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tie 019 - 자만과 방심, 그리고 전멸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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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시가 격침된 직후 1시간은 정말 바쁘게 흘러갔다. 불타는 아스토리아 옆으로 항해한 우리 타격대는 곧바로 구축함 샌드를 통해 수병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최선임자인 아스토리아의 포술장 트루스델 소령은 우리가 이곳에 온 것에 대해 귀중한 항공모함을 적의 포화에 노출시킬 작정이냐고 화를 냈지만, 우리는 그런 역정을 간단히 무시한 채 구조 활동에만 전념했다. 어차피 그도 진심으로 우리에게 화를 낸건 아니니까.
"샌드와 주디케이터는 여기에 남기고, 알리크론과 캐롤과 딥블루로 적 함대의 후미를 들이치세요."
구조작업을 실시함과 동시에 나는 페이지 대령을 알리크론으로 보냈다. 마주보고 항해하며 서로에게 포화를 주고 받고 있는 후소 제국 순양함들과 에르데 제국 해군 순양함들의 함열은 우리로부터 10분 거리에 떨어져있었고, 더 멀어지고 있었다. 중순양함 빈센스와 구축함 핼름, 그리고 윌슨은 최대한 저항하며 적 함대를 서쪽으로 끌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빈센스의 상태도 그리 좋지많은 않아 벌써 4개 포탑 중 2개가 작동 불능이 되었으니,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여기까지 온 이유가 없어져버린다.
"사냐 공주는 지금 갑판으로 내려가서 전투기 점검하고 출격 준비하고."
그리고 나는 사냐 공주를 아래로 내려보내 기사단의 출격을 준비 시켰다. 대함 공격용 로켓 8발을 주익에 장비한 블랙캣 8기가 차례로 격납 갑판에서 비행 갑판으로 끌어올려졌고, 거대한 공랭식 엔진이 천천히 예열을 시작했다. 아직 이륙하려면 몇분을 더 기다려야 하기는 하지만, 이제 어쩌면 빈센스를 살릴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우리 모두를 휩쓸었다.
"자, 다들 잘 들어. 우리의 목표는 적의 무력화지 격침이 아니다. 가능하면 적의 포탑을 깨부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중순양함 포탑 장갑이면 그렇제 쉽지만은 않을거야."
우리의 도착을 알아챈 빈센스는 빈사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적의 함열 및 함종을 자세하게 전달해주었다. 정말, 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오는 부분이다.
"빈센스가 보내준 정보에 따르면, 빈센스를 공격하는 함대는 중순양함 4척이다. 나머지 구축함과 경순양함 2척, 중순양함 하나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선두의 순양함 3척이다."
잠깐 말을 멈추고 모두를 둘러본 뒤 나는 말을 이었다.
"최선두에는 중순양함 아오바가, 그 뒤로는 카코, 기누가사, 그리고 초카이가 위치해있다. 페이지 대령님이 구축함 2척과 알리크론으로 초카이를 공격함과 동시에 우리도 3개 조로 나뉘어 로켓탄으로 공격한다."
효과가 어디까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도는 해보는 수밖에.
"선두의 아오바는 나와 나탈리가, 중간의 카코는 사냐 공주와 에리카 소령이, 마지막으로 기누가사는 유나 중위와 지경이, 경화가 공격한다."
"잠깐만요!"
사냐 공주의 외침에 설명을 멈춘 나는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건지 입을 벙끗 벌린 채 손을 들고 있는 사냐 공주의 얼굴은 무언가 당황한 듯 했다. 아니, 어쩌면 조금 부끄러워 하는 느낌도 있는 것 같다.
......그래, 솔직하게 말하자면 모르겠다. 내가 독심술을 쓰는 것도 아니고.
"왜 창민경은 프로필라이넨경과 함께 행동하는건가요?"
"무슨 뜻이야?"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잖아. 나탈리가 내 요기였고, 앞으로도 그럴거다. 사냐 공주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나탈리와 나는 오래전부터 함께 싸우던 전우니까.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거야? 그것도 지금과 같은 시간에?
"그...그건......"
"공주 전하, 너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별달리 그런 마음을 품고 있지 않으니까요."
뭔가 빨개진 얼굴로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말하는 유나 중위였다. 그리고 거기에 에리카 대위가 가세했다.
"공주 전하, 부기사단장님이 전하의 제1기사라는 사실은 모두들 알고 있으니 그렇게 티내서 관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그런거 아니야, 유나, 에리카!"
"누가 누구를 관리해!"
내가 애완동물이냐. 그리고 관리라는 면에서는 내가 사냐 공주를 '관리'.....라기 보다는 챙겨주고 있는 실정이고.
"맞아! 창민이를 관리해야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네가 아니라 나라고!"
나탈리, 너는 또 왜 그렇게 기뻐하면서 말하는거냐? 하여튼 두사람 다 애라니까.
"쓸데 없는 말로 없는 시간을 쪼개지 말고, 내 말 듣기나 해."
"......예."
"......알았어."
사냐 공주는 조금 풀이 죽은 목소리로, 나탈리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내게 대답했다. 사냐 공주의 기분은......나중에 전투 끝나고 풀어줘도 되겠지. 지금은 적이 코 엎어지면 닿을 거리에 있으니까. 이런. 나도 이제는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군.
"크흠. 어쨌든......"
목청을 가다듬은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가 공격에 임함과 동시에 빈센스는 1차례의 일제사격을 시도하고 즉시 전장을 이탈한다. 우리의 임무는 적함의 격침이 아닌, 빈센스의 퇴각을 위해 시간을 버는 것 뿐이다. 적의 항공세력은 현재 전무. 대함 공격시 대공포만 주의해서 적을 괴롭히면 된다. 이상, 질문?"
내 말에 사냐 공주가 손들었다.
"또 왜?"
"지금 당장 가용 가능한 전투기라면 블랙캣 8기인데, 고작 3기에 탑재한 로켓탄으로 적함에 피해를 줄 수 있을까요?"
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질문이군. 그것도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기다렸던 질문이다. 사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당연히 나와야 할 질문이기도 하고. 사냐 공주의 말이 맞다. 각 기체에 탑재될 로켓은 고작 8발. 많아봐야 우리가 한번에 투사할 수 있는 대함 로켓의 양을 24발이 전부다. 안그래도 무덥고 축축하고 습한 이 열대지방에서 신관이 정상작동할지는 둘째치고, 전부 명중이라고 처도 중순양함의 공격력의 핵심인 8인치 포탑을 공격해봐야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지. 노출 되어 있는 어뢰 발사관은 이미 비어있는 상황이고. 하지만 이 24발의 양이 적다는 것은 우리가 적 중순양함들을 '격침'하려고 했을 때 부족한 숫자다. 지금 우리의 목표는 '격침'이 아닌 '시선 끌기'. 당연히 장갑이 두터운 포탑이나 현측 보다는 함교, 마스트, 관측소, 그리고 그 외 잡다한 시설들이 몰려있는 상부 구조물을 파괴하는게 이득이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 필요 없고, 적 순양함들의 눈을 뽑기만 하면 된다.
"알았어요. 창민경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나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냐 공주를 포함한 모든 기사단원들을 해산시키고 바로 출격 준비에 들어갔다. 새벽 3시라도 아직은 어둡다. 안그래도 어두운 상태에서, 어떠한 조명의 도움도 받을 수 없이 이륙을 해야만 했다. 적의 수상함, 그것도 순양함급 포함이 코 앞에 있는 상황에 대놓고 불을 켠 항공모함의 운명은 말 안해도 뻔하지.
비행 갑판에서 엔진을 예열시키며 대기하고 있는 내 블랙캣 전투기에 올라탄 나는 간단한 출발 절차를 밟은 다음 이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짧은 갑판의 호위항공모함이기 때문에 동쪽에서 불어오는 맞바람 쪽으로 함수를 돌리는데 몇분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었고, 그러는 동안 빈센스는 한차례 일제사격을 실시했다. 그리고 빈센스의 주포들이 불을 뿜기가 무섭게 바로 피탄당했지만. 이런, 더이상 머뭇거리고 있을 시간도 없는거군.
"여기는 스카이 리더. 전원 출격 준비는 끝났는지, 확인 바란다. 이상."
[사냐에요. 출격 준비 완료.]
[에리카 입니다.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이상 무.]
[중위 유나, 출격 준비 완료했습니다.]
[선배, 준비 끝났어요.]
[저도요!]
왜 내가 호출 부호로 불렀는데 다들 이름으로 대답하는거냐?
[스카이 리더, 여기는 주디케이터다. 이륙 준비가 끝났으면 출격을 해도 좋다. 무운을 빈다.]
"라져. 전기, 출격!"
출격!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나는 밟고 있던 브레이크를 풀고 스로틀 레버를 앞으로 쭉 밀었다. 애시당초 야간 전투기가 아닌 블랙캣 전투기들이라서 그런지 엔진 카울링 뒤로 뿜어져나오는 파란색 불꽃이 밝게 빛났다. 랜딩기어에서 전해져오던 나무 갑판 특유의 걸드럭거림이 멈춤과 동시에 나는 내가 공중에 떠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양력을 얻기 위해 최대로 전개했던 플랩과 랜딩기어를 수납한 나는 다른 기사단원들을 따로 기다리지 않고 기수를 돌려 불타고 있는 빈센스를 향했다.
"각자 할당된 적함을 괴롭히는거야. 편대는 각자 알아서 날아가면서 짜도록. 지금은 행동이 급하니까."
[[라져!]]
고도계의 바늘이 2000피트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기체를 수평으로 바꾼 나는 수면에 충돌하지 않도록 캐노피 앞을 조심스레 보면서 적 순양함열의 선두를 향해 기수를 돌렸다. 적의 탐조등이 비추고 있는 에르데 제국 순양함 빈센스는 이미 몇발의 포탄을 얻어맞았는지 상부 구조물이 화염으로 뒤덮혀 있었다. 너무 늦은건 아니겠지? 뭐, 일단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 밖에 없으니까.
[스카이 리더, 스카이 리더, 알리크론이다. 현재 위치 보고해라.]
"적 순양함 포착. 최선두 부터 공격 들어갑니다. 페이지 대령님, 시작하세요."
[알았다. 오버.]
간단히 페이지 대령에게 공격 명령을 전달한 나는 고개를 돌려 내 등 뒤를 바라보았다. 나를 따라오는 하나의 푸른 점. 나탈리의 전투기가 틀림 없다.
"나탈리, 뒤에 붙은거야?"
[응. 걱정하지 말고 네 공격이나 잘하셔.]
급강하 폭격도, 뇌격도 아닌 로켓 공격을 못할정도로 나는 실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나탈리가 내 긴장을 덜어주기 위해 한 말이라고 생각하자. 중순양함 아오바에 가까이 다가갈 수록 주포의 포문이 열릴때 마다 그 충격파가 여과없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탐조등에 포착된 빈센스의 숨통을 반드시 끊어놓겠다는 듯 처절하게 회피기동을 하며 작동되는 주포 몇기로 저항하는 빈센스를 향해 악착같이 쫒아가는 아오바. 아오바의 주포가 다시 한번 불을 뿜고, 빈센스 주위에서 커다란 물기둥과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더이상 시간을 끌었다가는 그대로 침몰하겠는데.]
나탈리 말대로 더이상 낭비할 시간 같은건 없었다. 아직 로켓의 사거리에 들지는 않았지만, 자기소개부터 하고 놈들을 놀래키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겠지.
"여기는 스카이 리더. 전기, 무장 사용 자유. 두들길 수 있는건 전부 두들기고 오는거야!"
[알았어요! 나중에 잔탄 남은 사람은 제가 괴롭힐거에요!]
Weapons free. 병기 사용 자유 명령이 떨어지자 모두들 각자의 표적을 향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사냐 공주의 목소리를 흘려 듣는 것과 함께 나는 2000피트를 가리키던 고도계의 바늘이 4000피트까지 올라가도록 내버려두었다.
"여기는 스카이 리더. 빈센스, 지금이다!"
[치직....빈센스....치지직.....시작하겠다.]
무전 송신기가 고장난건지 무전의 감도는 그리 좋지 못했다. 하지만 내 목소리는 확실히 들은 것 같다. 5인치 철갑탄을 쏴대던 함포들이 일순간 침묵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10초 뒤, 아까와는 다른 사각으로 5인치 함포들의 포신이 올라갔고, 그대로 불을 뿜었다. 그리고 그 포탄들은 몇초 뒤 부터 새하얀 빛을 내며 빈센스를 공격하고 있는 후소 제국 중순양함들의 머리 위로 천천히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래, 바로 조명탄이다. 어차피 탐조등에 노출된 빈센스는 이미 빛에 비춰줘도 큰 상관이 없었고, 탐조등이 대부분 망가져버린 빈센스가 우리에게 시야를 확보해 줄 수 있었던 유일한 수단이 바로 이 탐조등이었다. 새하얀 빛에 반짝이는 은백색 장갑을 가진 후소 제국 중순양함들이 어둠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고, 4000피트의 고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는 조명탄이 터지기가 무섭게, 그대로 조종간을 밀었다. 조준기의 십자선 한가운데로 들어온 중순양함 아오바의 상부 구조물에 집중한 나는 그대로 무장을 로켓탄으로 설정한 다음 트리거를 네번 당겼다. 4.5인치 마이티 마우스 로켓 4발이 꼬리에서 흰색 연기를 끌며 중순양함을 목표로 날아가기 시작했고, 무장을 다시 기총으로 바꾼 나는 어느새 몇백미터 앞으로 다가온 적 중순양함을 향해 다시 한번 트리거를 당겼다. 주익에서 전해지는,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지루해져버린 진동이 조종석을 울렸고, 발사된 수백발의 탄환들은 불꽃을 튀기며 아오바의 상부 구조물을 두드렸다. 포성 때문인지 우리를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후소 제국의 수병들이 뒤늦게나마 대공포를 움직이며 반격을 시도했지만, 그들이 나를 향해 대공포를 돌리고 있을때 나는 벌써 아오바의 위를 지나고 있었다. 내가 아오바를 지나침과 동시에 작지만 은은한 폭음이 네번 이어졌다.
[명중! 명중이야! 함교 아래쪽으로 맞은 것 같은데?]
좋았어. 나탈리의 즐거운 외침과 함께 내 전과를 보고받은 나는 천천히 선회하며 나탈리에게 무전을 보냈다. 같은 시각, 공격에 성공했는지 사냐 공주와 유나 중위 쪽에서도 폭음이 이어졌다.
[맞혔어요! 대공포가 그대로 파괴되었어요!]
[유나 입니다. 초탄 명중. 적 중순양함이 저항을 시작합니다.]
사냐 공주의 발랄한 목소리와 유나 중위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고막을 두드림과 동시에, 나는 사방에서 전해져오는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야 대공사격이 시작된 모양이지만, 야밤에 저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우리를 맞추겠다고? 꿈도 크셔라.
"나탈리! 후속 공격 코스로 진입해! 이번에는 적 대공포대를 노리는거야!"
[알았어! 내가 창민이한테 대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테니까. 몸으로~]
뭐래. 그보다 나탈리, 내가 전투 중에는 농담하지 말랬잖아! 내 핀잔을 듣는건지 마는건지, 나탈리의 블랙캣 전투기에서 2발의 로켓이 발사되었다. 갑판에 기총소사를 한 뒤 기수를 쳐들고 빠져나오는 나탈리의 뒤로 폭발음이 두번 울렸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커다란 폭발이 한번. 대공포대의 탄약이 유폭된 것 같군.
"좋았어, 나탈리! 그렇게......"
격렬한 진동이 나를 뒤흔들었다. 갑작스러운 충격파에 놀란 나머지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했다. 뭐...뭐야?
충격파의 근원지는 아오바가 아니었다. 카코나 초카이 같은 다른 후소 중순양함들도 아니었다.
[비...빈센스가!]
우리가 공격하든 말든, 계속해서 8인치 함포로 빈센스에 명중탄을 내던 후소제국 중순양함들이 기어코 빈센스를 격침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탄약이 유폭되었는지 거대한 버섯구름이 빈센스를 중심으로 피어올랐고, 뒤이어 빈센스는 지금까지 계속 두들겨 맞은 죄현으로 천천히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와 같이, 지금까지 우리를 위해 밤하늘을 밝혀주던 조명탄이 픽, 꺼져버렸다. 조명탄 신관의 5분이라는 시간이 벌써 지나버린 것이다. 조명탄이 꺼져버리자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후소 제국 중순양함들은 화재도, 유의미한 피해도 입지 않았으니까.
[스카이 리더, 스카이 리더. 여기는 알리크론.]
"알리크론, 여기는 스카이 리더다. 무슨 일인가?"
[적 함대가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추격이 불가능하니 부상자 구조를 위해 빈센스 곁으로 이동하겠다.]
"에? 피탄당한건가요?"
추격이 불가능, 그 말을 나는 기관실 피탄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는 바로 뒤를 돌아 알리크론에 났다는 화재를 찾았지만, 그건 아무 쓸모 없는 에너지 낭비였다. 곧 내 설레발로 밝혀졌으니까.
페이지 대령 휘하의 경순양함 알리크론과 구축함 캐롤, 그리고 구축함 딥블루는 작전대로 초카이의 후미로 접근하며 5인치 함포를 발사했다. 하지만 어두운 밤에 조명탄도 제대로 비춰지지 않았으므로, 제대로 된 포격 조정을 할 수 없었고 덕분에 다수의 포탄이 바다로 떨어졌다고 한다. 구축함들이 최대한 달라붙어 어뢰를 쐈지만, 모두 빗나가기도 했고 말이다. 오죽했으면 초카이가 공격 받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계속 빈센스만 쫒았겠냐고. 레이더? 이오니아급 대공 경순양함들에게는 레이더가 달려있기는 하지만, 그거, 구식 SC레이더다. 그런 물건은 노이즈를 만드는 장해물이 하나도 없는 망망대해에서나 좀 효과적인거지, 이렇게 주변에 섬이 있고 하면 그 노이즈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려 맛이 가버리기 일쑤다. 음,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도움이 안된다, 도움이. 그래서 에르데 제국 해군이 자랑하는 레이더 관제 포격은 커녕, 견시들조차도 짙은 어둠을 뚫고 적 중순양함을 발견할 초인적인 능력은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포격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과는, 보다시피 초카이의 개무시. 끄응. 이런건 차라리 안도와준 것만 못하잖아?
[어쩔 수 없잖아, 창민아. 우리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프로필라인경, 우리의 우유부단함으로 우리 제국의 해군 수병들이 죽었어요. 지금 그게 무슨 말인가요?]
아아......또 싸운다, 또 싸워. 그만들 하시고 혹시나 모를 적의 야간 공습에나 대비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