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갑니다.
이제부터는 리메이크 분량이 아닌지라 텀이 길 겁니다.
분량도 그에 비례해서 줄어들거고...
폭발 현장이 된 아파트의 입구. 폴리스 라인과 공안청의 표장을 단 다각 전차들로 봉쇄된 주변.
소방차와 앰뷸런스도 연이어 도착했다. 녹초가 된 에두아르드는 입구 앞 벤치에 몸을 기대어 구급대원의 응급 처치를 받고 있었다. 처치라고 해도 파편이 가볍게 다리에 박힌 정도이다. 클로저에게는 별로 문제될 상처는 아니다.
"...그 여성은 상태가 괜찮습니까?"
"예, 그저 클로크포름 같은 마취약을 마시고 기절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에두아르드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구급대원이 시원스럽게 구급대원이 응수하였다. 구급대원의 대답에 에두아르드는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다.
바로 그때, 바로 뒷편에서 에두아르드를 부르는 소리. 조 형사와 인상이 험악한 기동대원이다.
"수사관님, 여기는 신서울 남부기동대의 차석 책임자이신 채민우 경감님이십니다."
조 형사가 소개한 채민우는 장신에 근육이 붙은 구릿빛 피부의 소유자였다. 흔히 이쪽 계통의 직업을 가진 남성의 이미지를 현실적으로 구현한 이미지라고 에두아르드는 생각하였다. 채민우의 왼손에는 태블릿 PC가 들려 있었다.
-진술이라도 받으러 온 건가?
에두아르드가 그렇게 생각한 직후, 채민우의 입이 열렸다.
"충성! 기동대의 채민우입니다. 클로저 폭사 사건을 조사하러 오신 IDAO 외사수사과의 에두아르드 수사관이 맞으시죠?"
"예, UN IDAO 외사수사과 3계의 에두아르드입니다. 조 형사님으로부터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첫인상과는 다른 싹싹한 목소리이다. 다만 채민우 경감이 한 말로 미루어보건대, 성격은 시원할리만큼, 돌직구를 던지는 단도직입적인 유형인 것 같았다.
- 이런 유형은 의외로 고지식한 면이 있단 말이지.
틀에 박힌 인사를 나누면서 에두아르드는 생각하였다.
"우선 죄송하지만 진술을 부탁드릴 수 있겠습니까? 저희 관할 구역에서 일어난 사건인지라 말입니다."
틀에 박힌 인사치레를 마치자마자 쓸데없는 위로의 말 대신 돌직구가 날아들었다. 아니, 이런 경우는 돌질문이던가?
- 제기랄, 저 조 형사라는 사람한테 나도 물들었나?
에두아르드는 자신의 농담센스의 저열함에 내심 소름끼쳐 했다.
-
얼추 진술을 끝내고 가도 좋다는 하락을 받은 직후, 조 형사가 양손에 종이컵을 들고 다가왔다. 받아서 내용물을 살펴보니 블랙커피였다.
"여기는 커피메이커 밖에 없는 탓에, 마시기에는 질낮은 커피입니다마는 각성 용도로는 괜찮을 성 싶어서 말입니다."
"아, 상관없습니다. 제 눈에는 그게 그걸로 보이니까 말입니다."
- 새삼 느끼는 거지만 그냥 기분 나쁘기만 한 사람은 아니라는 건가.
에두아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입에서 적잖이 쓰린 맛이 감돌았다. 저절로 미간이 찌뿌려진다. 조 형사 말마따나 각성 용도에나 적합할 커피였다. 원두를 오래 보관한 탓인지 물과 갈아낸 원드 비율을 맞추지 못한건지.
아니면 그 둘 다인지.
"이래서 내가 홍차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니까."
에두아르드는 그렇게 뇌까렸다. 저 멀리서 타고 온 복면 순찰차가 보였다.
-
송파구 국립 공안병원 엘리베이터를 향해 에두아르드와 조 형사가 잡담을 나누면서 이동했다. 그 때, 조 형사의 점퍼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더니 조 형사가 재빠르게 구형 핸드폰을 주머니에 꺼냈다.
"아, 잠시 기다려 주시지 않겠습니까? 가족들 전화인지라."
꺼낸 핸드폰 액정을 확인한 조 형사가 에두아르드에게 양해를 구했다.
"딱히 양해를 구할 일도 아닌데 말입니다. 받으시지요."
전화를 받는 조 형사의 손놀림이 재빨랐다. 조 형사가 전화를 하고 있는 동안, 에두아르드는 근처의 환자 대기석에 앉아 조 형사가 전화를 끝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전화가 끝나고 조 형사가 에두아르드가 앉아있는 대기석으로 다가왔다.
"수사관님, 궁상은 그만 떠시고 이제 가시죠."
여전히 늘어진 듯한 목소리였다. 한숨을 쉬며 일어선 에두아르드와 조 형사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
"일단 쓰러져 있던 여성의 신원은 확인되었나요?"
"예, 쓰러져 있던 여성의 이름은 오세린, 나이는 24세. 현재 차원대책처 특수처리과 소속의 B급 클로저입니다. 그리고 故 김기태 요원의 전 보좌관이기도 하고요. 꽤 순수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사람입니다."
에두아르드와 조 형사의 목소리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내부를 가득 채웠다. 이야기의 주제는 아까 구로구에서 발견된 여성에 대해서였다.
"기절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추정하던가요?"
"한 하루에서 사흘 정도는 기절해 있었다고 추정중입니다."
"하루에서 사흘? 허, 오래도 기절해 있었군요. 나 원참."
"같은 과 직원들의 진술로는 이틀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엘리베이터는 목적한 층에 도착해 있었다. 에두아르드와 조 형사는 일시적으로 대화를 멈추고 병원의 복도로 나왔다.
"하튼, 현재 그녀가 입원해 있는 병실이 어딘지 아십니까?"
"어디 보자, 요쪽 근방의 1인실이었을 텐데.... 아, 저기군요."
목적인 문 앞에 도착했다. 에두아르드가 미닫이 형태로 되어있는 병실 문을 열었다.그리고 병상에 누워 있는 은발의 상당한 미녀가 잠들어있었다. 오세린이었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건가... 수사관님. 피해자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까요?"
"일단 조금 기다려보는게 좋을 성 싶습니다."
둘이 영앙가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오세린의 눈썹이 바르르- 하며 떨리더니, 곧 덮인 눈꺼풀이 걷히며, 위상력으로 인해 변질된 푸른 동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일순, 오세린과 에두아르드의 시선이 맞부딫혔다.
"선생님! 여기 환자가 깨어났어요!" 문 뒤에서 터져나오는 간호사의 목소리만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
"....그래서, 오세린 씨,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는 겁니까?"
"....죄송해요, 수사관님. 쓸모없는 클로저라 미안해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하아."
- 이거 너무하잖아? 어떻게 살면 사람이 이렇게 망가질 수가 있는 거지?
오세린의 도를 넘은 자기비하를 가까스로 달래가면서 에두아르드는 생각했다.
처음 사정청취를 할 때, 오세린은 나 같은게 도움이 되겠냐느니, 무능하다느니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 뭔가 정신 상태가 불안하다는 낌새를 보여주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사건에 대한 질문에 이르러서는 쓸모없는 클로저라 미안하다고 반복해서 사과만 해대니 사정청취의 진행 자체가 되질 않았다.
그렇다고 너무 심하게 윽박지를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말이다. 결국 먼저 나가 떨어진 것은 의외로 성미가 급한 조원규 형사였다.
"염병할! 정말 못해먹겠네. 조금이라도 사건에 대해 건드리면 저딴 식이니!"
"저 정도면 중증의 의존·회피성 성격장애라고 생각되는 수준인데..."
"에-? 그럼 그 뭐시냐, 저 오세린이가 김기태인가 김돚거인가에 집착한다는 소립니까? 거 엄청나게 부정하고 싶은 관계군요. 저 겁쟁이가 좋아하는 놈팽이가 그런 사람(피해자)이라니 말입니다."
에두아르드의 말을 듣고는 정말로 질린 얼굴을 지어보이는 조 형사. 시덥잖은 농담이 섞인 조 형사의 말을 듣고 한숨을 지어내는 에두아르드.
그렇게 시간이 꽤 흐르고 난 뒤, 에두아르드가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더 이상, 여기에 있어봤자 얻을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본청으로 돌아가죠."
"그게 좋겠습니다. 수사관님. 여기에 더 있다가는 제 정신이 완전히 갉아 먹히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조 형사는 종이컵 안에 든 내용물을 단번에 비웠다.
-
그들이 공안청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하늘이 어둑어둑해져, 밤이 되어 있었다. 엔트러스 홀의 입체 홀로그램 텔레스크린에 표시된 시간을 보니 이미 저녁 7시 30분이었다.
"내일은 저 말고도 다른 특수수사과 형사들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비에 맞아 젖은 점퍼를 털면서 조 형사가 말을 꺼냈다. 피로감에 찌든 목소리였다.
"일단 홀로그램실은 맘대로 이용하셔도 됩니다. 다만 장비는 조심해서 다루시고요."
"오늘 하루 고생하셨습니다. 들어가서 쉬세요."
"안 그래도, 집에 가서 한숨 늘어지게 잘 겁니다. 그 다음 날까지요."
그의 입가에는 어느새 웃음이 반쯤 걸려 있었다. 다만 눈은 반쯤 감겨져 있었지만 말이다.
-
시간이 좀 지나고, 공안청 내--특수수사과 구역, 숙직실. 홀로그램 장식 같은것은 일절 없는 무기질적인 사무실같은 인테리어. 다만 숙직실 내에는 꽤 후끈한 열기를 내뿜는 컴퓨터들과 모니터들, 그리고 에두아르드가 혐오하다 못해 증오하는 커피메이커 뿐이었다.
같은 과에서 근무하던 동료 왈, 버튼만 누르면 따끈한 블랙 커피가 추출되니, 그것처럼 편리하고 좋은 것은 없다나, 뭐라나. 물론 에두아르드의 입장에서는 터무니없는 개소리에 불과했다.
- 구정물 우리는 기계에 편의성을 따지는 놈이 어디 있나. 맛부터가 영 좋지 않은데.
이것이 에두아르드가 가진 커피메이커에 대한 인식이었으니까.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에두아르드는 커피 대신 근처 편의점에서 사들인 홍차를 마시면서, 김기태 요원과 그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와 현장에서 수거된 증거품 목록을 찾아서 보고 있었다.
- 홍차 맛은 산뜻하지만, 이것들은 전혀 산뜻하지가 않군.
그게 에두아르드의 사건에 대해 좀 더 조사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먼저 찾아본 김기태 요원의 인간관계는 마치 흙탕물을 한껏 뒤집어 쓴 도사견 무리를 연상시켰다. 그의 인사고과에서부터 심각한 인격적 결함으로 인한 진급 누락이 떡하니 기재되어 있는 것하며, 김기태가 죽은 이후, 공안에서 수집한 증언 중 대부분이 그의 심각한 인격적 결함들을 가감없이 증언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김기태 요원의 인사고과에 첨부된 진료 기록을 살펴보니, 그는 체내 위상력이 상실되는 희귀병인 위상력 상실증에 걸려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김기태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조급해하고 공에 집착할 만한 동기이다.
거기에다 차원대책처의 내사과에서 작성한 특이사항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해당 요원의 위상력 상실증으로 인한 마약 투여 의혹이 있으니 철저히 감시할 것!』
-
"뭐야? 그러면 그냥 약쟁이질하다가 그렇게 처참한 꼴이 되었다는 결론 밖에 나오질 않는데?"
산뜻하지 못한 기분으로 김기태에 관한 문서를 훍다가, 인사고과의 특이사항란을 보고 깨름직함을 느낀 에두아르드가 중얼거렸다. 분명히 금지된 위상력 증폭 약물은 많고, 그것을 각국의 치안기관과 IDAO가 일일이 잡아낼 수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부작용을 내는 약물이 종전 이후에 존재하고 있었던가?
오히려 이런 눈에 띄고 인상적인 부작용, 그러니까 위상력 역류로 인한 내장파열 같은 부작용이 있었다면, 그렇다고 한다면 먼저 매스 미디어 쪽에서 잔뜩 떠들어대고 있었을 터.
그것은 마약상으로서도 이건 못 팔아먹을 약물이나 진배없는 것이다.
기존의 필로폰이나 코카인 같은 것이면 장기간에 걸친 마약 중독 증상으로, 마약 중독자들이 마약상들의 주요 고객들이 되게 만들어 지속적인 흑자가 나게 하는데, 김기태의 사인을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라 친다면 단기간에,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죽는 탓에 고객도 모이지 않는 이른바,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라는 것이다.
쉽게 요약하자면, 마약상들은 이딴 ■같은 부작용을 가진 마약 같은 것을 팔고 있을 리가 없다.
손님도 안 모이고, 각국 치안기관의 감시망이 집중될 테니까.
그렇다면, 김기태가 자살이라도 한 걸까? 그것도 역시 가능성이 낮다. 인사고과나 증언들을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김기태 요원처럼 속물적인 사람이 자기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내버릴 수가 없을 테니까.
게다가 이런 식으로 위상력을 폭주시켜서 자살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고.
그렇다면, 김기태 요원의 사인은 타살이거나 우연한 사고로 좁혀지게 되는데, 과연 A급 클로저 요원이나 되는 사람이 자기 위상력조차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역류해서 죽었을까? 인사고과에서도 실력만은 인정하던 김기태인데?
고로 김기태 사고사 가설도 제외. 그렇다면 남는 것은 역시 타살 밖에 남지 않는데, 문제는 그 엽기적이고 처참한 시체는 공치소의 곽 노인이 말했듯이, 독살도 아니고 외상이 몸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위상력이 역류하여 사망했다는 것 이외로는 볼 수조차 없었다.
그렇다면, 차원종의 짓일까? 그것도 역시 가능성이 낮다. 김기태가 죽을 당시의 시점에서는 강남구에서 발령한 차원 재해경보는 한 건도 없었다. 그 자신도 알다시피, 차원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차원으로 나오려고 한다면, 차원문을 열고 나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급격한 위상변곡이 일어난다. 감지되지 않을 리가 없다.
고로 차원종 가설도 죽음의 원인으로는 제외.
결국, 김기태의 의문의 죽음에 대한 열쇠는 그 오세린이라는 클로저가 쥐고있는 셈인데, 그 오세린은 도대체가 증언할 상태가 안되었다.
- 무슨 기억상실로 인한 퇴행도 아니고...?
순간 에두아르드는 생각을 멈추었다. 그때, 숙직실의 전화가 울려대지 않았다면, 에두아르드는 한동안 생각을 그만둔 그 상태로 한동안 굳어있었으리라. 분명히.
이제부터는 리메이크 분량이 아닌지라 텀이 길 겁니다.
분량도 그에 비례해서 줄어들거고...
8 - Twin Peaks
폭발 현장이 된 아파트의 입구. 폴리스 라인과 공안청의 표장을 단 다각 전차들로 봉쇄된 주변.
소방차와 앰뷸런스도 연이어 도착했다. 녹초가 된 에두아르드는 입구 앞 벤치에 몸을 기대어 구급대원의 응급 처치를 받고 있었다. 처치라고 해도 파편이 가볍게 다리에 박힌 정도이다. 클로저에게는 별로 문제될 상처는 아니다.
"...그 여성은 상태가 괜찮습니까?"
"예, 그저 클로크포름 같은 마취약을 마시고 기절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에두아르드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구급대원이 시원스럽게 구급대원이 응수하였다. 구급대원의 대답에 에두아르드는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다.
바로 그때, 바로 뒷편에서 에두아르드를 부르는 소리. 조 형사와 인상이 험악한 기동대원이다.
"수사관님, 여기는 신서울 남부기동대의 차석 책임자이신 채민우 경감님이십니다."
조 형사가 소개한 채민우는 장신에 근육이 붙은 구릿빛 피부의 소유자였다. 흔히 이쪽 계통의 직업을 가진 남성의 이미지를 현실적으로 구현한 이미지라고 에두아르드는 생각하였다. 채민우의 왼손에는 태블릿 PC가 들려 있었다.
-진술이라도 받으러 온 건가?
에두아르드가 그렇게 생각한 직후, 채민우의 입이 열렸다.
"충성! 기동대의 채민우입니다. 클로저 폭사 사건을 조사하러 오신 IDAO 외사수사과의 에두아르드 수사관이 맞으시죠?"
"예, UN IDAO 외사수사과 3계의 에두아르드입니다. 조 형사님으로부터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첫인상과는 다른 싹싹한 목소리이다. 다만 채민우 경감이 한 말로 미루어보건대, 성격은 시원할리만큼, 돌직구를 던지는 단도직입적인 유형인 것 같았다.
- 이런 유형은 의외로 고지식한 면이 있단 말이지.
틀에 박힌 인사를 나누면서 에두아르드는 생각하였다.
"우선 죄송하지만 진술을 부탁드릴 수 있겠습니까? 저희 관할 구역에서 일어난 사건인지라 말입니다."
틀에 박힌 인사치레를 마치자마자 쓸데없는 위로의 말 대신 돌직구가 날아들었다. 아니, 이런 경우는 돌질문이던가?
- 제기랄, 저 조 형사라는 사람한테 나도 물들었나?
에두아르드는 자신의 농담센스의 저열함에 내심 소름끼쳐 했다.
-
얼추 진술을 끝내고 가도 좋다는 하락을 받은 직후, 조 형사가 양손에 종이컵을 들고 다가왔다. 받아서 내용물을 살펴보니 블랙커피였다.
"여기는 커피메이커 밖에 없는 탓에, 마시기에는 질낮은 커피입니다마는 각성 용도로는 괜찮을 성 싶어서 말입니다."
"아, 상관없습니다. 제 눈에는 그게 그걸로 보이니까 말입니다."
- 새삼 느끼는 거지만 그냥 기분 나쁘기만 한 사람은 아니라는 건가.
에두아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입에서 적잖이 쓰린 맛이 감돌았다. 저절로 미간이 찌뿌려진다. 조 형사 말마따나 각성 용도에나 적합할 커피였다. 원두를 오래 보관한 탓인지 물과 갈아낸 원드 비율을 맞추지 못한건지.
아니면 그 둘 다인지.
"이래서 내가 홍차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니까."
에두아르드는 그렇게 뇌까렸다. 저 멀리서 타고 온 복면 순찰차가 보였다.
-
송파구 국립 공안병원 엘리베이터를 향해 에두아르드와 조 형사가 잡담을 나누면서 이동했다. 그 때, 조 형사의 점퍼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더니 조 형사가 재빠르게 구형 핸드폰을 주머니에 꺼냈다.
"아, 잠시 기다려 주시지 않겠습니까? 가족들 전화인지라."
꺼낸 핸드폰 액정을 확인한 조 형사가 에두아르드에게 양해를 구했다.
"딱히 양해를 구할 일도 아닌데 말입니다. 받으시지요."
전화를 받는 조 형사의 손놀림이 재빨랐다. 조 형사가 전화를 하고 있는 동안, 에두아르드는 근처의 환자 대기석에 앉아 조 형사가 전화를 끝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전화가 끝나고 조 형사가 에두아르드가 앉아있는 대기석으로 다가왔다.
"수사관님, 궁상은 그만 떠시고 이제 가시죠."
여전히 늘어진 듯한 목소리였다. 한숨을 쉬며 일어선 에두아르드와 조 형사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
"일단 쓰러져 있던 여성의 신원은 확인되었나요?"
"예, 쓰러져 있던 여성의 이름은 오세린, 나이는 24세. 현재 차원대책처 특수처리과 소속의 B급 클로저입니다. 그리고 故 김기태 요원의 전 보좌관이기도 하고요. 꽤 순수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사람입니다."
에두아르드와 조 형사의 목소리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내부를 가득 채웠다. 이야기의 주제는 아까 구로구에서 발견된 여성에 대해서였다.
"기절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추정하던가요?"
"한 하루에서 사흘 정도는 기절해 있었다고 추정중입니다."
"하루에서 사흘? 허, 오래도 기절해 있었군요. 나 원참."
"같은 과 직원들의 진술로는 이틀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엘리베이터는 목적한 층에 도착해 있었다. 에두아르드와 조 형사는 일시적으로 대화를 멈추고 병원의 복도로 나왔다.
"하튼, 현재 그녀가 입원해 있는 병실이 어딘지 아십니까?"
"어디 보자, 요쪽 근방의 1인실이었을 텐데.... 아, 저기군요."
목적인 문 앞에 도착했다. 에두아르드가 미닫이 형태로 되어있는 병실 문을 열었다.그리고 병상에 누워 있는 은발의 상당한 미녀가 잠들어있었다. 오세린이었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건가... 수사관님. 피해자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까요?"
"일단 조금 기다려보는게 좋을 성 싶습니다."
둘이 영앙가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오세린의 눈썹이 바르르- 하며 떨리더니, 곧 덮인 눈꺼풀이 걷히며, 위상력으로 인해 변질된 푸른 동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일순, 오세린과 에두아르드의 시선이 맞부딫혔다.
"선생님! 여기 환자가 깨어났어요!" 문 뒤에서 터져나오는 간호사의 목소리만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
"....그래서, 오세린 씨,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는 겁니까?"
"....죄송해요, 수사관님. 쓸모없는 클로저라 미안해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하아."
- 이거 너무하잖아? 어떻게 살면 사람이 이렇게 망가질 수가 있는 거지?
오세린의 도를 넘은 자기비하를 가까스로 달래가면서 에두아르드는 생각했다.
처음 사정청취를 할 때, 오세린은 나 같은게 도움이 되겠냐느니, 무능하다느니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 뭔가 정신 상태가 불안하다는 낌새를 보여주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사건에 대한 질문에 이르러서는 쓸모없는 클로저라 미안하다고 반복해서 사과만 해대니 사정청취의 진행 자체가 되질 않았다.
그렇다고 너무 심하게 윽박지를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말이다. 결국 먼저 나가 떨어진 것은 의외로 성미가 급한 조원규 형사였다.
"염병할! 정말 못해먹겠네. 조금이라도 사건에 대해 건드리면 저딴 식이니!"
"저 정도면 중증의 의존·회피성 성격장애라고 생각되는 수준인데..."
"에-? 그럼 그 뭐시냐, 저 오세린이가 김기태인가 김돚거인가에 집착한다는 소립니까? 거 엄청나게 부정하고 싶은 관계군요. 저 겁쟁이가 좋아하는 놈팽이가 그런 사람(피해자)이라니 말입니다."
에두아르드의 말을 듣고는 정말로 질린 얼굴을 지어보이는 조 형사. 시덥잖은 농담이 섞인 조 형사의 말을 듣고 한숨을 지어내는 에두아르드.
그렇게 시간이 꽤 흐르고 난 뒤, 에두아르드가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더 이상, 여기에 있어봤자 얻을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본청으로 돌아가죠."
"그게 좋겠습니다. 수사관님. 여기에 더 있다가는 제 정신이 완전히 갉아 먹히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조 형사는 종이컵 안에 든 내용물을 단번에 비웠다.
-
그들이 공안청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하늘이 어둑어둑해져, 밤이 되어 있었다. 엔트러스 홀의 입체 홀로그램 텔레스크린에 표시된 시간을 보니 이미 저녁 7시 30분이었다.
"내일은 저 말고도 다른 특수수사과 형사들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비에 맞아 젖은 점퍼를 털면서 조 형사가 말을 꺼냈다. 피로감에 찌든 목소리였다.
"일단 홀로그램실은 맘대로 이용하셔도 됩니다. 다만 장비는 조심해서 다루시고요."
"오늘 하루 고생하셨습니다. 들어가서 쉬세요."
"안 그래도, 집에 가서 한숨 늘어지게 잘 겁니다. 그 다음 날까지요."
그의 입가에는 어느새 웃음이 반쯤 걸려 있었다. 다만 눈은 반쯤 감겨져 있었지만 말이다.
-
시간이 좀 지나고, 공안청 내--특수수사과 구역, 숙직실. 홀로그램 장식 같은것은 일절 없는 무기질적인 사무실같은 인테리어. 다만 숙직실 내에는 꽤 후끈한 열기를 내뿜는 컴퓨터들과 모니터들, 그리고 에두아르드가 혐오하다 못해 증오하는 커피메이커 뿐이었다.
같은 과에서 근무하던 동료 왈, 버튼만 누르면 따끈한 블랙 커피가 추출되니, 그것처럼 편리하고 좋은 것은 없다나, 뭐라나. 물론 에두아르드의 입장에서는 터무니없는 개소리에 불과했다.
- 구정물 우리는 기계에 편의성을 따지는 놈이 어디 있나. 맛부터가 영 좋지 않은데.
이것이 에두아르드가 가진 커피메이커에 대한 인식이었으니까.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에두아르드는 커피 대신 근처 편의점에서 사들인 홍차를 마시면서, 김기태 요원과 그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와 현장에서 수거된 증거품 목록을 찾아서 보고 있었다.
- 홍차 맛은 산뜻하지만, 이것들은 전혀 산뜻하지가 않군.
그게 에두아르드의 사건에 대해 좀 더 조사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먼저 찾아본 김기태 요원의 인간관계는 마치 흙탕물을 한껏 뒤집어 쓴 도사견 무리를 연상시켰다. 그의 인사고과에서부터 심각한 인격적 결함으로 인한 진급 누락이 떡하니 기재되어 있는 것하며, 김기태가 죽은 이후, 공안에서 수집한 증언 중 대부분이 그의 심각한 인격적 결함들을 가감없이 증언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김기태 요원의 인사고과에 첨부된 진료 기록을 살펴보니, 그는 체내 위상력이 상실되는 희귀병인 위상력 상실증에 걸려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김기태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조급해하고 공에 집착할 만한 동기이다.
거기에다 차원대책처의 내사과에서 작성한 특이사항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해당 요원의 위상력 상실증으로 인한 마약 투여 의혹이 있으니 철저히 감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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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그러면 그냥 약쟁이질하다가 그렇게 처참한 꼴이 되었다는 결론 밖에 나오질 않는데?"
산뜻하지 못한 기분으로 김기태에 관한 문서를 훍다가, 인사고과의 특이사항란을 보고 깨름직함을 느낀 에두아르드가 중얼거렸다. 분명히 금지된 위상력 증폭 약물은 많고, 그것을 각국의 치안기관과 IDAO가 일일이 잡아낼 수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부작용을 내는 약물이 종전 이후에 존재하고 있었던가?
오히려 이런 눈에 띄고 인상적인 부작용, 그러니까 위상력 역류로 인한 내장파열 같은 부작용이 있었다면, 그렇다고 한다면 먼저 매스 미디어 쪽에서 잔뜩 떠들어대고 있었을 터.
그것은 마약상으로서도 이건 못 팔아먹을 약물이나 진배없는 것이다.
기존의 필로폰이나 코카인 같은 것이면 장기간에 걸친 마약 중독 증상으로, 마약 중독자들이 마약상들의 주요 고객들이 되게 만들어 지속적인 흑자가 나게 하는데, 김기태의 사인을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라 친다면 단기간에,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죽는 탓에 고객도 모이지 않는 이른바,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라는 것이다.
쉽게 요약하자면, 마약상들은 이딴 ■같은 부작용을 가진 마약 같은 것을 팔고 있을 리가 없다.
손님도 안 모이고, 각국 치안기관의 감시망이 집중될 테니까.
그렇다면, 김기태가 자살이라도 한 걸까? 그것도 역시 가능성이 낮다. 인사고과나 증언들을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김기태 요원처럼 속물적인 사람이 자기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내버릴 수가 없을 테니까.
게다가 이런 식으로 위상력을 폭주시켜서 자살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고.
그렇다면, 김기태 요원의 사인은 타살이거나 우연한 사고로 좁혀지게 되는데, 과연 A급 클로저 요원이나 되는 사람이 자기 위상력조차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역류해서 죽었을까? 인사고과에서도 실력만은 인정하던 김기태인데?
고로 김기태 사고사 가설도 제외. 그렇다면 남는 것은 역시 타살 밖에 남지 않는데, 문제는 그 엽기적이고 처참한 시체는 공치소의 곽 노인이 말했듯이, 독살도 아니고 외상이 몸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위상력이 역류하여 사망했다는 것 이외로는 볼 수조차 없었다.
그렇다면, 차원종의 짓일까? 그것도 역시 가능성이 낮다. 김기태가 죽을 당시의 시점에서는 강남구에서 발령한 차원 재해경보는 한 건도 없었다. 그 자신도 알다시피, 차원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차원으로 나오려고 한다면, 차원문을 열고 나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급격한 위상변곡이 일어난다. 감지되지 않을 리가 없다.
고로 차원종 가설도 죽음의 원인으로는 제외.
결국, 김기태의 의문의 죽음에 대한 열쇠는 그 오세린이라는 클로저가 쥐고있는 셈인데, 그 오세린은 도대체가 증언할 상태가 안되었다.
- 무슨 기억상실로 인한 퇴행도 아니고...?
순간 에두아르드는 생각을 멈추었다. 그때, 숙직실의 전화가 울려대지 않았다면, 에두아르드는 한동안 생각을 그만둔 그 상태로 한동안 굳어있었으리라.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