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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눈송이


10. 바라마지 않는 (25.5) (19금. 읽지 않으셔도 이해에 문제 없습니다)


 발등을 더듬는 입맞춤은 경애보다는 성애의 의미가 짙었다. 발가락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입술이 발등을 스쳐 복사뼈 쪽으로 미끄러졌다. 가는 발목과 분홍빛 복사뼈를 훑은 입술이 차근차근 종아리로 올라왔다. 손가락이 다리를 쓸어내리자 간질거렸다.

“여기서 이러실 겁니까?”

“쉿. 가만히 있어요.”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다리가 간질거렸다. 입술과 손은 차츰 위로 올라왔다. 바스락거리는 넓은 치마가 말려 올라갔다. 어지간히 살집 있는 여자의 종아리만큼이나 가는 허벅지가 훤히 드러났다. 흰 살결 위에 검은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대체로 별 느낌이 없기는 했지만 좋은 부분도 있었다.

“그, 침대로 가시는 게, 앗!”

이 부분은 조금 위험하지 않나 싶은 허벅지 안쪽에 입술이 닿자, 그가 살을 강하게 빨아들였다. 따끔한 통증이 올라왔다.

“무슨 짓이십니까.”

“똑같은 말을 두 번 하네요.”

“아픕니다!”

“미안해요. 갚아줘도 괜찮은데요. 자요.”

그가 목을 들이밀었다. 아롈은 그를 깨무는 대신 눈꼬리를 치켜세우고 노려보았다.

“시녀들이 보겠습니다.”

희고 티 없는 살결인지라 적자주색 피멍이 꽃처럼 두드러졌다.

“보라고 남긴 건데요.”

“전하!”

“억울하면 아렐르도 남기라니까요? 자랑스레 훈장처럼 두르고 다닐게요.”

못할 걸 알고 이러는 것 아닌가. 아롈은 얄미워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손가락으로 하는 애무에 익숙해져, 손으로 다리사이를 지분거려도 그러려니 한 것이 화근이었다. 손가락이 꽃잎을 조금 문지르더니 그가 고개를 숙였다. 목선이 정중했다. 그 순간 혀가 아랫도리를 핥았다.

비명이 터져 나왔다.

“꺄아!”

처음에는 오히려 둔탁했다. 그러나 저절로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말캉한 혀가 새콤한 속살을 맛보았다.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아랫도리가 촉촉하게 달아올랐다.

“흑. 뭐하시는 겁니까.”

“이상한 건 안 해요.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요.”

입김이 점막에 달라붙었다.

“이게 이상한 게 아니면! 하으으.”

눈을 치뜨고 따지려고 했지만 그 순간 정확히 입술이 예민한 음핵을 물고 빨아들였다. 아프지 않았다. 아주 섬세하고 부드러운 애무였다. 그 상태에서 혀가 음핵을 문지르자, 아롈은 옆으로 쓰러졌다. 치마가 엉망진창으로 구겨지고, 하얀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하반신은 그대로 앉은 채였다.

“하읏.”

애무는 멈추지 않았다. 이게 뭐지. 느낌이 아주 많이 이상하다. 손가락으로 문지르는 것보다 훨씬 야하고, 뜨겁다. 당장 죽을 것처럼 쾌감이 강하지는 않은데 어지러웠다. 점점 아랫도리가 달아올랐다. 애무보다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옷을 입지 않고 나신으로 얽고 섞고 으깨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졌다. 매끈한 액체를 토하는 질이 조금씩 여닫혔다.

진득한 애무에 반응하는 몸이 부끄러운데도 멈추는 것은 싫었다. 더, 더 원한다. 아롈은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감각이 훨씬 예민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눈을 뜨자니 너무 훤해서 부끄러웠다. 아직 해도 지지 않았는데. 석찬도 먹지 않았는데. 아래가 질척했다.

“으응응.”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뜨끈뜨끈하다. 쾌감을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다리를 들어볼래요? 아랠르.”

언제부터 이름이 저렇게 야한 발음이었는지 모르겠다. 아롈은 곧 닥쳐올 쾌감을 기대하며 순순히 다리를 들었고, 이내 후회하며 허벅지를 조이려 했다.

“읏!”

“그렇게 갑자기 움직이면 다쳐요.”

몸 안에 슬금슬금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몇 갠지도 모르겠다. 하나는 확실히 아니다. 두 개? 세 개? 좁은 몸 안을 손가락이 꽉 채웠다. 아직 몸이 덜 풀리다보니 손가락이 버겁기까지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충족감이 들었다. 아, 역시 부끄럽다. 옷도 벗지 않고 이 무슨 일이지.

“저, 전하. 역시 침대로 가서……, 아앗.”

생각이 완전히 날아갔다. 손가락이 움직여 질 천장을 더듬거렸다. 그리고 어느 한 지점을 어루만진 순간 본능적으로 몸이 환영하듯 수축했다. 쾌감이 터져흘렀다.

낮은 웃음이 흘렀다.

“여기?”

“으응. 침대로, 가야…….”

“안 들려요. 똑바로 이야기 해야죠.”

그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쾌감이 이는 곳을 누르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설마?

손가락이 계속 안에 들어있는데, 입술이 다시 음핵에 닿았다.

“그, 그만.”

허리가 들썩였다. 남은 한 손이 허벅지를 잡아 눌렀다.

“아. 아아.”

눈앞이 번쩍거렸다. 저도 모르게 안을 조일 때마다 촘촘한 주름이 손가락을 맛보듯 감쌌다. 아롈은 흐느꼈다.

“으으응. 그만, 그마안. 잠시만. 아응.”

“동그랗게 부풀었어요. 알아요?”

말하는 동안에는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여 쾌감이 끊이질 않았다.

“사랑스러워요.”

나긋나긋한 목소리, 부드러운 애무. 그러나 폭력적일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었다.

“그만, 그마아아안.”

“정말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손가락이 갈퀴로 긁듯이, 몽실하게 부풀어 오른 질 안쪽을 긁었다. 어질어질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건…….”

“아렐르는 거짓말 못 하잖아요. 기분 좋으면서.”

“하으으응. 잠시만, 조금만 쉬었다가.”

“딱 십 초, 아니 오 초만 있다가요.”

저도 모르게 허리가 들썩였다.

“자, 다섯.”

진주처럼 소중하게 부풀어오른 붉은 진주를 한 번 핥았다. 음핵에 입 맞추는 순간 척추가 타오르는 기분이었다.

“넷. 셋.”

어느 새 눈물이 쏟아졌다.

“읏. 아읏.”

손등과 손바닥이 눈물로 젖어들었지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아랫도리는 질척하다 못해 흥건했다.

“둘.”

조금 더, 조금 더, 조금 더!

“하나.”

터져 흘렀다.

“아…….”

허리 아래가 탐욕스레 조여들었다. 아롈은 숨을 몰아쉬었다. 다리 사이가 미끈거리고 식은 땀 탓에 목덜미가 서늘했다.

“이제 잠깐 쉬면 되겠다. 그렇죠?”

얄미워 죽을 것 같았지만 대꾸할 힘도 없었다. 아래를 채우던 손이 천천히 빠져나갔다. 빠듯했던 몸이 허전해졌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이 지쳤다. 정말 이러다 죽을 것 같았다.

 

흡사 액체처럼 흐물흐물해진 아롈을 본 세시안은 문득 수컷의 만족감을 느꼈다. 복숭아처럼 달아오른 뺨에 글썽거리는 눈물. 흐트러진 옷차림에 다리 사이는 질척하다. 손을 들려다가 움찔거리고, 몸을 일으키려다가 또 움찔거렸다. 예쁜 얼굴에는 욕정을 못 느껴도 저런 몸짓 하나하나는 사랑스러워서 계속 괴롭히고 싶어졌다.

“아렐르.”

자국을 남긴 반대쪽 허벅지에 부드럽게 입 맞췄다. 흰 허벅지 안쪽에 검자줏빛 자국이 보였다. 미안하지만 소유욕이 충족되는 기분이었다. 흐릿한 연둣빛 눈이 그의 손을 보고, 이내 가슴팍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아니, 그 손이, 왜…….”

“그걸 제게 물어도…….”

아롈은 다시 팔로 얼굴을 가렸다.

“아렐르. 얼굴 보여줘요.”

“부끄럽단 말입니다.”

“그럼 계속 그러고 있어요.”

세시안은 아롈을 추슬러 안아 올렸다. 몸이 붕 뜨자 질겁한 소녀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얌전히 안겨있는데다 균형을 잡아주니, 술에 취해 축 늘어져있는 것보다는 훨씬 옮기기 수월했다. 세시안은 모양 빠지게 비틀거리는 대신 적당히 여상한 발걸음으로 걸어가 침대에 아롈을 내려놓았다.

아롈은 축 늘어져 얌전히 옷을 벗기는 시중을 받았다. 한 번 느끼면 봄날 녹아내린 눈처럼 조용해지곤 했다. 스토마커를 비롯하여 모든 옷을 벗겨 침대 옆에 던진 그는 곁방에 가서 손을 씻고 양치를 한 뒤 돌아왔다.

돌아오자 아롈은 거위 깃털이 든 베개를 끌어안고 노곤노곤 졸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렐르. 일어나요.”

“으응.”

박하향이 나는 입술이 목 뒤부터 등을 쓸어내렸다. 등줄기, 날개뼈 아래. 이쪽이 특히 민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방금 절정을 맞은 몸이 움찔거렸다.

“으으응.”

“일어나요.”

등과 허리를 애무하다가, 엉덩이를 아프지 않게 물었다. 몸이 바르르 떨렸다. 손을 아랫도리로 넣자, 아롈이 기겁하며 눈을 떴다.

“잠깐!”

“안 넣어요. 약속할게요.”

그래, 넣지는 않았다. 손가락이 꽃잎을 잡고 바깥에서 비볐다. 안에서 여전히 부풀어 단단해진 음핵이 손가락 사이에서 굴러다녔다.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

“예뻐라.”

목덜미, 등줄기, 몸을 이루는 선을 하나하나 입술로 훑었다. 세시안에게 있어서 그런 선이나 얼굴이 얼마나 미학적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 선이 그리는 것이 아롈인 것만이 중요했고, 아롈이 쾌감에 취해있는 만족감만이 지금 그를 지배했다.

소녀는 그의 품안에서 금세 두 번째 절정을 맞았다.

“흐으으.”

몸을 조심스레 뒤집자 갸름한 얼굴이 눈물로 젖어있었다.

“거짓말쟁이. 우는 게 무섭다 하셔놓고선.”

“아렐르가 슬프거나 무서워서 우는 건 무섭고요.”

이미 아랫도리는 아플 정도로 달아올라 있었다. 그는 천천히 아랫도리에 몸을 비비며 웃었다.

“이런 눈물은 예뻐서 무서워요.”

“윽.”

“흐으. 제가 제가 아니게 되는 것 같아서요.”

결국 속살과 속살이 맞부딪쳤다. 절정을 맞은 지 얼마 안 되는 몸이 그를 빠듯하게 조여들었다. 촉촉하고 미끈거려서 기분이 좋았지만 육체적 쾌감보다는 정서적 쾌감이 더 컸다.

정말이지 이 상태라면 뭐든 해주고 싶어졌다. 별이라도 따다 발 밑에 바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달콤하기도 했다. 적어도 품안에 있는 보들보들한 몸의 소녀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니.

“으응.”

두 번 연속 절정을 느껴 흐물흐물해진 직후라, 넣자마자 반응이 왔다. 아롈은 그의 팔뚝을 쥐고 바르르 떨었다.

그는 움직이는 한편 손을 뻗어 가슴을 어루만졌다. 꽃봉오리 같은 유두를 손끝으로 문지르자 속살이 움찔거렸다. 욕정이 동하고, 애정이 깊어졌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다 있을까.

허리를 움직이자 쾌감을 버티지 못해 아롈이 목을 뒤로 꺾었다. 희고 가는 그 목을 깨물고 빨아서 자국을 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는 잠시 가늠하다 웃었다. 싫어하겠지. 싫어하는 건 싫었다. 화내는 것도 싫었다. 웃어주었으면 한다.

대신 그는 심술궂게 허리를 움직여, 가장 느끼는 부분을 쿡 찔렀다.

“으응.”

즉시 표정이 무너지며 앓는 신음이 튀어나왔다. 그게 너무 귀여워서 자꾸만 찔렀다. 일종의 독점욕이었다. 그만 가지고, 그만 보고 싶은 모습. 빈틈없이 자신을 추슬러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이렇게 무너져 그를 바라는 몸짓과 말에는 어지러워졌다.

부러질 듯 가냘픈 몸을 옴짝달싹 못하게 가둔 채, 안았다. 허벅지가 그의 허리를 휘감자 안이 더 꾹 조여들었다. 쾌감이 척추를 타고 흘렀다.

감정을 깨달은 뒤 나누는 정사는 이토록이나 황홀했다. 땀이 목을 타고 떨어졌다.

“으으응.”

아롈은 얼굴을 찡그린 채 북쪽 카트 어로 뭐라고 애원했다. 그만 아는 표정, 그만 아는 목소리, 그만 아는 버릇이었다. 아롈은 살을 섞다가 쾌감을 감당하지 못하면 모국어로 애원하는 버릇이 있었다.

“참아요. 응?”

생각 같아서는 평생 침대에서 나가기 싫었다. 이 소녀가 원하면 자신의 목이라도 베어 그 발밑에 진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허리를 움직이다가 가슴을 물었다. 세 번째 절정이었다.

그러나 허릿짓은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다. 아롈은 조금만 쉬자고 새되게 애원하다가, 팔뚝을 쥐고 흔들다가, 다시 눈물을 흘리며 버둥거렸다. 가슴을 물고 빨고, 속살은 끊임없이 조여들었다. 그 역시 한계였다. 새되게 올라간 목소리가 뭉개졌다. 이제는 말이나 언어라고 할 수도 없는 소리가 어여쁜 입술에서 끊임없이 나왔다.

그는 한계가 왔다는 사실을 느꼈다. 가슴에서 벅차오르는 말이 뿜어졌다.

“사랑해요.”

“흐으으.”

“하아. 사랑해요.”

입술이 아롈의 입술을 덮은 순간, 절정이 연인을 덮쳤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토정이 끝난 뒤 그는 몸을 굴려 옆으로 내려갔다. 소녀는 여전히 멍한 상태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는 흰 나신을 끌어안았다.

“사랑해요, 아렐르.”

“저도 사랑합니다.”

쾌감을 버티지 못해 눈을 감은 아롈의 입에서 흐릿한 신음처럼 고백이 흘러나왔다. 그는 이마와 눈물 흐르는 눈가, 뺨에 차근차근 입 맞추었다. 그 말 한 마디 덕분에,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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