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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앨리스(?)전

東方有栖(アリス)伝


원작 |

역자 | 淸風

2. 마녀와 악마와 덤으로 도둑


 급작스럽지만, 마법사가 쓰는 “마법”이라는 건 대체 뭘까.
 마법의 “마” 부분을, 어느 사람은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힘이나 법칙”이라고 일컫고, 또 다른 사람은 그냥 간결하게 “혼돈”이라 풀이했어.
 불꽃이나 바람 등의 자연현상, 저주·기적 등의 신비. 그 외에도, 술자의 실력만 충분하면, 일으킬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하는 온갖 가능성을 내포한 만능물질.

 환상향에는 기적도 마법도 있는 거야!
 단지, 녹무녀에게 상식은 없어.

 농담은 빼놓고, 우리 마법사는 그런 마력이라는 이 세계의 모드를 뒤섞은 수수께끼의 에너지에서, 필요한 양을 필요한 부분에만 베어내는 걸로 바라는대로 마법을 발동시켜.
 그리고 마법을 설명할 때 중요한 다른 하나의 요소. 그건 마법의 “법”. 즉, 심연에도 닿는 잡다한 지식이야.
 마법사라고 하면 일단 뭐든 책을 읽고 있다는 인상을 가진 사람이 많을 텐데, 그건 잘못이 아냐.
 지식은 식재료, 지혜는 도구나 조리방법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쉬우려나.
 당연히 식재료는 많으면 많을수록 할 수 있는 요리의 종류는 늘어나.
 하지만 중요한 도구의 사용법이나 조리 방법을 모르면, 요리를 만드는 건 불가능해.
 그 식재료의 어느 부위를 어떤 모양으로 잘라서 어느정도 조미료를 쓰면 될지. 거꾸로 어떤 부위를 버리고, 어느 부분을 벗기면 맛이 좋아지는지.
 식재료와 식재료――다른 사상을 적당한 형태로 엮어서, 영창이나 마법진이라는 “그릇”에 싣는 걸로 마법이라는 요리가 완성돼.
 익숙해 지면 오무하이라이스나 스프스파게티처럼 여러 요리나 조리방법을 조합해서 완전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 등, 창조의 범위는 무한히 펼쳐져가겠지.
 뭐, 요는 마법사에겐 공부도 중요하단 거야.
 길게 설명해 둬 놓고도 굉장히 수상쩍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해 보면 정말 지금 말한 감각이니 “그런 거야”라고 납득해달랄 수 밖에 없어.
 마법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곳에 사는 사람이 마법에 대한 고찰을 자세히 들어봐야 제대로 이해하는 건 조금 어려울 거고.
 그도 그럴게, 존재하지 않는 이상 증거도 근거도 보여줄 수 없어.
 천동설을 믿고 있던 당시의 학자에게 “사실 지구는 돌고 있다고, 쿠헤헤ㅋㅋ”라고 이야기하는 거랑 비슷한 거니까, 부디 한쪽 귀에서 다른 귀로 흘려 들어줘.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내가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고 있냐고 하면, 사실은 그 “마법 공부”를 하기 위해서 어느 곳에 실례하고 있기 때문이야.
 영원히 붉은 문손잡이라는 별칭을 가진, 꼬마에다 로리한 흡혈귀, 레밀리아 스칼릿을 주인으로 둔 악취미 가득한 붉은칠 양옥, 홍마관.
 그 저택 지하에 만들어진 거대한 대도서관 안에서, 내 앞에 책상을 끼우고 앉아있는 건 온종일 책을 읽기만 하는 인생을 보내는 니트 마법사, 안 움직이는 숙주나물, 파출리 놀리지야.
 뭐어, 텐구나 틈새 등 일로 정해진 역할이 있는 세대 외에는 요괴 전체가 니트라고 하면 니트인 거지만.
 오늘도 평소랑 마찬가지로 넉넉한 파자마같은 보라색 옷을 입고 어깨통만큼 두꺼운 책을 열중해서 읽으며, 손님인 나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느낌이야.
 나도 이 대도서관에서 빌린 연금술 관련 책을 읽고 있으니까, 둘 사이에 대화는 없어.
 실내에는 벽에 걸려있는 큰 시계의 시계추 소리만 조용하고 무겁게 울려퍼지고 있어.
 정적이 기분 좋아. 축제같은 소란스런 분위기도 싫어하진 않지만, 역시 평온을 사랑하는 내겐 이런 분위기가 성미가 맞아.

“후훗.”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파출리가 갑자기 입가에 손을 대고 자그맣게 웃기 시작했어.

 에, 뭐야 그 반응. 내 마음이라도 읽은 거야?

“무슨 일이야?”
“아니. 갑자기, 너와 만났을 때가 떠올랐어.”

 질문하는 나에게, 책에서 일단 눈을 떼고 쓴웃음 섞인 미소를 돌려주는 파출리. 나보다도 오래 마법사라는 종족으로 살아왔기 때문인지, 그녀는 이렇게 간단히 표정을 만들어.
 솔직히 말해서, 꽤 부러워.
 종족의 특성상 감정이 부족한 건 공통되어 있지만, 때때로 보여주는 그녀의 희노애락 섞인 얼굴은 나랑은 달라 보기 좋고, 정말 사랑스러워.

“이변이 끝나고 조금 지났다곤 해도, 과거에 싸운 상대의 저택에 맨몸으로――아니, 정확힌 과자 한 상자만 들고 찾아오다니, 지금도 제정신인지 의심돼.”
“별로, 나랑 네가 직접 싸웠던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뭐, 확실히 그녀가 무슨 소릴 하고 싶은진 알겠어.
 그도 그럴게 우리는 스펠 카드 룰이 퍼지기 전에 일어난, 환상향 최후의 진짜 싸움 소동, “흡혈귀 이변”에서 맞서 싸운 상대팀이었던 거야.
 놀러 온 횟수는 한참 전에 잊을 만큼 이 홍마관에 방문해서, 지금은 이 그늘마녀 파츄링과 서로 절친이라 할 수 있을만한 사이가 된 것 같지만, 만남이라고 할까, 첫 관계는 정말 최악이었어.
 그렇다곤 해도, 당시의 이변에선 결국 파출리나 레밀리아와는 만나지 않았고, 나는 레밀리아나 유카리 등 주역들끼리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단순히 첫 타자로 취급되고 있었다 보니 인상은 옅겠지.
 나같은 돌팔이 마법사가 이변에 얽히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기적인 거야.
 홍마관 세력이 환상향과 갖가지 계약을 마쳐, 갑자기 죽이러 덤벼들나 하진 않으리라는 낙관적인 관측도 있어서 이변이 끝나고 좀 지난 뒤에 과자 상자를 들고 다시금 인사하러 갔었단 거야.
 지금은 이렇게 얼굴만으로 들여보내줄 만큼 홍마관의 사람들과도 사이가 좋아졌기에, 결과 장땡이지.

“환상향에서도 마도서는 귀중해. 그게 이 정도의 규모로 보관되어있는 걸. 안된다고 생각해도 부탁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파출리 등과도 사이가 좋아지고 싶었고 말야.

 원작 지식에 따라 그녀들의 성격이나 능력을 크든 적든 파악하고 있다곤 해도, 나랑 마찬가지로 그녀들도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의지를 가진 유일무이한 존재야.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들과, 아이돌이나 배우를 따라가는 것처럼 친해지고 싶다고 느끼는 건 자연스런 발상이겠지.
 거기에,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생사의 위기가 따라오는 건 환상향에선 자주 있는 일이고.
 전투의 경우에도, 나 이상의 실력자나 치트급 능력자가 많은 이 세계에선, 그런 걸 하나하나 신경쓰고 있으면 사람 사귀는 것도 못한다고.
 그래서, 나는 그런 문제들은 후딱 터뜨리기로 했어.

“원래 도서관은, 많은 이용자가 책을 읽어주는 게 숙원이야. 쓸데없이 먼지가 끼게 두는 것 보단 지금 쪽이 건전한 이용법인 게 아닐까.”
“그렇네, 이렇게 너나 마리사와 만날 계기가 되었는 걸. 감사하고 있어.”

 파출리씨의 속마음 왔다―!

 내가 파출리와의 우정을 의심하지 않는 건, 그녀가 이런 기쁜 말을 태연히 말해주기 때문이야.
 보통은 얼굴을 붉힐만한 그런 말을, 그녀는 태연한 얼굴로 말하곤 해.
 기쁜 반면 부끄러움도 강해서, 이때만은 내 철면피에 감사해.

“나도, 너랑 만난 걸 감사하고 있어.”

 미소는 지을 수 없기에, 나도 마음을 힘껏 담아서 말만이라도 돌려줘.

“……그런걸, 태연하게 말하는 게 아냐.”

 아니아니, 말하기 시작한 건 팟양부터였지?

 왠지 약간 뺨을 붉히며, 눈길을 피하는 파출리. 그런 그녀를 보고 당황하면서도, 그 모에한 모습을 망막에 박고자 말없이 지긋이 바라보는 나.
 침묵은 침묵이지만 아까 전과는 다르게 기묘한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한 대도서관의 문이 갑자기 열렸어.

 아, 누가 왔다――







 대도서관의 식객, 파출리 놀리지에게 있어 앨리스 마가트로이드는 정말 이해 안 되는 존재였다.
 우선, 생각이 정말 미숙하다.
 인간으로부터 인외로 승화했을 그녀는, 아직껏 지극히 인간에 가까운 가치관으로 행동하고 있다.
 식사가 필요 없는 마법사를 상대로, 매번 과자상자를 가지고 오는 게 그 증거다.
 찾아올 때마다 종류가 바뀌는, 사치스럽진 않은 평범한 과자들은 모두 그녀의 수제라고 한다.
 오늘 과자는 원점으로 돌아가 딸기 쇼트 케이크. 꽤 잘 만들었다고 앨리스가 무표정인 채로 자랑스럽게 말했다.
 기본이 철면피인 그녀의 표정이 아닌 부분서 어느 정도 감정을 읽을 만큼은, 파출리와 앨리스의 관계는 깊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의 허물없음.
 지금 대치중인 파출리와는 이변 뒤에 만났다고 해도, 그래도 서로 죽이려 한 상대에게 새로이 호의적인 관계를 시작하고자 인사를 하러 오는 얼간이가 그녀 외에 어디 있을지.
 “흡혈귀 이변”. 지금은 안개호 근처에 위치한 홍마관을 환상향에 전이시켰을 때 일어난 쌍방의 전면 전쟁은, 홍마관의 패배라는 형태로 막을 내렸다.
 관의 주인은 앞으로 환상향의 룰에 따른다는 굴욕적인 조건을 받아들이고, 현재 생을 이어가고 있다.
 대치한 원인이 된 환상향의 현자는 당연하고, 그 모형 정원에 사는 사람들에게 화풀이에 가까운 적개심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거다.
 그걸 알고 하는 건지――솔직히 꽤 의심스런 ​부​분​이​지​만​―​―​앨​리​스​는​ 사후처리의 일환으로서 결계로 격리된 홍마관에 과자상자 하나를 들고 다시 찾아와 문지기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모양이다.

“안녕. 대도서관이라고 하는, 마도서 장서량이 많은 곳의 이용허가를 얻고 싶어.”

 뻔뻔한 건 물론이고 생명 아까운줄도 모르는 부탁에, 문지기인 중국인 요괴, 홍메이링은 정말 혼란스러웠겠지.
 결국, 당주인 레밀리아가 앨리스와 알현해서 대단한 거래나 교섭도 없이 “재밌어”라는 이유만으로 간단히 허가를 낸 결과, 지금같은 관계가 시작됐다.
 결계가 풀리고 세간에는 “홍무이변”이라고 불리는 연극이 일어나기 전부터, 그녀는 뻔질나게 이 관에 찾아와서 본인의 자각, 무의식을 포함해 홍마관의 사람들과 환상향의 중재를 해 주었다.
 솔직히, 그녀의 존재가 없었으면 파출리를 포함한 홍마관 멤버들은 아직껏 환상향에 응어리를 남긴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뒤이어, 부업으로 마법 연구를 하고 있는가 싶을 정도의, 인형극에 대한 집착.
 오늘은 마법에 관계 있는 연금술 책을 읽고 있지만, 복식이나 장식, 음악이나 연극, 회화나 동화 등, 그녀가 이 대도서관에서 읽는 건 그런 인형극 관련 책일 때가 많다.
 연장선상에는 확실히 자율가동식 인형을 만들겠다는 그녀의 목적이 놓여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목적과 수단이 뒤섞여 있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앨리스는 인형극에 정열을 붓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목적이나 흥미 외에는 무관심한 마법사라는 종족에게 있어, 그녀는 관객이라는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확연한 이단자인 거다.
 마지막으로, 대체 어디서 가져왔는지 알 수 없는 미지의 마법에 대한 지식들.
 이 대도서관에 소장된 대부분의 마도서를 암기하고 있는 파출리조차, 그녀가 쓰는 일부의 독자 마법은 이해할 수 없는데다 해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그 결과로 마법사로선 미숙할 그녀는, 하지만 파괴력이라는 부분만을 보면 칠요의 마녀라고 불리는 파출리를 아득히 능가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흥미와 감탄, 시의와 질투――파출리가 앨리스에게 안는 마음은 꽤 복잡했다.

“――그렇네, 이렇게 너나 마리사와 만날 계기가 되었는 걸. 감사하고 있어.”
“나도, 너랑 만난 걸 감사하고 있어.”

 이야기 중 놀림 반으로 본심을 이야기하자, 앨리스는 평소와 같은 진지한 표정으로 똑바로 파출리를 바라보며 답을 돌려준다.

“……그런걸, 태연하게 말하는 게 아냐.”

 이럴 때의 그녀는 정말 반칙이다. 표정이 안 바뀌는 만큼, 그 목소리가 진심인지 농담인지 의심할 것도 없이 이해돼 버린다.
 미묘하게 멋쩍어져버린 분위기에 화제를 바꾸려 결심하고 입을 열려 한 파출리보다 먼저, 구세주이자 방해꾼인 누군가가 대도서관에 찾아왔다.

“……후우, 모처럼 조용한 시간이었는데.”

 소리를 내며 열리는, 두 사람치 정도의 커다란 문. 대도서관의 유일한 출입구가 닫히고 방문자를 대충 예측한 파출리는, 자그만 불만을 내뱉었다.
 이곳에 노크도 없이 들어온 인물은, 파출리가 아는 범위 내에선 둘밖에 없다.

“앨리스 언니가 왔다는 거, 진짜야?!”

 붉은 눈에 금발, 보석을 매단 것만 같이 색채가 풍부한 날개를 가진 홍마관 단주의 여동생, 플랑드르 스칼릿.
 큰 소리와 함께 등장한 천진난만한 ​플​랑​드​르​―​―​플​랑​에​게​ 눈을 향한 앨리스가, 의자에서 일어나서 그쪽을 돌아본다.

“언―니―야!”
“윽.”

 사전에 신체강화 마법을 썼던 거겠지. 눈을 빛내며 돌격해온 괴력의 악마 여동생을, 그녀는 폐의 공기를 약간 토해내며 성실히 정면에서 받아들였다.

“플랑. 나는, 너랑은 달라서 사람에 가까운 몸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힘을 담아서 부딪치면 위험해.”
“에헤헤―, 미안해요―.”

 언제나 되풀이되는 나름 진심이 담긴 주의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웃으며 하는 사과.
 고통을 참으면서도 여전히 무표정을 관철하는 앨리스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다. 아니면 알면서 플랑의 어리광을 받아주고 있는 걸까.
 “온갖 것들을 파괴하는 정도의 능력”――살육에 특화된 능력을 가진, 그게 원인으로 정신을 앓고 있던 플랑에게, 다른 사람이 피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받아들여주는 게 얼마나 기쁠지는, 그 미소를 본 것 만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앨리스 언니. 또 플랑한테 그림책 읽어 줄래?”
“응, 좋아.”

 자신의 연구를 위해 찾아왔는데, 고민 없이 시원스레 플랑의 부탁을 들어주는 앨리스. 그녀는 플랑을 데리고 동화나 그림책을 모아둔 구역으로 소녀의 손을 잡고서 떠나간다.

“파출리, 미안해. 조금 시끄럽게 할게.”
“네 탓은 아니잖아. 여동생님, 너무 앨리스를 곤란하게 하면 안돼요.”
“으―, 안 그러는 걸! 언니, 플랑, 귀찮거나 한 거 아니지?!”
“그렇지. 플랑은 좋은 애야.”
“에헤헤―. 가자, 언니!”
“응.”

 한쪽은 마법사, 한쪽은 흡혈귀. 종족마저 다른 둘이지만, 그 흐뭇한 대화를 보고 있으면 머리 색이 같기도 해서, 진짜 자매처럼 보인다.

“어머머, 여동생 님에게 앨리스 씨를 뺏겨 버렸네요.”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새로 홍차를 가져온 연미복 차림의 소악마가, 파출리에게 찻잔을 내밀며 떠나가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녀의 소유권은 남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거야.”
“또 또~. 그런 소리만 하고 있으면, 정말 여동생 님이나 마리사 씨에게 져 버린다고요?”
“소악마……뭐든지 연애 이야기로 연결하는 건 그만두렴. 네 나쁜 버릇이야.”

 뇌가 복숭아색인 소악마에게 기막혀 하면서, 몸이 아픈걸 참고자 머리에 손을 얹는 파출리.

“에―. 그치만, 그게 더 멋지잖아요~.”
“네가 우리를 가지고 어떤 망상을 해도 자유지만, 그걸 나나 앨리스에게 억누르는 건 자중해 줘. 솔직히 말해서, 민폐야.”
“우후후―. 독점욕이네요, 이해해요.”
“하아…….”

 남의 이야기를 안 듣는 색마에게, 파출리는 마침내 깊에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플랑이 질리든지 잘 때까지 앨리스는 돌아오지 않겠지. 그녀는 냉담하게 보이지만, 어린애를 돌보는 걸 좋아하는 부분이 있다.
 그때까지 플랑과 어울려준데 대한 답례로, 읽고 있던 걸 포함해서 관련 서적들을 얼마간 골라 빌려주는 것도 이제는 일과다.
 소란스러운 방 안을 나쁘지 않게 느끼게 된 건 언제부털까.
 번거롭기만 했던, 늘어가는 바깥의 방문자를 상대로, 자그만 즐거움이 생겨난 건 언제부털까.
 이렇게나 온화한 나날이 찾아오는 건, 이 환상향을 찾아오기 전의 파출리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겠지.

“소악마, 지금부터 말하는 마도서를 여기에 가지고 와 줘.”
“예 예, 평소의 선물 작전이군요. 맡겨 주세요.”

 문제는, 아무리 지나도 오해가 풀릴 것 같지 않은, 이 성가신 조수의 존재 뿐이었다.

“하아…….”

 떠나가는 소악마에게 눈을 향하며, 파출리는 다시금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옛날 옛날, 어느 곳에――.”
“어느 곳은, 어디야?”
“그렇구나. 이 이야기는 일본의 이야기니까, 바깥 세계의 일본일 거야.”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그림책을 읽는 걸 조르는 플랑의 안력에 져서, 나는 대도서관의 동화 코어에서 한 권의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어.
 이번에 읽는 이야기는, “카구야 공주”.
 환상향에 본인이 존재하고 있는, 제법 논픽션인 옛날 이야기야.
 의자같은 건 없어서, 정좌한 내 무릎에 다리를 뻗은 플랑을 올리고, 그녀 앞에 팔을 뻗어서 뒤에서 안는 듯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어.
 본심을 말하자면, 계속 움직이는 보석같은 플랑의 날개가 굉장히 방해되지만, 그렇다고 그게 찰탁 가능한 것도 아니니까 간지럽지만 참고 있어.
 지금 자세를 봐도 알겠지만, 어째선지 플랑은 나를 굉장히 따르고 있어.
 이유로 떠오르는 건 “흡혈귀 이변”에서의 대치지만 나한텐 따를만한 일을 한 기억은 없고, 오히려 진심으로 죽이려던 상대라, 가벼운 죄책감 같은 것조차 느끼고 있어.
 뭐, 플랑도 플랑대로 나를 쳐죽이려고 했었으니까, 원래라면 그것도 쌤쌤이겠지만.
 이 부분이 내가 평화 얼간이인 일본인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좋은 증거라 할 수 있겠지.
 솔직히 말하면, 나는 “흡혈귀 이변”에서의 기억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아.
 대강의 흐름 정도는 떠올릴 수 있지만, 그때 누구랑 만나고 어떤 대화가 있었나 까지 가면, 그 순간 아지랑이가 낀 것 같은 느낌이라 어렴풋하게만 떠오르는 거야.
 갑자기 주어지거나, 봉인되거나 등, 다들 내 기억에 원한이라도 있는 걸까.
 봉인한 상대는 예상하고 있어. 그보다, 다른 사람의 기억에 간섭하거나 할 수 있는 건,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선 그녀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아.
 환상향의 현자이자 창시자. 아름답고 잔혹하고 수상쩍은 BB――콜록, 소녀인 야쿠모 유카리야.
 “경계를 다루는 정도의 능력”을 가진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내 기억을 봉인했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녀가 환상향을 생각하고, 거기 사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알고 있어. 여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때 만났을 선대 하쿠레이 무녀와의 기억이 싹 지워져 있으니까, 그쪽 관련 사정이 아닐까 의심은 하고 있지만 증거는 없어.

 어딘가의 동방 손그림 극장같은 이유는 아니었을까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내 눈물샘이 붕괴할 것 같고……

 이리도 한심할 수 없지만 일단 지금 곤란한 상황은 아니니까 뭐 됐지 정도의 생각이고 문제를 파헤치는 정도까진 안 갔어.
 왜냐면, 그녀가 진짜 내 기억을 봉인하고 싶었다면 “기억이 지워졌다”는 기억조차 고칠 수 있었을 테니까.
 일부러 그걸 알 수 있도록, 나조차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조잡하게 기억을 봉인하고 있는 건, 요는 언젠가 추궁될 거라는, 혹은 기억을 돌려줄 각오를 하고 있단 거겠지.
 그러니, 지금은 이걸로 괜찮은 거야.

 다들 웃고 평화롭다면 나는 전혀 상관 없어!

 장난스런 대사라 미안하지만, 나한텐 본심이야. 무슨 일이든 평화가 제일이니까.

“카구야 공주라니, 미혹의 중림에 살고 있는 사람이었지. 굉장히 예쁜 사람이지? 만나 보고 싶어~.”
“그래. 그럼, 다음에 그녀랑 만날 때 네가 만나고 싶어 했다고 전해둬 줄게.”
“정말?!”
“응, 약속.”

 플랑과 내 손가락을 걸고, 둘이서 약속에 꼭 따르는 노래를 한다.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꼭꼭 약속해 거짓말하면 죽기, 라고
 침을 천개 삼키는 정도는, 요괴같은 애들한텐 전혀 효과 없고. 난 죽지만.

 생명을 걸기에는 너무 싼 약속이지만, 깰 생각은 전혀 없으니 실제론 뭘 걸어도 문제는 없어.

“실례할게!”

 그 뒤, 부탁받은 그림책 낭독도 끝나, 파출리한테 끼치는 폐를 조금 신경 쓰면서 둘이――라곤 해도, 기본적으로 ​플​랑​만​이​―​―​꺄​꺄​후​후​ 떠들고 있다 보니, 다시금 대도서관의 문이 힘차게 열리는 소리와 함께 새로운 방문자의 목소리가 낭랑히 울려퍼졌어.

“마리사다!”

 플랑에게도 친구인, 마법사를 지망하는 인간. 평소의 도둑, 키리사메 마리사가 등장하자, 내 무릎 위에 엎드려 안겨붙은 채로 내게 머리를 쓰담기고 있던 소녀의 얼굴이 튀어올랐어.

“놀러 온걸까?!”
“평소랑 마찬가지라면, 이 도서관에 있는 책이 목적이겠지. 소악마와 파출리가 탄막놀이를 시작할 즈음이 아닐까?”
“플랑도 놀래! 저기 저기, 앨리스 언니도 같이 보자!”

 순식간에 일어나, 옷소매를 잡곤 콧김을 내뿜으며 날 끌어당기는 플랑.
 나랑 놀고 있을 때보다 기뻐 보이는 건, 질투때문에 느끼는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아아, 플랑, 나보다 마리사를 고르는 거구나……네이놈 마리사! 용서못해!

 뭐어, 무표정한데다 인도어파인 나보다도 기운 넘치고 아웃도어파인 마리사 쪽이 플랑하고의 상성도 좋을 것 같고, 어쩔 수 없지.
 그렇긴 해도, 저번에 마리사에게 우리 집을 스플래터 현장으로 만든데 대한 보복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플랑을 뺏긴 분풀이도 더해서, 오늘은 나도 그녀를 막고 벌주는데 참가할까.
 플랑에게 반쯤 끌려나가듯, 나는 빠르게도 시작된 아름다운 광원들의 아래로 걸어가.

 자, 마리사. 자신의 죄를 세도록 하렴.

 나는 속마음으론 신나서, 그녀에게 줄 벌을 뭘로 할지 고민하고 있어.
 평화롭고 태평한 시간도 좋아하지만, 이런 쓸데없는 소동도 환상향의 낙중 하나야.
 사랑스럽디 사랑스런 모형정원은, 오늘도 조용하고도 떠들썩했어.







 추신.
 다음날 아침, 우리 집에 닿은 신문팔이의 신문인 분분마루 신문에, 어제 있었던 일이 기재되어 있었어.
 웨딩드레스같은 새하얗고 프릴이 잔뜩 달린 긴 드레스를 입은, 금발 긴머리의 미소녀가 빗자루를 타고 울면서 환상향의 하늘을 고속으로 주파했단 모양이야.
 살짝 흔들린 사진으론, 그게 대체 누구였는지 알아볼 수 없었어.
 새로운 이변의 시작인 걸까.

 오오, 무셔 무셔.

 나는 신문 내용에 전전긍긍하는 마음으로, 거실 책상에 놓인 새 액자를 봤어.
 거기에는 양관의 일실을 배경으로 신문팔이의 신문에 쓰여있던 것과 빼닮은 꼴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등짐을 지며 창피해 하고 있는 키리사메 마리사의 러블리한 사진이 꽂혀 있어.
 같은 날에 같은 차림인 소녀가 다른 곳에서 목격되다니, 세상엔 참 신비한 일도 많구나.
 그 뒤로 며칠 뒤, 본인에게 그 사진을 들켜서 우리 집에 거대한 바람구멍이 생기게 되지만, 그것도 예상 범위 안.

 물러 터졌다고, 스위트(풉).
 세상엔 말야, 사실 필름이라는 게 존재하는 거야, 마리양.

 자, 이건 또 다음에, 그녀가 민폐를 끼치거나 하면 까마귀 신문팔이한테 팔아넘기기로 하자.
 대체 가격이 얼마나 붙을지, 벌써 정말 기대돼.
역자의 말:
 안녕하세요, 淸風입니다.

 주변 앨리스빠들의 독촉에 의해 짧은 텀으로 번역하게 된 동방앨리스전 2화였습니다. 중간에 멘탈이 나가서 잠시 벽을 보고 소리치는 시간이 있긴 했지만, 그건 뭐 소중한 추억으로···.
 여기 앨리스를 보면 묘하게 재밌어요. 감정이 별로 없다고 주장은 하는데 그 수준도 묘하긴 하고···. 하긴, 재밌으니 번역을 잡은 거죠!
 읽다가 중간중간 캐릭터 이름 표기 등에서 위화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계셨을 텐데, 이유가 궁금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래 변을 좀 길게 써두긴 했습니다. 재미 없으시겠지만 혹시 궁금하면 읽으셔도 됩니다. (.. )

 그럼, 다음 화도 최대한 빨리 번역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아래부터 내용은 캐릭터 이름 표기 그런거 신경 안 쓰시는 분은 보셔도 별로 의미도 없고 머리만 아픈 내용이니, 관심 없으시면 사뿐히 END를 눌러주세요! 앞으로 제 동방 번역에서는 청이 첸이 아니라 청으로 등장할 거라는 것 정도만 기억해 두시면 될 겁니다. 아마도요.


 사실 캐릭터들 이름이나 호칭 등은 동방구문사기 등에 준거해서 쓰려고 노력했……었는데, 아무래도 참기 힘들어서 그만 저질러 버렸습니다. 좀 일관성이 없기도 하고, 청을 청이라고 부를 권리도 고파서…OTL.
 평소 성격대로면 외래어 표기법 따라 질렀을텐데, 기존 팬덤도 있고 하니 존중하는 차원에서 너무 무리한 표기는 피하기로 결정, 나름대로 룰을 만들었습니다. 이런거 신경 안 쓰고 번역하거나 다 외래어 표기법 따라 번역하는 것보다 훨씬 힘드니 좀 봐주세요.

결정한 각 언어별 표기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어: 원어에서 발음이 갈리는 경향이 있는 경우, 가타카나 표기에 따라 원어의 어느 발음을 택했는지 추정, 해당 발음을 외래어 표기법 원칙에 따라 표기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파출리 놀리지가 그 옙니다.
일본어: 외래어 표기법의 어중·어말 표기만을 취해 적습니다. 따라서 輝夜는 가구야가 아닌 카구야가 되며, 妖夢는 요우무가 아닌 요무가 됩니다.
중국어: 엄익상 표기법에 따라 표기합니다. 따라서 橙은 첸이 아닌 청이 되며, 紅 美鈴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를 경우 훙 메이링이 되나, 엄익상 표기법에 따라 홍 메이링으로 표기합니다.
한자:  한국식 독음으로 읽습니다. 따라서 霍 青娥는 카쿠 세이가가 아닌 곽청아가 됩니다.

음…… 써놓고 다시 읽어보니 재미 없다고 경고는 했지만 정말 재미 없는 이야기네요. 다음부턴 후기에서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 안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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