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tie 014 - 계속되는 공방전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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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크 제독은 레이더 사관의 보고와 함께 모든 함재기의 수용을 중지하고 바로 엔터프라이즈와 16 기동부대가 있는 동쪽으로 보내버렸다. 그리고는 맥버스터 함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전투기 세력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고 말이다. 물론, 우리가 이 보고를 받게 된건 출격하기 직전이었다. 새로 조립한 따끈따끈한 신품의 블랙캣 전투기에 탑승한 나는 간단한 이륙 준비 절차를 거의 생략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마친 다음 급속 발진을 위해 엔진을 예열하기 시작했다. 재생, 혹은 재조립을 마친 돈틀리스 7기와 함에 남아있던 블랙캣 5기의 엔진소리가 격납 갑판 안에서 울려퍼졌고, 배기가스가 점점 가득차기 시작했지만.......... 에르데 제국의 항공모함들은 죄다 개방식인 덕분에 간단하게 방화 셔터만 올리는 것으로 환기 문제가 해결되었다. 정비대원들이 나를 포함한 3기의 블랙캣을 엘레베이터에 올리고, 뒤이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자 우리는 천천히 비행갑판으로 올라갔다. 상공에서 항공모함의 주위를 뱅뱅 돌던 돈틀리스들도 전부 대오를 이룬채 동쪽으로 빠져나갔고, 대신 대공포들이 포신을 하늘로 향한채 남동쪽을 겨냥하고 있었다. 간단한 이륙 절차를 마치자 마자 우리는 급하게 이륙을 시작했고, 아까부터 예열을 시켜둔 덕분에 우리는 고작 6분만에 12기의 함재기를 이륙시킬 수 있었다. 나탈리와 에리카 대위가 합류한다면 좋으련만, 둘다 고작해봐야 몇분만 더 비행할 수 있는 연료가 남아있어서 일단 엔터프라이즈로 향하게 되었다. 30대 12. 잘 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
[현재 확인된 비행체들은 2개 그룹이다. 남쪽에서 다가오는 하나, 남동쪽에서 하나. 배길 중령과 37 기사단의 기사들은 남동쪽의 좀더 큰 규모의 비행체들을 확인하라. 44 기사단은 남쪽을 확인하도록,]
[명령, 수신했습니다.]
"알았습니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간단하게 대꾸한 나는 사냐 공주와 펠츠 소위에게 신호를 보낸 다음 기수를 남쪽으로 돌렸다. 만약 남쪽의 미확인 항공기들이 적기라면 확실하게 격추시킬 수 있도록 안전 장치를 풀고, 트리거 위에 손을 올린 채 말이다. 그렇게 미확인 항공기, 잠재적 적기들은 먼거리에서 환영하기 위해 우리는 10분이나 비행을 했지만........... 뭐랄까, 조금 어이 없고 재수도 없었다.
[어라? 저거.........]
[돈틀리스 아닙니까? 부단장님, 쟤네 범블비 기체들 같은데요?]
빌어먹게도, 우리가 마중나간 적기들은 길을 잃고 헤매던 범블비 소속의 돈틀리스, 그것도 고작 4기였다. 아군을, 고작 4기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가 여기까지 와야 했던건 기회비용을 생각했을 때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펠츠 소위도 이미 5기나 격추했고, 사냐 공주는 29기, 나는 37기를 격추했다. 돈틀리스는 무장이 너무 약하고, 같이있는 37 기사단의 항공기사 둘은 막 비행학교를 졸업한 풋내기라는걸 생각해봤을 때, 정말,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급한대로 전투기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틀리스 4대를 얻었으니 그걸 위안으로 삼자.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돈틀리스들과 함류한 우리는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 그들의 동의를 얻은 다음 바로 적기의 요격을 위해 동쪽으로 이동했다. 돈틀리스들이 확인한 남동쪽의 미확인 그룹은 바로 후소 제국의 99식 함상 폭격기, 이른바 발(Val) 폭격기 18기와, 그들을 호위하는 제로 전투기 10기였다. 도합 28기로 판명난 이들을 향해 고도의 이점을 살린 돈틀리스들과 블랙캣들이 진형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공격을 시작했다.
[붙어, 붙어! 좀더 붙어서 쏘란 말이야!]
[더 붙으면 후방 기총에 맞는다구요!]
[저놈들 탄도 개판이라서 맞으면 내 손에 네놈 장을 지진다. 그냥 붙으라고!]
[아싸, 격추!]
[난 2기째다! 지는 놈이 나중에 비어스 사기다.]
.........뭔가 조금 이상한 대화가 오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잘 해내고 있는가보다. 저렇게 농담 따먹기 할 정도의 여유가 있으면. 아직 10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벌써 꽁무니에 불꽃을 매단 채 반딧불이처럼 해수면을 향해 떨어지는 몇대의 발 폭격기들이 보인다.
[너무 늦게가면 우리 몫은 없는거 아니에요?]
.........펠츠 소위 그렇게 안봤는데, 의외로 격추수에 집착하는구나.
[그렇네요. 속도를 올리죠, 창민경.]
켁! 사냐 공주까지! 뭐, 별수 있나. 빨리 격추시켜야 호넷이 안맞지.
[젠장, 적기가 뒤에 붙었다! 도날드, 잘 좀 쏴!]
[대위님이 쏴보세요, 롤러코스터 타면서 저격할 수 있나!]
돈틀리스가 아무리 기동성이 좋고, 맷집도 튼튼하고, 무장도 충실하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급강하 폭격기다. 제로 전투기와 제대로 싸울만한 블랙캣은 고작 2대이고, 거기다 실력차까지 있는지 아예 4기의 제로기가 데리고 놀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6기의 제로기들이 20mm 기관포를 쏴대면서 진형을 헤집으며 발 폭격기들을 격추하는 돈틀리스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으아....... 5km만 더가면 되니까, 다들 조금만 버텨라!
[피격! 피격! 도날드, 살아있냐?]
[나 안죽었어요! 고함좀 지르지 마요, 대위님!]
[너이자식, 네가 똑바로 후방 경계 안하니까 이모양이잖아!]
.........이사람들 누구야? 전투중에 잡담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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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이라는 시간이 더 지나서야 우리는 19대로 줄어버린 적기들을 요격할 수 있는 거리에 진입할 수 있었다. 8기의 발 폭격기, 1기의 제로 전투기가 격추당했지만, 대신 우리는 2기의 블랙캣과 돈틀리스 2기를 상실했다. 살아남은 9기의 제로는 필사적으로 기동하며 발 폭격기들을 공격하는 돈틀리스들을 잡으려고 했지만, 미안하다. 네녀석들의 상대는 나다. 고도를 살짝 높힌 다음 후소 제국의 공격대를 향해 빠르게 급강하하면서, 나는 조준기를 가장 가까운 발 폭격기에 맞추었다. 그리고 적기가 중앙에 있었던 짧은 시간동안, 나는 트리거를 당겼고, 하늘 위에서 갑작스럽게 내려온 불벼락에 흰색 도장의 발 폭격기는 주익이 부러진 채 오른쪽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수면을 향해 추락했다. 사냐 공주와 펠츠 소위도 같은 방법으로 각자 1기의 급강하 폭격기들을 잡아냈고, 범블비의 돈틀리스들은 4기가 핑거포 진형을 짠 채 적 편대의 정면으로 돌격, 일시적으로 분산시켜주었다. 하지만, 정말 아쉽게도, 우리가 적기와 접촉했을 때는 이미 아군 함대의 외곽 방어망 위었다. 최외곽에서 대공 방어에 임하던 경순양함 퀸시의 대공포탄들이 우리 주변에서 작렬하기 시작했고, 똘똘 뭉쳐 날아가던 후소 제국의 급강하 폭격기 2기가 순식간에 걸레짝이 된 채 바다로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집중된 대공사격에 놀란 후소 제국의 전투기들은 뿔뿔히 흩어졌고, 그와중에도 호넷을 향해 악착같이 날아가는 급강하 폭격기 8기를 요격하기 위해 우리가 따라 붙었다. 이번은 아까와는 다른 공격용 타치 위브다. 기본적인 기동은 같지만, 적기의 꽁무니를 쫒아간다는 점이 다르다. 2기의 아군 전투기가 서로를 교차하면서 타치 위브를 실시하면, 적기는 하나를 피하기 위해 다른 방향으로 선회를 시작하게 되지만, 그렇게 되는 순간 바로 다른 아군의 기총소사를 받게되는 수법이다. 단지 이번에는 나와 사냐 공주 뿐만 아니라 펠츠 소위도 있어서 2명이 타치 위브를 하는 동안 한명은 좀더 높은 고도에서 예비대로 대기하면서 놓친 적기의 추격을 이어받거나 뒤쪽으로 접근하는 호위기의 기동을 차단하게 되겠지. 그리고 그 역할한 펠츠 소위가 맡았다. 계급으로도 기사단원 중 가장 낮은데다가 경험도 가장 적어 조금 불안하기는 하다. 하지만 일단 효과적으로 협동 전술을 구사하려면 그동안 많이 해본 상대와 하는게 유리하고, 그게 사냐 공주였다. 뭐, 한번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이렇게 해서 경험을 쌓는거니까.
[잘 해내보겠습니다, 대위님!]
"오케이, 그럼 뒤를 부탁한다고. 샤나, 타치!"
[알았어요!]
내 말과 함께 우리는 서로를 향해 교차기동을 하면서 앞에 있는 발 폭격기를 뒤쫒았다. 후방 기총좌석의 사수가 기총을 쏘아대면서 저항했지만, 일단 우리 블랙캣 전투기가 다른건 몰라도 장갑 하나는 PK 73 수준으로 두터운 놈이라서 말 그래도 노크만 하고 끝나는 수준이었다. 맞추려면 방탄유리가 아닌 부분의 캐노피를 맞춰야지 깨질 정도? 발 폭격기는 힘겹게 좌우로 기동을 하며 우리의 추격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그게 대함 공격용 고폭탄을 장착한 채로는 쉽지 않았다.
"그쪽으로 간다! 놓치지 마!"
[알았어요!]
발 폭격기가 왼쪽으로 꺾기가 무섭게, 사냐 공주가 하이 요요 기동을 사용하며 재빠르게 오른쪽에서 접근했다. 그녀의 블랙캣에서 붉은 불꽃이 번쩍였고, 뒤이어 발 폭격기가 엔진에 불이 붙은 채 그대로 수면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한 폭격기는 5000피트의 고도에서 그대로 수직으로 강하한 다음..... 수면에 불꽃을 남기며 폭발했다.
"좋았어!"
[헤헤. 고마워요!]
[펠츠입니다. 부단장님 뒤쪽에서 호위기 하나가 접근.....]
"해치울 수 있겠어?"
[에?"]
"우리가 미끼가 될테니까 해치울 수 있겠냐고."
[........해보겠습니다.]
제로기가 우리 뒤에 붙은 것을 확인한 나는 사냐 공주를 대오에서 이탈시킨 다음, 펠츠 소위가 쉽게 사격할 수 있도록 일부러 직진비행했다. 원래라면 딱 '날 잡아 잡수~'하는 기동이겠지만, 아까 다수의 제로센이 37 기사단의 기체 2기를 공격하기 위해 20mm를 지속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장탄수가 적을 것이라고 믿었다. 아마.....맞겠지?
[잠깐만요, 창민경. 만약 아니면요?]
격추되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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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펠츠 소위가 내 뒤의 제로기를 격추시켰다. 중간과정은 조금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쓸데없는 기회를 줄 정도로 무서웠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겠다........ 20mm 기관포탄이 뒤에서 날아오는 그 기분은 잘 모를거다......... 어쨌든, 우리는 함대의 대공포화 속에서도 4기의 급강하 폭격기와 2기의 제로기를 격추해내 총 28기 중 15기를 격추해냈지만, 아직도 6기의 급강하 폭격기가 살아있었다. 호넷의 대공포들이 화망을 조성하면서 포탄의 비를 사방으로 뿌려댔지만 그것만으로는 5000피트에서 빠르게 급강하를 시작한 발 폭격기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귀를 찢는 비명음과 함께 호넷을 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6기의 발 폭격기들이 달려들었다. 호넷은 이들을 피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회피 기동을 실시 했지만, 후소 제국의 급강하 폭격기 조종사들의 실력도 장난이 아니었다. 아군의 오인사격을 무릅쓰고 달려든 돈틀리스 4기가 기어코 1기의 발 폭격기를 격추시키는데 성공하고, 처음 2발을 지근탄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결국 2발의 폭탄이 명중해버렸다. 아일랜드 바로 뒤의 연돌 안으로 하나가 빨려들어간 다음 뒤이어 굴뚝을 타고 엄청난 연기와 증기가 뿜어져 나왔고, 순식간에 속도를 잃어버린 호넷의 선미 갑판에 또다른 철갑탄이 명중했다. 하나 다행이라는건 갑판이 나무인 덕분에 철갑판이 그냥 갑판을 뚫고 들어가 아래층의 개방형 격납 갑판에서 폭발했다는 점일까나. 연료관에 이산화탄소를 꽉꽉 채워넣고, 무장들은 전부 바다에 버렸는지 다행이 유폭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호넷, 피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