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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육군 로빈중대


투고 | V노블




Contents

Prologue 
CH.1 World At War 
CH.2 Rookies
CH.3 Operation Desert
CH.4 Bid the Soldiers Shoot
CH.5 War is ​D​e​l​i​g​h​t​f​u​l​
CH.6 Last ​G​u​n​f​i​g​h​t​e​r​
CH.7 Interlude
Epilogue


Prologue


낸시 C. 콜필드는 목을 죄어오는 답답한 예복 때문에 교장의 기념훈시에 귀를 기울일 수 없었다. 낸시는 당장에라도 목까지 덮어버린 예복의 목 후크를 풀어버리고 싶었지만, 훈시는 쉬어 상태로 부동자세를 취해야 했기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사관학교 교장은 멋들어진 장성 예복을 갖춰 입고 앞으로 군을 이끌어갈 초석이 될 젊은 장교 어쩌고 운운하고 있었지만, 낸시에게는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낸시는 이제 몇 분만 지나면 사관생도이자 소위후보생의 신분에서 벗어나 육군소위로 임관하게 될 것이고, (물론 졸업식 이후 한 달간의 교육이 남았지만) 그것은 교장의 지겨운 연설보다는 낸시에게 더 중요한 일이었다.

오늘은 4년의 교육과 훈련이 드디어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노란색의 황동계급장이 소위를 뜻하는 검정 계급장으로 바뀌는 것은 다른 생도들도 모두 기대하던 순간이었고, 그것은 낸시도 마찬가지였다.

“소위의 계급장이 검정인 이유는 전선에서 가장 많이 죽어나가는 장교계급이기 때문이지.”

예행연습 중 휴식시간에 어느 생도가 시니컬하게 그렇게 말하기도 했지만, 낸시는 자신이 받을 계급장에 자부심을 가졌다.

낸시는 멀리 단상을 바라보았다. 귀빈석에는 국왕과 수상, 그밖에 국방장관이나 기타 여러 높으신 양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 옆쪽으로는 생도들의 가족들이 앉아 있었다. 낸시는 그중에 자신의 부모님이 있을지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워낙에 많은 사람들 때문에 찾을 방법이 없었다. 반쯤 가출하다시피 해서 들어온 사관학교였기에 부모의 축복을 받기 힘들 거라는 것쯤은 낸시도 이해는 하고 있었지만 조금은 실망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것으로 훈시를 마친다! 생도대 차렷!”

“생도대 차렷!”

교장의 말이 끝나고 명령이 떨어지자 생도대장이 복명복창 후 뒤로 돌아 생도대를 바라보고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생도대! 차렷!”

모든 생도들이 연습한대로 착 소리가 나게 차렷 자세를 취했다. 그중에는 낸시도 껴 있었다.

“훈시 끝!”

다시 뒤로 돌은 생도대장이 경례했고 그것으로 교장의 훈시는 종료되었다. 그렇지만 졸업식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 계급장 수여식이 남아있었다.

-가족 여러분께서는 자녀들에게 찾아가 계급장을 수여해주십시오.-

방송이 울리자 가족들이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왕국 사관학교의 전통 중의 하나로서 자신의 계급은 가족, 넓게는 국민으로부터 주어졌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예복용 금색 어께 장식판에 달려있는 황동계급장을 가족의 손으로 검은 계급장으로 교체하면서 드디어 소위로 임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낸시의 계급장은 가족의 손으로 교체 할 수 없었다.

 

처음 졸업식 참석가족 명단을 내라고 했을 때 낸시는 빈 종이를 낼 수밖에 없었다. 낸시가 가출하다시피 사관학교로 온 것은 이미 대다수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교관들도 그것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그래서 낸시의 계급장 교체는 사관학교 전통에 따라 사관학교 근처에 있는 ‘왕립 고트윈 숙녀대학’에서 뽑힌 올해의 아가씨(졸업식의 시기상 작년의 아가씨지만)가 직접 교체를 해 주기로 되었다.

“나도 부모님보고 오시지 말라고 할 걸 그랬나?”

“뭐라는 거야 바보야. 난 벌써 집에 오시지 말라고 편지 보냈어.”

동료생도들의 장난 섞인 농담들을 들으면서 낸시는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남자생도들이야 기쁘겠지만, 낸시는 이번 졸업생 중 7명밖에 없는 여성생도였기에 다른 여자가 자신의 계급장을 교체해 준다는 사실이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그보다 가족이 오지 못하는 생도가 자신 혼자뿐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우울해 질 뿐이었다.

 

옆쪽의 생도들에게는 가족들이 와서 계급장을 교체해주기 시작했다. 낸시는 가만히 서서 올해의 아가씨가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정말로 예쁜 아가씨라고 하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볼까 싶은 낸시였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려니 양복을 입은 사내가 낸시에게 다가왔다. 그 사내의 얼굴을 본 낸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버지?”

“올해의 아가씨가 아니어서 실망했나?”

그런 아버지의 뒤로 어머니도 걸어오는 모습에 낸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 어떻게 여기를…….”

“이러니저러니 해도 딸의 졸업식이다. 아버지가 빠질 수는 없지.”

“너도 집에 연락 한번 안 했어도, 아버지 이야기 듣고는 부랴부랴 힘써서 집에 왔잖니.”

방학기간 집에 갔을 때도 얼굴이나 조금씩 보고 제대로 이야기 한 번 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자신의 옆에 서서 어깨의 계급장을 떼어내자 낸시는 약간의 당혹감을 느꼈다.

“그…… 죄송했습니다. 그렇게 가출하듯이 사관학교에 간 것은…….”

“아니. 뭐 네가 하고 싶은 데로 사는 게 인생이겠지. 생각해보면 나도 아버지가 사관학교 가겠냐는 말에 발끈해서 싸우고는 법대를 갔으니까. 그때 아버지께서 크게 웃으면서 ‘저 자식도 내 아들이라고 고집 한 번 강하군.’이라고 말씀하셨던 걸 이제야 이해하겠구나.”

낸시의 말에 아버지가 대꾸하고 한쪽 계급장을 교체하고 난 뒤 어머니를 돕기 시작했다. 그렇게 양쪽 계급장을 모두 교체하고 나서 낸시 앞에 선 아버지는 낸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 할아버지께서 기뻐하실 거다. 낸시 소위.”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렇게 아버지와 악수를 하고 나서야 낸시의 얼굴에 웃음이 올라왔다.

“그러면 얼른 자리로 가죠. 낸시 너도 끝나고 휴가가 있다는데 같이 집에 가자. 동생들이 얼마나 기다리는 줄 아니?”

“네! 알겠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팔을 붙잡고 가면서 그렇게 말했고 낸시는 크게 대답했다.

그날은 낸시 소위의 가장 좋았던 날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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