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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와 돌의 날개


원작 |

역자 | 아이시스

연금술사와 돌의 날개 -2-




 타카카모 시즈노는 황혼 색으로 칠해진 교실에서 움츠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무심코 한 두 시간 사이에 여러 일이 일어난 탓에 머리 속이 혼란스럽다

 우선 심호흡 했다. 미지근한 공기가 폐로 비집고 들어가 몸 안으로 퍼져 가는 것 같다.

 여기에 올만한 사람은 누굴까-- 그것을 생각한 순간, 가장 그리운 얼굴이 떠올랐다.

 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겨우 왔네!」

 

 그 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언젠가 돌아올 거라 생각했어!」

 

 뒤를 돌아보자, 그리운 얼굴이 있었다.

 마츠미 쿠로가 만면의 미소로 교실 입구에 서 있었다. 그 왼손에는 푸른 폴리에틸렌 양동이를 들고 있었고 거기엔 걸레가 걸려 있었다.

 

「쿠로씨……! 혹시 여기 청소……」

「응. 왜냐하면 목요일은 내가 당번인걸」

「……하아, 혹시 마작 교실에서 정한 당번……!?」

「응」

 

 아주 당연한 듯이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3년 전, 이 교실에서는 어린이 마작 교실이 있었고 시즈노와 쿠로는 그 멤버였다.

 

「2년 이상 지켰어……!」

「그게 내가 평소대로 지내면, 언젠가 올지도 모르니까……」

 

 그녀는 양동이를 살며시 바닥에 두었다. 물이 담긴 양동이가 소리를 낸다.

 

「누군가 또, 그 때처럼」

 

 시즈노가 떠올린다.

 어른스러운 분위기 이면서도 친구 같았던 선생님. 혼자서만 교복을 입고 있었던 모두의 언니 쿠로. 프릴이 많은 신기한 옷을 입고 있었던 노도카.

 그리고, 짧고 투 사이드 업으로 머리를 정리하고 있었던 친구 아코.

 눈치챘을 땐, 시즈노의 손바닥에 땀이 배어 있었다. 그녀는 주먹을 지고, 쿠로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쿠로씨, 나……또 여기서 마작을 하고 싶어요……. 모두와……!」

 

쿠로는, 열정으로 가득 찬 그녀의 말의 맞장구를 치며,  웃음을 띄웠다.

 

「쭉 그러길 원했어……나도 쭉 생각했어……」

 

 두 명은 감개무량한 시선을 서로 주고 받았다.

 시즈노는 2년 동안이나 이 곳을 계속 지키고 생각해준 쿠로를. 쿠로는 이렇게 돌아와 준 시즈노를. 두 사람 사이에 말로 할 수 없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전국 대회에 가고 싶어요!」

 

 그 침묵을 깨듯이, 시즈노가 입을 열었다.

 

「전국?」

「네. 봄까지 아치가 마작부를 ​부​활​시​켜​서​…​…​인​터​하​이​에​ 도전해요!」

 

 계획 따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시즈노의 눈동자는 진지했다. 그리고, 시즈노가 진심이고, 그녀의 말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쿠로는 알고 있었다.

 

「거기에는 아마 노도카가 나올 거에요……」

「노도카짱이?」

 

 노도카는 쿠로 보다 한 학년 아래, 시즈노와 동급생이었다.

 어린이 마작 교실이 문을 닫고 나서는, 거의 만나지 못했지만, 그녀가 전학간다는 것은 본인이 말했다고 쿠로에게 듣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나가노에 있지 않았던가. 지금까지도 마작을 계속하고 있었던 걸까. 쿠로를 옛 일을 생각했다. 그리운 얼굴과 추억들이 차례차례로 스쳐 지나간다.

 

「또 닷 놀 수 있어요. 마작을 치다 보면 언젠가 또 만나 놀 수 있어요!」

 

 쿠로의 이상향.

 혼자서 이 교실을 청소할 때마다, 누군가 돌아와 주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돌아와 준 것만이 아니라, 모두와 즐겁게 지내고 싶다. 그 때로 되돌아가고 싶다.

 가슴 속에 파도 같은 것이 밀어 닥쳐 오고 있다. 쿠로는 그것을 간신히 참으며, 부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했다.

 

「그럼 우선 부활을 시작해야겠네!」

「이 학교는 동호회는 두 명부터 이니까 우선은……」

「다섯 명이면 부활이 되는구나!」

 

 그러나, 시즈노가 뭔가 깨달았는지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렇지만 역시…… 학생수가 적은 아치가에서 다섯 명은……」

「……어려울 것 같네」

 

 그럴 때, 쿠로의 『이상향』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 하나 더.

 복도에서 누군가 달리는 소리. 그것이 점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더니, 뒤에서 멈추었다.

 시즈노의 눈이 크게 떠진 것을 쿠로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깨 너머로 그리운 목소리가 들렸다.

 

「먼저 한 사람! 여기에 있어……!」

 

   ☆

 

『검색 결과……해당 없음』

 

 컴퓨터에서 여성 목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부드럽고, 사람 목소리와 거의 비슷하지만, 역시 어딘가 위화감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나는 이 어중간한 기계 목소리가 거북하다. 이것을 들을 때마다 식은 땀이 흐르고, 목 안에 불쾌한 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마이크를 빼고, 컴퓨터에서 내렸다. 도서실에 배치된 컴퓨터는 4대로, 5년 전 쯤에 「 신감각 차세대 컴퓨터」라는 명목으로 나왔던 것이다.

 마사지 체어 같은 모양으로, 사용자는 이것을 타고, 마이크를 끼고 지시를 내린다. 컴퓨터는 정확하게 그 지시를 받아 일을 수행한다. 확실히 5년 전에는 혁신적인 발명이었다. 하지만 IT산업의 진화는 눈부셔서, 지금은 이런 거대한 컴퓨터는 구식 취급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아치가 여고에서는 아직도 이 구세대 컴퓨터를 쓰고 있다. 학생 수가 많지 않아서 돈이 별로 없는 걸까, 이것을 교체하겠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손목시계에 눈을 돌렸다. 15시 5분. 버스 시간이 5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 챈 나는 빨리 밖으로 나갔다.

 

 

 

 푸슈- 라는 소리를 내며 버스가 떠난다.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나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컴퓨터가 그런 것인데도, 버스는 버스다. 이 아치가군에서는 아직도 구세대 버스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도시에 가고 싶어져)

 

 도시에는 이런 시골 보다 현격히 진보된 문화가 있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혀를 쳤다.

 나는 이 시골을 좋아할 수 없다. 산 때문에 도시 문물도 들어오지 않고, 시대에 뒤쳐진 이 마을을. 내가 산으로 자주 가는 것은, 어쩌면 그 벽을 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도시에 나가 혼자 살아야지)

 

 코로 크게 숨을 내쉬며, 나는 고개를 들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경치가 예쁘다. 무엇이 「예쁜 건가」라고 물으면 대답하기 애매하지만, 나는 단순하게 그 경치가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가 도시 보다 나은 것은 그 정도 뿐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걷자, 도로 왼편에 신사 토리이가 나타났다. 나는 그것을 지나 그 앞에 있는 돌계단을 올랐다. 내 집은 이 산--언덕이라고 부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중턱에 있다. 거기까지 가려면 이 긴 계단을 오를 필요가 있기에, 약간 귀찮다.

 계단을 다 오르자, 무녀 옷을 입고 빗자루를 들고 있는 언니가 보였다.

 

「다녀왔습니다)」

「어서와. 빨리 왔네」

「응. 어닌 대학은?」

「오늘은 오전에 끝나는 날이야」

 

 언니는 대학생인데도, 이렇게 집안일을 도와주고 있다. 졸업 후에도 여기에 남아 일하겠다고 말한 사람이다.

 

「지금 어디 갈 거니?」

「응」

「혹시, 산?」

 

 언니의 목소리가 기가 찬 듯한 톤으로 바뀌었다. 「별로」 그 말만 하고, 나는 내 방으로 향했다.

 현관 미닫이를 열려고 했다. 하지만, 문은 끼익 소리를 내며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마음 속으로 욕을 하며 문을 열었다.

 좁은 현관에 신발을 내던지고, 복도 안 쪽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문에는 『츠바사의 방』 사무적인 폰트로 쓰여진 플레이트가 걸려 있다.

 나는 방에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교복 타이를 풀어 버린 다음에, 침대 위에 던졌다. 침대 위에는 빨강과 노랑이 섞인 이불이 깔려 있다.

교복 단추를 풀면서 옷장을 열었다. 옷장에서 적당한 T셔츠와 바지를 고르고, 그것도 침대 위로 던졌다. 단추를 전부 푼 셔츠도 벗어 던지고 그것도 침대 위로.

 스커트까지 벗고, 나는 침대 위로 쓰러졌다. 베개에 얼굴을 대고 온 몸의 피부로 이불이 서늘한 감촉을 맛본다. 잠들어 버릴 정도의 쾌감, 나는 이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러나 시간이 없는 것을 떠올리고,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 놓아둔 갈아 입는 옷을 입고 최저한의 짐만 챙긴 후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그 장소에 있었다. 처음 내가 시즈노와 만난 날, 「나는 여기에 있을 테니 또 와」라고 그녀가 말했다. 그곳은 나의 영역이니 화가 났지만, 나는 그녀를 한번 더 만나고 싶었다.

 그 날 이후로 5일이 지났다. 나는 그녀를 만나러 갔다. 평소 코스를 따라, 평소처럼 산의 소리를 들으며, 새로운 만남을 거쳐 그곳에 도달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갈색 포니테일과 전부터 입고 있는 듯한 검은색 저지가, 초록새개 안에서 이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오랜만!」

 

 나를 발견한 그녀는 기운찬 목소리를 내며 달려 왔다.

 

「응」

「와주었네」

「응」

 

 나는 풀 위에 앉았다. 시즈노도 바로 내 옆에 앉았다.

 

「너, 몇 살이야?」

「왜?」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지마」

 

나이 정도는 숨길까 했지만,  딱히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말했다.

 

「혹시 우리 중등부가 아닐까 생각해서 오늘 조사해 보았어. 그렇지만 중등부에도 고등부에도 이름 없었어」

 

 그것을 듣고 시즈노는 입을 다물었다. 옆을 바라 보자, 그녀는 책상 다리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고민하는 거야?」

「지금, 몇 년이야?」

 

 혹시 바보 아냐?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2081년」

「그렇다면……」

 

  잠시 후,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84세일까」

 

 하아? 목소리가 샌다.

 

「나는 1997년에 태어났으니까, 올해로 84세네」

「……이제 됐어」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은 농담에 어울리고 싶지 않아 이야기를 끊었다. 혹시 머리가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이렇게 어린데 산 속에 있다니 보통 인간이라면 있을 수 없는 신경이다..

 

(……내가 할 밀이 아닐지도)

 

 나도 15살 여고생인 걸 떠올리고 한 숨을 쉬었다.

 내가 산에서 놀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생 때부터다. 그때는 아직 순수하게 탐험한다는 생각으로 산을 돌아다녔다.

 그것이 바뀐 것은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다. 나는 마작부의 강호로 알려진 아치가 여중에 입학해, 제대로 마작부에 입부했다.

 내 꿈은 아치가 여자 마작부를 첫 전국 우승에 이끄는 것이었다.

 내 할머니는 무명 학교였던 아치가 여고를 전국 3위로 빛났을 때의 부원이었다. 주위에서 종종 「할머니 젊었을 때 닮았네」라고 들어 왔던 나는 그 이야기를 잘 알고 있따. 그때는 부원도 거의 없었고, 부를 다시 시작하는 것부터가 큰 일이었다고 한다.

 그런 무용을 들은 나는 부끄럽지도 않게, 염치없는 꿈을 가지게 되었었다.

 

「츠바사는 어디 학교 다녀?」

 

 갑자기 시즈노가 말을 걸었다.

 

「아치가」

「역시 그렇구나. 지금, 마작부 어떻게 되었어?」

 

 고개를 돌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고개를 돌려 시즈노에게서 내 얼굴을 숨긴다. 마작--부, 나아가서는 학교 생활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고등부는 매년 전국에 가. 아치가라면 마작부라는 느낌이고」

「그렇구나. 60년이 지난 지금도 마작은 인기가 많네」

「그래. 야구도 축구도 마작도 인기 있어」

 

 딴죽은 귀찮다.

 

「로보트도 있어?」

「있긴 하지만, 그다지 많지 않아」

「산기슭 마을은?」

「옛날하고 같아」

「아치가는? 개축 같은 거 했어?」

「그러니까, 꽤 이전에 마작부 연습동이 증축되었어. 지금은 낡았지만」

 

 내가 대답할 때마다 시즈노는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후에도 그녀는, 산의 바깥 세계에 대해 계속 계속 물었다.

 그 내용은 이 마을에 살고 있다면 물을 필요조차 없는 것이기에, 나는 의심스러웠다.

 

「너는 ……어디에 살아?」

 

 시즈노가 「헤에- 그렇구나―」 라고 감탄하는 중에, 나는 그녀에게 물어 보았다.

 그것은 그녀와 만난 날부터 계속 품고 있었던 의문이었다.

 이 산에 있으니 집이 근처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녀는 산 바깥에 대해 정말로 아무 것도 모른다. 어쩌면 이 산에서 살고 있는 걸까.

 

「옛날에는 산기슭에 살았었어. 지금은 여기서 나갈 수 없지만」

「나갈 수 없어?」

「응」

 

 그녀는 고개만 끄덕일 뿐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소리를 낮추어 내 추측을 말해 보았다..

 

「혹시, 누군가에게 ​감​금​이​라​든​지​…​…​?​」​

 

 그러나, 그것을 들은 그녀는 큰 소리로 웃었다.

 

「아니, 아니야. 그런 짓은 안 당했어」

 

  놀림 당했다고 생각해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츠바사는, 혹시 마작부?」

「……응」

 

 놀림 당했는데도, 나는 순순하게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차분했다. 그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사람의 대답을 이끌어 내는 힘이 있는 것처럼 내 입을 움직였다.

 

「어떻게 알았어?」

「어쩐지. 어때?」

 

 나는, 기운 없이 대답했다.

 

「마작, 벌써 그만두었어……」

「……그렇구나」

 

 잠시 동안 우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변함없이 이곳에 바람은 불지 않았고, 서쪽으로 기울어진 노란 태양이 여기를 비추고 있었다.

 

「어째서?」

 

 침묵을 깬 것은 시즈노였다. 그 목소리도 묘하게 온화했고, 상냥했다.

 

「무슨 소리 인지 모르겠지만, 마작계에는 능력자가 있어」

 

 능력자. 투패할 때 어떤 부조리를 일으키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믿기 어렵지만 그런 오컬트 같은 존재는 확실히 있어, 어떤 사람은 쯔모에 편향이, 어떤 사람은 어떤 사건 후, 반드시 필연으로 다음 사건이 일어난다. 그 중에는 능력을 가미해서 사고의 폭을 넓히는 사람도 있어, 실력이 다른 사람들 보다 압도적이라고 한다.

 

「알고 나서 아무 말도 못했어……. 그런 거에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는 그런 능력이 없다.

 

「중 3때, 인터 미들에 나가 우승 하고 싶었어. 그렇지만 한 신입생에게 레귤러를 빼앗겼어」

 

 그 신입생은, 마작이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쳤는데, 레귤러 결정 전까지 2개월 남짓, 그녀는 내 실력을 초월해 버렸다.

 

「그래서……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 마작 그만두었어. 위에는 더 위에 있으니까」

「……포기했구나」

「응」

 

 그녀의 목소리에, 비난 같은 기색은 전혀 없었다. 단순한 감상을 말해 내 입을 열게 하는 것 같은-- 그녀의 이상한 힘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빨리, 어른이 되지 않으면……」

 

 그것은, 마음 속으로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범인은 범인답게, 커다란 꿈 같은 건 접고, 길가 위의 돌 같이 흔하디 흔한 현실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것이 현실이야. 위에는 더 위가 있으니까」

 

 그것을 듣자, 나는 안도했지만, 한편으로는 아팠다. 긍정해 주기를 바라면서 말한 건데, 막상 다시 들으면 너무 차가운 현실을 재인식 시키려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어쩌면 그것은 아직 내가 꿈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자조했다.

 

「능력이라는 것이 있어도 없어도……위에는 더 위가 있어, 그 현실에 좌절하는 사람은 적지 않아」

 

 그래도, 라고 그녀가 말했다.

 

「너는 어른이 되려고……현실을 보고 꿈을 포기하려고 한 걸지도 몰라. 그렇지만 그것을 포기했을 때, 너가 정말로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야?」

 

 나는 놀라서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똑바로 앞을 보고 있었다. 무엇을 보고 있는가 궁금해서 앞을 봤지만, 그 시선 끝에는 아무런 특색도 없는 상수리 나무가 서 있을 뿐이었다.

 

「내 꿈 같은 건 너는 모르잖아?」

「알아. 쭉 보고 있었으니까」

「에?」

 

 눈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특별한 표정 변화 없이, 가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쭉?」

「너가 이 산에 들어 왔을 때부터. 어렸을 때 많이 놀았어」

 

 나는 말문이 막혔다. 단순히 나를 놀리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거짓 같지는 않았다.

「우연히 여기를 찾ㅈ아……혼자 여기에 많이 왔지?」

 

 그치? , 라고 그녀가 눈으로 물었다.

 

「보고 있었어……?」

「봤어. 쭉」

「거짓말이야. 사람은 없었는데..」

 

 그녀가 후훗, 웃었다. 바보 취급 당한 것 같아, 내 머리가 뜨거워졌다.

 

「숨었어?」

「응……. 그렇게 되네」

「……악취미」

 

 나는 입을 삐쭙이며 고개를 돌렸다. 미안 미안, 이라며 시즈노가 사과했지만 무시했다.

 

「……저기, 츠바사」

 

 2번 째 침묵도 시즈노가 깼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해도 돼?」

「……누구?」

「옛날, 나에게 마작을 가르쳐 준 선생님 이야기」

「너도 마작 했어?」

「응」

 

 좋아, 라고 내가 말하자, 그녀는 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그 당시 무명 학교였던 자기 학교를 인터 하이에 진출시켰어」

 

 할머니 같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준결승에서 져 버렸어. 그때 자기가 대량 실점했던 것이 패인이라고 생각해서, 선생님은 마작을 둘 수 없게 되었어」

「칠 수 없게 되었어?」

「응. 트라우마 라는 거래」

 

 정말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나는 계속 들었다..

 

「그 뒤로……리허빌리를 하거나 했지만 완치는 되지 않았어. 그러던 중에, 선생님은 고향에 왔어」

 

 거기서 시즈노는 이야기를 일단 중단했다ㅏ.

 

「무슨 일이야?」

「응……아무것도 아니야. 계속할게」

「응」

「거기서 선생님은 옛 제자……리허빌리로 어린이 마작 클럽을 했었을 때, 그 때 가르쳤었던 제자와 재회했어. 그 제자들은 이미 없어진 마작부를 부활시키려고 했어」

 

 순간 나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없어졌던 마작부를 ​부​활​시​켰​다​」​―​―​기​묘​하​게​도​ 두 이야기가 비슷하다.

 

「선생님은 트라우마를 깨기 위해 모두에게 부탁했어. 『나를 전국에 데려가 주었으면 해』라고」

 

 시즈노가 한 숨 쉬었다.

 

「특훈한 보람이 있어 전국에 진출하게 되었어. 선생님도 트라우마에서 회복해 프로의 길로 나갔어」

 

 시즈노의 목소리가 묘하게 들떠 있었다. 흥분 하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으면 자랑스러운 걸까

 

「……그래서?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뤄진다는 거야?」

「적어도, 너의 할머니는 그랬어」

 

 귀를 의심했다. 내 머리 속에서 흩어져 있던 두 개의 실이, 그녀의 말에 의해 하나로 합쳐졌다.

 

「아코는 말이야, 모두와 비교했을 때 평범하게 쳤어. 그런데도,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활약했어」

 

 아타라시 아코. 그것이 나의 할머니의 이름이다.

 

「너는……」

「그렇지만 말이야, 전국에 가겠다고 결심하기 전까지는 모두 흩어져 있었어」

 

 시즈노는 내 말을 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선생님은 조금 전 말한 대로, 옛날을 벗어날 수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어 과거에 붙잡혀 있었다고 할까나……. 그렇지만 아코만은 자기의 길을 확실하게 선택했어. 미래를 위해 나아갔어. 그렇지만 아코는 흩어져 있었던 우리들에게 힘을 빌려 주었어. 아코는 평범한 것을 빛낼 수 있는 이상한 힘이 있었지」

 

 단번에 말을 마친 시즈노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것을 계속 생각했어. 그리고, 구원해준 아코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어」

 

 시즈노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 보았다.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곧바로 나는 시즈노와 헤어졌다. 나갈 때 나는 뒤를 뒤돌아 보았다. 그녀는 그곳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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