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초변조종기 엑사베리온


투고 | alphase

여자는 무서워.. (4)


 "으.. 으하아아암.. 으엣취."

 가볍게 기지개를 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불도 안 덮고 그대로 쓰러져 잤던 탓인지 몸이 조금 으스스하다. 옆을 보자, 분홍색 잠옷을 입고 머리도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는 스물 다섯의 여성, 유니스 누나.. 누나라고 부르기엔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거 아닌가 싶긴 하지만. 여튼 유니스 누나가 스키넥을 한 손에 부여잡은 채 그대로 졸고 있다. "냐~ 흠냐" 소리내어가면서.. 누구는 덕분에 밤새도록 졸린거 참고 상대하느라 미치는 줄 알았는데. 속 편한 여자다. 진짜.

 주변을 둘러보니 이불을 덮고 자고 있어야 할 검은 머리의 남자가 자리에 없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유난히 햇빛이 밝다 싶었더니 벌써 정오가 다 된 모양이다. 검은색 프레임을 가볍게 톡톡 두드려서 화면만 켜봤더니 '12:05'라는 문자가.. 나, 몇 시간이나 잔걸까 모르겠다.

 "아까는 말 잘하더니, 갑자기 왜 그래요?"

 디시브가 나갔으니 우리 둘밖에 없어야 할 텐데, 밖에서 이상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앙칼진 여성의 목소리. 기억에 있는 가장 근접한 목소리는.. 그 '금색'의 유저의 목소리다. 이런 건 듣기 싫어도 듣게 된다는 게 청력이 좋다는 것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 그그그.."

 디시브의 목소리다. 어. 잠깐만. 디시브가 저렇게 떨고 있다니 저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더.. 한 게임 더.." 라고 웅얼대고 있는 유니스에게 저절로 눈총이 갔다. 후루야마라는 성에 걸맞게 부들부들 떨고 있는 건 처음본다. 두려움인가? 적어도 내가 인식한 목소리를 후루야마도 똑같이 인식했다면 그 상대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건 확실하다.. 젠장. 나가서 볼 수 없으니 답답하다. 하필 난반사 유리으로 가로막혀있어,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는다.

 키가 큰 남성, 디시브가 있는 건 알겠는데. 여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루엣은 보이지 않는다. 뭐지. 대낮부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협박인가? 그 후루야마가 협박을 당하고 있는건가..?

 "눈을 피하지 말고 말해봐요."

 저 음색. 똑같다. "기다리라고 서 주진 않는답니다~" 하고 멀어졌던 그 목소리. 이대로라면, 디시브가 위험하다..! 저 여자는 금색의 유저가 확실하다. 

 "한.. 게임 더!"

 급하게 일어서려고 했는데, 내 팔에 무지막지한 힘이 가해져서, 그대로 고꾸라졌다. 다행히도 푹신한 카펫 위라서 아무 소리도 안나긴 했지만.. 아프다. 더럽게 아픈데 여기서 소리를 내면 정말로 디시브가 위험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표정변화를 하는 정도로 겨우 고통을 참아냈다. 디시브가 그 말에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긴 했는데. "뭐라도 좋으니.. 가자" 라는 말밖에 듣지 못했다. 설마, 인질로 잡힌건가?

 유리창 너머로는 이제서야 두 개의 실루엣이 보이더니, 서서히 멀어져가, 문이 닫히는 소리밖에 듣지 못했다. 나가는 모습은 볼 수 없었던 게.. 어느샌가 내 시야가 강제로 천장을 향해 고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잠버릇 고약한 여자때문에.

 문이 닫히고, 고개를 필사적으로 돌려 그들이 어디로 가는 지를 확인해보려고 했으나. 디시브가 한 팔이 잡혀있다는 것 밖에는 확인하지 못했다. 손인지, 팔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상대가 주황색 옷을 입은 여자라는 것 정도밖에 확인하지 못했다.

 "놔, 놔 좀!!"
 "왜.. 못 이기는.. 음냐.. 거야.. 흠냐.."

 반대 팔로 내 잡혀버린 팔을 떼어내려고 이리저리 노력해봤지만. 미동도 않는다. 끔찍하다. 자면서도 이 근력이라니.. 아무래도 이 여자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여기서 더 힘을 줬다간 팔이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발버둥치기를 멈추고 그냥 누워버렸다. 제발 빨리 좀 일어났으면 좋겠다.

 뭐가 그렇게 괴로운지 으으.. 으으 거리면서 입술을 이리 씰룩 저리 씰룩대고 눈가에 주름이 지는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나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에이.. 디시브니까. 괜한 걱정은 그만 두자.. '금색'을 본 적도 없었고. 저 여자가 '금색'의 유저라는 확신은 '목소리' 하나 말고는 없다. 그야 목소리가 비슷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니까.. 크게 신경쓰지 말자고.

 "잠버릇 하나 더럽게 고약하네.."

 디시브와 같이 나간 그 여자에 대한 생각을 접고 나니, 눈앞에서 내 팔을 잡아당기고 있는 이 여자가 엄청나게 신경쓰인다. 정확히는 짜증난다고 해야 할까. 사람을 밤새 괴롭혀놓고도 모자라 이제는 잠꼬대로 팔까지 끌어당기고 앉아있다. 리더라고. 리더. 표면상으론 내가 위란 말이야 이 여자야.

 그냥 생각을 접고 그대로 드러누워버렸다. 어차피 이대로라면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 사실을 깨달으니 더 짜증난다. 이 여자의 잠버릇이 이 정도로는 끝날 것 같지 않으니. 함부로 깨워보지도 못하겠고. 놓으라고 소리를 질러보기도 했지만 곤하게 자는건지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쪽을 본 상태로 누워주는게 제일 편하다. 그런 결론을 내리고나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오히려 이 여자가 내 팔을 잡고 흔들지 않는 게 다행이라 생각될 정도.. 진정하자. 손 아준. 그녀의 잠버릇이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르지만, 쓸데없는 저항은 포기하고 그냥 이 푹신한 카펫 위에서 가만히 눈이나 감아버리자.. 가끔은 이런 휴식도 괜찮잖아? 그냥 내 팔에 힘을 주는 걸 포기하기만 하면 돼. 한쪽 팔을 이리 흔들든 저리 흔들든 상관하지 말자고..

 그래도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옆에서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나서 잠을 깼다. 맑고 고운 목소리로 "흐아아아아" 하는 하품 소리가 들려와 그쪽으로 눈을 슬쩍 돌려보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얼굴이 돌아가질 않는다. 아. 팔이 이쪽으로 접혀있구나. 그제서야 내가 팔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그 목소리의 주인공. 부스스하게 아무렇게나 뻗쳐있는 긴 생머리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은 그 위에 새가 둥지를 짓고 살아도 될 정도로 잘 꼬여있다. 눈을 깜빡거리며 "지금 몇시지?" 하면서 급하게 푸른 빛의 스키넥을 찾고 있는 여자. 유니스.

 "적어도 오후 3시는 넘지 않았을까요."
 "뭐야, 왜 안깨웠어! 정오 하프-프라이스 타임 지나버렸겠다~!"

 정오 하프 프라이스 타임이라는 건 아마 12시 정각부터 시작하는 반값 할인 행사를 의미하는거겠지. 나도 검은색 프레임을 가볍게 두드려 시간을 확인해봤다. 오후 3시는 커녕. 해가 어느새 지려고 하고 있다. .. 이 여자. 엄청 오래 자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이 갑자기 떠올랐지만. 제발 잠은 좀 곱게 자 줬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원을 아무에게라도 좋으니 빌고 싶을 정도다.

 "오늘 먹을 것도 없는데.. 당장 오늘 출발하는 줄 알고 냉장고 안에 자투리 채소 하나 남기지 않았단 말이야."
 "통근한다고 그랬잖아요 누나."
 "그야, 매일같이 그 거리를 왔다갔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가면 몇일간 일하다가 하루나 이틀정도씩 쉬러 돌아오고 하려고 했거든."

 머릿속에 이미 어떻게 할지를 다 정해놓았다는건가. 역시 어른은 다르다. 하긴.. 어제 '개인실'이니 뭐니 그런 세세한 이야기까지 다 하긴 했었구나. 그야 난 이미 아는 내용이니 크게 신경 안썼지만. 가장 충격이었던건 리치가 EcS, ​'​E​l​e​c​-​c​o​n​s​t​a​ Splat'의 대표였다는 사실이다. 막연히 산전수전 다 겪었을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 아저씨가 대표로 잘도 오래 살아남고 있네.. 흠흠. 이런 생각은 접어두자. 혹시라도 행동으로 드러났다간 아웃이다. 아웃.

 "옷이나 입어요. 뭐라도 먹어야죠."
 "어, 사주려고? 역시나 리더. 돈이 꽤 있나봐?"
 
 엄연히 지금 쓰려는 돈은 내 돈은 아니지만.. 저 어디에선가 오늘 또 울상을 짓고 있을 파마머리의 신사가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이내 지워버렸다. 미안해 아저씨.

 "이런 게 있죠."

 가슴팍에 넣어둔 카드.. 카드를.. 어? 없네? 어디 갔지..? 게다가 정장도 아니잖아.. 아! 분장.. 아니, 변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수준의 그 모습에서 다시 돌아오고 나서..

 "카드.."
 "아, 그거라면 나한테 있어. 잠깐만."

 그제서야 떠오른 건 내가 어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유니스에게 붉은 빛의 카드를 넘겨줬다는 게 떠올랐다. 잠깐 기다리라고 해놓고는 급하게 방으로 들어가더니, 곧 붉은 빛의 카드를 뱅글뱅글 돌리면서 나타났다. 잠옷 차림으로 그러지 마..

 "그거, 엄연히 회사 대표의 돈이에요."
 "알고 있어."

 알고 있다는 사람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어제 본 기억으로는, 유니스 이 여자 역시 상당한 대식가라는 점이다. 디시브의 동생, 시밀러 후루야마 후미카에 필적할 정도로. 손에 들고 있던 검은색의 스키넥에서 갑자기 작은 진동이 퍼져, 재빠르게 프레임을 두드려 화면을 켜자 거기에는 메세지가 여러개 도착해 있었다.

 [FU☆Miki - 아, 이건가. 엠페러의 닉네임이라는 거. 오빠한테 들었어.]
 [FU☆Miki - 맞나요?]
 [FU☆Miki - 아닌가?]
 [FU☆Miki - 맞으면 응답좀 해 주시겠어요?]
 [FU☆Miki - 자고 있나. 아니면 보고 있으면서 무시하는 거 아니야?]
 [FU☆Miki - 그럼 무시하지 마아아아]

 이 여자, 뭐야.. 이상하다 싶어 보낸 시간을 알아보니 처음 보낸 게 정오 조금 넘어서다. 내가 한창 자고 있을 때로군. 닉네임만 봐도 누군지 대충 알 수야 있었지만. 이 여자는 메카 드라이브를 하지 않는 모양인지 기본 메신저로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는 건.. ​F​o​r​c​e​O​f​E​m​p​e​r​o​r​쪽​이​ 아닌 ​E​m​p​e​r​o​r​_​K​n​i​g​h​t​.​.​ 쪽으로 보냈다는 거겠지. 이 계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안되니까. 아, 혹시나 싶어 문서에도 Knight쪽은 착실히 지워뒀다. 물론, 뭔가 부끄러워서 그런 건 아니다. 애초에. 중 2때 만든 계정이라고? 그땐 나도 영어를 못했으니까.. 반성해라. 중 2의 손아준.

 다만 이렇게 보고 아무 말도 안하는 건 좀 미안하지 싶어 답장을 주기로 했다. 넥프, ​N​e​c​-​F​r​i​e​n​d​에​도​ 친구 신청이 둘이나 들어와 있다. 그중 하나는 역시나 ​'​F​U​☆​M​i​k​i​'​.​.​ 다른 하나는. 정직하다 못해 이젠 무섭기까지 한 ​'​Y​u​n​i​s​e​'​였​다​.​

 "갈 준비 안할거야?"
 "누나야말로 잠옷 입고 나갈 생각인가요."
 "어.. 어? 그렇네.."

 자기 몸을 이리 두리번 저리 두리번 거리고는 재빨리 방으로 들어가버린 유니스 누나는 상관하지 않고. 후미카 누나의 넥프 신청을 받아주었다. 솔직히 유니스는 좀 그래.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충 얼버무리면 되겠지.

 [FU☆Miki - 어, 혹시 이제서야 일어난거야?]
 ​[​E​m​p​e​r​o​r​_​K​n​i​g​h​t​ - 네. 네.]
 [FU☆Miki - 무시한 줄 알았잖아..]
 ​[​E​m​p​e​r​o​r​_​K​n​i​g​h​t​ - 이유없이 사람을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FU☆Miki - 그나저나, 묘하게 딱딱하네?]
 ​[​E​m​p​e​r​o​r​_​K​n​i​g​h​t​ - 원래 이러니까 신경쓰지 않으셔도..]
 [FU☆Miki - 아, 참. 료스케 오빠한테 들었어.]
 [FU☆Miki - 이틀정도 더 쉰다면서?]

 디시브... 이 얼마나 입이 가벼운.. 아니, 손이 깃털같이 가벼운 인간이란 말인가.

 ​[​E​m​p​e​r​o​r​_​K​n​i​g​h​t​ - 디시브....]
 [FU☆Miki - 어제 한 약속, 기억해?]
 [FU☆Miki - 엠페러?]

 약속..? 아. 아아.. ....

 ​[​E​m​p​e​r​o​r​_​K​n​i​g​h​t​ - 오늘은 무리일 듯 싶네요. 이제 일어나기도 했고.]
 [FU☆Miki - 괜찮아. 나도 오늘은 예정이 있거든?]
 ​[​E​m​p​e​r​o​r​_​K​n​i​g​h​t​ - 혹시나라고 생각하지만 그 코스튬 플레이 축제같은..]
 [FU☆Miki - 정☆답!]
 ​[​E​m​p​e​r​o​r​_​K​n​i​g​h​t​ - 네네.]
 [FU☆Miki - 아직 말 안끝났다구. 약속은 잡아야 할거 아냐?]
 ​[​E​m​p​e​r​o​r​_​K​n​i​g​h​t​ - 혹시나 해서 다시 한번 ​물​어​보​는​거​지​만​.​.​]​
 ​[​E​m​p​e​r​o​r​_​K​n​i​g​h​t​ - 그 변장, 또 해야하나요.]

 [Now Calling.. FU☆Miki]

 -"통신 받았습니다. 여기는 엠페러.."

 아차, 항상 하던 버릇이 튀어나와버렸다.

 -"후미카야."
 -"그렇다고 갑자기 통신을 거는 건 좀.."
 -"당연하잖아. 신사 복장을 하고 움직여줘야 코스프레가 가능한 거 아니겠어?"
 -"하아.."
 -"그런 거니까. 내일 일어나면 곧장 연락 줘!"
 -"..하아."
 -"한숨 그만 쉬고! 내일 기대하고 있을게!"
 -"네. 들어가세요.."

 대체 뭔 일이 동시에 이렇게나 많이 일어나는건지.. 스키넥을 내려놓고 아무렇게나 카펫 위에 앉아있자, 곧 위아래로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맞춰입은 긴 생머리의 여자가 나타났다. 그나저나 저런 걸 입어도 꽤나 미인이다. 생각해보면 체육시간에도 매번 저 차림이었구나.. 왠지 그리워졌다.

 "후미카야?"
 "아. 아 네. 그렇죠."
 "내일 만나기로 약속이라도 한 거야?"
 "아? 아아 네."

 뭐야. 이 여자. 갑자기 생글생글 웃고 있어.

 "으음. 잘 어울리던데~ 잘 해보라구. 선생님이 응원할테니까!"
 "네? 갑자기 무슨.. 게다가 이제 와서 선생님 놀이입니까."
 "그야, 그 나이 또래라면 충분히 관심 가질만 하잖아? 그리고. 몇달 전까진 엄연히 선생님이었어."
 "네. 그래요.. 아, 유니스 누나."
 "왜?" 

 위험했다. 아줌마라고 말할뻔했다. 아줌마의 주가 나오려다가 입이 그래도 굳어버려, 다행히도 유 발음과 비슷해서 유니스 누나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후미카 누나. 저보다 어린 거 아닌데."
 "뭐?"
 "올해 열 아홉. 디시브의 친여동생."
  
 놀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는 유니스. 아마 내가 리치의 정체를 알고 나서 지었던 표정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전혀 안 닮았는데.. 그럼 슬슬 뭐라도 먹으러 갈까?"
 "그거, 고용주 개인 카드니까 적당히 써요.."
 "아, 그나저나 오늘 루리카가 온다고 했었는데. 루리카는 아직인걸까?"
 "루리카?"
 "대충 짐작은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내 룸메이트. 그 말고도 몇명 더 있긴 한데.."
 "역시 이 큰 집에 혼자 산다는 건 말이 안되긴 했죠. 그렇다면 혹시.."

 위험했다. 그 잠버릇에 대해서 언급할뻔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 잡혔던 한쪽 팔이 아파오는 느낌이다. 크윽.

 "혹시, 뭐?"
 "아니 뭐, 이 큰 집에 다 여자만 살고 있었나 싶어서 그랬는데... 다 입었으면 슬슬 출발하죠."
 "남자애는 남자애인가보네. 그런거에 관심을 가지고~"

 더 바보취급 당하고 싶진 않아서 그냥 그만두기로 했다. 위기도 벗어났겠다.. 이 분위기.. 거북하기도 하고.

 "그건 됐으니까. 슬슬 움직이죠."
 "궁금한건 뭐든지 물어보렴? 이 누나가 친절하게 알려줄테니까~ 리더♬"
 "거리를 좀 두죠."
 "뭐야, 부끄러워하긴~ 이 예쁜 유니스 누나가 뭐든지 알려준다니까?"

 오지 마요. 얼굴은 예쁜데 그 팔힘은 전혀 예쁘지 않으니까. 저리 가.. 적당히 팔이 잡히지 않을 만한 거리를 둔 채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다. 해는 이제 슬슬 반대쪽으로 넘어가려는 참이다. 스키넥도 주머니에 챙겼겠다.. 디시브도 아무 일 없으면 연락이 오든가 하겠지. 리치 아저씨는.. 에이 몰라. 알아서 잘 쉬고 있겠지.
엠페러의 고난 3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