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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레이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원작 |

역자 | 淸風

네 이름은 전편


 때는 12월 중반.
 한기가 몸에 스미는 오늘 이 시기, 유키는 안절부절못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크리스마스에 만날 수 없을지 권해 버렸으니까.

 메일을 보낸 건 그젠데, 아직껏 답장이 없다. 평소라면 거기서 포기해 버리겠지만, 메일 수신 상대인 레이는 휴대폰이 없기에 PC 메일 주소에 보낸 상태다. PC는 매일 켜진 않는다고 했었으니 아직 못 봤을 가능성도 있고, 단순히 망설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유키는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화로 확인 해 버리면 빠르겠지만, 까놓고 말해서 배짱이 부족했다. 지금까지도 전화를 할 때는 심장이 폭발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던 거다. 그도 그럴게, 집 전화니까 가족이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까, 보통 어머니만 받는다.
 다행히 학생회를 통한 연결이 있으니까 의심받지는 않았겠지만, 너무 자주 전화 하는 것도 수상하겠지. 특히 레이는 수험을 앞둔 3학년. 이 시기는 이미 2학년들을 메인으로 활동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이를 권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왠지 떠오르지 않았다.
 레이를 처음으로 본 건 유키가 1학년, 레이가 2학년이었을 때. 학생회의 일정으로 한 번 보게 된 게 처음.
 처음으로 본 레이는 확실히 미소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늠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유키가 느꼈던 감정은, ‘귀엽다’는 거였다.
 연상인데다 그 해엔 ‘미스터 릴리안’으로 선발될 정도였는데, 왜 ‘귀엽다’는 느낌이 든 걸까.
 1년 이상 지난 일을 떠올리려 한 순간, 휴대폰이 떨렸다. 메일 착신을 알리는 소리에, 후다닥거리며 휴대폰을 연다.

 하세쿠라 레이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급히 가슴의 고동이 빨라진다. 전화를 잡은 손가락이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권유는 받아 주었다.
 이번은 과연 어떨까. 그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당일. 일본에선 이브 쪽이 더 큰 행사라곤 해도, 아무리 그래도 크리스마스 당일인 거다. 25일까지는 거리도 크리스마스 기분으로 가득찬 느낌이고,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판다.
 그런 날에 권유를 받으면 의식하지 않을 리가 없겠지. 그 이전에 수험생인 레이가 막다른 시기에 요청을 받아줄지 어떨지.
 불안과 기대, 공포와 희망이 뒤섞인 복잡한 속마음을 감싸안으며, 유키는 레이에게서 받은 메일을 열었다.
 스여있던 글자를 눈으로 좇는다. 여자지만 문자만 쓰인 굉장히 심플한 내용에 눈을 빼앗긴다.
 수없이 다시 읽는다.

“……아, ​아​자​―​―​―​―​―​―​!​!​”​

 유키는 소리치곤, 구름도 찢을 듯이 주먹을 하늘로 내질렀다.
“뭐, 뭐야 뭐야, 왜 그래 유키치?”
“맛 갔어?”
 학생회실 안에서 카드게임을 즐기던 코바야시와 타카다가 무슨 일인가 싶어 유키 쪽을 바라봤다. 커피를 내리던 아리스는, 쟁반을 든 채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특별한 활동 예정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모여버린 면면에게 주목받아, 유키는 공연히 헛기침을 내뱉었지만 기쁨이 눈꼽만치도 줄지 않았다.
“미안, 나, 오늘은 이제 돌아갈게.”
 바로 가방을 거머쥔다.
 기막힌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는 동료들.
“뭐야, 오늘은 아무 볼일도 없다고 말한 주제에.”
“갑자기 생겼어.”
 책상 위에 올려뒀던 책을 가방 안에 담는다.
“……여잔가.”
 나직히 한 마디를 말한 코바야시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움직임이 멈춘다.
“응? 뭐라고?”
 되물어보자,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집어던지곤 일어서는 코바야시. 안경을 수상쩍게 빛내며, 천천히 거리를 좁힌다.
“아까 휴대폰에 메일이 왔었잖아. 그걸 본 뒤에 확연히 표정이 바뀌었고. 여자한테서 온 메일이란 생각밖에 안 들어.”
 은근히 날카로운 추측이었지만, 여기서 고개를 끄덕일 수도 없다. 바로 놀림당할거고, 학교 안에 소문이 퍼지리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으니까.
 그렇기에 유키는 “그런 거 아냐”하고 부정하며, 바로 출구의 문을 열었다. 그도 그럴게 생각이 얼굴에 바로 나오는 후쿠자와 집안의 특성상, 시간을 주면 줄수록 불리해 질 뿐인 거다.
“이 시기라면 크리스마스겠네. 그렇군, 크리스마스 데이트라도 정해진 거냐?!”
“아니라니까. 집 사정으로, 조금.”
 집에 대체 어떤 일이 있으면 주먹을 치켜들고 소리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들떠있는 유키는 그런 사소한 건 치워두고, 학생회실을 떠났다.

 실제론 코바야시가 말하는 대로 크리스마스 데이트가 원인이지만.

 유키는 홀로, 들뜬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편, 하세쿠라 가.
 레이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뺨에는 아련히 땀이 맺힌 채로 문장에 열중하고 있다. 과연 수험생, 수험공부하는 모습도 집중력이 넘치는 게 엿보여서 멋지다. 라고 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레이가 바라보고 있는 건 참고서가 아닌 노트북 화면. 그리고 오른손에 잡고 있는 건, 샤프 펜이 아닌 마우스.
 요즘 도장의 갖가지 관리도 컴퓨터를 써서 하고 있지만, 아버지는 컴맹이라 주로 어머니가 관리를 맡고 있다. 그리고 레이는 그 은덕으로 컴퓨터를 쓰고 있다.
 어차피 어머니도 정해진 작업 외에는 그리 컴퓨터를 쓰지 않으니까, 레이가 사적으로 메일이나 인터넷을 써도 전혀 문제는 없다.
​“​하​아​아​아​~​~​~​~​.​”​
 크게 한숨을 내쉬곤, 레이는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책상에 턱을 붙이듯 엎어진다.
 드디어 눌러 버렸다.
 메일이 온 건 어제 보고 알았다. 하지만 그 내용을 읽어보곤 하룻동안 고민했다.
 아니, 고민했다기보다는 무서워서 클릭할 수 없었던 거다.
 유키가 보낸 메일은 틀림없이 크리스마스 데이트 권유 메일. 받고 읽은 직후엔 흥분해서 가슴 고동이 그리 잦아들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뒤 안정을 되찾곤, 문득 무서워져 버린 거다.
 유키는 어떤 생각을 담아 레이를 권한 걸까. 지금까지도 여러 번 데이트를 한 적은 있지만, 사이 좋은 친구라는 영역을 넘을 정도엔 이르지 못했다. 손을 잡은 적도 없고, 당연하지만 고백하거나 받은 적도 없다.
 여름부터 생각하면 네 달쯤 지났는데 아무것도 없는 건, 유키가 레이를 이성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건 아닐까. 그런데도 혼자 들떠서 착각한다면, 보기 나쁜 건 아닐까.
 그런 비겁한 변명이 머릿속을 빙빙 돈다.
 그도 그럴게, 서로 똑같지 않은가. 권유를 받고, 같이 놀러 가서, 하지만 레이는 아무 말도 안 하고 행동을 보이지도 않는다. 레이와 같은 생각을 유키가 가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애초에 레이는 유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싫어하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고, 좋아한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그 ‘좋아함’이 과연 어느 정도로 강하고, 어떤 방향의 ‘좋아함’인 건지 스스로도 모르겠다.
 친구로서일까, 이성으로서일까, 사랑하는 상대로서일까.
 연애소설, 연애만화는 많이 읽어왔지만, 자기 자신이 연애라는 걸 경험한 적이 없으니 자신의 마음도 이해할 수 없다.
“하아.”
 다시 한숨을 내쉰다.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자, 레이가 쓴 메일은 진작 발송되어 발송 완료 함 안에 들어가 있다.
 이미 유키는 레이의 메일을 읽은 걸까. 레이와 다르게 휴대폰 메일이니까, 도착하면 바로 깨닫고 읽겠지. 유키가 읽는 모습을 상상하면 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레이도 의식은 하고 있다.
 상대가 일부러 크리스마스라는 날을 골라서 권했다는 것 정도는.
 그리고 그걸 이해하고 답장을 보낸 거다.
“왜 그러니 레이, 화면을 보고 한숨만 내쉬곤.”
“아, 으으응, 아무것도 아냐.”
 하세쿠라 가의 컴퓨터는 가족 공용이기에, 거실에 놓여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쓰는 모습을 가족에게 보일 때도 가끔 있어서, 그리 이상한 용도에 쓸 수는 없다.
 메일 프로그램을 끄고, 컴퓨터의 전원을 내린 뒤에 자리서 일어난다.
“저기, 그러고 보면, 레이.”
“왜?”
 거실을 나가려던 참에, 어머니가 불러세워서 걸음을 멈춘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어머니는 소리를 줄여서 물어본다.
“하나데라의 학생회장 씨랑은 어때? 몇 번인가 같이 외출했던 모양인데.”
 직구승부.
 하지만 이 직구가, 굉장히 위력적이다.
“어, 어떻고 저떻고, 그냥 학생회 볼일이었고.”
“학생회 볼일 말이구나.”
 누가 봐도 거짓말이라는게 빤히 들킨 상황이지만, 정색할만한 배짱도 없다고 할까, 유키와의 관계도 애매해서 뭐가 정답인지도 모르겠다고 할까.
 단지 어머니가 호의적으로 봐 주고 있는 건 다행이었다.
“뭐어, 레이가 좋아하는 대로 하렴. 단지, 어중간한 건 안돼. 수험이랑 연애도 양쪽 다 진검승부인 거니까.”
 끄덕이자, 어머니는 웃었다.
 뭐가 웃겼나 싶었지만, 어머니의 말을 다시 떠올려 보면 유키와의 관계가 단순한 학생회 활동으로 만나는 관계가 아니라는 걸 인정한 거랑 마찬가지라는 걸 깨달았다.
 얼굴이 조금 뜨거워진다.
“수험이 끝나면 데려 오렴. 내게도 소개 해 줘.”
“그, 그러니까, 아직 그런 관계가…….”
 말하려다 허둥지둥 입을 닫았지만 이미 늦어서, 어머니는 아직 웃고 있다.
 이렇게 되면 레이도 쓴웃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래도 정말로, 그런 게 아니라니까?”
 뺨을 긁적이며 변명을 늘어놓자, 어머니는 손을 손을 턱에 대고 가슴을 펴고, 정면에서 레이를 똑바로 바라봤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런 소릴 하고 있으면 순식간에 아줌마가 되어 버려.”
“으음―, 그래도 스스로도 자기 마음을 잘 모르겠어서.”
 설마 어머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거라곤 생각한 적도 없었지만, 결코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물론 조금 부끄러웠지만.
“그래? 나는 바로 알았는데.”
“에?”
“그도 그럴게, 여름 즈음부터 갑자기 예뻐졌는걸. 보통 말하잖아? 여자는 사랑을 하면 예뻐 지는 거야.”
 어머니의 말에, 레이는 더더욱 뺨을 붉혔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당일.
 머리카락을 다듬고, 자기 나름대로 고민해 코디네이트한 옷을 입고 유키는 방을 나섰다. 그리고 집을 나서기 전에 누나에게 붙잡혔다.
 같은 집에서 살고 있으니 계속 숨길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들으면 부끄러워서.
“아, 뭘 그리 멋부리는 거야, 혹시나 데이트?”
“시끄러워, 뭐든 상관 없잖아.”
“크리스마스에 ​데​이​트​라​니​…​…​어​느​새​ 그런 사람이?”
 얼버무리려 해봐야 유키의 모습을 보면 평소보다 신경쓰고 있는 건 명확했다.
 그건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뭐니뭐니 해도 오늘 데이트는 지금까지와 다른 크리스마스 데이트인 거니까.
“저기, 누구야, 가르쳐 줘.”
“그럼, 다녀올게.”
“아, 이봐!”
 유미를 떨쳐내고 집을 나선다.
 누구냐고 묻는대봐야 대답할 수 있을 리 없고, 유미도 유키의 데이트 상대가 황장미님이라는 걸 알면 다리가 풀릴지도 모른다.
“으아, 추워.”
 살갗을 찌르는 냉기에 저도 모르게 몸이 굳는다.
 하지만 그런 추위에 몸을 떨고 있을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도 그럴게 오늘은, 어느 의미, 승부의 날이니까.
 그리고 수험생인데도 유키의 권유를 받아 준 레이를 위해서라도 즐거운 하루로 만들어야만 한다.
 유키는 기합을 넣고, 겨울 거리를 걸어간다.


 이윽고 도착한 약속 장소. 준비에 시간이 걸렸기에 약속 시간 3분 전에 도착해서, 유키는 눈길을 좌우로 옮기며 상대를 찾는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생각하면, 레이는 당연히 이미 여기에 와 있을 거다.
 평소라면 바로 찾을 수 있겠지만, 크리스마스 날인 탓인지 사람이 많아 생각만큼 주위를 잘 보기 힘들어, 쉽게 찾을 수 없다.
 레이도 우연히 오늘은 늦었다거나, 아니면 유키가 오는게 늦어서 정나미가 떨어졌다거나(라곤 해도, 아직 약속 시간 전이지만). 혹은 최악의 사태라 상상하고 싶지도 않지만, 당일이 되어 역시 오는 게 싫어졌다거나.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봐도 레이의 모습이 안 보여 불안감이 MAX까지 치솟은 순간, 누가 뒤에서 팔꿈치 언저리를 찔렀다.
“저기……유키, 군?”
“하세쿠라 씨?”
 당황해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유키는 말을 잃었다.




 약속시간에서 거슬러 오르길, 몇 시간.
 레이는 집을 떠나, 거리로 향했다.
 집을 나서기 전에 어머니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와 만날 약속을 하고 있다고 설명해 두긴 했지만, 아마 어머니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겠지.
“힘내고 오렴. 오늘 하루 쯤은, 수험 공부는 잊어도 괜찮잔니?”
 결국은 그런 소리까지 하며 배웅해 주었지만.
 시계를 본다.
 유키와의 약속 시간까진 아직 잔뜩 시간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약속했던 시간이 하나 더 있다.
 어머니께 붙잡혔던 탓인지 조금 늦어, 레이는 보폭을 길게 뻗어 가볍게 뛰어간다.
 달린 보람도 있어선지 거의 약속 시간대로 도착했다. 약간 숨을 헐떡이며 문을 연다.
​“​안​녕​하​세​요​―​…​…​.​”​
 빼꼼, 안에서 상반신만 넣어서 상황을 살피자, 바로 여성 한 명이 레이의 모습을 보곤 달려온다.
“아, 여서와, 기다리고 있었어! 자, 그런데 있지 말고, 빨리 들어와. 바람이 들어와서 춥잖아?”
“아, 예, 죄송해요.”
 빠르게 안으로 들어간다.
 히터 덕인지 따뜻한 실내에, 달려온 몸은 조금 뜨거웠다. 코트를 벗고 안을 둘러다 보지만, 레이 외에 사람은 없었다.
“후후, 이 시간은 집중하기 위해, 레이 쨩의 대절이야.”
“에, 그런 가요?”
“그래. 그도 그럴게, 오늘은 레이 쨩의 승부 날이니까.”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당황했지만,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진심인 것 같았다.
 레이가 지금 있는 건 한때 유키와 첫 데이트 할 때 들렀던 미용실이었다. 그 날 이후 들른 건 한 번이지만, 가게 언니인 시모조노 유이는 레이를 왠지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랴 그렇지. 이만큼 변신시키는 보람이 있는 애도 별로 없으니까!”
 이게 유이의 주장이다.
“자아, 우선 홍차라도 마셔.”
 김이 오르는 컵을 건네받은 것과 거의 동시에 문이 열렸다.
“오, 츠무기, 마침 막 레이 쨩이 온 참이야.”
 안에 들어온 건 역시 첫 데이트 때 우연히 들르게 된 부티크의 점원, 사이노 츠무기였다.
 츠무기도 유이와 마찬가지로 레이를 마음에 들어하고, 그 이유도 유이와 같았다.
“멋지게 코디네이트 해 줄테니까, 기대해 줘.”
“제대로 헤어 메이크랑 맞도록 고민해 뒀으니까 걱정하지 마.”
“저, 저기, 그런, 대단한 건 아니어도.”
 둘이 기합에 넘쳐 있어, 거꾸로 부탁한 레이 쪽이 조금 기죽은 느낌이다. 하지만 유이와 츠무기의 기운은 죽지 않았다.
“안돼! 오늘은 소중하고도 소중한 날이잖니? 정말―, 애인을 푹 빠지게 만들어 줄 테니까!”
“맞아 맞아, 오늘은 레이 쨩의 기념할 탈 버진 날이잖아?”
“에, 탈 버……에, 버, 엣?!
 레이는 당황했지만, 유이와 츠무기는 태연했다. 둘의 눈길이 얽히고, 의미 있음직하게 레이를 바라보고 있다.
“괜찮잖아. 크리스마스에 처음으로 맺어지는 두 사람……잊을 수 없을 거야, 절대로.”
“로맨틱하잖아, 레이 쨩도 그런 걸 좋아하지?”
“에에, 뭐, 뭐어.”
 기세에 눌린 형태로 저도 모르게 수긍한다. 그야 물론 레이는 소녀 취미니까 크리스마스 날에 그렇게 되면 그야 감동은 하겠지만, 애초에 키스조차 하지 않았고, 그 이전에 정식으로 사귀지도 않는 거다.
“자, 자, 슬슬 갈아입자.”
 안쪽 방에 떠밀렸다.

“와―, 역시 레이 쨩, 스타일 좋네―, 부러워.”

“아, 귀여워. 뭐야, 역시 제대로 승부 속옷 입었잖아.”

“머리 모양은 이런 느낌으로, 자, 완벽해!”

 뭐, 이런 느낌으로 두명의 옷 갈아입히기 인형 같은 느낌이 되어, 변신한 뒤 약속 장소로 향했다.
 유키의 눈길이 레이를 그냥 지나친 건 조금 슬펐지만, 거울로 보고 레이 자신도 자신의 변한 모습에 놀랄 정도였으니까 어쩔 수 없겠지.
 아직도 두리번두리번 주위 모습을 살피고 있는 유키의 뒤에 슬며시 다가가, 팔꿈치 언저리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저기……유키, 군?”
“하세쿠라 씨?”
 뒤돌아본 유키의 움직임이 굳었다.
 레이는 부끄러움에 약간 수줍어하며, 입을 열었다.
“응. 저기……오늘은 권해 줘서, 정말 고마워.”
 혼잡 속에 몸을 두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둘 사이에서만 시간이 멈춘 듯한 감각.


 이렇게, 둘의 크리스마스 데이트는 막을 올렸다.


중편에 계속

~ 가운뎃말 ~
 소녀틱 레이쨩, 크리스마스 편.

역자의 말:
 크리스마스까지 기다려서 올릴까 고민했다는 건 비밀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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