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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나이츠 - 창공의 기사단


Sortie 009 - 아웃사이더


  1
  코랄해 해전에서 에르데 제국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5만톤급 정규항공모함 1척이 격침당하고, 3개 기사단급의 베테랑 기사들을 잃어버렸다. 에르데 제국의 공업 능력은 함재기 정도야 쉽게 보충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인적자원들이다. 베테랑 기사들의 훈련과 육성은 단기간에 끝날 수 있는게 아니니까. 또한, 정규 항공모함급의 대형함은 한두달내로 건조할 수 있는 만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래서 ESS레인저의 격침은 뼈아팠다. 브리타니아 오스트 기동함대의 전함 리펄서와 프린스 오브 돌핀이 후소 제국의 뇌격과 폭격으로만 격침된 실리아 해전의 전훈도 있듯이, 제공권이 장악당하면 아무리 강대한 수상함 세력이라도 박살날 수 있다. 아니,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사파이어만 공습이 있구나. 어쨌건, 아무런 제공권 장악, 아니면 하다못해 항공 세력의 지원 없이 수상함대만을 출동시키는 것은 말 그대로 날 잡아 잡수~하는 말이다. 그리고 에르데 제국이 동원 가능한 정규 항공모함 5척, ESS 레인저, ESS 호넷, ESS 범블비, ESS 컬럼비아, 그리고 ESS 엔터프라이즈 중에서 1척이 격침당해버렸다. 이로서 에르데 제국의 오스트 함대는 전함 0척, 항공모함 4척, 중순양함 8척, 경순양함 10척이라는 초라한 수준으로 전락해버렸다. 후소 제국 해군의 투입 가능한 병력이 전함 14척, 정규 항공모함 6척, 중순양함 11척, 경순양함 4척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초라한 전력이다. 사태가 이정도까지 악화되자, 에르데 제국의 군 상층부는 전열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느꼈는지 코랄해 해전에서 큰 피해를 입은 제 38 기동부대를 사파이어만으로 불러들였고, 대신 항공모함 ESS 범블비를 중심으로 하는 제 16 기동전단, ESS 컬럼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제 17 기동전단을 전선에 내보내었다. 아마 당분간 일시적이나마 빅토리아 대륙 연안에 항공력을 투입할 수 있을거다.
 
  뭐, 어려운 전략 이야기들은 잠시 접어두자. 어차피 기껏 해봐야 나는 일선 항공부대의 지휘관이니까, 그런 고차원적인 복잡한 이야기를 해봐도 내 생활이나 상황 자체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하는게 났다. 적은 전함, 항공모함, 중순양함 등 모든 주력함에서 숫적으로 우리를 압도한다. 그렇다면 간단하고 단순한 해결책이 있다. 그만큼 많이 부수는 수 밖에 없다. 간단하잖아? 복잡하게 생각해서 고민에 빠져드는 순간, 우리는 지는거다. 푹 쉬고, 잘 놀고, 컨디션 회복까지 끝내야 많이 박살낼거아니야? 응? 그래서 나는 이번 사파이어만에서의 휴가를 철저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일선에서 물러나서 아쉬워하는 사냐 공주나 후소 제국에 복수를 끝마치지 못했는데 벌써 교대되었다고 화를 내는 유나 중위와는 달리 말이다.
  "우리 같은 최정예 기사단이 일선에서 물러나다니! 이건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창민경!"
  "맞아요, 부단장님. 좀 상부에 연락해서 어떻게 좀 해봐요."
  "왜 ​나​한​테​.​.​.​.​.​.​.​ 에리카 대위의 오빠가 중장인데 그쪽에 부탁해야 하는거 아니야?"
  "그 인간은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이 아니면 잘 부탁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거봐. 신뢰하는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잖아. 단념하고 그냥 놀자, 유나 중위."
  "그리고 부단장님은 그 인간이 신뢰하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 되십니다."
  에리카 대위의 말과 함께 나를 바라보는 우리 기사단원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사냐 공주, 유나 중위, 릴리엘 중위는 쳐져 있던 얼굴이 확 펴졌고, 코랄해 해전에서 길을 잃어서 그대로 멀쩡한 비행기를 맨땅에 갈아버린 미야 소위와 펠츠 소위의 얼굴도 펴졌다. 저 둘은 그날 플레이크 제독에게 제대로 깨졌고, 그 다음 작전에서 그 복수를 하기 위해 이를 박박 갈고 있던차에 휴가로 돌려져버렸으니 그 기분이 이해도 갈만 하다. 하지만 어쩌겠냐? 우리는 지금 최전선에서 수천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는걸?
  "하지만 창민경, 분하지도 않나요? 우리는 이번 전투에서 적기를 20기나 넘게 격추하고, 에이스를 4명이나 보유한 정예라고요! 우리 제국민들의 안위와 국방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최전선에 있는게 좋지 않아요?"
  "맞아요. 우리 제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최전선에 있어야하는거에요, 부단장님! 에리카 오빠께 좀 얘기 해주세요!"
  두 사람 다 진정 좀 하지? 유나 중위와 사냐 공주는 완전히 하이 텐션으로 나를 몰아붙이고 있었지만, 나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고? 주문한 아이스크림 녹기 전에 빨리 먹어라. 그거, 비싼거라고.
  "창민경, 지금 아이스크림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뭐가 아니야? 이거 하나에 15챕터나 한다고?"
  지금까지는 별로 쓸 시간이 없어서 저축만 해놓았던 내 월급이 이변 휴가 때 엄청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내가 에르데 제국 군인으로 편입된지 무려 5개월, 반년 가까이나 되었고, 대위 계급에 부단장이라는 직위 덕분에 나는 한달 월급이 무려 105챕터 50 라이네나 된다. 100 라이네가 1챕터니까, 지금까지 내가 받은 월급은 무려 527챕터 50 라이네이고, 거기다 중간중간 황제의 하사금 - 뭐 기사 임명식 때나 그럴때 말이다 - 받은 보너스를 합하면 600 챕터 까지 올라간다. 내 월급을 필그림 화폐 단위로 따지자면 대략 500달러 정도나 될까? 여기서 소형 경차가 250챕터 정도 하니, 한달에 105챕터면 많이 받는거다. 제국 일용직 노동자의 1년 벌이가 50챕터가 조금 안되는 정도니까. 하지만, 한컵에 15 챕터나 하는 아이스크림을 내것을 빼고라도 7컵이나 산건 조금 부담이 심하다. 작전 발령이 떨어지려면 최소 3일은 더 기다려야 할텐데 말이다. 반파당한 호넷도 고쳐야 하고.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냐 공주는 나에게 아양을 떨면서 말을 걸었다.
  "아앙, 창민경~"
  "싫어!"
  "프로필라이넨경, 좀 도와주세요!"
  "싫어."
  나탈리는 뾰루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긴, 기분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지. 코랄해 해전 당시 나탈리와 약속했던 데이트를 하려고 나와 나탈리는 오늘 아침 몰래 기지를 나왔다. 사파이어의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 '에이프럴 버니(April Bunny)'사의 직영점으로 가서 간만에 둘만의 날을 즐기려고 했지만...... 어떻게 알아챘는지 우리가 타고 나가려고 했던 사륜구동차에는 이미 사냐 공주와 에리카 대위, 유나 중위가 앉아 있었다. 정말, 차 키를 손가락에 걸고 붕붕 돌리면서 우리를 처다보는 사냐 공주의 그 ​표​정​이​란​.​.​.​.​.​.​.​.​ 소악마가 따로 없군. 그렇게 일행이 5명으로 늘어난 것도 골치 아파 죽겠는데, 코랄해 해전 당시 브리핑에서 한바탕 했던 에스트렐라급 대공 경순양함 에온의 함장인 에이저 페이지 대령까지 만나버렸다. 이보시요, 아무리 오스트해 함대 주력이 이곳 사파이어섬에 총 집결했다고는 하지만, 항공모함 3개와 그에 상응하는 호위 함대 3개가 총 집결했다고 하지만, 이건 좀 너무한거 아니야? 응? 어쨋건, 갑자기 이렇게 동행하는 사람이 쓸데없이 늘어난 덕분에 두사람만 간단히 1시간 정도 놀러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려고 했던 처음의 계획은 파탄이 나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스크림 카페 의자에 앉아서, 우리 기사단 인원 4명과 함장 하나, 그리고 주변을 지나가다가 나를 알아봐버린 몇명의 민간인드에게 둘러싸여 있다.
  “꺄악! 이창민 대위다! 싸인해주세요!”
  으아…….. 내 얼굴, 의외로 굉장히 잘 알려진 모양인데 말이지? 몇몇은 내 흑백 사진을 들고 찾아와 사인을 해달라고 하지 않나, 자신들이 보낸 편지는 받았냐고 물어보지 않나….. 정말 정신 없다. 응? 편지?
  “네! 대위님의 무공을 들은 다음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보냈는걸요? 여기, 우편 영수증도 있어요.”
  편지라고? 난 편지를 받은 적이 없는데 말이지…..?
  “에에에? 저랑 줄리아는 최소한 10통은 넘게 보냈는데요?”
  “저….. 미안하지만 한번도 받은 적이 없는데?”
  “에에에?”
  정말 실망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정말 금시초문이라고. 난 한번도 받은 적이 없는데 말이야……… 잠깐만. 왜 나탈리랑 사냐 공주, 식은 땀을 흘리면서 다른데를 바라보는거냐? 응?
  “나탈리? 사냐 공주? 둘이서 무슨 짓을 한건지, 정확하게 설명을 좀 해주실까?”
 
  그렇게 유쾌할 것 까지는 없는 잠깐의 나들이가 끝나고, 나는 에르데 제국의 필그림 고문단 6명과 조금 건설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수도에 있던 바흐쳐 쿠스토스 대위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우리처럼 일선에서 싸우고 있었다. 어쩐지 코랄해 교전에서 봤던 에르데 제국 함대의 원형진이 우리 세계의 미국의 원형진과 비슷하다고 했다. 수도에 있던 쿠스토스 대위는 전과 자체는 없었지만, 대신 우리에게 꽤나 많은 정보를 건네주었는데, 대다수가 에르데 제국 내부의 정치 상황에 대한 정보였다.
 
  벌써 1년이 넘게 지난 제국 전쟁은 명색만 황제였던 에르데 제국의 황제에게 엄청난 권력을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황제는 명색만 황제라도 일단 국가의 구심점이니까, 황제의 주위로 권력이 집중되는건 당연하다. 특히 전시에는. 물론, 기득권층은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 눈치라고 한다. 제국 의회나 각 주의 영주 및 귀족들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고 있고, 반 연방파인 몇몇 귀족들은 아예 대놓고 반발하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황제의 군비 확작에 따른 자신들의 세력 축소와 전시 체제에 따른 황제의 친정이란 건 전통적으로 황제의 권위가 약했던 에르데 제국 귀족들에게 있어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사실인건 분명하다. 덕분에 반황제파와 친황제파 사이에 충돌이 격화되고 있고 말이다. 뭐, 하지만 우리 부대는 부대 특성상 황제파 쪽으로 치우칠 수 밖에 없었다.
  “다른사람들은 몰라도 나탈리 중위와 자네, 창민 대위는 정말 조심해야해.”
  쿠스토스 대위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의를 주었다.
  “그대들은 여기서 그렇게 곱게 보지 않는 이방인에다가 황제의 측근 수준이잖나. 자네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창민군 자네가 그렇게 사냐 공주와 깊게 연루되있는 이상, 아무런 변명이 먹히지 않을거란 말이지.”
  맞는 말이다. 즉, 나는 비교적 쉬운 먹잇감이라는 이야기다.
  “반황제파가 뭘 꾸미는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뭐가 터진다면 자네의 신원도 그렇게 무사하진 않을거니까, 처신 잘하게.”
  뭐, 처신을 잘한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말이다. 우리 기사단이 그냥 기사단도 아니고, 무려 ‘황실 직속’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는 부대니까 말이야. 그래서 나는 쿠스토스 대위를 만나고 돌아오자마자 에리카 대위가 전해준 이동 명령에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었다. 황제의 훈장 수여를 위한 소환장이었다.
  “이거 꼭 가야 하나?”
  “……..제국의 기사가 황제의 소환장에 응하지 않는다는 말은 도데체 무슨 생각으로 하는 말씀이신지 설명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단장님.”
  맞는 말이군. 나도 명색 뿐이기는 하지만 일단 황실의 기사니까.
  “이동 계획은?”
  “3시간 뒤, 제국의 황실 수송 중대에서 중대장기가 도착할겁니다.”
  뭐, 가서 연회에 참석했다가 훈장만 받고 오는거라면 상관은 없겠지.
 
  2
  황제와 만난건 정말 오랜만이다. 한 4개월 정도는 되었겠지? 사냐 공주는 기쁜 마음으로 황제에게 달려가 안겼고, 황제는 우리의 공적을 치하하며 손수 제국 십자성 훈장을 달아주었다. 오랜만에 연회에 참석해서 그동안 먹었던 군용 레이션과는 차원이 다른, 찌고 튀긴 빠따따가 아닌, 정말 말 그대로 제대로 요리된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물론 빠따따라는 사실이 변하는건 아니지만, 말이다. 뭐, 연회에서 벌어졌던 온갖 소동은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그말을 했다간, 사냐 공주의 명예가 손상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어쨌든 우리는 5시간에 걸친 장시간 비행을 통해 캐피탈에서 사파이어섬으로 돌아왔다. 무언가 자세한 건 알 수 없었지만, 갈란드 중장의 귀띔에 의하면 후소 제국군은 이른바 ‘AF 작전’을 발동했다고 한다. 정확하게 목표가 어디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알려주지 않았지만, 갈란드 중장은 내게 적의 동원 규모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알려주었다. 정규 항공모함 소류, 히류, 카가, 아카기 등 4척과 전함 나가토, 공고 등 7척이 참여하는, 대규모 작전이었다. 총 동원 함대가 무려 200여척이라고 했나? 물론, 급유함이나 수송함 등 비전투함을 합친 수치지만, 순수하게 전투함만 따지자면 대략 150척을 상회하는 규모일거다. 갈란드 중장이 전해준 이 정보 덕분에, 우리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전투기들의 점검 및 전투 대기에 들어갔다. 일반적인 기사단 정원의 60%정도의 정원을 갖고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건 그저 기체 상태와 기사들의 건강 상태를 최선으로 유지하는 것 이상말고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부단장님, 밥은 먹고 하는게 좋겠습니다.”
  ……..그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밥 부터 먹자.
 
  에리카 대위의 조언으로 우리는 간단한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거창하게 식탁 같은데 앉아서 먹는건 아니고, 언제 출동 준비가 내려지면 바로 뛰쳐나갈 수 있도록 딱딱한 빠따따 비스킷을 우유에 불려 먹는 전투식량이었지만. 뭐, 섬의 대귀족이자 영주인 에리카 대위에게 부탁하면 좋은 저녁을 못먹을 이유는 없었지만, 웬지 내키지 않았다. 왜, 사람이란건 육감이란게 있잖아. 뭔가 올것 같다는 직감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직감은 정확하게 맞아들어갔다.
 
  “에리카, 그래도 창민경이 먹는건데 이런 거친 음식을 내오는건 좀 그렇지 않아요?”
  사냐 공주의 말이다. 내가 연회에서 먹는 모습을 보고는 굉장히 풀이 죽어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먹는 음식 때문에 그런거 같다. 사실 나는 상관 없지만, 사냐 공주는 계속 챙겨주려고 한다. 지난번에는 나탈리와 함께 나한테 음식 대접을 하겠다고 난리쳐서 그날 과식할 뻔 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오늘도,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해서 딴지를 걸고 있다.
  “부단장님께서 그렇게 지시하셔서 그렇게 준비한 것 뿐입니다. 다음에는 좀더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별로 상관 없는데.”
  “상관 있어요!”
  사냐 공주가 먹다 말고 소리를 질렀다. 깜짝이야. 덕분에 내 기도로 우유가 넘어가버렸다. 다행이 나탈리가 등을 토닥여젔기에 망정이지, 잘못하면 땅에서 익사할 뻔 했다. 하지만 물론, 사냐 공주는 내 상태에는 신경쓰지 않고,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창민경이 먹을 음식인데 상관이 없다니요!”
  “정말 상관 없으니까……..”
  “창민경………. 너무해요. 앞으로 창민경의 음식은 제가 직접 만들겠어요.”
  “잠깐, 창민이의 음식 전담은 나거든?”
  둘다 아니거든? 거기다 나탈리, 너 요리 못하잖아? 나를 죽일 심산이야? 응? 천만 다행이도, 나탈리와 사냐 공주의 ‘창민 암살 계획’은 예상치 못한 전개로 막을 내렸다.
  ​“​부​…​.​부​단​장​님​!​”​
  “응?”
  사파이어 섬 수비대의 레이더 사관인 윌리엄슨 중사가 급하게 달려왔다. 귀족 5명, 그리고 장교 8명이 모여있는 방에 일개 중사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들어올 정도의 일이라면, 내가 생각할 수 있는건 단 두개 밖에 없다. 전투 출동 명령이나, 아니면 그에 상응하는 비상 상황이거나.
  “국적 불명의 항공기 2기가 섬으로 접근 중입니다.”
  후자군. 사파이어섬의 대공 방어체계는 지난 12월의 사파이어만 폭격 이후로 엄청나게 강화되었다. 고고도 요격용 88mm 대공포 80문, 150mm 대공포 22문이 추가로 배치되었고, 저고도 요격을 위한 20mm 대공기총과 40mm 대공포가 100여정 넘게 추가되었다. 레이더의 성능도 최신형 SG 레이더가 먼저 배치되었을 정도로, 에르데 제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방공망을 자랑하는게 바로 이 사파이어섬이었다. 그리고 그 사파이어섬의 레이더가 포착한 국적 불명의 항공기 2대라? 대충 어디에서 왔을지 짐작은 가지만 확인은 해볼 필요가 있다.
  “중사, 다른 기사단에서 요격 나간다고 하나?”
  “아니요, 공주님. 레이더 사이트에서 지급으로 저희에게 먼저 전달했습니다.”
  “창민경?”
  “부단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뭘 어떻게 하긴. 손님이 왔으면 맞으러 나가야지.
  “다들 야간 훈련은 받았잖아?”
  “예.”
  “그럼 손님이 왔으면, 맞으러 가는게 집주인의 도리가 아니겠어?”
 
  우리가 비행복으로 갈아입고 기본적인 브리핑을 받은 다음, 간단한 예열과 함께 활주로에서 대기하고 있던 블랙캣 전투기로 달려갔다. 1차로 스크램블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4기의 전투기에는 나, 나탈리, 미야 중위와 펠츠 소위가 출격했고, 그다음은 사냐 공주의 통제 하에 남은 4명, 사냐 공주와 에리카 대위, 유나 중위, 그리고 릴리엘 중위가 출격하게 되었다. 사냐 공주는 나와 함께 가려는 눈치지만, 사냐 공주는 2차 편대를 지휘하는게 나을것 같아서 말이지.
  “우리가 먼저 가서 확인할테니까, 너는 기지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어.”
  [에? 하지만 창민경!]
  “내 짐작이 맡다면 분명 뒤에서 따라오는 놈들이 더 있을거니까, 내 등 뒤를 부탁한다는 의미야. 잘 할수 있지?”
  역시, 애는 달래기 쉽다.
  [물론이죠~ 창민경의 뒤는 확실히 지킬거니까요! 믿어주세요!]
  나는 신호를 보낼 손전등을 한번 더 확인한 다음, 캐노피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활주로를 확인한 다음 이륙을 시작했다. 이륙한 다음 즉시 고도를 4천 피트까지 올린 다음, 나는 편대를 끌고 지상의 레이더 사이트의 관제 방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얼마 있지 않아, 우리는 저쪽에서 날아오는 2기의 정체 불명의 항공기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좀 많이 다른데…..? 나는 솔직하게 말해서 필그림일줄 알았다. 가끔씩 길을 잃고 필그림 전투기들이 사파이어섬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하지만, 필그림은 지금까지 공랭식 전투기만 사용했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수냉식 전투기는 개발 과정에서 이런저런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퇴짜를 맡았다. 오죽했으면 우리 파일럿들 끼리의 농담조로, 필그림 사령부가 수냉식 전투기를 싫어하는게 분명하다는 루머 아닌 루머가 나돌 정도였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수냉식 전투기 2대? 뭔가 이상하지만 저건 수냉식이 틀림 없다. 공랭식이라면 있어야할 거대한 공기 흡입구가 없으니까.
  “나탈리?”
  [준비 완료.]
  나탈리의 대답을 들은 나는 바로 왼손에 손전등을 잡고, 모스 부호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딸깍 딸깍,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몇번 울린 다음 나는 천천히 선회를 하면서 정체 불명의 항공기의 꼬리를 잡았다.
  “미야 중위, 펠츠 소위와 함께 다른 한놈 뒤를 잡아.”
  [이동중입니다, 부단장님.]
  [창민아, 저놈이 날개를 흔드는데?]
  귀화 요청이다.
  [미야입니다. 저희도 확인했습니다.]
  슬슬 나타날 때가 됬는데……
  [창민경? 사냐에요. 적기 추격 편대 8기가 확인되었어요. 창민경이 말한 대로, 30km 정도 뒤쪽에 있어요.]
  오케이. 이렇게 된 이상 해야할 일은 간단하다.
  “미야 중위와 펠츠 소위, 두사람은 지금 우리 앞의 항공기 2기를 기지까지 유도해. 뭔짓을 하면 바로 격추하고. 알겠지?”
  [명령, 수신했습니다.]
  “에리카 대위, 그쪽 편대를 이끌고 지금 즉시 추격대 쪽으로 이동해. 필요하면 대공포 지원 요청하고. 우리도 지금 합류할거니까.”
  [알겠습니다.]
  미야 중위와 펠츠 소위, 그리고 2기의 국적 불명의 전투기 2기가 천천히 고도를 내리면서 활주로로 접근하는 것을 확인한 나는 나탈리에게 신호를 보내 180도 선회를 했다. 어둑어둑한 밤하늘의 광경이 빠르게 지나가고, 나는 붉은색과 초록색 등이 반짝이고 있는 방향에 조준기를 놓고 속도를 올렸다. 굳이 내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다. 8기와 4기의 싸움이기는 하지만, 이쪽은 에이스 3명이 있고, 거기다 지상의 대공포대들도 내 명령으로 미확인 적기들을 조준하고 있었다. 내가 가는 이유는 단 하나, 현장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나 그랬듯이 빠르게 돌아갔고,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시작되었다.
  [어? 쐈어? 지금 쏜거지?]
  [유나! 안맞았지?]
  [저쪽에서 선제공격, 확인했습니다, 부단장님.]
  뭘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어? 선제공격을 받았으면 되받아 쳐야지. 내 허가와 함께 사냐 공주의 편대는 예광탄을 쏘며 반격에 들어갔지만, 아무래도 야간에 지나치게 접근해서 기동을 해버려서 격추는 없었다. 물론 이쪽 피해도 한기도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조금 뭔가 이상하다. 주익의 라운델, 푸른 원 안에 들어있는 하얀색 별이다. 즉, 필그림의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필그림 조종사들의 실력은 절대 이렇게 엉성하지 않다. 애시당초, 이렇게 한차례 교전을 한 다음 바로 이탈하지는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
  …….정말 필그림은 맞는걸까?
  [부단장님? 미야 입니다.]
  “뭐야?”
  [착륙한 필그림 출신의 항공 기사 둘이 부단장님과의 대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내​려​간​다​.​”​
 
  3
  자신들을 14기 생도라고 밝힌 두명의 필그림 조종사들은 에르데 제국 헌병대에게 둘러싸인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14기면, 우리 바로 아래 기수잖아? 자신들을 유경화와 이지경이라고 이름을 밝힌 이 커플은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창민 선배의 무용담은 많이 들었어요. 신문에도 많이 보도를 했고요.”
  “내 얘기를?”
  “예. 선배의 격추 기록 같은건 전부 신문과 라디오에서 보도하는걸요.”
  “창민경, 그날의 일 때문에 그쪽에서는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거 아니었나요?”
  나도 그런줄 알았다. 그런데 아닌가본데? 듣자 하니, 내 격추 기록 뿐만 아니라 내 ‘무용담’들까지 보도를 해줄 정도니 말이다. 보통 평가가 안좋다면 그렇게는 안하잖아?
  “그렇게 안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신 공격에 가까운 보도를 만들어내지 않나?”
  나탈리도 의아해하는 눈치다. 사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수준이기는 하다. 나는 공식적으로 공주를 데리고 에르데 제국에 망명한 몸이다. 그 와중에서 헌병대원 하나에게 상처를 입혔고, 비싼 전투기를 2기나 훔쳐냈다. 그런데 나에게 긍정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뭔가 좀 이상하다. 하지만 우리 후배 둘의 말을 듣고 대충 이해를 할 수는 있었다.
  “얼마전, 후소 제국군이 우리 상선단을 공격했어요. 10척이 넘는 식량 수송선들이었는데 전부 격침되었지요. 하지만 페룸 대장은 아무런 대응, 심지어 외교적 질책조차 하지 않았어요.”
  홈 아일랜드는 식량의 자급자족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면적도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니니와, 토양 자체가 대규모 작물 재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식량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식량 수송선들을 공격하고 격침시켰다는 말은 우리 필그림들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페룸 대장은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았다고? 평소 내가 알던 그 사람과는 많이 다르다.
  “그 덕분에 식량 가격이 비싸지고, 불만이 폭주했어요. 그래서 안그래도 불만이 많았던 저희 둘은 초계 비행 중에 슬쩍 빠져나와 선배가 계신 에르데 제국으로 망명하기로 한거에요.”
  “몸만 가기에는 좀 그래서 이번에 새로 지급받은 최신형 전투기와 함께 말이네.”
  “예. 아무래도 후소 제국과 전쟁하려면 좋은 무기가 필요할테니까요.”
  흠…….. 필그림 상층부가 도데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받아두는게 좋을 것 같다. 필그림의 최신예기라면, 그 가치는 충분할테니까.
  “다만, 하나 조건이 있어요, 선배.”
  “뭔데?”
  “선배의 부대에 저희가 들어가면 안될까요?”
  나는 주저 않고 사냐 공주를 돌아보았다. 아무리 내가 전시 지휘권을 행사하는 실질적인 부대장이라고는 하지만, 기사단장은 사냐 공주니까. 사냐 공주는 조금 머뭇거리더니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제가……. 결정해도 되는 건가요?”
  “네 부대잖아?”
  ​“​그​런​가​요​…​…​…​.​”​
  사냐 공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민할 만한 문젠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에리카 대위와 나탈리와 함께 이것저것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 많이 꼬이는거 아닌가요?”
  ​“​…​…​.​부​단​장​님​께​서​는​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으시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어차피 저녀석 눈치가 없어서 줘도 못먹어.”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냐, 너희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 하던 셋은 나를 바라보고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부단장님, 오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 공중 초계를 한번 돌고와서 조종사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에게 에리카 대위의 보고와 함께 갈란드 중장과 플레이크 제독, 그리고 중장 계급의 다른 한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어제, 나는 두사람을 ‘포로’로 획득한 직후, 갈란드 중장에게 연락해서 신형기 보고를 마쳤다. 신형기라는 단어에 굉장히 흥분한 것 같던 갈란드 중장은 뱀새 날아와 오늘 여기, 그러니까 사파이어섬에 도착한 것이다. 혼자만 온건 아니고 플레이크 제독과 다른 한 장성을 데리고 이곳으로 온거지만.
  “수고했네, 대위. 얘기는 대충 에리카에게 들었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볼까?”
  “예.”
  “일단 그 신형기라는 것 부터 보지.”
  갈란드 중장의 말에 나탈리와 사냐 공주가 세사람을 주기장으로 안내했다. 나도 세사람을 따라 나가려는 찰나 고개를 설레설레 젓던 에리카 대위와 눈이 마주쳤다.
  “정말……..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여동생보다 비행기를 신경쓰다니, 성장이란건 없는 인간이군요.”
  “섭섭한가보네.”
  “섭섭하다기 보다…….. 실망했다고 할까요? 그래도 저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데 말이죠.”
  ………가족이 없는 나로서는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고, 이해할 수도 없는 감정이지만.
  “부단장님은 가족이 생기면, 비행기에만 빠지시기 말지 바랍니다.”
  ​“​…​…​.​.​노​력​해​볼​게​.​”​
  에리카 대위에게 내가 사랑하는건 항공기밖에 없다고 얘기하지 않는게 좋겠다.
 
  “이건가? 신형기가?”
  “예. 어제 투항한 후배 둘을 심문한 결과, 1700마력짜리 수냉식 엔진을 사용하는 단좌 단발 제공 전투기 입니다. 함재기용으로 개발되었다고 하더군요.”
  PK 75 펠비스트. 필그림 항공군이 새로 개발한 단좌 단발의 제공 전투기다. PK 73보다 조금 무거워서 수평 속도는 조금 떨어지고, 기동성도 조금 안좋지만, 수직 상승률과 생존성은 훨씬 늘었다. 특히 조종사를 위한 배려가 상당한데, 10mm 티타늄 장갑으로 조종석을 감싸고 있었고, 전면과 후방 유리는 전부 방탄 유리로 되어 있었다. 이른바 티타늄 욕조라고 하던가? 더군다나 무장도 충실해져서, 7.7mm 기총 2정, 13mm 기관포 2정, 20mm 기관포 2정으로 기관포의 종류 자체는 동일하지만, 대신 장탄수가 50%정도 늘었다. 30초 가량의 기총탄과 기관포탄을 장착할 수 있는거다. 거기에다 급강하 폭격도 할 수 있도록 구멍이 숭숭 뚫린 다이브 플랩을 장착하고 있고, 300리터짜리 투하용 증가 연료 탱크 뿐만 아니라 주익에 75kg짜리 철갑탄을 장착할 수도 있다. 300리터 드랍 탱크를 안달면? 바로 500kg급 철갑탄이나 고폭탄으로 폭장할 수 있는거지. 즉, 말이 제공전투기이지 사실상 에르데 제국의 군사 교리에 딱 맞는 다목적 전투기란 말이다. 사실, 나는 이런 다목적 항공기들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전문성이 떨어지니까. 전투기는 전투기로서 운용되는게 가장 좋지만, 함재기라면 얘기가 다르다. 육상기지와는 달리 항공모함에 탑재하는 함재기들은 그 숫자에 한계가 있으니 최대한 범용성이 있어야 한다. 뇌격기들을 급강하 폭격기로 사용할 수 있고, 급강하 폭격기들을 전투기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 처럼 말이다. 뭐 어쨌건,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건, 이 PK 75를 사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필그림의 페룸 독트린 이후, 필그림들의 기술 이전은 끊겼으니, 이렇게 들어온 기술들은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름답구먼. 그 동체의 선이나 카울링의 곡선이나 말이야.”
  “예. 정말 아름답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예쁘다. 펠비스트 2기는 그 옆에 놓여있는 투박한 블랙캣 전투기들과는 다르게,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면서 주기되어 있었다. 뭐라고 비교해야하지? 그러니까………. 미녀들이 해변에서 수영복만 입고 있는걸 구경하는 느낌이랄까? 조금 비교 대상이 뭐하지만, 일단은 넘어가자.
  “일단 내 의견을 말하기 전에 자네 의견을 들어보지. 어떤가?”
  “예?”
  “이 기종을 우리가 운용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나?”
  글쎄. 양산이라면 분명 가능할거다. 하지만 운용이라………. 함재기로서 수냉식 엔진의 운용이 가능할까? 나는 힘들다고 본다. 함재기에 수냉식 엔진을 사용하려면 냉각수로 사용할 청수를 추가로 보급해야하는데, 해상에서는 먹을 물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정도로 충분한 청수를 구할 수 있을까? 나는 간단하게 정리해서 내 생각을 갈란드 중장에게 전했다. 그 말을 들은 갈란드 중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약간 짓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자네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군. 하지만 함재기가 아니라면 어떻겠나?”
  “에?”
  “자네 기사단과 같은 해군 항공 기사단은 아니지만 육군의 항공 기사단이라면 충분히 운용 가능하겠지.”
  “그러면 가능하겠죠.”
  “음. 좋아.”
  갈란드 중장은 새 기종을 운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싱글벙글 웃었고, 그런 갈란드 중장을 바라보며 에리카 대위와 플레이크 제독, 그리고 다른 장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루이틀이 아닌가보구나, 이거.
  “정말 아름다운 전투기야……..”
  “총감, 아무래도 슬슬 할말을 해주고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아참. 미안하네. 새 기종이 조금 아름다워야지 말이야.”
  ………….이건 뭐, 나보다 중증이군.
  “먼저, 기사단장인 사냐 공주와 부단장인 대위에게 소개하지. 귀관들이 참여하게 될 작전의 통합 지휘관인 스푸르언스 제독일세.”
  “만나서 반가워요, 제독.”
  “스푸르언스 입니다, 공주님.”
  갈란드 중장의 소개와 함께 사냐 공주가 살짝 앉았다 일어나면서 인사했고, 스푸르언스 제독도 공손히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나와 다른 기사단원들도 간단한 인사를 마친 뒤, 스푸르언스 제독은 품에서 꺼낸 노란 봉투를 나에게 건네주었고, 내용을 발설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렇게 10번은 당부한 제독 두명과 중장 하나는 타고왔던 3발 수송기를 타고 기지를 이륙했다.
  “창민경.”
  “응?”
  “안 읽어봐요?”
  읽어봐야지. 사냐 공주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걸 보면 지난 3일 동안 많이 지루했나보다. 나는 오랜만에 평화로운 일상을 보낼…….. 평화….롭지만은 않았지. 나는 봉투를 뜯고 대공포대 옆에 쌓아 놓은 모래주머니 더미 위에 걸터 앉았고, 내 주변으로 에리카 대위와 사냐 공주, 그리고 나탈리가 달라 붙었다. 작전 계획서의 내용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대충 요약해보자면, 3일만에 응급 수리와 재정비를 마친 호넷과 38 기동부대에 배치된 우리 44 기사단은 ESS 호넷 중심의 38 기동부대, ESS 엔터프라이즈 중심의 16 기동부대, ESS 범블비 중심의 17 기동부대를 묶은 제 1 항공모함 전투단의 지휘를 받게 되게 될 것이었다. 감청된 정보로는 후소 제국읜 미확인 목적지 ‘AF’와 ‘AL’을 향해 항공모함 4척, 전함 7척이라는 대규모 부대를 투입할 예정이고, 그에 따른 우리의 임무는 적의 항공모함 부대를 요격, 격파하는 것이었다.
 
 
  작전 1급 기밀
  발신 : 제국군 총사령부 작전과
  수신 : 제44 항공 기사단 기사단장 및 부기사단장
  내용 :
  1. 귀 기사단은 작전명 <히터 쉴드(Heater ​S​h​i​e​l​d​)>​에​ 차출되었다. 작전에 한 세부 사항은 차후 별도의 명령서로 전달될 것이다.
  2. 귀관의 기사단은 별첨한 시간표에 따라 모기지에서 이륙, 항공모함 ESS 호넷으로 이동하라.
  3. 본 명령서는 전원이 열람한 후 즉시 파기하라.
     비고 : 없음
     서명 : 에르데 제국 오스트해 함대 총사령관
     제국 전투기대 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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