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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앨리스(?)전

東方有栖(アリス)伝


원작 |

역자 | 淸風

여러분의 따땃한 감상을 수많이 받아, 휴일에 2천자가 한계였을 붓이 멈추지 않습니다.
아무나 보스주세요.

그리고, 이 화부터 가벼운 GL표현이 들어갑니다.
주의하면서 ​“​왔​사​와​요​―​!​”​라​고​ 소리쳐 주세요.

3. 달밤 가로되, 시끌벅적 카오스


 하쿠레이 신사――환상향과 바깥 세계의 경계에 존재하는, 환상향의 가장 깊숙한 곳.
 이 건물을 기점으로 안과 밖을 가로막는 하쿠레이 대결계라는 영역이 펼쳐져 있어, 환상향이라는 찬합의 뚜껑을 닫는 기능을 계속 발휘하고 있어.
 바깥 세계의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환상향을 지각할 수 없고, 환상향의 주민은 결계를 넘을 수가 없어.
 유유백서에 나온 마계와 인간계를 나누는 결계 같은 거고, 그게 있기에 환상향의 주민들은 존재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거점이야.
 그리고 그런 최중요시설인 하쿠레이 신사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건――말 안해도 다들 알 연회야.
 요괴는 주당이 많아서, 술을 좋아하는 녀석들은 다같이 떠들어대는 연회도 정말 좋아해.
 하지만 홍마관이나 요괴의 산, 백옥루나 영원정 등, 환상향의 파워 밸런스를 맡는 세력들의 본진에서 다른 세력들이 떠들었다간 작은 싸움이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큰 문제로 발전할 수밖에 없어.
 실제로, 약점을 빼놓곤 불멸인 흡혈귀나 한 손으로 집을 들 수 있는 오니, 우산으로 에네르기파를 쏘는 꽃요괴 등, 부딪치는 것 만으로도 그곳의 지형을 바꿀만한 치트 무리들이 환상향에는 잔뜩 있는 거야.
 그렇다 보니 요괴·인외측의 어느 세력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환상향의 관리자로 정해진 인간측 대표인 하쿠레이 무녀가 사는 그곳에, 요괴들이 암묵의 양해로 모이는 거야.
 여기라면 한산해서 사람도 다가오지 않고, 장소도 충분히 넓으니 조금 지나칠 정도로 날뛰어도 큰 문제는 안 돼.
 이곳에서 유일한 건축물인 하쿠레이 신사는 무녀와 요괴의 현자가 만들어낸 다중 결계로 굳게 보호받고 있어서 대요괴가 전력을 다해도 움찔도 안 하니, 안심하고 실컷 소란을 부리란 소리야.
 신사에 사는 무녀에겐 솔직히 정말 폐가 되는 이야기겠지만, 이것도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참아주면 좋겠어.
 솔직히 말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무녀에게 호의를 향하고 있다는 공통인식이 있기에 이렇게 사양없이 다들 모일 수 있기도 하니가.
 뭐어, 당대 무녀인 하쿠레이 레이무도 주연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니, 아마 괜찮겠지.
 오늘은 마을에서 납량제가 개최되니, 여름마다 한 번 돌아오는 축제 날이야.
 아침부터 마을에 들러서 활기와 흥취를 피부로 느끼면서 플랑과 함께 노점을 둘러보고, 그 뒤에 제 21회째 인형극을 피로한 나는, 그 걸음으로 하쿠레이 신사를 향했어.
 힘있는 인외들은 이성과 분별을 가진 자가 많아서 기본적으로 마을에 들르는 건 자유야.
 하지만 이런 경사로운 날에 여럿이 몰려다니며 마을을 방문하거나 했다간, 두려움과 위압을 흩뿌려서 별 의도 없이도 축제를 망쳐버릴 수도 있어.
 단지, 축제 분위기만이라도 꼭 맛보고 싶다고 바라는 꼬맹이같은 인외들은, 그런 울분을 풀겠다고 술이나 군것질 거리를 가지고 앞다퉈 하쿠레이 신사에 모여 마을의 불빛이나 음률을 안주삼아 크게 술판을 벌이는 거야.
 밤도 깊어지고 너나없이 제멋대로 떠들어댄 결과, 이미 술에 안 취한 자들이 오히려 적어진 혼돈의 잔치 속에선, 연회에 항상 따르다시피 하는 이벤트가 큰 성황을 보이고 있어.

​“​두​구​두​구​두​구​두​구​―​―​.​”​

 환상향의 요괴핵탄두, 변태 캇파 기술반인 카와시로 니토리가 입으로 효과음을 연출하면서 중앙에 크게 “白”이라고 쓰인 한 아름 정도 되는 사각형 흰 상자에, 등에 멘 상자형 기계에 달려있는 금속 팔, 늘어나―는 암을 찔러 넣어.

“――빰빠바밤!”

 상자 위쪽의 열린 구멍에서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온 건, 마찬가지로 하얀색인 큰 공.
 거기에는 먹글씨로 크게 “20”이라고 쓰여 있었어.

“20번! 20번이 나왔어―!”

 니토리는 정면에 붙어있는 숫자가 나열된 큰 종이에, 큰 붓으로 다른 한쪽의 암을 뻗어서 지금 막 나온 “20”에다가 붓으로 X자를 그렸어.
 종이의 숫자는 니토리가 지금 지운 “20” 외에도, 이미 마찬가지로 지운 숫자가 좀 있었어.

“이걸로 7번째야. 슬슬 누가 됐을 때 아냐?!”
“아자! 하나 남았다!”
“어머, 우후후, 나도야.”
“저요저요저―요! 저도예요―!”

 니토리가 확인하는 말에 손에 가진 패를 높게 들며 자칭한 건, 매번 익숙한 키리사메 마리사와 백옥루의 엥겔 지수를 홀로 떠맡는 글러트니, 사이코지 유유코.
 그리고, 환상향의 트러블 메이커, 모리야 패밀리의 총알, 미러클 프루트 2P 칼라인 코치야 사나에야.

“아야야야야. 셋 동시라니, 이건 재밌게 되었네요. 꿀꺽, 꿀꺽――푸하!”
“푸하! 사나에, 해치워버려!”

 싱글벙글 웃으며 큰 잔 가득한 술을 원샷하는 환상양의 전통 매스컴, 까마귀 텐구인 샤메이마루 아야가 말하자, 마찬가지로 다이긴조를 나팔불면서 거나하게 취한 모리야 패밀리의 대형 검은 온바시라. 건캐논 요코즈나인 야사카 카나코가 소리쳐.
 뭔가 흉흉한 말도 나왔지만, 지금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요는 다같이 빙고 게임을 하고 있는 것 뿐이야.

“8이야! 8 뽑아 니토리!”
“후훗, 4를 뽑아주면 기쁘겠어. 부탁할게, 캇파.”
“7입니다, 7! 그것 말곤 안 봐줘요!”
“여기는 절충해서, 내 15로 해 둬!”
“아하하하! 다들 억지 부리지 마―!”

 영원정의 최고 로리, 행운을 옮기는 토끼 사기꾼 이나바 테이까지 더해서 멋대로 떠드는 갤러리들의 요망을, 니토리는 껄껄 웃으며 흘려 들어.
 옆에서도 뻘소리 하지 말라는 야유가 뒤섞여, 술기운과 열기와 자리의 분위기가 섞여 경내의 텐션은 최고조 일직선이야.
 월하의 밤에 조명으로 각자가 적당히 하늘에 흩뿌린 탄막의 빛 속에서, 참가자들 모두가 벽을 넘어 멋진 미소로 웃고 있어.
 속인이 갈구하는 ​이​상​향​―​―​환​상​향​은​,​ 확실히 여기 있었어.
 떠드는 바보와 보기만 하는 바보, 같은 바보라면 안 떠들면 손해 손해.

 아―, 이럴 때 감정이 억제되는 탓에 같이 못 떠드게 쓸쓸하게 느껴져―.

 경품은 마을에서 제공한 물건 조금과, 연회의 원인이 된 이변의 주모자. 혹은 이번 같은 연례행사일 때는 돌아가며 주최자측이 전면적으로 부담하는 형태여서, 계절이나 주최자에 따라 온갖 물건이 출품돼.
 대개 매번 술이나 군것질거리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건 애교인 걸거야.
 그리고, 오늘의 영예로운 1등상이라 하면――

 앨리스 마가트로이드가 만든 승부옷, 한 벌 무료 티켓.





 ……어째서야.

 아니, 저도 모르게 정의의 사자 견습생의 말이 나와 버렸지만, 이유는 제대로 알고 있어.
 일이 시작된 건 “홍무이변”의 후일담.
 이번처럼 친목회를 겸해 하쿠레이 신사에서 연회를 하는 중에, 분위기를 타고 가위바위보 대회가 개최되려고 했었어.
 그런데 우승자에게 경품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고 레밀리아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말해서, 그렇다면 경품으로 무료로 옷 한벌을 만들어 주겠다고 내가 제안했던 거야.
 그 당시엔 이미 인형들의 옷을 잔뜩 만들었기도 해서, 나는 옷을 만드는데는 약간 자신이 있었어.
 거기에, 평소에 별 차이 없는 옷들만 입는 면면에게 세련되고 사랑스런 옷을 입혀주고 싶다는 삿된 소망이 있었던 건 부정 안 할게.
 하지만, 요정이나 요괴 무리의 대부분은 모 해적만화에 나오는 자연계 능력자처럼 옷 그 자체를 스스로 낳고 있다 보니 옷을 갈아입을 필요조차 없다는, 소녀로서 있을 수 없는 여자력이었던 거야.
 이래선 안되겠어. 어떻게든 도와야지 하고 느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이해해 줬으면 해.
 그 때의 우승자는 이번도 대요정과 함께 연회에 참가하고 있는 얼음의 ⑨, 치르노.
 그리고 “냐는 최강이야!”라고 가슴을 펴고 콧대를 높이며 친숙한 대사를 꺼내는 그녀의 뒤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이렇게 말했어.
 겨우 빙정 주제에, 라고.

 아앙? ――지금 치르노한테 뭐라 지껄였어?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치르노라는 승자에게 느낀 자그만 질투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한마디를 들어버린 나는 최근의 터지기 쉬운 젊은이들처럼, 한순간에 퓨즈가 뚝 나간거야.
 실제론, 폭발할 정도까진 못 가고 불만이 쌓이는 정도였지만, 그런 건 어찌됐든 좋아.
 이 경우, 누가 말했는지는 문제가 아냐. 내 소중한 친구인 치르노가, 마찬가지로 소중한 친구에게 깔보였어.

 겨우――겨우 빙정이라고.

 거기서부턴 완전히 기세로 달렸어.
 치르노의 온몸의 치수를 골격 세부까지 미크론 단위로 잰 나는, 홍마관의 대도서관에 거주 스페이스를 확보해서까지 눌러앉아, 철저하게 그녀에게 어울리는 옷을 연구해 나갔어.
 마법을 써서, 옷감 한 장 한 장을 자신의 손으로 처음부터 만들어, 파출리의 협력을 받으면서 납득할 수 있는 품질로 나올 때까지 몇 번이나 실패를 되풀이해, 그런데도 낮밤을 잊고 계속 도전했어.
 그렇게 총 제작일 3개월을 들여서 만들어낸 진짜 전력 전개의 옷 한 벌이 완성되자, 나는 안개 호수에서 놀고 있었던 치르노의 목덜미를 잡고, 다시 하쿠레이 신사라는 연회장소로 날아 돌아갔어.
 그리고 사전에 치르노에게 “신호를 줬을 때부터 머릿속으로 20을 셀 때까지 말하거나 움직이거나 하면 안 돼”라고 몇 번이고 주의 준 뒤에, 모여있는 모두를 앞두고 신생 아드벤트 치르노를 피로했어.
 얼굴 전체에 얇은 화장을 하고, 물색에서 푸른 색으로 색을 깊게 한, 가슴팍과 다리 한 쪽이 깊게 파여있고 위에서 아래로 농담을 먹인 서머 드레스를 몸에 두른 치르노.
 평소의 순진함을 기반으로, 배덕감을 뒤섞어 요염한 색향을 내뿜는 진짜 얼음 “요”정 치르노의 모습에 모두의 눈길이 완전히 못박혔어.

 ――어때.

 치르노에게 눈길을 빼앗긴 면면에게 완전 승리를 확신한 나는, 무표정이라는 한없이 멋진 표정으로 그리 말했어.
 뭐어, 길게 이야기해 버렸지만, 요는 그때 지른 탓에 자업자득으로 내가 만드는 승부옷이 연회 경품에 항상 이름을 올리게 되었단 소리야.
 소재의 재료비같은 건 모두 주최자측이 내주는데다, 모처럼 경품이니 가끔 받는 의뢰로 받는 물건보다도 세 단은 웃도는 퀄리티를 기준으로 만들어내고 있어.
 평상복엔 안 어울릴 특수한 옷들만 증정하고 있지만, 참가자들의 평가는 지금은 대개 호평이야.

“으―, 또 꽝이야. 저 상자 망가진 거 아닐까.”
“아하하하. 연회로 앨리스 씨에게 옷을 받은 적이 있는 건, 저희 중에서는 플랑 님 뿐이니까요.”
“직접 앨리스 본인에게 재료비에 조금 더한 가격으로 부탁하면, 쾌히 받아 주리라 생각합니다만.”
“뭘 모르네요, 사쿠야 씨. 이런 건 경품으로 받는 거기에 의미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 6번 부탁합니다―.”

 레밀리아, 메이링, 사쿠야에 소악마. 골방지기 파출리와 나와 함께 거리에서 축제를 돌고 피곤해서 잠들어 버린 플랑을 뺀 홍마관 멤버들도 빙고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야.
 덧붙여서 이 게임, 운명조작이나 기적 등 개인의 능력을 쓴 부정을 생각하는 자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의 대책도 착실히 해 뒀어.
 놀기 위해선 전력으로. 라는 건, 하쿠레이 신사서 주최하는 환상향 대연회의 철칙이야.
 니토리의 앞에 있는 숫자 구슬과 그게 들어있는 하얀 상자는 야마다 재판소의 소장, 설교염마 시키에이키 야마자나두의 능력, “옳고 그름을 확실히 가르는 정도의 능력”을 응용해서 만들어서, 어떠한 능력으로도 일절 간섭할 수 없다는 정말 이매진 브레이커적인 도구야.
 게다가 구슬의 숫자와 상자의 “白”자는, 그 시키에이키 공주님 직필이라는 호화스러움.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의외로 장난스럽고 귀여운 부분이 있어.
 연회에 이해가 있는 염마님에 대한 답례로 자작 체육복과 스패츠를 세트로 선물했을 때, 손에 든 회오의 봉으로 실컷 혼나고, 반일에 걸쳐서 기나긴 설교를 들어 버렸어.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정말 유감이야.
 이번 내 목표는, 마을에서 제공된 6등. 소면이나 수박 등을 모은, 제철 식재료 세트야.
 내 패도 슬슬 날 수 있을만한 상황이라, 충분히 기대할만 해.
 그건 치워두고, 이번 1등을 딸 것 같은 셋에게는 과연 어떤 옷을 선물할까.
 그녀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땅에 깔린 돗자리에 소녀 앉기를 한 채로 홀짝홀짝 술병과 술잔으로 술을 홀짝이며, 연회를 지켜보는 나.

“옆자리, 실례할게.”

 일단, 유유코의 고딕 롤리타 옷과 사나에의 알몸 에이프런까지 생각이 이르렀을 무렵, 옆에서 젊은 남성이 말을 걸었어.

“마리사도 꾸미는데 신경 쓸 나잇대가 되었나……감개가 깊은데.”

 바깥 세계에서 흘러온 도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마을 밖에 있는 향림당의 날파리 날리는 가게 주인. 절식계 코린인 모리치카 린노스케가 내 옆에 앉아 정말 감개깊은 듯 숨을 내뱉곤, 손에 든 잔을 기울였어.
 소란을 싫어해 언제나 연회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정말 자연스레 섞여있는 걸 봤을 때는 좀 놀랐어.
 원작의 지식으로 알고 있지만, 그와 마리사의 교제는 그녀가 어릴 무렵에까지 이르러. 사람보다도 아득히 오랜 수명을 가진 반요인 린노스케에게, 기운차게 떠들어대는 소녀가 된 지금의 마리사는 대체 어떻게 보이고 있을까.

“분명 네 덕이야. 감사하고 있어.”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그녀의 마음이, 멋대로 성장한 것 뿐.”
“그러려나.”
“그래.”

 정신연령으론 그에게 한참 모자랄 나라도, 입으론 린노스케 씨라 부르는 그와의 대화는 어딘지 늙은이 같다고 할까, 달관한 느낌의 대화가 될 때가 많아.
 사람의 가치관 그대로 불로가 된 나와, 태어났을 때부터 장수를 약속받은 모리치카 린노스케.
 혹시, 그는 나와 제일 감각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감동하고 있으니 물을 끼얹진 않겠지만, 마리사가 내 옷 한 벌 티켓을 노리고 있는 건 아마 전매목적이라고 생각해.
 전날의 “두근☆마리사 한가득 촬영회 IN. 홍마관”에선, 나와 파출리가 겹쳐 건 구속마법을 기합으로 찢어발기곤 도망쳤을 정도였고.

“뭘―좋은 분위기가 된 거야~, 이 벽창호 콤비가~. 콜록.”

 약간 미안한 느낌을 느끼면서도 소란에서 떨어져 조용한 시간이 흐를 것 같았던 분위기는, 난입자에게 산산조각으로 박살났어.
 겨드랑이를 드러낸 무녀복이라는 최첨단의 앞을 가는 멋진 옷을 입은 흑발의 소녀, 이변 해결 박살천사, 하쿠레이 레이무의 등장이야.

“레이무, 너 꽤 취했어.”
“머야? 나능 취하거나 안 했어요~다.”
“그건 주정뱅이의 상투구잖아.”
“린노스케 씨, 시끄러.”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한 손에 술병을 들고 이쪽으로 찾아온 그녀는, 뭘 생각한 건지 갑자기 무릎을 꿇곤 우리 쪽으로 쓰러졌어.

 읏차차――으엑, 슐냄셰나!

 마음속으로 놀라면서도 굴러가는 술병을 무시하고, 껴안듯이 그녀를 안전하게 받아냈어.

“무슨 일이니, 레이무?”
“응―, 별로―.”

 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서 레이무에게선 마음이 없는 대답이 돌아왔어.
 아무래도 상태가 이상해.
 평소라면 그녀는 꽐라가 될 정도로 마시진 않고, 이렇게 주정이 심하지도 않아.

“컨디션이 나쁘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잖아! 좀 조용히 해 줘!”

 그리고, 제답잖게 아이같은 짜증.
 정말 언제나 표표한 분위기의 내가 아는 레이무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대신 거기에 있던 건 어디에나 있는 그 나잇대에 걸맞은 한 명의 소녀.

“나와 줘, 유카리.”

 몸을 맡긴 채로 레이무를 내려다보며, 나는 확신을 가지고 허공에 고했어.

“우후훗, 앨리스에겐 당할 수 없네.”

 내 확신을 긍정하듯, 틈새라 불리는 불길한 공간의 틈새 속에서 상반신만을 드러낸 건 음양의 인을 중앙에 그린 도사복의 여성, 야쿠모 유카리.
 부채로 입가를 숨기면서 갑자기 공중에 출현한 그녀는, 당연히 처음부터 이 연회엔 참여하지 않았어.
 아마 있으리라곤 생각하고 있었지만, 대답해 줄지 어떨진 도박이었어.

“레이무에게 뭘 했어?”
“의심하기엔 판단 재료가 너무 적은 건 아니고? 대체 왜, 내가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너 외에 없으니까야.”

 하쿠레이 무녀인 레이무에게 이렇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대는 말야.

 험해지는 눈길을 막으려고도 하지 않고, 나는 유카리를 세게 노려봤어.
 뭘 한건진 모르지만, 레이무를 유도해서 곤드레만드레 취하게 만든 건 그녀가 확실하겠지.
 장난인지, 진심인지, 변덕인지.
 어차피 심심풀이 이상의 가치는 없겠지. 틈새 요괴의 헛소리에 어울리는 건 절대 싫어.

“흠, 겸손으로선 20점이네. 어머, 그러고 보면 아까 니토리가 뽑은 숫자도 같은 “20”이었지.”

 어쨌든 상관 없어!

“사라져 줘.”
“예 예, 레이무를 부탁해.”

 우아하게 어깨를 움츠리곤, 다른사람으로() 노는 걸 정말 좋아하는 곤란한 애는 다시금 틈새로 사라져 갔어.
 그걸 지켜본 나는, 여봐란듯 깊게 한숨을 내쉬어 행복을 내쫓은 뒤, 일단 레이무를 간호하려고 그 등을 상냥히 쓸어내렸어.

 자―, 이제 괜찮아―.
 무서―운 괴물 언니는 내가 쫓아내 줬으니까―

“흥……감사는 안 할테니까……유카리 바보.”

 자그만 잠소리를 내기 전에, 자그맣게 내뱉은 레이무의 말을 나는 처음 “흥” 부분밖에 듣지 못했어.

“인기있네. 부럽진 않아.”

 응, 영문을 모르겠어.
 아무나 보스주세요.

“의미를 모르겠어.”

 사태를 보고 있던 린노스게의 총평을 듣고도, 나는 일련의 흐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서 머릿속으로 머리를 싸맸어.

“빙고~.”
“에에~!”
“그런~!”

 멀리선, 얼빠진 소리를 내며 유유코가 기쁜 듯이 양손을 들고, 다른 둘이 절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어.

 그런가, 이번에는 고딕 ​롤​리​탄​가​―​―​괜​찮​겠​지​.​
 이번에는 특별히, 자비로 바람의 정원사 몫도 준비해서 필살 “로얄 하트 브레이커”를 내보일 권리를 주지.
 세일러 복으로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백옥루!”도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만들 옷과 본인들이 입었을 때의 완성 비전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레이무의 등을 부드럽게 계속 쓰다듬는 나.
 응석부리듯 풀어진 그녀에게, 지금은 집에서 자고 있을 플랑의 모습이 겹쳐서, 언젠가 파출리가 했던 말이 떠올라.

 만남, 인가――

 약간의 감상을 느끼며, 나는 환상향에서 살아갈 결의를 했던, 결별의 사건. 레이무와 만날 때이기도 한 “흡혈귀 이변”에서의 사건을 떠올리기 시작했어.

 ――그렇다곤 해도, 전에 말했던 대로 나는 거의 기억이 없지만―. 데헷―☆







 나는 날아, 하늘을 날아.
 “하늘을 나는 정도의 능력”이란 건, 즉 뭔가로 부터 “떠오르는”걸 의미해.
 중력으로부터, 만사로부터, 감정으로부터, 인연으로부터, 이치로부터――나는 “날아”.

“――나와 줘.”

 요정에 요괴에 흡혈귀. 까마귀 텐구에 캇파에 신.
 그리고, 사람과 마법사.
 구태의연한, 떠들기만 할 뿐인 성가신 얼간이들이 모인, 하쿠레이 신사 항례 여름 대연회.
 시작된 빙고 게임의 6등을 노리고 힘껏 염력을 상자에 보내던 나는, 마침내 불쾌감을 견디지 못하고 말을 꺼냈어.

“――어머, 있는 걸 잘도 알았네.”
“계속 보고 있었잖아? 네 눈길이 신경 쓰여서, 제대로 술도 못 마시겠어.”

 장기인 틈새에서 수상쩍은 분위기를 온몸으로 흘리며 얼굴을 내민 유카리에게, 쓸데없다는 걸 알면서도 불만을 내뱉어.

“거짓말쟁이. 잘 마시고 있잖아.”

 내 말에 동의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은 유카리는, 손에 든 부채로 내 주위에 굴러가는 수많은 술병을 가리켜.

“맛이 없다는 소리야――잠깐, 멋대로 내 간식 가져가지 마.”

 정말 약간 의식을 돌린 것만으로, 옆에 놓여있던 쪽접시와 젓가락이 유카리의 손가로 옮겨져 있었어.
 이 녀석의 손버릇이 나쁜 것만은 정말 1급품이야.

“응응―, 좋은 맛이야. 해파리 초무침이라니, 여전히 앨리스는 재밌는 걸 만드네.”
“더위 방지로, 시큼한 걸 몸에 넣어 두래. 자, 한 입 먹었으면 후딱 돌아가.”

 일어서서 유카리에게서 쪽접시와 젓가락을 뺏고, 나도 한 조각을 집어서 입가로 옮겼어.
 오독거리는 감촉이 재밌고, 술에도 굉장히 어울려.
 바다가 없는 환상향에서 어떻게 이런 특수한 해산물을 얻을 수 있었는지 물으니, 그녀는 간결하게 “소환했어”라고 대답했어.
 선물 하나를 위해서 해파리 소환마법을 연구하는 앨리스. 그녀는 때때로 재밌는 감성을 보여줘.

“앨리스는 언제나 레이무를 돌보기만 하네.”
“나만이 아니잖아. 마리사도, 플랑도, 루미아도, ​치​르​노​도​―​―​애​들​한​테​ 무른 거야.”

 조금 멀리서 빙고 게임을 즐기는 면면을 보고 있는 건, 화제로 나온 무표정한 마법사 앨리스.
 연화를 바라보는 그녀는 마치 흡혈귀가 태양을 동경하는 것 같은, 결코 손에 들어오지 않는 걸 마음속으로 선망하는 듯한 눈으로 보였어.
 그녀는 언제나 감정이 빈약한걸 구실로 소란의 중심엔 참여하지 않아.
 참가자들이 다들 앨리스를 알고 있고, 지금 떠들어대고 있는 녀석들은 그런 걸로 흥이 깨질 만한 섬세한 녀석들도 없으니까 신경 쓸 필요 없을텐데.

“너는 애가 아니잖아?”
“그렇네, 나는 하쿠레이의 무녀니까.”

 하쿠레이 무녀의 일은, 환상향의 관리.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요괴의 퇴치와, 불온 분자가 나타났을 때의 배제.
 지금 이렇게 즐거이 술을 함께 마시고 있는 상대들이 어쩌다 환상향을 붕괴로 이끌게 된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녀들을 멸할 수 있겠지.
 그때까지의 관계도, 쌓아온 세월도, 서로의 역량이나 종족적 능력의 상하마저 “떠올라”서, 그냥 단순히 토벌하는 거야.
 그게 내 “하늘을 나는 정도의 능력”.
 술이 평소보다 맛 없어. 분명 유카리 탓이야.

“저쪽에 가.”
“무정하네. 우후훗.”

 한 손을 흔들자, 유카리는 선선히 물러나서 틈새로 사라졌어.
 하지만 눈길은 사라지지 않아.

 열받아, 열받아, 열받아.
 차라리 저 녀석을 멸해 줄까.

 불쾌한 마음으로 차례차례 술을 들이켜, 마지막 한 병을 다 마셔버린 나는 다음게 어딨나 싶어 몸을 일으켰어.

“――뭘―좋은 분위기가 된 거야~, 이 벽창호 콤비가~. 콜록.”

 길 중간에 있던, 반쯤 줄어든 술병을 들곤 단숨에 마신 나는, 휘청휘청 걸음을 옮겨 앨리스의 옆에 있던 린노스케 씨에게 말참견을 했어.

“레이무, 너 꽤 취했어.”
“머야? 나능 취하거나 안 했어요~다.”
“그건 주정뱅이의 상투구잖아.”
“린노스케 씨, 시끄러.”

 둘의 배려담긴 눈길이 귀찮아.
 제대로 서 있는 것도 어려워 져서, 나는 그대로 앨리스의 가슴으로 쓰러졌어.
 급작스런 일이라 영문도 몰랐을탠데, 앨리스는 당연한 것 처럼 나를 받아들여 줬어.
 손이나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낮은 체온이 기분 좋아.

“무슨 일이니, 레이무?”
“응―, 별로―.”

 하쿠레이의 무녀인 내가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응석을 부린다니, 입이 찢어져도 할 수 있는 말이 아냐.

“컨디션이 나쁘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잖아! 좀 조용히 해 줘!”

 나는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일이 어리석은 걸 이해하면서, 그런데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소리쳤어.
 기가 막혀서 날 내쳐도 이상하지 않을, 지독한 화풀이야.
 내 몸에 항상 발동되고 있다곤 해도, “하늘을 나는”게 능력인 이상 의식적으로 그걸 끊어내면 이렇게나 멍청하고 얼빠진데다 어리고 바보같은, 단순한 계집애인 본바탕이 노출돼.

“나와 줘, 유카리.”
“우후훗, 앨리스에겐 당할 수 없네.”

 앨리스의 말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유카리.
 내겐 보이지 않았지만, 입가에 부채를 대면서 자신을 노려보는 앨리스에게 수상쩍은 미소를 짓고 있을 게 빤히 느껴져.

“레이무에게 뭘 했어?”
“의심하기엔 판단 재료가 너무 적은 건 아니고? 대체 왜, 내가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너 외에 없으니까야.”

 아냐. 유카리는 나쁘지 않아.
 나쁜 건――나야.

“흠, 겸손으로선 20점이네――.”
 내가 점수를 준다면 0점이야. 지금 기대있는 건 유카리가 아니라 그녀인데, 그걸 전혀 개의치 않는듯한 말이잖아.
 그러니까 앨리스는 벽창호인 거야. 내 마음도 모르고, 언제나 항상 뭘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는 표정으로, 상냥함만은 안에서 넘쳐 흘러나와.

“사라져 줘.”
“예 예, 레이무를 부탁해.”

 유카리 자식. 그런, 딸을 연상인 친척한테 맡기는 것 처럼 말하지 마.
 자 봐, 날 쓰다듬는 그녀의 손바닥이 한층 더 상냥해 졌잖아.

“인기있네. 부럽진 않아.”

 시끄러, 그런 거 알고 있어.
 나는 지금, 앨리스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어.

“의미를 모르겠어.”

 흥. 평소에 날 곤란하게 만드는 만큼, 앨리스도 잔뜩 곤란해하면 돼.
 어차피 언제나 앨리스의 무릎은 다른 누군가가 점령하고 있어. 이럴 때쯤은 내가 써도 괜찮잖아.
 상냥한 앨리스.
 참견쟁이 앨리스.
 그래도, 나는 알고 있어.
 그 날 유카리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어.
 그녀가 자신의 의사로 유카리의 부탁, 선대의 기억을 지운 걸. 하쿠레이의 무녀를 자신의 기억에서 버린 걸.

 뭐든 좋아――
 싫어――

 어쨌든 좋아――
 아냐――

 그래서 좋아――
 그게 아냐――

 취기에 더해 수마까지 덮쳐와서, 끊고 있더 는령읙 제어가 불안정해져 가.
 분명 일어나면 술에선 깨고, 나는 평소의 “하쿠레이 레이무”로 돌아와 있겠지.
 그러니까 지금만. 지금 이 순간만, 나는 단순한 “레이무”로서 앨리스의 가슴에서 응석부리자.
 평소엔 신경 쓰이지도 않고, 이럴 때는 용기가 나오지 않는 내 질문은, 역시 앨리스에게 전할 수 없었어.

 ――저기, 앨리스.
 앨리스는 내가 죽으면, 나도 잊을 거야?

 몽롱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의 광경이 어렴풋이 떠오른 듯한 기분이 들었어.

다음부터 과거편입니다.
중간에 배틀도 있어요!


역자의 말:
 안녕하세요, 淸風입니다.
 동방 앨리스(?)전은 패러디가 좀 있다보니 그걸 안 놓치는데 시간을 좀 쓰는 편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놓치는게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선 양해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혹시나 찾아서 말씀 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고요.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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