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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해요! 여간부님 ~ 육전기신 노스트라다 외전


투고 | V노블


              





1화. 그 여간부, 노브라 
2화. 그 여간부, 성희롱
후기  



1화 그 여간부, 노브라 (1)


“앙앙 울면서 빌 때까지 깔아뭉개주겠어!”

앙칼진 목소리에 비하면 꽤 귀여운 협박.

하지만 이 교성의 주인공이 소유하고 있는 압도적인 규모의 가슴을 감안하자면 결코 귀엽지 않다. 에로틱한. 그리고 물리적으로도 충분히 폭력이 될 위협이다.

‘정말이지 앙앙 울면서 빌고 싶다…’

이 여자. 부딪혔다간 전치 3주가 나올 가슴을 가진 이 여자. 입으로는 협박을 내뱉어도 속으로는 울상이다.

사자갈기처럼 휘날리는 붉은 머리카락. 삐져나오려는 풍만한 두 가슴을 아슬아슬한 장력으로 간신히 짓누르고 있는 검은 제복. 그리고 그 안의 목 아래 부분을 전부 감싸고 있는 타이트한 전신 타이즈. 

숭고히 흔들리는 가슴을 아찔하게 가리고 있는 제복 깃은 물 한 방울만으로도 넘쳐흐르기 일보직전의 유리잔처럼 긴장감으로 터질 것만 같다.

터질 것만 같은 것은 가슴만이 아니다. 눈물도 터질 것 같다.

이 충격적인 듀얼쇼크의 소유자 호란(28세. 여. 무직)은 이 나이 먹고서 이런 반라 상태로 거리를 뛰노라니 막 슬퍼지는 것이었다. 

어찌 됐든 일은 일.

호란은 우주해적단 두목이라는 범죄직종 종사자로서 눈물과 가슴을 흘리지 않게 열과 성을 다해가며 노동의 결실을 맺자 다짐한다.

오늘도 그녀는 호란이라는 지구인으로서의 정체는 숨긴 채, 은하무쌍의 우주해적 세그니아단의 두목 세그니아 팜을 연기하면서 곳곳에 난 생채기와 다 뜯어진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드세게 채찍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머리를 조아리고 구두를 핥게 해주지!”

미리 준비한 대사를 읽었을 뿐인데도 얼굴이 금세 빨개진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은 호란이, 우주해적단의 여간부가 전의에 불타올라서 빨개졌다고만 생각했다.

“노스트 왕가와 수호자의 명예를 걸고, 그대의 악을 정죄하겠어요!”

단호하지만 악의는 느껴지지 않는 선전포고.

맞은편의 ​항​시​공​연​음​란​현​행​범​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깜찍하고 귀여운―프릴과 레이스로 가득한 드레스 차림의―소녀가 굳은 표정으로 요술봉을 세그니아 팜에게 겨눈다.

이 사랑스러운 소녀의 이름은 히스류인 라디밀 아제르바이 노스트란 15세. 약칭 유윈 공주. 

태양계로부터 멀리 떨어진 노스트 별 왕가의 계승 순위 1위의 공주이자 세그니아단으로부터 절찬리 지구 수호 중인 영웅이다.

사랑스러운 프릴과 레이스로 장식된 치마. 노스트 왕가의 상징이기도 한 깜찍한 별 모양의 머리핀. 동화 속 공주님이나 들고 다닐 법한 아름다운 홀. 귀염귀염한 가방. 그리고 그 어떤 어두움도 모르는. 아니 어떤 어두움도 걷어낼 저 순진무구한 얼굴.

‘부러워…’

호란은 유윈이 부럽다. 자신과 달리 자그마한 키. 달콤한 솜사탕 같은 분홍빛 머리카락에 황금빛 눈동자. 갓 사 놓은 스마트폰 터치패널마냥 말끔한 피부. 달님처럼 둥글고 빛나는 두 눈. 거추장스러울 일이 결코 없을 소담한 가슴.

“오늘도 못된 일을 하시는군요!”

게다가 쟤가 착한 편이잖아. 쟤는 진짜 외계인인데.

눈앞의 상대방은 예쁘고 상냥하며 정의를 위해 싸우는 착한 소녀. 

하지만 자신은―비록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작전 때문이라고는 하더라도―괴물을 조종해 테러를 자행하는 악의 조직 여간부.

완전 부럽다.

예쁜 프릴과 레이스 그리고 리본으로 가득한 귀여운 소녀와 노출증 말기 가죽 본디지 차림의 노처녀의 대비가 아니더라도 무척이나 서러운 것이었다.

“이렇게 사람들을 상처 입히는 것으로는 무엇도 바꿀 수 없어요!”

호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세그니아가 저지른 침략 작전의 피해로 도시 곳곳이 박살났고 부상을 입은 사람도 거리 곳곳이다.

하지만 글쎄다. 무언가가 바뀌긴 많이 바뀐 풍경이다. 어찌 됐든 우주 다른 곳에서는 모를까 일단 지구에서는 옛 8비트 게임기 시절의 도트 그래픽 느낌이 나는 괴물들이 시가지를 종횡무진하며 난리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그렇다. 이번 세그니아단의 ​침​략​병​기​―​―​변​태​수​는​ 바로 도트라이저. 곰보다도 더 큰 게임기에 팔과 다리가 달린, 문자 그대로 변태수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괴수.

그리고 이 도트라이저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고전게임 등장인물처럼 변형시키고 조종하여 지구를 정복하려는 전략이다.

“야, 양심이 있으면 제발 너부터가 그 흉기나 놓고서 나를 상처 입히지 말아봐라?”

호란의 맞받아침. 아닌 게 아니라 유윈의 한손에 들려있는 마법봉은 끝부분이 뾰족뾰족하게 튀어나와 맞으면 되게 아프게 생겼다.

하지만 타격에 특화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마법봉의 쓰임새는 다른 곳에 있다.

유윈이 태어난 별 노스트의 사람들은 어떠한 갈등이나 분쟁이라도 간단히 조정할 수 있는 마법을 쓸 수가 있다. 그리고 그 마법은 넓은 우주에서도 노스트 행성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광석으로 제작된 이 요술봉으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유윈은 언제나 지구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하여 언제나 가감 없이 그 요술봉을 휘둘러 마법을 썼다.

붕.

펑.

섬광과 폭음 뒤 거리에는 피어나는 커다란 구멍.

오늘도 폭력이라는 이름의 마법이 눈부시게, 또 처참히 도심 한복판에서 펼쳐진다.

“…남을 모함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먼지가 가시자 유윈은 작게 속삭인다.

이미 오늘의 변태수 도트라이저조차 마법봉의 빔 공격으로 쓰러져 정신을 잃은지 오래이다.

지팡이로부터 쏘아져 나온 에너지 광선은 아슬아슬하게 호란의 옆을 스쳐 폭발을 일으켰다.

빔이 스쳐지나간 뺨으로부터 피가 살짝 흘러나온다.

“도, 도망치자!”

단 한 번 입은 깨알 같은 상처로 꽤나 급격하게 태세를 바꾼 해적단 두목 세그니아――호란은 이번에야말로 생명보험 수당을 받아내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며 진즉 마법의 세례를 받아 쓰러져 있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오늘은 놓치지 않겠어요!”

“저리가. 이 B급 호러무비녀야! 유혈낭자 마법소녀 따위 유행 한참 전에 지났거든?!”

붕붕, 둔기로써도 손색없는 요술봉을 휘두르며 광선을 쏟아내 전투원들을 쫓는 소녀의 모습. 

호란은 소녀가 입은 드레스가 분홍빛인 이유는 아무리 피가 묻더라도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라 짐작했다.

“두목님! 변태 에너지 충전 완료입니단!”

그 순간 커다란 덩치에 수염이 성성 나있으면서도 뱃살에 착 달라붙는 타이즈가 애교포인트인 세그니아단의 간부 게보그치 오움이 유윈이 휘두르는 요술봉을 피하며 외쳤다.

“좋아! 반격개시야! 메르치, 변태수 슈퍼 일렉션! 온!”

“알겠습니다욘!”

방금까지 뒤에 숨어있던 얍실한 얼굴에 호리호리한 체형에 또 짝 달라붙는 타이즈차림의 남자 메르치 오움이 새된 목소리로 상사의 명령을 받들어 손에 든 리모컨의 스위치를 눌렀다.

​“​발​칵​울​칵​달​칵​입​니​다​욘​!​”​

“세그니아님, 대변태의 허가신호를 부탁드립니단!”

“오―케이케이. 도트라이저 일렉션, 변! 태!”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민망하고 외설적인 포즈와 함께 외친 세그니아단 삼간부의 변신 아니 변태구호.

아무리 청년실업 시대라고 하더라도 이 직장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느끼며.

호란은 자신이 어쩌다가 이 거대한 사기극에 동참하게 되었는지 그녀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왓챠! 오라지게 엿 같은 이 세상에 한 방!”

쾅!

호쾌한 기합.

난폭한 펀치.

때는 이미 막차도 끊기고 행인도 없는 새벽 2시.

호란은 술에 취한 채 오락실 앞 펀치머신에 강력한 일격을 먹인 차였다.

“흐랴! 스물여덟 되도록 이력서가 이렇게 텅 빈 삶이 뭐냐고 갈군 면접관에게 또 한 방!”

쾅!

펀치머신이 살짝 들릴 정도의 충격.

크게 흔들리는 두 가슴.

이 강렬한 타격의 비결은 분명 그녀의 가냘픈 체구에 압도적인 질량을 더하고 있는 커다란 가슴의 흔들림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주먹에 무게를 싣는 체중 이동이리라.

아니.

이 외에 또 비결이 있다면 열네 번째 면접에서 낙방한 아니 서류심사까지 합하면 여든여섯 번째 나가떨어진 데에서 오는 분노와 그 분노를 견디지 못해 위장에 꽉 채워놓은 알코올 3L 덕분이겠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어깨허리 꽉 끼는 면접용 검은 정장 차림에 8cm짜리 힐을 신고서도 이 정도의 펀치력이라는 것은 분명 감탄할 일이다.

“화타아―! 면접 볼 때 필수라며 오천 원에 명찰 속여 판 아줌썅에게도 한 방!”

펑!

“…우에? 펑?”

평소와는 다른 타격음.

평소와는 다른 타격감.

내질러진 채 돌아오지 않는 주먹.

“…앙?”

그곳에 구멍이 있었다.

주먹이 펀치머신의 가죽을 꿰뚫고는 그 너머까지 나간 것이다.

“또야…?”

이 일격필살의 처자는 취기에 비틀거리면서도 오늘도 저질렀네 한숨을 내쉬고는 한쪽 다리로 기계를 밀어내며 주먹을 뽑아내려 애썼다.

“…저 여자. 데려와.”

중저음의. 우퍼에서 나오는 듯 깊은 남성의 목소리.

호란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어느새 검은 리무진이 주차되어있었다.

리무진이 돌아다닐 동네인가?

그보다.

방금까지 아무도 없지 않았나?

“어…저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이내 리무진에서 검은 정장에 복면 비슷한 무언가를 뒤집어쓴 남자 둘이 나와 호란의 양팔을 붙잡았다.

“차에 태워.”

역시 그 두꺼운 목소리는 리무진 안에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호란은 취기 속에서도 상황을 인지하려 애쓰며 질문을 이어나갔다.

​“​오​락​실​…​주​인​이​세​요​?​”​

“그래. 그러니까 차에 타.”

씁. 어쩔 수 없지. 

누가 봐도 수상쩍기 그지없는 상황에 호란은 알딸딸한 취기와 저지른 죄 때문에 별달리 불평 없이 순순히 정장차림의 두 남자 손에 이끌려 검은 리무진에 올라탔다.

그리고 미래의 호란은 이 순간을 조금 저렴하고 훨씬 더 유치한 수준의 에스포와로호에 올라탄 상황이었다며 회고했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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