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우리나라 우주비행사는 여고생이라고요!


1장 - 발사준비


1.

20XX

나로우주센터


전라남도 외나로 섬은 사람이 그리 살지 않는 섬이었지만, 특별한 기간에는 사람들이 많을 때가 있었다. 그게 언제냐면 나로 우주 기지에서  로켓을 발사할 때였다.  


“그래도 보통 때 위성 발사 할 때는 사람도 안 오더니 오늘은 무슨 장날이지..”


나로 우주 기지의 로켓 관제 담당인 박지우 주임은 엄청나게 많이 몰려든 취재진들과 정치인 정관계 인사들을 보면서 왜 나로 우주 기지에 VIP 룸이 있는지 그 필요성을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든 것은 여기가 장날이라서가 아니라 이번 새로 만들어진 나로 3호와 우주선인 연(輦)의 첫 발사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우 아저씨!”

“안경희 박사 나 아저씨 아냐!!!!”


나이 서른에 무슨 아저씨 이야길 들어야 하는가! 라고 화를 내고 싶었지만 눈 앞에 둥그런 뿔테 안경을 쓴 12살 어린 아이 입장에서는 아저씨일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 것이 젊음인가 라고 딴죽을 걸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자신을 마구 아저씨라고 부르는 어린아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었다. 바로 한국형 유인 우주선의 설계 대부분을 맡았고, 지금 우주 정거장의 설계도 맡고 있는 가장 중요하신 분이 앞의 여자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어제 조립동에서 점검하려고 했는데 다른 분들이 다 10시 되니 자라고…”


며칠 동안의 로켓 조립 과정을 설계자로서 보고 싶은 현미경이었지만, 초등학교 6학년 나이의 아이를 밤새게 할 수도 없고 결국 강제로 자게 만들어서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로켓의 조립은 결국 섬세한 작업이고 그걸 재대로 검수하고 싶은 욕구는 엔지니어로서 당연한 감정이었다.


“무인 돌입 시험 걱정은 없는 거야?”

“제 우주선 설계는 완벽해요. 전 천재니까요.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로켓이지 제 우주선은 아니에요!”


박지우의 말에 안경희 박사는 어깨를 으슥으슥거렸다.

자부심이 가득해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오만하게 들릴 이야기였지만, 그걸 말하는 화자가 12살 조그만한 소녀여서야 오만하다기 보다는 귀여운 애완동물의 장난(?)처럼 보이는 것이 문제였지만..


“그런데 지우 아저씨”

“응?”

“아니 첫 로켓 만든 것을 다른 것도 아니고 바로 우주선 쏜다는 것 괜찮은 건가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냐. 그걸 알려면 저기  VIP 석에서 인사 열심히 하고 있는 강원장님에게 말해야지.”


로켓의 발사가 십여 시간 밖에 남지 않은 이때, 두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었지만.. 그랬다. 아무리 봐도 무리수가 가득한 계획을 나라가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국은 경제성은 엉망이라도 KSLV 나로 2호라는 괜찮은 발사체가 있었다. 75톤 엔진 4개를 달고 LEO에 2~3톤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상위성이나 과학 위성을 올리는데 무리가 없었고, 해외에 발주하는 것보다 비싸긴 해도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위성을 쏠 수 있어서 그럭저럭 잘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더 큰 로켓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었다.


물론 RnD가 놀고만 있을 수야 없으니 항우연이나 항공대 등의 국책 연구소와 대학 등에서 함께 170톤 엔진 개발이나 초대형 발사체 선행 연구 등은 하고 있었지만, 특별히 해내야 한다는 목표보다 아주 길게 보고 연구하는 개념 연구 수준이었는데..


갑자기 시대가 저궤도에 10톤 이상의  물체를 쏴야 하는 시대가 와버린 것이었다.


프로젝트 데드 라인이 몇 년 전에 만들어지고 엄청나게 예산도 들어오고, 각 기업들까지 들어와서는  짧은 시간 내에 15톤 정도를 우주 저궤도에 올릴 발사체를 만들어라는 어명이 청와대에서 나오는 시대가 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바로 170톤 엔진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을리가 없으니 한국형 발사체 개발 계획에 있던 페이퍼 플랜인 75톤 엔진을 9개 사용하는 대형 발사체를 만드는 것을 잡았던 것이었다.


75톤 엔진은 4개나 붙여서 나로 2호 로켓으로 만들어 잘 쏘고 있었으니 75톤 엔진 9개를 붙이고 길이도 늘리고 하면 빨리 로켓을 개발할 수 있다는 논리였고 빠르게 중형 로켓을 개발하려면 그 수 밖에 없기도 했다.


그래서 4년도 안 걸리고 번개 불에 콩 구워 먹듯 만드는데 성공했는데.. 이번 발사로 실제로 성공한 것인지 검증을 해 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 빨라!’

‘하지만 너무 빨라!’


안경희와 박지우 두 사람이 걱정하는 점은 너무 빠르다였다.


10톤이 넘는 물건을 한국이 올릴 이유가 없었기에 이런 로켓을 개발하지 않았고 이렇게 빠르게 개발하고 나서 역시 올릴 물건은 아주 비싼 유인 우주선 모듈 밖에 없는 것이었다. 원래라면 빈 로켓을 몇 번 쏴서 테스트를 해야 했지만 그런 로켓 검증 과정을 빼고 바로 우주선을 달고 로켓 검증과 유인 우주선 검증을 한다는 것이 미친 짓이었다.


물룐 요즘 같은 컴퓨터와 구조 공학이 발전한 시대에 과거처럼 빈 로켓을 먼저 쏴야 한다니 할 이유야 없다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스케쥴이 너무 빨랐다. 설계에서 생산 조립이 거의 프로젝트가 하나 끝나고 다음이 아니라 같이 돌아가는 꼴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걸 지적하기도 어려운 것이 그런 높으신 분들의 조급증 때문에 엄청난 예산이 들어왔고 지금 이렇게 발사를 할 수 있는 것이 다 그런 예산과 각종 특별법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로켓 발사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저 밖에서 이 관제 센터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무 총리님 오십니다.”


총이라면 VIP실에서 좀 보고 떠난다고 알고 있었기에 관제실의 사람들은 전부 혼비백산 우왕자왕 하고 있었다.


“그러니깐 반도체가 정사각 형태여야 하는데 중력에서는 그런 정밀한 구조물을 만들 수가 없는 거죠. 때문에 미국이 대형 우주 정거장을 올려서… 아아 총리님 저 쪽이 우리 우주선을 설계한 현미경 박사입니다!”


강이팔 원장이 열심히 총리에게 뭔가를 굽신 대며 설명하다가 현미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오지마!’


라고 미경은 머리 속으로 외쳤지만 - 그 와중에 옆에서 있던 박지우 주임은 도망갔다!- 강이팔 연구 원장과 무려 국무총리께서 오시는 것을 자신이 막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니깐 총리 ​이​름​이​.​.​이​름​이​.​.​’​


머리 속에서 CAD가 들어 있어서 컴퓨터가 없이도 구조가 보인다고 자부하는 현미경이었지만, 정작 눈 앞에 총리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자식에게 부동산 불법 증여 문제로 이런 저런 일이 있었다고 아는데… 생각만 날 뿐..


“박우정 총리님, 이 아이가.. 아니 현박사가 우리나라 유인 우주선을 설계를 했습니다.”


강이팔의 소개에 현미경은 총리의 이름을 안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인사를 했다.


“현미경이라고 합니다. 박우정 총리님 만나서 영광입니다.”

“허허, 내 손자보다 어린데 한 쪽은 MIT에서 박사를..”


​‘​칼​텍​(​C​a​l​t​e​c​h​)​이​거​든​!​ 메사추세츠가 아니가 ​캘​리​포​니​아​라​고​!​!​!​’​ 라고 고성 방가를 지르고 눈 앞의 총리에게 한 방 먹이고 싶었지만, 뒤에 많은 다른 연구원들과 강원장이 제발 화 터트리지 말라고 눈빛으로 애원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저희들 유인 우주선 제작부에 많은 지원을 해주셨는데요.”

“하하 국가 발전을 위해서 입니다. 많은 세금이 들어가는 문제이고 열심히 우주선 개발에 힘써주셔서 나라 발전에 이바지 해주세요. 하하”


현미경의 작은 손과 악수를 한 번 하고서는 총리는 급한지 또 다른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총리가 뒤 돌아서자 강 연구원장부터 관제실의 다른 연구원들과 총리를 따라다니는 수행 단원까지 모두들 그녀에게 잘 참았다! 그렇게 해라 잘했다는 신호를 눈으로 보내고 있었다.


“총리님 다음은 로켓 조립동으로 가시죠! 거기도 지금도 열심히 일하는 연구원들이 있습니다. 격려하셔야죠”


폭풍이 지나가자 어디서인지 숨어 있던 박지우 주임이 튀어나왔다.


“벌써 와서 격려 인사만 하는 것을 보니 로켓 발사는 안 보고 가려나 보네.”
“이럴 때 도망가다니 너무해요.”


총리 올 때 도망간 지우를 보고 불평을 했지만, 박지우 주임은 그 눈빛을 슬 피하고서는 원래 자신의 일인 관제 점검을 계속 했다.


2.

나로우주기지 조립동


“아아아 가는 구나…”


​한​국​우​주​항​공​산​업​(​K​S​I​)​ 방효린 로켓 조립 총책임은 조립동에서 조립이 끝난 로켓이 발사장으로 전용 트레일러에서 실려가서 설치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좀 허탈한 기분이었다. 나로 2호도 몇번이나 쏘면서 느꼈지만 이번은 더욱 각별했다.


“캬, 술 한잔 빨고 싶구만.”

“빨긴 뭘 빨아.. 이 친구야.”

“아이고 원장님.”


효린 책임은 감상을 잠시 집어치우고 거의 엎드리는 시늉을 했다. 최고 높으신 분이 앞에 있는 것이었다.


“어때, 잘 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럴리가요?”


본심이 튀어 나왔지만, 강이팔 원장도 말이 없었다. 아니 정말로 말이 없을 수 밖에 없는 것이, 5년도 안되는 기간 만에 로켓을 새로 설계하고 검증한 것도 있지만, 조립도 정말 야근과 야근으로 된 것이었다. 솔직히 부품 불량이 있을지 재대로 조립 될지-물론 스스로가 잘 조립했다는 자부심은 있지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아까 온 총리도 이거 좀 있다 발사 성공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껄?”

“정말 인가요?”

“첫 방에 성공 한다고 국민 누구도 생각 안 한다니깐. 우주병 걸린 대통령 빼고서 말이지.”


우주 정거장의 무중력 공간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물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세계 모두가 우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한국 역시 그 쪽에 편승한 것이었지만 지금 재임중인 백상우 대통령이 언론인 시절부터 국회의원을 거쳐 지금까지 우주병에 걸리지 않은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터진다(...)고 생각하고 그럼 재발사는 언제?”

“터지면 새 검증하고 재설계 이야기 나와야 하니깐 1년은 넘게 잡아야지. 아니면 지금 개발하는 170톤 엔진으로 예산 몰아 달라고 하고 말이지 솔직히 2개 프로젝트에다가  기한이 너무 짧았어.”


그랬다.

아무리 임시 형태라고 해도 결국 개발 해야 할 170~200톤 엔진과 초대형 발사체 개발에 올인 해야 할 때 우주선을 먼저 검증한다고-자력 우주인을 만든다고- 지금의 75톤 엔진을 9개 묶어서 클러스트링 로켓을 따로 만드는 것 자체가 낭비였다. 결국 우주병 걸린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동안에 자력으로 우주인 만드는 것을 하고 떠나겠다는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이거 터지고 나면 정신 좀 차리겠지. 총리에게도 은근히 그 이야기 했고..”

“그렇다고 면전에서 터져라 할 수는 없지만요.”

“그거야 그렇지 성공했으면 좋겠는데.. 성공 가능성이 안 보여..”


우주 비지니스를 한다면 어느 일정 이상의 실패는 모두 염두에 두어야 했고, 정말로 그 부분은 국민적인 공감대가 서 있었기에 문제가 없었다.-좀 더 뒤에 실제 사람이 죽는다면 모르겠지만- 어차피 한국이 무중력 공장을 세우지 않는다면 이등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 이번 정권이 끝나도 우주 사업은 계속 될 것인데 대통령이 자기 업적을 위해서 너무 서두르고 있었다.


‘뭐, 그래도 전전 대통령처럼 강바닥에 수십조 던진 것 보다야.’


전 정부들을 까면서 발사대 근방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거대한 로켓을 보고 두 사람은 다음을 준비했다.  로켓 발사대에 놔두고 다시 연료를 주입 준비를 하고 쏠 모든 일을 해야만 했다. 아직 일은 많이 남아 있었다.


3.

나로우주센터 발사대 근방


“절경이구만…”


북양금속(BK) 설계사인 김진석은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오늘 로켓 발사에서 회사가 남품한 액체 산소나 등유를 보관하는 대형 용기들과 펌프 장비들이 재대로 동작하는지 점검-이라고 적고 그냥 구경하기-하면 자신의 일은 끝이었다.


“넌, 구경와서 좋겠다.”

“낄낄, 그러길래 상무님에게 못한다고 잡아 떼시지,”


같이 온 로켓 내부 연료 용기를 만든 팀장인 조영림에 말에 진석은 놀리듯 말을 했다. 로켓 내부 연료통을 만든 팀들은  조립 과정까지 참여해서 잘 되고 있나 검수를 했고, 완전히 다 쓰러져서 우주 센터의 휴게실 한 쪽에서 거의 반시체가 되어 있었다.


“배째라고 했다가 그래서 배째면 니가 책임지냐?”

“남자 책임지는 취미 없습니다.”


두 사람은 자지러지게 웃었다.


멀리 발사대 쪽에 로켓이 고정이 끝났는지 장비들이 철수하고 있었다. 연료 주입을 시작하면 4~5시간 정도 걸릴 것이고 그들의 일은 그 때서야 되는 것이었다.


“헬기들 열심히 촬영하네.”

“비행 통제 아직은 안 하네요.”


아무래도 발사 전까지 멋진 로켓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 방송 헬기들은 어느 정도 날아서 보게 하는 듯 했다.



빨리 2장도 거의 다 적었습니다만, 빨리 빨리 다음 장 올려야 하는데.. 기대해 주세요.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