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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Everlasting Snow ~북두배로 가는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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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국 Hello Mr My Yesterday


**

무작정 달려간 이후, 사키가 도착한곳은 학교 옥상이었다. 뜨거운 지열이 후끈하고, 느껴졌다.

‘바보같아.. 나.’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될 걸.
그냥 대충 지어내면 될 걸.
괜히 소리를 질러버렸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히사의 말을 들을 때.
마코의 말을 들었을 때. 사키의 마음에 자리 잡기 시작한건, 두려움이었다. 
마치 옛날 그날처럼, 

다시-.

“평소에는 그리 체력도 없는 녀석이 잘도 여기까지 뛰어온다.”

하아 하아,
숨을 거칠게 내쉬며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들려오자, 어째서인지 울컥 눈물이 흐를거 같다.

“쿄쨩....”

아니, 이미 흐르고 있었다.

“쿄쨩, 쿄쨩-.”
“왜그래, 나 여기에 있어. 얘가 왜이래 갑자기.”

갑자기 자신에게 안겨든 자그마한 소녀를 보며, 쿄타로는 어찌 해야할지 몰라 머리를 긁적이었다. 
도대체 뭔일이 있었길래, 애가 이러는거야.

​“​.​.​.​.​.​.​쿄​쨩​,​ 어디 안가지?”
“어딜가? 내가. 인터하이도, 방학도 끝났으니 얌전히 학교를 다녀야지.”

쿄타로의 말에, 사키가 그를 올려다본다 방울 방울 눈물진 얼굴이 흡사 작은 동물을 연상케한다.

​“​.​.​.​.​옛​날​처​럼​,​ 또다시 날 놔두고 멀리 가지 않을거지?”
“?!”

사키의 말에, 쿄타로는 순간 숨을 멈췄다. 
오늘이 도대체 무슨 날인가. 교무실에서의 이야기를 떠오르기 시작했다.


​“​.​.​.​.​취​재​요​?​”​
“그래, 취재.”

츠치이 선생님의 말에 쿄타로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런 취재 요청은 8월이 지난 이후, 키요스미 교무실로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학교 측에서는 학교 홍보도 되니, 당연히 허락하고 있었고, 이 사실은 새로 부장이 된 마코를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1학년 공기 반 잡무반 담당이 자신의 영역이 아니었다.
거기다 이렇게 교무실에 몰래 불러서까지 말할건 아니었다.

“취재라면 제가 아니라 소메야 선배를 불러야 하는거 아닌가요?”
“그게-.”

츠치이는 어째야할지 모른 얼굴로 공문을 쿄타로에게 전해줬다. 
그 공문에 써 있는 글자는 4자 [월간 바둑].
바둑 잡지였다.

“....”

공문을 받아든 쿄타로는 순간 말을 잊은 듯 그 글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어째서-.”
“아마, 이것때문이 아닐까.”

츠치이는 그 말과 함께 마작 잡지 한부를 건내 주었다. 인터하이 직후 키요스미 마작부를 취재한 잡지였다. 
그때 자신은 할 일이 있다면서 일부로 취재를 피한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괜찮으리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일은 그렇게 호락 호락 돌아가지 않은 듯 싶었다. 
마작 부원들은 생각보다 그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할수 있었던건 잡무를 맡아준 스가군 덕분입니다. 라는 인터뷰가 나가고, 그녀들은 학교에서 찍은 단체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기자는 그 사진에 흥미를 가지고 잡지에 올려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거다.

“아무래도 무명고가 전국 재패를 한다는 이야기 자체가 소설같다보니, 여기저기 주목 했을 테고,”

그중에는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기자가 속한 잡지사중에서도 있을지도 모른다.

​“​.​.​.​거​절​해​주​세​요​.​”​

쿄타로가 공문을 돌려주며 츠치이에게 말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래, 뭐. 스가군의 결정이 그렇다면. 하지만 스가군. 이제 너를 주목하려는 사람이 꽤 많을지 몰라.”
“....”

츠치이의 말대로였다. 인터하이의 새로운 드라마를 쓴 키요스미. 
그 키요스미의 뒤를 받쳐준 초심자 소년. 그런데 그 소년의 정체는 한때 천재라고 불리다가, 돌연 은둔해버린 소년.
그 소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나타난곳이 전혀 엉뚱한 분야로 그가 속한 무명고는 전국재패를 해냈다.
충분히 가십거리가 되기 충분한 일이었다. 

“거기다...알고 있지? 스가군. 조만간 북두배가 열리는거. 슬슬 부원들에게도 말해두는게 좋을지도 몰라.”
“.....”

쿄타로는 아무말도 없었다. 

**

“....고작 그런걸로 부실을 뛰쳐나간거냐.”
“하지만, 하지만-.”

쿄타로는 사키의 말을 들으며,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걱정마. 당분간 키요스미를 떠날 생각은 없으니까.”
“정말...?”
“그래, 그러니까 부실에 들어가면 제대로 사과하는거다. 이 폐품녀.”
“우우, 폐, 폐품이 아닌걸!!”

사키는 볼을 귀엽게 부풀린다. 쿄타로는 괜히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부실로 돌아갔을때는, 아까의 일은 없었다는 듯 화기애애하게 부활동을 했다. 
그리고 그 부활동이 끝나고, 아무일도 없다는 듯 모두가 잡담을 나누며, 같이 하교를 한다. 
하지만, 은연중에 쿄타로는 느끼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살피고 있다는걸.

'이제 말해야하는걸까.'

쿄타로는 잠깐 걸음을 멈추며, 그녀들의 등을 쳐다보았다.
처음 마작부에 들어왔을때는, 그저 스승의 명이었다.
어차피, 키요스미에 들어간 이상 부 활동은 필수라니, 그의 말대로 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냥 저냥 1년을 보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노도카와 유키가 들어왔다.
두 소녀가 들어오자, 히사는 한명만 더 들어오면 전국 대회에 나갈수 있다고 좋아했다. 
그러던 도중 쿄타로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것이 사키였다. 
어렸을 때 테루와 사키가 마작을 했다는 말을 항상 들어왔다.
소년은 사키를 데려오고, 사키는 훌륭하게 자신의 실력을 드러냈다.

그리고 히사는 조용히 쿄타로를 데리고 와서 말했다.

드디어 자신에게도 기회가 생겼다고, 
그러니까 쿄타로에게 지도를 해줄수 없고, 
잡무만 맡길거라고, 미안하지만, 자신을 도와달라고, 그리 말했다.

그녀의 모습을 보며, 쿄타로는 살짝 흥미가 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마작은 잠깐 즐길 정도면 충분하다. 바둑처럼 깊이 공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소년은 흔쾌히 소녀의 부탁을 들어줬다.

아마 그 무렵이었다.
쿄타로는, 자신의 스승에게 부탁해서 자신이 벌어놓은 수입의 일부를 장학금이란 명목으로 키요스미 마작부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전국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숙박도 해야하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해야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마작부는 돈이 없다.

당연했다. 
폐부직전의 동아리에게 돈을 지원해줄 학교는 없었다.부실을 빌려주는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 돈을 쿄타로가 마련했다. 
그리고 여기에 스승도 흥미를 보여 거기에 자신의 수입을 더하면서 키요스미 마작부는 다섯명이 쓰기에는 큰 돈을 손에 넣었다. 
물론 마작부원들에게는 비밀로 했다.

왜 이렇게까지 해주냐, 라고 묻는다면. 쿄타로는 이렇게 대답할것이다.
그냥, 옛 생각이 나서, 라고.
어린 시절 자신이 그 분야를 처음 접했을때, 그의 스승은 그에게 의식주를 비롯하여 용돈에 이르기까지 모든걸 대주었다.
그때의 일이 문득 떠오른것이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얘네가, 과연 어디까지 갈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 

그녀들이 현대회를 돌파했다.
그걸 보고 호오라, 이거 봐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에 나갔다.
전국이라는 무대에 올라선 그녀들은 떨고 있었다. 
그 히사마저도 어쩔수 없는 고등학생 여자아이였다. 
소년은 그런 그녀들을 보며 자신의 경험을 살려 다독여 주었다.
정신을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어 하는 순간에 사라져 버리는것이 이 무대다. 

없어지더라도, 자신의 실력을 전부 보여주고 없어져야하지 않은게, 그의 생각이었다.

소녀들은 각오를 다지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기적처럼 전국을 재패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며, 소년은 무언가 느꼈다.

그녀들은 자신과 다르다.
자신보다 강하다. 그녀들에게는 수많은 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며 결국 목표를 이뤄냈다.

자신과 달랐다.
길에서 도망치지도,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한체 그대로 멈춰버린 자신과 달랐다.

자신은....

“스가군?”
“개! 거기서 뭐하는거냐규!!”
“쿄쨩!!”

어느새 자신보다 앞질러간 소녀들이 그를 부르며 손을 흔든다. 
쿄타로는 미소지으며 그녀들을 향해 달려가려 했다.
그리고- 

“스가 프로.”

-또다른 목소리가 소년을 불렀다. 
멈칫. 한순간에 걸음을 멈춘다. 
날카로운 미성. 짧게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쿄타로뿐만 아니라, 소녀들의 시선을 주목하게 한다.
천천히, 쿄타로가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선글라스를 쓴 정장의 청년이 있다.
운동을 하고 있는지, 슈트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날렵한 인상. 긴 장발이 바람에 살짝 흩날린다. 
청년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는다.

순간, 뒤에서 그를 쳐다보던 키요스미 마작부에서 놀란 소리가 흘러나온다. 
청년이 잘 생겼기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잘 생기기도 했지만, 대중에 가장 잘 알려진 유명인이었기 때문이다.
마작이 미녀 프로를 이용하여 대중에 어필하기 시작한걸 보며, 바둑또한 미남 프로를 이용하여 대중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눈앞의 청년은 그 프로중에 한명이었다. 비록 라디오 디제이나, 토크쇼 진행정도였지만, 그 외모와 출신이력. 
그리고 그 실력까지 널리 알려져, 대중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바둑 기사였다.
청년이 소년을 보며 웃는다.

“오랜만이야. 스가군.”

도우야 아키라.
그 신도우 히카루의 라이벌. 그리고 차세대 혼인보에 근접한 바둑기사.

“...아, 키라씨....”

쿄타로가 감춰둔 과거 속에서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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