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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J 반 탐정소녀는 잘못 되었다. - 문화제 수사록 -


원작 |

역자 | 회색빛잔영, 2side, 일각여삼추, PsnPd, BlueT, 우드락, Jemes, 아이시스(총편집)

투고 | 아이시스

해당 작품은 葵絵梓乃님의 허가를 받아서 번역했음을 알립니다. 

허가해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해당작품 본편은 회색빛잔영님, 2side님, 일각여삼추님, PsnPd님, BlueT님, 우드락님, Jemes님이 각기 번역해 주셨고,

번역 감수 및 외전은 저 아이시스가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협력  정말 감사합니다.


Chapter 25 언젠가는 끝맺을, 잃어버린 나날에 행복 하라는 웃음을 보낸다 (Epilogue)


그 뒤로 시간이 흐르고, 지금에 이르렀다.

멍하니 돌아본 시간이 꽤나 길었던 듯, 하늘에서는 이미 해가 잠기고 있었다. 얼마나 생각에 잠겼던 걸까 혼자서 딴죽을 날리며 와카나를 찾아보니, 맞은편 자리에 앉아 북 커버가 씌워진 책을 읽는 갈색 머리 여자아이가 있었다. 집중하고 있는 건지, 내가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도 반응이 없다.

일정한 페이스로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당분간 이어진다. 책을 읽고 있을 뿐인데 묘하게 그림이 되네 하고 감탄하고 있는데, 와카나가 내 시선을 깨닫고 말을 걸었다.

「……왜?」

「그거, 무슨 책이야?」

「……추리해 보시지?」

뿌리치듯이 말하고서, 와카나의 시선이 책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딱 재미있을 전개에 다다른 거겠지. 빨리 대화를 일단락 짓고 싶었는지 말이 빨랐었고.

「좋아. 다 읽고 나서 감상 들려줘」

「………」

와카나는 딱 한 순간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응, 하고 자그만 목소리로 말하고서 책의 세계로 돌아갔다. 그런 그녀를 보면, 이 부실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실감된다.

추리연구부실은 특별동, 봉사부 부실에서 한 층 아래 있는 3층, 국어준비실. 여기가 새로 부여된 방과 후 활동의 장이다. 지금까지는 나 혼자만 활동했었기에 부실을 받을 필요 없이 도서관을 거점으로 활동 했지만, 정식 부로서 인정받았으니 정착할 땅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그 때 봉사부에 데려가 주지 않았다면, 유키노시타를 필두로 봉사부가 수완 좋게 대응해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방과후는 없었겠지.

와카나가 책을 다 읽었을 때는 이미 완전히 하교시각이었기에, 나는 그녀가 읽던 책을 추리하지도 못하고 돌아갈 준비를 했다. 와카나도 책을 덮고 돌아갈 준비를 마쳤고, 하교를 재촉하러 온 고문 선생님에게 열쇠를 돌려주고, 우리들은 교문을 향해 걸었다.

「저기. 와카나 말이야, 어느 대학 갈 거야?」

벌써 고2 겨울이다, 고등학생이라면 이 시기가 되면 진로도 어느 정도 내다보고 있겠지. 갑자기 그런 걸 물어보고 싶어졌다.

「나? 나는…… 말해도 웃지 말아줘?」


「안 웃어. 나도 진로엔 진지하고. 그래서, 어딘데?」

내 짐작으론 와카나의 성적이라면 꽤 좋은 곳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국제교육과 학력 레벨과 남은 1년이란 공부기간을 생각해보면 지방 국공립, 구 제국대학(舊帝大 : 도쿄, 교토, 오사카, 홋카이도, 토호쿠, 나고야, 큐슈 대학. 간단히 말해 Top7) 수준도 사정권 내다. 나와 달리 치바를 떠날 이유도 없을 테고, 지방 국립인 관동권 어딘가 이겠지.

「극동 연방 대학」

「……어이 진짜 어딥니까 거기」

처음 듣는 대학 이름이다. 최근 진로에 대해 정보를 모으러 움직이는 나조차 그 대학 이름은 들은 적이 없다. 설마 와카나 정도 되는 여자가 F랭……

「러시아의 국립대학. 블라디보스토크에 있어」

와카나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들은 적도 없는 대학이길래 순간 F랭크인가 생각했더니만 터무니없는 곳이 튀어나왔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해, 해외 국공립이었어!?

「와카나, 유학 가는 거야!?」

「응」

내 경악하고는 반대로, 와카나는 지극히 냉정하게 대답했다.

「……꽤나 멀리 가버리네. 뭔가 하고 싶은 거 있어?」

「하고 싶은 거라…… 자취?」

「에―, 그거 교토에서도 할 수 있잖아. 어째서 일부러 외국까지 가서……」

「너랑 떨어지고 싶어서」

「………저기, 나 그렇게나 스토커 기질 있어?」

확실히 와카나는 좋아하지만 레즈 레벨까진 아니야? 가까운 예를 들자면 샤를이 전학 온 직후의 완사마씨(One Summer → 一夏, 이치카)의 텐션과 비슷한 레벨이 지금의 와카나에 대한 호감도. 그렇지? 어떻게 생각해 보아도 레즈 아니야. 그치?

「하지만 와카나의 진로를 내가 정해버리다니, 나 얼마나 죄 많은 여자인 걸까……」

「그럼 벌로 넌 교토대 떨어져줘. 하향 지원한 것들도 전부 떨어져서 재수해버려」

「호―오호오, 그렇게나 내가 교토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거네! 알았어 알았어, 제 2지망은 홋카이도로 해줄 테니까! ……그렇다고 할까, 정말 어째서 러시아야? 유학이라면 거기 말고도 많이 있잖아」

라고 묻자, 와카나는 멋쩍은 얼굴로, 으~응 신음한 후, 머뭇머뭇 이렇게 말했다.

「……외교관이 되고 싶어」

「외, 외교관?」

이건 또 터무니없는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네.

하지만, 듣고 보니 뭔가 짐작 가는 구석이 있었다.

「혹시, 나랑 문화제 자료 조사했을 때 형법인가 뭔가 말했던 게 이거랑 관계 있었어?」

「일단은. 좀 성급했던 걸까?」

「아니. 전혀. 와카나 다워」

「아, 고마워. 저기 말이야…… 딱 작년 이맘때쯤인데」

「1년 전? ……아, 혹시」

또 하나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와카나는 1학년 딱 이맘때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던가 해서 학교를 쉬었던 적이 있었다.
와카나의 할아버지는 살아 생전에, 외교관으로서 일본과 러시아 사이를 오가는 나날을 보냈다는 것 같다. 꽤 수완 좋은 외교관이었던 것 같아서, 냉전이 일본에 미치는 영향을 적게 하려고 온갖 수를 쓰셨다던가. 노후에는 바둑에 몰두해서, 와카나도 어렸을 때 실컷 뒀다는 것 같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서, 유품 정리를 거들다 보니 외교관 시절 사진이라든가 잔뜩 나와서…… 조사해봤더니, 할아버지는 대단한 사람이셨어. 초 굉장한 외교관이었다는 이야기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한테서 실컷 들었지만…… 그 때는 어렸으니까 헛바람 불어넣는다고 생각해서, 도중부터는 한 귀로 흘렸었는데……」

그것을 후회하듯이, 와카나의 왼손이 약하게 주먹을 쥐었다.

「나, 할아버지가 어떤 일을 했는지 뒤쫓아보고 싶어. 어떤 세계가 보였던 건지 나도 보고 싶어. 그리고」

「할아버지의 유지를 잇고 싶어, 라든가?」

「……뭐, 그런 거야」

「좋은 이유잖아」

정말 장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이유를 듣고서 웃으려 드는 사람은 내가 용서하지 않는다. 웃는다면 『탐정소녀 탈피』를 내걸고서 교토에 가려고 하는 내 쪽이 훨씬 더 우스꽝스럽다.

그렇다고 해도, 러시아――― 해외에, 와카나는 가는 걸까.

「그럼, 나와 와카나의 추리연구부는 내년으로 끝나네」

「……그렇네」

내년이고 뭐고 지금은 2학년, 수험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부활동도 할 수 없겠지.
추리연구부는 1학년 신입 부원이 들어오지 않는 한, 처음부터 끝이 보일 부활동이었다.

그런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말로 하자니, 긍정하자니, 뭐라 하기 힘든 애절함이 가슴 속에서 터질 것 같다.

「섭섭해?」

「전혀. 너랑 연을 끊게 돼서 홀가분해」

「조금은 슬퍼하라고!?」

「내가 왜. 딱히 부가 사라진대도 교실에 가면 여하튼 얼굴 볼 수 있잖아. 거기에」

「거기에?」

「……1유로 지폐, 아직 안 받았으니까」

퉁명스럽게 말하는 와카나.
한 발 앞을 걷는 그녀의 등은, 언제나 교실에서 앞을 보고 있을 때와 조금도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기뻐서, 나는 무심코 뺨이 풀어졌다.

아아, 나 이거 졸업식 날에는 ​대​성​통​곡​하​겠​구​나​…​…​.​

「1만 루블 벌 때까지 기다―――」

「유로화 환율 낮을 때」

잠깐, 지금 시기부터 엔화 비싸고 유로 쌀 때라니 가망성 낮잖아! 몇 년 뒤냐고, 정말…….

하지만 기다릴게.

그렇게 훌륭한 미소로 약속해 줘 버리면, 기다려주는 것이 친구의 의리다.

나도 최고의 미소를 그녀에게 보내며, 둘이서 함께 교문을 지나갔다.


[newpage]


이런 농담을 주고받을 시간도 이제 얼마 없다.

1년 하고 3개월.

실제로는 수험이라든가 휴일이라든가 포함하면 1년도 안 되는 시간이, 나와 와카나에게 남겨진 공유 가능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비관하지 않아.

이 시간은 추억이 아니라, 미래에 다시 해후할 약속을 맺은 시간이니까.

멀리 떨어지더라도, 약속만 기억한다면 러시아라도 교토라도 치바라도 괜찮아.

미래에도 와카나와 만날 수 있어.

그러니까 비관하지 않아.

그래도, 조금 쓸쓸하기는 해.

다시금, 와카나와의 추리연구부가 앞으로 1년하고도 조금 더 뿐이듯이, 유키노시타의 봉사부도 그 셋이서 있을 수 있는 시간도 앞으로 조금이구나, 하고 문득 생각한다.

추리연구부도 봉사부도, 학교든 부활동이든 제한 없이 모였다가 헤어지지만, 또 내년 3월이 되면 우리들은 예외 없이 소부 고등학교에서 떠나게 된다.

서로서로 여기저기 뿔뿔이.

유키노시타 일행의 봉사부는 대체 어떤 결말에 도달하게 될까.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며 이 학교를 돌아볼까.

돌아보지 않고 곧장 어딘가로 나아가버릴지도 모른다.
의외로 깔끔하게 잊고서 과거의 추억으로 삼으며, 조만간 적당히 떠올릴 뿐인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일생의 파트너를 만나, 청춘을 구가한 곳으로서 감사의 말을 남길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뭐라 해도, 언젠가 끝은 온다.

사람과 사람의 연은 의외로 무르다. 아주 작은 계기로 깨끗이 와해되고 단절된다. 그렇기에 지금 있는 누군가를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일 지도 모르고, 어차피 지금뿐이라고 딱 자르는 관계가 되어버리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 지금까지의 관계를 모두 버리고서 소부에 찾아온 예도 있다.

어쩌면, 단절된 관계를 다시금 이어 붙여 서로의 마음을 알기 위해 움직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다른 누군가와 미래의 약속을 나눌지도 모른다.

‘~지도 모른다’의 대 연쇄.

그런 청춘이 아직도 나를 기다린다.

졸업까지 앞으로 대강 1년 4개월의 시간 가운데,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만한 상대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는 단언할 수 없으니까.

그 와중, 만난 누군가와, 지금은 고등학교 동안만의 친구일지도 모르지만, 이별을 겪은 뒤에도 어딘가에서 반드시 만날 날이 올 거라는 불확실한 희망을 안으며, 남은 1년하고도 몇 개월을 이 소부고에서 보내게 되겠지.


분명 지금은, 그런 시기다.

누구라도.





―――역시 J반 탐정소녀는 잘못 되었다. 문화제 수사록 <<​完>>​
여기까지 해서 본편이 끝났습니다..

번역가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외전을 번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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