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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나이츠 - 창공의 기사단


Sortie 019 - 자만과 방심, 그리고 전멸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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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전해들은 이야기지만, 우리가 발한 TBS는 아무도 수신하지 못했다고 한다. 일자로 초계에 임하던 남부 함대와 달리, 직사각형 항로를 따라 10노트의 속도로 초계에 임하던 북부 함대가 최초로 적의 공격을 알아차린 것은 함열 후미의 아스토리아가 공격을 받은 직후였다. 갑작스럽게 탐조등을 비친 후소 제국의 중순양함의 공격에 아스토리아는 공황 상태에 빠져버렸다. 아니, 정확하게는 함장의 멘탈이 그대로 붕괴해버렸다. 아군과의 오인사격이라고 생각한 함장의 강제적인 명령 때문에 포술장의 지시로 이행되던 일제사격은 2번으로 끝나버렸고, 선제 공격을 했음에도 좀처럼 명중탄을 내지 못하고 있던 후소 제국의 중순양함은 그틈을 노려 8인치 철갑탄을 상부 구조물에 박아 넣는데 성공했다. 그 이후로 착실하게 명중탄을 낸 후소 제국의 중순양함은 아스토리아의 상부 구조물을 완파하여 전투불능에 빠뜨렸다. 그리고 그게 아스토리아의 최후였다.
  "뭐야, 무슨 일이야?"
  잠을 자던 도중 깨운 사냐 공주와 함께 나탈리와 에리카 소령, 유나 중위, 경화, 그리고 지경이가 함교로 올라왔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포성에 다들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었지만, 내 말 한마디에 바로 정신을 차렸다.
  "적의 야습."
  "피해는요?"
  "몰라. 심각해."
  에리카 소령의 말에 내가 대답한 직후, 무전병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함교에서 울렸다.
  ​"​.​.​.​.​.​.​중​순​양​함​ 아스토리아, 퇴함한답니다."
  오전 2시 02분, 주디케이터의 함교로 날아온 한 문장의 전문은 우리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모두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적 함대를 공격하고 싶어하지만, 1) 일단 우리가 가도 의미있는 타격을 줄 수 없고, 2) 지금 일단 전속력으로 서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사보섬 해역에 닿으려면 못해도 30분은 족히 남았다. 나는 정비병들에게 우리 전투기들에게 폭장을 하고 연료를 만재하도록 지시를 내려놓기는 했지만, 그 작업도 끝나려면 아직 1시간도 넘게 남았다. 즉, 앞으로 최소 30분 내로는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게 없는 것이었다.
  "후소 제국의 함대를 파악했습니다. 미카와 중장이 지휘하는 제 8순양함대입니다. 규모는 중순양함 초카이, 아오바, 카코, 기누가사, 후루타카 5척, 경순양함 텐류와 유바리, 그리고 구축함 유나기입니다."
  무전병의 말에 모두들 입이 쩍 벌어졌다. 중순양함 5척. 이쪽은 숫적으로 확실히 열세, 거기에 기습까지 당해버렸다. 어떻게 봐도 이건 우리에게 불리한 싸움이다. 그런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듯, 밝게 빛나는 조명탄들과 탐조등 불빛 사이로 분전하는 에르데 제국 해군의 중순양함들이 보였다. 8인치 포탄이 발사될 때마다 번쩍이는 발사 섬광이 빛났고, 그 보다도 바다 위에서 불타오르는 중순양함들의 화염이 더더욱 빛났다.
  ​"​.​.​.​.​.​.​퀸​시​에​서​ 연락입니다. 피탄으로 심각한 피해. 현재 최소한 3척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아스토리아가 무력화 되었으니 이제 그쪽도 참가 하겠지."
  .......
  "북부 함대, 우리쪽으로는 후퇴를 못하나?"
  일단 우리쪽에 합류할 수 있다면 우리가 대신 맞아주면서 어느정도 구출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저쪽에서 응하지 않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동쪽으로 후퇴만큼은 불가하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목숨과 우리의 목숨, 더 나아가 과나카날에 상륙한 해병대의 목숨을 그대로 맡바꿀 셈이군.
  "아직도 많이 남았나?"
  발을 동동구르며 재촉하는 페이지 대령이었지만, 그녀가 재촉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현재 시각 오전 2시 11분, 그리고 아직도 남은 시간은 20분. 젠장, 최소한 3시까지는 버티면 어떻게든 도와줄 수 있으련만!
  "퀴...퀸시 피탄!"
  시커먼 수평선 한 가운데에서 저항하던 퀸시의 함미를 시뻘건 화염이 덮쳤다.
  "수상기에 맞은건가?"
  "젠장, 화재가 발생하면 조준하기 쉬워진다고!"
  모두가 안타까운 듯 외쳐대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로부터 20분 뒤, 그러니까 우리가 불에 탄 채 표류하고 있는 아스토리아에서 4km 떨어진 곳 까지 접근했을 때, 후소 제국은 퀸시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
  ​"​.​.​.​.​.​.​퀸​시​,​ 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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