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작품은 葵絵梓乃님의 허가를 받아서 번역했음을 알립니다.
허가해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해당작품 본편은 회색빛잔영님, 2side님, 일각여삼추님, PsnPd님, BlueT님, 우드락님, Jemes님이 각기 번역해 주셨고,
번역 감수 및 외전은 저 아이시스가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협력 정말 감사합니다.
유키노시타 하루노.
그 이름은 알고 있었다.
몇 년 전---딱, 내가 중학교 3학년 때니까, 2년 전이다. 그 해 소부 고등학교 문화제는 역대 최고의 동원수를 자랑하는 전설적인 문화제라고 한다.
어떤 테크닉을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굉장했던 것 같다.
올해 문화제도 막상막하로 굉장했다는 것 같지만, 나는 둘 다 이야기로 들은 것이 전부다.
그 중에서 가장 빛났던 인물로 거론된 사람이 있는데, 당시를 추억하는 사람들 모두가 소리 높여 말한다.
올해는 부 실행 위원장이었던 유키노시타 유키노이고,
2년 전에는 실행위원장이었던 유키노시타 하루노라고.
유키노시타 하루노, 말하자면 전설 속의 그 인물이 내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이다.
이름을 듣고, 혹시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고, 말을 듣고, 확실하게 실감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자매였다는 사실을.
「아...저는..」
횡설수설 어떻게든 자기소개를 한다. 이름을 말하고, 소속 반을 말했다. 그러자 유키노시타 하루노가 '앗!' 반응을 보였다.
「유키노하고 같은 반이구나!」
「네. 유키노시타와 같은 반이에요!」
어째서 나는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대답하는 걸까.
나는 메아리였나.
「그렇지만, 유키노시타에게 언니가 있다는 건 못 들었어요...」
애초에 자기 이야기는커녕 반 친구들에게 말도 걸지 않는 그녀이니, 언니가 있다는 이야기 같은 건 들은 적도 없다.
인상으로는 유키노시타와는 반대인 쾌활하고 적극적인 성격인 듯하다. 그러면서도 대담하다고 할까. 그녀는 외부인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곳이 그녀의 집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학생회실로 들어와 나와 테이블 너머로 이야기하고 었다.
어그레시브라기 보다 다이나믹일까.
외모는 여동생과 마찬가지로 매우 미인이다. 유키노시타를 그대로 성장시키고 머리카락을 자른 것 같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초미인. 단 가슴은 다르지만.
「나는 이것저것 따지면 귀찮으니까 하루노라고 해도 돼. 그렇구나- 유키노하고 같은 반구나. 나도 J반 출신이야」
유키노시타---하루노 선배는 나를 관찰하듯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순간 한기를 느꼈지만, 곧바로 사라졌다.
뭐, 여동생의 반 친구이니, 아주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J반 출신이라, 유키노시타의 언니이고 전설 속의 인물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렇다는 것은, 성적도 상당히 좋았다는 것일 것이다. 여동생처럼.
「저, 하루노 선배의 이름 들은 적이 있어요. 2년 전 문화제를 완전 성공하게 한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오, 내 무용은 확실히 후배에게도 전해지고 있었네. 그렇지만 올해 문화제도, 개인적으로는 비슷하게 성공했다고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저, 문화제에 참가하지 못했어요. 이틀 전에 맹장으로 입원해서, 그대로 일주일 동안 입원해 버리는 바람에.... 정말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재밌는 일에 또 참가하지 못했구나 하고 분했어요」
「또? 혹시, 나 때도 놀러 오지 않은 거야?」
「성적이 부진했던 시기라, 놀러 다닐 때냐 지금이! 라는 것으로 공부를 하다보니..」
「으~응 장해!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은 훌륭해.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또 놓쳐버린 건 어쩐지 아쉽네.」
「이미 지나간 일에 분해 봤자 깜깜할 뿐이라, 내년 문화제를 기대하고 있어요.」
「....」
갑자기 하루노 선배 입을 다물어 버렸다.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라? 나 뭔가 실례되는 말이라도 했어?
「하루노 선배?」
「아, 미안 미안. 아무 것도 아냐. 잠시 저걸 보고 있었어.」
하루노 선배는 자리를 이동해 내 근처로 걸어 왔다. 목적은 내가 아니라 PC인 듯 했고, PC를 보자마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이상하네. 나 조금 전까지 학생회실에 있었는데, PC에 USB가 꽂혀있었나?」
「엣」
무심코 목소리가 새어 나와 버렸다. 제발 그냥 지나가주세요 하고 기도하는 나였지만, 하루노 선배는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 좋아, 들켰어?
메구리 선배는 아무 말 안 했는데, 하루노 선배는 내가 오기 전부터 학생회실에 있었다는 거?
그렇다는 건 하루노 선배가 자리를 잠시 비웠을 때 내가 맞춰 왔다는 이야기네. 아- 그래서 당당하게 학생회실로 들어왔구나.
......잠깐 잠깐 그런 얘기 못 들었어요, 메구리 선배.
그렇다면 그렇다고 말을 해줘요. 제발.
[newpage]
데이터는 이미 전부 전송 완료가 된 후였기에, 메시지 박스는 사라진 채다.
이런 상황이면 보여줘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문화제 당일 사진과 작업 표시줄에 표시된 실행되고 있는 프로그램뿐. 이것 만으로는 내가 데이터를 훔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리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뭐라도 일단 변명을 해야하는데, 서투르게 거짓말을 해도 간파당할 것 같다.
「이거요? 그러고 보니 메구리 선배가 외부 데이터 전송이 아직 이라고 말하면서 꽂았어요. 내용은 보지 말라고 하던데요.」
「응? 문화제 데이터 자료는 나중에 정리하기 쉽도록 CD-R로 저장했을 텐데? 아, 그건 내가 했을 때이니까 지금은 바뀐 걸까나-. USB라면 작으니까 운반도 쉽고, CD보다 튼튼해서 바꾼 걸까. 그렇지만...보지 말라고 하면 보고 싶어지지 않니? 랄까」
「하, 하하, 네....」
식은땀이 등에서 주룩 흘러내리고 있다.
뭐야 이 사람, 유키노시타 보다 성격 밝은데도 날카롭고 무서워!
설마 내가 USB 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말하는 거야?
데이터를 훔쳤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건지는 모르지만, USB가 꽃혀 있는 것을 본 것만으로 찔러보다니 대체 얼마나 날카로운 거야. 과연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언니라고 해야 할까. 아니 유키노시타와는 관계없다. 이것은.
「그래서, 뭘 보고 있었어? ....아 이건」
하루노 선배가 화면을 보고는 싱긋 웃었다.
그것은 내가 지금 막 화면에 띄운 문화제 마지막 라이브 사진. 다섯 미인이 각자 악기를 들고 곡을 연주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 있었구나.」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로, 하루노 선배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본인에게는 2년 만에 같은 무대에 선 셈이다. 감흥에 젖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아마 당시보다 좀 더 감명 깊은 무대였을 것이다. 아무튼 히라츠카 선생님과 다시 같이 악기를 든 거고, 옆에는 여동생도 있었다. 나라면, 일생에 단 한번 밖에 없는 스테이지였을 것이다.
「어떤 경위로 결성된 건가요? 이 팀.」
내가 사전에 수집한 정보대로라면, 이 밴드는 문화제 서프라이즈로 숨겨진 팀이다. 마지막의 마지막, 전교생이 모이는 장소에서 축제의 마지막을 고하는 최대 최고의 서프라이즈로 등장한, 환상의 밴드.
그런 이야기를 하자, 하루노 선배가 웃었다.
「아아, 그런 소문으로 된 거네.. 뭐, 그걸로 됐나. 이것은 말이야. 유키노가 하자고 한 거야.」
「유, 유키노시타가!?」
믿을 수 없다.
아니, 문실 부위원장이라서 문화제를 달아오르게 할 방도로 확실히 이런 서프라이즈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어깨띠를 매었다는 것은 대체 무슨 상황일까.
「조금 이상하네요. 유키노시타, J반 상연물이었던 패션소에도 나오려 하지 않은 사람인데 말이죠. 그런 사람이 스스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무대에 서다니. 그런 일이」
「유키노가 패션쇼에 나오지 않은 이유는 부위원장 업무 때문에 바빠서 그런 거고, 반 상연물에 나올 수 없었던 것 대신으로 무대에 섰다고 생각할 수 있지도 않니?」
「음, 그렇지만...」
「그리고 유키노가 부탁하지 않았으면, 나는 드럼 치지 않았을 거야. 하기 싫어하는 나를 빚까지 만들며 간절히 부탁할 정도로 유키노는 자기 일을 완수하고 싶어 했었어. 2학년 J반이자 문실 부위원장이라는 자신의 입장에 맞도록」
「....사이, 그렇게 나쁜가요?」
「나는 유키노를 그 누구보다 정말 좋아해? 그런 귀여운 여동생을 어디에도 없잖아. 문화제를 통해서 씩씩해졌고, 언니로서는 자랑스러워.」
「그거는 짝사랑이잖아요.」
「그걸로 괜찮아. 나는 언니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하루노 선배는 벚꽃이 하늘하늘 춤추며 지는듯한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우와아아....!
하루노 선배 뒤로 후광이 보인다!
토츠카짱이 천사라면, 이 사람은 그러니까, 여신이다...!
여동생에게 미움 받고 있지만 언니인 이상, 그런 여동생일지라도 사랑스러워서 어쩔 수 없잖아, 라는 언니의 거울이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유키노가 조금은 자기 주위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조금 기쁘게 돼-...」
「....주위 사람들, 이라면」
「지금 그 아이 옆에 있어준 아이들.」
그렇다는 것은, 그것은--- 지금이라면 물어도 괜찮을까.
「혹시, 이 갈색머리 보컬 여학생을 말하는 건가요?」
이 중에서 유일하게 이질적인 느낌인 중앙의 보컬이, 그 사람인 걸까.
「유키노시타의 친구, 입니까?」
너무 진지하게 물어봤던 걸까.
하루노 선배가 잠시 나를 바라 보다가, 쿡쿡 웃었다.
「유이가하마 이야기야?」
「--유이가하마?」
「그래, 유이가하마 유이. 유키노의 친구가 신경 쓰이는 거야?」
「아, 그게, 그러니까.」
「어머 어머, 그렇지만 백합은 좀 그런데, 백합은. 한밤 중에 유키노 인형을 만들어서 노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아?」
「하, 하지 않아요! 뭔가요 그 위험 인물은!」
「농담이야, 농담. 그렇지만, 유이가하마이구나-- 어째서 신경이 쓰여?」
「...실은 오늘, 용무가 있어서 어떤 반에 갔었는데 거기서 그 유이가하마를 봤었는데, 학생회실에서 사진을 보고 있는데, 라이브 사진이 나왔고, 어라? 이 애는? 그때 본 아이와 닮았네, 라고 할까 동일 인물일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신경이 쓰여서..」
위험 위험, 이 사람에게 물정에 밝지 않은 발언을 하면 잡아먹힐지도 모른다.
내가 「유이가하마 유이라고 하는 군요」 라고 말하자, 하루노 선배는 집게 손가락을 뺨에 대고는 목을 기울였다.
「그러고 보니, 가하마짱이라면...아아, 히키가야도 같은 반이었네」
「...엣」
[newpage]
무심코, 목소리가 새었다. 응? 이라는 듯이 하루노 선배가 나를 바라 본다.
지금, 이 사람 내 예상을 벗어난 이름을 꺼냈다.
히키가야 라면, 이 학교에서 짐작 가는 인물은 단 한 사람밖에 없다.
「히키가야라면.... 히키가야 하치만을 말하는 건가요?」
「엣?」
이번에는 하루노 선배에게서 목소리가 샜다.
그쪽도 아무래도 생각지도 못했던 이름이 튀어 나온듯한 반응이었다.
「너, 히키가야를 알고 있니?」
다시금 모든 것을 간파하려는, 그런 시선이 나에게 온다. 아차. 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라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네, 뭐....그래요. 하루노 선배도 알고 있었네요. 히키가야 하치만을」
우선, 질문을 질문으로 돌려주면서 시간을 벌기로 했다.
내가 히키가야 하치만을 알게 된 계기는 그에 대한 소문이다.
그걸 이야기하면 이야기는 빠르겠지만, 공교롭게도 외부인인 그녀에게는 말할 수 없다. 말하면, 이래저래 문제가 된다.
「물론, 정말로 재밌는 아이잖아. 문화제 때도 히키가야가 웃겨 주었고」
「그, 문화제 때라는 건....」
「또 시치미 떼기는-. 히키가야가 문화제 때 여기저기서 사고를 쳤다는 이야기, 들은 적 있지?」
....어째서 아는 겁니까, 당신.
설마만 히키가야 하치만의 악행이 이미 교내 뿐만 아니라 교외, OG의 귀에까지 닿아버린 걸까?
「학교에서도 소문난 일이잖니. 아, 내가 이 이야기를 했다는 건 비밀이야.」
누구에게 비밀이라는 걸까
그렇다고는 해도, 하루노 선배는 자세한 사정을 아는듯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빠르다.
「....어디까지 아는 건가요?」
「어디까지 라고 말해도, 전부라고 할까? 그게 나, 학교에 와서 문실 도우미도 했는걸」
「에엣! 그렇다는 건 히키가야 하치만이 문실에서 활동한 것도 봤다는 거네요」
「응, 슬로건 사건도, 그 후도, 그 전도, 졸업생으로 한 유지 단체의 대표로 문실 도우미를 하고 있었기에 어쩌면 유키노 보다도 히키가야를 더 잘 알지도」
「...그건 거의 문실에 찰싹 붙어 있었다는 이야기잖아요. 혹시, 그렇다면 임원 결정 때도 있었어요?」
「내가 문실에 얼굴을 내민 것은 유지 단체 참가 신청을 하러 온 후이니까. 그때는 이미 위원장도, 부위원장도 정해져 있었어. 유지 단체 참가 신청을 하자 유키노가 불편한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때 반에 있다가 늦게 온 위원장이 도움을 줘서 유키노를 설득할 수 있었어」
「헤에-...」
라니, 감탄할 상황이냐고, 지금!
어이
아무리 유지단체 대표이고, 유키노시타의 언니이고, 2년 전 문화제를 대성공시킨 주인공이라고 해도, 외부인에게 운영을 맡겨도 괜찮은 거야?
「그 때 나는, 문화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위원장이 될 수 있는 자질이라고 위원장에게 말했었어. 그 말을 듣고 반을 소중히 하자는 방침을 세운 위원장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그것은 문실과 반 활동을 양립하자는 것이고, 모두들 잘 해준 것 같고」
「....혹시 그 결과 일손이 부족해져, 하루노 선배가 일을 돕게 된 건가요?」
「정답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는 맞을까」
본말전도다.
괜찮지 않아. 엄청난 문제라고
「그 때야, 슬로건 사건이 생긴 건」
「?」
하루노 선배는 내게서 등을 돌리고는 부들부들 떨었다. 뭘까 생각했지만 곧바로 휙 돌아보더니, 나에게 당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다고 해도, 내용은 내가 소문으로 들었던 것과 거의 비슷했다.
더욱 자세히 알게 된 것은 당시 상황이었다.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하루노 선배는 비치된 종이와 펜을 가져와서 슬로건을 몇 개 썼다. 처음 적은 것은 십만개의 만쥬.. 이건, 슬로건으로 하면 안 되겠지, 여러 가지 의미로....
계속 회의에서 제안된 것으로 보이는 여러 슬로건을 써내려갔다.
그중에서, 내 눈길을 끈 것은 두 개.
팔광일우
ONE FOR ALL
팔광일우는 전 세계를 하나로 합해 한 가족처럼 화합 시킨다는 말이다.
대일본제국이 해외진출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 이념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당시 나라의 슬로건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학생을 하나로 끌어 모으는 문화제라는 의미라면 괜찮긴 하지만, 문화제 슬로건으로 하기에는 딸려있는 에피소드들이 너무 암울하다.
ONE FOR ALL은, 개인은 전체를 위해서, 라는 의미다. 그러나, 보통 이 문장은 ALL FOR ONE 하고 세트로 쓰여진다. 뭐, 모두가 한사람을 위해서 라는 것이 문화제 표제인 것은 이상하긴 하지만.
하루노 선배는 드디어 그 히키가야 하치만이 터트린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대라는 슬로건이 나왔지만, 히키가야가 쓴소리를 했어. 자신에게 일이나 밀어대는 무리들이 무슨 유대냐, 라고! 그 후 히키가야군이 낸 대안이 정말로 최고였어! 너도 소문을 들었다면 뭐라고 했는지 알지?」
그러니까.
「'楽 ~ 잘 보면 나 말고는 즐거운 문화제'였죠. 저도 좀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히키가야도 별로 일하지 않고 있었겠죠? 문실에서 자기만 힘들었다는 어필을 하면 누구라도 화내는 것이 당연해요. 유키노시타는 웃어 넘겼지만 곧바로 모임을 해산시켰으니 상당히 기분이 상했을... 저기? 하루노 선배?」
하루노 선배는 입을 손으로 누르며 고개를 숙이다가 벽에 푹 기대면서 등을 움츠리며 위 아래로 흔들고 있었다.
「아-. 그 때 유키노가 그런 느낌이었네...! 그렇다고 해도, 쿡쿡, 락! 아하하하하! 그거 네가 생각한 게 아니라 소문으로 퍼지고 있는 슬로건에 대한 이야기네! 담겨있는 내용은 비슷하지만 전혀 센스가 없어! 그쪽이 좀 더 히키가야답기는 하지만 더 심하네! 쿡, 정말 최고야! 아아 히카가야는 정말이지, 배 아파.」
흘러넘치는듯한 미소, 봄철에 꽃이 만발한듯한 미소다.
히키가야 하치만에 대해 실컷 웃으면서도 과장된 부분을 지적한 것은, 할 건 제대로 한다는 느낌일까.
「하, 하루노 선배?」
「아아 그래 그래 미안 미안. 그게 너무 재밌어서....」
「.....소문으로 흐른 슬로건과 실제로 히키가야가 말한 슬로건은 다른 건가요?」
「전혀 달라! 히키가야군은 잔챙이 오브 잔챙이지만 말하는 내용만큼은 거물급이니까. 사실은 무엇을 말했는지 듣고 싶어?」
부디.
원래는 어떤 슬로건을 제안했고, 어떻게 바뀐 건지, 가르쳐 줄 수 있다면 가르쳐 주기를.
「 '사람 ~ 잘 보면 다른 한쪽만 즐거운 문화제' 였어! 진짜 바보야! 말하면 자신이 설 곳이 없어지는데 당당히 선언했어? 그때 하야토의 '아- 이 녀석 말해버렸다' 라는 생각이 흘러 넘치는 찌푸린 표정은 정말이지! 유키노도 아연실색 했고 역시 히키가야는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아? 정말이지, 바보라니까. 아~ 역시 이게 훨씬 더 재밌어, 히키가야 최고!」
하루노 선배는 입가를 손으로 누르고 있었지만, 흘러넘치는 웃음을 참는 것이 한계였는지 다시 또 혼자서 폭소해 버렸다.
아니 아니, 보통 이렇게 웃나....
그보다 하루노 선배, 당신 히키가야 하치만을 너무 마음에 들어 합니다. 그리고 너무 웃습니다.
당시 상황이 상당히 재밌었는지, 하루노 선배의 폭소는 멈추지 않았다.
과연, 사람이 락으로 바뀌고, 다른 한쪽은 ‘즐거운’ 부분이 나로 바뀐 걸까. 확실히 이게(슬로건-락 쪽) 비방하기 위한 목적인만큼 센스가 없네.
[newpage]
어쩌면 이 유키노시타 하루노라는 여성은, 실은 상당히 음험한 사람 아닐까...?
지금 이야기도 시점을 바꿔 보면 사가미 위원장을 시작으로 문실 멤버들이 '땡땡이'친 일을 메구리 선배도 하야마 하야토도 알고 있어도 말하지 않았던, 혹은 말할 수 없었던 문제를 히키가야 하치만이 대변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루노 선배는 완벽하게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치하고 있었다.
그녀 정도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 정도 문제는 메구리 선배에게 이야기하거나 위원장에게 주의를 주거나--아니, 답답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기가 개선할 수도 있었다.
OG라는 입장도 있으니, 한마디 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외부인이라고 해도, 참가하는 행사 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어느 정도 참견하는 것도 가능할 텐데.
-----잠깐, 애초에 이 상황을 만들어 낸 거 그녀 아니었어?
이렇게 된 것은 사가미 위원장이 '반도 소중히'라는 방침을 냈기 때문이다.
이것을 구실로 문실 멤버들은 '락'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가미가 위원장이라고 해도, 그녀 이상으로 활약을 하면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유키노시타가 제지했다면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노 선배가 사가미 위원장에게 가세한 결과 대세는 사가미에게 기울었고 결과적으로 위원장과 다른 아이들이 '락'하는 결과가 된 것이 아닐까?
이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생각한 걸까?
올해 문화제를 실제로 지배한 것이 하루노 선배였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걸까?
여동생이 있다고 해도, 이미 졸업한 학교의 문화제를 지배해 봐야 무슨 메리트가 있지?
간신히 웃음을 그친 그녀에게, 하나 함정을 넣은 질문을 던져봤다.
「그... 만약 유키노시타가 부위원장에, 아니, 문실 멤버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라는 건 생각하지 않았나요?」
「유키노가? 없어 없어. 그런 일. 그 아이는 내가 걸어온 길을 필사적으로 따라오는 아이야. 언니가 청춘을 보낸 장소를 유키노가 지나치다니 있을 수 없어」
「그럼 유키노시타는 반드시 문실 멤버가 될 거라 확신하고 있었네요」
「제대로 일하는 것도 포함해서. 당시 나처럼」
그녀는 2년 전 문화제를 최고의 성황으로 만들었던 사람이다. 유키노시타가 문실 부위원장이 된 것도, 그 결과, 당시와 필적인 것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자기의 고교시절의 재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언니로서 유키노시타의 서포트를 했던 이유도, 한 번 더 문화제를 즐기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유키노시타--여동생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다.
여동생이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는 사람이, 고의적으로 유키노시타를 힘들게 하는 상황을 연출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다만, 그렇기에, 지금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열어서는 안 되는 상자가 거기에 있다.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무서운 것이 나올 것이다. 라고 내 감이 속삭이고 있다.
이 이상 발을 내밀지마, 이 이상은 탐정의, 고등학생의 영역이 아니라고.
그만
「역시 유키노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네! 하지만, 그렇게 되었다면 사가미 위원장은 정말 설 곳이 없었겠네요...」
「히키가야 일이 있고 나서는 위원장도 지지 않고 일해서 정말 충실한 문실이 되었고, 마지막이 좋다면 좋다고 하잖아?」
한 번 태어난 의심과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한 마디도 다시 듣는다면, 완전히 다른 이유로 들려버릴 것 같아 무섭다.
「그럼, 문화제 마지막 라이브에서 유키노시타가 하루노 선배에게 부탁할 거라는 것도 확신하고 있었나요?」
하루노 선배는 입을 다물었다.
침묵을 찢은 것은, 방금 전 같은 변함없이 꽃이 피는듯한 미소였다.
「물론, 하지만 유키노가 그 정도로 성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정말, 유키노에게 아까울지도...그렇지만 그렇기에 최고일지도.」
그렇게 말은 하는 하루노 선배의 표정은 어쩐지 쓸쓸했다.
나에게 뭔가 독을 머금은 말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 이상 하루노 선배는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다음 말을 생각하는 중, 다시 또 무기질적인 소리가 끼어들었다. 소리의 근원지는 하루노 선배의 휴대폰이었다.
「아, 메구리? 응, 그래. 아, 그건 이제 괜찮아. 응, 아아, 그래? 그럼 나머지는 잘 부탁해. 나는 이제 시즈카짱에게 들를 테니까.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에엣!? 이, 일은...?」
「이제 없어졌다고 할까. 외부인인 내가 학생회실에 계속 있는 것도 좀 그렇고. 메구리에게 발견되기 전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고 말이야.」
「바, 발견 된다니, 잠깐요.」
그렇다는 건 무단으로 들어왔다는 거잖아, 이 사람!
거기에 상황을 마치 내가 학생회실에서 조사하려는 것을 알아 채서 메구리 선배가 자리를 비우게 한 듯한...!
....우와-, 즉 전부 발각되었다는 건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몰라 벌벌 떨고 있는데, 하루노 선배가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너, 여기서 퀴즈야! 집단을 가장 잘 단결시킬 수 있는 최고의 지도자는 누구일까요? 정답은....가까운 시일 내에 알 수 있을지도? 그럼, 탐정!」
계속 꽃이 활짝 피는듯한 미소를 유지한 채 하루노 선배는 바람처럼 학생회실에서 나갔다. 멍한 얼굴로, 아무도 없는 입구를 바라 보았다.
....폭풍우 같은 사람이었다. 하루노 선배...
그렇다고 할까, 내 신원 완전히 들켰잖아...
그러나, 나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 그건 대체 뭘까.
「누구라니...그야, 의지가 되는 사람이지 않아?」
인망이 있고, 능력도 있는. 그런 사람이 지휘를 맡으면 집단은 잘 움직일 것이다.
실제로, 문실에서는 그런 사람이 탑에 있었고-- 아니, 탑은 사가미였지 유키노시타가 아니었나. 그렇다면 우수한 참모가 있으면 집단은 잘 움직인다는 걸까.
그녀는 대체, 나에게 어떤 대답을 원한 걸까.
대체 무슨 생각으로 메구리 선배를 나가게 해서까지 나와 둘이서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라고 생각하는 동안, 아주 당황한 모습으로 메구리 선배가 돌아왔다.
「아무것도 안 봤지!? 아무것도 안 본거지!?」
.....보지 않았습니다. 보지 말라고 들었던 것은 보지 않았습니다.
아직, 이지만요.
허가해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해당작품 본편은 회색빛잔영님, 2side님, 일각여삼추님, PsnPd님, BlueT님, 우드락님, Jemes님이 각기 번역해 주셨고,
번역 감수 및 외전은 저 아이시스가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협력 정말 감사합니다.
Chapter 10 또 다시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폭소한다.
유키노시타 하루노.
그 이름은 알고 있었다.
몇 년 전---딱, 내가 중학교 3학년 때니까, 2년 전이다. 그 해 소부 고등학교 문화제는 역대 최고의 동원수를 자랑하는 전설적인 문화제라고 한다.
어떤 테크닉을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굉장했던 것 같다.
올해 문화제도 막상막하로 굉장했다는 것 같지만, 나는 둘 다 이야기로 들은 것이 전부다.
그 중에서 가장 빛났던 인물로 거론된 사람이 있는데, 당시를 추억하는 사람들 모두가 소리 높여 말한다.
올해는 부 실행 위원장이었던 유키노시타 유키노이고,
2년 전에는 실행위원장이었던 유키노시타 하루노라고.
유키노시타 하루노, 말하자면 전설 속의 그 인물이 내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이다.
이름을 듣고, 혹시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고, 말을 듣고, 확실하게 실감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자매였다는 사실을.
「아...저는..」
횡설수설 어떻게든 자기소개를 한다. 이름을 말하고, 소속 반을 말했다. 그러자 유키노시타 하루노가 '앗!' 반응을 보였다.
「유키노하고 같은 반이구나!」
「네. 유키노시타와 같은 반이에요!」
어째서 나는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대답하는 걸까.
나는 메아리였나.
「그렇지만, 유키노시타에게 언니가 있다는 건 못 들었어요...」
애초에 자기 이야기는커녕 반 친구들에게 말도 걸지 않는 그녀이니, 언니가 있다는 이야기 같은 건 들은 적도 없다.
인상으로는 유키노시타와는 반대인 쾌활하고 적극적인 성격인 듯하다. 그러면서도 대담하다고 할까. 그녀는 외부인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곳이 그녀의 집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학생회실로 들어와 나와 테이블 너머로 이야기하고 었다.
어그레시브라기 보다 다이나믹일까.
외모는 여동생과 마찬가지로 매우 미인이다. 유키노시타를 그대로 성장시키고 머리카락을 자른 것 같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초미인. 단 가슴은 다르지만.
「나는 이것저것 따지면 귀찮으니까 하루노라고 해도 돼. 그렇구나- 유키노하고 같은 반구나. 나도 J반 출신이야」
유키노시타---하루노 선배는 나를 관찰하듯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순간 한기를 느꼈지만, 곧바로 사라졌다.
뭐, 여동생의 반 친구이니, 아주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J반 출신이라, 유키노시타의 언니이고 전설 속의 인물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렇다는 것은, 성적도 상당히 좋았다는 것일 것이다. 여동생처럼.
「저, 하루노 선배의 이름 들은 적이 있어요. 2년 전 문화제를 완전 성공하게 한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오, 내 무용은 확실히 후배에게도 전해지고 있었네. 그렇지만 올해 문화제도, 개인적으로는 비슷하게 성공했다고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저, 문화제에 참가하지 못했어요. 이틀 전에 맹장으로 입원해서, 그대로 일주일 동안 입원해 버리는 바람에.... 정말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재밌는 일에 또 참가하지 못했구나 하고 분했어요」
「또? 혹시, 나 때도 놀러 오지 않은 거야?」
「성적이 부진했던 시기라, 놀러 다닐 때냐 지금이! 라는 것으로 공부를 하다보니..」
「으~응 장해!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은 훌륭해.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또 놓쳐버린 건 어쩐지 아쉽네.」
「이미 지나간 일에 분해 봤자 깜깜할 뿐이라, 내년 문화제를 기대하고 있어요.」
「....」
갑자기 하루노 선배 입을 다물어 버렸다.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라? 나 뭔가 실례되는 말이라도 했어?
「하루노 선배?」
「아, 미안 미안. 아무 것도 아냐. 잠시 저걸 보고 있었어.」
하루노 선배는 자리를 이동해 내 근처로 걸어 왔다. 목적은 내가 아니라 PC인 듯 했고, PC를 보자마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이상하네. 나 조금 전까지 학생회실에 있었는데, PC에 USB가 꽂혀있었나?」
「엣」
무심코 목소리가 새어 나와 버렸다. 제발 그냥 지나가주세요 하고 기도하는 나였지만, 하루노 선배는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 좋아, 들켰어?
메구리 선배는 아무 말 안 했는데, 하루노 선배는 내가 오기 전부터 학생회실에 있었다는 거?
그렇다는 건 하루노 선배가 자리를 잠시 비웠을 때 내가 맞춰 왔다는 이야기네. 아- 그래서 당당하게 학생회실로 들어왔구나.
......잠깐 잠깐 그런 얘기 못 들었어요, 메구리 선배.
그렇다면 그렇다고 말을 해줘요. 제발.
[newpage]
데이터는 이미 전부 전송 완료가 된 후였기에, 메시지 박스는 사라진 채다.
이런 상황이면 보여줘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문화제 당일 사진과 작업 표시줄에 표시된 실행되고 있는 프로그램뿐. 이것 만으로는 내가 데이터를 훔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리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뭐라도 일단 변명을 해야하는데, 서투르게 거짓말을 해도 간파당할 것 같다.
「이거요? 그러고 보니 메구리 선배가 외부 데이터 전송이 아직 이라고 말하면서 꽂았어요. 내용은 보지 말라고 하던데요.」
「응? 문화제 데이터 자료는 나중에 정리하기 쉽도록 CD-R로 저장했을 텐데? 아, 그건 내가 했을 때이니까 지금은 바뀐 걸까나-. USB라면 작으니까 운반도 쉽고, CD보다 튼튼해서 바꾼 걸까. 그렇지만...보지 말라고 하면 보고 싶어지지 않니? 랄까」
「하, 하하, 네....」
식은땀이 등에서 주룩 흘러내리고 있다.
뭐야 이 사람, 유키노시타 보다 성격 밝은데도 날카롭고 무서워!
설마 내가 USB 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말하는 거야?
데이터를 훔쳤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건지는 모르지만, USB가 꽃혀 있는 것을 본 것만으로 찔러보다니 대체 얼마나 날카로운 거야. 과연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언니라고 해야 할까. 아니 유키노시타와는 관계없다. 이것은.
「그래서, 뭘 보고 있었어? ....아 이건」
하루노 선배가 화면을 보고는 싱긋 웃었다.
그것은 내가 지금 막 화면에 띄운 문화제 마지막 라이브 사진. 다섯 미인이 각자 악기를 들고 곡을 연주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 있었구나.」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로, 하루노 선배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본인에게는 2년 만에 같은 무대에 선 셈이다. 감흥에 젖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아마 당시보다 좀 더 감명 깊은 무대였을 것이다. 아무튼 히라츠카 선생님과 다시 같이 악기를 든 거고, 옆에는 여동생도 있었다. 나라면, 일생에 단 한번 밖에 없는 스테이지였을 것이다.
「어떤 경위로 결성된 건가요? 이 팀.」
내가 사전에 수집한 정보대로라면, 이 밴드는 문화제 서프라이즈로 숨겨진 팀이다. 마지막의 마지막, 전교생이 모이는 장소에서 축제의 마지막을 고하는 최대 최고의 서프라이즈로 등장한, 환상의 밴드.
그런 이야기를 하자, 하루노 선배가 웃었다.
「아아, 그런 소문으로 된 거네.. 뭐, 그걸로 됐나. 이것은 말이야. 유키노가 하자고 한 거야.」
「유, 유키노시타가!?」
믿을 수 없다.
아니, 문실 부위원장이라서 문화제를 달아오르게 할 방도로 확실히 이런 서프라이즈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어깨띠를 매었다는 것은 대체 무슨 상황일까.
「조금 이상하네요. 유키노시타, J반 상연물이었던 패션소에도 나오려 하지 않은 사람인데 말이죠. 그런 사람이 스스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무대에 서다니. 그런 일이」
「유키노가 패션쇼에 나오지 않은 이유는 부위원장 업무 때문에 바빠서 그런 거고, 반 상연물에 나올 수 없었던 것 대신으로 무대에 섰다고 생각할 수 있지도 않니?」
「음, 그렇지만...」
「그리고 유키노가 부탁하지 않았으면, 나는 드럼 치지 않았을 거야. 하기 싫어하는 나를 빚까지 만들며 간절히 부탁할 정도로 유키노는 자기 일을 완수하고 싶어 했었어. 2학년 J반이자 문실 부위원장이라는 자신의 입장에 맞도록」
「....사이, 그렇게 나쁜가요?」
「나는 유키노를 그 누구보다 정말 좋아해? 그런 귀여운 여동생을 어디에도 없잖아. 문화제를 통해서 씩씩해졌고, 언니로서는 자랑스러워.」
「그거는 짝사랑이잖아요.」
「그걸로 괜찮아. 나는 언니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하루노 선배는 벚꽃이 하늘하늘 춤추며 지는듯한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우와아아....!
하루노 선배 뒤로 후광이 보인다!
토츠카짱이 천사라면, 이 사람은 그러니까, 여신이다...!
여동생에게 미움 받고 있지만 언니인 이상, 그런 여동생일지라도 사랑스러워서 어쩔 수 없잖아, 라는 언니의 거울이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유키노가 조금은 자기 주위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조금 기쁘게 돼-...」
「....주위 사람들, 이라면」
「지금 그 아이 옆에 있어준 아이들.」
그렇다는 것은, 그것은--- 지금이라면 물어도 괜찮을까.
「혹시, 이 갈색머리 보컬 여학생을 말하는 건가요?」
이 중에서 유일하게 이질적인 느낌인 중앙의 보컬이, 그 사람인 걸까.
「유키노시타의 친구, 입니까?」
너무 진지하게 물어봤던 걸까.
하루노 선배가 잠시 나를 바라 보다가, 쿡쿡 웃었다.
「유이가하마 이야기야?」
「--유이가하마?」
「그래, 유이가하마 유이. 유키노의 친구가 신경 쓰이는 거야?」
「아, 그게, 그러니까.」
「어머 어머, 그렇지만 백합은 좀 그런데, 백합은. 한밤 중에 유키노 인형을 만들어서 노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아?」
「하, 하지 않아요! 뭔가요 그 위험 인물은!」
「농담이야, 농담. 그렇지만, 유이가하마이구나-- 어째서 신경이 쓰여?」
「...실은 오늘, 용무가 있어서 어떤 반에 갔었는데 거기서 그 유이가하마를 봤었는데, 학생회실에서 사진을 보고 있는데, 라이브 사진이 나왔고, 어라? 이 애는? 그때 본 아이와 닮았네, 라고 할까 동일 인물일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신경이 쓰여서..」
위험 위험, 이 사람에게 물정에 밝지 않은 발언을 하면 잡아먹힐지도 모른다.
내가 「유이가하마 유이라고 하는 군요」 라고 말하자, 하루노 선배는 집게 손가락을 뺨에 대고는 목을 기울였다.
「그러고 보니, 가하마짱이라면...아아, 히키가야도 같은 반이었네」
「...엣」
[newpage]
무심코, 목소리가 새었다. 응? 이라는 듯이 하루노 선배가 나를 바라 본다.
지금, 이 사람 내 예상을 벗어난 이름을 꺼냈다.
히키가야 라면, 이 학교에서 짐작 가는 인물은 단 한 사람밖에 없다.
「히키가야라면.... 히키가야 하치만을 말하는 건가요?」
「엣?」
이번에는 하루노 선배에게서 목소리가 샜다.
그쪽도 아무래도 생각지도 못했던 이름이 튀어 나온듯한 반응이었다.
「너, 히키가야를 알고 있니?」
다시금 모든 것을 간파하려는, 그런 시선이 나에게 온다. 아차. 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라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네, 뭐....그래요. 하루노 선배도 알고 있었네요. 히키가야 하치만을」
우선, 질문을 질문으로 돌려주면서 시간을 벌기로 했다.
내가 히키가야 하치만을 알게 된 계기는 그에 대한 소문이다.
그걸 이야기하면 이야기는 빠르겠지만, 공교롭게도 외부인인 그녀에게는 말할 수 없다. 말하면, 이래저래 문제가 된다.
「물론, 정말로 재밌는 아이잖아. 문화제 때도 히키가야가 웃겨 주었고」
「그, 문화제 때라는 건....」
「또 시치미 떼기는-. 히키가야가 문화제 때 여기저기서 사고를 쳤다는 이야기, 들은 적 있지?」
....어째서 아는 겁니까, 당신.
설마만 히키가야 하치만의 악행이 이미 교내 뿐만 아니라 교외, OG의 귀에까지 닿아버린 걸까?
「학교에서도 소문난 일이잖니. 아, 내가 이 이야기를 했다는 건 비밀이야.」
누구에게 비밀이라는 걸까
그렇다고는 해도, 하루노 선배는 자세한 사정을 아는듯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빠르다.
「....어디까지 아는 건가요?」
「어디까지 라고 말해도, 전부라고 할까? 그게 나, 학교에 와서 문실 도우미도 했는걸」
「에엣! 그렇다는 건 히키가야 하치만이 문실에서 활동한 것도 봤다는 거네요」
「응, 슬로건 사건도, 그 후도, 그 전도, 졸업생으로 한 유지 단체의 대표로 문실 도우미를 하고 있었기에 어쩌면 유키노 보다도 히키가야를 더 잘 알지도」
「...그건 거의 문실에 찰싹 붙어 있었다는 이야기잖아요. 혹시, 그렇다면 임원 결정 때도 있었어요?」
「내가 문실에 얼굴을 내민 것은 유지 단체 참가 신청을 하러 온 후이니까. 그때는 이미 위원장도, 부위원장도 정해져 있었어. 유지 단체 참가 신청을 하자 유키노가 불편한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때 반에 있다가 늦게 온 위원장이 도움을 줘서 유키노를 설득할 수 있었어」
「헤에-...」
라니, 감탄할 상황이냐고, 지금!
어이
아무리 유지단체 대표이고, 유키노시타의 언니이고, 2년 전 문화제를 대성공시킨 주인공이라고 해도, 외부인에게 운영을 맡겨도 괜찮은 거야?
「그 때 나는, 문화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위원장이 될 수 있는 자질이라고 위원장에게 말했었어. 그 말을 듣고 반을 소중히 하자는 방침을 세운 위원장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그것은 문실과 반 활동을 양립하자는 것이고, 모두들 잘 해준 것 같고」
「....혹시 그 결과 일손이 부족해져, 하루노 선배가 일을 돕게 된 건가요?」
「정답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는 맞을까」
본말전도다.
괜찮지 않아. 엄청난 문제라고
「그 때야, 슬로건 사건이 생긴 건」
「?」
하루노 선배는 내게서 등을 돌리고는 부들부들 떨었다. 뭘까 생각했지만 곧바로 휙 돌아보더니, 나에게 당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다고 해도, 내용은 내가 소문으로 들었던 것과 거의 비슷했다.
더욱 자세히 알게 된 것은 당시 상황이었다.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하루노 선배는 비치된 종이와 펜을 가져와서 슬로건을 몇 개 썼다. 처음 적은 것은 십만개의 만쥬.. 이건, 슬로건으로 하면 안 되겠지, 여러 가지 의미로....
계속 회의에서 제안된 것으로 보이는 여러 슬로건을 써내려갔다.
그중에서, 내 눈길을 끈 것은 두 개.
팔광일우
ONE FOR ALL
팔광일우는 전 세계를 하나로 합해 한 가족처럼 화합 시킨다는 말이다.
대일본제국이 해외진출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 이념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당시 나라의 슬로건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학생을 하나로 끌어 모으는 문화제라는 의미라면 괜찮긴 하지만, 문화제 슬로건으로 하기에는 딸려있는 에피소드들이 너무 암울하다.
ONE FOR ALL은, 개인은 전체를 위해서, 라는 의미다. 그러나, 보통 이 문장은 ALL FOR ONE 하고 세트로 쓰여진다. 뭐, 모두가 한사람을 위해서 라는 것이 문화제 표제인 것은 이상하긴 하지만.
하루노 선배는 드디어 그 히키가야 하치만이 터트린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대라는 슬로건이 나왔지만, 히키가야가 쓴소리를 했어. 자신에게 일이나 밀어대는 무리들이 무슨 유대냐, 라고! 그 후 히키가야군이 낸 대안이 정말로 최고였어! 너도 소문을 들었다면 뭐라고 했는지 알지?」
그러니까.
「'楽 ~ 잘 보면 나 말고는 즐거운 문화제'였죠. 저도 좀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히키가야도 별로 일하지 않고 있었겠죠? 문실에서 자기만 힘들었다는 어필을 하면 누구라도 화내는 것이 당연해요. 유키노시타는 웃어 넘겼지만 곧바로 모임을 해산시켰으니 상당히 기분이 상했을... 저기? 하루노 선배?」
하루노 선배는 입을 손으로 누르며 고개를 숙이다가 벽에 푹 기대면서 등을 움츠리며 위 아래로 흔들고 있었다.
「아-. 그 때 유키노가 그런 느낌이었네...! 그렇다고 해도, 쿡쿡, 락! 아하하하하! 그거 네가 생각한 게 아니라 소문으로 퍼지고 있는 슬로건에 대한 이야기네! 담겨있는 내용은 비슷하지만 전혀 센스가 없어! 그쪽이 좀 더 히키가야답기는 하지만 더 심하네! 쿡, 정말 최고야! 아아 히카가야는 정말이지, 배 아파.」
흘러넘치는듯한 미소, 봄철에 꽃이 만발한듯한 미소다.
히키가야 하치만에 대해 실컷 웃으면서도 과장된 부분을 지적한 것은, 할 건 제대로 한다는 느낌일까.
「하, 하루노 선배?」
「아아 그래 그래 미안 미안. 그게 너무 재밌어서....」
「.....소문으로 흐른 슬로건과 실제로 히키가야가 말한 슬로건은 다른 건가요?」
「전혀 달라! 히키가야군은 잔챙이 오브 잔챙이지만 말하는 내용만큼은 거물급이니까. 사실은 무엇을 말했는지 듣고 싶어?」
부디.
원래는 어떤 슬로건을 제안했고, 어떻게 바뀐 건지, 가르쳐 줄 수 있다면 가르쳐 주기를.
「 '사람 ~ 잘 보면 다른 한쪽만 즐거운 문화제' 였어! 진짜 바보야! 말하면 자신이 설 곳이 없어지는데 당당히 선언했어? 그때 하야토의 '아- 이 녀석 말해버렸다' 라는 생각이 흘러 넘치는 찌푸린 표정은 정말이지! 유키노도 아연실색 했고 역시 히키가야는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아? 정말이지, 바보라니까. 아~ 역시 이게 훨씬 더 재밌어, 히키가야 최고!」
하루노 선배는 입가를 손으로 누르고 있었지만, 흘러넘치는 웃음을 참는 것이 한계였는지 다시 또 혼자서 폭소해 버렸다.
아니 아니, 보통 이렇게 웃나....
그보다 하루노 선배, 당신 히키가야 하치만을 너무 마음에 들어 합니다. 그리고 너무 웃습니다.
당시 상황이 상당히 재밌었는지, 하루노 선배의 폭소는 멈추지 않았다.
과연, 사람이 락으로 바뀌고, 다른 한쪽은 ‘즐거운’ 부분이 나로 바뀐 걸까. 확실히 이게(슬로건-락 쪽) 비방하기 위한 목적인만큼 센스가 없네.
[newpage]
어쩌면 이 유키노시타 하루노라는 여성은, 실은 상당히 음험한 사람 아닐까...?
지금 이야기도 시점을 바꿔 보면 사가미 위원장을 시작으로 문실 멤버들이 '땡땡이'친 일을 메구리 선배도 하야마 하야토도 알고 있어도 말하지 않았던, 혹은 말할 수 없었던 문제를 히키가야 하치만이 대변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루노 선배는 완벽하게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치하고 있었다.
그녀 정도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 정도 문제는 메구리 선배에게 이야기하거나 위원장에게 주의를 주거나--아니, 답답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기가 개선할 수도 있었다.
OG라는 입장도 있으니, 한마디 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외부인이라고 해도, 참가하는 행사 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어느 정도 참견하는 것도 가능할 텐데.
-----잠깐, 애초에 이 상황을 만들어 낸 거 그녀 아니었어?
이렇게 된 것은 사가미 위원장이 '반도 소중히'라는 방침을 냈기 때문이다.
이것을 구실로 문실 멤버들은 '락'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가미가 위원장이라고 해도, 그녀 이상으로 활약을 하면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유키노시타가 제지했다면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노 선배가 사가미 위원장에게 가세한 결과 대세는 사가미에게 기울었고 결과적으로 위원장과 다른 아이들이 '락'하는 결과가 된 것이 아닐까?
이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생각한 걸까?
올해 문화제를 실제로 지배한 것이 하루노 선배였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걸까?
여동생이 있다고 해도, 이미 졸업한 학교의 문화제를 지배해 봐야 무슨 메리트가 있지?
간신히 웃음을 그친 그녀에게, 하나 함정을 넣은 질문을 던져봤다.
「그... 만약 유키노시타가 부위원장에, 아니, 문실 멤버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라는 건 생각하지 않았나요?」
「유키노가? 없어 없어. 그런 일. 그 아이는 내가 걸어온 길을 필사적으로 따라오는 아이야. 언니가 청춘을 보낸 장소를 유키노가 지나치다니 있을 수 없어」
「그럼 유키노시타는 반드시 문실 멤버가 될 거라 확신하고 있었네요」
「제대로 일하는 것도 포함해서. 당시 나처럼」
그녀는 2년 전 문화제를 최고의 성황으로 만들었던 사람이다. 유키노시타가 문실 부위원장이 된 것도, 그 결과, 당시와 필적인 것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자기의 고교시절의 재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언니로서 유키노시타의 서포트를 했던 이유도, 한 번 더 문화제를 즐기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유키노시타--여동생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다.
여동생이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는 사람이, 고의적으로 유키노시타를 힘들게 하는 상황을 연출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다만, 그렇기에, 지금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열어서는 안 되는 상자가 거기에 있다.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무서운 것이 나올 것이다. 라고 내 감이 속삭이고 있다.
이 이상 발을 내밀지마, 이 이상은 탐정의, 고등학생의 영역이 아니라고.
그만
「역시 유키노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네! 하지만, 그렇게 되었다면 사가미 위원장은 정말 설 곳이 없었겠네요...」
「히키가야 일이 있고 나서는 위원장도 지지 않고 일해서 정말 충실한 문실이 되었고, 마지막이 좋다면 좋다고 하잖아?」
한 번 태어난 의심과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한 마디도 다시 듣는다면, 완전히 다른 이유로 들려버릴 것 같아 무섭다.
「그럼, 문화제 마지막 라이브에서 유키노시타가 하루노 선배에게 부탁할 거라는 것도 확신하고 있었나요?」
하루노 선배는 입을 다물었다.
침묵을 찢은 것은, 방금 전 같은 변함없이 꽃이 피는듯한 미소였다.
「물론, 하지만 유키노가 그 정도로 성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정말, 유키노에게 아까울지도...그렇지만 그렇기에 최고일지도.」
그렇게 말은 하는 하루노 선배의 표정은 어쩐지 쓸쓸했다.
나에게 뭔가 독을 머금은 말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 이상 하루노 선배는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다음 말을 생각하는 중, 다시 또 무기질적인 소리가 끼어들었다. 소리의 근원지는 하루노 선배의 휴대폰이었다.
「아, 메구리? 응, 그래. 아, 그건 이제 괜찮아. 응, 아아, 그래? 그럼 나머지는 잘 부탁해. 나는 이제 시즈카짱에게 들를 테니까.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에엣!? 이, 일은...?」
「이제 없어졌다고 할까. 외부인인 내가 학생회실에 계속 있는 것도 좀 그렇고. 메구리에게 발견되기 전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고 말이야.」
「바, 발견 된다니, 잠깐요.」
그렇다는 건 무단으로 들어왔다는 거잖아, 이 사람!
거기에 상황을 마치 내가 학생회실에서 조사하려는 것을 알아 채서 메구리 선배가 자리를 비우게 한 듯한...!
....우와-, 즉 전부 발각되었다는 건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몰라 벌벌 떨고 있는데, 하루노 선배가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너, 여기서 퀴즈야! 집단을 가장 잘 단결시킬 수 있는 최고의 지도자는 누구일까요? 정답은....가까운 시일 내에 알 수 있을지도? 그럼, 탐정!」
계속 꽃이 활짝 피는듯한 미소를 유지한 채 하루노 선배는 바람처럼 학생회실에서 나갔다. 멍한 얼굴로, 아무도 없는 입구를 바라 보았다.
....폭풍우 같은 사람이었다. 하루노 선배...
그렇다고 할까, 내 신원 완전히 들켰잖아...
그러나, 나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 그건 대체 뭘까.
「누구라니...그야, 의지가 되는 사람이지 않아?」
인망이 있고, 능력도 있는. 그런 사람이 지휘를 맡으면 집단은 잘 움직일 것이다.
실제로, 문실에서는 그런 사람이 탑에 있었고-- 아니, 탑은 사가미였지 유키노시타가 아니었나. 그렇다면 우수한 참모가 있으면 집단은 잘 움직인다는 걸까.
그녀는 대체, 나에게 어떤 대답을 원한 걸까.
대체 무슨 생각으로 메구리 선배를 나가게 해서까지 나와 둘이서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라고 생각하는 동안, 아주 당황한 모습으로 메구리 선배가 돌아왔다.
「아무것도 안 봤지!? 아무것도 안 본거지!?」
.....보지 않았습니다. 보지 말라고 들었던 것은 보지 않았습니다.
아직, 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