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8
데구르르…
은은하게 빛나는 덩어리가 굴러가 조그마한 돌탑에 툭 닿고는, 곧 낮게 떠서 흔들거리며 날아왔다. 아린은 그것을 잡더니 다시 바닥에 굴렸고, 그렇게 또 미끄러지듯 굴러간 영 덩어리는 이번엔 커다란 독에 닿고는 다시 날아왔다. 그리고 다시 아린에게 돌아올 때쯤, 그것은 이제 공 취급당하는 건 질렸다는 듯, 마치 투덜거리는 것처럼 그 빛이 연해졌다 진해지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덩어리에 흙이라도 묻었는지 살펴보고는 그대로 품에 안고서 마당에 앉는 아린. “심심햐.” 소녀가 중얼거렸다.
“언니얘도, 서야도, 다른 사람들도 다 자고, 맨날 나만 이렇게 깨서 심심햐.”
그리고는 안고 있던 덩어리를 두 손으로 들고 물어보는 그녀.
“너 친구들 데려오면 안디야? 나 심심햐.”
이에 영 덩어리는 푸른빛이 천천히 연해졌다. 꼭 사람이 한숨을 쉬는 것만 같은 느낌이 아린에게 전해졌고, 한편 이런 동반자에게 리니아는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하다 한마디 했다.
[청소라도 좀 하고 있으면 안 돼?]
“귀찮야.”
아린은 다리를 쭉 뻗은 채 발을 꼼지락거렸다.
“차피 오라부이 아님 어무얘가 치울 거잖야.”
[너도 좀 거들어야지. 이제 곧 성인으로 인정받는데 조금이라도 어른스럽게 살 생각은 없는 거니?]
“으야,”
아린이 다리를 툭 내렸다.
“어른은 어른이지 뭐 꼭 달라지거나 할 게 있으얘? 난 모르겠으야.”
이번엔 다리로 장난을 치는 아린을 보며 리니아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잠잠해진 그녀를 두고 소녀가 다시 영 덩어리를 안고서 턱을 괴었다. 그리고는 그 상태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눈이 감기려는 아린. 리니아는 얘 또 이러다 자겠다 싶어 곧 몸을 일으켜줄 준비를 하는데, 그녀가 슬슬 앞으로 나오려는 순간,
푸드득–
갑자기 웬 날갯짓 소리가 들리자 “야?” 반쯤 감겼던 눈이 번쩍 떠진 아린은 고개를 들었다. 열 마리는 되어 보이는 산새들이 그리 멀지 않은 산 한복판에서 날아오르고 있었다. 동그라진 아린의 눈이 그쪽을 빤히 쳐다보자, 곧 몇몇 나무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뭔 일이얘?”
확실히 조금만 올라가면 될 정도로 가까운 지점이었다. 이 시간에 등산을 갈 사람은 없을 텐데? 아린도 리니아도 가만히 그쪽을 쳐다보고 있던 도중, 갑자기 그녀가 안고 있던 영 덩어리가 환해지자 아린은 “으얏!?” 눈을 찡그리며 그것을 놓고 말았다. 단순히 밝아졌을 뿐만 아니라 마치 소리를 지르는 듯했던 그것은 아린에게서 풀려나자마자 곧바로 날아오르더니 즉시 어디론가 향했다. “잠깐!” 아린의 말도 무시하고 날아가는 그것은 방금 소리가 났던 그 산 어딘가로 가는 듯 했다.
“왜 저러쟈?”
멍하니 그 덩어리를 바라보던 아린은 그것이 곧 시야에서 사라지려고 하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린!] 리니아가 그녀를 멈춰세우려 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시간에 나가면 안되잖아!]
“새삼스럽게… 밤에 돌아다닌게 한두번야?”
아린이 대꾸하고는 얼른 그것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게다가 저야 길 잃으면 어찌얘? 쟤랑 못 노는거 싫으야!”
한숨을 푹 내쉬었지만 별 수 없이 잠잠해진 리니아와 함께 아린은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흐으, 흐, 흐아,”
발 하나하나가 땅에 닿을 때마다 숨소리가 새어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소년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큰 소리를 냈다간 이렇게 도망치는게 별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발소리도, 숨소리도 도대체 어찌할 수가 없음은 분명했고, 곧 그가 어느 돌 위에 발을 딛은 순간,
쾅!!
“앗–”
깜짝 놀란 소년은 뒤를 돌아보았고, 다시 한 번 새하얗게 겁에 질리고 말았다. 웬만한 나무보다도 더 큰, 정말 비정상적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커다란 뱀 하나가 매서운 기세로 나무 하나를 쓰러뜨리며 그를 쫓아오고 있었다. 게다가 그 속도 또한 빨라서, 곧 소년을 따라잡기 직전 뱀이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드는 순간 그는 온 힘을 다해 옆으로 몸을 날려야 했다. 소년 대신 나무 하나를 물은 뱀이 그것을 콱 물자 그 단단한 나무가 박살이 나 버렸고, 이를 본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곧 다른 쪽으로 달려갔다.
잠시 뒤 뱀이 다시 소년을 쫓아왔고, 소년은 이번엔 오른쪽으로 몸을 던져 구르기까지 하면서 그것을 피했다. 이번엔 돌에 부딪혀서 뱀이 잠시 머리를 까딱거렸고, 이를 틈타 잽싸게 다른 곳으로 도망간 소년. 도대체 어디까지 온 것인지 나무들이 빽빽히 늘어서다가도 곧 틈이 넓어지곤 했다. 소년은 이를 악물고 정신없이 달리다가 곧 뒤를 돌아봤고, 지금까지 그 거대한 뱀을 볼 때마다 다시 겁에 질리려던 얼굴이 갑자기 굳어 버렸다.
“어?”
아무 것도 없었다. 저 괴물을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그것이 소년을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거의 한 번 해가 뜨고서 다시 밤이 되었을 정도로 계속 도망쳤는데, 갑자기 그것이 소년을 포기한 걸까? 소년은 정말 지치고 지쳤으면서도 계속 뛰던 다리가 서서히 멈춰가더니, 곧 제자리에 서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집요하게 쫓아오더니 이제서야 그만둔 건지, 정말 날을 새면서까지 그것을 쫓아오던 괴물이 없어지자 소년은 그제서야 조금 마음이 놓이는 듯,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곧 쓰러지듯 허리를 숙였다. 두 다리에 의지한 그의 입에서는 꺼지는 촛불 같은 숨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다시 시선을 움직여 보는 소년. 이번엔 자기가 대체 어디까지 온 건지 알려고 둘러보는 것이었으나, 하루를 넘게 이 산을, 그것도 대부분의 시간동안 뛰면서 쏘다녔는데 여기가 어딘지 알 리가 없었다. 애초에 이 산에 와본 적도 없고… 아니, 와본 적이 있다 하더라도 도저히 기억나지가 않는 상황에 웬 커다란 동물에 쫓겨서 난리를 치기까지 했으니, 지금 소년의 앞길은 막막함을 넘어 차라리 처음에 있던 곳에 틀어박혀 있느니만 못했다.
일단 지쳤긴 하지만 다리를 움직여 보는 그였다. 지금 여기 서있는 것보다야 어디로든 가는 게 낫겠지 싶었기에 곧 천천히 움직이는 그였고, 행여나 또 뭐가 쫓아올까 여러 소리에 귀를 기울여가며 천천히 발을 내딛고, 또 한 발을 앞으로 뻗었다.
이 산에는 달빛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아예 어두운 건 아니었지만, 평소에 달빛이 아무런 숨김없이 쏟아지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였기에 마치 야맹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너무나 어둡게 보였다. 그나마 주변에 뭐가 있는지를 분간할 정도는 된다고 할까.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 다른 무언가 같기도 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고, 일단 어디든 가야 했다. 소년은 한 발씩 천천히 움직이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무들이 늘어선 중에 단단한 바위들이 이따금씩 길을 막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소년은 잠깐 돌아서 가거나 뛰어넘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어쨌든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건 확실했기에 더 발을 조심해야 했다. 이렇게 천천히 움직이는 그의 주위에서 작은 동물들과 벌레들이 기어다니며 제각기 파놓은 굴 속으로 들어가는 등, 바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다 곧 제법 높아보이는 바위의 끝에 다다랐을 즈음 그 아래를 내려다본 소년은 돌아서 내려가기 위해 일단 뒤돌아서는데,
“응?”
그만 소년은 저 앞 캄캄한 곳에서 보이는 무언가와 마주치고 말았다. “흐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거대한 뱀이 다시 한 번 그에게 달려들었고, 그동안 숨어있던 건지 갑자기 나타난 그것을 피하려다 소년은 그만 발을 헛디뎠다. 그는 미처 소리를 지르지도 못한 채 저 아래로 굴러떨어져야만 했고, 그렇게 흙과 풀이 뒤죽박죽이 된 꼴로 굴러가던 그는 곧 나무 하나에 부딪혀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눈이 번쩍 뜨였다. “어흑!” 참지 못하고 비명이 새어나온 그였다. 그리고 이런 소년의 앞에 다시 나타난 뱀.
“아파… 힘들어…”
이제 몸을 일으키기도 버거워서 중얼거리기만 하는 소년을 뱀이 조용히 노려보고 있었다. 곧 혀를 날름거리더니 그것이 이제 끝났다는 듯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순간, 갑자기 저쪽에서 무언가 환하게 빛이 나자 뱀도 소년도 그쪽을 바라봤다. 웬 동그란 무언가가 떠다니는 전등처럼 밝은 푸른빛을 내며 재빨리 날아오고 있었다. “으응?” 그것은 이제 잡아먹히기 직전의 소년 앞에 나타나 강하게 번쩍였고, 소년은 놀라서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곧,
“흐야앗!”
저쪽에서 소리를 지르는 게 들리더니만, 누군가가 자신보다 훨씬 커다란 뱀의 머리를 주먹으로 쳐내는 것을 소년은 보았다. 뱀은 그대로 몸의 절반이 구부러졌고, 소년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나타난 은인을 휘둥그레진 눈으로 쳐다봤다. 소년과 비슷한 키 정도 되어보이는 둥글둥글한 얼굴의 여자가 자신이 기습한 뱀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으야아… 뭔 뱜이 저리 크얘? 저거 아마 사령 씌인 것 같으야.”
[그 말은 사령들이 이 마을 근처에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거겠지?]
아린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답한 리니아 또한 뱀을 유심히 보더니 곧 결론을 내렸다.
[저 사령들, 절대 살려보내지 마.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아.]
[사령'들'? 으야야…]
아린이 동의하자마자 커다란 뱀이 몸을 몇 번 비틀더니 아린을 노려보았고, 몸을 추스리며 달려들 준비를 하더니 곧 소녀에게 돌진했다. 아린은 옆으로 몸을 날림과 동시에 발을 뻗었고, 곧 나무 하나를 짚고 튀어오름과 동시에 아까 그랬던 것처럼 손에 영을 모았다. “으얏!” 손바닥을 쭉 펴서 몸뚱이 한가운데를 치자 마치 점토가 눌리듯 그 부분이 움푹하게 파이더니, 곧 몸 전체가 구부러지면서 저만치 밀려나는 뱀. 그것은 화가 난 듯 꼬리를 이리저리 움직였고, 아린은 그 모습을 보며 다시 몸을 날릴 준비를 했다. 소년은 이런 그녀를 자신에게 날아온 영 덩어리와 함께 멍하니 지켜보았다.
[리냐, 저거 몇 마리 씌인 것 같으야?]
[다섯 정도. 저렇게 커진걸 보면 대충 그럴 거야.]
잠시 혼령과 대화를 나눈 아린은 이번엔 미리 두 손에 힘을 끌어모으기 시작했고, 천천히 똬리를 트는 뱀 옆으로 빙 둘러서 뛰어갔다. 이에 뱀은 꼬리와 머리를 동시에 움직였고, 꼬리는 바닥을 휩쓸어옴과 동시에 머리는 역시 입을 벌린 채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아린은 일단 자리에서 뛰어오르고는, 그대로 몸을 옆으로 돌리며 두 팔을 있는 힘껏 뻗었다. 이에 아린을 거의 입안에 넣을 뻔했던 뱀은 그대로 주둥이 위아래가 강한 충격과 함께 거의 직선에 가까울 정도로 심하게 벌어졌고, 그렇게 아린도 뱀의 머리도 동시에 떨어질 때 소녀는 발이 땅에 닿자마자 거의 무방비가 된 뱀의 입을 두고 두 손을 모았다.
소년은 아린이 단순히 손으로 쳐낼 때보다 더 집중하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을 보았다. 곧 아린의 손 안에서는 마치 소년에게 날아온 그것과도 비슷한, 하지만 마치 작은 소용돌이처럼 안으로부터 휘몰아치는 무언가가 생겨났고, 이어서 조금씩 커져가던 그것을 아린이 뱀의 벌어진 입 안으로 쏘아 넣자 그것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아린은 자신에게 날아온 꼬리를 펄쩍 뛰면서 피하면서 상황을 지켜봤다. 곧 뱀의 몸 전체가 감전되기라도 한 듯 발작을 일으켰고, 이어서 무언가 웅웅거리는 소리와 기운이 퍼져 나오더니 곧, 언제 봐도 새까맣고 기분나쁜 사령들이 뱀의 입에서부터 빠르게 기어나왔다. 두 마리. 아린은 그것들을 놓치지 않고 영을 불어넣은 손으로 할퀴듯이 가격했고, 이에 한 마리가 쩍 갈라지며 마치 잘려나간 지렁이처럼 제자리에서 마구 꿈틀거리더니 곧 허공으로 증발하듯 사라졌다. 다른 한 마리도 아린이 발로 차서 처리했을 때 턱이 나간 그 뱀의 커다랗던 몸집은 역으로 자라는 마냥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곧 저 뒤 나무의 두 배 크기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뱀은커녕 사람보다도 훨씬 더 큰 그것을 보며, 아린은 다시 손에 힘을 줬으나 왠지 어딘가 텅 빈 느낌만이 이어지자 “야?” 아차 싶어서 저쪽의 영 덩어리를 쳐다봤고, 그것은 곧 아린에게 날아왔다.
아린은 손을 내밀어 그 덩어리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아직 커다란 뱀의 꼬리가 날아와 둘을 매섭게 쳐냈고, 아린은 그대로 날아가 “으야야–” 흙 위에서 뒹굴었다. 파랗게 빛나던 덩어리도 돌에 부딪혀서는 이리저리 흔들렸고, 이를 본 소년은 놀라서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곧 다리에서 심한 통증을 느끼며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아, 아프야…”
제자리에서 일어서며 아린이 투덜댔다. 한편 저쪽에서 뱀은 간신히 벌어졌던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까딱거리더니 곧 빠른 속도로 아린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소녀는 곧 자리에서 일어섰고, 조금 짜증이 난 얼굴로 높이 뛰어올라 뱀의 머리를 피했다. “성가시긴.” 살짝 날카로워진 목소리를 내는 건 리니아. 그녀는 발이 뱀의 몸뚱아리에 닿자마자 있는 힘껏 차며 다시 뛰었고, 곧 자신을 향해 날아온 영 덩어리를 잡았다. 그것은 마치 수혈을 하듯 아린의 몸에 온기를 전해주었고, 마치 온 몸의 피가 맑아지는 듯 개운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이 몸을 채우자 리니아는 그것을 놓아줬다. 그리고 뱀이 다시 달려들기도 전에 뒤로 재주넘기를 하면서 힘이 들어간 두 발로 뱀의 턱을 위로 차냈고, 그렇게 붕 떠오른 머리가 떨어지기 전에 두 손으로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그대로 뱀의 머리 위에 떨어지면서 두 손을 쫙 편 채로 내리쳤다. 쿵 소리와 함께 뱀은 머리를 맞은 데 이어 그대로 밑의 바위 위에 내쳐져, 몸이 경련을 일으킴과 함께 그대로 축 늘어지고 말았다. [으야.] 곧 몸을 숙이며 착지한 뒤 일어서는 리니아에게 아린이 말했다.
[너무 심했으야. 뱜 잘못도 아닌데.]
[기절한 거야.]
그리고는 손을 뻗어 뱀의 입을 억지로 벌리는 순간, 사령 세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리니아를 밀쳐냈다. “앗–” 중심을 잃고 주저않은 그녀였으나 곧 마지막에 나가는 하나를 아까 아린이 했던 것처럼 할퀴더니, 곧 손을 모아 동반자보다 더 빠르게 영을 모아 도망가는 둘에게 쏘았다. 이번엔 공이 아닌, 마치 칼날을 연상케 하듯 날카로운 형태로 날아간 그것은 그대로 사령 둘을 뚫어 버렸고, 이에 마지막 두 마리도 곧 미친 듯이 꿈틀대더니 사라져 버렸다. “흐야,” 이제 끝났다 싶어 자리를 넘겨준 리니아의 뒤로 아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곧 뒤를 돌아보자 기절했던 뱀은 어느새 그녀의 팔뚝만 한 크기, 이제 정상이라고 할 만한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