 무심코 그만 봉에서 손을 놓아버렸다.
“――――――!”
 몸이 뒤쪽으로 쓰러져간다. 벋디디려 해도 멈출 수 없었다.
 곤란해, 넘어진다―――고 생각했지만.
“괜찮아?”
“엣.”
 쓰러지지 않았다.
 바로 눈앞에는 유키 씨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노리코의 허리와 어깨의 중간쯤 위치에 팔이 감겨있다. 즉, 안는 듯한 자세로 노리코의 몸을 지지하고 있었다.
 자세를 깨달은 순간, 얼굴이 확 붉어진다.
 놓아주세요 라고 말하고 뿌리칠까 했더니, 다음 순간에 전차가 급히 속도를 올려서 이번에는 앞으로 꼬꾸라진다.
 즉, 노리코 쪽에서 가슴팍으로 뛰어드는 듯한 꼴이 되었다는 거다.
“…………읏!!”
 이번에는 정말로 가슴을 밀치고 거리를 벌린다.
 말 없이 서로를 마주본다.
 노리코는 노려보는 듯한 느낌으로 상대를 올려보지만, 지금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오직 한 가지 확실한 건, 얼굴이 새빨갛겠다는 것.
​“​아​…​…​으​…​…​그​…​…​.​”​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서.
 그러는 동안 전차는 다음 역에 천천히 도착했다. 창문 바깥쪽을 흘러가는 홈의 광경도 움직임을 멈췄다.
“따, 딱히 제가 부탁한게 ​아​니​니​까​요​…​…​!​!​”​
 문이 열리자마자 노리코는 그런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꺼내면서 달아나듯 홈에 내려섰다.
 안내방송 소리와 잡음이 섞여, 유키 씨가 뭔가 말을 하는게 들려온다.
“……여기는 아직 내릴 역이 아니야……”
 그런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대로 함께 계속 전차를 탈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발차의 소리가 울려, 문이 닫힌다.
 유키 씨는 쫓아오지 않았다.
 전차 안에서 약간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노리코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유키 씨. 그 모습을 보고 다시금 머리에 약간 열이 올랐다.
 그래서 노리코는 움직이기 시작한 전차를 향해 힘껏 혓바닥을 내밀어 주었다. 그리고.
“말해 두겠지만, 단순한 돌발 ​사​고​였​으​니​까​요​…​…​!​”​
 작아져 가는 전차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친다.
 롱스커트의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는 중에 생각을 굳힌다.


 절대로 웃어 준 게 아니니까요.





~추신~
 이런 느낌이었는데, 어떠셨나요? 어중간?!
 약간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을까요. 그리 쉽게 풀리지 않는 버거운 느낌으로.
 시마코 양을 기대하고 있던 여러분, 죄송합니다. 분명 노리코 양은 얼마 안 가?! 아니면 다시, 시마코 양의 역습(?)은 있는 건가!

역자의 말:
 지연 예고를 새벽에 해 놓고, 노리코가 귀여워서 후딱 잡아 버렸습니다.
 귀여운 건 귀여운 거니 어쩔 수 없죠.

 덧붙여서, 유키시리즈를 제외한 마리미떼 SS들은 (당연하지만) 다른 글타래에 올라옵니다. 상단의 원작: 마리아님을 보고계셔 부분을 누르시면 해당 글들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저, 절대로 추억이 한가득을 봐 주는 분이 없으신 것 같아서 하는 소리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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