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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변조종기 엑사베리온


투고 | alphase

여자는 무서워.. (3)


 -'당신의 메카는 오늘 휴식이 필요합니다. 드라이버님도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가요? 정비반 여러분들도 슬슬 퇴근하고 싶다네요.'
 "그것 참 시끄럽네."

 메카 드라이브를 너무 오래 했다는 의미를 담은 안내음성이 내 스키넥에서 들려오고 있다. 그 말에 대충 머리를 묶은 잠옷 차림의 여성이 하늘색 프레임의 스키넥을 향해 답변하고 있다.. 굳이. 쓰잘데기 없이.

 "그만 좀 하래잖아요. 누나.."
 "시끄러."
 -'On your Place'
 -'Check the weapon'
 "자고 싶어.."
 "닥치고 해."
 -'See your Enemy'

 저 말이 들렸다고 굳이 날 노려볼 것 까진 없잖아. 무서워. 무섭다고. 몇시간 전까지 컨트롤하려고 했던 나. 반성해라! 반성해라 손 아준!! 무서워, 무서워 이 여자! 이.. 이렇게 된 이상. 빨리 끝내고 잠을 자는 게 좋겠어.

 -'Result, You Win'
 -'Result, You Lose'
 "아, 이겼다. 전 그럼 이만.. 누나도 슬 자요.."
 "어째서 이렇게 금방 졸기 직전인 녀석한테 단 한판도 못따는거야! 일어나지 못해!"
 "제발.. 저기 디시브라도 깨워서 하시든가.. 전 좀 자게 해줘요.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리더?"
 "절 리더로 생각은 해 주는건가요. 유니스 누나.."
 
 리더라고 명칭만 붙인다면 다가 아니라고.. 그런 우리 둘의 뒤쪽에는 죽은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조용히 자고 있는 한 명의 남자가 있다. 디시브, 후루야마 료스케.. '표면 상으로는' 17. 실제 나이는 21.. 저건 자고 있다기보다 기절한 것 같지만.. 그래도 지금은 저렇게 아무렇게나 던져져 이불만 덮어져 있는 저 남자가 더 부럽다. 그도 그럴게. 난 지금 당장에라도 이 손을 놓으면 잠이 올 것만 ​같​거​든​.​.​.​.​.​.​.​.​.​.​.​.​ ... ..... 'OK', 'OK' .. 이제 자면 되겠지.

 -'On Your Place'
 -'Battle On Eight Lines'

 어째서인지 전투 대기로 들어가버려. 그냥 손에서 내려놓으면 잠이 오겠지.. 싶어 눈을 감았다.. 아. 오늘은 정말 피곤했어..



 옆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옆구리에는 영문을 모를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통증의 원인은 현재진행형이었다.

 "뭐 해? 얼른 안 붙잡고."
 "... 누나. 살려줘요. 제가.. 쿨.. 잘못했.. 크엑.. 으니까.. 져드리면 되죠? 이번.. 쿨.."
 "무슨 소리야. 그럼 의미가 없잖아. 왜 자는거야, 일어나지 못해?"
 "으. 깜짝이야.. 아무래도 좋으니.. 흐아암.. 좀.. 쿨.. 으억. 자게.. 해줘요.."
 
 그만. 옆구리 그만 좀 찔러.. 제발.. 이러다 멍들겠어.

 "살려줘.."
 "똑바로 해."
 
 결국 있는 정신 없는 정신을 다 쏟아부어 제대로 플레이를 한 결과. 무난하게 'You win' 이라는 메세지가 들려왔다. 내가 이겼다는건 다시 말하자면 그거다. 유니스 누나가 또 졌다는 거... 몇판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최신 10전의 로그는 전부 유니스 누나와의 전투로 도배되어있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할 것이다. 아마. 

 "왜! 또 진거야!"
 "그만 자요.. 피곤해서 그런거야. 분명."

 피곤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정비반에서 파업을 시작했네요. 몇 시간 자고 오면 끝나있을거라 생각하는데.. 드라이버님. 한숨 푹 자고 오시는 건 어때요?'
 "누구 멋대로 파업이야!!"

 그러니까, 안내음이랑 대화하지 말아달라니까. 게다가 왜 눈에서는 불꽃이 튀는건데.. 알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알아버리게 된다는 건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아, 저도 파업할래요. 쿠..."
 
 졸린가. 어깨에 내 것이 아닌 힘이 잔뜩 들어가있고, 눈에 보이는 것도 엉망진창이고..

 "아직! 아직이야!!"
 "으. .으어어어.. 살려줘.. 누구라도 좋으니까 날 이 곳에서 좀.."




 "크억."

 일어나자 마자 온 몸에 통증이 느껴진다. 누구냐! 자는 사이에 이 후루야마 료스케님을 마구 구타한 녀석은! 주위를 둘러보니 두꺼운 이불이 덮여져 있었다. 이봐. 아직 날씨가 더운데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대체 어떤 센스를 가졌길래 가장 더운 시기에 두꺼운 이불을 꺼내서 덮어놓은거냐.. 그나저나. 그것보다 내가 왜 여기서 자고 있었지?

 눈 앞에 보이는 건 주황색에 줄무늬가 이리저리 그려진 멋스러운 카펫이다. 이건 확실히 어제 본 기억이 있는데.. 그제서야 내 앞에 두명이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걸 확인했다. 한명은 제 2 통신지구 본부 내의 실력자들의 모임.. '스페셜리스트 클래스'의 리더. 통칭, '엠페러.' 그리고 그 옆에 분홍색 잠옷을 입고 단정치 못하게 음냐 음냐 거리며 졸고 있는 여자는 '유니스'. 이 여자를 스카웃하기 위해 개별 임무랍시고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다.. 하루만에 찾아서 남은 기간. 적어도 3일간은 '휴가'라고 리더가 그랬지만.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크허어.."

 어째서 내가 여기서 자고 있었는지. 자고 일어났더니 왜 뒤통수가 이리도 아파오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잘 잤다. 기지개를 펴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시작해보자! 라고 생각했는데. 해가 하늘 중앙에 딱 걸려있는데도 이 두 사람은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물이라도 좀 마실까.."

 이불은 대충 걷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통수를 부여잡고 부엌을 향했다. 신기하게도 냉장고 앞에 정수기가 있네...

 "아, 일어났네. 곤히 자고 있어서 깨우진 않았는데.. 유니스의 지인이세요?"
 
 물컵을 한참 찾고 있는데 여자 목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돌려보자, 그 곳엔 하늘색 반팔과 회색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는.. 나름대로 가슴의 볼륨이 좀 있어보이는 금빛이 조금 섞인 갈색 머리의 여성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유니스도 꽤 볼륨이 있었지. 유니스랑 비교하자면 조금 아래일까.

 "그런 셈이라고 하면 되려나."
 "반가워요. 유니스의 룸메이트중 한명인 루리카라고 해요."
 "중 한 명?"
 "아, 보다시피 이 곳엔 방도 여러개고.."
 
 아하, 그런거였나.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어제 들어오자마자 본 게 혼자 사는 거라 생각하긴 힘든 내부의 넓이였으니까. 다만 이렇게 넓은데도 2층이 없는게 좀 이상하긴 했지만. 그건 좀 묻기 뭣하고.. 물을 한잔 들이키고 나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 좀 부끄럽네.

 "뭔가 좀 먹을래요?"
 "괜찮은데.."
 "아니, 그래도 손님이니까. 일단 식탁에 좀 앉아계시겠어요?"

 그제서야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었는데. 얼굴도 그정도면 적당히 예쁜 편이고. 좀체 나같은 거랑은 사는 세계가 달라보이는 여자다. 어디보자, 가장 비슷한 얼굴이라고 하면.. 후미카의 맨얼굴인가. 그 바보 여동생은 화장을 하면 오히려 더 이상해진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지만. 굳이 그런 걸 알려줄 정도로 난 그렇게 친절하지 않고 말이다.

 유니스도 꽤나 미인이라고 부를 만한 외모였고. 그에 비해서 이 여자가 꿀리는 부분은 딱히 없다고 느껴진다. 역시나 이 정도는 되어야 비슷한 클래스라고 할 수 있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밝은 느낌을 주는 이 여성은 손에 쥔 수건으로 머리를 가볍게 털더니, 어디론가 들어갔다. 잠깐. 부엌은 이쪽인데..?

 "루리카. 어디 가는거죠?"
 "부끄럽게도 전 요리를 못해서.. 마침 배가 고팠으니. 근처 가게에서 뭐라도 좀 사올까 하고.."
 
 그건 좀 미안한데. 게다가 어제 리치 아저씨가 뭐라 지껄인 것도 생각나는 바람에. 어제 식탁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쳐뒀던 검은색의 정장 상의를 걸치고 움직이기로 했다. 아.. 머리는.. 좀 꼴사납게 부스스해있는데 말이지.

 "아, 잠깐 기다려주세요."

 저런 여자랑 같이 걷게 되는데, 부스스한 채로는 왠지 주위에서 욕을 먹을 것 같아 대충 가볍게 머리정도는 손질하고 가기로 했다. 어제 후미카가 "나이에 걸맞게 좀 입으라고!" 라면서 잔소리한 것도 떠올랐던 게 이유라고 하면 이유라고 할 수 있겠지. 확실히 이런 부스스한 머리로는 정장에 어울리지 않고..

 나름 만족스럽게 머리를 세우고 나자 조금 기분이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쓸데없이 머리숱이 많으니까 손질하는데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지만. 그러고보니 어제 아저씨가 '신사'니 뭐니 어쩌고 했었지. "신사답게 행동하면 넘어오는 이성도 있는 법입니다." 이랬던가.. 어제는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지만 솔직히 신경쓰이지 않을 리가 없잖아. 마침 좋은 실험대상도 있겠다.. 눈앞에 있는 주황색 원피스 차림의 여성에게, 가볍게 손을 내밀면서 한마디 했다. 속이 오글거리는 걸 참아가면서.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 자. 이제 가실까요.."
 "푸훗.. 고작 밥 먹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어울리지만."
 
 봐, 역시 비웃잖아.. 내민 손을 거둬들이려던 찰나, 그녀 역시 다소곳하게 자세를 잡더니 살짝 손을 얹어주었다. 뭐야. 이거. 성공이라는건가. 일단?.. 오글거리니까 그만둬야겠다.

 "으.. 으아아. 역시 이런건 나랑 안 맞아!"
 "무리하면 못써요. 표정이라도 좀 펴고 그랬으면 모를까.. 재밌는 분이네요. 그나저나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아, 저는 후루야마 료스케라고 합니다. 올해 스물 하나.. 지진 할때 진震에, 야마는 산(山)이고.. 좋다의 양(良)에 돕다의 조(助). 산을 떨게 만들 정도로 강해지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죠!"
 "음.. 그런 건 말해봤자 잘 몰라요.."

 무심코 몇년 전에나 했던 자기소개를 해버렸다.. 부끄럽다... 게다가 마무리 멘트까지. 하아.. 미인 앞에서 이게 무슨 꼴이야.

 "하.. 하.. 하아. 죄송합니다. 역시 이런건 나랑 안 맞아!"
 "옷차림은 어울리시는데요. 재밌는 분이시네.. 초면에 이름을 바로 알려주는 사람도 생각보다 꽤 있는 법이네요. 후훗.."
 
 개인적으로는, 유니스보다 이 여자가 더 예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일까. 저렇게나 아름답게 미소를 짓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저도 답례로, 신사분께 정식으로 인사드리도록 할게요. 에리나 루리카 가우디. 루리카라고 불러주면 고맙겠어요.. 올해 나이는 스물."
 
 잘못 들었나. 뭐라고?

 "... 네? 아니. 뭐?"
 "올해 스물."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는데.. 그 말은."
 "유니스랑 같은 나이에요."

 그 여자, 고작 스물이었어?! 나보다 어리다고? 겉보기엔 영락없이 스물은 가볍게 넘을거라 생각했는데! 잠깐, 스물이 선생님 일을 할 수 있나? 아니 뭐.. 이런 학교 저런 학교 있는 법이라지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이 아리따운 여성에게 집중하자.

 "그러면, 료스케 오빠라고 부르면 될까요?"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느낌이다. 살면서 두번째 느끼는 감각..! 그런데 이 두근거림은.. 한달 전쯤에 싸웠던 그 '금색'과 같은 느낌이다. 확실히 마지막에.. "기다리라고 서 주진 않는답니다." 라고 말했던가.. 잠깐. 이 여자. 묘하게 그 여자랑 목소리가 비슷한데..

 "자, 료스케 오빠. 슬슬 출발할까요!"

 아니. 착각이다. "당신들의 상태도 그렇게 좋지는 않네요." 라고 말했던 그 여자의 목소리는 지금보다 더 날카로웠어. 다만 그 두근거림만큼은 똑같다. 처음 보았을 때 보다 더 예뻐보이기도 하고.. 아아. 후미카가 이런 여동생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아.. 그러니까.. 루리카? 루리카.. 라고 부르면 될까.."
 "이왕 차려입었잖아요. 신사답게 말해주시겠어요?"

 으.. 으흠. 신사답게.. 인가.

 "루리카. 뭘 먹고싶지? 이 오빠가 뭐든지 다 사줄게!"
 "난 뭐든지 잘 먹어요. 그나저나 오빠가 생긴 기분이라 기분이 좋네요~ 신사인 척 하는게 조금 서투르지만."
 
 후미카 녀석은 루리카의 반만 좀 닮았으면 좋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리치 아저씨가 잔소리할때 제대로 들어둘 걸 그랬다. 진짜 후회되네. 그게..

 "하.. 하다 보면 늘거야. 안 그래?"
 "일단은 외형부터.."

 갑자기 말을 하다 말고 내 앞으로 바짝 다가오더니, 내 목에 걸린 넥타이를 잡더니 이리저리 모양을 잡아주고 있다. 무심코 눈이 맞아, 나도 모르게 엄청나게 부끄러워졌다. 으.. 으으. 얼굴 빨개진 거 아닌가?

 "친오빠가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그.. 그그.. 그그그.. 그래.."

 말 더듬지 마라! 나! 후루야마 이자식아! 산을 떨게 만들겠다는 위대한 포부가 여자 앞에서 무너지면 쓰냐!... 하지만 가슴이 두근거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더듬지 말구요. 어휴. 아까는 잘만 하더니.. 혹시, 나한테 반하기라도 했나요?"
 "그그 그그그 그럴리.. 그럴리가.."
 "후훗, 료스케 오빠 엄청 당황했나보네요~ 심장박동도 빨라진 것 같고."

 넥타이 모양을 잡다 말고 살짝 고개를 치켜드는 그 모습을 보자 마자 가슴이 더 두근거린다. 대체 나 왜 이러는거냐! 미치겠다 정말..

 "노.. 놀리지 마.."
 "미안해요. 여동생이라면 이런 장난도 치고 하지 않을까 싶어서."
 "아.. 아니, 사과 할.. 필요까지느.. 는 없고.."

 보통 친여동생한테 두근대는 오빠는 없단다. 루리카.

 "처음 봤을 때 보다는 좀 나아졌네요. 자, 그럼 료스케 오빠. 어디로 에스코트 해주실건가요?"
 "그.. 그러니까."
 "아까는 말 잘하더니 갑자기 왜 그래요 오빠?"
 "그.. 그그. 아아 그러니까 으.."
 "눈을 피하지 말고 말해봐요."
 "일단! 뭐라도 좋으니 먹으러 가자!"
 "네♪"

 밖으로 나오면 좀 나아지겠지..

 "여동생이라면 이렇게 손을 잡거나 하겠죠?"
 "어.. 어어?"

 손을 힘주어 잡힌 덕분에 오히려 두근거림이 더 심해져버렸다. 이 옷을 입고 있으니 오히려 긴장이 더 되는 것 같다.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여동생 놀이라는거~"
 "즈.. 즈즈즐거워어.. 보이네."
 "어휴, 이렇게 떨고만 있으면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너 때문이야. 루리카.. 이 여자아이는 아무래도 소싯적에 남학생들을 꽤나 마음 졸이게 한 전적이 있을 것 같다. 하는게 왠지 바운더리가 엠페러한테 하는 거랑 비슷한데.. 아니, 어깨에 기대어오거나 하진 않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혹시라도 바로 옆에서 "오빠" 라거나 불렸다간 그대로 심장이 멎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오빠? 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
 "노.. 놀랐잖아!"

 멍하니 걷다가, 갑자기 내 눈앞에 휙 하고 모습을 드러낸 그녀. 아. 으아아. 정말로 심장이 멎어버리는 줄 알았다고!.. 그나저나, 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앞에 두고 밥은 제대로 먹을 수나 있을까가 제일 걱정이다..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저 표정. 너무나도 사랑스럽지 않은가! 세상에. 내가 살면서 이런 순간을 맞이하게 될 줄이야.. 이런 여동생이라면, 귀여워해줄 수 있겠어!.. 이 두근거리는 것만 빼면 말이지.

 "루리카, 즈즈즐거거겁니?"
 "엄청 즐거워!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만 같아!"

 이 금발 벽안의 여동생.. 루리카에게 좀 더 휘둘려볼까. 심장이 멎지나 않을까 엄청 걱정되지만.. 주위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있는 게 느껴진다. 이러다간 저 시선에 루리카를 빼앗길것만 같아 이어진 손을 꽉 쥐었다. 다만, 얼굴에 열이 더 올라버렸다..

 "오빠, 얼굴 빨개!"
 "하. .하하하.. 기.. 긴장했나봐. 미.. 미안하네."

 후루야마 료스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 21년만에 처음으로 다른 여자와 손을 잡게 되었다. 오늘은 정말 기념비적인 날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 여자한테 오빠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루리카.. 정말이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이가 아닌가! 어딘가의 게임에서 나올 법한 전개가 나오고 있다.. 감동적이야.. 이번 휴가는 정말 최고의 휴가가 될 것만 같다.
20살 여동생에게 오빠라고 불려서 행복감에 젖은 디시브(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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