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진짜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집안 사정 때문에 연재가 느려졌...
본편으로 갑시다.
"여기가 사건 현장을 재현하는 홀로그램실입니다."
특수수사과 구역, 홀로그램실이라는 도어 플레이트를 확인한 조 형사는 스캐너식 카드 인식기에 ID 카드를 가져다 댔다. 곧 삭막한 전자음과 함께 슬라이딩 도어가 열리고, 에두아르드의 눈앞에 유리창을 끼워 넣은 벽과 각종 고급 사양의 컴퓨터와 파일들이 널려있는 것이 퍽 인상적인 입체 홀로그램을 조정하는 조정실의 모습이 보였다.
"이거 꽤 변변찮은 모습이라서 미안하군요. 일단 사건 현장은 이렇습니다."
조정실의 안락의자에 주저앉아 콘솔을 조작하는 조 형사의 어투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리창 너머로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사건 현장이 투사되었다.
재현된 현장은 꽤나 참혹했다. 피해자의 시신은 마구 부풀어 올라, 외사수사과의 도미네이터로 집행된 것인지 의심되는 수준이었고, 피해자의 이목구비에는 역류한 검은 피가 대거 흘러나와, 마치 그쪽 부위를 핏빛으로 염색한 것인지 의심케 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몸에 장착해 두던 클로저 전용 장비들이 마구 엉켜, 노끈으로 묶어 둔 돼지비계를 연상케 했다.
-이건 꽤나 참혹하군 그래.
입체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현장을 지켜본 에두아르드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 때, 조 형사가 콘솔을 조작해 현장 홀로그램 대신 현장에서 발견된 물품들을 출력하였다. 홀로그램으로 투사된 물품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현장이 현장이다 보니, 그리 많은 물품들을 회수하기가 어렵더군요. 일단 기동대 애들하고 새로 들어온 클로저 애들이 나가서 사건 현장이 있는 그쪽 블록에 방어선을 치고 있다고는 하는데 말이지요. 세상에, 아직 미성년자인 애들로 구성된 클로저 팀이라니."
-참 미쳐 돌아가도 유분수지 않습니까?
에두아르드의 귀에 조 형사가 삼킨 뒷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얼굴에 드러난 씁쓸함을 재빨리 감춘 에두아르드는 콘솔을 조작하고 있는 조 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현장 상황이 어떻기에 증거품들을 전부 회수하지 못한 겁니까?"
"현장 근처, 그러니까 현장으로부터 2블록 떨어진 곳에 1급 차원재해 경보가 발령된 탓이죠, 뭐."
조원규의 답변을 들은 에두아르드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빠져나갔다.
"잠깐, 1급 차원재해 경보? 지금 1급 차원재해 경보라 하셨습니까?"
여유로웠던 조금 전과 달리, 현재 에두아르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질문에는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그런 그의 질문에 조 형사가 모니터를 보고 있던 고개를 에두아르드가 있는 방향으로 돌려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차원문 억제 장비가 고장이 났단 보고도 없었는데 말이죠."
답변을 들은 에두아르드는 조용히 의자에 걸려 있던 자신의 레이드 재킷과 도미네이터가 꽂혀 있는 홀스터를 집어들었다.
"어디 가시려고요?" 조 형사가 에두아르드에게 물었다.
"현장으로 갑니다." 에두아르드가 답했다.
-
성동 지구와 강남 지구를 잇는 교각의 일각의 바리케이드--
멈추라는 검문소의 신호에 공안청 범용 홀로그램을 뒤집어 쓴 복면 순찰차가 멈춰 서고,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흰색 전투복을 갖춰 입은 공안 기동대원이 다리의 통과를 제지하기 위해 복면 순찰차로 다가갔다.
기동대원은 순찰차의 차창을 두드려 차창을 내리라는 신호를 탑승자에게 전했고, 그에 응하듯, 끝까지 올라가 있던 창은 부드러운 기계음을 내며 내려갔다. 차창이 내려감에 따라, 옅은 금발에 안경을 낀 남자가 기동대원의 시야에 잡혔다.
"실례하겠습니다, 이쪽 현장은 공안청 인력이라도 허가받지 않은 인원은 통과할 수가 없습니다."
기동대원의 헬멧 바이저 너머에서 딱딱한 어조의 기동대원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런 기동대원의 그 말을 받아치듯, 남자는 홀로그램 표시의 신분증을 제시했다.
"UN IDAO 외사수사과의 에두아르드입니다. 사건조사 용건으로 그 쪽 검문소에 연락을 드린 걸로 알고 있는데요."
신분증을 제시한 그 남자의 어투는 딱딱하고 사무적이기 그지없었다.
기동대원은 남자의 얼굴과 신분증을 몇 번 번갈아보고, 여기에서 잠시 기다려달라는 요지의 말을 남자에게 해둔 후, 검문소 쪽으로 몸을 돌려 되돌아갔다.
-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기동대원이 검문소에서 복면 순찰차 쪽으로 돌아왔다.
"확인되었습니다. 통과하셔도 좋습니다."
말을 끝낸 기동대원이 손을 들어 신호하자 바리케이드의 게이트가 치워지고,
복면 순찰차가 바리케이드의 게이트를 통과해 강남 지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도착한 현장은 이미 기동대 병력에 의해 통제되어 있었다. 에두아르드는
몰려든 난민들 사이를 어떻게든 뚫어서 사건 현장에 들어가려다, 기동대원에게 저지당한 탓에, 그는 홀로그램 표시의 신분증을 다시 특경대원에게 제시해야했다.
현장에 들어가면서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레이드 재킷을 걸쳤다.
레이드 재킷에 각인된 IDAO 표식이 햇빛에 비춰 순간 번쩍였다.
-
"하, 기상청 예보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김유정이 역 밖에 나왔을 때는 내리던 보슬비가 강해져 폭우로 변질되어 있었고,
좌절한 김유정의 가라앉은 목소리는 마구 내리는 빗소리에 묻혀, 허공으로 흩어졌다.
극심한 폭우에 그녀의 옷은 이미 젖어서 몸에 착-하니 달라붙었고, 방수 캐리어에도 물이 샌 탓에 캐리어가 젖어버려, 한층 더 무거워졌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택시도 보이질 않았다.
그나마 중요한 짐들은 택배 서비스를 통해서 신서울에 있는 새로 배정된 관사로 보낸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김유정은 생각하였다.
-하지만 며칠간 입을 옷이 전부 다 젖어서야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잖아.
"하아... 진짜 불행하네에, 내 인생은."
김유정은 그렇게 뇌까리며 근처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집안 사정 때문에 연재가 느려졌...
본편으로 갑시다.
3 - Twin Peaks
"여기가 사건 현장을 재현하는 홀로그램실입니다."
특수수사과 구역, 홀로그램실이라는 도어 플레이트를 확인한 조 형사는 스캐너식 카드 인식기에 ID 카드를 가져다 댔다. 곧 삭막한 전자음과 함께 슬라이딩 도어가 열리고, 에두아르드의 눈앞에 유리창을 끼워 넣은 벽과 각종 고급 사양의 컴퓨터와 파일들이 널려있는 것이 퍽 인상적인 입체 홀로그램을 조정하는 조정실의 모습이 보였다.
"이거 꽤 변변찮은 모습이라서 미안하군요. 일단 사건 현장은 이렇습니다."
조정실의 안락의자에 주저앉아 콘솔을 조작하는 조 형사의 어투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리창 너머로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사건 현장이 투사되었다.
재현된 현장은 꽤나 참혹했다. 피해자의 시신은 마구 부풀어 올라, 외사수사과의 도미네이터로 집행된 것인지 의심되는 수준이었고, 피해자의 이목구비에는 역류한 검은 피가 대거 흘러나와, 마치 그쪽 부위를 핏빛으로 염색한 것인지 의심케 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몸에 장착해 두던 클로저 전용 장비들이 마구 엉켜, 노끈으로 묶어 둔 돼지비계를 연상케 했다.
-이건 꽤나 참혹하군 그래.
입체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현장을 지켜본 에두아르드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 때, 조 형사가 콘솔을 조작해 현장 홀로그램 대신 현장에서 발견된 물품들을 출력하였다. 홀로그램으로 투사된 물품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현장이 현장이다 보니, 그리 많은 물품들을 회수하기가 어렵더군요. 일단 기동대 애들하고 새로 들어온 클로저 애들이 나가서 사건 현장이 있는 그쪽 블록에 방어선을 치고 있다고는 하는데 말이지요. 세상에, 아직 미성년자인 애들로 구성된 클로저 팀이라니."
-참 미쳐 돌아가도 유분수지 않습니까?
에두아르드의 귀에 조 형사가 삼킨 뒷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얼굴에 드러난 씁쓸함을 재빨리 감춘 에두아르드는 콘솔을 조작하고 있는 조 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현장 상황이 어떻기에 증거품들을 전부 회수하지 못한 겁니까?"
"현장 근처, 그러니까 현장으로부터 2블록 떨어진 곳에 1급 차원재해 경보가 발령된 탓이죠, 뭐."
조원규의 답변을 들은 에두아르드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빠져나갔다.
"잠깐, 1급 차원재해 경보? 지금 1급 차원재해 경보라 하셨습니까?"
여유로웠던 조금 전과 달리, 현재 에두아르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질문에는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그런 그의 질문에 조 형사가 모니터를 보고 있던 고개를 에두아르드가 있는 방향으로 돌려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차원문 억제 장비가 고장이 났단 보고도 없었는데 말이죠."
답변을 들은 에두아르드는 조용히 의자에 걸려 있던 자신의 레이드 재킷과 도미네이터가 꽂혀 있는 홀스터를 집어들었다.
"어디 가시려고요?" 조 형사가 에두아르드에게 물었다.
"현장으로 갑니다." 에두아르드가 답했다.
-
성동 지구와 강남 지구를 잇는 교각의 일각의 바리케이드--
멈추라는 검문소의 신호에 공안청 범용 홀로그램을 뒤집어 쓴 복면 순찰차가 멈춰 서고,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흰색 전투복을 갖춰 입은 공안 기동대원이 다리의 통과를 제지하기 위해 복면 순찰차로 다가갔다.
기동대원은 순찰차의 차창을 두드려 차창을 내리라는 신호를 탑승자에게 전했고, 그에 응하듯, 끝까지 올라가 있던 창은 부드러운 기계음을 내며 내려갔다. 차창이 내려감에 따라, 옅은 금발에 안경을 낀 남자가 기동대원의 시야에 잡혔다.
"실례하겠습니다, 이쪽 현장은 공안청 인력이라도 허가받지 않은 인원은 통과할 수가 없습니다."
기동대원의 헬멧 바이저 너머에서 딱딱한 어조의 기동대원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런 기동대원의 그 말을 받아치듯, 남자는 홀로그램 표시의 신분증을 제시했다.
"UN IDAO 외사수사과의 에두아르드입니다. 사건조사 용건으로 그 쪽 검문소에 연락을 드린 걸로 알고 있는데요."
신분증을 제시한 그 남자의 어투는 딱딱하고 사무적이기 그지없었다.
기동대원은 남자의 얼굴과 신분증을 몇 번 번갈아보고, 여기에서 잠시 기다려달라는 요지의 말을 남자에게 해둔 후, 검문소 쪽으로 몸을 돌려 되돌아갔다.
-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기동대원이 검문소에서 복면 순찰차 쪽으로 돌아왔다.
"확인되었습니다. 통과하셔도 좋습니다."
말을 끝낸 기동대원이 손을 들어 신호하자 바리케이드의 게이트가 치워지고,
복면 순찰차가 바리케이드의 게이트를 통과해 강남 지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도착한 현장은 이미 기동대 병력에 의해 통제되어 있었다. 에두아르드는
몰려든 난민들 사이를 어떻게든 뚫어서 사건 현장에 들어가려다, 기동대원에게 저지당한 탓에, 그는 홀로그램 표시의 신분증을 다시 특경대원에게 제시해야했다.
현장에 들어가면서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레이드 재킷을 걸쳤다.
레이드 재킷에 각인된 IDAO 표식이 햇빛에 비춰 순간 번쩍였다.
-
"하, 기상청 예보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김유정이 역 밖에 나왔을 때는 내리던 보슬비가 강해져 폭우로 변질되어 있었고,
좌절한 김유정의 가라앉은 목소리는 마구 내리는 빗소리에 묻혀, 허공으로 흩어졌다.
극심한 폭우에 그녀의 옷은 이미 젖어서 몸에 착-하니 달라붙었고, 방수 캐리어에도 물이 샌 탓에 캐리어가 젖어버려, 한층 더 무거워졌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택시도 보이질 않았다.
그나마 중요한 짐들은 택배 서비스를 통해서 신서울에 있는 새로 배정된 관사로 보낸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김유정은 생각하였다.
-하지만 며칠간 입을 옷이 전부 다 젖어서야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잖아.
"하아... 진짜 불행하네에, 내 인생은."
김유정은 그렇게 뇌까리며 근처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