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여친
겨울방학이 끝나, 3학기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대학 수험이 실시되어, 3학년은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된다. 그래서 학교 안도 굉장히 쓸쓸한 느낌이 든다. 그런 상황에, 나는 장미관에 걸음을 옮겼다.
2층의 비스켓 문을 열자, 유키 쨩네가 조금 놀란 듯이 내 모습을 바라봤다.
“평안하세요, 레이 님. 아, 앉으세요. 지금 홍차 우리고 있어요.”
바라보자, 유미 쨩만 있는게 아니었다. 요시노, 시마코, 노리코 쨩, 거기에 더해 신문부의 마미 쨩, 사진부의 츠타코 쨩 까지 모여 있다. 친구와 모여서 잡담이라도 하고 있었던 건지, 약간 쑥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 다들 그렇게 신경 쓰지 말아 줘. 오늘은 그냥 숨 돌리러 온 것뿐이니까.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대화도 계속해도 돼.”
실제로 말한 대로였다.
수험공부는 마지막 스퍼트 부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매 순간 긴장하고 있을 수는 없고, 그렇게 했다간 육체적·정신적으로 버티지도 못한다. 적당히 가스를 빼 주는 것도 필요하겠지. 오늘은 도서관에 조사를 하러 왔지만, 돌아가는 길에 무심코 장미관에 들렀다 가자 싶었던 것 뿐이다. 딱히 후배들이 즐기고 있는 걸 방해할 생각은 없다.
“레이 님, 드세요.”
“응, 고마워, 노리코 쨩.”
홍차를 내 준 노리코 쨩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가방 안에서 문고본 책을 꺼내든다. 대충 한 시간 정도 이 자리에서 느긋이 있을 생각이다. 물론 후배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면 격려를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지금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은 아니기에 처음 예정대로 한동안 있기로 했다.
“하던 이야기를 이어서, 유미 양, 정말로 마음 짚이는 곳은 없어?”
“에―, 계속 물어도 없는 건 없는데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미 쨩과 유미 쨩이 화제의 중심이라는 건 신문부의 취재같은 거려나.
“그래도 목격 증언이 있고. 이야기론 무진장 미인이고 스타일도 좋아서 모델 같았다고.”
“그쪽이 더 믿기 힘든데에.”
신경 쓰이지만, 너무 엿듣는 건 실례겠지. 나는 어깨에 힘을 빼고 책 내용에 집중한다.
“거기에, 그런 건 기사감도 안 되잖아.”
“아니야. 하나데라의 학생회장은 학생들한테 제법 인기라구.”
마미 쨩의 그 말에 귀가 반응한다. 하나데라의 학생회장이라고 하면 틀림없이 유키 군 이야기다. 유키 군이 화제가 되어 있는 건가. 거기에, 학생들한테 인기가 있다는 것도 처음으로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학생이라는 건 하나데라의 학생이 아니라, 릴리안의 여학생 이야기겠지. 하나데라의 학생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뜨거운 전개……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하지만 유키 군이 인기가 있다는 건 이해가 안 되진 않는다. 릴리안은 여학교고, 유키 군은 교우가 있는 하나데라의 학생회장이고, 외모도 나쁘지 않다. 문화제에도 연극에 출연해서 얼굴도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우리 반에도 유키 군을 “귀엽다”고 말하는 동급생이 있을 정도다.
“그래도, 유키가 그렇게 사랑스런 여자랑 데이트라니.”
에.
지금, 유미 쨩은 뭐라고 말한 걸까. 내가 잘못 들은 걸까. 홍차 컵에 뻗었던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춘다.
“목격자가 있어. 그건 확실히 데이트였대. 지인끼리 단순히 이야기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대.”
“유키 군도 여간내기가 아니네, 유미 양에게도 비밀이라니.”
요시노가 흥미진진하게 몸을 내민다.
나는 몸이 굳었다.
무, 무슨 소리인 걸까.
설마, 유키 군, 여친이 있는 걸까.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랑 데이트 한 건 뭐였던 거지. 단순히 반쯤 재미로라고나, 친구 감각이라거나, 아, 아니면 나랑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거나.
생각이 비약할 것 같아서 나는 허둥지둥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부정했다. 유키 군은 그런 걸 할 사람이 아니고, 이 이야기도 단순한 소문. 엉터리 이야길지도 모른다. 그렇다, 당연히 그럴 거다.
“레이 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에, 아, 뭐, 뭐가?”
“제가 우린 홍차, 맛이 이상했던 걸까요.”
물어본 노리코 쨩의 눈길을 좇아보자, 홍차 컵으로 뻗은 내 손이 굳어 있었다.
“그런 거 아냐, 응, 맛있어.”
서둘러 컵을 손에 들고 입에 옮겼지만, 맛 같은 건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미소를 지으며 그리 말하자, 노리코 쨩은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안심한 듯이 그대로 이야기로 돌아간다.
나는 홍차를 놓고, 책에 눈을 향하면서도 의식을 유미 쨩네 이야기에 집중시킨다.
“유키 씨는, 그 여성과 함께 찻집에 있었단 모양이에요. 정말로 세련된 가게라, 커플에게는 인기인 모양이에요.”
거짓말이야 거짓말, 유키 군이, 그런.
아아, 그래도 유키 군은 상냥하고 사람이 좋은 것 같으니까, 여자가 권해오면 그 여자를 상처입히기 힘들어 권유를 받아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뿐이라면, 역시 그 이상까지는.
“유키 씨는 정말 즐거운 것 같아서, 그 여성을 바라보는 눈에도 열기가 담겨 있었다든가.”
그그, 그런 건,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어떻게도 보이는 거겠지. 애초에 유키 군은 내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전하고 싶은게 게 있으니까 기다려 줬으면 싶다고 말했다. 그게 거짓말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유키 군 팬인 여자애들이 울겠네.”
“그래도, 유키 군도 좋아하는 분과 교제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닐까.”
유키 군의 얼굴은 릴리안에 알려져 있고, 목격자도 확신 없이 다른 사람의, 게다가 다른 학교인 하나데라의 학생회장에 대한 소문을 흘리진 않겠지. 목격된 것 자체는 사실이라고 치고, 그건 어느 시기일까. 지금 이렇게 장미관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고, 게다가 요시노나 유미 쨩도 처음으로 듣는 모양이니까 최근 이야기가 될까. 그러면 겨울방학 이후 이야길까. 에, 그렇다면 내게 말해 준 그 날보다 뒤에, 그런 상황이 된 건가.
나는 충격을 받고, 저도 모르게 문고본을 떨어뜨려 버렸다.
“……레이 님?”
“아, 미안, 조금 손이 미끄러져서.”
얼버무리며 책을 줍는다.
“……저기, 레이 님. 거꾸로 드셨는데요.”
“에, 아, 하핫, 아아, 응.”
내가 생각해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노리코 쨩이 너무 수상쩍게 생각하게 되면 안 된다고, 일단 평정을 지키기로 한다.
하지만 속마음은 미친 듯 날뛰고 있다.
나와 데이트 한 뒤, 그리 날도 지나지 않은 사이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다니.
내게 말해 준 그 말은 거짓말이었단 건가. 나를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레이 쨩”이라고 불러 준 건 연기기라도 했다는 걸까.
아아 그래도, 혹시나 다른 여자를 사이에 두고 흔들리고 있으니까 그렇게 애매한 태도로 도망졌다거나.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하고 싶다는 건 좋은 이야기만이라곤 할 수 없으니, 나쁜 이야기일 가능성도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자 한 순간에 마음이 가라앉아간다.
“그 상대 여자, 누군지는 몰랐어?”
“그걸 알 수 있으면 고생은 안 해. 단지, 본 애의 증언으론 보면 적어도 릴리안에선 본 적 없단 모양이야.”
“그래도, 그렇다고 해서 다른 학교라곤 할 수 없겠네. 그 애와 다른 학년이었을 뿐일지도 모르고.”
다른 학교라고 하면 대체 어느 학교일까. 하나데라에 제일 가까운 학교라고 하면 릴리안인데, 유키 군이 그렇게 행동적이었다니. 다른 학교에 까지 걸음을 옮겨서 여자를……아니아니, 하나데라라는 스테이터스에 이끌려 여자 쪽에서 다가 온걸지도 모른다. 하나데라라고 하면 역시 유명한 부잣집 도련님들 학교라는 이미지니까,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을 낚으로 온 걸지도 모른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자 그렇게밖에 안 보인다.
그래도, 그렇다면 간단히 낚여 버리는 유키 군 쪽도 어떤 건가 싶다. 정말, 유키 군도 참, 제대로 안 해 주면 곤란하다니까.
아니 아니, 기다려 기다려, 잘 생각해 보면 나랑 유키 군도 현재는 딱히 특별한 관계인 것도 아니다. 유키 군이 나를 신경 쓸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까지나 기다린다고 말해 버렸지만, 유키 군은 어떻게 행동을 해도 괜찮은 거다. 그래도 그래도, 기다려 달라고 말한 건 유키 군이고, 아아, 뭔가 정말, 머리가 뒤죽박죽이다.
“저기, 레이 님, 컨디션이 나쁘신 건가요?”
“그그그, 그런 거 아냐, 응.”
“그런……가요.”
의아스런 표정을 짓는 노리코 쨩에게 웃어 보인다. 납득한 건 아닌 것 같지만, 일단 내가 2년 선배기도 하니 그 이상은 언급하지 않는다.
“그 여학생도 볼일이 있어서 그 자리를 계속 지켜볼 수도 없다보니, 그 이후의 족적은 모른다는 모양이야.”
“그래도 유키 씨도 그 상대 여성도 둘 다 꽤 기합이 들어간 모습이었으니, 데이트는 틀림 없다고 했었어요.”
무, 무, 무슨 소리야.
이럴 때 여자의 관찰안이라는 건 날카롭고, 정확하다. 역시 유키 군, 내가 모르는 곳에서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아아 정말, 유키 군 바보, 바보, 바람둥이―! 그렇다곤 해도, 사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으―.
“……저기, 요시노 님. 레이 님의 상태, 왠지 이상하지 않나요?”
“응? 수험 프레셔 아냐? 괜찮아. 냅둬도 되니까.”
“하아…….”
요시노, 들린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하지 않으려나. 그래도 지금은 그보다, 유키 군의 소문 쪽이 신경 쓰여 참을 수 없다.
“그래도 역시나, 하나데라의 학생회장을 멋대로 ‘릴리안 학보’에 싣는 건 어떠려나. 게다가, 그런 가십 기사 같은 걸.”
“그렇네요, ‘옐로 로즈’ 사건 같은 것도 있었고.”
설령 신문 기사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이건 유키 군에게 확인 해 봐야만 한다. 그렇다곤 해도 어떻게 확인하면 괜찮은 걸까. 본인에게 직접 묻는다고 해도 뭐라고 하면 좋은 걸까. 소문만이고 확증도 없는데 그런 걸 물었다가, 정말 단순히 소문이라면 유키 군이 어떻게 생각할까. 거, 거기다가, 내게는 관계 없다거나 하면서 뿌리치면 어쩌지.
홀로 책에 들러붙을 기세로 허둥지둥 하고 있자,
“그야 분명, 크리스마스 날에 유키는 어디 나가긴 했었지만.”
그 유미 쨩의 한 마디에.
머릿 속이 새하얘졌다.
크리스마스 날? 그 날은 분명, 유키 군은 나와 함께였을 거다. 그렇다는 건 뭐야, 나랑 헤어진 뒤에 다른 여자랑 만난 거야? 아니 아니, 설마 그럴 리가. 시간적으로 말도 안 되잖아.
그, 그 소리는?
그, 소문의, 유키 군의 상대라는 건.
나, 나, 나 말이야――――――――――???!!!
책을 들고 일어나는 듯한 모습으로 숨긴 지금 내 얼굴은, 굉장히 빨개졌을지도 모른다. 설마, 설마, 내 이야기가 소문이 나 있다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미인’이라든가 ‘사랑스러운’같은 단어, 나랑은 먼 단어고, 들은 기억도 별로 없다. 거기에다 애초에, 본인을 앞에 두고 그런 이야기를 하나? 아, 그런가, 나라는 건 모르는 거구나. 어라, 그래도 미인이라고 하는 걸 보면, 얼굴도, 보, 보인 거잖아? 하지만 그러면, 확실히 나라고 알 건데. 자화자찬은 아니지만, ‘황장미님’인 내 얼굴은 릴리안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거고.
……평소랑, 다른 모습이었으니까? 붙임머리를 하고, 복장도 평소보다 세련되었고, 조금 어른스런 느낌이었으니까, 몰랐던 건가?
조금씩 침착함을 되찾아 가며, 책에서 얼굴을 떼곤 요시노네 쪽을 슬쩍 훔쳐본다.
내 모습을 신경 쓰는 기색은 없다. 나라는 걸 알고 있다면 아무리 뭐라고 해도 조금은 그런 기색을 보일 거다. 역시,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걸 알곤 내심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래서, 사진이 있는데.”
“엣―, 뭐야 뭐야, 그런 게 있으면, 먼저 보여줘!”
사, 사, 사진?
그, 그건 곤란해! 아무리 모습을 바꿨다곤 해도, 친한 사람이 보면 당연히 알 거다. 산백합회 동료들, 아니, 요시노가 있는 거다. 설령 뒷모습이라곤 해도, 알아볼 게 틀림 없다.
“……음―, 이래서야, 누군지 모르지.”
요시노가 시원스레 말해, 나는 안심하면서도 슬픈 기분이 들었다. 왜 나를 못 알아보는 거야.
“응, 휴대폰 사진인데다, 멀고, 해상도도 낮고, 뒷모습이니까.”
“그래도, 확실히 이 정면에 앉아있는 건 유키 군으로, 보일지도.”
하지만, 안심은 안 된다.
나는 큰 맘 먹고 일어나, 이야기 고리에 다가갔다.
“아까부터, 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네.”
“어머, 레이 님도 흥미 있으셔요?”
“역시, 여자애니까.”
후배들의 말에 애매한 말로 대답하며 마미 쨩이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 화면을 엿보니, 확실히 화상으로 구분하는 건 어려운 느낌이다. 역시나 이래서야 요시노라도 알아보기 어려울 거고, 나도,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느껴지는 정도다.
하지만 목격당했던 걸 생각하면 안심하고 있을 순 없다. 아니, 꼭 이번 건만이 아니라도, 거리를 걸어다니는 거니 남에게 보일지도 모르는 거다. 꺼림칙한 걸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안정되질 않는 거다.
“레이 쨩, 왜 그래?”
요시노가 올려다 본다. 그 큰 눈을 바라보고 깨달았다. 요시노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비밀인 거니까 꺼림칙한 거다. 요시노에게 뭐든 전부 이야기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비밀을 만든 건 마찬가진 거다. 유키 군과의 관계가 나쁘다는 생각은 없지만, 지금까지 요시노와 그런 ‘현실의 연애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서 부끄러웠던 거다.
“응, 아니, 유키 군도 제법이네―, 싶었던 것 뿐이야.”
입으론 그런 소리를 하면서.
나는 복잡한 마음을 가슴에 숨긴다.
장미관을 뒤로한 뒤, 왠지 집에 바로 들어갈 생각도 안 들어서 역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신년이기도 하다보니 바겐세일로 거리는 활기찬 분위기다. 아직 수험이 끝난 건 아니고, 들떠있을만한 기분도, 들떠있을만한 상황도 아니다. 사실 들뜰수야 없다곤 해도, 마음은 안정되질 않는다.
역시 애매한 지금 상황이 잘못된 걸까. 유키 군은 내 수험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그런다고 이야기 했었지만, 이걸로 이미 충분히 영향을 받고 있는 건 아닐까. 이 탓으로 수험에 떨어졌다간, 책임을 져 달라 해야지.
“책임을, 져 달라고…….”
혼자서 멍하니 그 말 내용을 생각하곤, 얼굴을 붉힌 채로 허둥지둥 이상한 망상을 떨쳐낸다. 그보다, 수험 실패 책임을 지는 게, 왜 그런 게 되는 거야, 나는 바본가. 책임을 진다는 건 수험의 실패 같은 게 아니라, 역시……하고, 다른 상상을 하다 다시금 얼굴을 붉힌다. 정말로, 바보다, 나는
“정말―, 유키 군, 바보.”
입을 빼죽이며 작은 소리로 홀로 중얼인다.
그러자, 그 말에 저항하는 것처럼 정면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서,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바람이 멈춰 눈을 슬며시 떠 보자, 어느 가게에 장식된 거울에 비치는 자기 모습이 눈에 비친다.
뺨을 붉히고, 덤으로 콧등도 조금 붉은 채로 스쿨 코트로 몸을 감싸곤 머플러에 턱을 묻고 일는 나는, 역시 남자애처럼 보인다.
“역시, 사랑스럽거나 하지, 않은 거지…….”
자각은 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도 유키 군은 나를 ‘사랑스럽다’고 말해 주었다. 스스로는 잘 모르겠고, 어느 정도의 의미가 담겨있는 지를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게 유키 군의 본심이고 거짓이 섞여있지 않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에취!”
재채기가 나왔다. 아무래도, 계속 서 있으면 한기가 몸에 스민다. 이런 곳에서 서있다 감기라도 걸리는 것도 멍청한 짓이라, 바로 걸음을 옮긴다.
이러쿵저러쿵 하지만 수험 종료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유키 군과는 약속을 했으니, 조금 더 기다리면 어느 쪽이든지 명확해 질테니까 참자.
나는 머플러를 조금 들고, 바람을 견딘다.
그렇다 쳐도.
설마, 나와 유키 군 사이가 소문이 나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오늘은 이야기를 들으며 초조했고, 당황하기도 했지만.
“……에헤헷.”
왠지 미소가 흘러나와 버렸다.
그리고 아련히 몸 안쪽에서 솟아오르는, 따스함.
유키 군을 생각하면, 언제나 그런 거다.
나는 느긋이 거울의 거리를 걸었다.
한 달 조금 뒤의 미래를 떠올린다.
그건 과연, 수험의 끝일까, 아니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