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딱히 운동을 좋아하진 않았다.
그냥, 내 인생을 조종하는 어머니가 싫었다.
여느 아이들처럼 나도 뛰어놀고 싶었다.
"진우야, 우리 아들은 꼭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업을 가지렴."
어렸을 때는 반항하는 법을 몰라서, 싫다고 말하지 못해서 '맡겨두세요'라고 떠들어댔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어머니의 기대에 응하지 못해 괴로웠다.
"저 운동할게요."
더이상은 내 자신이 망가지는 게 싫었다.
게다가 어머니가 무리하면서 나를 지원 해주는 것도 싫었다.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겐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재능이 있다.
태어나서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아버진 훌륭한 격투기 선수셨다.
"진우야..."
어머니는 끝까지 완고하셨지만 자식을 이길만큼 독하지는 않으셨다.
한동안 숨이 트인 기분으로 살면서 '드디어 내 삶을 찾았구나' 라고 생각할 때즈음 난 내 미래를 도둑 맞았다.
내게 교육비를 지원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던 어머니가 어느날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병원은 천문학적인 수술비를 요구해 왔고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에겐 감당할 수없는 돈이었다.
너무 컴컴해 보이지 않는 내 미래를 한탄하며 한참을 방황하고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미안해..정말 미안해, 진우야. 엄마가 못나서 아들 공부도 못시키고 폐만 끼치고.."
그래도 어머니는 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셨다.
울음을 힘겹게 누르며 말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몸 상태를 대변하듯 갈라졌다.
끝까지 자신 걱정은 하지 않고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어머니를 보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폐 끼친다느니 그런 말 하지마세요. 제가..꼭 돈을 벌어올테니까, 그러니까..그러니까..."
꽉 쥔 주먹에 눈물이 몇 방울 떨어지자 지금의 내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지 느껴졌다.
'아버지에게 받은 재능을 썩히면 안돼' 라는 생각이 들자 문득 머릿속에 뇌리가 스쳤다.
'플루톤!'
그로부터 3달뒤, 나는 또 하나의 세계에서 [쾌마]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