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은 중편
자신을 바라보는 유키의 눈길을, 레이는 조금 긴장하며 느끼고 있었다. 과연 유키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유이와 츠무기가 레이를 위해 코디네이트 해 준 옷은, 특별히 고저스하거나 한 건 아니다.
조금 라메가 들어간, 소매 주위가 넉넉한 옅은 분홍색 스웨터에, 아래는 체크 무늬 미니스커트. 발은 퐁퐁 달린 부츠. 코트는 가슴팍에 큰 네 개의 버튼이 눈을 끄는, 검정 A라인 코트.
붙임머리를 단 머리는 곱슬머리 식의 부드러운 웨이브가 가슴께, 그리고 등까지 뻗어 있고, 황록색 칼라가 부드러움을 더해주고 있다.
메이크는 눈에 띄지 않는 네추럴 메이크로 했지만, 메이크를 한 거랑 안 한 거는 역시 큰 차이가 있어서, 눈가는 빛나고 있고, 뺨은 약간 상기된 붉은색에, 입가에는 농염한 붉음.
부츠는 바닥이 두껍지 않은 걸 골라 줬지만, 그런데도 키가 큰 건 마찬가지라 그것만이 아무래도 걱정이었다.
그런데도 변신한 뒤의 모습을 보면 전혀 자신같지 않을 정도로 다른 사람으로 보여서 놀랐다. 적어도 남자로 착각당하는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
얼마 전의 데이트에서 유키와 함께 성별을 착각당했던 건, 사실은 꽤나 충격이었다. 레이 자신이 남자로 착각당하는 건 그리 드물지 않은 일이다. 사복을 입을 때는 기본적으로 팬츠 스타일이고, 몸이 크다보니 남성용 옷을 사서 입을 때도 많으니까.
하지만 유키와 함께 있을 때 여성으로 인식되지 못하긴 커녕, 유키 쪽이 여자로 인식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여자로 착각당한 유키도 쇼크였겠지만, 레이 입장에선 유키보다도 여자답지 않은 건가 싶어 새삼스럽지만 자신의 외모에 낙심했다.
지금까지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던 건 릴리안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 있어서였겠지. 이렇게 조금 신경쓰이는 남자와 함께 있게 되고서야 처음으로 레이는 자신의 여자답지 않은 외모가 원망스러워졌다.
그런 일들도 있어, 오늘의 크리스마스 데이트에선 전철을 밟지 않도록, 유키에게 창피를 주지 않도록, 그러면서도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날이기도 해서, 유이와 츠무기에게 상담했던 거다. 그 결과, 유이와 츠무기는 멋지게 레이를 변신시켜 주었다.
하지만 20분 정도 동안 유키를 기다리는 사이에 헌팅 같은 것도 당하지 않았으니까, 실제로는 그렇게 여자다워지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소재는 변하지 않았고, 그리 쉽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 같은 걸 바꿀 수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저기, 유키, 군? 괜찮아?”
혹시나 아직도 레이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는지 불안해진다. 그래서 다시금 자칭했을 때, 간신히 유키의 주박이 풀렸다.
“아, 아, 안녕하세요, 늦어져서 죄, 죄송해요.”
허둥지둥 안절부절못하며 고개를 숙인다.
고개를 들면서도 어딘가 초조한 듯, 왠지 레이를 정면에서 바라보려 해 주지 않는다.
“저기……여, 역시 이상, 하려나?”
레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꽤나 귀여워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평소의 레이가 익숙한 유키가 보기엔 이상했을지도 모른다.
조금 침울해질 뻔 한 타이밍에.
“그런 거 아녜요!”
주위 사람들에게도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유키가 말했다.
☆
눈 앞의 소녀――아니, 여성을 본 순간 유키는 혼란에 빠졌다.
그 상냥한 눈빛은, 농염한 입술에서 나오는 그 목소리는, 전신을 감도는 따스한 분위기는 틀림없이 레이의 것들이었지만, 지금까지 봐온 레이와는 너무나 모습이 달랐으니까.
머리 속으론 이해하고 있지만, 마음이 따라가질 못한다.
지금 유키의 눈 앞에 있는 여성은.
사랑스런 코트 아래에서 살며시 엿보이는 체크무늬 치마, 그리고 치마에서 뻗어져 나오는 하얀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
롱헤어는 부드럽게 웨이브를 그리며 가슴팍까지 드리워 있다.
눈에 띄진 않지만, 예쁘게 메이크된 얼굴.
그리고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바라보면, 장신에 다리가 긴, 완벽한 느낌조차 드는 스타일에 아름다운 얼굴.
마치 일류 모델이나 여배우를 떠올리게 하지만, 천진난만한 소녀같은 분위기도 함께 가지고 있어, 이런 혼잡한 거리에 있다는게 아까울 정도의 미소녀였다.
주위에선 남녀를 불문하고 대체 누군지 궁금해하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근처에서 헌팅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 남자도,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것도 그렇겠지. 모델처럼 키가 크고 스타일도 좋고 추가로 미소녀. 쉽게 말을 걸만한 자신이 없을 거다.
하지만 그건 유키도 적잖이 마찬가지 느낌이라, 눈앞에 있는 게 레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이윽고 그런 유키를 보고 있던 레이의 표정에 서서히 슬픔이 맺혀간다. 그리고 자신의 옷을 잠시 살펴보곤, 쓸쓸한 듯 “이상하지 않은가”하고 물어왔다.
정신이 돌아왔다.
유키의 태도가 레이에게 슬픈 경험을 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생각할 것도 없이 안다. 레이는 오늘을 위해 이만큼이나 멋을 부리고 온 거다. 메이크도 헤어메이크도 했으니 시간도 걸렸겠지. 그런데도 유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허둥지둥 입을 열었다.
“그런 거 아녜요! 너, 너무 하세쿠라 씨가 귀여워서, 그, 너무 눈부셔서 눈이 아찔했다고 할까,”
유키도 아직 허둥지둥거리며 솔직한 감상을 입에 담자,
“아, 고, 고마워…….”
꺼질듯한 목소리로 얼굴을 붉히면서 레이가 대답했다.
그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유키는 몸이 떨렸다. 연상이고 보이시한 느낌의 여자가 부끄러운 듯이 움츠리고 있는 거다.
물론 유키는 평소에도 레이를 여자다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거랑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 그럼 갈까요?”
“응.”
계속 바라보고 있어도 의미가 없기에, 유키는 걸음을 옮겼다. 사실 정면에서 보고 있으면 넋을 잃어서 제대로 입도 열기 힘들 것 같다는 사정도 있었다.
걷기 시작해도 주변의 눈길이 여전히 레이를 향하고 있는게 느껴진다. 첫 데이트 때 레이가 갈아입은 뒤에도 주목을 받았었지만, 그 때를 한참 넘어선 것 같은 느낌이다.
“으음, 오늘은 어디에 갈 거야?”
크리스마스 무드의 거리에서 조금 들뜬 느낌으로 레이가 물어본다. 주위의, 특히 남자들의 눈길을 특별히 신경쓰는 느낌은 없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레이는 아무래도 자신이 미소녀라는 자각이 없는 것 같은데다 미묘하게 둔감하다고 할까, 좀 엇나가는 부분이 여기저기 보인다. 특히 레이 자신에 대한 부분에선 그런 경향이 강하다.
유키 입장에선 이런 예쁜 여성 옆에 자신이 있어도 괜찮을지 고민될 정돈데, 지금도 레이는 자신의 모습이 이상하지 않은가 등의 이상한 질문을 유키에게 던지고 있다.
미스터 릴리안 같은 칭호를 받아, 레이도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거고, 요시노의 기사로서 자라 왔으니까 그런 인식을 하게 되어 버린 거겠지만, 유키는 어떻게든 그걸 바꾸고 싶었다.
주위에서 어떻게 말하는게 아니라, 레이 자신이 스스로의 여자다움, 귀여움을 인식해 줬으면 싶었다.
하지만 남일을 뭐라고 하기 전에, 우선은 유키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동시에 느끼지만.
“……좀 죄송해요. 언제나 언제나 평범해서.”
“그렇지 않아, 나, 영화 좋아하고.”
레이와의 데이트에선, 지금까지 항상 영화를 보러 다니고 있다. 정말 원패턴이지만, 말하는 것처럼 레이는 영화를 좋아하는 모양이라 크리스마스 날에도 처음 향하는 곳은 영화관이었다.
하지만 같은 영화 감상이라도, 오늘은 조금 다르다. 유키는 기합을 넣고 있었다.
“하세쿠라 씨, 오늘은 자리를 예약해 뒀어요.”
“예약? 아, 그렇구나.”
크리스마스인데다 선택한 영화는 휴먼 드라마로, 어른의 판타지라고 평가받는 굉장히 평판이 좋은 화제작이어서, 힘들게 예약했다. 실제로 영화관 앞에는 입장제한이 걸려있는지, 꽤 줄이 늘어서 있다.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을 흘낏 보며, 유키는 담당자에게 티켓을 보인다.
담당자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곤, 앞에 서서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자,
“에에, 유키 군, 이건.”
“예…….”
영화관의 보통 좌석보다 폭이 넓고 편안해 보이는 자리는, 사이에 팔걸이가 없는 커플 시트였다. 물건을 둘 수 있는 자그만 테이블은 각 자리의 반대편에 달려있고, 팔걸이는 자유롭게 올리고 내릴 수 있다곤 해도 일부러 내릴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바라보자, 레이는 어딘가 부끄러운 듯 앉으려 하지 않는다.
아직 애인관계도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조급했던건가 싶어, 팔걸이를 내리려고 손을 뻗은 참에,
“아, 유, 유키 군, 괜찮아, 그거.”
“에?”
레이의 말이 유키를 멈춰세운다.
머뭇머뭇 붙임머리를 손가락으로 만지고 있는 레이.
“팔걸이를 내리면, 공간이 좁아지는 기분이잖아. 그리고, 모, 모처럼이니까.”
“에, 예.”
팔걸이를 만지려던 손을 떼고, 천천히 시트에 앉는다. 그걸 보고 레이도 조용히 앉는다. 보통 2인분 소파에 앉는다고 생각하면, 특별할 건 없는 거나 마찬가질 거다.
하지만.
팔걸이가 없는 탓인지 거꾸로 둘 다 의식해 버려, 자리 구석쪽에 붙어서 한가운데 공간이 생겨버린다. 팔걸이가 있는 것 보다도 더더욱 거북한 모습인 듯한 기분이 든다.
어쩌지 싶으면서도, 자기가 먼저 “가운데에 붙지 않을래요?”같이 이야기 할 수도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로 영화가 시작되어 버렸다.
영화는, 처음에는 좀 따분한 느낌이었지만 서장의 장면이 쌓여 중반부터 서서히 올라와, 이윽고 영화에 푹 잠겨간다.
그러던 중 유키의 손에 뭔가가 닿았다.
화면 쪽을 향하면서도 뭐지 싶어 눈길을 조금 옮겨 보자, 어느샌가 레이의 몸이 바로 옆에 있어서, 레이의 손가락이 유키의 손에 닿았던 거다.
계속 옆에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끝까지 자리 구석에 앉아 있는 건 부자연스럽고, 피곤하기도 하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보통 자세가 되어 둘의 거리가 가까워졌던 거겠지만, 팔걸이가 없었으니까 더더욱 가까이 붙어 버렸던 걸까.
그래서 손이 닿은 걸까.
“미, 미안.”
레이가 자그만 목소리로 사과하고 손을 떼지만, 그리 크게 움직일 수도 없으니 몸을 조금씩 움직였다.
한편 유키도 지금 일로 단숨에 레이를 의식해 버려,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몸을 떼는 건 릴예ㅣ 기분이 들어서 지금 위치를 지킨다.
레이는 다시 바로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 같지만, 유키에겐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도 자신의 손의 바로 옆에 레이의 손이 있다는 걸 알고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어두운 영화관 안에서 스크린의 빛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레이의 옆모습은, 저도 모르게 계속 바라보고 싶어 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레이를 계속 바라보고 싶다는 욕구는 줄어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수상쩍기도 하고 나중에 영화 이야기를 못하게 되는 것도 곤란하기에, 눈길을 스크린으로 돌렸다.
그런데도 역시, 팔걸이가 사이에 없는 것 만으로 굉장히 가까이 느껴지는 레이의 몸을 의식하지 않을 순 없었다.
☆
날뛰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어떻게든 레이는 스크린에 눈길을 고정했지만 마음 속은 간단히 진정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지금도 뺨을 찌르는 듯한 유키의 눈길을 느끼고 있으니까.
물론 닿을랑 말랑한 위치에 있는 둘의 손도 굉장히 신경쓰인다. 손을 뺐다간 피하고 있다고 받아들일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손을 댈만한 용기도 없다.
차라리 유키가 손을 잡아 주는 게 편할지도 모른다.
영화의 뒷내용은 신경쓰이지만, 옆쪽도 너무나 신경쓰인다.
그런 미묘한 거리를 지킨 채로, 영화는 끝났다.
영화를 본 뒤에는, 카페로 위치를 옮겨 차를 마시며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것도 평소의 코스였다. 원패턴이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매번 이야기 하는 것도 다르고 기분도 다르니까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유키도 비슷하게 느껴주고 있으면 좋겠다 싶다.
차를 마신 뒤에는 윈도우 쇼핑을 하거나 적당히 거리를 돌아다닐 때가 많다. 둘 다 고등학생이라, 그리 호화롭게 놀 수는 없는 거다.
계절상 밖에를 걷는 건 춥겠지만, 일부러 거리를 걸었다.
크리스마스의 전광등이 빛나고, 가게에는 갖가지 크리스마스 상품이 장식되어 있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즐거워 보인다. 그런 화려하고 밝은 거리를 바라보며 걷고 있으니, 자신들도 행복해진 듯한 기분이 든다.
여러 가게를 둘러보며 걷는 동안, 순식간에 시간은 지나간다.
저녁밥은 어떡할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유키는 레스토랑에서 크리스마스 디너 예약을 했다고 한다.
“아니, 레스토랑이라곤 해도 서민적인 평범한 가게니까요.”
따라간 건 확실히 들어가기 쉬운 분위기의 가게였다.
자리로 안내받아, 자리에 앉은 뒤 입을 열었다.
“왠지, 두근두근 거리네. 이런 레스토랑에서 크리스마스 디너를 먹는 건 처음이야.”
“하세쿠라 씨는 평소에는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내시나요?”
“음―, 그렇네, 보통은 우리랑 요시노네 가족끼리 모여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때가 많았으려나.”
옛날 일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미소가 나온다.
산타클로스를 아직 믿고 있던 무렵의 요시노, 산타 갈은 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울며 화낸 요시노, 그것도 모두 즐거운 추억이다.
지금까지의 크리스마스는 아까까지 입에 담은 것처럼 항상 요시노와 함께였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아니면, 올해부터 다른 걸까.
“그럼, 왠지 요시노 양에게 미안한 짓을 해 버린 거려나요.”
“아, 으으응, 그런 생각 하지 마.”
거기서 전채가 옮겨져 나와, 일단 이야기가 끊긴다.
옥수수, 아스파라, 잠두콩과 소테로 처리한 가리비 그릴. 독특한 향기와 달콤함이 느껴지는 건, 발사믹 식초가 들어간 탓이겠지. 단숨에 식욕이 솟아오른다.
“원래 요시노의 몸이 안 괜찮았으니까 집에서 함께 모였던 게 큰 이유였으니까. 지금은 완전히 건강해졌고, 애초에 올해는 유미 쨩네랑 함께가 아니었던가?”
“아, 그러고 보면.”
“후훗, 아, 이거 맛있네.”
맛있는 식사.
문득 가게 안에 눈을 향해보자, 어느 자리든 커플같아 보이는 사람들만 앉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레이나 유키 보다 연상이고, 적어도 대학생 이상의 사람들만 보인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과연 위화감이 없는건지 조금 불안해진다.
표정의 변화를 느낀 건지, 유키가 “무슨 일 있나요?”라고 물어봤다.
“으으응, 아무것도 아냐.”
애매하게 웃어서 얼버무린다.
자신들도 제대로 커플로 보일까 하는 의문을 입에는 담고 싶지 않았다.
“그런가요?”
아직 유키는 신경쓰이는 것 같았지만, 다음 요리가 옮겨자나와서 이야기는 끊겨 버렸다.
로스와 비프에 샐러드, 새우가 들어간 화이트 소스의 시금치가 들어간 파스타, 메인은 닭과 토마토 소스가 들어간 스튜, 그리고 디저트는 과일 케이크.
서민적인 가게라고 들었고 실제로 개방적이고 밝은 가게였지만, 아무래도 이만한 코스를 부탁하려면 그만한 가격은 들겠지.
후쿠자와 댁은 사무소를 하고 있어서 나름대로 유복하긴 하겠지만, 지금까지의 데이트나 유미의 모습을 보면 보통 고등학생과 금전감각이 다른 것 같진 않았다.
면목 없어하는 기분은 물론 있지만, 그 이상으로 레이는 기쁜 마음이었다. 이 크리스마스라는 날에 레이를 위해 이만큼 노력해 준 유키의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뜨거워진다.
이 장소에서 디너를 어떻게 낼 건지 물어보는 건 풍류가 없겠지. 그래서 대신에 레이는, 솔직히 감사의 마음을 입에 담았다.
“저기, 고마워, 유키 군. 이런 멋진 디너를 준비해 줘서. 정말로 맛있었어.”
“아뇨, 그렇게 말씀해 주실 수 있으면, 저도 애쓴 보람이 있었네요.”
“애, 쓴거구나?”
“그야 당연하죠. 예약할 때도 긴장했었고, 뭣보다 하세쿠라 씨가 웃어버리거나 안 어울린다고 느낀다거나 하면 어쩌지 싶었어요. 봐요, 가게 안에는 저만 애같고.”
가게에 가볍게 눈길을 돌리곤, 어깨를 움츠리고 쓴웃음 지어 보인다.
“그런 생각 안 한다니까. 거기에 주위를 신경 써도 어쩔 수 없잖아. 애초에 내가 이렇게 식사를 맛있고 즐겁게 느낀 건, 분명 유키 군과 함께 먹어서일 거고.”
“에, 아, 고맙, 습니다.”
“으, 응.”
말한 뒤, 사실은 굉장히 대담한 발언을 했다는 걸 깨닫고 순식간에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숙였지만.
“저, 저도, 하세쿠라 씨와 함께여서 굉장히 즐거웠어요. 분명, 다른사람이었으면, 이런 마음은 안 들었으리라 생각해요.”
그렇게 말한 유키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유키와 정면에서 눈이 마주쳐 버려서.
서로 얼굴을 붉히고, 계속 눈을 마주볼 수 없어 다시 고개를 숙여 버렸다.
“아, 마, 맞아, 드리고 싶은 게 있었어요.”
미묘해질 뻔한 분위기를 일부러 떨쳐내려는 듯, 유키가 허둥지둥 뭔가를 꺼냈다.
예쁘게 포장된 가느다란 포장은, 생각할 것도 없이 크리스마스 선물이겠지. 혹시나 뭔가 준비했을 지도 모른다고 예상은 했지만, 정작 실물을 눈앞에 보면 역시 기쁨과 놀라움이 솟아오른다.
“……고마워.”
솔직히 받아들고, 유키의 눈 앞에서 열어 봤더니.
“와아, 귀여워.”
들어있던 건 심플한 스타 네클리스. 노란 색인 건 레이의 황장미를 의식해 준 걸까.
사실은 바로 차 보고 싶었지만, 오늘 복장으론 미묘한 느낌이 들어서 포기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고마워, 굉장히, 기뻐. 저기, 다, 다음에 만날 때, 꼭 차고 올게.”
“예, 예.”
무심코 다음 데이트 약속을 해 버렸다.
레이 쪽에서 권한 건 처음이었다.
“저기, 나도 선물이 있어.”
레이 역시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유키에게 건넸다.
기쁜 듯, 그러면서도 조금 부끄러운 듯이 인사를 하고 유키는 물건을 받아, 안에 있는 걸 꺼낸다.
“아, 머플러.”
“응, 봐. 저번에 유키 군, 머플러가 없어서 추워 보였으니까.”
“혹시나 이거, 하세쿠라 씨가, 직접 뜨신 건가요?”
“응……미, 미안해.”
직접 뜬 물건은 받는 입장에선 창피하단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받는 건 기뻐도, 실제로 쓰게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고.
가급적 이상하진 않도록 단순한 줄무늬로 했지만, 역시 불안했다.
하지만 유키는.
“왜 사과하시는 거예요, 우와, 굉장히 기뻐요. 굉장해요, 사고 있는 것보다 훨씬 좋아 보여요. 머플러 가지고 싶었어요. 바로 써 볼게요.”
굉장히 기쁜 듯이 그렇게 말해 주었다.
연기가 아니라는 게 보이는, 정말 기뻐해 주는 유키의 모습을 보고, 레이 역시 기뻐진다. 자신이 만든 것, 자신이 선물한 걸로 기뻐해 주는 건, 몇 번을 경험해도 기쁘고, 게다가 이번엔 특별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 밖으로 나서자, 순식간에 한기가 덮쳐온다.
하지만 달아오른 마음은 아무래도 식을 것 같지 않았다.
후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