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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mate


073


영결식은 무산되었다.


“분명,"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기운에 아수라장이 된 벌판을 정리하고, 사람들이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갔을 때 다만 네 명만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들을 '몽마'라고 했었지? 일종의 요원들이라고."


“네."


란의 물음에 대답하는 엔시나.


“영을 직접적으로 쓰지는 못하지만, 최소한의 은신 정도는 할 수 있는 이들이예요. 물론 그 외에도 많이 단련되었고."


자신을 바라보는 란, 카일과 유에게 말해주는 제이미의 혼령. 이런 그녀의 옆에는 언제나처럼 이 방에 있었던 영 덩어리가, 오늘따라 조금 시끄럽게 웅웅거리며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유의 말로는 아까의 그것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렇게 말하는 신령 또한 지금 자신의 기운을 차분히 다스리려 노력하는 모습이 잠깐잠깐 보였다. “미안하구나." 그리고 이를 제이미와 다른 이들이 의식했음을 알고 말하는 유.


“아까 그 사고가 생각보다 강했어. 곧 나아지겠지만… 어쨌든 계속 얘기하거라."


“네에,"


엔시나는 잠시 신령을 바라보다가 곧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인간계에 그 요원들이 얼마나 있는지 아직은 몰라요. 하지만 저분들 말로는 스무 명도 넘었다고 하니, 총원은 그의 몇 배는 되겠죠."


“그 몽마라는 녀석들 수는 둘째치고,"


카일이 끼어들었다.


“분명 영을 직접적으로 쓰진 못하는 거잖아? 사실상 그냥 인간과 다를 게 없을 텐데, 어떻게 여기로 건너왔다는 거야?"


“바로 그걸 모르겠다는 거야, 카일."


고개를 젓는 엔시나.


“지금까지 인간계를 수시로 감시하고 알아봤지만, 그들이 중간계를 통과할 방법을 알아내기는커녕, 중간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것 같았으니까. 나도 지금 너무 갑작스러워서 저들이 뭘 한 건지 짐작을 못 하겠어."


[으응?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그 중간계라는 건 또 뭐야? 전에 조금 들어본 것 같긴 하지만…]


한편 이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제이미가 끼어들었고, 엔시나는 그녀에게 곧바로 정보를 전해주었다.


혼령계와 인간계 말고도, 다른 곳이 하나 더 있긴 하다. 단, 혼령계와 인간계 사이를 넘나드는 그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접근도 할 수 없고, 다만 두 세계를 오갈 때 잠깐 그곳을 거쳐 가기는 하는 정도. 그 외에는 저 세계가 왜 있는 건지 아직 모르는 게 많지만, 일단 그곳에 있는 무언가가 혼령계와 인간계 사이의 벽이 되어주고 있음은 확실하다. [흐응,]


제이미는 엔시나의 안에서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런 게 있구나. 그럼 중간계가 있는 이상 그냥 사람은 여기로 올 수 없다는 거지?]


[그렇지.]


엔시나가 대답하고는 다시 바깥 대화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뭐야, 그럼 간단하네. 그 중간계라는 곳에 뭔가 문제가 생겼으니까 저쪽에서 건너오는 거 아냐?]


“어?"


순간 흠칫한 엔시나. 평소의 침착하고 가지런한 얼굴이 동그란 눈과 함께 굳어 버렸다.


“왜 그러느냐?"


그녀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멍하니 있자 유가 물었다.


“제이미가 뭐라도 말했느냐?"


“네, 네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혼령은 내가 왜 그 생각은 못 했을까 하는 얼굴로 말했다.


“그저 추측이지만, 중간계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그렇지 않겠냐고 해서요. 인간들이 한 짓이든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든요."


그리고 이때 제이미는 그녀의 생각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그동안 저 세계의 문명에 익숙해진 나머지, 엔시나도 중간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보단 인간계 쪽에서(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듯) 또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명하거나 했을 거라는 쪽으로 생각이 쏠려 있었기에. 그런데 정작 그 인간계의 인간이 자기가 했어야 할 소리를 한다니, 조금 자조하는 것을 제이미가 보며 흐응, 눈을 깜박이자 혼령은 얼른 자신의 생각을 가렸다. “그래," 신령이 긍정했다.


“그 생각을 안 하진 않았지만 어지간해선 그럴 일이 없어서 관뒀지. 하지만 그게 맞다고 해도 인간들이 무슨 수로 중간계에 손을 댔는지, 아니면 그곳에 어떤 사고가 있었던 걸 알아냈는지 아무도 모르지 않느냐?"


“애초에 그 문제는,"


카일이 입을 열었다. 사실 그의 얼굴을 보아하니 자신도 중간계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못한 듯했지만.


“조금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말로 논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직접 알아보거나 하지 않는 이상…"


그러면서 입맛을 쩝 다시는 그를 보며, 란이 눈을 깜박였다. “그 말은," 그가 말했다.


“지금 인간계로 건너가서 알아봐야 한다는 건가?"


[어?]


“솔직히 그거밖에 더 있겠습니까. 지금 여기서 한참을 얘기해 봐야 가서 직접 보느니만 못한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저기서 여기로 그 요원들을 보낼 정도면, 우리 쪽에서 건너가는 것에도 대비했다는 뜻일 텐데. 설령 사람들을 보낸다 해도 이미 경험이 있는 너와 엔시나 외에는 보내기가 힘들 거다."


[뭐라고? 잠깐,]


“그거라면 엔시나가 기억을 주지 않았습니까? 그걸 받아서 간다면…"


“아니, 아직 나도 다 못 봤다. 그 기억을 정제하려면 아직 많이 걸릴 것이야."


유가 부정하고는 자신의 옆에서 움직이던 영 덩어리를 바라보더니, 살짝 기운을 뻗어 그것을 멈췄다. “적어도," 신령의 조용한 명령에 잠시 허공에 멈춰 은은한 빛을 발하는 그것을 어루만지며 유가 말했다.


“두 달은 계속해야겠지. 하지만 그때까지 인간계에서 뭘 하든 기다릴 수만은 없을 것이다. 원인이 중간계이든 뭐든, 그들이 무언가를 한 건 확실하니까."


그리고는 다시 영을 놓아주자 그 덩어리는 잠시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더니, 곧 방의 한쪽으로 날아가서는 탁자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마치 반딧불이가 잠시 쉬려고 풀잎에 앉아 날개를 접는 것 같았다. 이를 지켜보고는 카일과 엔시나에게 고개를 돌리는 신령.


“그럼 카일, 엔시나, 너희 둘에게는 미안하게 됐지만, 다시 한 번 인간계로 가볼 수 있겠느냐? 아무래도 이전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일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아니, 잠깐, 잠깐,]


“가겠습니다."


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진도 인간계를 한 번 더 보고 싶어 하더군요. 저들이 뭘 했는지만 알아내고 빨리 오면 되니까,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래. 너는 어떻느냐, 엔시나?"


“저는–"


[아니, 잠깐만!!]


갑자기 제이미가 소리를 지르며 치고 나오자, 엔시나가 잠시 비틀거리더니 곧 그녀의 얼굴이며 눈빛이며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내 말은 무시하고 뭔 소리들이야! 지금 나더러 거길 다시 가라는 거야!? 어!?"


“으응?"


아무것도 모르는 란이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네가 살아오던 세상이니 잠깐 갔다 와도 문제는–"


“당연히 있지!"


제이미가 으르렁거렸다.


“난 거기 다시는 가기 싫다고. 알아들어? 난 안 가. 절대 안 가!"


"……"


모두가 조용해졌다. 엔시나 또한 제이미를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볼 뿐, 뭐라고 섣불리 말을 꺼내진 못했다. 카일과 이진은 서로 쟤 왜 저러냐며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란은 어느새 마르한이 나와서 입술만 살짝 깨물고 있었다. 신령은 제이미의 단호한 얼굴을 가만히 마주하더니, 곧 그녀의 금빛 머리카락을 보았다. 아직 어깨를 넘지 못하는 그녀의 머리. 이를 가만히 보던 신령은 어느새 다시 제멋대로 퍼지려는 자신의 기운을 진정시키고 말했다.


“어찌 되었든 네 입장을 무시할 순 없다, 제이미."


그녀의 말에는 약간의 한탄이 섞여 있었으나, 이는 제이미가 반대해서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건 혼령과 인간 둘 다 동의해야 움직일 수 있으니까. 너는 괜찮다고 했지, 카일, 이진. 그럼 일단 먼저 준비하고 있거라. 다만 혼자 보낼 수는 없으니 그래도 너와 함께할 만한 사람을 붙이겠다."


“네."


카일이 끄덕이고는 이진과 자리를 바꿨다. “신령님," 그가 말했다.


“그런데 그… 솔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오늘 그게 앞으로도 더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그저 제 생각이지만 앞으로는 단순히 뭐가 날아가는 정도로 끝날 것 같진 않아서요."


“당연하지."


그리고 다시 한 번 깊게 한탄을 흘려보내는 신령이었다.


“하지만 그건 일단 생각을 좀 더 해봐야겠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거라. 너도 오늘은 쉬고."


란에게도 덧붙인 뒤 먼저 일어나는 신령. 그리고 셋이 가만히 지켜보는 중에 스르르 방에서 나가자, 그다음으로 이진이, 다음은 제이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란도 인사해줬으나, 제이미는 아무 말도, 아무 표정도 없이 그냥 방에서 나가 버렸다.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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