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뭐 긴말하지 않고 바로 본문으로 들어가죠.
-잠에 취해 있다가 일어난 머리는 이상하게도 잘 돌아가지 않는단 말이지.
비행기의 터보팬 엔진이 서서히 느려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깨어난 에두아르드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눈곱이 붙어 잘 떠지지 않던 눈을 비비고 난 뒤, 잘 보이지 않는 시야로 더듬더듬 안경을 찾아 걸치자, 희미하게 보이던 시야가 초점이 맞게 되어, 도착을 알리는 안내문이 떠 있던 LCD 스크린이 보였다.
마침 기내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기장의 도착을 알리는 목소리가 노이즈가 섞여 흘러나왔다.
"승객 여러분, 저는 기장 ■■■입니다. 편안한 여행이 되셨습니까, 현재 이 항공기는 목적지인 신서울,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
에두아르드는 아직도 멍한 머리로 그 안내문이 출력되는 스크린을 보고만 있었다. 곧 스튜어디스가 그의 몸을 가볍게 흔들어 도착했다고 알리기 전까진 말이다. 아직까지 멍하던 정신은 각성하고, 안경을 걸쳐서 시야의 초점이 맞았다고는 했다지만,
그때까지도 약간은 흐릿했던 시야도 각성한 정신에 따라 또렷해졌다.
-
공항의 보안검색 구역을 지나고 나서, 에두아르드가 손목에 찬 시계형 기어의 전원을 올리자, 몇 건의 메시지 수신 기록이 기어에서 내보이는 입체 홀로그램 창에 떠올랐다. 그것을 본 그가 기어를 조작해 수신창으로 링크했다.
『공항 터미널, 체크인 에어리어에서 한국 정부 측 수사관이 마중을 나와 있을 것임. - 카이호 소이치로.』
"피식-" 그것을 본 그의 입가에 고소(苦笑)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시선을 기어에서 내보이는 입체 홀로그램 창에서 체크인 에어리어로 돌렸다. 살풍경한 회백색 바탕의 인테리어의 체크인 에어리어가 내려다보였다.
차원전쟁 전에는 싱가포르의 창이 국제공항을 모티브로 자연 친화적인 시설을 갖추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는 했으나, 차원전쟁으로 인해 제 1 여객터미널이 황폐화되면서 그 모든 것이 다 수포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그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체크인 에어리어의 한쪽 벽면에 설치된 홀로그램 창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광고 소리에 생각에 잠겨있던 그의 의식이 부상(浮上)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입체 홀로그램 창으로 돌린 후, 1층의 체크인 에어리어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
"이런 망할,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 말이 참 지랄맞게 맞아 떨어지는군."
체크인 에어리어로 이동하던 중에 보안검색 구역에서 나오던 일단의 여행객 무리의 인파에 휩쓸려버린 탓에, 이리저리 밀려나 머리끝까지 짜증이 난 에두아르드는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기에는 극심한 체력 고갈을 호소하였다.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그의 등을 강하게 건드렸다. IDAO에서 지급한 레이드 재킷 너머로 느껴지는 그 감각에 에두아르드는 순간 몸을 긴장시키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본 사람은, 옅은 갈색의 머리칼을 지녔고, 피로해 보이는 기색이 엿보이며, 늘어지고 때가 탄 폴리에스테르 양복을 걸친 중키의 30대 남자였다.
그 남자는 에두아르드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인지하는 것을 보고는 그 입을 열었다.
"IDAO 수사과 쪽에서 파견되신 분이 맞으신 거죠?"
그 질문을 들은 에두아르드가 척수 반사적으로 그렇다고 대답하자, 남자는 입가의 한쪽을 비틀어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공안청 특수수사과의 조원규라고 합니다. 앞으로 수사관님과 함께 다닐 것을 명령받은 입장입니다. 잘 부탁드리죠."
그의 어조에는 어딘가 모르게 이 상황을 마뜩치 않게 생각하는 투가 옅게나마 배여 있었다.
그 마뜩잖은 어조의 원인이 자신임을 아는 에두아르드로서는 그저 씁쓸하게 웃어넘기는 수 밖에 없었다.
-
도착한 그 날, 신서울의 날씨는 제법 화창했다. 빌딩들의 유리창이 햇빛을 반사하며 번뜩이고, 새로이 만들어진 유선형으로 디자인된 교각 위로 전철이 철컹대며 지나간다. 강남의 스퀘어에서는 빌딩 사이로 보이는 거대 홀로그램 전광판이 엔터테인먼트화 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재건된 용산역 역사에는 열차에 탑승하려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재건 계획과 연동된 발전된 기술의 은혜가 신서울 도심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었다.
역에서 몇 분간 기다린 후, 에두아르드는 자신을 조원규라 소개한 남자와 함께 공안청의 복면 순찰차에 탑승하여, 관공서 구역의 공안청 본청으로 이동했다. 용산역에서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관공서 구역의 공안청 본청의 본관이 에두아르드의 눈앞에 나타났다. 공안청 본청의 본관은 상공에서 보면 육각형의 형태를 띄는 타워였다.
지상 48층, 지하 5층 구조로 이루어진 타워 빌딩. 마치 모노리스와도 같은 그런 무기질적인 건물.
에두아르드는 가볍게 고개를 저어 의식을 전환한 뒤, 공안청 직원들이 감시하는 정면의 입구로 들어갔다.
엔트런스 홀에는 입체 홀로그램 장비가 공안청의 참수리 마크를 투사하고 있었고, 홀로그램 장치 뒤에 종합 창구가 있었다. 에두아르드는 종합 창구에서 홀로그램 표시의 UN IDAO 신분증을 제시한 뒤, 출입증을 습득하고, 공안청 본관 내의 특수수사과 구역으로 이동했다.
-
그 날의 사무국은 꽤 한산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무국이 한산한 이유는 그 날이 마침 빅토리아 데이(캐나다의 법정 공휴일)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빅토리아 데이임에도 불구하고 김유정은 오늘 자신의 직장상사로부터 또 다시 호출되어 온 처지였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는 의자에 앉아 우물쭈물 대는 인상이 약한듯한 콧수염을 기른 장신의 남자가 보였다. 그녀의 직장상사인 감시과 과장인 벤저민 트렌차드(Benjamin Trenchard)이다. 그가 우물쭈물 대며 말을 고르기를 몇 분째, 결국 더는 미룰 수 없겠다고 생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트렌차드 과장은 드디어 그 긴 침묵을 끊어냈다.
"... 김유정 감시관, 자네의 추후 일정이 잡혔네. 그러니까... 이틀 후에 저녁편 비행기로 한국으로 가도록 하게."
그렇게 말을 마친 과장은 손수건을 꺼내 들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면서 말을 이었다.
"기타 나머지 사항은 조금 후에 내가 자네의 개인 단말 편으로 보내겠네. 일단 미리 짐을 정리해두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렇게 말을 마친 트렌차드는 연거푸 땀을 닦아내며 김유정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메시지로 알리면 될 일을 직접 부르시다니, 여전히 아날로그하시네.
방을 나가는 김유정의 머릿속에 그런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
김유정이 도착한 날의 신서울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모노레일의 유리창에 묻은 먼지는 빗방울에 차갑게 씻겨 내려갔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신서울의 도심은 우울한 분위기가 피어올랐다. 신호등의 LED 불빛이 빗방울에 굴절되어 왜곡되어 보이고, 미완공 건물에 설치된 환경 홀로그램은 비에 맞아 거짓된 모습과 진실된 모습이 뒤섞인 기괴한 형상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그리고 스쳐 지나간 아치형의 교각에는 교통이 정체되어 자동차의 경적 소리만 교각 위에 마구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그녀는 좌석에 달려있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팔을 들어올려 전원이 꺼져있는 기어를 바라보았다. 꺼져있는 기어의 화면은 그 아무것도 출력하지 않고 그저 캄캄할 따름이었다.
손목의 기어에서 유리창 너머로 시선을 돌린 김유정의 시선에 데크화된 신서울역의 역사가 보였다. 유리로 이루어진 역사 건물의 한쪽 벽면에 김유정이 탄 모노레일 열차가 비추었고, 곧 신서울역 플랫폼에 접어든 열차가 덜컹거리며 감속되는 듯하더니 이내 멈추어섰다.
［이 열차는 종착역인 신서울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두고 내리는 물건이...］
스피커에서 보이스웨어 특유의 어색함이 섞인 여성의 목소리가 출력되었다. 이 방송에 반사적으로 반응한 그녀 주변의 승객들은 주섬주섬 짐을 챙겨, 열차 바깥으로 걸어나갔다.
잠깐 동안 멍해져 있던 김유정도, 고개를 가볍게 휘저으며, 자신의 짐을 챙겨 승객들을 따라 걸어나갔다.
뭐 긴말하지 않고 바로 본문으로 들어가죠.
2 - 시작
-잠에 취해 있다가 일어난 머리는 이상하게도 잘 돌아가지 않는단 말이지.
비행기의 터보팬 엔진이 서서히 느려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깨어난 에두아르드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눈곱이 붙어 잘 떠지지 않던 눈을 비비고 난 뒤, 잘 보이지 않는 시야로 더듬더듬 안경을 찾아 걸치자, 희미하게 보이던 시야가 초점이 맞게 되어, 도착을 알리는 안내문이 떠 있던 LCD 스크린이 보였다.
마침 기내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기장의 도착을 알리는 목소리가 노이즈가 섞여 흘러나왔다.
"승객 여러분, 저는 기장 ■■■입니다. 편안한 여행이 되셨습니까, 현재 이 항공기는 목적지인 신서울,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
에두아르드는 아직도 멍한 머리로 그 안내문이 출력되는 스크린을 보고만 있었다. 곧 스튜어디스가 그의 몸을 가볍게 흔들어 도착했다고 알리기 전까진 말이다. 아직까지 멍하던 정신은 각성하고, 안경을 걸쳐서 시야의 초점이 맞았다고는 했다지만,
그때까지도 약간은 흐릿했던 시야도 각성한 정신에 따라 또렷해졌다.
-
공항의 보안검색 구역을 지나고 나서, 에두아르드가 손목에 찬 시계형 기어의 전원을 올리자, 몇 건의 메시지 수신 기록이 기어에서 내보이는 입체 홀로그램 창에 떠올랐다. 그것을 본 그가 기어를 조작해 수신창으로 링크했다.
『공항 터미널, 체크인 에어리어에서 한국 정부 측 수사관이 마중을 나와 있을 것임. - 카이호 소이치로.』
"피식-" 그것을 본 그의 입가에 고소(苦笑)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시선을 기어에서 내보이는 입체 홀로그램 창에서 체크인 에어리어로 돌렸다. 살풍경한 회백색 바탕의 인테리어의 체크인 에어리어가 내려다보였다.
차원전쟁 전에는 싱가포르의 창이 국제공항을 모티브로 자연 친화적인 시설을 갖추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는 했으나, 차원전쟁으로 인해 제 1 여객터미널이 황폐화되면서 그 모든 것이 다 수포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그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체크인 에어리어의 한쪽 벽면에 설치된 홀로그램 창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광고 소리에 생각에 잠겨있던 그의 의식이 부상(浮上)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입체 홀로그램 창으로 돌린 후, 1층의 체크인 에어리어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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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망할,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 말이 참 지랄맞게 맞아 떨어지는군."
체크인 에어리어로 이동하던 중에 보안검색 구역에서 나오던 일단의 여행객 무리의 인파에 휩쓸려버린 탓에, 이리저리 밀려나 머리끝까지 짜증이 난 에두아르드는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기에는 극심한 체력 고갈을 호소하였다.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그의 등을 강하게 건드렸다. IDAO에서 지급한 레이드 재킷 너머로 느껴지는 그 감각에 에두아르드는 순간 몸을 긴장시키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본 사람은, 옅은 갈색의 머리칼을 지녔고, 피로해 보이는 기색이 엿보이며, 늘어지고 때가 탄 폴리에스테르 양복을 걸친 중키의 30대 남자였다.
그 남자는 에두아르드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인지하는 것을 보고는 그 입을 열었다.
"IDAO 수사과 쪽에서 파견되신 분이 맞으신 거죠?"
그 질문을 들은 에두아르드가 척수 반사적으로 그렇다고 대답하자, 남자는 입가의 한쪽을 비틀어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공안청 특수수사과의 조원규라고 합니다. 앞으로 수사관님과 함께 다닐 것을 명령받은 입장입니다. 잘 부탁드리죠."
그의 어조에는 어딘가 모르게 이 상황을 마뜩치 않게 생각하는 투가 옅게나마 배여 있었다.
그 마뜩잖은 어조의 원인이 자신임을 아는 에두아르드로서는 그저 씁쓸하게 웃어넘기는 수 밖에 없었다.
-
도착한 그 날, 신서울의 날씨는 제법 화창했다. 빌딩들의 유리창이 햇빛을 반사하며 번뜩이고, 새로이 만들어진 유선형으로 디자인된 교각 위로 전철이 철컹대며 지나간다. 강남의 스퀘어에서는 빌딩 사이로 보이는 거대 홀로그램 전광판이 엔터테인먼트화 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재건된 용산역 역사에는 열차에 탑승하려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재건 계획과 연동된 발전된 기술의 은혜가 신서울 도심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었다.
역에서 몇 분간 기다린 후, 에두아르드는 자신을 조원규라 소개한 남자와 함께 공안청의 복면 순찰차에 탑승하여, 관공서 구역의 공안청 본청으로 이동했다. 용산역에서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관공서 구역의 공안청 본청의 본관이 에두아르드의 눈앞에 나타났다. 공안청 본청의 본관은 상공에서 보면 육각형의 형태를 띄는 타워였다.
지상 48층, 지하 5층 구조로 이루어진 타워 빌딩. 마치 모노리스와도 같은 그런 무기질적인 건물.
에두아르드는 가볍게 고개를 저어 의식을 전환한 뒤, 공안청 직원들이 감시하는 정면의 입구로 들어갔다.
엔트런스 홀에는 입체 홀로그램 장비가 공안청의 참수리 마크를 투사하고 있었고, 홀로그램 장치 뒤에 종합 창구가 있었다. 에두아르드는 종합 창구에서 홀로그램 표시의 UN IDAO 신분증을 제시한 뒤, 출입증을 습득하고, 공안청 본관 내의 특수수사과 구역으로 이동했다.
-
그 날의 사무국은 꽤 한산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무국이 한산한 이유는 그 날이 마침 빅토리아 데이(캐나다의 법정 공휴일)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빅토리아 데이임에도 불구하고 김유정은 오늘 자신의 직장상사로부터 또 다시 호출되어 온 처지였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는 의자에 앉아 우물쭈물 대는 인상이 약한듯한 콧수염을 기른 장신의 남자가 보였다. 그녀의 직장상사인 감시과 과장인 벤저민 트렌차드(Benjamin Trenchard)이다. 그가 우물쭈물 대며 말을 고르기를 몇 분째, 결국 더는 미룰 수 없겠다고 생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트렌차드 과장은 드디어 그 긴 침묵을 끊어냈다.
"... 김유정 감시관, 자네의 추후 일정이 잡혔네. 그러니까... 이틀 후에 저녁편 비행기로 한국으로 가도록 하게."
그렇게 말을 마친 과장은 손수건을 꺼내 들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면서 말을 이었다.
"기타 나머지 사항은 조금 후에 내가 자네의 개인 단말 편으로 보내겠네. 일단 미리 짐을 정리해두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렇게 말을 마친 트렌차드는 연거푸 땀을 닦아내며 김유정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메시지로 알리면 될 일을 직접 부르시다니, 여전히 아날로그하시네.
방을 나가는 김유정의 머릿속에 그런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
김유정이 도착한 날의 신서울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모노레일의 유리창에 묻은 먼지는 빗방울에 차갑게 씻겨 내려갔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신서울의 도심은 우울한 분위기가 피어올랐다. 신호등의 LED 불빛이 빗방울에 굴절되어 왜곡되어 보이고, 미완공 건물에 설치된 환경 홀로그램은 비에 맞아 거짓된 모습과 진실된 모습이 뒤섞인 기괴한 형상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그리고 스쳐 지나간 아치형의 교각에는 교통이 정체되어 자동차의 경적 소리만 교각 위에 마구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그녀는 좌석에 달려있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팔을 들어올려 전원이 꺼져있는 기어를 바라보았다. 꺼져있는 기어의 화면은 그 아무것도 출력하지 않고 그저 캄캄할 따름이었다.
손목의 기어에서 유리창 너머로 시선을 돌린 김유정의 시선에 데크화된 신서울역의 역사가 보였다. 유리로 이루어진 역사 건물의 한쪽 벽면에 김유정이 탄 모노레일 열차가 비추었고, 곧 신서울역 플랫폼에 접어든 열차가 덜컹거리며 감속되는 듯하더니 이내 멈추어섰다.
［이 열차는 종착역인 신서울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두고 내리는 물건이...］
스피커에서 보이스웨어 특유의 어색함이 섞인 여성의 목소리가 출력되었다. 이 방송에 반사적으로 반응한 그녀 주변의 승객들은 주섬주섬 짐을 챙겨, 열차 바깥으로 걸어나갔다.
잠깐 동안 멍해져 있던 김유정도, 고개를 가볍게 휘저으며, 자신의 짐을 챙겨 승객들을 따라 걸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