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 연료주입
20XX년
대구 공항 근방의 서라벌 고등학교
저녁 7시 50분은 원래라면 야간 자율 학습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강제 수업 시간이 한창이어야 하는데, 지금 다른 모습이 펼쳐 있었다. 모두들 교실 앞의 대형 TV를 보면서 잡담을 하거나 자거나 하는 중이었다.
“너희들 자라고, 쉬라고 하는 거 아니라 나라에서 우주선 올리는거 보라고 하는 공부거든 뒤에 감상문도 받을테니 잘 좀 봐라!”
아무리 고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라고 하지만 긴장감이 하나도 없는 모습에 곽봉용 선생은 가슴이 답답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상한 로켓 발사니 이런 거 보여주지 말고 애들 더 공부시켜 수능이나 대비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교뮥부에서 공문으로 학생들에게 나로 3호 발사를 꼭 시청하게 할 것 이라는 명령이 온 것이 문제였다. 물론 이걸 무시해버릴 수도 있지만 높으신 분들은 일선학교를 얼마든지 괴롭힐 수 있기 때문에 별일 아니면 따라 주는 것이 좋았다. 안 그래도 학생들도 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의 날씨에 공부할 분위기도 안 나는 문제도 있었고…
“하여간 모두 졸지 말고 TV나 잘 봐라 조용히 하고!”
이렇게 말하고 서라벌 고등학교 1학년 2반-홀수 반은 남자반, 짝수반은 여자반이다-에서 선생이 나가자 남은 것은 아포칼립스의 현장일 뿐이었다. 선생님 감시도 없이 앞에 TV는 켜 있는데 누가 멀쩡히 있겠냐 그냥 남하고 이야길 나누거나 만화책을 읽는다던가 앞에 TV는 신경 안 쓰고 놀 뿐이었다.
“다혜야 그때 로켓 이야기 한 거 다시 좀…”
“반장, 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감상문 쓰는 거? 빠르다.”
“이런 거 잘 적어 놔야 내신 대비되는 거지.”
“계집애, 잘난척 한다.”
“너도 사관학교가 목표면 인서울 등급이니 이런 감상문 잘 적어 놔야…”
1학년 2반의 뒷줄에서 박장인 백은숙과 부반장인 김다혜가 조잘 조잘 떠들고 있었다. 강제로 떠맡은 반장과 부반장이라 동변 상련인지 서로 잘 맞는 두 사람이기도 했다.
“로켓 같은 건 위키에 잘 나와 있어!”
다혜는 웃으면서 자신이 지론인 인터넷을 검색하면 뭐든 다 나옵니다..른 이야기 했지만 그게 통할리가 없었다. 보통의 여고생이 위성 발사체와 로켓에 대해서 정보를 가지고 있을리가 없고, 결국 인터넷의 많은 정보는 자신이 가진 특정한 키워드가 없는 이상 다른 정보를 얻어내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걸로 안 되니깐 그렇지!”
“한국형 발사체나 나로 3호로 검색하면 대략 재원하고 발사 이야기가 나온단 말이지.. 그걸 가지고 지금 보이는 뉴스랑 졸 조합해서 무중력 공장에서 생산물 어쩌구 하는 기사들 조합해서 글 하나 쓰면 뚝딱!”
다혜는 별 느낌 없이 이야기를 했지만, 해당 분야에 관심이 없는 은숙 입장에서는 정말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은 것이었다.
[특집 생방송 우주로 세계로 입니다. ]
두 사람이 잡담을 하는 사이에 앞의 대형 TV에서는 아나운서와 뭔가 나는 전문가요 라는 분위기가 한껏 나는 어르신이 나와서 방송이 시작이 되었다.
[로켓 발사가 30분 정도 남았는데요. 이 생방송에 기술 관련 해석을 해주실 장재윤 항공 우주 대학교 교수님이십니다.]
[안녕하십니까.]
백발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있는 그 어르신을 보자 다혜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아 할아버지 친구 분이다!”
“그래?”
“할아버지랑 맨날 술 마시는 친구 분 중에 한 분이야. 이야 티비에도 나오시네.”
은숙의 말에 다혜는 놀라서 말을 했다.
다혜 입장에서는 집에 놀러와서 이쁜 여자애가 수청(?)을 들라고 하는 영감탱이였지만, 사실 항공 우주 대학교에서 유도탄과 로켓 관련을 연구하는 한국에서 몇 안되는 권위자 중에 한 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영 방송에서 나와서 말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번 나로 3호 로켓 발사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아사운서의 말에 장재윤 교수는 헛기침을 좀 하고 말을 했다.
[솔직히 성공 실패를 50:50 으로 쳐도 높지 않나 생각합니다.]
[반이 높다고요?]
[반만 쳐도 성공률을 아주 높게 본거죠.]
아나운서의 놀란 말에 장재윤 박사는 단언을 했다.
[어째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건지 궁금한데 해설을 해 주실 수 있나요?]
[나로3호 그림이 있습니까?]
[아 네. 나로 3호 화면 띄어드리겠습니다.]
장재윤 박사의 말에 아나운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TV 화면이 스튜디오에서 나로 3호의 CG 영상으로 바뀌었다.
[10년을 운영한 나로 2호 발사체와 이번 나로 3호 발사체의 다른 점은.. 아래 부분의 엔진의 숫자 입니다.]
[이전 나로 2호는 4개였죠?]
아나운서의 말에 장박사는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 말을 이었다.
[4개에서 9개로 엔진 숫자가 늘었고 이걸 옥타웹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저렇게 가운데에 엔진 한 개가 있고 그걸 8개의 엔진이 둘러싼 구조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저렇게 해서 로켓의 힘을 쎄게 만든거죠. 엔진이 많을 수록 힘이 강해지니까요. 하지만 이게 문제가 있기도 합니다.]
장박사의 말을 듣던 아나운서는 약간 과장되게 어떤 문제이길래? 라는 식으로 동작을 하면서 물어보았다.
[어떤 문제가 있는 것입니까?]
[그건 구조가 복잡해지고, 복잡한 구조는 실패의 확률을 늘린단 말입니다. ]
[스페이스 X의 팰콘9호란 로켓도 같은 방식을 쓰는데, 그 쪽은 잘 성공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나운서의 질문에 장박사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일단 미국하곤 우주 개발 역사가 다르고… 이렇게 구조적으로 복잡해지는 방식을 만들었는데, 개발 기한이 짧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니깐..]
장 박사는 목이 마른지 앞의 물을 마시고서는 말을 계속 이었다.
[그러니깐.. 일단 75톤 로켓 엔진도 연료 주입 부분을 이전 나로 2호 때와 다르게 설계 했고, 아 나로 2호 그림 좀..]
[아.. 네..]
나로 3호옆에 나로 2호의 CG가 비교로 나오자 나로 2호 로켓 주변에동체 부분에 있는 연료 파이프를 보고 말했다.
[원래 나로 2호는 러시아 로켓식으로 연료 공급 펌프가 외부로 있는 형태입니다. 이걸 나로 3호 들어가서 넣고 단열처리를 하고.. 좀더 경량화를 하고.. 여러 개량을 했는데, 이런 개량에만 시간이 길게 걸리는데, 로켓 엔진 다 개량하고 검증하고 그 다음에 로켓을 만드는게 아니라 같이 로켓을 만들었다 이거에요. 아니 엔진 개량만 4년을 해서 검증해야 하는데, 도대체 로켓 개발까지 같이 하는 게 뭔가요? 이게 재대로 동작할 것 같습니까?]
방송에서 얼굴이 벌겋게 되가면서 열변을 토하는 장재윤박사의 모습을 다혜는 한숨을 쉬며 보고 있었다.
“할아버지 무섭네…”
“그러네..”
다혜와 은순이야 방송에서 흥분한 장박사를 보면서 꼴사나와 보인다며 정도의 감정 밖에 못 느끼고 있지만, 사실 개발 기한이 짧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일이었다. 나로 3는 9개의 엔진을 묶어서 출력을 내는 방식으로 100번 쏴서 95번 성공하는 엔진이라도 9개를 묶으면 95%^9=63% 로 확률이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기존 4개의 엔진보다 형상이 복잡해 지면서 결국 엔진도 구조가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9개 엔진을 옥타 웹 구조로 배치를 하려면 로켓용 등유 연료 파이프 기존처럼 로켓 외각이 아닌 바로 로켓 내부에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로켓 엔진의 열이 해당 펌프를 가열하면 안되기 때문에 단열처리를 하는 것이 필요했다.-이 때문에 러시아 엔진들은 펌프를 돌려서 로켓 외벽에 설치한다-
이걸 넉넉하게 시간을 들여서 만든다면 별 문제는 없었다. 이미 75톤 엔진을 독자 개발한 한국이 기본 엔진의 구조 형상을 바꾸고 테스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한국의 공업 생산력이 대형 로켓을 못 개발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이번 정권이 끝나기 전에 실적을 세우기 위해 예산을 많이 몰아줬다고 하지만…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예산과 시간 양쪽이 있어야 가능한 일을 하나만 줘서는 될리가 없는 일이었고, 장재윤 박사는 그 점을 전문가로 나와서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렇게 정권 문제라고 말해도 되는걸까?”
흔히 인터넷 속어로 말하는 코렁탕(...)이 장교수에게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다혜였지만, 사실 한국 유도탄 분야의 권위자이기도 하고 현 대통령은 그런 부분에서 권위적 지도자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기우였다.
장교수의 제발 좀 일정을 빠듯하게 하지 말고 장기 계획을 하고… 나로 4호로 예정된 대형 발사체와 170톤 이상의 엔진은 느긋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이야기들이 끝날 쯤에 아나운서가 말을 이었다.
[네, 나로 3호가 우주로 날아갈 때가 왔습니다. 현장의 화면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왠지 교수의 그러니깐 시간과 예산을 조금 더… 라는 이야기를 막은 것처럼 보였지만, 로켓 발사가 더 중요하니…
어두운 밤에 로켓 발사대 앞에는 수 많는 대형 조명들이 로켓과 발사대를 비추고 있었다. 70m의 긴 로켓의 위에는 페어링 로켓이 부풀어 있는 형태였는데 내부에 우주선이 들어 있었다. UHD로 망원 카메라들이 로켓을 비춰주고 있는데 야간의 그 모습은 다혜가 보기에도 상당히 멋져 보였다. 예전에 본 NASA나 로스 코스모스의 로켓 발사 사진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거기 있었다.
“다혜야 그런데 저거 잘 날아갈꺼 같아?”
“안될꺼야 안 될꺼야.”
액체 산소로 인해서 표면이 살짝 얼어있는 로켓의 모습에 아 이뻐라.. 라고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 은숙의 말에 다혜가 대답했다.
“부정형 표현을 하는데 얼굴은 왜 그리 긍정형이냐?”
“저 로켓 표면에 살얼음이야 말로 내 심장을 자극해서 부정맥을 일으키거든.”
“가슴 문제 있으면 병원 가라..그런데 안 된다고?”
다혜의 문학적 표현(?)에 은숙은 기가차서 말을 했다.
“저기 저 TV에 나온 할아버지 친구분 말대로야. 거기다가 한국이 로켓 쐈을 때 처음에 성공한 적이 없어.”
다혜의 대답에 은숙은 세금이 터지는 불꽃 놀이구나 생각을 하며 TV를 바라봤다. TV화면 아래 편의 카운트다운이 10을 향하자, 떠들썩하던 교실도 왠지 조용해졌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극적 긴장감이란 것을 방송에서 보여주면 금방 영향을 받는 것도 학생들이었다.
“10!!”
“9!!!”
“8!!!”
“7!!!!”
“6!!!!”
6이 되자 로켓 엔진 아래에서 살짝 불꽃이 피어올랐다 사라졌다. 전체 로켓 작동을 위해서 점화기에 있던 고체 연료가 연소하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5”
5가 되자 해당 연소기 때문인지 전체적인 큰 불꽃이 로켓 아랫 부분에 피어오르고 엄청난 연소 연기가 발사대 반대편으로 피어올랐다.
“4”
로켓을 고정하는 발사대의 안전 장치들이 풀리고 있었다.
“3”
“2”
“1”
발사대의 최종 결합부가 풀리고 뒤로 물러나면서 천천히 로켓이 붉은 불꽃을 내뿜으면서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표면에 생긴 살 얼음들이 떨어지면서 로켓을 비추는 조명들과 난반사되어 빛나는 불빛들이 어지러웠고, 어두운 밤 하늘에 긴 불꽃이 올라가는 장면 자체가 장관이었다.
[날아갑니다. 우리의 나로 3호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염원을 품고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방송의 아나운서도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않았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심드렁해 보이는 표정으로 떠들던 아이들도 우주선이 올라가자 모두 와!!!!! 하면서 탄성을 지르고 있었고, 옆의 남자 반들도 만세 삼창을 한다던가 하고 있었다.
[로켓이 잘 올라가고 있는데.. 언제 쯤 성공을 알 수가 있는지요?]
[정말 잘 올라가고 있군요.아.. 일단 10분 정도면 정상 궤도 진입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교수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거의 100% 실패할 줄 알았던 로켓이 너무도 잘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로 우주센터에서 1단을 분리했다는 연락이 나왔습니다. 지금 2단 로켓으로 궤도에 들어가고 있다고 하는 군요,]
“분위기가 성공할 것 같은데?”
“정말..”
다혜도 은숙도 그렇고 대부분 TV를 보는 사람들이 로켓 발사가 성공적이라 놀라고 있었다. 모두들 화려한 불꽃놀이로 이번 정권의 삽질로 끝날꺼 라고 믿고 있었다보니 이상하게 잘 날아가는 로켓을 보면서 위화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방송도 처음에는 망원 카메라로 잡다가.. 나로 우주센터에 전송되는 텔레메트리 CG화면으로 전환 되어 우주에 날아가는 로켓 CG를 보여주고 있었다.
[덮개가 이제 분리되네요.]
[저 덮개를 페어링이라고 합니다.. 안에 우주선을 보호하고 있지요.]
장교수의 해설을 듣고 아나운서가 물어보았다.
[이제 다음은 어떻게 되는 것 인가요?]
[페어링 분리를 하면 목표한 위성 궤도에 안착을 했는지 좀 있으면 결판이 날 것입니다. 그리고 우주선의 마지막 3단 엔진부가 분리가 되고 기계선과 함께 극궤도를 수번 돌고 남중국해 인근으로 착수하면 모든 미션이 마무리 됩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큰 문제가 없다면 3시간 내지 4시간이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방송 아래의 자막으로 [속보 유인 우주선 정상 궤도 진입] 이라는 문자가 떴다.
[아, 방금 제주 남부의 위성 감시센터에서 우주선이 궤도에 무사히 안착했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빨리 다른 소식이 들어오는데로…]
“성공이네..”
“다혜, 네가 실패할꺼라며?”
“그렇게 예상 했을 뿐이지..”
로켓 성공에 교실이 웅성 웅성 떠들고 있자 각 교실들 들러서 “야자 아직 안 끝났다 조용히 해라!!!” 라는 선생님들의 목소리들이 교실을 타고 흘러 들어왔고 다혜의 반도 곧 조용해 지기 시작했다.
“로켓 본다고 정신이 없었어.. 그러니깐 말야 왜 우주개발을 하는거야?”
“너 우등생인데 그것부터 설명을 해야 하냐.. 위키 찾아보라니깐.”
다혜는 은숙의 말에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도 로켓을 발사한 감상문을 적을 준비를 했다. 이런 감상문 제출은 확실히 내신에 도움이 되는데다가, 다혜 스스로가 좋아하는 항공우주 분야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