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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변조종기 엑사베리온


투고 | alphase

Master of Sevens (2)


 브리핑 룸에는 큰 타원형의 탁자가 놓여있고, 그 탁자를 중심으로 뱅 둘러 8개의 의자가 놓여있다.

 일단 S클래스의 리더인 나, 손 아준.. ​'​E​m​p​e​r​o​r​'​.​ 내가 앉는 자리를 중심으로 하여, 좌측 구석에 ​'​S​p​e​e​d​_​S​t​a​r​'​.​.​ 소연이가 앉아있고. 그 앞에 닉네임 ​S​h​a​d​o​w​_​C​h​a​s​e​r​.​ 야구모자를 종류별로 모으는 취미를 가진, 긴 검은 머리의 남성이 앉아 있다. 그 앞에는, 내 옆자리이기도 하고, 아무도 앉아있지 않은 대신, ​'​S​t​r​i​k​e​'​라​고​ 적힌 하얀 RC가 놓여있다. 그 녀석을 위해 만들어 둔 자리..

 내 옆에는 ​'​B​o​u​n​d​a​r​y​'​ 엔마이트 에리카, 통칭 'E2'가 앉아있다. 역시나 피곤해보인다. 저 찰랑이는 금발. 주근깨에.. 눈 밑까지 내려온 다크서클. 거기에 걸핏하면 사람의 목을 팔로 휘감거나 하는 행동이 돋보여.. 항상 피곤해보이는 17살의 여자애.. 어째서인지 브리핑만 시작되면 유난히 더 피곤해보이는 것 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이어야겠지..

 에리카의 뒤에 앉아있는 것이 ​'​D​e​c​e​i​v​e​'​,​ 후루야마 료스케. 금방이라도 물감이 묻어나올것만 같은 진한 검정색의 머리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붉은 눈동자. 그 눈을 보면 도저히 무엇을 생각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데에 더해, 성격조차 다혈질이라.. 이 녀석은 언제나 나와 충돌이 끊이지 않았었다... 뭐, 이제는 안정권에 들어섰지만 말이다. 날 리더로 생각하고 따라주는 것 만으로도 고마울 정도지.

 그 뒤에 앉아있는 것이 ​'​U​n​k​n​o​w​n​'​,​ 통칭 '아르게미드', 브리핑 한정으로 시력 보정 렌즈를 한쪽 눈에 장착하고 오며, 조금은 화끈한 성격을 지녔다. 수혁이랑 상당히 비슷한 성격이라, 소연이가 처음에 이 녀석을 보고는 다짜고짜 멱살을 잡고 '그 녀석 흉내를 내지 마라' 라든가 괜히 화를 냈었던 적이 있다.
 나 또한 '언노운'을 처음 봤을때는 솔직히 크게 충격받았다. 수혁이 녀석이 염색해서 나타난 줄 알았으니까. 그 특유의 에메랄드를 박아놓은 듯한 빛나는 녹색의 눈동자 탓에.. 아르게미드는 ​'​A​r​g​h​e​m​i​d​'​라​고​ 쓰는 모양이며, 개인적으로는 닉네임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더 깊게 파고들 필요는 없는 부분이기에.. 저게 닉네임이든, 본명이든.. 크게 중요한 부분도 아니고 말이다. 어차피 각자의 사정이라는 게 있겠지.
 언노운은.. 내 시선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내, 통칭 '마이스터'. 유라미 사이키라는 남성이 데려온 녀석이다.

 유라미 사이키. 그의 추정 나이는 30대 중후반쯤. 정확한 나이를 들은 적은 없다. 얼굴 곳곳에 난 흉터가 특징이다. 저 명칭 또한 본명은 아니라는 듯. '마이스터'라는 칭호를 받은 만큼 정비 실력도 조종 실력도 초일류급.. 괴물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겠지. 그리고, 아르게미드는 이 남자가 직접 스카웃 해 왔을 정도로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사이키 본인에 필적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다만, 그런 실력을 가지고서도 어째서인지 리더에는 관심이 없었는지.. 덕분에 난 비교적 평화로운 방법으로 모두를 조율하는 데에 성공했다.

 오늘 아침, 브리핑이 시작되자 마자 마이스터의 입에서 나온 말도 안되는 소리.

 제 3 통신지구의 재앙의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체불명의 탑'. 그 물체가.. 오라드가 투하되어 그 일대가 폐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형상이 남아있다고?

 "그리고, 이 영상을 보고서 이어서 말하겠다."
 
 영상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실전투입용으로 제작중이었던 양산형 최신예기 3체가, 그 '탑'의 근처까지 가서 자료를 수집하려는 도중, 푸른색의 무언가가 나타났고..

 "푸른 빛?"
 
 그 뒤에 통신이 끊긴 것은 한 순간이었다. 그 컨트롤러에 유저가 탑승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푸른 빛'이라면.. 문서에서 본 기억이 있다. 100년 전의 비극을 막은 기적적인 빛.. 영상을 계속 보기로 했다.

 그 푸른 빛을 내뿜은 기체가, '최신예기'를 일방적으로 갖고 노는 장면이었다. 일단은 무인정찰용으로 보냈다고는 하나.. 곧 실전투입이 될 컨트롤러와 큰 차이는 없을텐데, 영상에 그 기체의 모습은 단 제대로 한번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고, 무언가가 날아오면서 영상이 끊기고, 두번째 기체에 찍힌 영상 역시 그렇게 끊기고, 세번째 역시 그렇게 끊기고, 폭발하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공통점은 '푸른 빛'이 번쩍이는 순간 일어난 일이라는 것 정도.

 그 영상을 보고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체이서였다.

 ".. 뭐지. 이게."
 "제3 통신구역, 오라드의 폭심지 시찰 결과 얻은 정보다. 지금까지는 공개를 보류하고 있었으나.. 작전 담당 팀에 한해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후 본 10개의 영상 모두가, 상대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Sound Only', 즉, 소리만 나오는 영상 아닌 영상들이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자는 짓인가.. 싶었지만, 이 충격적인 기록을 보여주는 이유가 달리 있다는 것 정도는 아마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이 이미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일단은 내가 먼저 접근하기로 했다.
 
 "고작 이걸로 뭘 알 수 있는겁니까?"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저 푸른 빛의 컨트롤러가 폭심지의 정찰 결과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된 '탑'의 조사를 방해했다."
 "그래서 마이스터 형씨, 이 영상을 보여주는 의미가 뭔데?"
 "디시브, 넌 조금 더 예의를 차려야 겠는데.."

 섀도우 체이서.. 약칭, 체이서라고 불리는 사내가 디시브의 언행, '마이스터 형씨'에 대해 지적했다. ..솔직히 리더로써 생각해보자면, 말투만 놓고 봤을 때 체이서 당신도 만만치 않아.. 그런 말이 목구멍을 넘어 올라오려는 걸 간신히 참고,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 물체가 남아있다는 걸 알게 된 시점은 언제입니까?"

 더 이상 '푸른 빛'이니 뭐니 해서 얼버무리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시간을 끄는 의도가 다분히 보였다. 애초에 '공개를 보류하고 있었다' 라니, 그게 실행부대에게 숨길 정도로 중요한 정보였는가? 그렇게 보자면 저 10개의 영상은 오히려 그런 느낌보다는 '패배의 기록'을 애써 복원시켜놨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폐기 직전의 정보를 재구성한 듯한 느낌은 결코 지울 수 없다. 다시 말해 저 10개의 영상의 증거로써 부적절한 부분을 메워줄 '확실한 기록'이 따로 있을거라 추측했다.

 "한달 전이다. 본래 조금 시간을 들여 공개하려고 했던 내용이지만, 엠페러 너답군.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내 의도는 완벽히 전해진 듯 하다. 마이스터, 유라미 사이키 씨가 손동작을 취해 다음 영상을 재생했다.



 흙먼지만이 이는 폐허에서 영상을 찍었을 누군가가 중계지역으로 전송한 내용은 충격적인 영상이었다. 외부와의 통신이 단절된 지역이다보니, 별개의 통신기를 휴대하고 갔었던 모양인지 화질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3인 1조로 구성된 분석 팀에서, 사격기인 1기를 제외한 2기는 유인기로 구성하여 정찰을 한 모양인지, 상황이 일어나기까지의 유저의 다급한 목소리까지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카메라는 무인기에 통신이 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CA1으로부터 중계3에, 통신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중계3으로부터 CA3에. 통신 내용을 확인했다. 현재 상황을 보고하라"
 -"CA1로부터 중계3에, E-Zero 1km 반경 이내 진입완료."
 
 반경 500m 이내까지 진입하자, 정체불명의 물체가 CA2를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이어, CA1의 연락이 언제부터인가 없고, 카메라가 어째서인지 작동을 하지 않는다.

 -"CA2로부터 중계3에, 수상한 물체를 확인했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으로 보아, 긴급전투행동에 돌입한다."
 -"중계3으로부터 CA2에, 주 무기의 사용을 허락한다."
 -"CA2. 라져."

 'CA2'가 보유한 주 장비는 브레이커, 여차할 때를 대비해.. 혹은, 고경도의 물질을 파괴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발적인 한 방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고중량의 무기였다. 정체불명의 물체가 300m까지 접근하는 것을 확인하고, 받아치기 자세로 대기중이었다.

 -"CA2에서 알린다. 적으로 보이는 상대와 대치했다.. 상대는 회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중계측의 혼란이 일어났는지 통신내용이 맞물려 한순간 혼란이 일어났다. 그 와중, CA3의 카메라에 찍힌 모습은.. 브레이커가 어떤 연유에선지 반으로 동강이 나고, 이어 폭발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날 거라고는 듣지 못했어. 살려... 젠장, 누구.. 살..려줘!!"

 몇가지 노이즈가 울려퍼지면서 그 말을 끝으로, 'CA2'의 통신이 OFF되었다.

 -"중계3으로부터 CA2에, 응답을 요구한다. CA2. CA2?

 이어, 그 회전하는 물체가 CA3을 향해 고속으로 접근했다.

 -"중계3으로부터 알린다. CA2의 연락이 소실되었다. 활동중인 CA1은 즉각.."

 CA1에 응답을 요구했으나, CA1은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CA3에 통신으로 이어져있던 CA1의 카메라는 이미 통신권외. 물론 지역통신도 두절된 상황. CA3의 카메라는 해당 '물체'가 근접함으로 인해 파괴되었다.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CA3는 다행히 파괴되지 않았다. 제2통신지구 C센터에서 확보하여 데이터를 복구한 결과 나온 것이 저 영상이다."

 전원이 충격에 휩싸였다. 그 와중, 젊은 여성의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누가 이 침울한 분위기를 갑자기 확 깨는가 확인해보니, 그 방향에 앉아있는 것은 스피드스타였다.

 "지금이 웃을 때라고 여겨지진 않는데, 스피드 스타."
 "아, 미안하게 됬어."

 그녀는 웃음을 멈추고, 평소의 싸늘한 시선으로 바뀌어, 어느새 마이스터를 바라보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야, 그렇잖아? 하하.. 보라고. 저런 성능을 가진 녀석을 최신예기랍시고 우리한테 주려고 했다는 건 말이지. 게다가. 브레이커가 두동강? 저런 건 들어본 적도, 겪어본 적도 없어. 최신예기는 맞는지 의심스러운데."

 모두가 속에 품었던 의문을, 그녀는 거침없이 밖으로 내뱉었다.

 "뭐, 너희들도 저런 꼴을 당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만 두는게 좋겠는데."
 
 그렇게 말하고는 유유히 자리를 뜨려는 그녀를 향해, 마이스터가 굵은 목소리로 외쳤다.

 "스피드스타. 경고다. 아직 브리핑은 끝나지 않았다."
 "아아, 이번만큼은 나도 저 여자의 의견에 동의해."
 "디시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녀는 유유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 뒤에는 후루야마가 이어서 말했다.
 
 "자, 봐.. 저런 걸 최신예기랍시고 준비해둔 모양인데. 저거, 실전투입용으로 제작중이던 거 아닌가? 그런데 말이지. 우리마저 저런 꼴이 나버리면 최신예기고 뭐고 무슨 소용이겠어? 애초에, 우리는 그 중에서도 최상위의 실력자들의 집합이지. 그런데 왜 지금 여기서 저런 걸 보여줬겠어?"
 "... 그렇네. 100%, 다음엔 우리가 저 물체를 확인해야한다.. 이런거구나.. 아마, 전투를 전제로."

 에리카의 그 말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일단 여기는 리더로서 한마디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본부에서 내려온 명령이다.. 특히나 지금은 이 자리를 뜨고 없지만, 스피드스타 그녀의 의견은 충분히 일리가 있지. 디시브. 네 의견 역시 이 반응을 보아.. 나 역시, 이해하고 있다. 그래, 중요한건 그게 아니야. 최신예기가 그저 버리는 말이라고는 생각지 않거든. 너희들도 이 결론에 도달했을거라 보지만.."

 그래.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최 중요 전력'인 우리들을 본부에서 내치거나 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본부의 존속여부하고도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이니까. 영상을 다시 재생한 뒤, 손동작으로 브레이커가 두동강 나기 전의 순간에 정지해 두었다.

 예상대로, 새로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신예기'가 거짓말이 아니라는 전제에 한해, 제로에어리어에서 확인된 물체는 '최신예기'의 성능을 가볍게 초월하는 녀석이다.. 라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에게 조사를 하도록 요구하는 거고 말이야. 무엇보다도 이 부분은 가볍게 넘어갈 만한 사항은 아니야. 브레이커가 어느 정도의 경도를 가진지는 너네도 잘 알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저 브레이커가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기​보​다​는​.​.​ 무언가에 맞고 손상을 일으킨 상황에서 폭발하여 튕겨나갔다.. 라고 볼 수 있지 않겠어?"
 "저 물체가 공격을 했다. 라는건가?"
 "명백하게 적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거지."
 
 후루야마가 내 말에 동의하며, 의견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난 기본적으로 어떤 녀석이든 의심하는 편이지만 엠페러만큼은 논외야. 저녀석의 말은 믿을 수 있거든. 그러니까.. 이 작전에 일단 난 참여하기로 하겠어."
 
 이어서 손을 든 것은 에리카.
 
 "디시브 답지 않게 정론을 말하네. 그래.. 나도 이번 작전은.. 리더가 지휘한다는 조건 하에 따르도록 할게.. 조금 피곤하지만.."
 "더 없어? 일단 탐사에 유리한 장비는.. 섀도우 체이서의 '애널라이저' 정도인데."
 "지시한다면 따른다. 그 뿐."

 "좋아, 그럼 이번 작전은 섀도우 체이서, 디시브 후루야마 료스케, 바운더리 엔마이트 에리카.. 그리고 나, 리더인 엠페러 손 아준이 총 지휘격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어. 작전명은 E-Zero Breaker. 출격예정시간은 현재 시간으로부터 3시간 후, 그러니까 적어도 오전 11시 30분까지는 집합하기로. 밥은 일을 끝내고 먹든가 하도록 하자."
 
 전원의 투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작전지역에 뭐가 있든, 한번 신나게 때려부수고 오자고!"
 "역시, 그 대사 마음에 드는데."
 "엠페러 답네."
 ".. 알았다."


 그날의 브리핑은 그것으로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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