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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나이츠 - 창공의 기사단


Sortie 021 - 히스테리 Part 1


  1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투입되는 일은 없었다. 사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던 사실이지만, 또 정작 준비한채 기다리고 있었는데 투입이 안되면 김빠지지. 내가 아니라 제국 기사들이.
  ​“​으​아​아​아​아​아​아​아​”​
  ……음……. 평소에는 저렇게까지 늘어지지 않던 사냐 공주인데…… 어지간히 피곤하고 지치기는 했나보다. 그래, 아마 그럴거야. 나도 지치고 피곤하고 힘든걸.
  “……뭘 보는거에요?”
  ……응?
  “뭘 보는거냐고요, 창민경.”
  사냐 공주의 신경이 조금 날카롭다…… 왜지? 아, 설마 어제 혼자서 비행해서 그런건가?
  “흥! 남은 지상에서 걱정하고 있는데 혼자서 유유자적 비행이나 하고 있는 창민경은 알아서 하는거에요.”
  ​.​.​.​.​.​.​.​진​짜​였​냐​?​ 아니, 애도 아니고 왜 그런거에 신경 쓰는건데?
  “혼자서 비행하는건 위험하다는걸 창민경도 잘 알잖아요. 그런데 뭐, 산책이나 하고 오겠다고요?!”
  “어차피 적도 없었잖아?”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잖아요!”
  “하지만……”
  “아, 몰라요, 진짜! 여심도 모르는 창민경은 그냥 나가 죽는거에요!”
  …………
 
  뭐, 어쨌든,
  방금 말했듯이, 우리는 어젯밤에 일어났던 큰 전투에 투입되지 못했다. 아니, 투입되지 않아도 되었다는게 좀더 정확한 말이겠지. 6월 29일, 자정 직후가 되었을 때, 우리는 테나 강 쪽에서 들려오는 큰 함성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우리 기사단원들에게 전투 준비를 시켰고, 언제라도 명령이 내려오면 출발할 수 있도록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우리가 정확한 전투 경과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6월 29일 오전 7시경이었다. 반데그라프 소장이 나를 불러서 상황을 전파한 다음 전투 대기 명령을 해제했으니까.
 
  반데그라프 소장의 말에 따르면, 꽤나 큰 전투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젯밤, 그러니까 6월 28일 오후 11시경, 전방 초소에서 슥삭이는 철조망 자르는 소리가 난다고 보고했고, 결국 29일 자정, 후소 제국군은 괴악한 함성을 내지르며 해병대의 방어선으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적의 병력은 노획 문서에 따르면 1개 연대급의 병력, 반면 해병대는 고작해봐야 1개 대대분의 명력 뿐이었다. 하지만, 일단 천연 장애물이라고 볼 수 있는 테나 강을 끼고 중기관총과 37mm 대전차포 75mm 야포 등의 중화기를 쏟아부어대는 해병대의 방어선까지 후소 제국군은 끊임없는 출혈을 강요당해버렸고, 간신히 방어선에 도달해 백병전을 시작한 후소 제국 병력들도 몇분도 되지 않아 투입된 해병 1대대의 예비대 병력에게 그나마 빼앗았던 참호 서너개마저 빼앗기고 그대로 밀려나버렸다. 이 첫번째 공세가 끝난 시점이 바로 오전 1시 30분. 그 뒤로 후소 제국군과 에르데 제국 해병대원들은 박격포와 야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로를 도발했고, 결국 오전 5시, 어렴풋이나마 어두웠던 밤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을 때 후소 제국군은 아까와는 다른 해변가의 모래톱 방향으로 돌격을 시작했다. 그게 먹혔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사격 목표가 보이지 않는 밤보다 어렴풋이나마 움직임이 보이는 새벽녁이 오히려 해병대의 중기관총 사수들에게 더더욱 사격하기 편한 조건을 제공해주었다. 후소 제국에게는 ​설​상​가​상​이​었​겠​지​만​,​ 해병대는 신형 공랭식 기관총 대신 구형 수냉식 중기관총을 운용하고 있었다. 왜 설상가상이냐 하면…… 공랭식 기관총은 분명 가벼워서 야전 운용히 편리하겠지만, 공기로 냉각하기 때문에 그 효율은 꽝이다. 그래서 항상 어느정도 발사하고 나면 식히거나 총열을 교환해줘야만 하고. 수랭식 기관총? 그런거 없다. 우리 세계의 1차 대전 기간동안도 수백만명의 젊은이들을 유럽 평원의 거름으로 만들어버린 기관총들의 작동 메카니즘은 이곳에서도 아주 유효했다. 해병대원들의 보고 결과, 1차 돌격때 보다 2차 돌격때 오히려 적은 피해로 더 많은 적을 처치했다고 할 정도니……. 어쨌든 후소 제국군의 2차 공세는 중기관총 3정의 지속 사격에 돈좌되었고, 뒤이어 투입된 해병대 유일의 기갑장비인 M3 스튜어트 경전차 5대를 투입, 후소 제국군 병력을 해안가에 묶어두고 포위망을 펼쳐 완전히 섬멸했다. 물론 이 와중에 적의 저돌적인 대전차 공격으로 2대의 스튜어트를 상실했지만, 대신 우리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난 적은 30여명을 채 넘지 않았고, 포로로 잡힌 15명을 제외하면 전부 ‘전멸’, 정말 말 그대로 전멸해버렸다. 이쪽 사상자는 사망과 부상을 합쳐서 50여명, 반대로 후소 제국측은 1개 연대급 병력을 3분의 1가량인 800여명의 병력을 상실학 정글 속으로 후퇴했다. 아…….우리에게 시간과 예산, 아니, 기름만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3기의 블랙캣을 띄워서 후퇴하는 적 머리 위에 ‘소변을 보듯 기관총탄을 ​흩​뿌​려​’​(​…​)​주​겠​지​만​,​ 아쉽게도 우리에게 남은 기름은 1기의 전투기가 30분 비행하기도 힘든 양이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쳇. 그러니까 기름이나 제때제때 보급해달라고요, 보급 담당자님!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뭐 어쨌건, 그렇게 에르데 제국과 후소 제국이 처음으로 육상에서 맞붙은 이번 테나 강변의 전투(Battle of the Tena)는 에르데 제국의 압승으로 끝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기사단원들 중 그 누구도 눈에 띄게 기뻐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전투가 진행되는 와중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후방에 앉아있었다는 사실이 거슬리는 것이겠지. 음, 사실 항공 기사가 하늘을 날지 못하고 땅에 박혀있다는 사실 자체가 조금 어이가 없는 것이기는 하다.
  우리가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다들 알다시피 기름이 없다는 것 – 산유국인 에르데 제국의 군대가 기름이 없다니, 이게 무슨 소리요, 의사양반? – 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비행장의 부재였다.
  그래, 알아. 갑자기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지. 지금까지 우리가 전투에 임해왔던 것은 이 핸더슨 비행장을 지켜내기 위해서였으니까. 하지만 우리도 알고 적들도 아주 잘 알고 있는 비행장의 활주로 하나만을 갖고 운용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부담감이 따른다. 당장, 매일 밤마다 놀러와서 함포 사격을 해대는 적 중순양함들과 전함, 구축함들 덕분에 활주로는 매일 보수를 해도 구멍투서기가 되기 일수고, 밤에 적 함대가 찾아오지 않아도 낮에 놀러와서 폭탄을 던지고 도망가버리는 짜증날 정도로 얄미운 적 폭격기들 때문에 보수를 하려고 해도 하지 못하는 날들도 있으니까(덕분에 우리는 오늘 아침 1기를 폭격으로 상실했다. 치사하게 전투 장소 수습하고 있을때 기습해오다니!). 따라서 우리, 아니, 내게 두번째 활주로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기사단이 기름만 들어오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해놓는 것이 부기사단장의 일일테니까.
  “그러면 두번째 활주로를 건설해야 하는 것입니까?”
  기사단원들을 불러놓고 한 전술 회의에서 에리카 소령이 한 말이다. 보통 활주로가 필요하다고 하면 하나를 더 짓겠다고 하겠지. 그래서 에리카 소령도 그렇게 물어봤을 거고. 하지만 틀렸다. 정답은 아니,다.
  “아니.”
  “예?”
  “해병 공병대대원들은 이미 충분히 고생했다고? 매일같이 찾아와서 괴롭히는 폭격기들과 후소 함대의 공격에 보수하는 것도 힘들텐다 2번째 활주로까지 건설할 여유가 될까?”
  나는 안될거라고 본다. 육체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아니라, 정신적인 부담을 주기 싫다는 말이지.
  “하지만, 활주로를 건설하지 않으면 당장 뜨고 내릴 수도 없을텐데요”
  일단 기름이 없어서 그것도 못하지만 그건 넘어가자.
  “플로트가 있다면 해수면을 활주로로 대체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플로트를 장착하면 저항도 장난아니게 늘어나고, 거기다 무게도 늘어날텐데?”
  “하지만 아예 없는것 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보급 요청 품목에 플로트를 추가할가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소령.”
  플로트를 전투기에 달자고? 무슨 약을 하길래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무겁고 공기 저항도 큰 플로틀을 달았다가는 비행 성능이 완전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고. 알면서 왜 그래?
  “그럼 어떻게…..하실 생각입니까?”
  “굳이 새로 만들 필요 없이, 자연이 우리에게 준 것을 이용하면 되는거잖아.”
  “예?”
  나만 믿으라고. 딱 좋은 장소를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흥! 위험한데도 혼자서 나가버리는 창민경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네요.”
  …….일단 일하기 전에 사냐 공주 화부터 좀 풀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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