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이거 은근 인기가 있네요(?).
근거 없는 자신감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도 씁니다.
- 6개월 전.
UN IDAO, 현재 국제연합에서 그 이름이 차지하는 무게는 중후하기 그지없다.
클로저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권한을 인계받음으로 국제법 내에서만큼은 무제한적인 권한이 주어진, 그야말로 국제연합의 필두 산하 전문기관이자 경찰기구인 것이다.
대혼란의 연쇄였던 지난 몇 년을 간신히 넘어, 문명으로의 회귀(回歸)를 선도하는 중추 기구. 이 범세계적 조직은 바야흐로 재건되고 재편되는 세계 질서와 정의의 상징이었다. 다시 말해, 위로 올라가길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직장인 셈이었다.
거기에서 몇 년 동안 사무국 감시과 감시관으로 근무했던 김유정은 지금 상사와의 대화에서 실시간으로 얼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과장님...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좌ㅊ...아니, 전출이라뇨?!"
"...감시관, 미안하지만 이건 농담이 아니야."
인상이 약한듯한 콧수염을 기른 장신의 남자가 김유정의 질문을 일축했다.
그 남자의 표정에는 연민과 동정이 뒤섞여있었다.
하지만 그의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과 반응에도 불구하고 김유정의 기분은 나아질 줄을 몰랐다. 아니, 오히려 기분이 더더욱 심하게 가라앉았다.
-지난 번에 인사과장 멱살을 잡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인 건가?!
오히려 전출 사유를 생각하다가, 그렇고 그런 기억이 남에 따라 김유정의 우울 지수는 계속 치솟고 있었고, 그 광경을 본 전출을 통보하던 남자가 당황해서 서투르게나마 위로의 말을 던질 정도로 김유정은 드러내고 우울해하고 있었다.
"가, 감시관. 너무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전출될 곳은 서태평양 지부야. 괜찮은 근무환경이 아닌……. 미안하네."
하지만 그 위로의 말은 오히려 김유정의 우울함을 심화시킬 뿐이었다
남자는 그런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서류만 놓아두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책상에 올려진 서류들과 이미 다 타버린 감시관 한 명 밖에 남지 않았다.
-
"뭐야... 전부 어린애들에, 하나 있다는 성인은 퇴역한 클로저? 맙소사... 그쪽 정부는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서류를 훑어보던 김유정의 입에서 짙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책상 위로 내던진 서류더미가 파일들에 부딪혀 흉물스럽게 찌그러진다.
관자놀이 한 켠에 은근하게 울려퍼지는 통증을 느끼면서, 그녀는 다시 한번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야, 이걸 좌천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 언어도단이잖아."
그 리스트를 생각할수록 핏-하고 씁쓰레한 웃음이 나왔다. 단 한 번의 처신의 잘못으로 사무직에서 현장직이라니.
딱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정말 한심한 일이 아닌가. 라고 김유정이 고소(苦笑)를 흘리며 자신의 처지를 자조할 때, 김유정이 손목에 차고 있던 기어에서 불빛이 들어오며 착신된 메세지를 알리는 입체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그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기어를 조작해 발신인(發信人)을 확인했다.
곧이어, 홀로그램 창에 캐롤리엘이란 이름과 함께 사이드 테일의 금발 미녀의 사진이 떠올랐다.
"... 캐롤? 캐롤이 무슨 일로?"
김유정의 목소리에는 의외라는 감정이 들어가 있었다. 다시 기어를 조작해
읽지 않은 메일 박스를 열어, 메일을 확인하였다.
「유정 언니, 오늘은 제가 살 테니까 시원한 맥주 한잔 어떠세요?♥」
-캐롤도 귀여운 구석이 있단 말이지. 김유정은 입매를 느슨하게 했다.
"그래, 갈 땐 가더라도 한잔 정도는 하고 가도 괜찮잖아?"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김유정은 곧 기어를 조작해 캐롤에게 답장을 넣었다.
「그거 좋지, 언제 어디서 만날까?」
-
수많은 공적기관이나 부서들에서는 선택을 받거나, 자력으로 올라간 자들을 위한 성역이 있다. IDAO 외사수사과의 성역은 4층, 외사수사과 과장실이다.
외사수사과는 차원전쟁 이후, 다양다색의 인간쓰레기들이 벌이는 위상력을 이용한 각종 범죄가 대두되자, 그런 형태의 범죄의 신속한 해결과 각국의 관할 기관 간의 수사기법 및 기술협력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고 신입 요원들을 위한 가이드북은 말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앞에서 외사수사과 과장인 카이호 소이치로(海峰 宗一郎)가 비교적 컴팩트한 모니터 너머로 확인하는 것은, 이번에 그에게 배정될 사건의 각종 자료들을 저장해 둔 파일이다.
그리고 그저 과장 앞에서 부동자세로 서 있는 에두아르드. 곧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린 과장이 입을 열었다.
"참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자네를 부른 것은 미안하지만 맡아줘야 할 일이 있네."
입을 연 과장의 목소리는 중후한 바리톤의 목소리였다. 사람들을 이끄는 힘이 있는 목소리. 몇년 전, 에두아르드가 외사수사과에 배속되었을 때, 그는 이미 외사수사과의 톱이었다. 벌써 40대는 훨씬 넘겼겠지. 그의 날카롭고 지적인 용모는 목소리와 더불어 묘한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었다. 과장의 용모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2 대 8 가르마로 빗긴 하였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성검의 광채와도 같은 빛을 내뿜는 회색 머리였다.
"...... 과장님께서 메일로 보내시면 될 일을, 굳이 왜 여기까지 부르시는 건지 저는 그 저의(底意)를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만."
"에두아르드 군. 자네가 맡을 일은 철저한 보안이 생명인 일이야. 믿지 못할 방화벽을 가진 메일로 보낼 내용은 아니지...."
그런 과장의 말에 에두아르드는 방금 전까지 드러내고 있었던 불쾌감을 재빨리 숨겼다.
-하긴, 그 꽤 젋은 나이에 과장까지 오른 엘리트가 괜히 불렀을 것 같지는 않네.
에두아르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처다보는 카이호 과장을 보면서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과장이 주머니에서 양철 담뱃갑을 꺼내, 갈색의 담뱃잎을 말은 얇은 담배를 끄집어내, 불을 당기고, 그 연기를 입에 머금었다. 고급품으로 보이는 그 담배의 미미한 향이 에두아르드의 코끝을 맴돌았다. 그렇게 담배 연기를 내뿜은 과장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자네는 신서울 쪽으로 가줘야겠네."
"그게 도대체......." 에두아르드는 비아냥과 불쾌감을 잔뜩 담아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냐고 물으려다가 과장이 보이는 반응이 영 좋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질문을 삼킬수 밖에 없었다.
"...... 신서울 쪽에서 어떤 사건이 터졌기에 제가 그쪽까지 가야 하는지에 대해 약간의 의문이 들 뿐입니다."
"그래. 좋은 지적이군, 마침 자네가 맡을 일에 관해 설명을 하려던 차였네."
카이호 과장은 에두아르드가 생각하는 바를 모르는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더니,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일단 자네가 맡을 일은 살인사건이야. 다만, 그냥 살인 사건은 아니지. 그냥 살인 사건이라면 당사국의 치안기관에 전적으로 맡겨두면 되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 피해자들.... 피해자들의 사인과 직책을 고려하면 중대한 사안이라고 봐야겠지. "
카이호 과장은 피해자들라는 대목에서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그리고 드디어 말을 끝마친 카이호 과장은 컴퓨터의 콘솔을 조작해 사건 파일을 홀로그래프로 표시했다.
그에 제일 먼저 입체 홀로그램 창에 떠오른 것은 UN IDAO에 등록된 A급 클로저들의 사진과 기록이었다.
"이건....!" 홀로그램 창에 떠오른 기록들을 본 에두아르드는 탄식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기록을 보여줬다는 것은---
"그래, 이들은 한국 정부 소속의 A급 클로저들로,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다."
카이호 소이치로 과장은 여전히 평이한 어조로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그 말을 듣고 동요를 숨기지 못하는 에두아르드와 대조적으로 과장은 계속 담담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사인은 위상력 역류로 인한 내장 파열이네. 뭐 훈련생이라면
위상력의 제어 미스로 그렇게 되었다 했겠지만, 이번 사건은 A급 클로저들이 피해자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나?"
-알아 듣다마다. 차원전쟁이 끝난 뒤, 청정 지대로 선포된 지역 강국에서, 그 수많은 위상력 억제기가 작동하는 신서울에서, 그것도 A급 클로저가, 위상력 역류로 죽었다고?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에두아르드의 머릿속이 점점 엉켜들어가는 실타래처럼 복잡해져 갔다.
하지만 카이호 소이치로 과장은 그런 에두아르드의 동요를 보고도 전혀
신경을 쓰지도 않고, 여전히 계속 담담한 어조로 그 자신이 할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에두아르드군, 나를 실망시키지 말아주게, 알았나?"
-개소리 집어치워.
에두아르드는 그런 욕설이 목까지 차오른 것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솔직히 이 자리에서 과장을 욕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고, 다른 수사관들에게
사건이 배정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결국 에두아르드는 오늘도 을의 처지에서 화를 삭이고,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거 은근 인기가 있네요(?).
근거 없는 자신감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도 씁니다.
1 - 시작
- 6개월 전.
UN IDAO, 현재 국제연합에서 그 이름이 차지하는 무게는 중후하기 그지없다.
클로저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권한을 인계받음으로 국제법 내에서만큼은 무제한적인 권한이 주어진, 그야말로 국제연합의 필두 산하 전문기관이자 경찰기구인 것이다.
대혼란의 연쇄였던 지난 몇 년을 간신히 넘어, 문명으로의 회귀(回歸)를 선도하는 중추 기구. 이 범세계적 조직은 바야흐로 재건되고 재편되는 세계 질서와 정의의 상징이었다. 다시 말해, 위로 올라가길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직장인 셈이었다.
거기에서 몇 년 동안 사무국 감시과 감시관으로 근무했던 김유정은 지금 상사와의 대화에서 실시간으로 얼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과장님...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좌ㅊ...아니, 전출이라뇨?!"
"...감시관, 미안하지만 이건 농담이 아니야."
인상이 약한듯한 콧수염을 기른 장신의 남자가 김유정의 질문을 일축했다.
그 남자의 표정에는 연민과 동정이 뒤섞여있었다.
하지만 그의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과 반응에도 불구하고 김유정의 기분은 나아질 줄을 몰랐다. 아니, 오히려 기분이 더더욱 심하게 가라앉았다.
-지난 번에 인사과장 멱살을 잡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인 건가?!
오히려 전출 사유를 생각하다가, 그렇고 그런 기억이 남에 따라 김유정의 우울 지수는 계속 치솟고 있었고, 그 광경을 본 전출을 통보하던 남자가 당황해서 서투르게나마 위로의 말을 던질 정도로 김유정은 드러내고 우울해하고 있었다.
"가, 감시관. 너무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전출될 곳은 서태평양 지부야. 괜찮은 근무환경이 아닌……. 미안하네."
하지만 그 위로의 말은 오히려 김유정의 우울함을 심화시킬 뿐이었다
남자는 그런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서류만 놓아두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책상에 올려진 서류들과 이미 다 타버린 감시관 한 명 밖에 남지 않았다.
-
"뭐야... 전부 어린애들에, 하나 있다는 성인은 퇴역한 클로저? 맙소사... 그쪽 정부는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서류를 훑어보던 김유정의 입에서 짙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책상 위로 내던진 서류더미가 파일들에 부딪혀 흉물스럽게 찌그러진다.
관자놀이 한 켠에 은근하게 울려퍼지는 통증을 느끼면서, 그녀는 다시 한번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야, 이걸 좌천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 언어도단이잖아."
그 리스트를 생각할수록 핏-하고 씁쓰레한 웃음이 나왔다. 단 한 번의 처신의 잘못으로 사무직에서 현장직이라니.
딱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정말 한심한 일이 아닌가. 라고 김유정이 고소(苦笑)를 흘리며 자신의 처지를 자조할 때, 김유정이 손목에 차고 있던 기어에서 불빛이 들어오며 착신된 메세지를 알리는 입체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그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기어를 조작해 발신인(發信人)을 확인했다.
곧이어, 홀로그램 창에 캐롤리엘이란 이름과 함께 사이드 테일의 금발 미녀의 사진이 떠올랐다.
"... 캐롤? 캐롤이 무슨 일로?"
김유정의 목소리에는 의외라는 감정이 들어가 있었다. 다시 기어를 조작해
읽지 않은 메일 박스를 열어, 메일을 확인하였다.
「유정 언니, 오늘은 제가 살 테니까 시원한 맥주 한잔 어떠세요?♥」
-캐롤도 귀여운 구석이 있단 말이지. 김유정은 입매를 느슨하게 했다.
"그래, 갈 땐 가더라도 한잔 정도는 하고 가도 괜찮잖아?"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김유정은 곧 기어를 조작해 캐롤에게 답장을 넣었다.
「그거 좋지, 언제 어디서 만날까?」
-
수많은 공적기관이나 부서들에서는 선택을 받거나, 자력으로 올라간 자들을 위한 성역이 있다. IDAO 외사수사과의 성역은 4층, 외사수사과 과장실이다.
외사수사과는 차원전쟁 이후, 다양다색의 인간쓰레기들이 벌이는 위상력을 이용한 각종 범죄가 대두되자, 그런 형태의 범죄의 신속한 해결과 각국의 관할 기관 간의 수사기법 및 기술협력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고 신입 요원들을 위한 가이드북은 말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앞에서 외사수사과 과장인 카이호 소이치로(海峰 宗一郎)가 비교적 컴팩트한 모니터 너머로 확인하는 것은, 이번에 그에게 배정될 사건의 각종 자료들을 저장해 둔 파일이다.
그리고 그저 과장 앞에서 부동자세로 서 있는 에두아르드. 곧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린 과장이 입을 열었다.
"참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자네를 부른 것은 미안하지만 맡아줘야 할 일이 있네."
입을 연 과장의 목소리는 중후한 바리톤의 목소리였다. 사람들을 이끄는 힘이 있는 목소리. 몇년 전, 에두아르드가 외사수사과에 배속되었을 때, 그는 이미 외사수사과의 톱이었다. 벌써 40대는 훨씬 넘겼겠지. 그의 날카롭고 지적인 용모는 목소리와 더불어 묘한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었다. 과장의 용모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2 대 8 가르마로 빗긴 하였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성검의 광채와도 같은 빛을 내뿜는 회색 머리였다.
"...... 과장님께서 메일로 보내시면 될 일을, 굳이 왜 여기까지 부르시는 건지 저는 그 저의(底意)를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만."
"에두아르드 군. 자네가 맡을 일은 철저한 보안이 생명인 일이야. 믿지 못할 방화벽을 가진 메일로 보낼 내용은 아니지...."
그런 과장의 말에 에두아르드는 방금 전까지 드러내고 있었던 불쾌감을 재빨리 숨겼다.
-하긴, 그 꽤 젋은 나이에 과장까지 오른 엘리트가 괜히 불렀을 것 같지는 않네.
에두아르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처다보는 카이호 과장을 보면서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과장이 주머니에서 양철 담뱃갑을 꺼내, 갈색의 담뱃잎을 말은 얇은 담배를 끄집어내, 불을 당기고, 그 연기를 입에 머금었다. 고급품으로 보이는 그 담배의 미미한 향이 에두아르드의 코끝을 맴돌았다. 그렇게 담배 연기를 내뿜은 과장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자네는 신서울 쪽으로 가줘야겠네."
"그게 도대체......." 에두아르드는 비아냥과 불쾌감을 잔뜩 담아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냐고 물으려다가 과장이 보이는 반응이 영 좋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질문을 삼킬수 밖에 없었다.
"...... 신서울 쪽에서 어떤 사건이 터졌기에 제가 그쪽까지 가야 하는지에 대해 약간의 의문이 들 뿐입니다."
"그래. 좋은 지적이군, 마침 자네가 맡을 일에 관해 설명을 하려던 차였네."
카이호 과장은 에두아르드가 생각하는 바를 모르는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더니,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일단 자네가 맡을 일은 살인사건이야. 다만, 그냥 살인 사건은 아니지. 그냥 살인 사건이라면 당사국의 치안기관에 전적으로 맡겨두면 되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 피해자들.... 피해자들의 사인과 직책을 고려하면 중대한 사안이라고 봐야겠지. "
카이호 과장은 피해자들라는 대목에서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그리고 드디어 말을 끝마친 카이호 과장은 컴퓨터의 콘솔을 조작해 사건 파일을 홀로그래프로 표시했다.
그에 제일 먼저 입체 홀로그램 창에 떠오른 것은 UN IDAO에 등록된 A급 클로저들의 사진과 기록이었다.
"이건....!" 홀로그램 창에 떠오른 기록들을 본 에두아르드는 탄식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기록을 보여줬다는 것은---
"그래, 이들은 한국 정부 소속의 A급 클로저들로,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다."
카이호 소이치로 과장은 여전히 평이한 어조로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그 말을 듣고 동요를 숨기지 못하는 에두아르드와 대조적으로 과장은 계속 담담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사인은 위상력 역류로 인한 내장 파열이네. 뭐 훈련생이라면
위상력의 제어 미스로 그렇게 되었다 했겠지만, 이번 사건은 A급 클로저들이 피해자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나?"
-알아 듣다마다. 차원전쟁이 끝난 뒤, 청정 지대로 선포된 지역 강국에서, 그 수많은 위상력 억제기가 작동하는 신서울에서, 그것도 A급 클로저가, 위상력 역류로 죽었다고?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에두아르드의 머릿속이 점점 엉켜들어가는 실타래처럼 복잡해져 갔다.
하지만 카이호 소이치로 과장은 그런 에두아르드의 동요를 보고도 전혀
신경을 쓰지도 않고, 여전히 계속 담담한 어조로 그 자신이 할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에두아르드군, 나를 실망시키지 말아주게, 알았나?"
-개소리 집어치워.
에두아르드는 그런 욕설이 목까지 차오른 것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솔직히 이 자리에서 과장을 욕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고, 다른 수사관들에게
사건이 배정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결국 에두아르드는 오늘도 을의 처지에서 화를 삭이고,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