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카루와 하치만이 친구가 아닐 무렵~아오이 (18)
<16장. 미카도 히카루는 고백한다.>
나는 처음에는 사오토메 선배가 미카도에 대해 품는 마음을 긍정적인 쪽으로 바꾸어서 순순히 선물을 받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여러 모로 꼬인 나머지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니, 처음부터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사오토메 선배는 미카도를 욕했으나 그 안에 있는 마음은 미카도에 대한 미움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사랑받지 못했기에 자기도 사랑하지 않겠다는 고집일 뿐이었다. 그렇게 지금도 사오토메 선배는 미카도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내가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이 뚜렷해졌다. 미카도에 대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선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선물을 보여줌으로써 히카루에 대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이다. 선물을 받음으로써 ‘그 녀석도 좋은 녀석이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열쇠를 쥔 것은 내가 아니라 미카도다. 나는 아직도 그 선물들을 과연 사오토메 선배가 좋아할까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그것들은 분명, 사오토메 선배를 잘 아는 미카도가 준비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믿을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미카도가 준비한 선물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거기에 충실해야 한다.
내가 미카도를 보고 말했다.
“내 목적지는 선물을 모두 전달하는 거다. 그 뒤는 몰라. 그 뒤는 네 선물이 얼마나 적절한 것인지에 달린 거다. 알겠지?”
미카도가 말했다.
“괜찮을 거야. 아주 소중한 약속을 기억하며 선물을 준비했는걸. 분명 내 마음은 전해질 거야.”
“그렇담 됐다. 일이 잘 안 됐다고 징징되지나 말라고.”
“알았어.”
미카도와의 짧은 이야기를 마치고 이제 집에 돌아가려고 자전거 주차장을 향해 걸었다.
“저기 그런데, 하치만?”
미카도가 다시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에 되물었다.
“왜?”
“네 가방은 어디 갔어?”
“......!”
그러고 보니 어디 갔지? 내 가방! 내 양 손 어디에도 소중한 책가방은 없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에도 없다. 아니, 왠지 느낌 상 꽤 오랫동안 안 들고 있었던 것 같은데....... 당황하는 나를 바라보며 미카도가 말했다.
“아마 아까 아오이 누나를 도우러 달려갈 때 놓고 온 게 아닐까?”
진짜냐. 이제 와서 다시 거기 가야 하냐고. 내가 허탈함에 한숨을 내쉬자 미카도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투로 말했다.
“아, 시키부는 거기 남아있었던 것 같은데, 메일로 물어보지 그래? 혹시 시키부가 가방을 챙겨줬으면 거기까지 찾으러 가는 게 헛수고일 수도 있잖아? 그뿐만 아니라, 시키부도 아오이 누나 일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할 거야. 이야기해주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해.”
그 말이 맞다. 나는 품에서 폰을 꺼내 시키부에게 메일을 보냈다.
{네가 알려준 덕분에 사오토메 선배 일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다. 고맙다.
p.s: 내가 아까 거기에 가방을 놔두고 온 것 같은데 혹시 못 봤냐?}
“전부터 생각한 건데, 하치만은 여자와 메일 할 때 너무 무뚝뚝하게 적는 것 같아. 좀 더 부드럽게 적는 게 여러 모로 좋을 텐데.”
미카도가 한 말은 그냥 흘려들었다. 이런 말에 일일이 대꾸해주면 내가 너무 피곤하다.
곧 시키부에게서 답장이 왔다.
{정말? 다행이다! 네 가방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어. 지금 교문 근처에 있으니까 거기서 줄게.}
그렇군. 나는 지금 교문으로 가면 되는 모양이다. 나는 먼저 자전거부터 가지러 자전거 주차장으로 향했다.
**
교문 앞에서 시키부가 들고 있던 내 가방을 넘겨받았다. 내가 가방을 잡자마자 시키부가 나에게 물었다.
“잘 해결됐다고는 들었지만,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대답했다.
“범인을 폭로하고, 매도하고, 범인에게 충고를 했지. 그러니까 자기들이 찔려서 잘 넘어가더라고.”
“하치만, 틀린 말은 아닌데, 설명이 너무 간략하잖아.”
미카도, 아무 말도 하지 마. 인적 없는 데가 아니면 네 말은 기본적으로 그냥 무시다.
시키부는 느낌은 잘 안 오지만 어느 정도 납득한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사오토메 선배에 대해 물어온다.
“아오이노우에는 어때? 선물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여기에 대해서는 좀 자세히 알려주자. 절대 미카도의 말에 찔려서 그러는 게 아니다. 절대 아니다! 내가 시키부에게 대답했다.
“두 번째 선물은 전해줬어. 이제 다섯 가지 남은 셈이지.”
“왜 두 번째는 오늘 준 거야? 아오이노우에의 생일은 토요일이잖아?”
“두 번째 선물을 미리 줄 수밖에 없어. 안 그럼 나머지 선물을 못 주거든.”
“두 번째 선물이 뭐길래?”
“디스티니 랜드 패스포트. 미카도는 나머지 선물은 생일 당일에 같이 디스티니 랜드에 가서 줄 생각이었어.”
내 말을 들은 시키부가 탄성을 터뜨렸다. 여자들 중에는 그런 이벤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시키부도 싫어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시키부가 뭔가 생각난 듯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네가 같이 디스티니 랜드에 가서, 아오이노우에에게 선물을 줄 거야?”
왜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그럴 생각이다. 선물이 다 거기에 세팅돼 있고, 거기서밖에 줄 수 없거나 거기서 주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되는 것뿐이라서.”
내 말에 시키부가 중얼거린다.
“저기, 그거 아무래도 데이트로.......”
그런 소리가 나오나? 내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런 거 아냐. 굳이 따지자면 관광지 가이드와 비슷한 일을 한다고 볼 수 있겠지.”
시키부는 아직도 의혹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기로 했다.
“어찌 됐든 고맙다, 시키부. 네가 아니었으면 정말 어떻게 됐을지 몰라.”
그 말에 시키부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정말 좋은 녀석이다.
**
집에 돌아와 방에서 미카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카도가 나에게 말했다.
“하치만, 내가 너와 처음 이야기했을 때 기억 나?”
내가 말했다.
“뭐 기억하지. 그 이후에 불행의 편지를 받은 것 때문에라도 잊어지지 않을 것 같다.”
“그때 내가 물었잖아, 어쩌다가 다친 거냐고. 그 대답을 듣지 못했는데 말해줄 수 있어?”
“......별거 아니다. 차에 치인 것뿐이니까.”
“왜 차에 치인 건데? 말해줘, 하치만.”
미카도가 물었다. 그 이야기는 가족조차도 모른다. 누구한테도 이야기한 적 없다. 뭐, 딱히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니다. 누구도 물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 입학식 날 사고를 당한 나에게 이유까지 캐묻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그래서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를 나는 처음으로 미카도에게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데 웬 강아지가 도로에 뛰어들더라고. 그쪽으로는 커다란 차가 다가오고 있는데 말이야.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뛰어들고 있었어.”
미카도가 씨익 웃었다. 왠지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놀리는 의미가 아니라, 신뢰의 의미로. 미카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하치만은 영웅이야.”
“뭐? 강아지 한 마리 구한 것 가지고 무슨 영웅이야?”
“아니야, 그런 상황에서 용기를 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런데 하치만은 했지. 그건 분명 영웅적이었다고 생각해.”
“뭘 그렇게까지 말하고 있어?”
“하치만, 고백할 게 있어. 사실 나는 네가 강아지를 구하려다 차에 치인 모습을 봤어.”
“뭐?”
미카도의 말에 내가 반문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미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르는 척해서 미안해.”
그날, 목격자가 있었단 말인가. 미카도가 내 모습을 봤던 거로군. 내가 미카도에게 물었다.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물어본 거냐?”
미카도가 말했다.
“하치만의 입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싶었어. 자랑해도 될 일인데 이야기하지 않으니까, 운을 띄워서 자랑하게 만들고 싶었어. 그런데 결국 자랑하지 않는구나.”
“그게 무슨 자랑할 일이라고.”
“자랑할 일이라니까. 엄청 상냥하고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미카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날부터, 하치만과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런 생각을 다 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아마....... 나는 미카도에게 확인 차 물었다.
“그렇다면 처음 대화했을 때, 네가 부탁하고 싶다던 게.......?”
미카도가 내 말을 받았다.
“맞아, 내 친구가 되어달라는 거였어. 하지만 나는 죽었으니까 그런 부탁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 그래도 하치만의 도움을 받으면서 나는 하치만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하치만, 하나만 더 부탁할게. 나와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래?”
태어난 뒤로 누군가가 나에게 친구가 되어달라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나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따위 여태껏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나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녀석이 나타났다. 어쩌면 일생에 단 한 번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내가 말했다.
“미카도, 나는 너와 친구가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아. 내가 너에게 협력해주고는 있지만 네가 살아온 삶을 이해도, 공감도 못하겠어. 나는 그저 외면할 수 없어서 너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야. 그러니 나는 너와 친구가 될 수 없어.”
그런 내 마음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미카도 히카루와 친구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내 굳은 태도에도 미카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역시 그렇게 말하는구나. 그래도 나는 하치만과 친구가 되고 싶어. 그러니까 이제부터 내 멋대로 하치만을 친구로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내가 사라지고 나서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라도 하치만이 나를 친구로 생각하게 된다면 분명 우리는 친구가 되는 거야!”
나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그게 뭐냐. 이상하잖아.”
하지만 그것까지 거부할 수는 없었다. 미카도의 마음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덧붙였다.
“그래도, 뭐, 마음대로 해라.”
내 말을 듣고 미카도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웃었다. 잠시 그렇게 킬킬대다가 이윽고 웃음을 그친 미카도가 조금은 진지한 기색으로 나에게 물었다.
“하치만은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해?”
“......얼마 전까지는 죽으면 아무것도 안 남는다고 생각했는데, 너 때문에 그 생각이 깨졌다. 지금은 뭐, 유령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수 있군.”
미카도가 내 말을 듣고 말했다.
“나는 말이지, 사람이 죽으면 우주로 간다고 생각해.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들 하잖아?”
그러면서 미카도는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쪽에 다가섰다. 살짝 얼굴을 밖으로 내밀고 하늘을 본다. 도시의 밤하늘인데도 오늘은 왠지 별이 꽤 많이 보이는 것 같았다. 별을 보고 있는 내 귀에 미카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언젠가 성불하면 우주로 가서 저런 별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르지. 그러면 언젠가 하치만이 밤하늘을 바라보며 가버린 친구를 추억하는 거야!”
“너 학교 다니면서 지구과학 안 배웠냐? 사람이 죽는다고 별이 새로 생길 리가 있냐고.”
내가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그러자 미카도가 웃는 얼굴을 지우지 않은 채로 대꾸했다.
“하여간, 하치만은 아직 낭만이라는 걸 모르는구나? 하지만 언젠가 분명 하치만은 왜 내가 그렇게 느꼈는지 이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그때가 되면 떠올려줘. 미카도 히카루가 지구에 있었을 무렵을, 히키가야 하치만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무렵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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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이다. 사오토메 선배의 생일이다. 요 며칠 간을 별 일 없이 보내면서 초조하게 기다린 날이다. 나는 아침부터 디스티니 랜드에 갈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사오토메 선배는 예쁜 사람이니까 같이 다니면서 후줄근한 차림을 하고 있으면 내가 안 좋은 의미로 시선을 끌게 된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다. 어떻게든 묻어갈 만큼은 무난하게 차려 입어야 한다. 나는 상하의 몇 개씩을 들고 코마치의 방문을 두들겼다.
“코마치, 도와주라.”
코마치가 힘찬 목소리로 대답한다.
“네네! 코마치한테 맡기세요! 무슨 일이야, 오빠?”
코마치가 방 안으로 나를 들였다. 내가 코마치에게 들고 온 옷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나갈 일이 좀 있는데 옷을 골라줬으면 해서.”
코마치가 수상쩍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웬 일이야? 오빠 오늘 이상해. 상당히 일찍 일어난 데다가 자진해서 외출이라니!”
내가 대충대충 설명했다.
“어~, 약속이 좀 있어서 말이지.”
“무슨 약속이길래?”
“심부름이라고나 할까. 누군가를 안내해주는 일이야. 어떤 사람이 부탁했거든. 그런데 내가 안내해야 할 사람이 좀 눈에 띄는 사람이라, 그 근처를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걸을 수는 없다고나 할까......”
내 말을 듣고 코마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가 들고 온 옷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리저리 색깔이나 형태 등을 맞춰보더니 하나씩 골라주었다. 코마치가 말했다.
“이게 가장 낫네. 오빠, 당장 갈아입고 와봐!”
나는 코마치의 말대로 내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코마치 방에 돌아왔다. 옆에서 미카도가 감탄하고 있었다.
“코마치 양, 센스 좋다. 그 옷차림 정말로 하치만에게 잘 어울려!”
그래, 참 고맙군. 그런데 코마치는 어디 간 거야?
조금 기다리자 어디론가 갔었던 코마치가 방에 돌아왔다. 코마치는 나에게 무언가를 건네주며 말했다.
“선글라스야. 오빠는 눈이 썩었으니까 가리는 게 좋아. 아빠 건데, 그 옷차림이라면 어색하지 않을 거야.”
옆에서 미카도가 거들었다.
“맞아, 하치만은 눈매만 빼면 얼굴 생김새는 나쁘지 않으니까, 그건 최고의 코디야!”
나는 생김새가 나쁘지 않다는 말에 기쁘기보다는 눈에 대한 지적에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너희 해맑게 남의 신체 일부분을 깎아내리지 말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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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은 오후 12시 56분. 나는 디스티니 랜드 정문 앞에 있다. 10분 전쯤에 여기에 도착해서 사오토메 선배를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아직 도착 안 했나 싶어 기다려보았지만 오지 않는다.
내가 미카도에게 확인 차 물었다.
“사오토메 선배 말인데......외출 할 때 옷차림이라든가, 헤어스타일이라든가, 이것저것을 신경 쓰다 결국 늦게 나오고 마는 타입이냐?”
그러자 미카도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약속 시간 30분 전에 도착해서 이리저리 서성거리다가 약속시간 가까워서 마주치면 살짝 딴 데를 바라보며 ‘방금 왔어요!’라고 말하는 타입인데.”
내가 미카도를 보고 말했다.
“아무래도 오지 않을 생각인가 보군.”
미카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으려나....... 하긴 답은 이미 나와 있지. 그렇게까지는 하기 싫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어쩔 수 없구만. 어이, 미카도! 지금부터 사오토메 선배를 데리러 가자.”
“응? 왜, 왜 그래, 하치만? 아니, 나는 물론 아오이 누나를 만나러 가는 데에는 찬성이지만 지금까지 본 하치만은 먼저 그걸 제안하는 게 아니라 내가 부탁해야 그렇게 해줄 사람이라서.......”
미카도의 횡설수설에 내가 대꾸했다.
“너는 내 좌우명이 뭔지 아냐?”
미카도가 고개를 가로젓자 내가 말했다.
“‘밀어서 안 되면 포기하라’야. 나는 절대 당기지 않아. 밀 뿐이지.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미는 일은 여러 번 해보기도 한다. 마찬가지야. 나는 처음에 사오토메 선배에게 여기 오라고 권유했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권유하는 것 정도는 내 신념에 위배되지 않는다 이거지.”
참고로, 이런 경우에 당기는 것에 대응되는 행위는 사오토메 선배에게 가서 ‘선배 따위 안 와도 되거든요?’라고 하며 살살 속을 긁는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미카도에게 말했다.
“몇 번이라도 더 밀어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서야 포기하면 되지. 그러니까 아직은 포기하지 않는다.”
기다리십시오, 사오토메 선배! 지금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