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Monster] (3)
프롤로그 : [Monster]
1부 : 망향
버석- 버석-
걸은지 한참이 흘렀다. 한참? 응, 한참, 정확한 시간은 알수없으니까, 감으로 떼워야겠지. 그 한참이라는 시간 동안 여기저기 건물들을 뒤져서 식량을 찾았다. 물론 별 수확은 없었다. 단지 통조림 3개가 전부려나, 그마저도 한개는 반쯤 벌레 먹어서 먹기엔 조금 그렇다.
물론 걷는 내내 나는 짐꾼 담당을 해야하긴 했지만 딱히 힘들진않다. 아니, 애당초 이 몸은 피로를 느끼는걸까? 잘 모르겠다. 단지 이 몸뚱이의 그 몇없을 장점에 아주 약간이나마 고마워할뿐이였다.
하지만 문제는 여자에게 있었다.
하아....하아...
나는 고개만 살짝 돌려서 여자 쪽을 바라보았다. 연신 거친숨을 내뱉으면서 움직이는 그녀의 두 다리는 후들거리는게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질것마냥 불안해보였다. 괜찮은걸까, 자꾸만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외면하려한다할지라도, 눈이 가는건 어쩔수없었다. 어떻게해야할까, 도와줘야할까? 아니, 그 이전에 도와줘도 될까?
구역질난다, 이런 생각을 하며 갈등하는 내가. 하지만 어쩔수 없는걸, 몇번을 반복해봐도 어쩔수없이, 나는 이럴수밖에 없는걸. 이기적이니까, 나는 이기적이니까.
털썩..
「..! 아...!」
그순간 누군가가 쓰러지는듯한 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그쪽으로 돌리니 여자가 쓰러져있었다. 돌에 걸린것일까, 아무튼, 일어나려해도 일어나지못하는 그 모습에 난 나도모르는 사이에 그녀에게 다가가 일으켜줬다.
"어? 아아 그래 마침 잘됬다. 일으켜준 김에 니가 좀 부축해가지고 데려가라. 하여튼간에, 하도 약해빠져가지고 어디 데리고 다닐수있나"
등 뒤에서 들려온 남자의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서 여자를 부축해줬다. 내가 할수있는 한, 최대한 부드럽고, 편안하게. 대리만족인걸까, 자기 위안인걸까. 이걸로 이 여자가 행복해질리가없는데, 이것만으로 위안을 얻으려는 나에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고개를 그녀에게 돌리지않은채, 나는 등 뒤에 짊어지고있던 가방을 앞으로 돌린뒤, 등에 그녀를 업고서 걸어갔다. 사람이 이러고도 살수있는것것일까 의문이 들정도로 가벼운 몸, 마치 헝겊인형을 안아든것마냥, 아니 그보다 더 가벼운 몸에 나는 더더욱 이 여자에 대한 안쓰러움과, 자기혐오감이 커져갔다.
나는 과연 잘하는것일까? 이러는게 옳은것일까.
...모르겠다.
"어이, 빨리 움직이라고"
단지, 지금은 이런 상념을 하면서, 어떻게든 온기를 느끼기 위해 발버둥칠 뿐이다.
하루가 지났다.
변한건 없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자기혐오감이 살짝 더 커진듯하다.
한 달이 지났다.
슬슬 내가 뭐를 하는지부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달째
"후우... 어이 체리, 이 쯤에서 쉬어야되지않냐? 여기 이 여자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라고"
내 뒤에서 나랑 여자를 감시하던 남자가 앞장서서 길잡이를 하는 남자에게 물었다.
"뭐? ...에이씨, 그럼 이 쯤에서 휴식한다. 어이 너는 망보고있고, 닌 조금이라도 쉬어. 내참, 이렇게 약해빠져가지고 말야"
나한테는 망을 보라고하고 여자에겐 쉬라고 하는 남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뒤 짐을 내려놓았다. 그런뒤 반쯤 부셔진 콘크리트 더미 위에 올라가 주변을 살펴보았고, 아랫쪽에서 두런두런 들려오는 대화를 들었다.
"하여튼간에 이 년은 왜이렇게 약해서 뭐 조금 걸었다하면 이 꼴이야?"
"뭐 어쩌겠어. 데리고다녀야지. 딴 년만 발견하면 이딴거 당장 버리거나 죽일때까지 말야"
"그래야지.. 아 맞다, 여기서 동남쪽으로 얼마 걸어가면 어린애들이 있다고하는데.. 거기가서 맘에 드는 꼬마애 몇 명 데려올까?"
"오 그거 괜찮은데? 낄낄낄.."
..구역질났다. 사람을, 사람처럼 보지않고 마치 물건처럼 대하는 그 모습이. 거기에 여기서도 모자라 어린 아이들에게 까지 손을 뻗는 모습에 난 절로 두 주먹이 쥐어졌다.
과연 옳은걸까? 내가 이렇게, 여기에 있는게 옳은걸까? 왜 나는 저런것들과 같이 있는거지? 온기, 온기가 부족해서야. 하지만, 그것을 위해 이러는것이 옳은걸까? 이기심도, 정도가 있는것이다. 그 정도가 넘어선다면, 사회가 말하는 '악'이 되버린다.
그리고 악은
◐....사람인가?
어라?
방금 나... 무슨 생각을?
갑자기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에 두통이 치밀어오른 난 한쪽 머리를 부여잡았다. 멈춰, 더이상 생각하지마, 여기서 그치라고!!
하지만, 내 뇌는 나에 반대되듯, 오히려 상기시키듯 더더욱 파고들어갔다.
◐사람으로 인정받기위해 사람들과 어울렸다. 하지만, 사람으로써 인정받기위해서라면 사람들과 어울려야하는법, 동물들과 어울린다면 나 자신마저 어느샌가 동물이 되어버릴뿐이다.
◑멈춰...!
◐그럼 지금 나는 뭐지? '나'는, 인간일까? 괴물의 몸뚱이를 뒤집어쓰고, 여태까지 인간에게 인간으로 인정받은줄 알았것만 사실은 동물에게 인정받은것이였다. 그렇다면, 동물에게 인정받은 나는 무엇일까?
◑하지만 어쩔수없잖아!! 이미 되돌릴수없어!!! 제아무리 동물들이라해도 온기만 느낄수 있으면 되잖아?! 차라리 거짓된 온기라 해도!! 거짓된 인정이라해도 따뜻하기만 하면되잖아!!! 이미 난 빛무리를 쫓아 나조차 어디인지 모를곳에 있어!! 이 빛이 사라진다면 나는 나조차 뭔지 모를지경이될거같단말야!!! 그러니까 이게 설령 쓰레기더미를 태워서 나온 빛이라할지라도 여기에 벗어날수없단말야!!
◐이미 너무 많이 물들여버린거야. 인간으로 인정받기위해 스스로 진창에 뒹굴었다만, 어느샌가 스스로가 인간조차 아닌, 진창, 아니 그 이하의 쓰레기로 전략하고 만거지.
◑그렇다면 어떻게해!! 이미 되돌릴수없어!!! 두 달 전, 그녀를 외면했을때부터 나는 벗어날수없는 길에 접어든거야!!!
◐정말로?
◑...
◐진짜 그렇게 생각해?
나는 고개를 아래로 내려, 여전히 미친듯이 떨리는 두 주먹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낄낄거리며 더러운 말들을 내뱉는 남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아직 기회가 있잖아?
●이 쓰레기만도 못한 존재로써 벗어날수있는 단 한가지의 기회, 그래, 아직 남아있었어.
●애당초, 사람이라한다할지라도, 저들을 살리는게 맞는걸까? 저딴것들을 살려줘봤자 더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 할뿐이야. 그래, 나는 너무 어리석었어. 저런 쓰레기같은 말을 내뱉는 저자들에게 '인정'이라는 밥을 얻어먹으며 꼬리흔드는, 그런 개같은 모습을 한 나에 헛웃음이 절로났다.
●죽이면되는거야, 그래, 이 죄에서 벗어나기위해선, 그 죄의 근원을 없에버리면되. 그래, 저 더러운 말을 내뱉는 아가리를 찢어발기고, 그대로 죽ㅇ-
◑....죽여?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ㅁ, 뭐야?! 뭐 나타났어?!!"
나는 화들짝 놀라며 콘크리트 위에서 떨어질 뻔했다가 간신히 다시 균형을 잡았고, 밑에서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는 두 남자에게 나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아.. 아니에요, 그냥 잘못본거같아요」
"이 새끼가... 니 씨발!! 오늘 밥 없을줄 알아!!!"
"내려오고나서 봐 이 새꺄!!"
..밑에서 두 남자가 뭐라 말하는게 들려왔지만 나는 잘 들리지않았다. 오직, 방금전 나도모르게 내놓은 생각에 소름이 끼쳐서 덜덜 떨뿐이였다.
나는 괴물이 아냐.
나는 괴물이 아냐.
나는 사람이였고, 사람이고, 사람일거야. 계속, 쭉! 앞으로도 계속!!
나는 괴물이 아냐!! 살인마 따위도 아니고!!! 그때도 내가 죽인게 아냐! 나는... 난 아무잘못 없었다고!! 나는.. 단지....!!
속이 자꾸만 울렁거렸다. 머리는 미칠듯이 아팠고, 아까먹었던 밥이 다시 속에서 게워나올듯한 기분, 마치 롤러코스터에 3시간동안 탄듯한 기분, 끔찍한 기분, 싫어, 더는 느끼고싶지않아. 되돌리지마, 그때의 그 느낌을, 그 모습을, 더는...!!
더는 버틸수없을거같다, 일단 내려가서,쉬자. 조금만 쉬자, 잠시동안 아무런 생각도 하지말고, 그저 눈감고서 한숨 잔다면 나아지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콘크리트에서 내려왔다.
"야이 개새꺄"
그리고 나는
빡-!!
「...아..?」
후회했다.
"너이 새끼 아주 우리들이 물로보여? 죽고싶어? 어?"
나는 내 앞에서 권총을 겨눈채 내 머리를 때리는 남자에 그제서야 내가 뭘했는지 깨달았다. 어, 내가 왜그런거지, 바보같이. 나는, 나는 왜 그런걸까, 잘해야하는데, 버림받으면 안되는데.
「죄, 죄송합니다. 다시 올라가서..」
"됬고.. 아이씨, 그보다 너 머리에 뭐 헬멧 썼냐? 뭐이렇게 딱딱해?"
「아, 안되요!!」
탁-!
그러면서 내 머리에 뒤집어쓴 후드를 벗기려는 남자에 나는 황급히 놀라며 손을 쳐냈다.
"....이 새끼 봐라?"
그리고 싸늘해진 공기에, 나는 날리가없는 식은땀이 나는듯했다.
"하.. 진짜, 야 체리, 이 새끼 뒤에서 좀 잡아봐. 오늘 니 어디한번 반 죽어봐라"
"그래, 이번에 한번 기 좀 죽여놔야겠어"
이리저리 몸을 푸는 남자와 내 등 뒤에서 어깨 아래에서 팔을 집어넣어 붙잡는 남자, 둘에 나는 발버둥쳤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힘이 들어가지않았다. 마치, 무언가를 막는것마냥.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제발 안그럴게요! 두번다신 안그럴게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그냥 이대로 놔주세요...!!」
"닥치고, 일단 그 잘난 면상 좀 보자, 뭐가 있길래 그렇게 꽁꽁 싸매는지 한번 보자고"
남자의 손이 우왁스럽게 내 머플러를 벗겼다. 거기에 나는 최대한 발버둥 쳐봤지만 남자에게서 벗어날래야 날수가 없었다.
그리고, 서서히 피할수없는 길에 도립한 나는
치직--
어라?
치지직---
이거....ㅇ..ㅓ.....디서...
콰직.
콰직.
꿈을 꿨다.
자세히는 기억이 나질않는다, 단지. 붉고, 끈적거리는 무언가와 그 사이로 삐져나오는 기다란 무언가, 부셔지는 하얀것.
뭐였을까, 상당히 기분 나쁘면서도 기분 좋고, 구역질나면서도 더 느끼고픈 이 기분.
상당히 기괴한 꿈이였다. 그래, 다 잤으면 이제 일어나야지.
철퍽
어라?
고개를 내렸다.
붉었다.
고개를 돌렸다.
붉었다.
붉은색
「아...」
그 위에 있는 두 고깃덩이.
「아아....」
이 모습...
....하하하
아하....아하하하하하하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Side 작가
「떨어져!! 떨어지라고!!!! 들러붙지말란말야!!!!!!」
괴수는 미친듯이 자신의 온몸에 묻어있는 피를 털어냈다. 하지만 이미 그 몸에 물들여진것마냥 피는 떨어져나오지않았고, 거기에 괴수는 더더욱 발작을 했다.
「떨어지라고.....했잖아아아아아!!!!!!!!!!!」
콰득-!!!
결국 괴수는 스스로의 몸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처음은 자신의 왼쪽 팔부터, 손, 팔, 어깨, 머리, 가슴, 몸, 다리, 발까지. 전부다. 전신의 껍데기를 뜯어냈다.
「으흑...!! 왜 또...!! 왜 또 이렇게 된거야...?!! 죽이고 싶지않은데...!! 또.. 또, 또 죽여버렸네..? 이히... 으히힉...」
괴수의 외눈에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붉디붉은 피눈물이, 붉은 근육으로만 이루어진 괴수의 몸을 적셨다.
「으힉... 내....!! 가... 나 안했어.. 나 안했어요...!! 나는 아냐, 다 이 몸이 잘못한거야... 그, 그런거야...! 다 이 몸이 나쁜거니까...!! 나는 아무것도 안했으니까아아아.....!!!!!」
카득...
그 순간 들려온 소리에 괴수는 고개가 떨어질것마냥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몸을 일으키려다가 굳어버린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아..」
그리고 순간 괴수의 마음속에, 아주 살짝, 희망이 생겼다.
망가져버린 그녀라면, 그녀라면
차라리 자신을 거절 안하지않을까?
「저기...」
그생각에, 헛되다고도, 이기적이다고도, 병적이라고도, 할수있을 생각에 괴수는 손을 뻗었다.
"아으....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게 나쁜것이였을까?
여자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머리를 감싸쥐고 울부짖었다.
"으아으..!! 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흐아으에....!!"
발음조차 제대로 되지않는건지 여자의 말은 하나도 알아들을수없었다. 하지만 괴수는 알수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두려워하고있었다.
「....하하..」
괴수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리고 여자는 비명을 질렀다.
괴수는 평범하게 웃었다.
그리고 여자는 발작을 했다.
괴수는 미친듯이 웃었다.
그리고 여자는 쓰러졌다.
괴수는 울었다.
그리고 여자는 움직이지않았다.
「....이젠......, 어디로...., 가지..?」
괴수는, 홀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