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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SS The blank of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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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무언가 그리운 꿈을 꾼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기억을 떠올려 보려고 해도, 떠오르는 것은 없다.
마치, 무언가 장막이 쳐진 것처럼 기억하려고 하면 할수록 기억은 점차 멀어지고 현실의 감각이 찾아온다.
무언가, 잊고 싶지 않았던 것에 대한 꿈을 꾸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란 생각으로 떠올려 보려고 머리를 파묻고 있자니.

“타키. 너 언제까지 자고 있을 거야? 다른 애들 다 돌아갔다고?”

머리 위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타카기 신타, 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 친구 녀석이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버려 둬. 요새 많이 피곤한 모양인데.”

다른 방향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반응해 시선을 옮기니, 앞자리의 주인이 바뀌어있다.
또 다른 친구 후지이 츠카사가 한손에 문고본을 들고 그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반대로 시선을 돌려보니 바깥의 운동장에서 운동부의 기합소리가 들려온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나는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
종례는 이미 끝난 모양이다. 언제부터 잤더라?

“다나카 선생님도 네 녀석의 모습에는 두 손 두 발 다 든 모양이더라. 그냥 아예 네 자리 쪽으로 눈길 한 번 안주시던데?”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으신 거겠지. 선생님도 바보가 아니시니까.”

둘이 떠들고 있는 것을 심드렁하게 들으며 나는 가방을 챙겼다.
농구부에서 은퇴하고 이제 귀가부에 속한 내 입장에서 방과 후 학교에 남아있을 필요는 없다. 다른 애들은 간간이 바쁘지 않을 때마다 부에 들러 후배들을 가르쳐주니 뭐니 하는 것 같지만.

“타키, 이대로 집으로 갈 거냐?”
“왜, 뭐 일정이라도 있어?”

물어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친한 친구들이라곤 하지만 그들이 굳이 방과 후까지 날 기다려줄 이유라면 몇 가지 없다. 그에 대한 반증으로 말은 신타가 꺼냈지만, 홍보 전단을 꺼내 보여주는 것은 츠카사였다. 이미 둘은 모의를 한 모양이다.

“흠.”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레스토랑이 리모델링 재개장을 한 다는 전단지다.
특히 리모델링에 유명한 인테리어 전문가가 관여했다는 홍보문구. 마침 저녁을 먹어야겠단 생각도 들었지만, 아버지가 기다리시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슬쩍 폰을 열어 보니,

“으엑.”

무수히 많은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뭐야, 뭐냐고.
대충 살펴보니 죄다 아빠가 보낸 것이다.
슬쩍 보니 메시지도 와있었다.
그 내용을 확인한 나는 잠시 이맛살을 찌푸렸다가,

“뭐, 한가할 거 같네.”

굳이 집에 빨리 돌아갈 이유가 없어져버렸기 때문에 녀석들과 어울려주기로 했다. 
녀석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모습으로 기뻐하는 기색도 없이 당연하다는 투로 앞장서서 걸어간다. 왠지 익숙한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어버리고는 그들의 뒤를 따랐다.
어느새 떠올리고 싶었던 꿈에 대한 기억은 완전히 희미해져있었다.
그것을 왜 떠올리고 싶어 했는지에 대한 이유도 기억나지 않는다.


#


“음…….”

결국 하굣길에 잠시 타치바나 아저씨 집에 들르기로 한 나는 공무원 맨션, 608호의 문 앞에 서 있었다. 슬쩍 옆의 창문을 보아하니 아직 타치바나 아저씨의 아들은 집에 오지 않은 듯 했다. 중학생 녀석이 어딜 그렇게 쏘다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그것을 입 밖으로 내놓지는 않았다.
자신의 중학생 시절은 여러 일들이 있었던 데다가 막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미야미즈 신사의 제사를 이어받았기 때문에 하교를 하면 항상 곧장 집으로 돌아와 집안일을 했었다. 그런 삶을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고 남의 삶을 비난해선 안 되겠지.
슬쩍 쓸쓸하단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도 내 삶이다.
그런 것 하나하나를 부정하기 시작한다면 삶의 모든 것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
옛날에는 마냥 이토모리에서의 생활이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없어지면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그러고 보니 언젠가 사야찡이 그런 말을 했었지.
좋아 해의 「그 사람」은 이토모리의 풍경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던 모양이다.
미술시간에 인물화를 그리는 시간에도 줄곧 이토모리의 풍경을 그리고 앉아있을 정도였다니.
그러고 보니 짐을 정리하던 와중 학교의 미술실에서 「그 사람」이 그렸다는, 물론 라벨에는 미야미즈 미츠하라는 내 이름이 붙어있었지만, 이토모리 호수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아, 이 마을을 이런 느낌으로도 볼 수 있구나.
언제나 보는 마을이지만, 어딘가 다른 마을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텟시와는 지금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데 그는 곧 도쿄로 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주말에는 착실히 가업을 돕고 있다고 하며 바뀌고 있는 이토모리의 사진들을 보내주고 있었다.
새로이 들어선 기념관.
새로운 도로.
혜성의 파편이 떨어진 곳을 어느 정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그곳에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내는 것.
텟시는 언젠가 모두가 돌아올 마을을 만드는 일이 굉장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언젠가 돌아갈.
미야미즈의 뒤를 이을 일은 더 이상 없어졌기 때문에 내가 그곳에 다시 돌아갈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나는 때가 된다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지 라는 생각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아름답다고 말했던,
「그 사람」이 구한 이토모리로,

하지만,
이름도 모르는 그 사람을 찾아 1년이나 도쿄를 뒤지고 다녔지만 여전히 성과는 없다.
하아.
거기에서 나는 현실로 다시 돌아왔다.
눈앞에 있는 것은 608이라는 호실 번호와 함께, 그 옆에 나무로 달려있는 타치바나라는 명패.
그렇지, 나 타치바나 아저씨의 집에 쪽지를 전하러 왔었지.
어쩌면 아저씨는 뒤늦게 아들과 연락이 닿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이 바빴던 모양인지라 추가적인 답신은 없었다.
그렇다면 어차피 힘든 일도 아니고 내가 아저씨의 부탁을 도와주지 못할 이유는 없다.
거기다가,

“왠지 이 집 처음 오는 것이 아닌 것 같단 기분이 든단 말이지.”

물론 지금은 확실히 처음 오는 것이 아니었지만,
처음 타치바나 아저씨의 초대를 받았을 때에도 나는 별 생각 없이 걷다보니 이 집 문 앞에 서 있었다. 마치, 자연스럽게. 이곳에 살았던 것처럼.
기시감.
처음에는 도쿄 생활에 너무 들뜬 나머지 모든 것이 다 그립다는 느낌이 든 게 아닌가 했었지만.
이 집은 특히 특별한 느낌이 든다.
조금씩 다른 느낌은 있지만, 무언가 아주 강렬한 기시감이 이 집에 올 때마다 내 뇌리를 뒤흔들었다.
나는 조금 심호흡을 하고, 우편함을 뒤져 열쇠를 꺼낸 후 문고리를 잡았다.
차가운 문고리. 하지만 왠지 익숙한 문고리.
문이 열리고, 마치 오랜만에 그리운 집에 온 듯한 기분이 나를 휘감는다.

“실례 하겠습니다.”

아무도 없음을 잘 알고 있지만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다음 나는 구두를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좁은 복도를 따라 조금 걸어가자 작은 거실이 보인다. 식탁이 있고 그 주변으로 여러 가지 책이며 전자기기며 이것저것들이 굴러다닌다.
남자 둘이서 사는 집이란 이런 거지. 처음에는 다소 식겁한 기분도 들었지만, 왠지 이것조차 익숙하단 느낌이 들었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어질러져있던 세탁물을 바구니에 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런 걸 해주려고 온 게 아니다.
이래서야 미키에게 또 다시 놀림거리가 될 뿐이야.
굴러다니는 만화잡지를 책장에 꽂아놓으며 나는 익숙하게 거실의 TV위에서 메모지를 찾아 가방에서 펜을 꺼내 간단히 메모를 했다. 어차피 아저씨의 소식을 아들에게 전해주기만 하면 된다. 오늘의 목적은 그것뿐이다.
그러고 보니 타치바나 아저씨의 아들, 아직 이름도 모르는 그 녀석은 나를 만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모양이었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낯선 사람을 싫어한다,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의도적으로 피한다? 처음 몇 번은 그냥 시간이 안 맞았을 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언젠가 아저씨가 눈물을 죽죽 흘리면서 아들 녀석이 요즘 사춘기를 맞은 것 같다며 한탄을 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녀석이 나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괘씸한 꼬맹이 같으니라고.
얼굴도 모르는 녀석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대접을 받고 있자니 악감정이 피어오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슬쩍 시선의 건너편으로 녀석의 방이 보였다.
평소에 내가 방문할 때마다 꼭꼭 문을 걸어잠그고 다니던 녀석의 방.
사실 남의 집에 가서, 특히 남자아이의 방에 들어가 볼 일은 전혀 없었지만 나는 어째선지 나도 모르게 아저씨의 집에 올 때마다 습관적으로 녀석의 방 문고리를 잡곤 했다.
물론 열리지 않았기에 들어가 볼 순 없었지만.
그런 녀석의 방문이,
오늘은 왠지 조금 열려있었다.
…설마 집에 있는 건 아니겠지?
녀석은 내가 이 집에 온다는 것을 모른다. 지금의 느낌으로 볼 땐 아마도 집에 없지 싶지만, 평소와 달리 어쩌다가 마주쳐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얼굴도 모르는 녀석이지만, 어쩌면.
나는 숨소리도 죽이고 조심조심 녀석의 방문 앞까지 걸어갔다.
어차피 메모를 남길 것이라면 식탁 위에 올려놓는 것보다 방 책상 위에 올려두는 편이 더 눈에 뛸지도 모르고. 그런 생각으로 내 불법침입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성립하고 나는 살짝 열려진 방문 틈으로 안을 확인해보았다.
불이 꺼진 방안.
인기척은 없다.
그것을 확인한 순간,


#


“타키. 그러고 보니 너 평소에 차고 다니던 끈 매듭은 어쨌냐?”

한창 고기를 썰고 있자니, 갑자기 츠카사가 그런 말을 꺼냈다.
유리잔에 든 탄산음료를 마치 와인을 마시듯 음미하던 녀석의 시선은 내 오른손목으로 향해있었다. 그 옆에서 멈추지 않고 열심히 음식을 흡입하던 신타도 그제야 그러네? 하면서 이쪽으로 관심을 준다.
그리고 그제야 나도 내가 평소와 달리 끈 매듭을 하고 오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1년 전에 누군가에게 받고, 거의 반사적으로 부적처럼 차고 다니던 끈 매듭은 웬일인지 내 손목에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차고 다니고 있었고, 이젠 없으면 이상하단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집인가?”

어딘가에서 푼 기억은 없다.
학교에서 차고 있었다는 기억도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집 뿐.
아마도 집의 책상 위, 거기에 있겠지.
어째서 나는 끈 매듭을 놓고 온 것인가?
고민을 해보았지만 마땅한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내가 그 끈 매듭을 항상 하고 다니는 이유도 모르니까.

“그 아가씨한테 반했기 때문에 그런 거 아냐?”

그에 대해서 신타는 그런 해답을 내놓았다.
녀석은 연애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연애박사를 자처하며 거기에 덧붙여,

“모르는 여자아이가 자기 이름을 부르며 자길 모르냐고 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로맨틱한 일이지. 너도 사실 그에 대해서 아쉽다고 생각한 거 아냐?”

글쎄, 그랬을까?
그때의 일은 이젠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있었다.
다만 단편적인 것들만이 조금씩 남아있고, 신타와 츠카사의 입을 통해 다시 들을 때만 조금씩 기억이 나는 편이다.
신타의 평에 대해 츠카사는 관심 없다는 듯 탄산 와인 잔을 홀짝이다가도,

“이름은 물어봤었다며?”

확실히 귀담아 듣고 있듯이 정확한 질문을 던져온다.
그랬지, 나는 그때 왠지 모르는 기분에 휩싸여 그 여자애에게 이름을 물었었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이 금붕어 녀석은 그 중요한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데.”
“…….”

신타 녀석이 혀를 차며 하는 소리를 나는 그저 부들부들 떨며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사실이었으므로 부정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들은 이름은, 아무리 전차 소리에 섞여있었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들었을 그 이름은.
내 기억 속에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어렴풋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그리고 어렴풋이 생각나는 교복을 가지고 이 주변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이 주변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아니라는 결론에 당도했지.”
“…타키는 전학 오기 전에도 유명했었으니까 교토나 혹은 인터미들에서 타키를 본 애가 아니었을까?”

츠카사의 말이 아마도 가장 일리가 있어 보였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딱히 여자애들과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었던 난 친하게 지낸 여자애라곤 고작해야 농구부의 매니저 일을 맡아준 애들뿐이다. 걔들이 아니라면 내 이름을 알고 내게 아는 척을 할 여자애라곤 고작해야 농구팬정도겠지.
하지만,

“왠지 아주 옛날에, 언젠가 그 얼굴을 본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그보다 좀 전에, 언젠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옛날에 어디선가 보지 않았을까?

“츠카사도 아니고 말이야. 뭐, 전생의 연인이 널 찾아오기라도 한 거야? 그런 건 라이트노벨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신타 녀석이 지극히 합당한 비판을 이쪽에게 던진다.
츠카사는 슬쩍 ‘내가 읽는 건 평범한 연애소설일 뿐이야.’하고 태클을 걸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컬트를 믿지 않는 내 입장에서도 신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낯이 익단 기분만은 남아있단 말이지.”

정작 중요한 그 얼굴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문제는 제쳐놓고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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