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히카루와 하치만이 친구가 아닐 무렵


원작 | ,

히카루와 하치만이 친구가 아닐 무렵~아오이 (6)


<5장. 마침내, 히키가야 하치만은 확인한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나는 학교 매점에서 빵을 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빵을 사서 요 며칠 동안의 탐색 끝에 점찍어 둔 베스트 플레이스에 가서 먹자.

  복도를 걷는데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왠지 여자들이 많이 모여 한두 명씩 울면서 벽에 붙은 커다란 종이에 글귀를 쓰고 있다. 뭔가 하고 곁눈질로 살펴보았다.

  ‘미카도 히카루 님에게 보내는 말.

  정말 좋아했어요.

  절대 잊지 않을게요.

  사랑했어요. 천국에서 잘 지내세요.’

  죽은 사람을 추도하는 글귀를 쓰기 위한 게시판을 마련해놓는 것은 흔한 일이다. 지금 저 종이가 그 역할을 하고 있나 보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춰 섰다. 지금 추모를 받고 있는 본인이 내 주변에 떠다니고 있으니 뭔가 오묘한 기분이 들었달까,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딱히 미카도를 배려해서 멈춰선 것은 아니다. 절대 아니다. 중요하니까 강조한다.

  미카도는 여자애들의 몸을 통과하여 자신에게 바치는 메시지들을 살폈다.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또 실감하게 되겠지. 그도 조금은 우울하리라. 그래도 그나마 슬퍼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게 위로가 되려나. 나중에 조금은 위로를 해주어야겠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도 무색하게 미카도는 주변의 울고 있는 여자애를 바라보더니 헛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새파란 수레국화 같은 너, 기운을 내. 수레국화의 꽃말을 ‘행복’이야. 평소에 너는 밝은 아이였겠지?”

  그러면서 게시판 주변의 여자애들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고는 했다. 그래 봤자 미카도의 몸이 여자애들의 몸을 통과하기 때문에 의미는 없었지만.

  나는 내 걱정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냥 갈 길이나 가기로 했다. 미카도를 여자애들로부터 떼어 놓으려면 이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아, 잠깐, 히키가야! 난 이 아이들을 더 위로해줘야 한단 말야!”

  나에게 끌려오면서 미카도가 항의했다. 알 게 뭐냐. 네가 위로해줘봤자 누가 안다고 그래?

  미카도 때문에 시간을 낭비해버려서, 매점에 왔을 때 먹을 만한 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아, 딱 하나 있다. 저기 저 고로케 빵! 나는 빵을 남겨준 신에게 감사하며 손을 뻗었다. 그러나 나와 거의 동시에 빵을 잡는 손이 있었다. 누구야?

  “아.”

  나는 무심코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내가 노린 빵을 잡은 또 하나의 손은 내 옆자리의 여자였다. 시키부라고 했었나? 그녀의 눈은 빵에 대한 집념으로 빛나고 있었다. 뭔가 으르렁거리며 나를 노려본다.

  그것을 보고 나는 내 좌우명 ‘밀어서 안 되면 포기하라’에 맞게 손을 놓았다. 이번에는 내가 양보하자. 저 여자 너무 무서우니까 얽히고 싶지 않다. 이런, 결국 세상에는 신도 부처도 없단 말인가. 내가 망연해 있는데 내 속도 모르고 미카도가 뒤에서 나를 칭찬한다.

  “히키가야, 신사적이다. 남자라면 여자애한테 어느 정도는 양보할 줄 알아야지.”

  그렇다. 나는 신사였던 것이다. 십수 년 동안 살아오면서 반강제로 해 와야 했던 양보들이 나를 신사로 만들어주었다. 그걸 이제야 깨닫는군.

  시키부는 빵을 얻자마자 내게서 관심이 사라진 듯하다. 만족스러운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계산을 하고 매점을 바로 나가버렸다. 빵을 하나 놓친 나는 다시 한 번 남아 있는 것들을 둘러본다. 먹을 만한 게 없다. 어쩔 수 없다. 오늘 점심은 음료수로 때우자. 나는 맥스커피를 두 캔 집어 들었다. 옆에서 미카도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걸 두 캔이나 먹게?”

  그걸 말이라고 하냐, 미카도? 무릇 치바 현민이라면 맥스커피를 마셔야지. 씁쓸한 인생에 달콤함을 선사한다고. 내가 인생에서 느낀 단맛은 십중팔구 맥스커피에서 비롯된 거였다니까?

  나는 재빨리 내가 찾은 베스트 플레이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적당하게 나무 그늘이 졌고, 정면에는 테니스 코트가 보인다. 선선한 바람도 불어온다. 여기서 바람을 쐬며 커피를 마시는 것은 나름 풍류가 있다. 무엇보다 여기는 인적이 드물다. 즉, 혼자서 점심을 먹는다고 비참해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외톨이의 <가깝고도 가까운 ​이​상​향​-​아​발​론>​이​다​.​ 또, 여기에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마음껏 미카도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 나는 미카도에게 말을 걸었다.

  “미카도.”

  “응?”

  “사오토메 선배는 미술부라고 했지? 그런데 나는 미술부 부실이 어딘지 몰라. 나중에 안내해줄 수 있겠냐?”

  “어, 알았어.”

  미카도는 시원하게 대답했다. 바람이 분다. 시원하군. 앞으로도 자주 여기에서 점심을 먹어야겠다.

  ......그래도 맥스커피만으로는 역시 배가 고팠고, 오후 수업도 제대로 못 듣고 말았습니다.

**

  방과 후, 나는 미카도의 안내에 따라 미술부 부실을 찾아왔다. 미카도가 어제부터 여러 번 했던 말을 다시 했다.

  “분명, 아오이 누나는 여기에 있을 거야!”

  미카도의 확신에 찬 태도에 이끌려 일단 와보기는 했지만 사실 나는 조금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나는 그 의문을 입으로 옮겼다.

  “정혼자인 네가 죽었는데도 부활동에 나온다고? 내가 부활동을 해본 적은 없지만 보통 그런 상황이면 부활동을 쉬지 않냐? 설령 본인이 괜찮다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쉬라고 할 텐데?”

  그러자 미카도가 쓴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아오이 누나는 괜찮지 않을 때도 괜찮다고, 괜찮다고 고집을 부려. 그럴 때는 주변 사람들도 아오이 누나의 고집을 꺾을 수 없지. 분명 이 안에 있을 거야.”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확인을 해봐야겠지. 어찌 됐든 사오토메 선배를 만나 확인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 나는 부실 문을 노크했다.

  “실례합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게 인사를 하고 문을 연다. 부실 안에는 세 사람밖에 없었다. 그 중 두 사람이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말했다.

  “뎌, 저기, 사오토메 아오이 선배 있나요? 뭔가 여쭤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만.”

  젠장, 혀가 꼬였잖아. 그래도 어떻게든 수습하고 내 할 말을 다 했으니 다행인가? 나를 쳐다보던 두 사람의 눈이 다른 한 사람 쪽으로 향한다. 미카도가 나에게 말했다.

  “저기 있어. 아오이 누나야.”

  캔버스 앞에 앉아 붓을 들고 있는 채로 멍하니 있는 여자애가 한 명 있었다. 아담한 체구에 검은 생머리는 허리까지 온다. 얼굴도 기품 있게 생겼다. 미카도가 그렇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할 만큼 예쁘게 생긴 사람이긴 하다. 하지만 그런 것은 지금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분명, 저 얼굴은 분명......

  어제 깽판 치던 사람이잖아!

  나는 무심코 미카도를 바라보았다. 어이, 네 정혼자라며? 그런 사람이 장례식에서 너를 매도하냐? 내 항의의 눈빛을 받고도 미카도는 사랑스러운 것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사오토메 선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내가 그러고 있는 사이 사오토메 선배가 나를 보고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응? 그런데 방금 뭔가 놀란 표정을 지은 것 같은데? 왜 그랬지?

  어찌 됐든 나는 이 사람에게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내가 입을 열었다.

  “저기, 미카도 일로 좀 ​여​쭈​.​.​.​.​.​.​.​”​

  “듣기 싫어요.”

  “네?”

  “듣기 싫어요! 그 바람둥이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싫어요! 정말 최악이에요!”

  우와, 너무 흥분하시는 거 아닙니까? 너무 무섭잖아. 미카도, 너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죽고 나서 이런 취급을 받는 거야? 사오토메 선배는 나를 계속 쏘아붙였다.

  “애당초 남자랑은 이야기도 섞기 싫은데 무슨 일인가 하고 들었더니! 당장 사라지세요! 히카루에 대한 이야기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아요!”

  미카도의 부탁은 생각했던 것보다 해결하기 더 어려울 것 같다. 이제 어쩌지? 사오토메 선배는 이야기를 들을 생각도 하지 않는데 대체 어떻게 일을 진행해 나가야 할까.

  머릿속으로 다시 상황을 정리한다. 그리고 어떤 일이 더 우선인지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 여기서는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확인을 해야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행동할 뿐이다. 내 진심을 여기서 부딪칠 수밖에 없다. 내가 진심이 된다면 이런 상황쯤 가뿐하게 돌파할 수 있지!

  나는 나를 쏘아붙이는 사오토메 선배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무​ㅅ​.​.​.​.​.​.​!​”​

  사오토메 선배의 당황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말했다.

  “불쾌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게는 정말 중요한 일이라 확인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제발 잠깐이라도 이야기를 들어주실 수 없나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인다. 사오토메 선배와 미술부 두 명, 그리고 미카도의 시선이 느껴진다. 흥, 실컷 봐두라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 이거야. 괜히 지금까지 수없이 자존심이 박살나 온 게 아니라고. 이제 와서는 부서질 만한 자존심도 거의 없단 말이다.

  ​“​.​.​.​.​.​.​일​단​.​.​.​.​.​.​.​들​어​는​ 볼게요. 무엇을 확인한다는 말이죠?”

  사오토메 선배가 말했다. 아무리 고집이 센 사람이라도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사람을 내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지금은 보는 눈도 있지 않은가. 나는 내 작전이 먹혔음에 만족하고 사오토메 선배에게 물었다.

  “미카도가, 선배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거기에 ‘이것은 첫 번째 선물이고, 생일날 나머지 여섯 가지 선물을 주겠다’라고 했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사오토메 선배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이걸로 대충 대답은 알 수 있었다. 사오토메 선배는 오히려 나에게 되묻는다.

  “그걸, ​어​디​서​.​.​.​.​.​.​?​”​

  나는 그 말에 대답해주는 대신 혼잣말인 것처럼 말했다.

  “역시 그건 ​사​실​이​었​나​.​.​.​.​.​.​.​”​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오토메 선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확인을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나는 빠른 걸음으로 부실을 나갔다. 뒤에서 사오토메 선배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무시했다. 밖으로 나와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나를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는 미카도에게 말했다.

  “오늘은 이만 집에 돌아가자.”

**

  집에 돌아오니 아무도 없었다. 코마치는 오늘 늦나? 친구랑 어디 놀러간 거겠지. 나는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때까지 아무 말이 없던 미카도가 나를 보고 물었다.

  “왜, 끝까지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냥 돌아온 거야?”

  미카도로서는 궁금하겠지. 무릎까지 꿇어놓고서 고작 질문 하나만 하고 돌아왔으니까. 나는 그런 미카도에게 오늘 내가 그렇게 한 이유를 설명해주기로 했다. 내가 입을 열었다.

  “먼저, 너의 최우선 사항은 사오토메 선배에게 선물을 전하는 거지?”

  “응, 맞아.”

  “그럼, 나의 최우선 사항은 뭐였을 거 같아?”

  ​“​그​거​야​.​.​.​.​.​.​내​ 부탁을 들어줌으로써 나에게서 벗어나는 거?”

  “아니야. 내 최우선 사항은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었어.”

  내 말에 미카도는 순간 말문이 막힌 듯했다. 그래서 나는 말을 이어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나한테 말고는 아무도 보지 못하고 목소리도 듣지 못하는 유령이 있잖아. 내가 이런 말을 남에게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뻔하지. 정신병자 취급을 할 거야. 이렇게 생각해보면 내가 정신병에 걸려 환영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지. 나로서는 스스로가 정신병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일단 네가 진짜 미카도의 유령이라는 것을 전제로 행동했지만 그래도 마음속 한구석에 계속 그 가능성이 떠오르더군. 그래서 이번에 확인을 해본 거야.”

  ​“​.​.​.​.​.​.​확​인​.​.​.​.​.​.​이​라​니​?​”​

  미카도의 질문에 내가 대답했다.

  “만약 네가 내 정신병에 의한 환영이라면 네 언행은 모두 내 머릿속에서 비롯된 것이 되지. 그렇다면 네가 말한 정보들은 모두 내가 원래 알고 있었던 정보가 되는 거야. 물론 어제부터 네가 말한 것 중에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많았어. 가령 사오토메 선배의 인적 사항 같은 거 말이지. 하지만 그것 또한 내가 상상으로 지어낸 것이거나 어쩌다 들었는데 잊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어. 그래서 오늘 나는 세 가지를 확인하려 했지. 첫째, 사오토메 아오이는 실존하는가. 둘째, 사오토메 아오이가 실존한다면, 그녀는 미카도 히카루와 관련이 있는가. 셋째, 그녀가 실존하고 미카도 히카루와 관련이 있다면, ‘일곱 가지 선물’에 대한 약속이 정말 두 사람 사이에 있었는가. 나는 오늘 안에 그것들을 어떻게든 확인할 생각이었지. 그걸 위해 무릎까지 꿇은 거다. 그만큼 그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야. 그렇게 해서 이상의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네가 한 말이 나에게 정말 새로운 정보를 주고 있다고 여길 수 있었고 내가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거다.”

  미카도가 나를 보더니 말했다.

  ​“​.​.​.​.​.​.​그​건​,​ 공감은 할 수 없지만 이해는 하겠어. 그런데, 그렇다면 왜 끝까지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않았어?”

  미카도는 아무래도 여자한테 거절당한 적이 거의 없다 보니 모르는 모양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어야겠지. 내가 말했다.

  “일단, 나 같은 사람이 직접 사오토메 선배한테 접근하면 본인과 주변 사람들에게 있어 나는 그저 수상한 사람이 되고 배제될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사오토메 선배에게 내가 가진 정보의 일부만 제공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면 여전히 나는 수상한 사람이지만, 사오토메 선배 쪽은 나를 내치지 않고 이야기를 캐물으려 하겠지. 그것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미카도를 노려봤다. 미카도가 내 눈빛에 움찔거린다.

  “무엇보다, 생각보다 너에 대한 사오토메 선배의 인식이 나쁘다는 점도 있어. 너의 바람기를 좋게 생각하지 않은 거 같은데, 그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두 사람만의 약속을 알고 있고 여섯 개의 선물을 대신 주겠다고 한다면 어떨까? 네가 다른 여자에게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다고 여기겠지. 그래서 이 이야기를 주워듣고 웬 놈이 자신을 놀리려고 수작을 부린다고 여길 거다.”

  내 말에 미카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생각도 못했냐? 조금은 양심이란 게 있어 봐라. 미카도가 말했다.

  “아, ​아​니​.​.​.​.​.​.​.​그​ ​정​도​까​지​는​.​.​.​.​.​.​.​”​

  미카도가 뭔가 변명을 하려 하지만 들을 가치도 없다. 내가 말을 끊었다.

  “하지만 사오토메 선배가 생각하기에도, 내가 무릎까지 꿇으면서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메리트가 없겠지. 그러니 자신을 놀리기 위해 하는 일일 거라고 단정 지을 수가 없어. 그래서 내가 계속 신경 쓰인 채로 있게 되겠지. 따라서 지속적으로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다. 즉, 내가 무릎을 꿇은 것은 그런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내 회심의 설명을 듣고 미카도가 감탄한 건지 어이가 없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우, 우와~, 히키가야, 참 대단하구나!”

  아마 순수한 칭찬은 아니겠지만 일단 좋게 받아들이자. 나는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음. 나는 내친 김에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방침도 말해주기로 했다.

  “미카도, 사오토메 선배가 너에 대해 가지는 인상은 지금 아주 나쁘다. 하지만 그 이면에 너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는 있지 않을까 생각돼. 애증(愛憎)이란 거겠지. 그렇기에 그 평가는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나는 미카도의 눈을 보며 물었다.

  “미카도,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냐?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 그게 바로 앞으로 우리의 작전이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작전 성공을 위해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엘 프사이 콩그루!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