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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눈송이


5. 붉은 올가미, 푸른 가위 (1)


 "마담. 다시 말씀드리지만 납득할 수 없습니다."

얼굴에 주름살이 자글자글한 여자는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꾸짖듯이 말했다.

"마담 라 세르의 그냥 시녀로도 외국인의 전례는 없습니다. 하물며 미뇽이라뇨."

아롈은 꼬장꼬장한 목소리를 피해 귀를 틀어막는 대신 흠잡을 곳 없는 페란토 어로 쏘아붙였다.

"남쪽에서는 한낱 시녀가 주인의 인선에 왈가왈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나보지? 자네가 납득하든 하지 않든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

늙은 여자는 눈을 뒤룩뒤룩 굴렸다. 옆에서 앤이 아주 완곡한 갈리아 어로 통역을 했다.

"전하께서는 자신의 선택을 믿어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노아이유 부인."

"마담!"

"듣기 싫네."

아롈은 로렌의 국경에서 정식으로 인수인계되면서 로렌 황실에서 보낸 시녀들을 받았는데, 노아이유 백작 부인은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여자였다. 필리프는 그녀를 만나기 하루 전 어디선가 시녀들의 명단을 알아와 아롈에게 귀뜸해 주고는 한 가지를 요구했다. 노아이유는 보르디와 사이가 좋지 않은 부르고뉴의 기수가문-군대가 총을 쏴대는 요즘 세상에 기수 가문이라니!-인 만큼 절대 그녀에게만은 꺾이지 말 것.

정치적으로 아롈의 뒤에 서주기로 약속한 자에게 아롈이 베풀어야 할 당연한 호의였다. 하지만 그런 부탁이 아니더라도 아롈은 노부인에게 고분고분 고개를 숙일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오래된 가문이라고 거드름을 피워봐야 고작 이백 년 될까 말까한 백작 가문이었다. 아롈은 마법사의 피까지 간직하고 있는, 태고로부터 내려오는 키예나 가문의 딸이었다. 기죽이려고 덤벼드는 것도 정도가 있지 다 늙은 여자가 눈에 불을 켜다니.

그래서 아롈은 만난 순간부터 단 한 마디도 접어주는 법이 없었고, 노아이유 백작 부인과의 사이에서는 쉴 새 없이 포격이 오갔다. 노부인는 한숨을 쉬며 '마담 미네트를 꼭 닮았다'며 궁시렁거렸고, 아롈은 노부인이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미소 지으며 웃전 앞에서 무슨 시름이 그리 깊기에 한숨까지 쉬냐고 빈정거렸다. 부인은 그에 맞서 여자가 그렇게 드세면 부군의 사랑도 못 받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그것이야말로 대포의 심지에 당겨진 불꽃이었다.

선전포고였다.

건드릴 부분이 있고 건드리지 않을 부분이 있었다. 아롈은 폭발하기 직전까지 달아올랐다. 벨타는 그냥 그녀를 삼켜달라고 씩씩거리는 아롈의 분노에 키득거리기만 했다.

소금 값도 못 하는 용새끼 같으니라고. 내륙으로 들어가면 천일염을 구하기 힘들 것이 뻔했기 때문에 아롈은 작센에서 소금을 마차 한 대 분량 구해두라고 명령해두었다. 그 놈의 소금 도시에 갖다 뿌리라고 명령하든가 해야지.

국경에서 나바르 대공성까지 이어진 사흘 간의 여행에서, 아롈은 아직까지 사촌의 부탁을 충실하게 이행 중이었다. 노아이유 부인은 사사건건 아롈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것처럼 굴었고, 아롈은 그에 맞서 모든 지시를 페란토 어로 내렸다. 그럴 때마다 울그락 불그락해지는 얼굴은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남쪽의 여성들은 어찌나 교육 수준이 낮은지 국경에서 만난 여섯 명의 시녀들 모두 페란토 어를 제대로 할 줄 몰랐다. 그럼 중부 말, 하다 못해 동부 말이라도 할 수 있으면 어떻게든 의사소통을 해보겠지만, 그녀들은 로렌에서 통용되는 갈리아 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를 하나도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했다. 결국 앤이 통역을 자처하여야 했다.

"미뇽은 자신의 미뇽의 곁방을 씁니다. 작위조차 없는 중부의 백작녀에게 이블린 자비관의 방을 내어주다뇨! 있을 수 없는! 억!"

"잠깐! 비켜라!!"

히히이이이잉!

말이 크게 울고 마차가 크게 흔들렸다. 아롈은 좌석에 머리를 부딪혔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바깥에서 마부는 온갖 험악한 욕설을 쏟아내고 있었다. 노아이유 부인은 혀를 깨물었는지 입에 피를 머금고, 크게 성호를 그었다.

"오, 주님. 이 무슨 날벼락인지. 게 무슨 일이냐! 이 마차가 어느 마차라고!"

"앤, 나가서 무슨 일인지 보고 오너라."

"예, 전하."

그러나 앤이 마차의 문을 열기도 전에 노크 소리가 두어 번 들렸다. 우스꽝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건, 안에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 있을 경우 먼저 말을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문을 열 수도 없어 생긴 로렌의 독특한 풍습이라 했다.

"열어라."

문을 열자마자 붉은 머리의 기사가 냉큼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인가, 클라리 경."

그 호칭을 들은 노아이유 부인이 미간을 좁히며 뭐라고 잔소리를 하려 들었으나, 그가 더 빨랐다.

"송구합니다, 마담 라 세르. 귀하신 몸에 혹여나 티끌만한 해라도 갔다면 죽어 마땅한 죄입니다."

"사람을 죽이더라도 무슨 일인지 들어는 보고 죽여야 하지 않겠나. 갑자기 왜 마차가."

"아롈?"

가느다란 여자 목소리였다.

어머니와 이름이 같았기 때문에, 궁정 사람들은 모두 아롈을 옐레나 대신 아롈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했다. 들은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듣자마자 바로 알았다. 네가 뭔데, 나를.

"앤. 비켜라."

스스로 들어도 싸늘한 목소리였다.

앤은 군말 않고 제 발로 마차를 내렸고, 아롈은 노아이유 부인이 말리기도 전에 루이 앙투안 드 발루아의 손을 잡고 계단을 밟았다.

눈부신 늦봄이었다. 아롈은 눈을 깜빡여 검은 점들을 쫓아내보려 애썼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저 건방진 여자의 형체만은 분명히 알아보았다. 아무렇게나 풀어내린 긴 머리칼은 유독 검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피를 받아 곧은 직모였다.

"역시! 아롈이로군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요."

여자는 기사들에게 양팔을 구속당한 상태에서도 잘도 입을 놀렸다. 삼 년만에 만나는 건데도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덕분에 아롈은 스스로 지을 수 있는 가장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여자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여전히 건방지구나. 유리예프스카야 공녀."

 

벨타의 깔깔대는 웃음소리는 지독히도 듣기 좋았다. 다만 청각적인 면에서만.

[공주님이라더니 넝마주이였니? 참 이것저것 잘 줍고 다니네?]

"그래. 천삼백 년은 더 묵어 어디 갖다 팔 곳도 없는 용을 줍고 다니다니. 나도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군. 그리고 공주님이 아니라 여대공이다. 그게 그렇게 안 외워지나?"

과연 늙으면 노망이 나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모양이라고 이죽거리자, 벨타는 입을 닥치고 앤의 핏방울을 핥아먹었다. 앤의 검지에는 자잘한 상처가 가실 날이 없었다. 처음 물렸을 때의 경악은 어디 가고 무슨 아기를 키우는 모성애가 가득 담긴 자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작센에서 며칠 맡겨놨다고 그새 정이 든 걸까.

앤의 손목에는 벨타가 빠져나온 금빛 줄이 짤랑였다. 유행은 따라하고 싶었는데 팔찌는 없었는지, 처량하게 목걸이 줄을 두 줄로 겹쳐 팔목에 걸고 있었던 것이다. 프리드리히 1세는 그래도 오촌 조카인데 재물을 좀 집어주든가 할 것이지. 마리야 여공은 무슨 하나 뿐인 손녀를 이렇게 궁상맞게 키웠나.

그깟 반지 몇 개가 얼마나 한다고 폐기를 못 하고 동동거릴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아롈은 약혼 반지를 고르고 나머지의 폐기를 앤에게 맡겼는데, 앤은 연신 아깝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렇다고 약혼 반지를 세상에 서른여섯 개가 존재하도록 놔둘 수는 없잖은가.

보석함에서 뭐 하나 집어줄까 싶어도 아롈은 어머니가 유행시킨 팔찌, 그 금줄 하나에 보석 하나만 달랑이는 팔찌를 단 한 개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너무 수수하기도 했고, 아롈은 팔찌보다는 가는 손가락을 돋보이게 하는 반지를 여러 개 끼는 것을 더 좋아했다. 팔찌는 자꾸 흘러내려 신경을 거슬렀다. 그리고 너무 유행하는 바람에 정말 개나 고양이도 걸고 다닐 것 같아 굳이 아롈도 그 유행의 물결에 손을 보태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래서 걔가 네 핏줄이라고?]

"내 핏줄이라고 말하지 말아주겠나? 아버지의 사생아일 뿐이다."

[그게 핏줄이지. 기왕이면 어머니 핏줄도 마법사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도 어머니도 마법사면 딸은 무조건 마법사의 자질을 타고나잖아?]

아롈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여자를 낳은 여자는 고작 백작녀다. 백작녀에게 마법이 이어져 있었겠나?"

[왜. 그 때 그 너희 고모 같이 도망친 여자가 조상 중에 있었을지도 모르지.]

뚫린 입이라고 남의 가문의 치부를 가지고 벨타는 배를 뒤집고 웃었다.

"어쨌거나 그 여자가 마법사라고 해도 그 여자는 안 돼."

[왜?]

벨타는 앤의 손가락을 쪽 빨았다. 앤은 약간 아픈지 어깨를 움츠렸다.

"책임감도 명예도 모르는 여자니까."

[그럼 난 좋은데?]

아기가 젖을 빨듯이 피를 먹은 벨타는 갑자기 입김을 불었다. 아주 미세하게 반짝이는 가루가 앤의 손가락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흉 가득하던 손가락이 순식간에 아물었다.

"너."

[이제 한 명 소화됐어. 아, 걘 마법사 아냐.]

본체가 움직이지 않고 있어서 겨우 이 정도 쌓였지 아니면 적자였다고 투덜거린 작은 용은 뒤로 돌아 꼬리로 앤의 손가락을 착 휘감았다.

[아가씨가 손이 험하면 보기 안 좋잖아?]

속이 울렁거렸다. 아롈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당장 토할 것 같았다. 지금까지 용이니 뭐니 해도 벨타가 작아져 노래나 부르는 음악상자로 전락한 이후 그 사실을 이처럼 강렬하게 느낀 것은 또 처음이었다. 살아 숨쉬기 위해, 아무리 노예라고는 해도 사지가 달린 사람을 산 채로 먹게 한 죄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따라오려는 앤에게 짐이나 잘 간수하라고 당부한 아롈은 시녀도 없이 초라한 복도를 헤매다가 힘없이 웃었다. 멘 공작이 보면 또 싫은 소리를 거하게 하겠군. 그 때는 그나마 왕성이었지 여기는 시골 중의 시골이었다. 대도시와 공국만을 거치던 일정에 이런 시골 성이 끼어든 것은 아롈의 시누이 때문이었다.

마담 르와이얄 크리스틴 엘리자베트.

마담 르와이얄이란 로렌 황제의 장녀에게 주어지는 칭호였다. 십 년쯤 전 로렌 전체에 천연두가 돌았을 때 곰보가 된 그녀는 친한 자매를 잃고 얼굴을 완전히 망친 채 수녀원에 칩거했다. 그러나 아직 수련수녀일 뿐 종신서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담 르와이얄이라는 칭호는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있는 수도원이 근처에 있었다. 마담 르와이얄은 곧 올케가 될 아롈을 보고 싶다고 전언을 보냈다. 어쨌거나 마담 라 세르가 마담 르와이얄보다는 높았으나 그렇다고 혼례길에 무시하고 지나갈 만큼 가벼운 존재는 아니었기에 인사를 하고 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왜 외가인 오를레앙의 땅이 아닌 나바르에 칩거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아롈은 생각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약간 헐렁한 반지를 돌리자 손가락 사이로 진주가 통과해 손바닥 쪽을 향했다. 아롈은 푸른 진주를 쥐고 숨을 들이쉬었다.

남국의 늦봄은 북쪽의 여름보다도 훨씬 더웠다. 팔꿈치 아래와 목덜미를 전부 드러냈는데도 땀이 송글 송글 맺혔다. 중부에서 남부로 들어왔을 때 아롈은 페티코트 위로 치마를 하나 더 걸쳤기 때문에 옷은 더욱 두꺼워졌고, 더위는 한층 극심해졌다. 긴 머리를 그대로 늘어뜨리고 베일을 쓰고 있었더라면 정말로 오븐 속의 빵이 될 뻔 했다.

비단으로 된 부채를 살랑살랑 부쳐 목덜미에 맺힌 땀을 날려보아도 시원한 감촉은 아주 잠깐이었다. 계단을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빙글빙글 돌게 만들어놨는지. 아롈은 차가운 돌계단을 밟고 일층으로 내려가 천천히 걸었다. 북쪽과 남쪽은 하늘의 색깔조차 달랐다.

아무리 여름 하늘이어도 북쪽의 하늘에는 스산한 기운이 감돌곤 했다. 그러나 이 남쪽은 달랐다. 공기도 축축했다. 하염없이 걷다보니 서 있는 여자가 보였다. 아롈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그 여자가 아롈의 발소리를 듣는 것이 더 빨랐다.

"아롈."

아롈은 싸늘하게 내뱉었다.

"유리예프스카야 공녀. 너는 나를 그렇게 부를 신분이 못 된다."

"나는 아롈의 자매잖아요."

"한 번만 더 그 말을 지껄였다간 결투를 신청하겠다. 내 가문과 부모님의 명예를 위하여."

사실 아롈이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운운하는 것부터가 어이없는 짓이었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결혼하기도 전에 정부를 안아 사생아를 임신시킨 것은 사실이었다. 그 사생아의 동생을 눈앞에 두고 한다는 말이 그랬다.

"내게는 이제 나를 위해 싸워줄 기사가 없어요. 결투를 신청한다면 고분고분 죽을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내가 아롈의 자매인 것은 사실이에요. 나는 마리야 ​파​블​로​브​나​라​고​요​!​"​

아롈은 손목만을 살짝 움직여 부채를 접었다. 비단으로 만든 부채는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접혔다.

"소피야 파블로브나, 이반 파블로비치,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 안나 파블로브나, 미하일 파블로비치."

아롈이 처음 황도에 돌아왔을 때 받은 시녀들은 아롈이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처음 황도에 돌아왔을 때의 아롈은 반쯤 정신이 이상한 것 같이 굴었으니까. 말을 걸어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방에서 잘 나가지도 않았다. 거기에 굳이 태어나자마자 최북단으로 보내버린 이유가 있다고 그들은 제멋대로 짐작했다. 그런 아롈을 두고 시녀들은 제멋대로 입을 놀렸다.

그 중에는 여제가 아롈을 출산했을 당시의 일도 끼어있었다. 아롈이 태어날 때 그 오랜 진통기간 동안 파블 1세는 단 한 번도 와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게 유산기가 있다며 그 곁을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아롈이 먼 북쪽으로 떠난 다음, 마리야가 태어났을 때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옆에 있어주었다고. 그리고 갓난 아기인 마리야를 옆에 두고 키웠다고.

"그 넷이 나를 여형제라고 부를 수 있는 전부다. 마리야 파블로브나 유리예프스카야."

사생아의 눈에 금세 눈물이 글썽였다. 그 어미도 그랬다. 건드리기만 하면 부서져버릴 아침이슬처럼 유약한 심성. 그리고 천지분간을 하지 못 하는 어리석음.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건방짐.

어디서 감히 아롈의 앞에서 자신을 '나'라고 칭하는 걸까. 당당하게 자매라고 우기는 걸까.

"네가 어떻게 여기 있는지, 그리고 왜 하필 내 마차에 뛰어들었는지 알고 싶지 않다."

그렇게 머리 한구석을 차지하는 것조차 낭비였다. 쓸데없는 것을 보고 말았다는 후회조차도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일 뿐이었다.

"저는!"

"듣고 싶지 않다. 궁금하지도 않다. 묻고 싶지도 않다. 내가 네게 원하는 건 단 하나다."

아롈은 칼을 내리긋듯 명령했다.

"당장, 영원히 내 눈 앞에서 사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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