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of Sevens (3)
브리핑이 끝나고 라운지로 돌아가려는 데, 한쪽 구석에서 흐느끼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천천히 다가가보니, 내 또래의 남자들이 할만한 머리를 한 여성이 쪼그려 앉아 조용히 울고 있었다.
본래, 브리핑 도중에 멋대로 뛰쳐나간 소연이를 향해 따끔하게 한마디 할 생각이었으나, 그 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마음이 풀어져버렸다. 제3 통신지구에 오라드가 발사된 탓에 누구보다도 슬퍼했을 건 다름아닌 소연이였을텐데 말이다.
그 모습이 너무나 슬퍼보여, 차마 다가서질 못하고 조금씩 발소리를 죽여 뒷걸음질 쳤다.
오라드 투하 소식에 누구보다도 마음 고생이 심했을 그녀에게, 그 영상을 보고 나서도 따끔하게 질타하는 건.. 도저히 못하겠다. 친구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니까 제3 통신지구의 재앙의 근원, '정체불명의 탑'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게.. 그나마 그녀와,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그 녀석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뒷걸음질쳤지만, 궁금증은 더해져.. 조금씩 귀에 신경을 기울였고.. 흐느끼는 목소리에 섞여 작은 말소리가 들려왔다.
"수혁아.. 너, 살아있는거니?"
... 아마, 그녀도 알고 있으리라. 그 녀석이 어쩌면 이미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렸을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하고.. 그럼에도 최후의 희망을 가져보는 게 아닐까. 그녀의 진심을 담은 '그 녀석'의 생존 여부에 대한 의문에, 누가 들었을거란 생각조차 못하고 흐느끼고 있을 그녀에게, 난 더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착잡한 심정으로 라운지로 들어왔다.
라운지에 RC를 대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매번 브리핑에만 불참하는 검은 파마머리를 한 31세의 남성.. the Rich가 나를 반겨주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양복을 입고서 어디선가 가져온 차 한잔을 마시며 쉬는 중이었다.
"이봐, 엠페러. 브리핑은 어땠지?"
그리고 언제나 똑같은 말. 그렇게 궁금하면 브리핑 때 착석하란 말입니다. 아저씨... 뭐, 안오는 거 아니까 이미 자리까지 빼놨지만.
"뭐, 별 이야기 없었습니다."
"하하, 말 편하게 하라니까? 일단은 엠페러 네가 우리들의 리더니까 말이야. 그 카리스마라는걸로 전원을 통솔하지 못하면 좋은 리더는 되지 못한다고?"
저 아저씨는 내가 무슨 야망의 덩어리라도 되는 줄 착각하는 모양이다.
".. 리치. 전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전력으로 다할 뿐입니다. 이 자리의 누구도 죽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가벼운 농담이잖아? 뭘 그렇게 딱딱하게 받아들여. 넌 이미 통솔력은 충분히 갖고 있다고. 자신을 가져!"
그렇게 말하는 더 리치의 어조가 왔다갔다하는것이, 꽤나 당황한 모양이라는 걸 한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언제나라면 내가 "그럼 그 카리스마, 좀 팔아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부자니까 모든 걸 다 갖고 있을 거 아니에요?" 라며 되받아쳤을텐데 말이지. 내가 예상 외의 반응을 보였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뭐.. 더 신경쓰이게 하는 것도 미안하니 브리핑의 내용을 요약해주기로 했다.
"... 뭐, 제로 에어리어를 탐사하는 가벼운 미션입니다. 체이서, 바운더리, 디시브, 그리고 저 엠페러. 이렇게 4명이 움직일 예정이죠. 리치, 당신은 흥미 없습니까?"
"어이, 내 성격 잘 알잖아? 그런 탐사니 뭐니 하는 거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고."
최신예기가 보란듯이 파괴되었다는 말은, 일단 '자금줄'인 이 사람 앞에서는 예의로라도 하면 안되겠지.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the Rich'는 엄청난 부자다. 그러니까 자금줄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거겠지만.. 그가 랭커에 오른 것은 실력이 좋아서도 아니고, 단순히 '운'과 그에 상응하는 '돈'을 질러넣었기에 그에 상응하는 메카를 갖게 된 것 뿐으로,. 전력으로써는 어떻게 되든 상관 없는 조금은 귀찮은 인간이다. 그래도 장점을 찾자면 그 특유의 여유로운 성격. 클래스의 분위기를 조금 가볍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덕분에.. 말동무로는 더없이 좋은 상대이기도 하다.
물론, 나이가 나이니만큼, 세상 경험도 충분히 쌓인 것 같고 말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저기까지 갔다.. 뭐 대충 그런 이야기겠지. 물론, 날 때부터 부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공과 사는 구분해서.. 더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저 이 사람이 우리의 동료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OK라는 것.
메카 드라이브의 전용 궁극기 대사도 '이게 진정한 어른의 힘이란 거지..' 다. 아마 이 사람이 조종하는 메카와 전투하다가 이 말을 듣고서 그만두거나, 아니면 '나도 강해질거야!' 하면서 돈을 질러넣었을 드라이버들이 한둘이 아니었겠지.. 그들에게 작은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어찌 됬든, 내가 라운지에 들어오자 마자 수다를 시작해서 그 끝을 모를 정도로 떠들어대는 이 아저씨에게 'the Rich'라는 닉네임은 솔직히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the Clown, the Babbler.. 이런 닉네임이라면 모를까.
검은색 파마머리에, 위아래로 맞춘 회색 정장 차림이 결코 어울리지 않는 이 아저씨는, 일단 자기 할 말만 이래저래 떠들어놓고는 차를 한모금 들이켜고 나서 그 여유를 다시 언행으로 한껏 드러냈다.
"역시, 아침 식사 후에 마시는 차 한잔의 느낌은 각별하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엠페러?"
"뭐, 전 차를 안마시니까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아직 인생의 재미를 잘 모르는구만."
"그야, 아직 16살밖에 안된 어린애니까요."
"아, 아아. 그랬지 참. 그런데 네 입에서 '어린애' 소리가 나올 때 마다 나도 모르게 흠칫하게 된단 말이지. 이봐, 혹시 나이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니야?"
"아저씨.. 시끄러워. 잠좀 자자.."
수다가 진행되던 중, 그 말을 끊은 것이 금발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뒤집어지다시피 졸고 있는 바운더리였다.
"E2, 그렇게 자면 발육이 안좋아진다고. 한창 성장기일텐데 말이야."
".. 아 귀찮아. 엠페러.. 나 저 아저씨좀 처리하고 와도 될까."
한껏 다크서클을 눈 밑까지 내려놓고 졸린 눈으로 리치를 향해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예전 교과서에서 봤던 기억이 있던 어떤 무언가와 상당히 비슷했다. 그 무언가가 금발이라는 정보는 없었지만, 있다고 하면 저런 모습이겠지.
"하하.. 그렇게까지 정색하지 않아도 되잖아."
어떤 의미로 리치와 바운더리는 상성인 모양이라 언제나 31살인 그의 수다는 17세의 금발 소녀에 의해 끊겨버리고 만다.
"리치, 적당히 하세요. 그리고 E2라고 부르니까 더 화내는 거 아닐지 생각은 해보고 말한겁니까."
"그야, 엔마이트는 부르기 힘들다고. 처음 들었을 때는 그 발음이 'MMight'라고 생각해서 가끔은 2미터라고라도 부르려고 했는데, 그런 반면에 키는 그렇게 크지 않고.. 음, 성장기니까 어쩌면 언젠가 2미터까지 자랄지도 모르는거지만."
정말이지, 이런 때까지 썰렁한 개그냐.. 다만 예기치 못한 타이밍이라 조금 피식했지만.. 조금 설득당했다. 정말로 그녀라면 2m까지는 자랄지도.. 아차,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 어느새 에리카의 시선이 나에게까지 닿았다.
"엠페러, 나 정말로 저 아저씨 처리하고 오면 안될까. 리더의 허락이 있으면 난 언제라도.."
"그럼 적어도 '에리카'라고 부르는 건?"
그 질문이 우문이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오직 나만이 '에리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끔 두명이 동시에 "싫어" 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싫다고 말한 이유는 각자 다른 모양이지만.
"에리카라니, 저런 항상 피곤해보이는 듯한 아이한테 결코 어울리는 이름이 아니야. 난 절대 그렇게는 못 부르겠는데."
"저런 아저씨..한테 '에리카', '에리카' 하고 불리는 건.. 이쪽에서도.. 사양이야.."
어른과 아이의 말다툼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유치한 레벨이다. 한심하구만 진짜. 중재하려고 했지만 관두기로 하고 둘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뭘 더 말하겠습니까. 리치. 뭐, 엔마이트가 부르기 힘들다는건 저도 동의하는 거고, 그래서 에리카라고 부르는 거지만, 리치가 그렇게 부르는걸 에리카가 저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싫어하면 그건 뭐 어쩔 수 없는거죠. 에리카. 너도 에리카라고 불리기 싫으니까 리치가 말하는 E2 E2에 일일이 발끈하지 말라고."
"이럴때만 '엠페러'지..? 리더."
그렇게 말하고는 아까 브리핑 전에 했던 것 처럼 내 어깨에 기대다시피 양 팔을 올려서 목을 조르려고 시도한다, 정말이지 귀엽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데.. 그 팔에 전혀 힘도 안들어갔고.. 무엇보다도 진짜로 자각이 없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거, 닿고 있어. 닿고 있다고. 그 감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려는 것을 애써 참아내고, 내 어깨에 손을 걸쳐놓은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나저나 에리카.. 이제 2시간 30분밖에 남지 않았어. 피곤하면 좀 자둬."
대답 대신 그저 조용히 얇게 숨쉬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금새 또 잠들어버렸나보다. 이젠 익숙하다. 아침에 말하다 자는 것 정도는.. 그녀가 앉았던 자리 옆에 있던 의자를 펴서 침대로 만들어두고, 잠을 깨지 않도록 살포시 눕혀놓고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리치가 한마디를 하는 걸 난 놓치지 않고 똑똑히 들었다.
"젊다는 건 좋지.. 안 그래?"
"리치, 세상 다 산것같은 말은 그만 좀 하시죠."
"리더.. 베개.."
자는 도중에도 베개가 없다는 건 용케 알아챘는지, 그녀가 앉아있던 등받이 아래에 쿠션 역할을 하고 있던 곰돌이 모양이 그려진 베개를 꺼내 그녀의 머리를 살짝 들어 끼워주었다.
"잘.. 자.."
"저러니까, 네가 우리들의 리더인거지."
"이유를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녀 또한 여차하면 제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동료인것 만큼은 확실합니다."
"엠페러..라. 어느새 리더다운 모습이 다 됬네. 마이스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글쎄요.. 실력은 아직이지만. 일단은 모두의 리더니까요."
그 말이 멋쩍어서 대충 머리를 긁으며 나도 자리에 앉아 가만히 쉬기로 했다. 다만 쉬면서 딱히 할만한 게 없으니까, 차를 마시고 여유를 부리던 리치에게 전투나 걸어보기로 했다.
"리치, 스키넥 갖고있죠? 시간이나 좀 때워줬으면 좋겠는데.."
그 말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찻잔을 깔끔하게 비우고는 품속에서 검은 빛을 띠는 스키넥을 꺼내는 리치. 역시나.. 이 말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음. 라운지에서 하긴 뭣하고.. 트레이닝 룸의 접속단자에 연결해서 직접 하는건 어때?"
실전 사양으로 붙는건 꽤나 오랜만인데.. 뭐, 나쁘지 않다. 어쩌면 머지않아 전투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
"그럼, 트레이닝 룸으로 가도록 하죠."
곤히 잠든 금발의 주근깨가 군데군데 난 앞으로 몇년 후가 기대되는 미녀의 눈치를 슬쩍 바라보며, 혹시라도 잠이 깨지 않도록 무음모드로 문을 열고 나왔다. 에리카는 확실히 보통 사람들보다 잠이 좀 많은 편이지만..
뭐, '미녀는 잠꾸러기'.. 라는 말도 있잖아?
야구모자를 벗고, 여전히 브리핑 룸에 앉아있는 주황색 머리의 소년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여전히 누구도 경계하고 있지 않았고, 그 눈 너머로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어쩌면 디시브라는 별칭은 그에게 잘 어울리는 건지도 모른다. 후루야마는 생각보다 알기 쉬운 녀석이니까. 적어도 섀도우 체이서라는 닉네임을 가진 '드라이버'인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 이름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마이스터에게도 알려준 적이 없다.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프로페서 박 정도겠지. 당연히 현재 클래스 리더인 '엠페러' 손 아준.. 그 역시 내 이름은 모른다. 섀도우 체이서라는 닉네임은 너무나 기니까, 멋대로 '추적자'라는 의미를 지닌 '체이서'라고 부를 뿐이지.
사실 내가 이렇게까지 이름을 숨기는 이유는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내 과거하고도 직결된 일이라 함부로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 난 그 순간 이후로 한번도 이름을 남에게 밝힌 적이 없었으니까.. 이름이라는 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내포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의 세계에서는 '본명' 하나만으로 거의 모든 정보를 다 알아내는 것 역시 가능하다.
이런 세계에서 '본명'의 의미가 없다고 하면 두가지 경우가 있다. 첫번째로, 모종의 사건에 의해 세계에서 그 기록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말소자'. 통칭 '이레이져'.. 그리고, 모종의 이유로 '이 세계'에서의 정보가 없는 인간. 바로, '사용할 수 없는 정보를 가진 자'.. 'Unusable Informational User'.. 약칭, UIU.. 그 약칭이 I를 사이에 놓고 U를 놓고 있다고 하여 통칭 I-mirror U.. 그것을 다시 줄여서 IMU라고 부른다. 이른바 이중명칭이라는 것. 그 의미를 아무리 생각해도 굳이 이중명칭까지 붙여둘 필요는 없는 것 같지만.
저 '아르게미드'라는 녀석 또한, 그가 말한 스펠링 Arghemid를 토대로 조사해 봤으나 그에 상응하는 데이터가 단 한건도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잘못 찾았냐며 Argh . mid 라고 분리되어 재검색이 들어갔을 정도니까.
일단 확실한 실력자인 '유라미 사이키'가 스카웃 해왔다고는 하나, 미심쩍은 부분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보석 '에메랄드'를 연상케 하는 녹색 빛의 눈동자와, 염색한 줄 알았더니 전체가 주황색 머리라는 점.. 그리고, 현재 리더 '엠페러'를 가볍게 뛰어넘는 실력을 갖고도 '리더'의 자리에 전혀 관심조차 갖지 않는 저 태도.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 미심쩍은 부분도 한 두군데가 아니다. 비교적 최근에 들어온 머리를 짧게 깎은 여성, '스피드 스타' 안 소연은 그의 행동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멱살을 잡으면서 '그 녀석하고 똑같이 생겨서는.. 내 앞에서 그 흉내까지 내지 마' 라며 경고 섞인 말투로 공격했을 정도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품에서 스키넥을 꺼내보니 11시 20분이 되었다. 슬슬 모이기로 한 멤버들이 하나 둘 모일 시간이 된 것이다.
먼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은, 이번 'E-Zero Breaker' 작전의 총지휘를 맡고 있으며 현재 우리 'Specialist Class'의 리더인 '엠페러'. 손 아준. 이 지역의 평균적인 그 나이대의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어, 어딘가 큰 차이점은 없고 검은 머리를 그저 하늘로 살짝 띄워놓은 것을 나름대로의 '특이사항'으로 해두고 있는 남성이었다. 솔직히, 외형적으로는 큰 차이는 못느끼겠지만.. 그가 뭘 생각하는지 가끔은 따라가지 못할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아마, 후루야마도 그 순간의 차이를 깨닫고 그에게 순순히 따르게 된 거겠지.
가볍게 팔을 돌리면서, 엠페러가 나에게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음.. 아직 안모였나. 에리카는 여전히 자고 있는 것 같고.. 디시브.. 후루야마 쪽은 연락을 부탁하도록 하지. 체이서."
"알았다.. 리더는?"
"잠자는 금발의 공주님을 가볍게 깨워 데려오도록 하지."
엠페러 스스로는 잘 모르는 모양이지만, 바운더리.. E2에게 꽤나 관심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그 관심에 부응해, E2 역시 엠페러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사실, E2라는 별칭의 다른 의미는 'Emperor'와 'Empress'를 의미하는 것을.. 아마, 당사자들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을 거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조금 웃음이 나와, 참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조용히 웃는 소리를 내버렸다. 귀가 밝은 엠페러는 그 소리를 들었는지.. 조금 당황해하며 말했다.
"아직 공주라고 부르기엔.. 좀 너무했나."
그 부분이 아니지만 말이지. 오히려 E2라는 의미 또한 황제와 한 쌍으로 놓고 본 의미니까, 개인적으로는 '황비'라고 부르는 쪽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아무래도 좋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자, 디시브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밥 아직 안먹었으니.. 좀 기다려라. 인가. 여전히 마이페이스인 녀석이군."
디시브, 후루야마 료스케는 어떤 의미로 정말로 나랑 안맞는 놈이다. 의외로 녀석은 날 리더 다음으로 따르는 태도를 보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