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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앨리스(?)전

東方有栖(アリス)伝


Original |

Translator | 淸風

주의·이 작품은 파이만님께서 쓰신 “동방선대록” 및 가마보코님께서 쓰신 “앨리스 마가트로이드는 친구를 바란다”의 영향을 받은 작품입니다.


그래도 “오케이네!”라고 말씀하실 수 있는 분은 부디 편안히 보내 주세요.


1. 나, 앨리스――지금, 환상향에 있어.


 처음뵙겠습니다.

 나는, 앨리스 마가트로이드.

 정확히는, “앨리스 마가트로이드”의 육체를 쓰고있는 자, 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까?

 전생인지, 빙의인지, 혹은 신의 장난인지. 나에겐 이 몸이 되기 전의 기억이 있어.

 지금 있는 세계가 ​“​동​방​P​r​o​j​e​c​t​”​라​고​ 불리는 판타지로 전해지는, 다른 세계의 기억이.

 전세, 라고 하면 좋을까. 내게 붙어있던 기억은 완전한 건 아니었어.

 아마도 환상향에선 “밖의 세계”라고 불리고 있을 외계에서, 기억이 있을 당시의 내가 몇 살이었는지, 성별이 어느 쪽이었는지, 직업은 무엇이었는지 등의 기억은, 전혀 존재하지 않아.

 어떤 인생이었는지도 분명치 않은 아련한 자신의 정보 대신 들어차 있는 건, 그 외의 것들.

 말하는 법이나 몸을 움직이는 법, 젓가락이나 나이프, 숟가락 등의 식기를 쓰는 법같이 일상에 필요한 것들부터, 환상향에선 알고 있을 리 없는 전자기기같은 근대적인 도구나 기술, 게임이나 만화 등의 오락, 그쪽에선 일반적이었던 예절이나 교양적인 지식들.

 원작지식이 있는 덕에 이 땅이나 주위에 순응하는게 빨랐던 건 사실이기에, 거기엔 솔직히 감사하고 있어.

 그런 나는, 인형을 조종하는 마법사 소녀로서 급작스레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어.

 이 집의 거실에서 의자에 앉아, 눈앞의 책상에 금발의 빨간옷과 파란옷을 입은 인형이 놓여있는 상황이 이 세계에서의 첫 기억.

 근처의 거울을 봤을 때, 초절 금발미인 코스프레 소녀가 나온데 놀라 의자에서 굴러 떨어져 버린 것도 지금은 좋은 추억이야.

 여러 일을 겪고 자신이 ​동​방​P​r​o​j​e​c​t​의​ 캐릭터인 앨리스 마가트로이드가 되었다는 걸 이해한 나는, 지금도 일곱 빛깔의 인형사로서 이 잊어버리고 잊힌 존재들이 도달하는 낙원……환상향에서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어.

 얼마간 미래의 전개나 이 환상향에 발호하는 요괴, 요정, 망령등의 이매망량, 또는 그걸 퇴치하는 겨드랑이무녀 등의 지식을 가지고 인생을 시작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살아간다” 뿐이었어.

 애초에, 처음에는 여기가 환상향이라는 것조차도, 예상은 했지만 확신은 못했었을 정도니까.

 이 몸이 된 뒤에 한동안은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려고 집에 틀어박혀 있었고, 어느정도 파악한 뒤에도 인형을 만드는 연습같은 걸 하느라 오래 외출하진 않았어.

 집 안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밖에 나간 순간 요괴한테 먹혀서 작고하는 전개만은 피하고 싶었던 거야.

 “마법을 사용하는 정도의 능력”이라는 마법사로서의 힘이나, 앨리스가 가진 고유능력 “인형을 다루는 정도의 능력”이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위화감 없이 쓸 수 있었던 것도 운이 좋았어.

 혹시 쓸 수 없었으면, 지금도 조무래기 요괴에게 간단히 먹혀 버릴만한 가냘픈 존재였을거야.

 마법에 대해선, 집의 서가에 있던 대량의 마도서를 섭렵하여(일본어는 아니었지만, 왠지 그냥 읽혔어) 초보적인 마법등은 반복연습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도 큰 고생 없이 간단하게 익힐 수 있었어.


 일곱 빛깔의 인형사, 육체 스펙 진짜 쩔어!


 물론, 대강 노력해서 손에 얻은 마법도 노력하는 만큼 더더욱 위가 보이고, 인형조작도 결코 끝에 이르렀다곤 말하기 힘들어, 이런데 열중하는 성질인 나는 지금도 정진하느라 여념이 없어.

 그리고 실제로, 환상향은 나름 위험한 곳이나 사람이 많다보니 적어도 자위수단쯤은 제대로 갖춰두지 않으면 농담이 아니라 진짜 생명이 위험한 거야.


“……다 됐네.”


 곰곰이 생각하며, 설탕과 우유가 든 홍차를 입에 머금어.

 이 홍차는, 파랑색과 빨간색 원피스 차림의 어깨통보다도 약간 작은 금발의 닮은 인형들――상해와 봉래를 조종해, 원격조작으로 우린 거야.

 가지고 있는 것들 중 제일 오래된 인형이면서, 내가 환상향에서 처음으로 만난 가장 사랑하는 파트너들. 나도 새로 인형을 잔뜩 만들었지만, 이 둘만은 처음부터 있었던 만큼 특히 깊은 생각이 있어.

 작업에 몰두한 탓에 완전히 식어버린 찻잔을 기울이면서 내려다본 작업대 위에는 오늘 아침에 일어난 뒤로 틈틈이 만들었던 봉재인형이 멋지게 완성되어 있어.

 알고 지내는 얼음의 요정, 치르노를 데포르메로 재현한 그 인형을 한 번 양 손으로 들어올려 구석구석까지 관찰하면서,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를 확인해.

 등에서 떨어져 존재하는 얼음의 날개를 어떻게 재현할지 고심하긴 했지만, 결국 마법으로 만든 무색투명한 실로 등에 꿰매서 들썩거리는 움직임에 맞춰서 동실동실 따라가는 구조로 해 봤어.

 그녀가 평소에 입고 있는 물색 바탕 원피스를 세세히 신경쓴 거랑, 본인을 방불케하는 말괄량이에다 질 마음 없어 보이는 강한 표정은 내가 봐도 멋진 일을 한 것 같다고 자화자찬할 정도.

 이런 인형이나 봉제인형을 만드는 건, 내 취미 중 하나야.

 원작의 앨리스는 완전자율식. 즉 자아를 가진 “살아있는 인형”이라는, 어딘가의 서커스 만화 캐릭터 같은 걸 목적으로 삼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나도 역시 같은 곳을 지침으로 삼아 연구를 해나가고 있어.

 이 세계에선 마법사라는 이름은 요괴를 의미해서, 시간이 흘러가도 죽지 않는 불로의 존재야.

 기나긴 시간을 살아가기 위한 목표면 뭐든 좋았어.

 어쩌면 나 스스로가 “앨리스”라는 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속박하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이 상황이 사고인지 아니면 누군가 일으킨 필연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내가 원래의 “앨리스 마가트로이드”라는 존재를 덮어써서 소멸시킨 건 틀림없을 거야.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라도 무리하지 않는 정도로 “그녀”로 있고 싶다고 바라는 건, 속죄조차 되지 못하는 자위행위라는 건 이해하고 있어.

 뭐어, 그것도 또 인생, 아니, 마법사생이란 거겠지.


“……슬슬 때가 됐을까?”


 혼자서 오래 살다보니 저도 모르게 혼잣말이 늘어나는 건 불만이지만, 입 밖으로 나와 버리는 건 어쩔 수 없지.

 혼잣말 뒤에 랜턴 모양의 탁상시계를 슬쩍 바라봤더니, 출발하기에 딱 맞는 시간이었어.

 자기가 말을 꺼내놓고 지각해 버리는 건 꼴사납지.

 나는 근처에 놓아둔 자작 사각형 케이스에 만든 치르노 인형을 넣고, 마법의 실을 조작해서 상해와 봉래를 좌우로 날리면서 외출할 준비를 시작해.

 준비라곤 해도, 작업하다 달라붙은 실밥이나 먼지 같은 것들을 가볍게 떨어내곤 어깨 위에 스톨을 걸치기만 하면 끝나는 정말 간단한 일들.

 오늘은 마을에서 부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인형극을 마을 구석에 있는 공원에서 선보이는 날이었어.

 흥이 오르는 날에는 길가같은 데서 가볍게 할 때도 가끔 있긴 한데, 이번은 자작 포스터를 붙여서까지 통지한 본격적인 무대야.

 마을에서 하는 인형극.

 이것도 마찬가지로 원작의 앨리스를 의식한 행동일 거야.

 겨드랑이에 낀 검은 케이스 안에는, 극에서 쓸 인형들이나 소품들이 들어있어.

 만든 인형을 내 주위로 전송시키는 마법은 익히고 있지만, 원할 때 바로 전력을 집결시킬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그 마법을 마을에서 썼다간 보는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위기감을 부채질하는 셈이라, 이렇게 성실하게 직접 들고 옮기고 있는 상황이야.

 구작판 이후 앨리스가 원작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춘설이변”까지 마을과 접촉을 미루고 있던 나는, 계속 혼자 산 탓에 사람이 너무도 그리워져서 거유와 박치기와 방어로서 정평이 나 있는 서당의 반수 교사, 오케이네 즉 카미시라사와 케이네 선생님께 고민 없이 데꿀멍 외교를 감행했어.

 절실히 설득한 보람이 있어서 어떻게든 마을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된 내 인형극은, 이번으로 딱 20번째라는 기념할 시기를 맞이할 정도로 오랫동안 흥행하며 이어지고 있어.

 허가를 내 준 마을의 사람들과 케이네에겐 정말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해.

 일부러 아는 사람을 집에 부르는 것도 쑥스럽다 보니 이 집에서 이걸 기념하는 건 나랑 인형들 밖에 없지만, 캇파제 냉장고에는 이미 케이크나 와인등 솔로 축하회 준비도 해 뒀어.


 진짜라고? 외톨이도 소통장애도 아니니까, 차, 착각하지 말라고!


 머릿속으로 그런 쓸데없는 변명을 해대면서 인형들이랑 같이 집을 나서면서, 문은 안 잠근 채로 현관문의 돌계단을 내려가.

 문단속도 안 하고 외출하는 건 기억에 있는 감각 탓에 아직 저항감이 강하긴 하지만, 이러는 이유가 있어.

 집 밖에 펼쳐진 마법의 숲이라 불리는 곳은 햇빛이 땅바닥까지 닿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있고, 습도도 높다보니 군생하는 괴물 버섯들이 일년 내내 환각작용을 가진 포자를 흩뿌리고 있어.

 평범한 사람은 물론이고 내성이 없는 요괴들한테도 효과가 굉장하다 보니, 마법으로 막든지 내성을 기르지 못한 채로 그걸 심하게 마셨다간 죽을 수 있을 정도의 맹독이야.

 어딘가에 왕충(오무)가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부해가 되어 있는 이 땅에서, 비교적 숲의 입구에 가까운 위치에 지어진 내 집은 만일의 상황에 요괴들에게서 도망쳐온 사람들의 대피처 같은 존재로 인식돼 있어.

 소문을 퍼트린 까마귀 텐구 신문팔이는 단단히 혼내줬지만, 소문 자체는 꽤 사실에 가깝다 보니 사라져주질 않아.

 지금도 1년에 몇 번 정도의 적은 빈도지만 요괴나 요정에게 쫓긴 사람이 내 집에 굴러들어올 때가 있다보니, 문을 잠그고 외출하면 그런 분들이 집 안에 못 들어오고 밖에서 죽어 버리게 돼.

 집의 창이나 벽에는 열화를 막는 마법이랑 강도를 올리는 마법이 걸려 있다 보니, 보통 사람이 부수는 것도 불가능 할 거고.

 돌아와 보면 현관에 시체라니 뭐야 이거 무서워 라고 생각한 나는, 외출할 때도 문단속 안 하고 나가기로 한 거야.

 아직까진 집에 왔을 때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 있는 경험은 하지 못했으니, 내 배려는 단순한 자기만족인 상태야.

 이웃사촌인 흑백의 마법사에게는 “도둑이 들 수 있으니까 그만둬” 같은 잔소리를 들었지만,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넌 그 소리 하지 마”라고 반론해 뒀어.

 정말로 남이 손대는 걸 피하고 싶은 곳에는 나 나름대로 마법식을 걸어 뒀으니, 보안적으로도 딱히 문제는 없겠지.


“갈까, 상해, 봉래.”


 이런 부끄러운 혼잣말은, 인형들에게 애착도 있다보니 정말 무의식중에 나와버려.

 “상해―”라거나 “바보아냐―”같은 억양 없는 말들을 인형들이 하게 해 볼까도 고민해 봤지만, 홀로 하는 연극이 더더욱 심해질 것 같아서 실제로 하진 않았어.

 그런 기행을 시작했다간, 안 그래도 평소의 표정이나 태도가 하도 딱딱해서 남들과 거리감이 생기는 걸로 고뇌하는 내게서 사람들이 더욱 멀어질게 틀림 없고.

 나는 과한 모험은 안 하는 주의인 거야.

 까놓고 말하면 단순한 얼간이인 거지만, 신경쓰면 안 돼.

 직접 조작하는 거다 보니 아무 말도 안 해도 태연하게 따라오는 두 인형을 좌우에 거느리고, 나는 마법의 숲을 날아올라.

 포자의 안개와 깊은 나무들을 빠져나가면, 눈 아래에 광대한 환상향의 모형정원이 펼쳐져 있어. 산, 강, 숲, 호수――대부분 손을 타지 않은 대자연에서, 팔백만의 생명이 숨쉬는게 들려와.

 맑은 초봄이라는 온화한 계절감도 함께해서, 환상의 뜰은 오늘도 평화롭고 좋은 날씨였어.








 마을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서당을 운영하고 있는 마을 최고의 지식인,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는, 모인 손님들의 최후미에서 그녀의 인형극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만든 꽤 넓은 공원 안쪽에서, 양손을 높게 들며 잽싸고 정확한 움직임으로 아래 있는 인영들을 조작하고 있는 사랑스런 소녀.

 본인도 인형인 것만 같은 조형의, 사람에게 있을 리 없는 아름다움을 가진 인형사. 앨리스 마가트로이드의 공연을 보는 건 이번이 몇 번째일까.

 만난 계기는, 마을에서 인형극을 하고 싶다며 그녀가 케이네가 있는 서당에 걸음을 옮겼을 때였다.

 햇빛의 은혜를 별로 받지 않은 하얀 피부에 푸른 눈. 가볍게 물결치는, 목덜미까지 오는 금색 머리칼. 어디서 나름대로 교육을 받고 있었던 건지, 등골이 깨끗이 선 가늘고 화사한 몸.

 케이네가 느낀 첫 인상은, 역시 표정이 없는 인형 같다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그 때랑 같은 모습이지만, 파란 양복의 위아래에 가볍게 두른 프릴 달린 스톨이 정말 잘 어울려서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사랑스럽게 느껴버린 건 비밀이다.

 케이네는 딱히 마을의 유지거나 한 건 아니다.

 마법사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요괴에게서 제안을 받은 마을의 대표들이, 대응을 어찌할지 몰라하다가 마을의 수호자라 불리는 그녀에게 그 처리를 맡긴 거다.

 마법사는 그 대부분이 사람이 변화한 요괴기도 하다 보니 마을 출입도 허용된 비교적 인간에 가까운 도덕관을 가진 존재지만, 아무래도 마을 안에서 행동을 일으킨다고 하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동양 출신으로는 안 보이는 겉모습인데도 예의바르게 다다미 위에 정좌한 채로 세 손가락을 바닥에 짚고 정중히 고개를 숙인 앨리스는, 그 자세 그대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먼저 마을 사람을 습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맹세해. 나는 단지 내 연극을 관객들이 봐줬으면 할 뿐이야.”


 진지한 태도에 호감을 느껴 시험삼아 한 번은 허가했지만, 설마 이정도의 반향을 불러오게 될 거라는 건 당시의 케이네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말에 거짓은 없어서 때때로 불쑥 마을에 나타나선 광장에 설치된 게시판에 연극을 하는 날짜와 시간을 쓴 자작 포스터를 붙이곤, 당일에 사람들 앞에서 그 기술을 선보인 뒤 떠나간다.

 그걸 반복함에 따라 마을 사람들의 경계심도 옅어져 가서, 지금은 마을에서 진행되는 오락의 대명사로서 높은 인기를 떨치고 있다.

 인형극 규모의 사정상 극을 볼 수 있는 사람 수가 한정돼 버리기에 요즘은 어른용으로 비공식 표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그녀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마을에서 인형극을 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연극을 하는 앨리스 본인의 인품도 문제 없다보니 마을 사람들에게서 대체로 호감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네는 오늘 하기로 한 일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보니 아이들에게 불려서 오랜만에 인형극을 보러 오게 되었지만,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이 집중된 무대는 몇 번을 봐도 넋을 잃을 정도로 화려했다.

 살아있는 게 아닐지 착각할 것만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인형들의 움직임은 물론이거니와, 곳곳에 담긴 수많은 연출들에도 혀를 내두른다.

 웅장함을 피한, 주름상자가 있는 악기 등으로 펼치는 소박한 음악. 장면의 변화에 맞춰서 풍경이 완전히 바뀌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정경.

 글자를 못 읽는 어린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대사를 글자가 아니라 그림으로 나타내는 표현 또한 훌륭하다.

 극을 본 어린이들이 마법사라는 외법자에게 동경을 안아버리는 건 마을 사람으로서 머리가 지끈거릴 수밖에 없지만, 그녀에게 악의나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만큼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번 인형극의 상연 내용은 인간 남자와 설녀라는 요괴를 소재로 한 이야기였다.

 케이네에겐 여러 책에서 본 적이 있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대부분이 비련으로 끝나는 이 이종혼인담에 앨리스는 여느때처럼 새로운 전개를 담아 넣는다.

 “배드엔딩은 싫은걸” 이라는게, 눈 앞에서 인형을 조종하는 마법사의 주장이다.

 설산에서 조난한 남자가 산에서 만난 설녀의 오두막집에서 하룻밤 묵는 허락을 받아, 그걸 결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하산한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을 보낸 남자에게 설녀가 사람으로 변한 채로 신부로 들어와, 남자와의 약속에 거짓이 없었는지 감시하려 한다.

 여기까지의 흐름은 케이네가 아는 이야기랑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앨리스 마가트로이드의 인형극이다.

 의리가 단단하고 인정미 넘치는 사냥꾼인 남자와, 아름답고도 약간 얼빠진 부분이 있는 설녀의 연애극.

 어린이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요괴인 설녀가 문화가 다른 인간의 생활에 잔뜩 고생하는 모습을 유쾌하고 즐겁고도 익살스럽게 연기해 보이거나 둘이 점점 화목해져가는 과정을 자로 잰 듯 정밀하게 묘사하는 등, 완급을 붙인 이야기의 흐름으로 인해 관객의 눈이 무대에 못박혔다.

 오랜 세월을 함께하며, 한참은 옛날에 아내의 정체를 눈치챈 남자는 그녀에게 몰래 요괴를 인간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인다.

 고생을 쌓아, 마침내 요괴의 현자에게서 그 방법을 배운 남자는 크나큰 결심을 하고 설녀에게 그 사실을 고백했다.

 정체가 들통난데 놀라고 그럼에도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자에게 놀라, 인간이 될 수 있다는데도 놀란 둔감한 설녀는, 놀라다 지쳐 주저앉은 뒤에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끝으로, 같은 인간이 된 두 사람이 그 자리에서 껴안으며 주위를 장식하던 배경이 흐려져 간다.

 앨리스의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인형들이 각자 다른 악기를 잡고, 폐막의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인형극이 끝나, 관객들에게 우아하게 인사를 하는 앨리스와 인형들을 향해 주위에서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진다.

 케이네 또한 빈말 없는 칭찬으로서 크게 박수치는 걸로 멋진 연극을 보여준 그녀에게 소소한 답례를 보냈다.

 사람을 우위에 둔, 나쁘지 않은 결말이다.

 그녀가 만드는 이야기는 언제나 환상향에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꿈같은 엔딩을 맞이할 때가 많다.

 하지만, 케이네는 그런 앨리스의 동화가 싫지 않았다.

 길게 이어진 박수가 끝난 뒤, 앨리스는 이어서 또 하나의 행사를 개최한다.

 언제부턴지 극의 뒤에 추가된, 어른이나 어린애의 구분 없이 인형극을 보고 있던 모두가 참가할 수 있는 경품까지 있는 놀이다.


“――무대에 오르고 싶은 애는 있니?”


 표정 변화 없이, 처음으로 듣는 사람에겐 기분이 불편한 것처럼도 느껴질 감정없는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앨리스.


“저요!”

“저요! 저요!”

“저요 저요 저요―!”


 처음으로 극을 보는 애들도 주위 사람들에게 들어서 앞으로 뭘 하는지 알고 있는 거겠지.

 그녀의 한마디에, 인형극을 보고 있던 아이들이 기운찬 목소리로 손을 치켜든다.

 어린이들의 눈은 인형극을 본 흥분에 다들 기대로 가득차서 표정이나 목소리 탓에 첫인상이 나쁘고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는 인상을 주는 앨리스에 대한 공포나 기피감은 눈꼽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이 마녀의 무서운 부분이다.

 본인은 인형처럼 무기질적인데도 마성이라 할 만한 장악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붙잡고 어린이들의 신뢰를 쟁취해 버린다.

 심지어 어른 중에도 그녀를 연모하는 남자들이 있을 정도로.

 들은 이야기론, 하쿠레이의 무녀를 필두로 한 그 만만찮은 환상향의 실력자들 상당수와도 어떤 식으로든 교류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쁜 존재는 아니라곤 생각한다.

 상냥한 존재라고도 생각한다.

 지나치게 경계하고 있다는 건 케이네 스스로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거다.

 하지만 마을의 수호자를 자기 역할이라 정한 그녀의 눈엔, 앨리스의 표정이 안 바뀌는 영향도 있어서 그 광경이 때때로 매료의 마법을 통한 세뇌같은 것이 아닌가 싶게도 보여 버리는 거였다.


“그럼……오늘은 너에게 부탁할게.”

“네, 네!”


 케이네가 의심과 자기혐오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사이에, 앨리스가 가리킨 건 서당에 다니는 소녀였다.

 어깻죽지까지 뻗은 머리카락 양쪽에 꽃모양 머리장식으로 묶은, 서당의 우등생 중 한명이다.

 하지만 그녀는 앨리스의 인형극의 열렬한 애호자였던 모양이다. 불린 순간에 스프링 장난감만 같은 기세로 힘차게 일어나서, 어색한 동작으로 무대 가운데에 있는 앨리스 앞으로 걸어나간다.


 이번엔, 나도 참가해 볼까.


 경품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혹시 따게 되면 서당 교실에라도 장식해 두자.

 케이네는 정말 좋아하는 앨리스의 근처라서 긴장하고 있는 소녀의 흐뭇한 모습에 독기가 빠져,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법사가 벌이는 장난에 도전할 마음을 굳히고 있다.








 아하하하핫! 보도록, 이 온갖 초절비술을!


 마음속으론 신나 소리치며, 모여준 사람들 앞에서 인형들의 행동을 치밀하게 제어해 나가.

 제 20회째라는 기념스런 공연이기에, 내 조작에도 자연스럽게 기합이 들어가는 거야.

 마을 중앙쯤에 있는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만들어진 공원에서 평소처럼 관객석과 무대 사이에 선을 긋고, 인형이나 음원의 상태도 최종 확인.

 그동안 가지고 온 다른 인형들을 펼쳐놓고 관객들에게서 시청료를 받아나가. 뭐, 극의 대금은 형식적인 의미가 강해서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금액인데다 내고 싶지 않으면 안 내도 상관 안 한다고 이야기 해 뒀어.

 그래도 모두 의리있게 내주는 걸 보면, 내 재주도 돈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겠지. 뭐, 단순히 내가 무섭다는 이유일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모인 돈을 사각 케이스에 모아 넣은 뒤, 주역인 인형들을 손앞에 늘어세워서 다같이 인사를 한 번. 그걸 본 관객들이 보내주는 박수를 신호로, 내 인형극은 시작하게 돼.

 여러번 진행한 내 인형극은 기억에 있는 지식도 포함하여 깊게 생각한 수많은 장치를 도입해 두어, 단순히 인형을 움직이기만 하는 것들과는 일선을 긋고 있다 자신하는 오락이야.

 우선, 조작중인 인형 옆에 가로로 길게 그림이 그려진 말풍선을 출현시켜서, 이야기 등의 내용을 관객들에게 파악시켜. 말풍선의 내용을 글자로 안 하는 건 마을의 식자율이 높지도 낮지도 않다는 미묘한 환경인데 대한 배려야.

 처음에는 문자로 했었는데, 그래선 이해할 수 없다고 일부 아이들이 이야기한 걸 듣고 이 방식으로 바꿨어.

 환상향은 지금의 사례처럼 현대 일본과는 다른 부분이 잔뜩 있어서, 기억에 있는 대로라고 착각하고 행동하면 호된 경험을 겪을 수 있어.


 그게 나, 도시파 마법사니까 (의기양양)


 얼빠진 허세는 치워두고, 이어서 음원의 소개를 시작할게.

 BGM 담당은 상해, 효과음 담당은 봉래야.

 상해를 포함한 다섯 인형이 그녀들의 크기로 만들어진 아코디언같은 악기를 연주하고, 각종 타악기를 번갈아 두드리며 봉래가 효과음을 연출해.

 시각적인 연출에도 부족함은 없어.

 짧은 영창 뒤에 손가락을 튀기면, 장면의 전환에 맞춰서 무대 안인데도 어디선가 벚꽃비가 내려.

 다시 한 번 튀기면, 풍경은 여름의 신록에 매미소리도 뒤섞여, 이어서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물들고, 가랑눈이 내리다가 다시 봄으로.

 인형들을 둘러싼 계절 풍경은 환각 마법으로 만들어낸 신기루 같은 환상이야.

 그 마법의 효과는 관객과 내 사이에 있는 무대의 정면 한구석을 마치 상자형으로 잘라낸 것 같은 범위에서 멈춰있어.

 마법, 진짜 만능이네.

 바깥세상의 마술사처럼 직전에 거슬릴 정도로 호들갑스런 동작을 하는 만큼 마법을 써서 불러일으킨 현상은 보다 강하게 관객의 마음을 빼앗아.

 현재, 연극을 보고 있는 아이들은 내 몸짓에 눈을 반짝반짝 빛내, 지금이라도 달라들 것만 같은 기세야.


 귀엽네에~, 애들 귀여워~


 마음속으론 우헤헤하고 웃는데, 그런데도 전혀 미소가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표정근육이 초합금인 내가 원망스러워.

 이런, 잔재주 연회용 마법 같은 것만 우선적으로 습득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전투계 마법이나 탄막 놀이의 실력이 안 오르는 거지만, 내가 즐거우니까 문제 없잖아.

 딱히 환상향 최고를 노리는 것도 아니고 탄막놀이나 진짜 싸움으로 나 SSEEE같은 걸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니, 난 이거면 괜찮아.

 이 연극 가운데 내가 제일 힘을 쏟고 있는 건 당연히 인형들의 동작이야.

 어설프게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는 건 피하고, 코미컬하며 알기 쉽게, 그러면서도 인형마다의 버릇이나 동작의 특징을 담아 자연스럽게 각 역을 시켜.

 손가락에서 뻗어나온 일반인에게는 안 보이는 마법의 실을 일부러 보이게 만들어서 인형의 뒤에 붙여, 관객에게 내가 “조종하는 느낌”을 연출하는 것도 잊지 않아.

 거리에서 하는 인형극이니까, 조종하는 손을 숨길 수 없는 걸 역으로 활용해서 극을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우리는 이런 수준 높은 기술을 보고 있는 거구나” 같은 사치스런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거야.

 착각하면 곤란한데, 딱히 나는 자기 기술을 내보이기만 하려고 온 건 아니야. 이것도 관객이 내 연극을 다 본 뒤에 정말 조금이라도 즐거웠다고 느꼈으면 싶어서 생각한, 무대 장치의 일부인 것 뿐이니까.

 손님을 상대로 인형극을 하는, 엔터테이너로서의 부분. 그걸 위한 연출, 그걸 위해 단련한 기술.

 이 모든 것의 집대성은, 관객이 박수로 대답해줘.

 일본의 교육방송에서 방송하고 있던 그림 연극풍 인형극 방송에서 착안한 내 개인 인형극장은, 사견이긴 해도 꽤 인기가 있다고 자부하고 있어.

 처음에는 경계하는 아이 몇 명 정도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놀랍게도 어른도 포함해 6~70명은 되는 큰 잔치야.

 무대인 공원의 넓이와 인형극이라는 형식의 한계상 이보다 많은 관객은 바랄 수 없겠지. 하지만 내가 마을에선 위협적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것만으로도 넘치는 결과야.

 관객의 미소는 내게 자극을 줘. 연극이 끝나 박수를 쳐줄 때, 다음은 좀 더 기쁘게 해 주고 싶다, 다음은 좀 더 힘내자 싶은 마음이 마음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라.

 자, 이번 연극은 일본 옛날이야기로 유명한 “설녀”야.

 일본에선 나름 흔한 이야기지만, 나는 여기에 독자적이랄지 다른 작품의 영향을 받았달지 싶은 어레인지를 더했어.

 저작권이 존재하지 않고,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바깥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모르는 사람만이 사는, 이 환상향이기에 가능한 만행.

 해피엔딩 주의자기에 내 연극은 기본적으로 경사났네 경사났어로만 끝나.


 기회주의라고 웃고 싶으면 웃어!

 그래도 보라고, 이 불타는 전개!


 연극도 종반에 접어들어, 마음속으로 외치는 내 기운도 맥스야.

 당연히 표정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사실은 이야기 하는 만큼 마음이 고조되어 있는 것도 아니거나 하지만.

 사충의 마법으로 육체의 성장을 멈추고, 사식의 마법으로 마력을 영양으로 바꿀 수 있는 마법사의 몸이어선지, 나는 욕구라는 게 굉장히 적고, 감정의 기복이 어느 정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 체질이 된 거야.

 설령 변화가 있다고 해도, 잔물결 정도에서 멈추고 격정까진 이르지 못해.

 표정도 별 변함이 없어서, 항상 가면처럼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가 많은 나는, 그 탓에 다른 사람에게서 오해받을 때도 제법 많아.

 이제와서 무표정 요설 캐릭터로 전향해봐야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게 확정이니, 겉모습은 언제나 엘레강트한 쿨 뷰티를 지키고 있거나 해. 거기, 웃지 마.

 뭐어, 거꾸로 원작 등장인물에게 만났을 때처럼 기쁘고도 낯부끄런 이벤트에서도 별로 수상한 모습 없이 포커페이스를 지킬 수 있으니, 이 체질도 싫은 건 아니지만.

 연극의 평가가 나올 종막을 앞두고,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심경으로 인형을 계속 움직이는 나.

 이번 인형극은 관객들의 마음에 뭔가를 남길 수 있었을까.

 무표정에 사귐성도 없는 내 앞에서, 눈을 빛내는 어린애들의 순진무구한 얼굴이 약간이나마 부러웠어.








 종막이 된 내 무대에, 관객들에게서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져. 아무래도 이번 연극도 만족해 준 모양이야.

 그 사실에 나는 슬며시 가슴을 쓸어내려.

 아무리 오랫동안 이걸 해 와도, 이런 행사에 절대적인 정답갈은 건 없어.

 한 번 한 번이 정말로 관객과 나의 정면승부야.

 긴 박수도 끝나, 나는 이어서 다른 하나의 이벤트를 하기 위해 상해와 봉래를 무대 위로 날렸어.


“――무대에 오르고 싶은 애는 있니?”


“저요!”

“저요! 저요!”

“저요 저요 저요―!”


 내가 물어보자, 제일 앞줄에 있는 아이들이 크게 소리치면서 자기가 먼저라는 듯이 손을 높게 들어올려 줬어.

 나는 목소리도 표정도 로봇처럼 변화가 거의 없다보니 진행역으로서 분위기를 고조시키긴 어렵다 보니까, 매번 어린애들 중에서 한 사람을 골라 그 역할을 부탁하고 있는 거야.


“그럼……오늘은 너에게 부탁할게.”

“네, 네!”


 내 부탁에 손과 발이 동시에 나올 만큼 긴장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오는 소녀.

 확실히, 관객으로 여러 번 와주고 있고, 사회를 맡은 적도 한 번이 아닌 걸로 기억하고 있지만, 내 근처까지 오는 동작은 굉장히 딱딱해.

 혹시나 그녀는 인형극은 좋아해도 마법사인 나를 무서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럼, 시작할게.”

“예!”


 부탁한 걸 조금 미안하게 생각하면서, 그녀를 사회로 게임 시작이야.


“하나―둘, 가위·바위·보!”

“““보!”””


 소녀의 마지막 소리에 관객들의 합창이 겹쳐, 참가자들이 제각각의 모습을 만든 손을 들어올려.

 상해와 봉래가 낸 손은 꽉 쥔 주먹.


“좋았어!”

“젠장―, 처음부터냐고오.”

“오늘은 꼭, 내가 탈 거야!”

“아니야, 내가 탈 거란 말야!”


 첫 판의 결과에 희비가 교차해 떠드는 아이들. 어른들 중에도 마찬가지로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어.

 경품이 걸린 가위바위보 대회.

 아이들이 내가 만든 인형을 꼭 가지고 싶다고 졸라대서, 공짜로 주는 건 교육상 나쁘다고 생각한 내가 시작한 피로 피를 씻는 쟁탈전이야.

 돈을 받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만든 인형에 가격을 붙이는 건 내키지 않았다 보니 희소가치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오락의 일환으로서 건네주기로 해 보았어.

 사회로 고른 애에게도 감사의 뜻으로 소정의 과자는 건넸지만, 게임에 핸디캡은 안 붙여줘.


“가위 바위 보!”

“““보!”””


 여러 번 되풀이해서 사람 수를 줄여나간다. 나는 인형을 움직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기분적으로는 노래하는 언니 포지션이야.

 상해와 봉래에게 계속 이긴 사람들로, 남은게 대략 5명 정도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대결전.

 이겨서 살아남은 맹자들이 무대에 올라, 마지막 한 사람이 될 때 까지 승자라 하는 하나밖에 없는 의자를 서로 빼앗아.


“가위 바위 보!”

“““보!”””

​“​아​…​…​이​겼​다​―​!​”​


 결승전은 급작스럽게 한 명의 승리였어.

 게다가, 우승자는 사회역을 부탁한 소녀인 거야.

 멋진 운이다. 분명 오늘의 점 랭킹은 독자 1위였을게 틀림 없어.


“축하해.”

“가, 감사합니다!”


 경품인 치르노 인형을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우고 소중히 껴안는 소녀.

 그대로 허리를 꺾어버릴 것만 기세로 꾹 껴안으며, 나를 향해 깊게 허리를 꺾었어.

 이렇게 여흥은 끝이야. 위로상으로 연극에 쓴 인형들로 사탕이나 쿠키같은 서양식 과자들을 관객들에게 돌린 뒤, 다들 삼삼오오 흩어져 갔어.


“――인기는 여전하구나.”


 인형을 얻은 소녀가 사회의 답례로 건네준 자그만 타르트도 함께 껴안곤 팔이 끊어질 것 같은 정도로 흔들어대는 모습에 응답하는 중, 드물게도 손님이 말을 걸어왔어.


“네가 관객인 건 오랜만이네, 케이네.”


 인형들을 사각 케이스에 정리하는 걸 멈추고, 뒤돌아서 평탄한 목소리로 케이네에게 인사해.

 내 입장에선 좀 더 우호적으로 접하고 싶지만, 사교성이 없다보니 미소도 보여줄 수 없어.

 뭐, 그녀는 마을에 찾아온 우리들같은 인외들에 대한 억지력이기도 하니 쓸데없이 너무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체면이 나쁠 거고, 이 정도가 딱 좋은 관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아까 인형을 준 소녀는, 인형극에 푹 빠진 애호가인 모양이야. 길거리에서 하는 작은 연극들도 눈에 띄면 꼭 본다고 말했었어.”


 에, 그 애 팬이었어?

 그럼 내가 불렀을 때 행동이 딱딱했던 건 쫄았던게 아니라, 반대 의미로 긴장한 거였구나. 

 굉장해. 내 팬이라니, 도시전설이나 토속담 같은 거라고만 생각했었어.


 하지만 나는 감사나 기쁨이 아니라, 강철의 의지로 다른 말을 말해야만 해.


“그런 자그만 애에게 마법사같은 외법자에게 동경을 안겨주면 안 돼.”


 스스로 해 놓고선, 무슨 헛소린지.

 하지만 중요한 일이야. 내가 그 애에게 해 줄 수 없는, 정말로 정말로 중요한 일.


“마을의 사람으로선 동의하지만, 너도 마법사잖아. 왜 그런 소릴 하는 거야?”


 당연하잖아.

 그녀는 인간이고, 나는 마법사니까야.


“그 애가 내게 “제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너희가 곤란하잖니?”


 마을과, 마법의 숲.

 사는 세계는 같아도 사는 장소가 다른 거야.

 혹시나 그 애가 정말로 내게 제자가 되고 싶다고 말해 온다면, 거절할 수 있는 자신은 전혀 없어.

 아니 그보다, 오히려 전력으로 대환영 해 버릴 것 같아.

 그러니까 여기서 누가 멈춰주지 않으면, 그 애는 구할 수 없어.

 나는 사람은 사람답게 생애를 완수하는게 가장 이치에 맞다고 생각해.

 사람의 길에서 벗어나는 행위는, 대부분 대가와 희생을 지불해도 실현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과정도 없이, 다른 사람의 몸으로 마법사가 된 내가 말해도 설득력은 부족할지도 모르겠지만, 과정이 없기에 더더욱 급작스레 영원의 삶을 얻어버린 허무감은 요괴의 고뇌를 이야기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되겠지.


​“​그​런​가​…​…​그​렇​구​나​.​ 조언, 감사할게.”

“그렇게 해 줘.”


 복잡한 기분인 듯 눈썹을 내리는 케이네에게, 나는 쓸데없는 일을 늘려버린 죄책감을 안으며 역할을 맡겨.

 마을의 수호자로서의 그녀에게 경계받아 버렸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별 수 없는 거지.

 그 애가 사람인 채로 있을 수 있다면, 싼 대가야.


“또 언젠가, 새로운 연극이 생각나면 하도록 할게.”

“아아, 기대하고 있어.”


 그 뒤, 내용없는 말을 두세마디 나눈 뒤 나는 케이네와 헤어져서 마을을 빠져나갔어.


 너무 폼잡아 버렸으려나.

 케이네, 이쪽 계속 보고 있었고.


“앨리스!”


 거북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내게, 마을 입구에서 케이네가 이름을 불렀어.


“너는 확실히 외법자지만, 마을은 너를 환영하고 있다고!”


 출입하고 있는 사람도 얼마쯤 있는데, 이리도 부끄러운 말을 큰 소리로 전해오는 케이네.


“――고마워.”


 크게 대답하기엔 용기가 부족해서, 평범한 크기로 대답하며 케이스를 안 든쪽 손을 들어올려, 감사의 뜻을 나타내.


“앨리스 씨! 또 와 줘요!”

“인형극의 답례로 덤 줄테니까, 다음엔 우리 가게에 들렀다 가렴!”

“우리집에도! 약속이야!”

“또 봐―!”


 그러자, 케이네 근처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다같이 손을 흔들며 말을 걸어와 줬어.


 뭐야 이 엔딩같은 흐름.

 따뜻하지만, 감정이 희박한 내가 아니었다면 죽을 수준의 수치 플레이라고.


 케이네의 말은 올바르기도 하지만, 잘못된 부분도 있어.

 반응은 두 가지. 내게 말을 걸어 주는 건, 인형극을 봐 준 관객이나 어린애들의 보호자들이야.

 그렇지 않은 사람. 특히, 요괴의 무서움을 충분히 알고 있을 장년 이상 세대의 사람들의 눈길은 냉엄하거나 복잡하거나 해서, 빈말로도 호의적이라고 하긴 힘들어.

 슬프긴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많아.

 인간의 모습이라 해도, 나는 이미 인간은 아니야. 인간의 고리에 다가갈 수는 있어도, 고리 안에 들어가는 건 결코 허가되지 않는 거니까.

 그래도 나를 받아들여준 사람들에게 우애를 담아 손을 흔들며 천천히 하늘을 향해 날아올라.


“앨리스 언니, 잘 가―!”

“언제든지 와 주세요―!”


 케이네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내가 안 보이게 될 때 까지 계속 말을 보내주었어.


“……자, 돌아갈까. 상해, 봉래.”


 이상하게 근질거리는 마음을 얼버무리기 위해, 옆을 나는 인형들에게 말을 걸며 비행속도를 올리는 나.

 저녁때에 가까워 주홍빛으로 물든 하늘에 부는 바람이, 내 뺨을 식히고 옷을 펄럭여.

 사람과, 요괴와, 신과, 동물과――잊힌, 인지되지 않은 환상들이 사는, 멋진 낙원, 환상향.

 나는 일곱 빛깔의 인형사 앨리스 마가트로이드로서, 이 멋진 세계서 살고 있어.








 추신.

 집에 도착해 보니, 아무래도 흑백마법사가 왔던 모양이라 발동한 트랩 탓에 냉장고 주변이 끔찍하게 날아가, 지독한 꼴이 되어 있었어.

 거실 책상에는 안이 텅 빈 술병이 굴러다니고, 비어있는 케이크 그릇 위에 실려있는 약간 피얼룩이 보이는 편지에는, “케이크랑 와인, 굉장히 맛있었다고!”라는 여성스런 동글동글한 글자와, 엄지를 세운 본인의 자화상이 곁들여져 있어.

 자신의 악행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거기다 범행성명까지 남기고 간다니――정말 배짱은 넘치는 구나.


 슬슬 나는 그녀의 집을 문답무용으로 폭격해도 괜찮은 게 아닐까.


 인형들을 써서 정리를 하며, 나는 그녀에게 보복을 어쩔지 진지하게 고민했어.
역자의 말:
 안녕하세요, 淸風입니다.
 감기에 걸려서 골골거리는 중에 데굴거리면서 팬픽들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굉장히 취향에 맞는 팬픽을 찾고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번역 허가를 부탁했다는 느낌의……. 무계획의 극치에 이른 번역작 추가입니다. 그래도 재밌는건 재밌으니 어쩔 수 없잖아요!
 사이트에 동방 팬픽이 선대록 말곤 안 올라오는게 외롭기도 했으니, 마침 잘 되었다 싶은 기분도 없지는 않지만…이미 벌려둔 판의 무게가 제 어깨를 찍어 누르네요.

 뭐, 어쩌겠습니까. 허락도 받았는데 끝까지 가야죠!

 1화는 프롤로그라 아직 이 작품의 맛이 다 드러나진 않지만, 정말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대록과도 소울이 일부 비슷하다 보니, 선대록 취향이신 분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겠지만, 주인공의 성격이 전혀 달라서 독특한 맛도 있고요.
 그럼, 이 뒤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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