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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시마코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원작 |

역자 | 淸風

화이트 프린세스·나이트 세 번째


 유키 군과의 약속을 앞두고, 나는 노리코와 함께 거리에 쇼핑을 하러 나갔다. 쇼핑의 목적은 옷가지. 평소에 그리 활동적이지 않은 나는, 활동적인 의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번의 목적지가 테마파크라고 하니, 나름대로 움직이기 편한 차림으로 나가는 편이 좋으리란 것 정도는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패션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나로선 어떤 옷을 사야 할지를 알 수 없기에, 노리코에게 같이 찾아봐 달라 부탁한 거다.
 노리코는 셔츠에 청바지라고 하는 굉장히 편한 차림으로 즐거운 듯 옆을 걷고 있다. 청바지도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나에게 어울릴까.
 그런 걸 생각하고 있자, 노리코가 몸을 기울이는 듯한 자세로 말을 걸어왔다.
“그렇다 치더라도 드문 일이네요, 시마코 선배가 옷을 사러 가자고 하다니, 처음이었어요.”
 지금까지 노리코와 나갈 때는 절이나 교회를 보러 가는 일이 잦았다. 그렇지 않을 때도, 옷을 보러간다는 선택지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본 노리코의 질문은 당연한 거겠지. 그리고 나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여름방학 중에 절이나 교회를 순방할 때, 좀 더 움직이기 편한 옷으로 다니는게 낫겠다고 느껴서 사 두려고 한다고.
“그렇네요. 확실히, 나풀나풀한 치마도 어울리지만, 방방곡곡을 걸어다니기에는 좀 더 움직이기 편한 쪽이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내 말을 의심하는 기색도 없이, 노리코는 웃었다.
 결코 거짓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어째선지 미묘하게 마음이 아프다.
 노리코에게 이야기한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보다 가까운 시일에 유키 군과 외출하게 된다는 이유가 크다. 그래도 그 말은 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비밀로 해 달라고 유키 군에게 부탁을 받은 것도 있지만, 나 스스로도 다른 사람에게, 특히 노리코에게는 말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음ー, 어떤 게 어울릴까ー.”
 즐거운 듯이 곁을 걷는 노리코.
 하지만 나는 즐거움 속에서도 어딘가 쓰라린 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뒤 바로 나는 산 옷을 봉투에서 꺼내 늘어놓아 보았다. 시착은 해 보았지만, 역시 아무래도 친숙해지지 않는다고 할까, 익지 않는다고 할까. 솔직히 노리코에게 같이 봐 달라고 부탁한 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신 혼자였다면 불가능하진 않았을지 몰라도, 그토록 많은 옷 중에서 뭔가를 고르는 건 힘들었을 게 틀림 없다. 평소에 사지 않는 종류의 옷을 고르는 건 굉장히 까다롭다.
 후우, 하고 숨을 내쉬고 다다미 위에 다리를 털썩 팽개친다. 쇼핑으로 굉장히 긴 거리를 걸은 탓인지, 약간 다리가 노곤했다. 노리코와 교회나 절을 돌아다니며 어느 정도는 단련이 되었다곤 해도, 기본적으로 체력이 그리 많은 건 아니다. 가볍게 발을 주물러서 피로를 풀려 한다. 손을 움직이면서 방 안을 둘러본다. 나 자신도 별반 눈에 띄는 곳이 없는 수수한 방이라고 생각한다. 동급생 애들과 비교하면 분명 너무 수수해서 거꾸로 눈에 띄어 버리는게 아닐까.
 중학교에 들어갈 시기에 수도원에 들어가려고 생각한 시점에서, 아마 다른 애와 자신은 달랐던 거겠지. 당시는 외골수였던 탓인지, 그리 이상한 것도 느끼지 못했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다른 사람과 얼마나 다른 사고관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후회하거나 부끄러워하진 않는다. 그게 내 솔직한 마음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사 온 옷을 바라보며 약속 날을 생각하고, 어딘가 막연하게 기대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도 남부끄러울 건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그런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괜히 부끄럽게 생각하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약속 날 당일.
 날씨는 유감스럽게도 쾌청하다 하긴 힘든, 흐린 하늘. 하지만 밖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걸 생각하면 흐린 편이 딱 좋을지도 모른다.
 약속 장소인 역의 개찰구를 향하면서 시간을 확인한다. 딱 약속 10분 전. 그리고 개찰구 직전까지 몇 걸음 정도 남았을 즈음에, 유키 군이 다가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혹시나 토도 양도 지금 막 도착한 건가요?”
“예. 다행이에요, 기다리게 하는 일이 없어서.”
“그건 저도 그래요.”
“그럼, 서로에게 있어서 딱 좋았던 거네요.”
“하하, 정말로.”
 얼굴을 마주 보며 가볍게 웃는다.
 어젯밤은 사실 조금 긴장해서 잠에 깊게 들지 못했고, 오늘도 올 때까지는 기대와 불안이 반씩 섞였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유키 군과 만나 보고, 불안 같은 건 기우였다는 걸 느꼈다.
“그래도 사실은 처음에, 정말 토도 양인지 어떤지 불안했었어요.”
“에, 무슨 말인가요?”
 놀람을 숨기지 못하고 되물어본다.
 유키 군은 뭔가 말하기 힘든 듯이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조금 강한 말투로 뒷이야기를 잇도록 부탁한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말을 꺼리고 있던 유키 군이 이윽고, 멋쩍은 듯 입을 열었다.
“아니, 토도 양의 사복 차림을 보는 건 ​처​음​이​었​으​니​까​…​…​굉​장​히​ 분위기가 달라서.”
“아……이, 이상했었나요?”
 노리코와 함께 고른 옷.
 크롭 기장 바지는 인디고 컬러. 오프화이트 니트의 위에 감빛 프린트 원피스. 해가 떨어지면 쌀쌀해질 것 같아서, 볼레로를 맞춰서 덧입었다.
 역시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던 걸까.
 그러자 유키 군은, 힘차게 도리도리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런 말씀을, 굉장히 어울려요! 교복일 때도 멋졌지만, 오늘도 굉장히 귀여워요.”
“고, 고마워요.”
 칭찬한 쪽도 칭찬받은 쪽도 낯부끄러워서 제대로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에에……가, 갈까요?”
“예.”
 어색하게.
 이렇게 나와 유키 군은 마침내 출발했다.



 전철을 갈아타서 도착한 곳은 꿈의 나라. 들어가기 전부터 화려함과 활기찬 기운이 전해져 온다. 거기에, 가까이는 같은 곳을 향하는 가족들, 친구들, 애인들의 모습이 늘어가서, 아직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조금씩 두근거리고 있었다.
 길을 가던 도중에는 들어간 뒤에 어느 놀이기구부터 탈지, 타고 싶은게 뭐 있는지, 어릴적에 부모님께 이끌려 갔을 때에는 타지 못했기에 꼭 타고 싶다든가 등등, 유키 군이 여러 가지로 말을 걸어 주었다. 나는 그리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키 군과 이야기를 할 때는 어깨에 힘이 빠져서 자연스레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인파 속에 섞이듯이 입장하자, 거기는 그야말로 평소 사는 곳과는 다른 세계였다.
 유니크한 캐릭터들이 활보하고, 거리에는 있을 턱 없을 법한 건물이 여기저기에 늘어서 있고, 옥외의 어트랙션에서는 즐거운 듯한 환성이 들려온다.
“……토도 양.”
 말을 걸어 와서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나는 한동안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길을 빼앗겨 멍하니 있었던 모양이다. 눈을 가볍게 감고, 한 박자 둔 뒤에 뜬다.
“미안해요. 갈까요?”
“예. 에에, 어디부터 갈까요? 아, 그 전에 패스를 끊어 두죠.”
“패스?”
 물어보자, 패스라는 건 인기 있는 놀이기구에 줄을 서지 않고 입장할 수 있는 지정좌석 같은 거라는 모양이었다. 단, 입장시간이 지정되어 있고, 동시에 패스 여럿을 가질 수 없다는 제한이 있다고 한다.
 나와 유키 군은 일단 인기 놀이기구인 ‘바르바리의 해적’ 패스를 얻었다.
“두 시간 뒨가……토도 양, 타고 싶은 것 있나요?”
“아……저기. 예, 있어요.”
 말에 수긍한 뒤, 나는 놀이기구 하나를 가리켰다.



 얼마 뒤에 놀이기구에서 내린 나는, 힘없이 벤치에 걸터앉아 있었다. 과연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겉을 꾸밀 여유도 없다.
 고개를 숙이고 숨을 가다듬는 중에, 유키 군이 눈 앞에 뭔가를 내밀었다.
“이거, 차가운 찬데요. 괜찮다면 드세요.”
 나는 잠시 생각한 뒤에 힘없는 손으로 받아서, 거기에 입을 댔다. 차가운 차가 목으로 흘러내린 뒤, 몸 안에 투명한 힘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겨우 한 모금이긴 했지만, 그때까지 가슴 안에 있던 나쁜 기운이 쓱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죄송해요, 폐를 끼쳐서.”
 입에서 나온 말은 생각 이상으로 연약했다. 회복한 것 처럼 느끼고 있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폐라니요. 확실히 대단했으니까요. 저도 좀 지쳤어요.”
 배려를 해주고 있는 걸까. 옆에 앉은 유키 군은 웃고 있다.
 우리가 처음에 탄 건 ‘나이트 스트라이커’라고 하는, 이른바 제트 코스터, 절규 ​머​신​이​다​.​최​고​속​도​가​ 몇백킬로라든가로, 이 테마파크 안에서도 인기 상위를 겨룬다. 오전 중엔 아직 사람이 적어서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었던 건 다행이었지만, 거기에 탄 나는 너무나 대단한 탓에 컨디션이 나빠져서 내리자 마자 비틀거려, 유키 군에게 벤치까지 이끌려 오게 된 거다.
 하지만 차가운 차를 마셔서 나빴던 컨디션도 제법 괜찮아 졌다. 이대로 벤치에 앉아있어선, 모처럼 놀러 왔는데 시간이 아깝고 유키 군에게도 면목이 없다.
“그럼, 슬슬 갈까요? 패스 시간까지 하나 정도 더 탈 수 있을까요?”
 기세를 붙여 일어나고 싶었지만, 현기증이 나면 안 되니 천천히 일어나서 웃으며 물어봤다.
“에, 그래도, 조금 더 느긋이 있어도. 뭐하면, 다음까지 쉬어도.”
 나를 걱정하는 듯이, 유키 군은 만류하려 한다.
“괜찮아요, 갈까요?”
“에에……그럼, 다음은 조금 차분한 녀석으로.”
“그렇네요……아, 저, 이거 타보고 싶어요.”
​“​에​…​…​이​건​…​…​.​”​

 내가 바란 건 ‘화이트 와일드 캣’. 어쩐지 이름이 사랑스러운 점과, 화이트라는 단어에 마음이 끌린 것 뿐이지만.
 실제로는 소형 탈것이 코스 안을 빠른 속도로 종횡무진하며 달려대는, 상당히 격렬한 탈것. 속도도 있지만, 거기에 더해 좌로 우로 계속 급선회를 해서 자신이 어디를 보고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코스에서 떨어질 것만 같은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내린 나는.

“괜찮아, 토도 양?”
“……미, 미안해요, 계속.”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벤치에 늘어져 있다..
 처음 건 스피드 그 자체에 당했다는 느낌이었지만, 이번 건 휘둘리는 듯한 움직임에 컨디션이 나빠진 모양이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차를 마셔 보지만, 그리 좋아지지 않는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 버리는 걸까. 유키 군도 분명 내 이 꼴에 어이가 없을 게 분명하다 생각하며, 눈길을 슬쩍 옆으로 향해 보자.
 굉장히 온화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부끄러워 져서 나는 눈을 피한다. 그리고 한동안 말없이 시간이 흘러 간신히 컨디션도 안정되었을 무렵, 유키 군은 입을 열었다.
“그래도 토도 양은 의외로 완고하네요.”
“……에?”
“그치만, 제가 다른 걸로 하자고 여러 번 말해도 전혀 들어주지 않았고.”
“그, 그건.”
“꽤 굉장하다고 겁줘 봤는데도, 꼭 타겠다고.”
“에에.”
“그래도 그렇게나 좋아하나요? 그렇게 컨디션이 나빠 지면서도.”
“아뇨, 그런 건 아닌데……단지.”
“단지?”
“저기……어제 열심히 생각해 왔어요. 오늘 오면 뭘 탈지.”
“에?”
 유키 군이 말끄러미 바라봐서,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래도 아무 말 안하는 것도 거북해서, 뭔가를 변명하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실은 저……이런 곳에 오는 거, 처음이에요. 아, 아니, 원래는 어릴 무렵에 부모님에게 이끌려 왔던 적은 있지만, 그 무렵은 어린데다 작아서 신장 제한이 있는 놀이기구는 타지 못해서. 그래서 어제, 어느 걸 탈지 이것저것 생각해 와서, 역시 정해온 기구들에 타고 싶어서, 무심코…….”
 말하는 동안 점점 부끄러워진다. 어제도 오늘도 아까까지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입으로 말해 보면 왜 이리도 어린애 같을까. 게다가 그 결과 자신의 상태가 나빠진 거니까 배짱도 좋다.
 어째서 나는 이렇게나 둔한지 낙담해 있자.
“왠지, 토도 양이 가진 뜻밖의 일면을 봤을지도.”
“미, 미안해요, 폐만 잔뜩 끼쳐 버려서.”
“폐라니요. 오히려, 귀여……아, 아니,”
 뭔가를 말하려 하다가 콜록거린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유키 군을 바라봤지만, 왠지 눈을 맞춰주지 않고. 혹시나 정나미가 떨어져 버린 걸까.
“일단, 다음 시간까지 천천히 쉬죠. 다행히 다음 건 격렬한 놀이기구가 아니고.”
​“​예​…​…​미​안​해​요​.​”​
“왠지, 아까부터 사과뿐이네요.”
 그것도 어쩔 수 없다. 그게, 나는 입장한 뒤에 폐를 끼칠만한 일밖에 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내 생각을 꿰뚫어 본 것 처럼 유키 군은 내게 말했다.
“별로 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로. 아까도 말했지만, 토도 양의 색다른 부분들을 볼 수 있었다고 할까……토도 양에게는 미안하지만요. 그보다, 혹시 토도 양이 면목 없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사과하는 걸 그만둬 주는 편이 기뻐요.”
“사과하는 걸, 그만둬……?”
 나는 고개를 들었다.
 유키 군의 표정을 보면, 정말로 나를 성가시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내가 유미 양에게 말했던 적이 있는 말이 머리에 떠오른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하는 고생은, 전혀 싫지 않아.”
 당황하며 고개를 흔든다. 나는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유키 군의 상냥한 부분에 응석부려, 자기에게 사정 좋은 걸 생각하고.
“예, 그것도 그럴게, 폐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 사과받아도 좀. 그보다 좀 더 웃어 주는게 기뻐요. 답례로 온 거고.”
“……아.”
 나는 깜짝 놀랐다.
 모처럼 놀러 온 건데, 자기 일만 생각하느라 유키 군이 어떻게 느낄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니.
“아아아, 아니 그래도, 웃지 못하는 건 제게도 책임이 있으니까. 제가 좀 더 즐겁게 느끼도록 할 수 있었다면 토도 양이 웃을 수 있었을 테고.”
 낙담하는 나를 보고 착각한 건지, 유키 군은 당황하며 날 배려하는 말을 꺼낸다. 그 당황하는 모습이 왠지 웃겨서, 나는 아까 전까지의 기분을 잊고 무심코 웃어 버렸다.
“어, 어라? 저, 뭔가 이상한 소리 했나요?”
​“​아​뇨​…​…​그​렇​네​요​,​ 저, 소중한 걸 잊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입가를 누르고 쿡쿡 웃는다.
 유키 군에게 답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러 놀이기구를 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생각들이 모르는 새 내 어깨에 쓸데없는 짐이 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것들도 중요할지도 모르겠지만, 좀 더 소중한 것.
 나도 유키 군도 즐기지 않으면 안 된다. 집에 돌아가서 즐거웠다고 느끼는 하루가 아니면, 소용 없는게 아닌가.
 모두들 나를 침착하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이렇게나 서투르지 않은가. 그런, 자기 자신의 일조차 지금은 왠지 웃겨서. 여기까지 와서 간신히 어깨의 힘이 빠진 모양이었다.
“에에, 어떻게 된 건가요?”
 유키 군은 당황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그럴게, 침울해 하고 있던 내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으니까.
“확실히, 놀러 온거니 즐기지 않으면 손해겠네요.”
“아, 예. 맞아요. 무리하지 말고, 저희의 페이스로 즐기죠.”
 우리의 페이스로. 그래, 무리할 필요도 엉뚱한 짓을 할 필요도 없는 거다. 물론 둘의 페이스는 다를 테니 서로가 서로를 잘 배려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건 남과 사귀기 위해서 당연히 필요한 것. 너무 분발하려 하지 말고, 자연스런 기분으로 접해 가면 문제는 없는 거다.
“예, 그렇지요. 정말로 지금까지, 미안……아.”
 손으로 입을 눌렀지만, 때는 늦었고.
“하하, 또 말해 버렸네요.”
“아우…….”
“그럼, 다음부턴 말할 때마다 페널티라는 걸로.”
“에, 에, 그건 어떤 건가요?”
“음ー, 그건 그 때까지 비밀이라는 걸로.”
“에에에?”
 말하면서.

 나와 유키 군은 정말 자연스럽게 마주 웃고 있던 거였다.




 
네 번째에 계속
~가운데 말~
 데이트 편입니다. 여전히 시마코 양은 이런 캐릭터인 걸까 고민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역자의 말:
 오랜만의 시마코 편입니다. 너무 다른 편들에 외도를 많이 해서 죄송합니다. (OTL)
 한동안은 다른 마리미테 SS들을 번역할 차례엔 다 시마코 편을 번역해 나갈 생각입니다. 다른 편들의 번역은 시마코 편을 끝까지 번역한 뒤라는 걸로.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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