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라비린스 제 4화
처음으로 본 유키 군네 집은 조용한 주택가 속에서, 세련된 외견 탓에 주위의 집보다 눈에 띄어 보였다. 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유키 군의 아버지가 설계한 모양이라 그 센스를 엿볼 수 있었는데, 너무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자연스레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기에 내게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조금 긴장한 유키 군이 조금 긴장하고 있는 나를 에스코트 해 준다.
“다녀왔어―.”
“실례하겠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따스한 가정의 분위기. 사소한 장식이나 가구의 배치, 색 배합등이 후쿠자와 집안에 대해 잘 나타내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내가 호의적인 탓일까.
“어머, 어서오세요. 마중도 못 나가서 미안해요.”
슬리퍼 소리를 울리며 모습을 드러낸 건 부드러운 표정의, 상냥해 보이는 여성. 첫눈에 아아, 유미 쨩, 유미 군의 어머니겠구나 하고 납득해 버렸다.
“좁은 집이라 미안하지만, 자, 안으로 들어와요.”
“예, 실례하겠습니다.”
“아, 그렇지. 아직 자기 소개도 안 했구나. 유키와 유미의 어머니예요.”
“미즈노 요코입니다. 오늘은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세를 고치고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아뇨, 아무것도 없는 집이지만, 천천히 있다 가요.”
상대가 더더욱 깊게 고개를 숙여 버렸다.
“아, 아뇨, 터무니 없어요.”
상대가 고개를 들기 전에 먼저 고개를 드는 것도 꺼림직하다. 나는 들려던 고개를 다시 숙인다.
그러자.
“정말로, 부끄러울 뿐이라서.”
거듭 고개를 숙이는 아주머님.
“두 사람 다, 적당히 해. 이럼 아무리 지나도 안에 못 들어가잖아.”
유키 군의 이야기로, 나와 아주머님은 간신히 인사 전쟁(?)을 끝마쳤다. 둘이서 마주 보곤, 저도 모르게 수줍은 듯 마주 웃는다.
과연, 유미 쨩의 어머니.
인사만 했는데도 내 긴장까지 풀어 버리는 모양이다.
“자, 들어와요. 정말, 계속 이런 데 서 있어도 아무 일도 없는데.”
“예, 실례하겠습니다.”
신발을 벗고, 준비된 슬리퍼를 신는다.
“아아, 그래도, 정말로 어쩌지. 설마 이렇게, 유미 쨩이 이야기한 대로라고 할까, 이야기 이상이잖아.”
“예?”
“요코 양 이야기야. 이렇게나 멋진 여성이라니, 유미 쨩이 그렇게 격찬했던 것도 알겠어.”
“터, 터무니 없어요.”
“분명 아버지도 깜짝 놀라겠지. 다리가 풀려 버릴지도. 기막혀하지 말아 주렴.”
아주머니님을 따라 복도를 천천히 걸어, 거실에 도착한다. 이야기의 흐름상 아저씨가 있지 않을까 싶어 몸이 굳어졌었지만, 아무 모습도 보이지 않아서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정리가 안 돼서 미안해요. 앞으로 준비 할 참이었어서.”
“아뇨,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거기에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모처럼 가족끼리 모여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려고 하는데, 실례하게 되어 버려서.”
“실례라니, 터무니 없어요. 이런 건 사람이 많은 쪽이 떠들썩하고 즐거운걸. 우리 집은 손님 대환영. 작년도 유키의 친구들이 잔뜩 놀러 와서 정말로 활기찼었어요.”
“그런가요?”
“아―, 그건 심했지. 아버지가 취해서 흥이 올라 애들한테 술을 권했으니까. 코바야시는 평소보다도 신나하고, 타카다는 쾌활해지고, 아리스는 옷을 벗어던지기 시작하고, 그러던 끝에 다음 날은 다들 숙취로 뻗어버려서 집으로 바래다 주는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때의 광경을 떠올렸는지, 유키 군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유키 군은 어떻게 됐었어?”
“에, 아니, 나는 어땠었더라―.”
“유키는 분명, 모두에게 평소에 느끼던 마음을 적나라하게 토로했었지?”
“에……앗…….”
아주머님의 그 한마디로, 나는 갑자기 뭔가를 떠올려 버렸다.
잊히지 않는, 유키 군에게 받았던 첫 고백. 한여름 밤의 공원에서 술을 마시고 취한 유키 군이 크게 소리친 한 마디.
옆을 바라보자, 유키 군은 “그런 짓을 했었든가……”하고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래도 분명, 그건 정말이겠지. 그것도 그럴게, 나 자신도 직접 경험한 일이니까.
나는 쿡쿡 웃었다.
“즐거워 보이네요.”
“그래, 그러니까 사양 안 해도 괜찮으니까.”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유키랑 사귀고 있는 거잖아요? 자기 집이라고 생각해 줘도 괜찮아요.”
에, 그건.
아주머님이 입에 담은 말의 의미를 느끼곤, 나는 저도 모르게 말이 막혀 버린다.
“엄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미안, 요코 씨. 이런 부모님이라서.”
“유키도 참, 그렇게 얼굴 붉히면서 말해도 설득력 없잖니. 그렇지, 요코 양?”
그렇게 싱글벙글거리며 아주머님이 물어봤지만,
“하, 하아…….”
분명 옆에 있는 유키 군이랑 마찬가지로 얼굴이 새빨개졌을 거라, 나는 그렇게 애매하게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다녀왔어―.”
부드러운 남자 목소리가 복도에 퍼진다.
“후―, 무겁네. 누구 없어?”
이번에는 딱딱 하고 복도를 걸어오는 슬리퍼 소리가 들린다.
“아, 어서오세요.”
“응, 유미냐? 미안한데, 좀 짐 옮기는 거 도와다오.”
“예, 그럼 이거 들게요.”
“아아, 이쪽은 음료수 계통이라 힘들 거니까 내가 들게, 그쪽을…….”
그렇게 나한테 짐을 건네려다가, 아저씨의 움직임이 멈췄다.
입을 떡하니 벌리곤, 얼이 나간 듯이 내 쪽을 바라보고. 지나치게 놀라 힘이 빠졌는지 짐이 스르륵 손에서 미끄러졌다.
“아.”
“―――――――으!!!”
음료수가 들어있는 듯한 봉투를 발등에 떨어뜨려, 뭐라 표현하기 힘든 비명을 지른다. 아무래도 뼈에 제대로 부딪친 모양인지, 웅크려 쓰다듬고 있다.
“괘, 괜찮으세요?”
“아, 아아, 미안……아차, 에, 아, 너는.”
“아, 죄송합니다. 오늘 초대받은 미즈노 요코입니다. 아주머님이 요리중이라 손을 뗄 수 없어서, 대신에 맞으러 나왔는데……놀라게 한 모양이라 죄송합니다.”
“아, 아, 아니, 내, 내가 혼자 놀란 것뿐이니까. 아하하. 그, 그런가, 네가 미즈노 양인가. 아니, 이쪽이야말로 자기소개가 늦었네. 유키의 아버집니다. 아들이 신세지고 있습니다.”
“아니, 저야말로 유키 씨에게 신세를 지고 있어서.”
“아니, 불초 자식이라. 거기에, 유키만이 아니라 유미도 잔뜩 신세를 졌던 모양이라.”
“아뇨, 터무니 없어요.”
이렇게 현관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자,
“……부부끼리 같은 패턴 되풀이하지 말라고.”
기막힌 듯한 말투로 말하며 유키 군이 찾아왔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유키. 애초에, 왜 미즈노 양이 이런 일을? 손님이잖아.”
“아니, 나도 그렇게 말했는데…….”
유키 군이 슬쩍 이쪽을 바라본다.
거실에서 가볍게 차를 마신 뒤, 나는 준비를 돕겠다고 자진해서 이야기했다. 당연히 아주머님은 그런 건 안 해도 괜찮으니 준비가 끝날 때까지 거실에서 쉬든지 유키 군의 방에라도 가 있으라며 거절했지만, 나도 꺾이지 않고 요청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아주머님 쪽이 손을 들게 되었다.
이런 일도 있을까 싶어, 나는 앞치마를 가지고 온 거다. (덧붙여서 병아리 그림이 인쇄되어 있는 앞치마다.)
같이 요리 준비 같은 걸 하다 보니, 왠지 아주머님 쪽이 긴장해서 재료를 떨어뜨리거나 조미료를 잘못 넣거나 했지만, 그걸로 역으로 내 긴장도 다시 풀려서.
“하, 하지만, 유키. 정말로 이쪽이, 그, 네가 사귀고 있다고 하는……아, 아버지의 상상을 좀 심하게 뛰어넘고 있는데, 착각은 아니지?”
“본인을 앞에 두고 그런 실례되는 소리 하지 마.”
“그, 그렇구나. 미안해요, 미즈노 양. 자, 사양하지 말고 들어와 주세요.”
“예, 실례하겠습니다.”
“아니, 이미 들어와 있으니까. 아직 현관에 있는 아버지가 말해도 설득력 없으니까.”
“아, 아아, 그렇구나.”
저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유미 쨩과 유키 군의 부모님은, 누가 어떻게 봐도 유미 쨩과 유키 군의 부모님이었다.
후쿠자와 집안의 가족이 모두 모인 건, 그 뒤로도 한동안 지난 뒤였다. 케이크를 사러 갔다는 유미 쨩이 기운차게 귀가했다.
“왓, 요코 님, 오랜만이에요! 정말로 와 주셨네요.”
“안녕, 유미 쨩. 오늘은 실례하고 있어.”
지금 당장에라도 뛰어오를 것처럼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기쁨을 드러내는 사랑스런 유미 쨩.
역시나 좀 수줍기는 했지만, 이 애랑 이야기하고 있으면 그런 것도 잊어버린다.
두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을 휙휙 흔들며, 붙임성 있는 미소로 이야기를 걸어오는 유미 쨩을 보고 있으면 바로 그 페이스에 말려들어 버린다. 새삼스레 사치코가 푹 빠져 버리는 것도 당연하다고 느껴 버린다.
“우와―, 요코 님이 저희집에 와 주시다니, 꿈꾸는 것 같아요.”
“어머, 어째서?”
“그럴게, 홍장미님이셨던 요코 님이 우리집 같은 소시민의 집에 오시다니, 믿을 수 없는 걸요”
“그래? 나도 정말 평범한 소시민이야.”
“잠깐, 유미 쨩, 이야기만 하지 말고 도우렴.”
“아, 예―. 그럼, 잠시 실례할게요.”
유미 쨩은 나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있었지만, 아주머님이 나무라자 아쉬운 듯 부엌으로 들어갔다.
“정말, 차분하지 못한 가족들 뿐이라 미안.”
그 뒷모습을 보고, 유키 군이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그 표정을 보면 가족을 정말로 좋아한다는 게 느껴져서.
“그렇지 않아. 정말, 멋지잖아.”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식사 준비를 마쳤다.
식탁 위에 빼곡히 늘어선, 갖가지 요리. 메인은 영계 토마토소스 찜에 굴 버섯 그라탱. 그 주위를 장식하는 건 새우와 낙지 무침, 콜리플라워 샐러드, 감자가 들어간 치즈 스프 등등, 정말로 호사스러웠다. 게다가 케이크가 식사가 끝나는 걸 기다리고 있다. 과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자 자, 다들, 자리에 앉아 줘.”
아주머님의 목소리에 다들 자리에 앉는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나라고 하는 평소랑 다른 요소가 존재하고 있으니 좌석 배치는 평소랑 다른 거겠지. 유키 군이랑 내가 옆자리에 앉고, 마주 보듯이 아저씨와 아주머님이 앉았다. 그리고 유미 쨩은 나랑 아주머님 쪽의 옆자리에 앉았다.
“정말 대단하네, 오늘은. 자, 빨리 먹자.”
“기다려, 유키.”
지금 당장에라도 요리에 손을 뻗을 것만 같은 유키를 아저씨의 목소리가 억누른다.
“그 전에 우선, 해야 할 게 있잖아.”
“에?”
“제대로 네 입으로 소개를 해야지.”
“에, 아니, 이제와서 그건. 아빠도 엄마도 자기소개는…….”
“그거랑 이건 별개야. 이런 건 제대로 유키 쪽에서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어정쩡한 꼴로 끝나 버리는 건 어떤까 싶은데.”
우와아아아아…….
이건 무시기, 즉 그거다. 유키 군의 입에서 직접 나를 부모님께 소개하라고 말하고 있는 거고.
왠지 굉장히 수줍다.
“에에, 그럼…….”
역시나 부끄러운 듯이, 유키 군이 입을 열었다.
“그, 이쪽이 미즈노 요코 씨. 에에……지금, 저랑 교제하고 있는 여성입니다.”
말에 맞춰, 고개를 꾸벅 숙인다.
“에에……그럼, 요코 씨로부터도 한마디.”
“―――엣?!”
에에에에에엣?!
거, 거기서 나한테 패스야?! 게다가 유키 군이?!
“아, 예. 미즈노 요코입니다.”
나 자신도 그때까지 이래저래 아저씨, 아주머님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후쿠자와 집안의 분위기에도 익숙해지기도 해서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당연히 오기 전에는 어떻게 인사할지를 잔뜩 고민했었지만, 그것들이 머릿 속에서 쏙 빠져나가 버린 거다.
“그, 유키 씨에게는 언제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모자란 점이 많은 사람입니다만, 영원토록 잘 부탁드립니다.”
“…………에.”
“에, 아, 그――――시, 실수했습니다!! 그, 그런 건 아니고요!”
뭐, 뭔가 지금, 터무니없는 말실수를 해 버린거 아닌가?!
에에―,
……
…………
………………
“――――――에에에?!”
얼굴로 피가 쏠린다.
어떻게든 말을 수습하려 해도, 생각이 헛돌아서.
“어, 어쨌거나 유키 씨랑 사귀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결국 간신히 그 말만을 꺼내고, 나는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말해서 이대로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다.
주뼛주뼛 고개를 들어 앞을 보자,
아저씨와 아주머님이 두 분 다 미묘하게 표정은 다르지만 상냥하게, 조금 쓴웃음 지으며 나와 유키 군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 유미 쨩은,
한동안 멍하니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지만.
“……우와아, 요코 님의 이런 모습 보는 거, 처음이야……귀여워…….”
말똥말똥 이쪽을 바라보며 말을 흘렸다.
마지막 말은 자그매서 혼잣말 같았지만, 내 귀에는 제대로 들어왔다. 그래도 나는 못 들은 척을 했다.
그도 그럴게, 손녀인 유미 쨩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니, 정말 부끄러웠으니까.
그렇게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갑자기 실수를 저질러 버렸지만, 식사 자체는 온화하게 진행되었다.
이러저런 화제가 식탁에 올랐다. 내 대학 생활에 대해서라거나, 릴리안 시절의 이야기, 후쿠자와 집안의 이야기나 유미 쨩, 유키 군의 어릴 무렵의 이야기. 그리고 나와 유키 군의 이야기. 놀림당하거나 만나서 사귀기 시작할 때 까지의 과정을 묻거나 할 거로 예측하고 있었기에, 그런 부분에 대해선 침착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분위기가 즐거우면 입맛도 좋은 법.
그렇게나 많았던 요리도, 차례차례 모두의 윗속으로 사라져 갔다. 내가 가져온 와인이나 글뢰그도 호평이었다.
그야말로 가정적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마음도 몸도 따스해지는 멋진 파티였다.
잔뜩 있던 요리 접시가 거의 비어, 이번엔 케이크 차례. 아주머님은 “앉아 있어도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함께 요리를 정리하고 식탁 위를 말끔히 만든다.
유미 쨩이 신나는 모습으로 냉장고 안에서 케이크 상자를 꺼낸다. 케이크는 딸기 타르트. 아주머님이 솜씨좋게 케이크를 잘라, 접시에 나눠준다.
“우와―, 진짜 맛있어 보여!”
“그렇네.”
케이크에 맞춘 음료는 오렌지 피코.
혹시나 유미 쨩이나 유키 군이 내 취향에 대해 사전에 전해 준 걸까.
“잘 먹겠습니다.”
“와, 맛있어!”
딸기를 듬뿍 쓰고, 단맛을 약간 억누른 케이크는 일품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유미 쨩과 마찬가지로 행복한 시간을 만끽한다.
“유미 쨩, 미안한데 우유 가져와 주지 않을래?”
오렌지 피코는 밀크 티에 잘 맞는다. 나는 한 모금 스트레이트로 맛을 즐긴 뒤, 우유를 넣기로 했다.
“아, 예, 요코 쨩, 부디.”
“고마워.”
우유를 컵에 따르자, 차의 엷은 색과 우유가 섞여간다.
컵을 손에 들고 입을 살짝 대자, 깔끔한 맛이 퍼진다.
그리고 나는 다시 포크를 쥔 다음 케이크를 향한다.
‘―――――――――응?’
뭔가, 위화감이 들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 일련의 대화 중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있었던 기분이 든다. 그게 뭔지는 바로 떠오르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아차”하는 표정을 지은 유미 쨩과 눈이 마주쳤다.
“――――아.”
깨달았다.
“―――에, 아, 그, 유미 쨩?”
아까 전에, 뭐라고 말했었는지.
그건 분명……
“아, 이런. 그럼 안 되잖아, 유미.”
에, 아저씨?
“맞아, 유키가 언제 말할까 싶어,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주머님까지, 대체 뭐를?!
나는 내심 당황하면서도 사건의 발단인 유미 쨩을 바라봤다.
“죄, 죄송해요. 그, 전화로 유키가 그렇게 부르는 걸 듣고……집 안에서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요코 님을 예전부터 그렇게 부르고 있었어요.”
유미 쨩은 면목 없다는 듯이 설명했지만.
옆에 앉은 유키 군을 바라보자, 유키 군은 “나는 몰랐어”라는 듯이 힘차게 고개를 붕붕 가로저었다.
“아무리 지나도 유키가 그렇게 안 부르니까, 우리도 부르기 힘들어서.”
한숨을 내쉬는 아주머님.
“저기, 아주머님……에, 아, 유미 쨩, 에?”
“죄송해요, 요코 쨩……아, 아니, 요코 님.”
유미 쨩은 말을 고쳤지만, 그 모습을 보건데 유미 쨩도 역시 집에서는 나를 그런 식으로……
“정말, 유미 쨩도 어쩔 수 없네……. 뭐, 유키가 말할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마침 딱 괜찮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인데, 그렇게 불러도 괜찮을까? ‘양’보다도 친밀감이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 집에선 유미도 ‘유미 쨩’이라고 부르고 있기도 하고.”
“하, 하아.”
즉 그건, 유미 쨩이랑 동등하다는 의미인 걸까.
선대답밖에 나오지 않는다.
“역시 그렇지, 요코 쨩.”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아저씨, 아주머님까지는 괜찮다. 부끄럽긴 하지만, 우리 부모님과 비슷한 연령이시니까, 뭐, 괜찮다.
그래도.
그래도……!
“저기 저기 유키, 유키가 말해줘―.”
“시, 시끄러 유미. 노, 놀리지 마.”
“괜찮잖아. 유키가 안 부르면 요코 쨩을 요코 쨩이라고 못 부르고―.”
부르고 있잖아!
유미 쨩까지 부르고 있잖아!
“아아, 정말, 요, 요코 씨, 가자.”
“에?”
“케이크도 다 먹었고, 내 방으로 가자. 여기 있으면 무슨 말 들을지 모르겠어.”
“에, 아, 응.”
남은 잔을 다 마시고 일어난다. 확실히, 이대로 거실에 남아 있다간 어떻게 될지 짐작조차 안 간다.
히죽히죽 웃고 있는 아저씨와 아주머님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유키 군의 뒤를 따라 거실을 나가려 하자.
“아, 기다려 주세요.”
유미 쨩이 쫓아왔다.
그리고 나를 따라잡자, 거실에 남아 있는 둘에게는 안 들릴 정도로 귓가에 속삭이듯 말을 걸었다.
“……20분 정도 지나면, 차 가지고 갈 테니까요. 에에, 그러니까, 그 시간 정도를 가늠해 주세요.”
“…………에!!”
가볍게 한 눈을 감는 유미 쨩.
그런 배려를 받아 버린 나.
이때만은 그녀가 틀림없이 유키 군의 누나라는 걸 인식했고, 그와 동시에 이때만은 내 쪽이 그녀보다 연하가 아닌지 느껴 버렸다.
제 5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