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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루와 하치만이 친구가 아닐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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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루와 하치만이 친구가 아닐 무렵~아오이 (19)


<17장. 사오토메 아오이는 그 앞에 있는 것을 마주본다.>

  미카도의 안내를 통해 사오토메 선배의 집 앞까지 올 수 있었다. 지금 내 눈앞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궁궐 같은 집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역시 재벌인가. 스케일이 다르잖아…….”

  무심코 중얼거렸다. 미카도가 혼자 사는 집도 상당히 컸었지만 그때는 잘 사는구나 싶었다면 지금은 아예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이런 데 사는 사람을 도발해왔었단 말인가. 아, 그러고 보니 사이가 선배도 엄청난 집안의 따님이랬지? 뭐야, 내가 해온 일 알고 보니 사망 플래그였잖아. 생각보다, 사오토메 선배나 사이가 선배나 꽤 자비로운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전율하고 있는데 미카도가 나에게 물었다.

  “안에 안 들어가볼 거야?”

  “이런 데를 나 같은 서민이 어떻게 들어가겠냐. 앞을 서성거리기만 해도 수상하다고 쫓겨날걸?”

  내 대답에 미카도가 납득한 듯한 표정을 보이고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말했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냥 집 앞까지 오면 설득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설득은 고사하고 만나기도 힘들 거라고.”

  내가 구시렁거리고 있자 미카도가 내 옆에 내려와 내 어깨를 토닥이는 시늉을 했다. 아무 감촉이 안 느껴진다. 시각과 피부감각의 괴리에 기분이 나쁘다. 내가 꺼림칙함에 내 손으로 어깨를 터는 것을 보면서 미카도가 말했다.

  “그럼 하치만, 아오이 누나한테 전화해보자. 번호라면 알아.”

  “뭐……라고? 너 사오토메 선배의 전화번호 알고 있었냐?”

  나는 놀랐다. 그렇지 않은가? 핸드폰에 전화번호 저장 기능이 생긴 이래로 사람들은 자기 번호 외에 번호는 거의 기억하지 않는다. 나만 해도 외우는 전화번호는 나와 부모님, 코마치, 집 전화의 5개뿐이라고! 아니, 이건 그저 내 폰에 저장된 번호 자체가 적기 때문이지. 가족 외에는 아X존이나 맥X날드 정도만 저장되어 있으니 말이다. 뭔가 슬퍼진다.

  어찌 됐든 꽤 친한 사이라 해도 전화번호까지 완전히 외우고 있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내가 미카도를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자 미카도가 씨익 웃으며 자랑했다.

  “나는 여자 아이에 관한 거라면 기억력이 10배는 좋아져! 무엇보다 그 대상이 아오이 누나인걸. 당연히 기억하지!”

  호오, 이 녀석의 바람둥이 기질이 도움이 될 때도 있군. 아니, 잠깐만. 처음부터 번호를 알았다면, 여기에 오기 전에 먼저 전화부터 하는 게 나았잖아! 그걸 깨달은 나는 미카도에게 따졌다. 미카도가 딴 데를 보며 변명을 한다.

  “하하, 이건 뭐, 모처럼 하치만이 오자고 말해줬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전화를 해보자고 제안하는 걸 잊어버렸다고 할까 미뤄버렸다고 할까…….”

  젠장! 또 미카도에게 당한 건가. 나는 분했지만 일단 감정을 눌렀다. 나중에 두고 보자, 미카도. 품에서 폰을 꺼내고 미카도에게 말했다.

  “일단 번호나 가르쳐줘봐.”

  미카도에게 번호를 듣고 나서 폰에 그대로 입력한다. 화면을 들고 미카도에게 보여줬다.

  “이거 맞지?”

  내 물음에 미카도가 잠시 번호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누른다.

  착신음을 들으며 누군가 받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끝내 받지 않고 메시지 녹음으로 넘어가려 했다. 전화를 끊고 다시 걸었다. 마찬가지다.

  사오토메 선배는 전화가 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내가 전화한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을까? 아니면 전화가 오는 것도 모른 채 휴식을 취하고 있을까? 전화가 오는 것은 알지만 모르는 번호라서 받지 않는 것뿐일까? 온갖 물음이 내 머릿속을 휘저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다섯 번째로 전화를 걸었을 때, 마침내, 이어졌다.

  -……여, 여보세요?-

  분명 사오토메 선배의 목소리다. 내가 말했다.

  -히키가야 하치만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계속 말했다.

  -사오토메 선배가 오지 않아서 데리러 왔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배가 미카도의 선물을 확인할 마음이 있을 때의 얘기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선배가 그 선물을 확인하는 것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꼭 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지금부터 집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만약 절대로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전화해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내가 미카도를 보고 말했다.

  “이렇게 해도 괜찮겠지? 선물을 전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지만 결코 사오토메 선배에게 강요할 수는 없어.”

  미카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맞아. 아오이 누나가 억지로 선물을 받는 것은 나도 원하지 않아. 그리고 분명 괜찮아. 아오이 누나는 꼭 올 거야.”

  이 말을 끝으로 우리는 말없이 사오토메 선배를 기다렸다. 늦봄의 따가운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며 나를 괴롭혔지만 나는 사오토메 선배가 나오자마자 나를 발견할 수 있을 만한 자리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의 흐름에서 비껴난 것처럼 그저 기다리던 나에게 미카도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봐, 왔어! 아오이 누나가 왔어! 내 말이 맞지?”

  사오토메 선배는 새하얀 원피스에 샌들을 신고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으면서도 평소의 단아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고 그녀의 미모를 돋보이게 하는 옷차림이다. 그녀는 내 쪽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헷갈려하는 것 같은 표정이다. 나에게 말을 걸까 말까 머뭇거리고 있다. 뭐지? 그것을 본 미카도가 나에게 소근거렸다.

  “하치만, 선글라스 때문에 아오이 누나가 못 알아보잖아.”

  아 그런 건가. 나는 한 손으로 선글라스를 벗어 내 얼굴을 보여주며 말했다.

  “늦으셨네요, 사오토메 선배.”

  그때서야 나를 알아본 사오토메 선배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입술이 열리며 나에게 인사의 말을 건넨다.

  “아, 안녕하세요.”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답례하고는 말했다.

  “자, 빨리 가죠. 이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릅니다.”

  그러고 나는 바로 몸을 돌리고 전철역을 향해 걸어가려 했다. 그런데 뒤에서 사오토메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저기…….”

  “뭡니까?”

  내가 이렇게 물어보며 뒤를 돌아보니 사오토메 선배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저 옷 더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오토메 선배의 얼굴이 창피한 듯 붉어진다. 그녀가 말했다.

  “……다리에 힘이 빠졌어요.”

  참나, 손이 많이 가는 아가씨로군. 나는 사오토메 선배에게 손을 내밀었다. 사오토메 선배가 머뭇거리며 손을 마주잡자 나는 살짝 힘을 주어 그녀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부축하여 앞으로 걸어갔다. 손의 부드러운 감촉이라든가 몸이 살짝 닿았을 때의 간지러운 느낌 때문에 두근거렸었던 건 평생의 비밀이다.

  조금 걷다 보니 길가의 그늘진 곳에 놓여있는 벤치가 보였다. 나는 그녀를 이끌어 거기에 앉게 했다. 내가 말했다.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잠시 쉬세요.”

  “하치만, 이런 경우에는 공주님 안기를 해서 같이 가야 하는 거야!”

  옆에서 미카도가 내 조치가 마음에 안 든 듯 불만을 표한다. 나는 사오토메 선배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으며 두 사람 모두에게 들려주는 느낌으로 말했다.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 걸음을 강요하는 것은 잔혹하지만, 걸을 수 있는데 지쳐서 주저앉은 사람이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잔혹하다고 할 수 없죠. ……오늘 같은 날에 스스로 걸어간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오늘, 사오토메 선배는 스스로 걷는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볼 수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그걸 위한 다섯 개의 선물이다.

  미카도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사오토메 선배는 뭔가를 결심한 듯한 얼굴이 되었다.

  잠시 그렇게 앉아 있으니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났다. 클래식인 것 같은데 곡명은 모르겠다. 소리가 난 쪽을 보니 사오토메 선배가 자기 폰을 바라보고 있다. 전화를 받을지 말지를 망설이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다 크게 한 번 쉼호흡을 한 사오토메 선배가 전화를 받았다.

  “아사, 미안해. 적어도 오늘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줘. 나는 히카루가 남긴 것을 확인하러 갔다 올게. 너무 늦게 돌아오지는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응. 괜찮을 거야. 돌아갈 때쯤에 전화할게.”

  그렇게 말하며 사오토메 선배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말했다.

  “이제 걸을 수 있어요. 가요.”

**

  우리는 디스티니 랜드에 와 있었다. 전철을 타고 여기에 돌아오니 벌써 오후 3시 가까이 되어 있다. 사오토메 선배가 지갑을 안 가져오는 바람에 내가 대신 내 주어야 했다. 이번 달에는 라노벨 구매를 줄여야겠다.

  제일 먼저 타러 간 것은 스프레이드 마운틴이다. 시작부터 절규 코너다.

  “저, 무서운 놀이기구는 좀…….”

  자리에 앉아 안전 바를 걸친 상태로 불안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오토메 선배를 보며 내가 말했다.

  “걱정 마세요. 딱히 뭐 탄다고 죽는 것도 아니니까요. 요새 들어 여기서 사고가 났다는 기사는 못 들었고요. 설마 별 일 있겠어요?”

  “하치만, 그렇게 말하면 아오이 누나가 오히려 불안해할 것 같은데?”

  미카도의 말대로 사오토메 선배의 표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아, 죄송합니다. 내가 마음속으로 사과를 함과 동시에 놀이기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오토메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지는 않겠죠?”

  ……아마도요. 젠장, 나까지 불안해지네.

  “꺄악! 떨어져요! 떨어져요! 떨어져버릴 거예요~!”

  놀이기구가 속력을 내기 시작하자 사오토메 선배는 비명을 질렀다. 그만 하시죠? 저까지 무서워진단 말입니다!

**

  사오토메 선배는 또 다리에 힘이 풀린 모양이다. 다시 내가 손을 잡고 부축해주어야 했다.

  “다시는 저런 놀이기구는 안 탈 거예요!”

  그렇게 분통을 터뜨리는 사오토메 선배에게 내가 말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말했는데 나중에는 이런 것만 골라 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요.”

  사오토메 선배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흥 하고 얼굴을 돌렸다.

  나는 아까 놀이기구에 타려고 벗어둔 선글라스를 다시 얼굴에 걸쳤다. 주변의 이번에도 벤치에서 사오토메 선배를 쉬게 했다. 내가 사오토메 선배에게 말했다.

  “잠시 어디 좀 갔다오겠습니다.”

  “어, 저기…….”

  “금방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자리를 벗어났다.

**

  용무를 마치고 돌아오니 사오토메 선배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무언가를 내밀었다. 탑승구 근처에서 팔고 있는 사진이다. 타고 있는 동안의 모습이 찍혀 있다.

  나는 주머니에서 네임펜을 꺼냈다. 그리고 그 사진 속 사오토메 선배의 얼굴 근처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하는 김에 내 얼굴을 살짝 가려버리자. 그리고 거기에 이렇게 적었다.

  ‘깜짝 놀란 얼굴도 귀여운 17살의 아오이 누나.’

  참 오그라드는 문구다. 나는 글씨가 쓰인 사진을 내밀며 말했다.

  “세 번째 생일 선물입니다.”

  사오토메 선배는 사진을 받아들고는 얼굴이 살짝 붉어지더니 투정을 부렸다.

  “뭐, 뭐예요. 이런 사진, 표정도 이상하게 찍혔고, 창피해요.”

  “뭐, 저도 대체로 공감하지만, 이건 미카도가 생각한 선물이니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미카도를 바라보았다. 미카도가 사오토메 선배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아오이 누나의 놀란 표정은 정말 귀여워서 일부러 놀라게 하다가 화가 나게 한 적도 많았지. 나는 내가 좋아하던 아오이 누나의 표정을 아오이 누나 자신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

  그 말을 듣고 내가 말했다.

  “사오토메 선배에게 사오토메 선배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겠죠. 그게 단순한 심술인지 아닌지는 알아서 생각하시면 됩니다.”

  “너무해, 하치만! 내 말을 그대로 전해줘!”

  시끄러워. 그런 낯 뜨거운 말 그대로 전해주겠냐고.

  아, 맞다 하나 깜빡했군. 나는 사오토메 선배가 들고 있던 사진을 잠시 빼앗아들고 말했다.

  “하나 빼먹었군요.”

  그리고 다시 펜을 들어 아까 적은 문구 밑에 문구 하나를 추가했다.

  ‘생일 정말 축하해!’

  “됐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다시 사진을 사오토메 선배에게 넘겼다. 사오토메 선배는 그 사진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조금 눈물이 맺힌 것 같았다. 으음, 거북하다. 어차피 네 번째를 가져오려면 자리를 비워야 하니 지금 잽싸게 갔다 오자.

  “저, 잠시 손수건이라도 물에 적셔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달려갔다. 사오토메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

  자리에 돌아왔다. 사오토메 선배가 눈치 채지 못하게 뒤에서 접근한다. 천천히, 천천히 다가가 사오토메 선배의 지척에 섰을 때 나는 왼손의 적셔진 손수건을 사오토메 선배의 어깨 너머로 내밀었다. 그때서야 내가 왔다는 것을 눈치 챈 사오토메 선배가 손수건을 받아들면서 뒤를 돌아봤다.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두 번이나 내버려두고 어디론가 갔으니 당연하겠지. 나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선물’을 그녀의 얼굴 가까이 내밀었다. 이름 모를 꽃들이 섞여서 만들어진 예쁜 꽃다발이다. 미카도가 옆에서 이야기한다.

  “핑크색 거베라와 빨간 장미 꽃봉오리, 안개꽃이 조화를 이뤄. 정말 예쁘지 않아?”

  그래, 아주 예쁘다. 나는 속으로만 대답했다. 내가 사오토메 선배에게 말했다.

  “네 번째 선물입니다.”

  사오토메 선배는 그것을 보더니 살짝 웃으며 받아들며 말했다.

  “고마워요.”

  이제 좀 호의적인 반응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조금 보람이 생기는 기분도 들었다.

  저 꽃다발 안에는 엷은 핑크색 케이스가 숨어 있다. 그 안에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네 번째 선물이다. 사오토메 선배가 케이스를 발견하고 열자 펜던트가 있었다. 은색 사슬이 화려한 모양을 이루고, 그 끝에는 유백색의 문스톤이 박혀 있었다. 내가 펜던트를 바라보고 있는 사오토메 선배에게 말했다.

  “미카도가 미리 구해다가 여기의 꽃집에 맡겨놓은 겁니다.”

  “히카루가…….”

  “줘보세요.”

  나는 사오토메 선배에게 펜던트를 넘겨받았다. 펜던트의 고리를 열어 사오토메 선배의 목에 건다. 가까이 다가가니 사오토메 선배에게서 뭔지 모를 향기가 나서 정신이 흐릿해졌다. 게다가 나는 이런 장신구는 다뤄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뒷마무리를 하는 건지 계속 헤맸다. 그런데도 사오토메 선배는 앉아서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착한 사람이로군. 이제 슬슬 천사로 보일 지경이다.

  어떻게든 펜던트를 걸어주고 나서 나는 사오토메 선배의 앞에 서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말했다.

  “잘 어울리시네요.”

  사오토메 선배가 또 고맙다고 하는데 눈을 마주치기가 좀 그래서 눈을 돌렸다.

  이제 선물은 세 개가 남았다. 나는 사오토메 선배에게 말했다.

  “점심을 먹기에는 늦었고,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식사라도 하러 갈까요?”

**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로군. 나는 들어서자마자 그렇게 생각했다. 카운터에 가서 말했다.

  “여기 이분 이름으로 예약했습니다. 사오토메 아오이입니다.”

  옆에서 사오토메 선배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를 돌아보며 말해주었다.

  “미카도가 사오토메 선배 이름으로 예약을 해둔 겁니다.”

  나는 미카도의 지시에 따라 확인 절차를 거치고,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조금 기다리자 웨이터가 촛불이 켜진 조그만 케이크와 허니 밀크 한 잔을 가지고 왔다. 케이크에는 초가 두 개 꽂혀 있었는데 하나는 숫자 1, 하나는 7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것들이 탁자 위에 놓이자 내가 말했다.

  “다섯 번째 선물입니다.”

  사오토메 선배가 케이크를 바라보며 허니 밀크가 담긴 컵을 만지작거렸다.

  옆에 있던 미카도가 재촉하기 시작했다.

  “하치만, 촛불의 숫자 모양이 무너지기 전에 빨리 여섯 번째 부탁해!”

  어이,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나는 망설였다. 사실 여섯 번째 선물이야말로 나에게 있어 최악의 고비이다. 다른 선물도 정말 오그라들지만 이게 사람을 닭살 돋게 하는 데는 으뜸이다. 사람이 이렇게 많이 있는 데서 그 짓을 해야 한다니……괴롭다.

  내 표정이 구겨지자 사오토메 선배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나는 잠시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큭! 여섯 번째 선물, 갑니다!”

  히키가야 하치만, 갑니다! 나의 각오는 모빌 슈츠를 타고 전장에 나서는 파일럿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스런 아오이 누나, 생일 축하 합니다~. 우후~! 여러분 거 박수 좀 쳐주세요!”

  나는 사오토메 선배를 향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정신을 놓고 다른 사람에게 박수도 구걸했다. 주변 사람들이 재밌다는 듯이 박수를 쳐주었다. 어떤 사람은 서비스로 휘파람도 얹어주었다.

  그 갈채 속에서 사오토메 선배는 입김으로 촛불을 껐다. 둘 다 한꺼번에 꺼졌다.

  내가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사오토메 선배에게 말했다.

  “이런 식으로 미카도가 직접 노래해줄 계획이었죠. 그게 여섯 번째 선물입니다. 그래서 제가 상황만 맞춰서 대신 불러드린 겁니다.”

  박수의 한가운데에서 사오토메 선배는 생긋 웃었다. 순간 그 미소를 넋을 잃고 바라봤다. 그녀가 말했다.

  “고마워요. 이렇게 멋진 생일 축하 노래는 처음 들어봐요.”

  어라? 진짜 기뻐하잖아? 지금까지의 선물들이 모조리 다 사오토메 선배를 기뻐하게 만들고 있어! 나는 이것들이 이렇게 잘 먹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저 오글거린다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있는 것을 보니 미카도가 달라 보인다. 역시 미카도다. 희대의 바람둥이답게 사오토메 선배의 특성을 잘 파악했구만. 

  “다시는 이런 노래를 들을 일은 없을 겁니다. 저는 다시는 이런 상황에서 노래 안 할 테니, 희귀한 장면을 보신 거라고요.”

  효과가 있고 없고와는 상관없이, 나는 아직도 죽을 만큼 창피했다. 그래서 툴툴대며 이렇게 말했다. 사오토메 선배는 내 말을 듣고 쿡쿡 웃었다. 웃음소리가 그친 뒤, 사오토메 선배는 뭔가 생각난 듯 양손을 들어 손가락을 폈다 접었다 했다. 그러자 그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녀가 나를 보고 말했다.

  “이제 하나밖에 안 남았네요.”

  맞다. 이제 일곱 번째 단 하나만이 남았다. 그러면 이제 내가 미카도에게 부탁 받은 일이 끝나게 된다. 아무 접점도 없던 동급생 유령이나 미인 선배와 함께 돌아다니는 기묘한 시간이 이제 곧 끝난다. 지금 내 기분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속 시원한 걸까, 아쉬운 걸까.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다. 일곱 번째 선물은 나중에 주자. 나는 사오토메 선배에게 제안했다.

  “일곱 번째 선물은 준비 시간이 필요해서 지금은 드릴 수 없네요. 그러니 잠시 그냥 돌아다니며 시간을 죽여야 할 것 같습니다.”

  사오토메 선배가 내 말을 듣고 다시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죠.”

**

  사오토메 선배는 처음에는 겁먹어서 다리까지 풀렸으면서도 계속 절규계 머신을 타려고 했다. 뭔가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모양이다. 사오토메 선배는 빠르게 움직이고, 이리저리 뒤집히는 것을 보면 눈을 반짝이면서 ‘이번에는 이걸 타죠.’라면서 나를 재촉하였다. 그녀는 하나 탈 때마다 점점 더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았다. 이러다간 내가 먼저 지쳐서 나자빠질 것 같을 정도였다.

  미카도는 ‘한두 번은 괜찮았지만, 고속으로 이동하는 거 너무 무서워!’라고 불평을 했지만 그걸 사오토메 선배가 들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따지고 보면 가장 많이 절규하고 있는 것이 미카도였다.

  내 발바닥이 땅에 붙어 있는 것에 오히려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나는 서쪽 하늘에 저녁놀이 진 것을 보았다. 이제 곧 어두워질 것이다. 어두워지면 나는 마지막 선물을 전해야 한다. 그것을 알아 챈 것일까. 사오토메 선배는 이번에는 절규계 머신 대신에 관람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에는 저걸 타요.”

  우리는 말없이 관람차 위에 올라탔다. 이제 제법 많이 어두어둑해졌다. 여기서 내리면 바로 선물을 전해주러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사오토메 선배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히키가야 군 덕분에 정말 즐거운 생일을 보낼 수 있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사오토메 선배가 처음으로 나를 제대로 불러주었다.

  “하치만이 힘내준 덕분에 나도 즐거웠어. 고마워.”

  미카도도 나에게 말한다. 뭔가 낯간지럽다. 나는 두 사람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며 말했다.

  “그런 소리는 미카도한테나 하세요. 이런 계획을 짠 건 미카도입니다.”

  그렇게 말하자 미카도가 나를 놀려댔다.

  “의외로 하치만도 아오이 누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

  시끄러워! 나는 살짝 그 녀석을 노려봐줬다. 그러는 나에게 사오토메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에 히키가야 군이 히카루 얘기를 꺼냈을 때, 나는 히카루를 생각하기도 싫었어요. 그래서 심한 말을 퍼부었어요. 그런데도 당신은 내가 여자애들에게 끌려갔을 때 나를 도와줬어요. 또 한 번은 당신이 내 앞에서 히카루를 욕했어요. 나는 당신에게 온갖 물건을 던져댔죠. 그런데도 그런 나에게 당신은 히카루가 준비한 선물을 전해주었어요. 이제야 알겠네요.”

  사오토메 선배는 나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어서 말했다.

  “……그렇군요. 당신은 히카루의 친구였던 거로군요.”

  저기, 어째서 그렇게 되는 겁니까? 내가 순간 말을 못하고 있자 사오토메 선배는 혼자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옆에서 미카도가 내 옆구리를 찌르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아오이 누나한테는 그렇게 보이는 모양인데?”

  나는 그런 그들에게 부정하는 뜻을 전했다.

  “아뇨, 친구 아닌데요.”

  이렇게밖에 할 말이 없다. 나는 절대 미카도와 친구가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오토메 선배는 계속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히카루는 입학식 날, 당신이 강아지를 구한 것을 알고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었어요. 당신을 다시 볼 때마다 혹시 히카루와 친구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제야 확실히 알 것 같아요.”

  이 사람도 그걸 목격했었단 말인가. 처음 아는 사실이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내가 다시 대꾸했다.

  “저기, 친구 아니라니까요?”

  내 말을 듣고 사오토메 선배가 쿡쿡 웃으며 말했다.

  “히키가야 군은 그렇게 말하지만, 분명 히카루는 당신을 친구로 생각했을 거예요.”

  “맞아, 아오이 누나! 나는 하치만과 친구야!”

  미카도가 그 말에 큰 소리로 동의를 표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어두워진 놀이동산 안을 우리는 걸었다. 나는 미카도가 가르쳐준 장소로 향하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제처럼 오늘도 상당히 별이 많다. 그 별들을 보며 내가 말했다.

  “저는 미카도가 사실은 바보가 아닐까 생각했죠.”

  “응? 갑자기 왜 그래, 하치만?”

  “무슨 소리인가요?”

  미카도와 사오토메 선배 각각의 반응이 돌아오자 내가 이어서 말했다.

  “준비는 몇 달 전부터 했으면서 어떻게 오늘이 이렇게 맑을 거라고 확신했을까 싶어서요. 비라도 내렸으면 어쩌려고 그랬을까요?”

  만약 오늘 비라도 내렸다면 그 선물들로 미카도가 원하던 분위기를 내는 것은 불가능했으리라.

  “우~.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

  미카도가 인정하는 것을 듣고 내가 말했다.

  “그래서 더더욱 오늘이 별이 저렇게 많이 보일 정도로 밝아서 다행입니다.”

  나는 걸음을 멈춰 섰다. 미카도가 알려 준 장소는 여기다. 시간은 이제 1분 정도 남았다. 딱 맞춰 왔다. 내가 하늘을 가리키며 사오토메 선배에게 말했다.

  “별이 참 밝지 않습니까?”

  사오토메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다시 말했다.

  “미카도는 영문을 모를 소리를 하면서 나에게 일곱 번째 선물에 대해 말했습니다. 뭐라고 말했는지 상상이 되시나요?”

  사오토메 선배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저는, 모르겠어요.”

  “이렇게 말하던데요.”

  나는 한숨을 쉬고 최대한 미카도의 어조를 흉내 내며 말했다.

  ““아오이 누나를 위해, 하늘에서 별을 떨어뜨리는 방법을 알아냈어!””

  그런 내 목소리 위에 미카도의 목소리도 겹쳤다.

  잠시 뒤, 바닥에서부터 공중으로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물에 의해 별빛이 이리저리 흩어져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오토메 선배가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중얼거렸다.

  “별이……!”

  그 광경은 어떻게 보면 별들이 떨어져 내리는 것으로도 보였다. 아마 사오토메 선배도 그렇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나는 사오토메 선배의 모습을 보며 이전에 미술부실에서 미카도가 사오토메 선배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기, 아오이 누나, 혹시, 만약에, 아주 만약에라도, 내 목소리가 들린다면, 손가락을 입술에 대서 신호를 보내줘.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야. 아오이 누나, 내 목소리가 들린다면…….-

  손가락을 입술에 대는 일은 미카도 생전에 두 사람 사이의 신호 같은 게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사오토메 선배의 저 반응은 분명…….

  전해진 모양이구나, 미카도.

  나는 미카도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런 사오토메 선배를 기쁜 듯도 하고 슬픈 듯도 한 미소를 띠며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사오토메 선배에게 말했다.

  “이것이 바로 마지막, 일곱 번째 선물입니다.”

  내 목소리가 사오토메 선배에게 닿았을까? 모르겠다. 그녀는 눈을 떼지 않고 미카도가 준비했던 광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물줄기가 그칠 때까지 쭉 보고 있었다.

  물줄기가 그치고 나서, 사오토메 선배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어깨가 살짝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갑자기 나를 부르며 말했다.

  “히키가야 군, 제 얘기 좀 들어주실래요?”

  내가 말했다.

  “뭐, 들어드리지요.”

  그러자 사오토메 선배가 나한테 말했다.

  “저, 사실은 ​히​카​루​를​…​…​히​카​루​를​ 정말 좋아했어요! 언제나 함께 있고 싶었어요! 나중에 히카루의 신부가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히카루가 나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는 편지를 읽었을 때 정말 기뻤어요! 히카루가 죽었다는 얘길 들었을 때, 온 세상이 무너질 듯이 슬펐어요!”

  “그랬습니까.”

  미카도, 사오토메 선배는 그렇게나 너를 좋아한 모양이야.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에게 사랑받다니, 넌 정말 복 받은 놈이다. 미카도 쪽을 보니 미카도는 따뜻한 눈빛으로 사오토메 선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오토메 선배가 다시 나에게 말했다.

  “히키가야 군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내가 히카루를 생각했던 것처럼, 히카루는 나를 생각했을까요?”

  내가 대답했다.

  “글쎄요, 분명 생각하기는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그 녀석 나름대로의 방식이었겠죠. 그래서 다른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아닐까요?”

  사오토메 선배가 얼굴을 들었다.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혀 있다. 사오토메 선배는 나를 바라보며 투정을 했다.

  “뭐예요, 그게. 이럴 때 정도는 히카루가 나를 좋아했다는, 그런 이야기쯤은 해줘도 되잖아요.”

  “제가 그런다고 해도 그걸 그대로 믿을 수 있습니까?”

  내가 말했다. 내가 유령 미카도의 말을 그대로 전한다고 해서 그 말을 사오토메 선배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없다. 남의 입을 빌어서 제대로 전해지는 마음 따위 있을 리 없다. 그래서 나는 미카도가 하는 말을 전하는 것보다는 남긴 것을 보여주는 데에 더 힘을 쏟은 것이다. 내가 계속 말했다.

  “지난번에도 비슷한 말씀을 드렸지만,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사오토메 선배입니다. 전 그저 그것을 도우려고 한 것뿐이지요.”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던 사오토메 선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네​요​.​ 그건, 제가 생각해볼게요. 저기요, 히키가야 군,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되죠? 저, 저 말이에요. 히카루에게 전하지 못한 말이 있어요! 솔직하지 못해서 끝까지 이야기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직도 가슴이 아파요. 저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그런 걸 어떻게 압니까?’ 하는 말이 입 안에 맴돌았지만 애써 삼켰다. 잠시 생각했지만 좋은 답이 생각나지 않는다. 결국 나는 되는 대로 지껄였다.

  “여기서 한 번 말해보세요. 혹시 압니까, 미카도가 유령이 되어 사오토메 선배 주위를 맴돌고 있을지?”

  그렇게 말하며 나는 미카도를 쳐다보았다. 다시 사오토메 선배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사오토메 선배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히카루, 정말 좋아해요.”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 목소리는 나에게 똑똑히 들렸다. 내 옆에 있던 미카도가 사오토메 선배 쪽으로 날아간다. 이 거리라면 모자라겠군. 나는 미카도를 위해 사오토메 선배 쪽으로 두어 걸음을 옮겼다. 미카도는 사오토메 선배의 정면에 서서 말했다.

  “나도야, 아오이 누나. 나는 아오이 누나가 정말 좋아.”

  그 목소리는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에게는 그 목소리가 전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나에게 들러붙은 유령과 함께 경험한 일들을 돌이켜 생각했다.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다. 이 많은 일 끝에 마침내 전해진 것이 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미카도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곧 나와 이별할 미카도를 위해 말했다.

  “잘됐구나. 축하한다, ‘히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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