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1 - 카운트다운
20XX년
대구공항 인근의 김다혜의 집
십수년 전에 우리는 우주에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이명선 박사가 마지막에 우리 인류에게 선물한 우주 산업 기초와 염감은 선진국들이 받아들여서 우주 산업에 대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우리나라 같은 작은 나라는 그런 나라들과 경쟁 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들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작지 않습니다. 우리는 세계 9위의 경제 대국이며,6000만명의 인구가 있는 큰 나라 입니다. 이 우주 산업의 기초를 세운 이명선 박사 역시 한국인의 피를 이었으며, 지금도 세계 각지의 수많은 우리 나라의 사람들이 세계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꼭 우주 산업이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고 새로운 신 성장 동력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나라 우리 민족의 틀을 이 지구에 한반도 안에서만 두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더 큰 미래 우주라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인류 전체의 생활 공간을 넓힐 필요가 있으며, 여기에 우리 나라 우리 민족 그리고 우리 국민이 한 축을 당당히 담당할 수 있는 미래를 건설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이건 매우 어렵고, 희생이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그 무엇도 얻을 수 없는 일 입니다. 그러니깐 당당히 말하겠습니다. 앞으로 1년 정도 안에 우리 국민을 우리의 우주선과 로켓으로 우주로 보낼 것입니다.
이 것은…
[오늘 사천에 방문한 대통령은 어제의 유인 우주선 시험의 성공을 발표하면서 한국 우주 비행사를 1년 안에 만들겠다고 발표했으며… 여기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배고프다. “
토요일 아침 다혜가 일어나서 본 것은 아침 뉴스의 대통령 담화문과 그에 대한 전문가가 정치인들의 갑론을박이었다. 토요일을 쉬는 승리의 고등학교 1학년생-안타깝게도 2학년부터는 토요일도 자율 학습에 나가야 하고 3학년은 수능 대비란 명목으로 일요일도 가야 하지만- 인 다혜 입장에서는 쉬는 날이라 아무런 멍하니 티비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있었다.
“나 부터 배고프다!”
“으익, 아빠.. 계셨어요?”
“나는 존재한다 그러니깐 배고프다!”
거실의 소파에 꼴 사납게 누워있는 그녀의 아버지 김우영은 40대의 다큰 어른이 불쌍한 눈으로 다혜를 쳐다보면 배가 고프다는 어필을 하고 있었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공군 중령이라는 분이 밥하나 못 챙겨 먹어요?”
“아빠가 열심히 일하다 보면 밥 좀 못할 수 있지, 그런 말투, 그런 눈동자 너무해!”
다혜의 차가운 눈빛과 말투에 진심으로 상처입은 듯한 간들어지는 말을 하는 아버지였다. 저 인간이… 정년 내 애비란 말인가!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저 게을러 보이고 능력 없어 보이는 놈팽이가 바로 우리 집의 물주인 것이다.
“한식, 양식 뭘로?”
“양식!”
어린애처럼 손을 들고 외치는 아버지의 모양에 다혜는 머리를 집고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간호 장교 출신으로 지금은 대형 병원의 간호 부장이신 어머니는 집을 자주 비웠고, 아버지는 또 군인으로 자주 나가다 보니 식사 준비는 오빠들과 다혜의 몫 이었고, 보수적인 대구의 가정이자 막내이기 때문에 권력 관계에서 밀린 다혜가 자주 식사 당번이 되곤 했다.
물론 요리 자체가 취미가 되었다 보니 분명히 재미있어 하고 좋아하지만 귀찮고 힘들고 남들이 인정 안 해주는 일이 또 식사 준비와 설겆이라는 집안 일이니깐 좋아한다고 그걸 마냥 좋게 느끼긴 어려웠다.
“뭐 간단하게 달걀 프라이하고 햄 굽고, 베이컨 꺼내고…”
양식을 아버지가 외쳤지만, 사실 아침 식사에서 엄청난 일을 할 것은 없었다. 식빵을 굽고, 계란을 써니 사이드 업으로 굽고, 냉장고에 있는 수제 햄 두어개와 베이컨 조각들을 구우면 끝인 것이었다.
“아.. 향기로운 냄세. 네 엄마는 이 단순한 것도 못해서..”
‘아빠나 요리 하시죠?’
어머니의 요리 실력 이야기를 하는 아버지의 말에 다혜는 딴지를 걸고 싶었지만, 이 것이 대구의 남자 퀄리티(?)인가 하고 속으로 삭히는 수 밖에 없었다.
“모처럼의 휴일인데 오빠들은 안 오려나?”
할아버지 아버지를 따라 장교나 사관학교에 들어간 된 세 오빠들을 생각하면서 말했다. 사실 그렇게 오빠들이 나가주면서 보인이 집안 일 하는 것도 줄었고,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공부 문제로 잘 시키지 않는 것도 편해진 것도 있었다.
“고추 새끼들 필요 없어! 너만 있으면 되!!”
비행 특기를 선택하지 않은 오빠나 육사로 가버린 오빠들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나 아버지의 반응은 저랬기 때문에 다혜는 “어른들이란” 하면서 쯔쯧 하는 식으로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이야기들 나와봤자 또 아버지 화내는 모양만 보게 되니 다혜는 말을 돌렸다.
“아빠, 그러고 보니 저기 우주 비행사는 공군에서 뽑는 거야?”
“벌써 비행 쪽에서 실력 있는 녀석들 네다섯명 뽑아서 미국하고 러시아에 뺑뺑이 잘 돌리고 있어.”
“벌써요?”
“벌써는 무슨… 우주 관련 교육을 해야지 다음에 우주선 교육 해야지 기종 전환 훈련도 걸리는 시간 생각하면 엄청난데 말이지.”
아버지가 빵을 씹으면서 말하자 다혜는 손까락으로 음식 조각 떨어진다고 거길 가리키자, 뭘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김우영은 눈을 찡그렸다.
“그럴 떠나 그놈들 진급이 끝이야.”
“?”
아버지 김우영의 말에 다혜의 머리 위에 정말로 느낌표 문장이 나오는 듯 했다. 다혜의 생각이라면 당연히 비행 특기의 엘리트 중에서 엘리트를 뽑고 영광의 우주 비행사가 되면 더 진급이 빠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의 말 자체가 의외였기 때문이었다.
“비행 특기라고 해도 우주 비행사 되면 거기 일 바쁠꺼 아냐 진급 시험이나 여러 부분에서 밀리는게 당연하지. 더군다나 우주선 타는건 민항이건 군용이건 뭐 맞는게 있나 비행기도 못타니 결국 조종 감각도 둔해지지..”
‘그런 아빠는 비행 특기도 아니지 않습니까 군수 지원 장교님’ 이라 쏘아주고 싶었지만, 다혜는 아버지의 심성에 깊은 상처를 내는 불효녀가 아니었기에 속으로만 생각을 했다. 김우영 중령의 말처럼 사실 우주 비행사는 그리 진급에서 밝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폼나는 직업에서는 세계 제일의 직업이었지만 말이다. 다만 김우영 중령의 말과 달리 한국은 아직 실제 우주 비행사를 만들지 못하고 있으니 1호 우주 비행사가 국가적인 영웅으로 지명 받을 것이니 그런 진급 누락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지만 말이다.
“우주 비행사라..”
텔레비젼의 뉴스에서 나오는 우주 관련 방송들을 보면서 다혜가 중얼 거렸다. 아버지나 오빠들이 전부 사관 학교를 나온 덕에 다혜 역시나 임관 지망하고 있고, 나름 성적도 자신이 있다고 하지만 우주 비행사라는 것은 왠지 먼 이야기 같았다.
“나, 공군 사관학교 들어가서 우주 비행사 된다고 하면 지원해 줄꺼야?”
귀엽게 눈 웃음을 치니 바로 김우영 중령은 반응을 했다.
“비행 특기만 받아와라 내가 국방부 장관에게 로비를 해서 라도 만들어주마!”
‘저렇게 말하니 정말로 진급 로비 하다가 아빠 뉴스에 나올 것 같네.’
아버지가 저렇게 말하는 것도 당장 아버지 부터 공군 사관학교 수석 졸업의 영광을 지닌 비행 특기 였지만, 높으신 분이 성적 우수자라는 이유로 같이 테니스 치다가 공에 맞아 각막 손상으로 비행 특기 포기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도 군수 지원으로 유능한 중령님 이지만 아버지에게는 그것이 깊은 컴프렉스인 것이었다. -물론 별 다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아빠 그런데 실패할 줄 알았는데 성공해서 놀랐어.”
“정말로 나도 로켓 발사 실패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막 지금, 실패한 것 생각했었는데 성공해서 만든 기술자들 막 당황 하는거 아닐까?”
“그럴껄, 성공했다 보니 위에서 이제 사람 올려라 할꺼고 말이지.”
부녀는 높으신 분 때문에 고생하는 기술자들을 생각하다가 그 얼굴들이 떠올라서 서로 웃었다.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