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작품은 葵絵梓乃님의 허가를 받아서 번역했음을 알립니다.
허가해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해당작품 본편은 회색빛잔영님, 2side님, 일각여삼추님, PsnPd님, BlueT님, 우드락님, Jemes님이 각기 번역해 주셨고,
번역 감수 및 외전은 저 아이시스가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협력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 한 답 맞추기는 『슬로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문실 내 모습에 대한 확인이다.
좌우간 여하튼 이 건은 후에 일어난 이야기를 언급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기도 하다. 히키가야 하치만에 대해 퍼진 소문에서도, 악평의 기초, 혹은 포석이라 해도 좋을 에피소드인 이 사건은, 아무래도 유키노시타의 입으로 진위를 듣지 않으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양자의 인식에 차이가 있으면, 답을 맞추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 아무래도 하루노 선배와 이야기한 것과 학생회에 숨어들어 데이터를 빼돌린 것을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설명에 난항을 겪었지만.
뭐, 대개 생각했던 대로 설명을 할 수 있었다.
「───이상이, 슬로건 건의 진상과, 이에 이르기까지 문실의 대략적인 흐름이야. 질문 있어?」
유키노시타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빨대가 꽂힌 팩 음료가 있었지만, 이야기 중에는 한 번도 그것을 입으로 옮기지 않았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는 증거다.
「……정말로 당신, 일주일 동안 입원하고 화요일 오후부터 등교한 게 맞는 걸까? 히키가야를 조사할 수 있었던 것이 수요일부터라고 생각해도, 그 조사 능력에는 감탄하게 되는구나」
「아니 아니, 칭찬은 영광이지만. ……그래도, 내 힘으로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고는 생각은 들지 않아.
네 언니, 하루노 선배가 메구리 선배를 학생회실에서 멀리 보내지 않았다면 자료를 꺼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테고, 그리고 하루노 선배가 당시 모습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히키가야 하치만의 봉사는 깨달을 수 없었을 테니까」
솔직히 말해,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문실 자료를 찾아내 수사를 큰 폭으로 진전 시킨 것 자체가 기적이다. 만약 문실 자료 없이 청취 조사 만으로 문화제의 이면을 조사했더라면, 앞뒤가 달라지는 인물상에 휩쓸린 수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 사이 학생들의 관심은 문화제에서 체육제로 옮겨지고, 수사는 더욱 혼선을 빚었을 것이다.
아직 문화제가 끝난 지 일주일도 안 되었기에 신선도는 발군이라고 해도, 3일 동안의 조사만으로 유키노시타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수확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다.
수사를 최단 거리로 돌파하려 했다면, 하야마 하야토나 우리 반 남자 같은, 처음부터 진상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가장 빨랐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하야마 하야토는 그런 사람이고, 우리 반 남자도 히키가야 하치만을 연적으로 생각하며 쩨쩨한 계산이나 하니까, 유익한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자료를 조사하는 것이 진상을 알 수 있는 최단 거리였던 것이다.
「좋은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겠구나」
매우 냉정하게, 눈을 감고 유키노시타가 말했다.
「이것이 당신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해도, 학생회에서 무단으로 데이터를 반출한 행위는 처벌 받아야겠구나. 이 건은 내가 시로메구리 회장에게 전해두겠어」
자료 반출을 말한 시점에서 그런 말을 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이상 그 자료의 산에 용무는 없다. 나는 유키노시타의 충고를 받아 들여 제대로 전해 달라고 말했다.
「아, 그래도 물품 관리 폴더에 있는 숨겨진 파일은 지우지 않기를 권할게」
「숨겨진 파일?」
「내가 서버에서 빼낸 데이터 중 숨겨진 파일이 하나가 있었어. 그 안에는 텍스트 에디터 프로그램───메모장 하나만 들어있었는데, 실은 그거 회의록이야.」
「회의록? 틀림없이 회의록은 모두 회의록 파일 내에……설마」
벌써 눈치 챈 건가.
역시 유키노시타, 이해가 빠르다.
「맞아, 하루노 선배가 집필해서 몰래 섞어두었던 회의록이야.
하루노 선배의 외부 단체가 참여한 날부터 문화제 이틀째까지의 일이 매우 세세하게 쓰여져 있어. 유키노시타라면, 얼마나 자세하게 쓰여 있을지 알 거라고 생각해서 굳이 내용은 말하지 않겠지만……. 나는 그걸 『하루노 회의록』이라고 부르고 있어」
조수가 유지 단체 (외부) 활동 보고서에서 발견한 케빈·V·세브피아씨.
그 "V Sevfir"부분에 빨간색 언더라인이 그어져 있었다.
답부터 말하지면, 케빈·V·세브피아 라는 인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일종의 암호문이며, 이것을 풀면 서버 내에 숨겨진 파일이 존재하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싶어!
우연히 서버 안 파일 중 숨겨진 파일이 있는 것을 발견해서 열어 보니 하루노 선배의 마이 회의록이 있었다든지, 이게 암호라면 아무도 모른다고.
아마 Server와 file을 적당히 조합하고, V는 영문 숫자 5, 거기에 언더라인이 그어져 있는 것은, 5번째 서버 파일 아래의 파일, 즉 6번째에 숨겨진 파일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타낸다……적당히 이유를 붙이면 이렇게 되지만, under에 『숨긴다』라는 의미는 없을 텐데─……?
라고 유키노시타에게 설명하자,
「언니가 그런 허술한 암호를 만들었다고 하는 걸까? 농담도 적당히 하렴. 만약 언니가 암호문을 만들었다면 더 노골적이고 난해한 것을 생각했을 테니까」
깔끔하게 기각 당했다.
아무래도 언니와 사이는 안 좋아도, 언니에 대한 건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나도 그 사람이 이런 걸 생각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정말로 케빈씨가 존재하고 있고, 스펠링 미스나 무언가로 인해 언더라인을 그었던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완전히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은 들지만, 생각해봐야 끝이 없을 것이다.
아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암호문 보다, 지금은 내용 쪽이 우선이다.
이 하루노 회의록은, 공적인 기록으로써 히키가야 하치만이 남긴 회의록 이상으로 세세한 것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어떤 의미로는, 공식보다 정확한 기록일 것이다.
만약 이걸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다음 학생회와 문실 멤버가 우연히 발견해서, 이번 같은 질서 붕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가 될 지도 모른다.
이 의견도 유키노시타는 버렸다.
[newpage]
「무의미하네. 그건 당신의 희망적인 관측에 지나지 않아.
같은 조직이라도 인원이 바뀌면 방침도 바뀌고, 무엇보다 발견하더라도 내년 학생회가 문화제 기획 단계에서 발견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 거기에 언니는 위원회에 매일 출석하지 않았으니까, 그 시점에서 언니의 회의록은 히키가야의 회의록보다 뒤떨어져」
「하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의 보고서보다」
「지금 세대의 문제점을 다음 세대에 전한다는 견지로 생각하면, 언니의 보고서가 그것을 감당하는 것은 불확실하고 불안전 해.
학생회 자료에 섞여 있는 것이라면 또 모를까, 텍스트 데이터 같이 용량을 별로 차지하지 않는 것을 숨겨진 파일로 저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견 가능성이 낮아.
추측이지만, 언니의 회의록에는 언니의 이름이 없지 않을까.
그 허술한 암호문이 정말로 언니의 회의록을 가리키고 있다고 해도, 언니의 이름이 회의록에 적혀 있지 않는 이상, 제 삼자는 누가 회의록을 작성했는지 몰라. 그리고 텍스트 편집기로 보존되어 있다면, 내용을 조작해서 당신의 희망적인 관측과는 반대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어」
듣고 보니, 유키노시타의 의견은 타당하다.
그녀의 말대로, 하루노 회의록에는 중요한 집필자의 이름, 즉 하루노 선배의 이름이 없다. 미스터리한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회의록을 믿어도 되는 걸까? 라고 한다면, 확실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게다가 이것을 발견한 건, 내 컴퓨터가 숨겨진 파일을 모두 표시되도록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우연의 산물.
텍스트 자체의 문장은 꽤 많지만, 텍스트 에디터로 보존되었기에 용량은 정말로 적다.
나처럼 설정을 바꾸거나, 수치를 잘 살펴 보지 않는 한, 하루노 회의록의 존재는 알아채지 못 한다.
조작 또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이 당신 손에 있는 한 히키가야도, 하야마도 당신에게 따를 수밖에 없겠구나」
「그래. 엄청나게 위험한 내 비장의 수단이야.
이런 것이 퍼지면 당시 문실 멤버 중 몇 명은 그냥은 끝나지 않을 위기에 빠질 게 명백하니까. 자칫하면 체육제가 역대 최악의 *축제가 될지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네」
(역주 : 원문은 화제(火祭) 즉, 화제(불)와 화제 발음이 비슷한 말장난)
「그렇다면, 더더욱 남길 이유가 없겠구나. 당신이 보관하고 있는 데이터도, 학생회에 있는 데이터도 곧바로 삭제 시켜야겠어」
「으~응, 다른 데이터는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렇지만, 내가 가진 건 적어도 히키가야 하치만의 소문이 수습될 때까지는 보관하게 해줘.
……그에 대한 악의가 지금보다 강해지고, 무시할 수 없는 레벨의 피해가 발생할 것 같은 상황에 이를 경우, 나는 곧바로 하루노 회의록에 농땡이도 통계를 공개할 거야
그런 의미로도 비장의 카드이기도 해, 이건」
어쩌면, 하루노 선배가 생각한 본래 용도가 이것일지도 모른다.
발견하기 어렵기 짝이 없지만, 한 번 찾으면, 히키가야 하치만이 재학 중인 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설령 체육제 후일지라도, 그토록 달아오른 문화제의 이면이 알려진다면, 소문을 퍼트린 사람들 입장으로는 확실히 잊었을 무렵에 온 시간차 공격이다.
지금의 히키가야 하치만을 웃도는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엔 충분한 무기다.
「괜찮아, 지금은 아직 하루노 회의록을 쓸 생각은 없으니까 안심을.
이처럼, 슬로건 사건에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어. 그리고 듣고 싶은 건 그 후 상당히 뒤───문화제 둘째 날 일이야.
그럼, 이제부터가 유키노시타의 첨삭과 의견이 필요한 『답 맞추기』가 돼. ───이유로서는, 둘째 날의 너의 행동이야.
하나 물어도 괜찮아, 유키노시타?」
[newpage]
「새삼스레 뭘까」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에 관한 소문이 하나 있는 거 알고 계십니까?」
유키노시타은 작게 고개를 젓는다.
「……모르는 거네. 뭐, 무리도 아닌가……. 단적으로 말하자면, 히키가야 하치만이 너의 스토커라는 소문이 조심스럽게 돌고 있어」
유키노시타가 모든 움직임을 딱 멈추고는, 입을 조금 연 채 지긋이 나를 노려 본다.
무섭다. 유키노시타의 저 눈 무섭다. 진짜 무섭다.
「어디의 누가 그 소문을 퍼트린 건지 가르쳐 주렴」
「추, 출처까지는 몰라! 나도 친구에게 들었을 뿐이고. ……실은 하나 더 있긴 한데」
「또 있는 걸까?」
「……그, 그래.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키노시타가 사귀고 있는 거 아닐까 라는 이야기야……」
「…………」
유키노시타의 눈빛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고, 내 어깨를 단단히 홀드했다.
우왓, 무서워.
갑자기 히메가미(姫神 )가 강림한 듯한 위압감을 내뿜으며 어깨를 잡지 마! 춤출 테니까 용서해줘!
「이이이이이건 그, 어느 쪽이냐면 내부 소문! 애, 애초에 이런 사진이 찍히는 유키노시타 잘못 이야아아아아! 자!」
나는 조심조심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한 사진을 띄운다.
태블릿에 띄운 건, 히키가야 하치만이 음식을 구입하고 있는 걸 유키노시타가 보고 있는 사진이다.
「당신, 이거……」
「나, 난 입원 중이라 없었어! 그, 보다시피, 파파라치가 있었던 것 같아……」
「누가 찍었는지 가르쳐 주렴. 어차피 벌써 알고 알고 있겠지?」
「……자, 잠깐 기다려 유키노시타. 만일 내가 여기서 범인을 밝힌다고 해도 역효과야!? 그런 짓을 하면 그런 관계 라고 넌지시 말하는 것 같다니까!
……그렇다고 할까 오늘 방과 후쯤에 유키노시타에게 직접 사과하러 갈 거야」
도망쳐 봐야 유이가하마 유이의 손으로 직접 연행 당하겠지.
인과응보라고 할까. 불쌍하다.
유키노시타는 태블릿을 두 손으로 든 채 굳어져 있다. 잠시 후, 목만 끼기긱 움직이고는, 나를 째려보았다.
「그 사진, 데이터하고 같이 맡아도 괜찮을까? 그런 사진은 사람들 눈에 띄어서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시로메구리 회장에게도 사정을 이야기해서 데이터 삭제를 신청해야겠구나」
「그, 나 사진 전부 봤는데, 히키가야 하치만이 찍힌 사진은 그 정도밖에 없었는데 전부 지우는 건 불쌍하다고 생각해……」
「그럼 증거품으로서 내가 보관할 필요가 있겠구나」
「그거, 히키가야 하치만의 사진이 갖고 싶을 뿐인 거 아니야? 유키노시타」
「…………이건 어디까지나 범인에 대한 증거품으로서 보관할 뿐. 일이 끝나면 처분할 예정이니까」
「……유키노시타,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고 말하면 되는데」
봐, 그러니까 말했잖아. 에이트센시스에 눈을 뜨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어, 어쨌든 말이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파파라치 자식의 존재가 아니라,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이 함께 행동하고 있던 사실에 대한 거야. 이 8장의 사진을 시간 순서 대로 배열하면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은 적어도 한 시간은 함께 행동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거야.
그 뭐랄까, 한 시간 이상이나 함께 있으면 연인설도 스토커설도 돌 만해. 그래서, 사실은 어때?」
「문화제 실행위원 업무로 있었을 뿐이야」
「정말이야?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무슨 약점이라도 잡혀 데리고 돌아 다녀진 것이란 설이 유력한데」
「어머, 그 눈이 썩은 남자가 내 약점을 잡아? 잠꼬대는 영면하고 나서 말하는 게 어떨까」
「또 영면!? 얼마나 사람을 죽이고 싶은 거냐고……」
J반 여자의 매도 트렌드가 언제부터 영면이 된 거야!? 이걸로 이틀 연속으로 영면하라고 들었어…….
「그, 그럼 유키노시타는 히키가야 하치만과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고, 약점을 잡힌 것도 아니라」
「그러니까 쓸모 없는 헛소리는 그만 뒀으면 하는데」
「아니, 그것만 알면 됐어. 점심 식사까지 함께 하는 정도니까 사이가 나쁠 리는 없겠지」
「누구한테 그것을」
「……에, 진짜로 같이 점심 먹었구나, 유키노시타」
「…………」
어이 어이, 진짜야? 지금 건 유도 심문도 뭣도 아니었는데.
그리고 시선을 홱 돌리고 노골적으로 침묵 하지마. 뭔가 나쁜 짓을 한 듯한 기분이잖아.
하지만 이 반응, 방금 전하고 역시……꽤 좋은 걸? 무적 파워? 진짜 괜찮은 느낌?
수상한데 말이야, 계속 추궁해 보자.
「그~러고 보니 유키노시타 들었어, 개회식이 한창일 때 히키가야 하치만과 만담했었다는 이야기. 인컴 너머로」
「다, 당신……!」
「누군가가 말리지 않았다면 끝없이 계속 될 기세였다고? 도대체 어떤 대화였을까. 나, 신경 쓰여!」
「그건 히키가야의 존재감이 희미했던 것이 잘못이야. 그에게 좀 더 존재감이 있었다면 연락 하나에 시간이 걸렸을 일도 없었을 테니까 히키가야의 잘 못 인 거지. 나의 완벽한 인선에 실수가 있었다면 히키가야을 타임 키퍼로 한 것일까. 히키가야 주제에」
「전력이라든지……」
「뭔가 불만이라도」
「아니, 없어. 대충 무슨 대화가 있었는지 상상이 돼. 뭐랄까 이걸로 그의 오해가 하나 더 풀렸네. 스토커도 애인도 아닌 동료……아니, 친구」
「미안하지만, 그건 무리」
「친구도 아닌 거야! 아?정말 귀찮은 관계네……」
뭘까, 어째서 일까 히키가야 하치만이 이 말에 가차 없이 무시 당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거, 혹시 유키노시타는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항상 매도 당하는 게 아닐까?
우우, 부끄러움을 숨기려는 매도라면 귀엽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의미로는 유키노시타 답다고 할 수 있을 지도…….
[newpage]
그건 됐고,
「정신을 가다듬고 설명할게. 어째서 내가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이 함께 행동했던 것까지 파고들어 조사했는지. 이건 히키가야 하치만이 미움을 받게 된 결정적인 에피소드가 된 옥상 건하고 관계가 있어.
유키노시타, 솔직하게 대답해줘. 너는 어느 시점까지 히키가야 하치만과 행동───아니, 이 사진에서 찍힌 것 보다 명확할 거야.
8장 사진 중, 마지막으로 촬영된 건 이 한 장.
히키가야 하치만의 카메라를 너가 들고 있는 사진이 찍힌 후에, 함께 체육관으로 들어갔어?」
라고 말하고는, 나는 점심 가방에서 팜플릿을 꺼내, 체육관 스테이지 프로그램 상영 시간이 적혀 있는 페이지를 펼치고 유키노시타에게 전했다. 정말 뭐든지 나오는 이 런치 백. 4차원 주머니인 거야?
유키노시타은 팜플릿을 보고는, 상연 목록 중 어느 때에 체육관으로 들어갔는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유키노시타의 손가락은, 졸업생의 관현악단 연주회를 가리키고 있었다.
「흐음. 이걸로 히키가야 하치만의 알리바이는 성립했네」
「알리바이?」
「그래. 메구리 선배에게 먼저 들은 것이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은 엔딩 세레모니가 시작되기 오래 전부터 이미 체육관에 있었다. 이로써 확정이네」
「그것이 무슨 일인 걸까?」
「……사가미 미나미와 히키가야 하치만이 옥상에서 싸웠다는 건, 알고 있지? 소문이 어떤지 알아?」
「………」
또 다시 유키노시타가 침묵한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건지, 그렇지 않으면 모르는 건지.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내가 지금 말한다.
「엔딩 세레모니 개시 30분 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가미 미나미를 옥상으로 불렀다. 그 이유는, 자기가 문실 내에서 입장이 나빠졌다는 걸 사가미 미나미에게 화풀이 하기 위해서.
위기 상황에 처한 사가미 미나미는, 아슬아슬하게 나타난 하야마 하야토와 그녀의 친구가 구해서 살았다───라는 이야기야」
이 또한 큰 오해를 품은 채 유포된 소문 중 하나다.
아직 집안 싸움 범주에 속했던 슬로건에 비할 바가 아닌, 상당수의 학생이 이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성가신 건, 이 소문에서 회자되는 것이, 세 가지를 제외하고 사실이라는 점이다.
유키노시타는 엄청 싫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 눈을 전혀 피하지 않는다. 하지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것도 아니라, 그저 얼음처럼 싸늘하리 만치 냉정한 표정으로 내 말을 기다리고 있다.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그녀는 1mm도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
틀림없다───그녀의 정말로 완고한 태도를 보고 그렇게 확신했다.
하야마 하야토와도, 메구리 선배와도, 하루노 선배와도 다른 반응이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사실, 『답 맞추기』를 유키노시타와 실행할 때의 최대 염려 사항은 이 옥상 건이었다.
그녀가 히키가야 하치만의 행동을 파악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꽤 낮지만 있기는 했다.
모은 정보 범위 내에서는, 그녀가 히키가야 하치만의 행동 이면을 완전히 알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상황 증거와 내 추리를 통해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뿐, 사실은 무엇 하나 알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 유키노시타 역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로써 겨우 답 맞추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newpage]
엔딩 세레모니전 옥상의 건에서, 3개 정도 심하게 왜곡된 사실이 있다.
먼저, 엔딩 세레모니 30분 전에 히키가야 하치만이 사가미 미나미를 옥상에 불렀다는 것.
파파라치 자식이 찍은 사진, 유키노시타와 메구리 선배의 증언이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기에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있다.
「뭐, 호출에 관해서는 너와 만나기 전에 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하지만, 그가 불온한 움직임을 보였다면 너가 가만히 두지 않았겠지」
이것으로 하나, 왜곡된 부분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다음은 그가 사가미 미나미에게 원한을 풀었다.
「……아쉽지만, 이것에 관해서는 증거가 없어. 이 건에 대해 자세히 듣기 위해 어떤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뭐 확실치 않은 태도였다 보니……」
하지만, 그의 태도를 보건대, 사실이 아니라고 추측할 수는 있다. 딱히 하야마 하야토의 발언을 전면적으로 믿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하야마 하야토는 사람의 욕이나 결점은, 입이 찢지 않는 한 말하지 못할 남자다.
「그런 당사자 중 한 명인 그가 히키가야 하치만을 우회적으로 감싸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을 볼 때, 이것도 부정할 수 있긴 해」
두 번째는 어디까지 되돌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곡된 부분을 똑바로 하려는 노력은 했다.
마지막으로 위기 상황.
소문으로는,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가미 미나미를 피폐시킨 뒤 폭행을 할 의도였다는 말도 있어, 그것이 그가 미움 받는 최대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메구리 선배가 이를 부인했어. 매도 그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지만, 폭행 미수는 과장된 거짓이라고 단언했지. 그리고 또 하야마 하야토의 발언이지만, 그는 자기 행위를 『쓸데없는 일을 했을지도 몰라』라고 말했어. 여자의 몸에 위해가 가해질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죽어도 말할 수 없는 대사라고 할 수 있지」
그가 그런 면에서 귀축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이상의 이유로 세 부분에 대해서는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오도된 것으로 단정했어.
하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이 저지른 짓은 사람도, 자료도 부정하지 않아. 그래서 분하지만, 일단 진실로 생각하기로 했어.
해서, 우선 이것으로 문화제까지 일어난 사건의 복습은 종료야. 뭔가 질문이 있지 않을까?」
이야기를 하면서, 나 잘도 여기까지 조사할 수 있었구나 하며 나 자신에게 감탄했다.
유키노시타는 갑자기 눈을 감고는, 이번에는 빨대를 입에 붙였다.
한 모금 마시고, 숨을 돌리고는.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잘 알고 있구나. 그럼 호의를 받아들여서」
하나 질문해도 괜찮을까, 라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최종 목표는, 히키가야의 악평을 멈추려는 걸까?」
[newpage]
그것도 한 번은 생각했다.
「나는 그저 탐정. 탐정은 사실을 규명해 의뢰인에게 보고하는 것이 일. 그리고, 지금은 최종적이지만 아직 수사가 한창이야.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렇지만……모든 것을 밝히고, 어떻게 할지는 의뢰인 나름이지 하지만, 이 건에 대해 내가 한 마디 하게 해준다면───사람을 헐뜯는 게 그렇게 즐겁다면, 같은 꼴을 당해도 불평 없겠네? 정도?」
무엇보다도, 그 의뢰인이 나 자신이란 말이지.
하지만 지금은 탐정이다. 아무리 히키가야 하치만의 악평이 잘못된 것 투성이라도, 지금은 일개 탐정.
사실을 쫓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녀를 상대로 답 맞추기를 해야 한다.
의뢰인은 나다.
그러나 탐정도 나다.
그렇다면, 나는 절대 틀려서는 안 된다.
모든 자료와 말이 진실로 이끌어도, 실수해서 틀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나 자신이 조사한 성과물을 진실이라고 멋대로 믿고 행동하는 건, 소문을 흘리는 녀석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 녀석들 또한, 자기가 들은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퍼뜨리는 거니까.
그렇게 되는 건, 싫어.
「……여기서부터 내 추리가 되는데, 들어 볼래?」
「나를 꾀어낸 이상, 당신은 끝까지 나에게 자백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당연.
그 때문에 너를 꾀어냈으니까, 마지막까지 어울려주지 않으면 이쪽이 곤란하다.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폐에 공기를 보내고, 쌓여 있던 긴장을 밖으로 천천히 내보낸다.
좋아, 가자.
「이야기는 슬로건 건으로 거슬러 올라가.
문실은 이 사건을 경계로 크게 변화했지. 가장 큰 변화는 말할 것도 없이, 출석률의 변화와 농땡이도의 대폭적인 저하. 인원의 증가로 인해 하야마 하야토는 F반으로 돌아가고, 이후, 실전까지 이 체제가 계속 되었어.
한 마디로 말하면, 의식 개혁에 성공해서 좋아진 거라고 할 수 있겠네.
그 주인공은 틀림없이 유키노시타과 히키가야 하치만, 너희들 두 사람의 행동이지.
왜 두 사람의 행동이 의식 개혁으로 이어졌을까?
대답은 간단해.
히키가야 하치만이 그들의 약점을 찔러 꺼림칙한 기분으로 만든 것을, 유키노시타가 곧바로 전원에게 강제 참가를 통지함으로써, 반강제적으로 일을 하게 될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는 거지.
이 말은 마치 히키가야 하치만의 행위를 너가 이용한 것처럼 들리지만───너희들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 그건 반대라고 단언할 수 있어.
그렇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있어서는 굳이 그런 행동을 취할 이유가 없지」
어젯밤, 그녀도 말했었다. 그때 「균열을 만들어도 상관없었겠지」라고 나는 말했지만, 역시 냉정하게 생각 해보면, 히키가야 하치만은 어느 쪽이어도 타인의 원한을 사게 된다.
자기 몸이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집단적인 심리와 본능이 브레이크를 건다.
히키가야 하치만 또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어떤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결국은 단순한 고등학생.
집단에 만족하고, 분위기를 우선하고, 자기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걸 오기로라도 막는다.
인간을 밀어내고, 깔보고, 이용하고, 궁지에 몰고, 비웃고, 경시하고, 배제하고, 으깨서 라도 자기 몸과 자존심을 지키려 한다. 그게 사람이다.
집단이 되면 어떨까.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 악역을 맡았다. 그 뒤에는 확고한 결의가 있었던 거지. 보통은 절대 거역할 수 없는 집단심리도 뛰어넘을 결의가」
평범한 결의가 아니다. 완전히 각오한 후에 그는 행동한 거다.
히키가야 하치만은 아싸다.
2학년 F반 돌격 때나 디폴트적으로 히키타니로 오인 되는 것 정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희생해도 괜찮을 만큼, 아싸가 자기 보신을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완전히 반대다.
아싸는 자기에게 해가 미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리얼충에게는 접근하지 않고, 인간 관계에도 관여 하지 않는다. 유리 같은 예방선을 만들고 안쪽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그 안쪽으로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이 나타나면?
잃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만한 동기를 주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유키노시타. 문화제 기간 중, 한 번 학교 결석했던 적 있지?」
「있었네. 그러고 보니」
「그 날, 너네 집에 두 사람이 병문안을 갔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
누구를 말하는 건지, 유키노시타는 알 것이다.
동시에, 어째서 그런 일까지 알고 있는 걸까 묻고 싶어 하는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것과 이것과는 관계없을텐데. 내 사생활까지 조사하다니, 고소라도 당하고 싶은 걸까?」
「아니, 관계있어. 왜냐면, 병문안이야말로 전환점이라고 나는 생각하니까. 평범하게 생각하면 전혀 접점이 없는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이가하마 유이가 병문안을 오다니, 보통은 생각할 수 없어.
그래서 조금, 너희들의 관계를 조사해봤어」
같은 반 남자가 문실에 있는데도 그 남자가 아니고,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이가하마 유이가 문병을 간 그 이유.
유키노시타가 한 순간 깜짝 놀란 표정으로, 직후, 정말 기분이 안 좋은 듯한 서늘한 시선으로 나를 본다.
지금까지 보여준 시선과는 완전히 다른 질───하루노 선배가 나를 평가하고 있었을 때보다 훨씬 차가운, 적의까지 느껴지는 얼음의 시선. F반하고는 또 다른 차가움.
그렇지만 쫄지 않아.
「히키가야 하치만의 친구인 토츠카에게 이야기를 들었어.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이가하마 유이의 관계에 대해서. 1학기 언제인지는 잊었지만, 테니스 코트 쟁탈전이 있었던 것 같네. 그 때 처음 너희들 셋이 한자리에 모인 것으로 알고 있어」
내가 천사 토츠카에게서 알아낸 건 F반 시간표만이 아니다.
이 셋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나는 토츠카의 아침 훈련에 실례했었던 것이다.
유키노시타의 차가운 아우라가 조금 약해진 것 같다. 응, 쫄지 않은 덕분일지도. 이제 멀쩡하다.
「아, 그래 그래.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 상대는 미우라 하야마 페어였다는 것도 들었어. 화려하게 싸웠다고 말이지……그리고, 이겼다고. 토츠카는 어째서 랄까 『일단』이라고 말했는데…….
이때, 토츠카는 너희들이 자기를 『도와줬다』라고 말했어
대체 어떤 의미로 도왔는지 물었더니, 연습에 어울리거나 테니스 코트 건도 토츠카 관련 건으로 일어난 것 같더라.
약소부인 테니스부를 어떻게든 하기 위해서, 세 사람은 토츠카의 연습 같은 걸 도운───그것이, 토츠카가 『도와줬다』고 말한 이유.
너희들은, 그런 집단이야」
그녀는, 히키가야 하치만의 행위를 『봉사』라고 말했다.
봉사란, 보수를 요구하지도 않고, 다른 담보를 요구하지 않고, 사심 없이 노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한 단어에 대해, 이렇게까지 운명을 느낀 순간은, 과거에는 없었다.
시립 소부 고등학교 문화제에서 진정으로 중심에 있던 집단이, 그와 그녀와 그녀의 부활이었던 것이다.
「봉사부──── 너희들의 부활이야, 유키노시타」
그래.
모든 시작은, 이 수수께끼의 부활이었던 것이다.
허가해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해당작품 본편은 회색빛잔영님, 2side님, 일각여삼추님, PsnPd님, BlueT님, 우드락님, Jemes님이 각기 번역해 주셨고,
번역 감수 및 외전은 저 아이시스가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협력 정말 감사합니다.
Chapter 21 탐정소녀와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그의 악평을 파헤친다.
처음 한 답 맞추기는 『슬로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문실 내 모습에 대한 확인이다.
좌우간 여하튼 이 건은 후에 일어난 이야기를 언급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기도 하다. 히키가야 하치만에 대해 퍼진 소문에서도, 악평의 기초, 혹은 포석이라 해도 좋을 에피소드인 이 사건은, 아무래도 유키노시타의 입으로 진위를 듣지 않으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양자의 인식에 차이가 있으면, 답을 맞추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 아무래도 하루노 선배와 이야기한 것과 학생회에 숨어들어 데이터를 빼돌린 것을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설명에 난항을 겪었지만.
뭐, 대개 생각했던 대로 설명을 할 수 있었다.
「───이상이, 슬로건 건의 진상과, 이에 이르기까지 문실의 대략적인 흐름이야. 질문 있어?」
유키노시타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빨대가 꽂힌 팩 음료가 있었지만, 이야기 중에는 한 번도 그것을 입으로 옮기지 않았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는 증거다.
「……정말로 당신, 일주일 동안 입원하고 화요일 오후부터 등교한 게 맞는 걸까? 히키가야를 조사할 수 있었던 것이 수요일부터라고 생각해도, 그 조사 능력에는 감탄하게 되는구나」
「아니 아니, 칭찬은 영광이지만. ……그래도, 내 힘으로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고는 생각은 들지 않아.
네 언니, 하루노 선배가 메구리 선배를 학생회실에서 멀리 보내지 않았다면 자료를 꺼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테고, 그리고 하루노 선배가 당시 모습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히키가야 하치만의 봉사는 깨달을 수 없었을 테니까」
솔직히 말해,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문실 자료를 찾아내 수사를 큰 폭으로 진전 시킨 것 자체가 기적이다. 만약 문실 자료 없이 청취 조사 만으로 문화제의 이면을 조사했더라면, 앞뒤가 달라지는 인물상에 휩쓸린 수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 사이 학생들의 관심은 문화제에서 체육제로 옮겨지고, 수사는 더욱 혼선을 빚었을 것이다.
아직 문화제가 끝난 지 일주일도 안 되었기에 신선도는 발군이라고 해도, 3일 동안의 조사만으로 유키노시타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수확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다.
수사를 최단 거리로 돌파하려 했다면, 하야마 하야토나 우리 반 남자 같은, 처음부터 진상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가장 빨랐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하야마 하야토는 그런 사람이고, 우리 반 남자도 히키가야 하치만을 연적으로 생각하며 쩨쩨한 계산이나 하니까, 유익한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자료를 조사하는 것이 진상을 알 수 있는 최단 거리였던 것이다.
「좋은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겠구나」
매우 냉정하게, 눈을 감고 유키노시타가 말했다.
「이것이 당신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해도, 학생회에서 무단으로 데이터를 반출한 행위는 처벌 받아야겠구나. 이 건은 내가 시로메구리 회장에게 전해두겠어」
자료 반출을 말한 시점에서 그런 말을 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이상 그 자료의 산에 용무는 없다. 나는 유키노시타의 충고를 받아 들여 제대로 전해 달라고 말했다.
「아, 그래도 물품 관리 폴더에 있는 숨겨진 파일은 지우지 않기를 권할게」
「숨겨진 파일?」
「내가 서버에서 빼낸 데이터 중 숨겨진 파일이 하나가 있었어. 그 안에는 텍스트 에디터 프로그램───메모장 하나만 들어있었는데, 실은 그거 회의록이야.」
「회의록? 틀림없이 회의록은 모두 회의록 파일 내에……설마」
벌써 눈치 챈 건가.
역시 유키노시타, 이해가 빠르다.
「맞아, 하루노 선배가 집필해서 몰래 섞어두었던 회의록이야.
하루노 선배의 외부 단체가 참여한 날부터 문화제 이틀째까지의 일이 매우 세세하게 쓰여져 있어. 유키노시타라면, 얼마나 자세하게 쓰여 있을지 알 거라고 생각해서 굳이 내용은 말하지 않겠지만……. 나는 그걸 『하루노 회의록』이라고 부르고 있어」
조수가 유지 단체 (외부) 활동 보고서에서 발견한 케빈·V·세브피아씨.
그 "V Sevfir"부분에 빨간색 언더라인이 그어져 있었다.
답부터 말하지면, 케빈·V·세브피아 라는 인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일종의 암호문이며, 이것을 풀면 서버 내에 숨겨진 파일이 존재하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싶어!
우연히 서버 안 파일 중 숨겨진 파일이 있는 것을 발견해서 열어 보니 하루노 선배의 마이 회의록이 있었다든지, 이게 암호라면 아무도 모른다고.
아마 Server와 file을 적당히 조합하고, V는 영문 숫자 5, 거기에 언더라인이 그어져 있는 것은, 5번째 서버 파일 아래의 파일, 즉 6번째에 숨겨진 파일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타낸다……적당히 이유를 붙이면 이렇게 되지만, under에 『숨긴다』라는 의미는 없을 텐데─……?
라고 유키노시타에게 설명하자,
「언니가 그런 허술한 암호를 만들었다고 하는 걸까? 농담도 적당히 하렴. 만약 언니가 암호문을 만들었다면 더 노골적이고 난해한 것을 생각했을 테니까」
깔끔하게 기각 당했다.
아무래도 언니와 사이는 안 좋아도, 언니에 대한 건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나도 그 사람이 이런 걸 생각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정말로 케빈씨가 존재하고 있고, 스펠링 미스나 무언가로 인해 언더라인을 그었던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완전히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은 들지만, 생각해봐야 끝이 없을 것이다.
아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암호문 보다, 지금은 내용 쪽이 우선이다.
이 하루노 회의록은, 공적인 기록으로써 히키가야 하치만이 남긴 회의록 이상으로 세세한 것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어떤 의미로는, 공식보다 정확한 기록일 것이다.
만약 이걸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다음 학생회와 문실 멤버가 우연히 발견해서, 이번 같은 질서 붕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가 될 지도 모른다.
이 의견도 유키노시타는 버렸다.
[newpage]
「무의미하네. 그건 당신의 희망적인 관측에 지나지 않아.
같은 조직이라도 인원이 바뀌면 방침도 바뀌고, 무엇보다 발견하더라도 내년 학생회가 문화제 기획 단계에서 발견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 거기에 언니는 위원회에 매일 출석하지 않았으니까, 그 시점에서 언니의 회의록은 히키가야의 회의록보다 뒤떨어져」
「하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의 보고서보다」
「지금 세대의 문제점을 다음 세대에 전한다는 견지로 생각하면, 언니의 보고서가 그것을 감당하는 것은 불확실하고 불안전 해.
학생회 자료에 섞여 있는 것이라면 또 모를까, 텍스트 데이터 같이 용량을 별로 차지하지 않는 것을 숨겨진 파일로 저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견 가능성이 낮아.
추측이지만, 언니의 회의록에는 언니의 이름이 없지 않을까.
그 허술한 암호문이 정말로 언니의 회의록을 가리키고 있다고 해도, 언니의 이름이 회의록에 적혀 있지 않는 이상, 제 삼자는 누가 회의록을 작성했는지 몰라. 그리고 텍스트 편집기로 보존되어 있다면, 내용을 조작해서 당신의 희망적인 관측과는 반대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어」
듣고 보니, 유키노시타의 의견은 타당하다.
그녀의 말대로, 하루노 회의록에는 중요한 집필자의 이름, 즉 하루노 선배의 이름이 없다. 미스터리한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회의록을 믿어도 되는 걸까? 라고 한다면, 확실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게다가 이것을 발견한 건, 내 컴퓨터가 숨겨진 파일을 모두 표시되도록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우연의 산물.
텍스트 자체의 문장은 꽤 많지만, 텍스트 에디터로 보존되었기에 용량은 정말로 적다.
나처럼 설정을 바꾸거나, 수치를 잘 살펴 보지 않는 한, 하루노 회의록의 존재는 알아채지 못 한다.
조작 또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이 당신 손에 있는 한 히키가야도, 하야마도 당신에게 따를 수밖에 없겠구나」
「그래. 엄청나게 위험한 내 비장의 수단이야.
이런 것이 퍼지면 당시 문실 멤버 중 몇 명은 그냥은 끝나지 않을 위기에 빠질 게 명백하니까. 자칫하면 체육제가 역대 최악의 *축제가 될지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네」
(역주 : 원문은 화제(火祭) 즉, 화제(불)와 화제 발음이 비슷한 말장난)
「그렇다면, 더더욱 남길 이유가 없겠구나. 당신이 보관하고 있는 데이터도, 학생회에 있는 데이터도 곧바로 삭제 시켜야겠어」
「으~응, 다른 데이터는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렇지만, 내가 가진 건 적어도 히키가야 하치만의 소문이 수습될 때까지는 보관하게 해줘.
……그에 대한 악의가 지금보다 강해지고, 무시할 수 없는 레벨의 피해가 발생할 것 같은 상황에 이를 경우, 나는 곧바로 하루노 회의록에 농땡이도 통계를 공개할 거야
그런 의미로도 비장의 카드이기도 해, 이건」
어쩌면, 하루노 선배가 생각한 본래 용도가 이것일지도 모른다.
발견하기 어렵기 짝이 없지만, 한 번 찾으면, 히키가야 하치만이 재학 중인 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설령 체육제 후일지라도, 그토록 달아오른 문화제의 이면이 알려진다면, 소문을 퍼트린 사람들 입장으로는 확실히 잊었을 무렵에 온 시간차 공격이다.
지금의 히키가야 하치만을 웃도는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엔 충분한 무기다.
「괜찮아, 지금은 아직 하루노 회의록을 쓸 생각은 없으니까 안심을.
이처럼, 슬로건 사건에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어. 그리고 듣고 싶은 건 그 후 상당히 뒤───문화제 둘째 날 일이야.
그럼, 이제부터가 유키노시타의 첨삭과 의견이 필요한 『답 맞추기』가 돼. ───이유로서는, 둘째 날의 너의 행동이야.
하나 물어도 괜찮아, 유키노시타?」
[newpage]
「새삼스레 뭘까」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에 관한 소문이 하나 있는 거 알고 계십니까?」
유키노시타은 작게 고개를 젓는다.
「……모르는 거네. 뭐, 무리도 아닌가……. 단적으로 말하자면, 히키가야 하치만이 너의 스토커라는 소문이 조심스럽게 돌고 있어」
유키노시타가 모든 움직임을 딱 멈추고는, 입을 조금 연 채 지긋이 나를 노려 본다.
무섭다. 유키노시타의 저 눈 무섭다. 진짜 무섭다.
「어디의 누가 그 소문을 퍼트린 건지 가르쳐 주렴」
「추, 출처까지는 몰라! 나도 친구에게 들었을 뿐이고. ……실은 하나 더 있긴 한데」
「또 있는 걸까?」
「……그, 그래.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키노시타가 사귀고 있는 거 아닐까 라는 이야기야……」
「…………」
유키노시타의 눈빛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고, 내 어깨를 단단히 홀드했다.
우왓, 무서워.
갑자기 히메가미(姫神 )가 강림한 듯한 위압감을 내뿜으며 어깨를 잡지 마! 춤출 테니까 용서해줘!
「이이이이이건 그, 어느 쪽이냐면 내부 소문! 애, 애초에 이런 사진이 찍히는 유키노시타 잘못 이야아아아아! 자!」
나는 조심조심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한 사진을 띄운다.
태블릿에 띄운 건, 히키가야 하치만이 음식을 구입하고 있는 걸 유키노시타가 보고 있는 사진이다.
「당신, 이거……」
「나, 난 입원 중이라 없었어! 그, 보다시피, 파파라치가 있었던 것 같아……」
「누가 찍었는지 가르쳐 주렴. 어차피 벌써 알고 알고 있겠지?」
「……자, 잠깐 기다려 유키노시타. 만일 내가 여기서 범인을 밝힌다고 해도 역효과야!? 그런 짓을 하면 그런 관계 라고 넌지시 말하는 것 같다니까!
……그렇다고 할까 오늘 방과 후쯤에 유키노시타에게 직접 사과하러 갈 거야」
도망쳐 봐야 유이가하마 유이의 손으로 직접 연행 당하겠지.
인과응보라고 할까. 불쌍하다.
유키노시타는 태블릿을 두 손으로 든 채 굳어져 있다. 잠시 후, 목만 끼기긱 움직이고는, 나를 째려보았다.
「그 사진, 데이터하고 같이 맡아도 괜찮을까? 그런 사진은 사람들 눈에 띄어서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시로메구리 회장에게도 사정을 이야기해서 데이터 삭제를 신청해야겠구나」
「그, 나 사진 전부 봤는데, 히키가야 하치만이 찍힌 사진은 그 정도밖에 없었는데 전부 지우는 건 불쌍하다고 생각해……」
「그럼 증거품으로서 내가 보관할 필요가 있겠구나」
「그거, 히키가야 하치만의 사진이 갖고 싶을 뿐인 거 아니야? 유키노시타」
「…………이건 어디까지나 범인에 대한 증거품으로서 보관할 뿐. 일이 끝나면 처분할 예정이니까」
「……유키노시타,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고 말하면 되는데」
봐, 그러니까 말했잖아. 에이트센시스에 눈을 뜨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어, 어쨌든 말이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파파라치 자식의 존재가 아니라,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이 함께 행동하고 있던 사실에 대한 거야. 이 8장의 사진을 시간 순서 대로 배열하면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은 적어도 한 시간은 함께 행동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거야.
그 뭐랄까, 한 시간 이상이나 함께 있으면 연인설도 스토커설도 돌 만해. 그래서, 사실은 어때?」
「문화제 실행위원 업무로 있었을 뿐이야」
「정말이야?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무슨 약점이라도 잡혀 데리고 돌아 다녀진 것이란 설이 유력한데」
「어머, 그 눈이 썩은 남자가 내 약점을 잡아? 잠꼬대는 영면하고 나서 말하는 게 어떨까」
「또 영면!? 얼마나 사람을 죽이고 싶은 거냐고……」
J반 여자의 매도 트렌드가 언제부터 영면이 된 거야!? 이걸로 이틀 연속으로 영면하라고 들었어…….
「그, 그럼 유키노시타는 히키가야 하치만과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고, 약점을 잡힌 것도 아니라」
「그러니까 쓸모 없는 헛소리는 그만 뒀으면 하는데」
「아니, 그것만 알면 됐어. 점심 식사까지 함께 하는 정도니까 사이가 나쁠 리는 없겠지」
「누구한테 그것을」
「……에, 진짜로 같이 점심 먹었구나, 유키노시타」
「…………」
어이 어이, 진짜야? 지금 건 유도 심문도 뭣도 아니었는데.
그리고 시선을 홱 돌리고 노골적으로 침묵 하지마. 뭔가 나쁜 짓을 한 듯한 기분이잖아.
하지만 이 반응, 방금 전하고 역시……꽤 좋은 걸? 무적 파워? 진짜 괜찮은 느낌?
수상한데 말이야, 계속 추궁해 보자.
「그~러고 보니 유키노시타 들었어, 개회식이 한창일 때 히키가야 하치만과 만담했었다는 이야기. 인컴 너머로」
「다, 당신……!」
「누군가가 말리지 않았다면 끝없이 계속 될 기세였다고? 도대체 어떤 대화였을까. 나, 신경 쓰여!」
「그건 히키가야의 존재감이 희미했던 것이 잘못이야. 그에게 좀 더 존재감이 있었다면 연락 하나에 시간이 걸렸을 일도 없었을 테니까 히키가야의 잘 못 인 거지. 나의 완벽한 인선에 실수가 있었다면 히키가야을 타임 키퍼로 한 것일까. 히키가야 주제에」
「전력이라든지……」
「뭔가 불만이라도」
「아니, 없어. 대충 무슨 대화가 있었는지 상상이 돼. 뭐랄까 이걸로 그의 오해가 하나 더 풀렸네. 스토커도 애인도 아닌 동료……아니, 친구」
「미안하지만, 그건 무리」
「친구도 아닌 거야! 아?정말 귀찮은 관계네……」
뭘까, 어째서 일까 히키가야 하치만이 이 말에 가차 없이 무시 당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거, 혹시 유키노시타는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항상 매도 당하는 게 아닐까?
우우, 부끄러움을 숨기려는 매도라면 귀엽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의미로는 유키노시타 답다고 할 수 있을 지도…….
[newpage]
그건 됐고,
「정신을 가다듬고 설명할게. 어째서 내가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이 함께 행동했던 것까지 파고들어 조사했는지. 이건 히키가야 하치만이 미움을 받게 된 결정적인 에피소드가 된 옥상 건하고 관계가 있어.
유키노시타, 솔직하게 대답해줘. 너는 어느 시점까지 히키가야 하치만과 행동───아니, 이 사진에서 찍힌 것 보다 명확할 거야.
8장 사진 중, 마지막으로 촬영된 건 이 한 장.
히키가야 하치만의 카메라를 너가 들고 있는 사진이 찍힌 후에, 함께 체육관으로 들어갔어?」
라고 말하고는, 나는 점심 가방에서 팜플릿을 꺼내, 체육관 스테이지 프로그램 상영 시간이 적혀 있는 페이지를 펼치고 유키노시타에게 전했다. 정말 뭐든지 나오는 이 런치 백. 4차원 주머니인 거야?
유키노시타은 팜플릿을 보고는, 상연 목록 중 어느 때에 체육관으로 들어갔는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유키노시타의 손가락은, 졸업생의 관현악단 연주회를 가리키고 있었다.
「흐음. 이걸로 히키가야 하치만의 알리바이는 성립했네」
「알리바이?」
「그래. 메구리 선배에게 먼저 들은 것이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은 엔딩 세레모니가 시작되기 오래 전부터 이미 체육관에 있었다. 이로써 확정이네」
「그것이 무슨 일인 걸까?」
「……사가미 미나미와 히키가야 하치만이 옥상에서 싸웠다는 건, 알고 있지? 소문이 어떤지 알아?」
「………」
또 다시 유키노시타가 침묵한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건지, 그렇지 않으면 모르는 건지.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내가 지금 말한다.
「엔딩 세레모니 개시 30분 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가미 미나미를 옥상으로 불렀다. 그 이유는, 자기가 문실 내에서 입장이 나빠졌다는 걸 사가미 미나미에게 화풀이 하기 위해서.
위기 상황에 처한 사가미 미나미는, 아슬아슬하게 나타난 하야마 하야토와 그녀의 친구가 구해서 살았다───라는 이야기야」
이 또한 큰 오해를 품은 채 유포된 소문 중 하나다.
아직 집안 싸움 범주에 속했던 슬로건에 비할 바가 아닌, 상당수의 학생이 이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성가신 건, 이 소문에서 회자되는 것이, 세 가지를 제외하고 사실이라는 점이다.
유키노시타는 엄청 싫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 눈을 전혀 피하지 않는다. 하지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것도 아니라, 그저 얼음처럼 싸늘하리 만치 냉정한 표정으로 내 말을 기다리고 있다.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그녀는 1mm도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
틀림없다───그녀의 정말로 완고한 태도를 보고 그렇게 확신했다.
하야마 하야토와도, 메구리 선배와도, 하루노 선배와도 다른 반응이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사실, 『답 맞추기』를 유키노시타와 실행할 때의 최대 염려 사항은 이 옥상 건이었다.
그녀가 히키가야 하치만의 행동을 파악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꽤 낮지만 있기는 했다.
모은 정보 범위 내에서는, 그녀가 히키가야 하치만의 행동 이면을 완전히 알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상황 증거와 내 추리를 통해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뿐, 사실은 무엇 하나 알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 유키노시타 역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로써 겨우 답 맞추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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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세레모니전 옥상의 건에서, 3개 정도 심하게 왜곡된 사실이 있다.
먼저, 엔딩 세레모니 30분 전에 히키가야 하치만이 사가미 미나미를 옥상에 불렀다는 것.
파파라치 자식이 찍은 사진, 유키노시타와 메구리 선배의 증언이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기에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있다.
「뭐, 호출에 관해서는 너와 만나기 전에 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하지만, 그가 불온한 움직임을 보였다면 너가 가만히 두지 않았겠지」
이것으로 하나, 왜곡된 부분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다음은 그가 사가미 미나미에게 원한을 풀었다.
「……아쉽지만, 이것에 관해서는 증거가 없어. 이 건에 대해 자세히 듣기 위해 어떤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뭐 확실치 않은 태도였다 보니……」
하지만, 그의 태도를 보건대, 사실이 아니라고 추측할 수는 있다. 딱히 하야마 하야토의 발언을 전면적으로 믿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하야마 하야토는 사람의 욕이나 결점은, 입이 찢지 않는 한 말하지 못할 남자다.
「그런 당사자 중 한 명인 그가 히키가야 하치만을 우회적으로 감싸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을 볼 때, 이것도 부정할 수 있긴 해」
두 번째는 어디까지 되돌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곡된 부분을 똑바로 하려는 노력은 했다.
마지막으로 위기 상황.
소문으로는,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가미 미나미를 피폐시킨 뒤 폭행을 할 의도였다는 말도 있어, 그것이 그가 미움 받는 최대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메구리 선배가 이를 부인했어. 매도 그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지만, 폭행 미수는 과장된 거짓이라고 단언했지. 그리고 또 하야마 하야토의 발언이지만, 그는 자기 행위를 『쓸데없는 일을 했을지도 몰라』라고 말했어. 여자의 몸에 위해가 가해질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죽어도 말할 수 없는 대사라고 할 수 있지」
그가 그런 면에서 귀축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이상의 이유로 세 부분에 대해서는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오도된 것으로 단정했어.
하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이 저지른 짓은 사람도, 자료도 부정하지 않아. 그래서 분하지만, 일단 진실로 생각하기로 했어.
해서, 우선 이것으로 문화제까지 일어난 사건의 복습은 종료야. 뭔가 질문이 있지 않을까?」
이야기를 하면서, 나 잘도 여기까지 조사할 수 있었구나 하며 나 자신에게 감탄했다.
유키노시타는 갑자기 눈을 감고는, 이번에는 빨대를 입에 붙였다.
한 모금 마시고, 숨을 돌리고는.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잘 알고 있구나. 그럼 호의를 받아들여서」
하나 질문해도 괜찮을까, 라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최종 목표는, 히키가야의 악평을 멈추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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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한 번은 생각했다.
「나는 그저 탐정. 탐정은 사실을 규명해 의뢰인에게 보고하는 것이 일. 그리고, 지금은 최종적이지만 아직 수사가 한창이야.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렇지만……모든 것을 밝히고, 어떻게 할지는 의뢰인 나름이지 하지만, 이 건에 대해 내가 한 마디 하게 해준다면───사람을 헐뜯는 게 그렇게 즐겁다면, 같은 꼴을 당해도 불평 없겠네? 정도?」
무엇보다도, 그 의뢰인이 나 자신이란 말이지.
하지만 지금은 탐정이다. 아무리 히키가야 하치만의 악평이 잘못된 것 투성이라도, 지금은 일개 탐정.
사실을 쫓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녀를 상대로 답 맞추기를 해야 한다.
의뢰인은 나다.
그러나 탐정도 나다.
그렇다면, 나는 절대 틀려서는 안 된다.
모든 자료와 말이 진실로 이끌어도, 실수해서 틀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나 자신이 조사한 성과물을 진실이라고 멋대로 믿고 행동하는 건, 소문을 흘리는 녀석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 녀석들 또한, 자기가 들은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퍼뜨리는 거니까.
그렇게 되는 건, 싫어.
「……여기서부터 내 추리가 되는데, 들어 볼래?」
「나를 꾀어낸 이상, 당신은 끝까지 나에게 자백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당연.
그 때문에 너를 꾀어냈으니까, 마지막까지 어울려주지 않으면 이쪽이 곤란하다.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폐에 공기를 보내고, 쌓여 있던 긴장을 밖으로 천천히 내보낸다.
좋아, 가자.
「이야기는 슬로건 건으로 거슬러 올라가.
문실은 이 사건을 경계로 크게 변화했지. 가장 큰 변화는 말할 것도 없이, 출석률의 변화와 농땡이도의 대폭적인 저하. 인원의 증가로 인해 하야마 하야토는 F반으로 돌아가고, 이후, 실전까지 이 체제가 계속 되었어.
한 마디로 말하면, 의식 개혁에 성공해서 좋아진 거라고 할 수 있겠네.
그 주인공은 틀림없이 유키노시타과 히키가야 하치만, 너희들 두 사람의 행동이지.
왜 두 사람의 행동이 의식 개혁으로 이어졌을까?
대답은 간단해.
히키가야 하치만이 그들의 약점을 찔러 꺼림칙한 기분으로 만든 것을, 유키노시타가 곧바로 전원에게 강제 참가를 통지함으로써, 반강제적으로 일을 하게 될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는 거지.
이 말은 마치 히키가야 하치만의 행위를 너가 이용한 것처럼 들리지만───너희들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 그건 반대라고 단언할 수 있어.
그렇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있어서는 굳이 그런 행동을 취할 이유가 없지」
어젯밤, 그녀도 말했었다. 그때 「균열을 만들어도 상관없었겠지」라고 나는 말했지만, 역시 냉정하게 생각 해보면, 히키가야 하치만은 어느 쪽이어도 타인의 원한을 사게 된다.
자기 몸이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집단적인 심리와 본능이 브레이크를 건다.
히키가야 하치만 또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어떤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결국은 단순한 고등학생.
집단에 만족하고, 분위기를 우선하고, 자기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걸 오기로라도 막는다.
인간을 밀어내고, 깔보고, 이용하고, 궁지에 몰고, 비웃고, 경시하고, 배제하고, 으깨서 라도 자기 몸과 자존심을 지키려 한다. 그게 사람이다.
집단이 되면 어떨까.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 악역을 맡았다. 그 뒤에는 확고한 결의가 있었던 거지. 보통은 절대 거역할 수 없는 집단심리도 뛰어넘을 결의가」
평범한 결의가 아니다. 완전히 각오한 후에 그는 행동한 거다.
히키가야 하치만은 아싸다.
2학년 F반 돌격 때나 디폴트적으로 히키타니로 오인 되는 것 정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희생해도 괜찮을 만큼, 아싸가 자기 보신을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완전히 반대다.
아싸는 자기에게 해가 미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리얼충에게는 접근하지 않고, 인간 관계에도 관여 하지 않는다. 유리 같은 예방선을 만들고 안쪽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그 안쪽으로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이 나타나면?
잃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만한 동기를 주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유키노시타. 문화제 기간 중, 한 번 학교 결석했던 적 있지?」
「있었네. 그러고 보니」
「그 날, 너네 집에 두 사람이 병문안을 갔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
누구를 말하는 건지, 유키노시타는 알 것이다.
동시에, 어째서 그런 일까지 알고 있는 걸까 묻고 싶어 하는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것과 이것과는 관계없을텐데. 내 사생활까지 조사하다니, 고소라도 당하고 싶은 걸까?」
「아니, 관계있어. 왜냐면, 병문안이야말로 전환점이라고 나는 생각하니까. 평범하게 생각하면 전혀 접점이 없는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이가하마 유이가 병문안을 오다니, 보통은 생각할 수 없어.
그래서 조금, 너희들의 관계를 조사해봤어」
같은 반 남자가 문실에 있는데도 그 남자가 아니고,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이가하마 유이가 문병을 간 그 이유.
유키노시타가 한 순간 깜짝 놀란 표정으로, 직후, 정말 기분이 안 좋은 듯한 서늘한 시선으로 나를 본다.
지금까지 보여준 시선과는 완전히 다른 질───하루노 선배가 나를 평가하고 있었을 때보다 훨씬 차가운, 적의까지 느껴지는 얼음의 시선. F반하고는 또 다른 차가움.
그렇지만 쫄지 않아.
「히키가야 하치만의 친구인 토츠카에게 이야기를 들었어.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이가하마 유이의 관계에 대해서. 1학기 언제인지는 잊었지만, 테니스 코트 쟁탈전이 있었던 것 같네. 그 때 처음 너희들 셋이 한자리에 모인 것으로 알고 있어」
내가 천사 토츠카에게서 알아낸 건 F반 시간표만이 아니다.
이 셋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나는 토츠카의 아침 훈련에 실례했었던 것이다.
유키노시타의 차가운 아우라가 조금 약해진 것 같다. 응, 쫄지 않은 덕분일지도. 이제 멀쩡하다.
「아, 그래 그래.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 상대는 미우라 하야마 페어였다는 것도 들었어. 화려하게 싸웠다고 말이지……그리고, 이겼다고. 토츠카는 어째서 랄까 『일단』이라고 말했는데…….
이때, 토츠카는 너희들이 자기를 『도와줬다』라고 말했어
대체 어떤 의미로 도왔는지 물었더니, 연습에 어울리거나 테니스 코트 건도 토츠카 관련 건으로 일어난 것 같더라.
약소부인 테니스부를 어떻게든 하기 위해서, 세 사람은 토츠카의 연습 같은 걸 도운───그것이, 토츠카가 『도와줬다』고 말한 이유.
너희들은, 그런 집단이야」
그녀는, 히키가야 하치만의 행위를 『봉사』라고 말했다.
봉사란, 보수를 요구하지도 않고, 다른 담보를 요구하지 않고, 사심 없이 노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한 단어에 대해, 이렇게까지 운명을 느낀 순간은, 과거에는 없었다.
시립 소부 고등학교 문화제에서 진정으로 중심에 있던 집단이, 그와 그녀와 그녀의 부활이었던 것이다.
「봉사부──── 너희들의 부활이야, 유키노시타」
그래.
모든 시작은, 이 수수께끼의 부활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