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 사냥터의 소년
2. 끝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3. 사지로 가는 하이에나의 왕
4. 아름다운 시간은 계속된다
5. 격화하여 일어나라, 그대
6. 태양의 대천사 미카엘라
7. 우리에게 허락된 새로운 땅
에필로그
외전―메타트론의 탄생

프롤로그

   

     

    

한 소년이 쫓기고 있었다.

소년의 뒤를 따라붙은 이들은 흉기를 든 사내들. 지금 소년의 목숨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험했다.

“헉! 헉! 허억!”

소년은 필사적이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소년의 핏자국까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어디까지 가려고!”
“잡히면 네놈 팔다리를 하나씩 자를 테다!”

이대로라면 희망이 없어 보인다. 소년은 잠시 멈춰서 주변을 둘러봤다.
파괴되어 폐허가 된 서울의 시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 없던 세상이었다.

하지만 달에서 몬스터가 내려온 후 모든 게 엉망이 됐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할 이야기기도 했다.

“후우, 후우, 그래 다 왔어.”

주변을 둘러보던 소년은 방향을 틀어 다시 달린다.
하지만 그곳은 막다른 골목이었다. 결국 소년은 궁지에 몰렸다.

“알아서 독 안에 든 쥐 꼴이 되는군.”
“크하하하! 멍청한 놈!”

뒤따라온 사내들은 소년의 멍청함을 비웃었다. 그러면서 손에 든 흉기를 흔드는 꼴이, 소년을 단단히 손봐주겠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리 중 리더로 보이는 대머리 사내가 거만하게 나섰다.

“우리 물건 빼돌리고 멀쩡할 줄 알았어?”

대머리 사내가 턱 끝으로 가리킨 건 소년의 허리춤에 매달린 커다란 눈알이었다.
이건 어떤 몬스터의 눈알로, 현재 대한민국에선 돈이 되는 물건이었다. 몬스터 사태 이후 세상은 극적으로 변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능력자의 출현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헌터라고 불렀다.

헌터가 사냥한 몬스터의 사체는 가공 후 판매된다. 처음에 사람들은 죽은 몬스터의 사체에서 어떤 금전적 가치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곧 다양한 활용처를 찾아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 있는 소년과 사내들은 그런 헌터가 아니다. 능력자가 아닌 완전한 일반인이다. 하지만 돈에 이끌려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서울로 들어와 있었다.
다들 미쳤다고 손가락질 했지만, 이 위험천만한 장소에서도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게 있었다. 바로 몬스터의 사체를 수거하는 일이다.
올해 15살인 소년도 그런 아슬아슬한 일에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있었다.

“빼돌리다니! 처음부터 내 거였잖아! 너희가 끼어든 거고!”

소년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
소년은 위험을 감수하고 몬스터의 사체에서 눈알을 파냈다. 하지만 이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이 그것을 빼앗으려 했다.
대머리 사내는 비열한 웃음을 흘린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내가 갖고 싶다면, 그때부턴 내 거니까. 흐흐흐.”

결국 소년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사내들의 비웃음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그 탓에 흉흉하게 들어 올렸던 무기들이 모두 아래로 내려간다.
경계심이 완전히 풀려 있었다.
대머리 사내는 무릎을 치며 크게 웃어 댔다.

“유제아란 어린놈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하더니, 이제 보니 그냥 꼬맹이구먼! 크하하하하!”

그때, 울던 소년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출렁.

그건 마치 물이 가득 찬 물풍선 같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건 어떤 동물의 위장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안에는 오물이 잔뜩 든, 불쾌한 것이었다.

소년은 곧 그걸 머리 위에서 빙빙 돌리기 시작한다.
위장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너! 뭐야!”
“야!”

그제야 사람들이 뭔가 이상을 알아채고는 소년을 말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회전운동을 하던 위장이 날아가 대머리 남자를 직격했다.

퍼엉!

그와 함께 위장이 터지면서 안에 차 있던 더러운 오물이 남자들에게 뿌려진다.
역하기 짝이 없는 냄새다.
몇몇 이들은 헛구역질까지 하기 시작했다.

“이 미친놈! 뭘 뿌리는 거야! 죽어버리겠어!”

대머리 남자가 대검을 들고 소년에게 달려들려는 그때, 땅이 울렸다.

우르르릉.

그 순간 모두의 움직임이 딱 굳는다.
이 진동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는 이는 여기 아무도 없었다.

“젠장… 아, 아닐 거야.”

파멸의 예감을 부정하는 대머리 남자.
그리고 그걸 비웃듯 소년의 뒤쪽에서 집채만 한 무언가가 불쑥 솟아오른다. 소년의 퇴로를 막아선 벽보다 훨씬 큰 무언가가 말이다.

“이이… 이….”

“끄으으…….”

그걸 본 모두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몇몇은 오줌까지 지리며 풀썩 쓰러진다.

“외눈박이….”

대머리 남자의 말처럼 그건 외눈을 가진 몬스터였다.
키가 7미터나 되는 거인.
길고 흉악한 이빨에 삼나무처럼 억센 팔, 그리고 바라보기만 해도 심장이 얼어붙을 것 같은 외눈.
그야말로 지옥에 있다는 야차의 형상이다.

크르르릉.

외눈박이가 낮게 울었다.
그리고는 코를 킁킁거리더니 벽을 가볍게 넘어온다. 다행히 벽에 바짝 붙어 있는 소년은 시야의 사각에 있어 외눈박이에게 들키지 않았다.
그리고 외눈박이는 냄새에 더 이끌리는 듯했다.
소년이 던진 오물을 뒤집어 쓴 남자들에게 다가가더니 곧 하나를 손으로 집어 올린다.

“끄아아아아! 살려줘! 살려줘! 대장!”

붙들린 사내는 절규하며 눈물을 마구 쏟아낸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팔을 휘둘러댄다. 하지만 이 거인에겐 너무나 미약한 반항이었다.

와드득. 와득.

외눈박이가 남자를 마치 초코바처럼 먹어치운다. 외눈박이의 입가에 피와 지방이 번들번들하게 묻어났다. 그리고 두툼한 입술 위로 방금 죽은 남자의 내장이 길게 늘어진다.

“으아아아아!”

그제야 남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넘어지면서도 필사적으로 도망간다.
하지만 외눈박이는 성큼성큼 따라붙으며 달음박질치는 남자들을 붙잡는다.

와직, 와득.

곧장 씹어 먹기도 하고 일부는 허리를 분질러 접은 뒤 주머니에 집어넣기도 했다. 마치 간식처럼 말이다.
척추가 부러진 자들이 고장 난 장난감처럼 외눈박이의 손에서 흔들거렸다.
소년은 이 모든 광경을 보고 있었다.
창백해진 얼굴은 당장이라도 비명을 지를 것 같았지만, 소년은 억지로 입을 막고 참아낸다.

2019년, 2월.

서울의 평범한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