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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SS The blank of 3 years


원작 |

(13)


「미츠하.」
「너랑 만나러 왔어. 엄청 어려웠어. 너 정말 멀리 있었으니까.」
「너 말이야. 서로 알기 전에 만나러 오지 말라고. 알 리가 없잖아?」
「3년 내가 가지고 있었어, 이번엔 미츠하가 가지고 있어줘.」
「이 끈이 있는 한, 우린… 틀림없이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미츠하, 만약 눈을 뜨더라도 잊지 않도록 말이야. 이름 써두자.」
「널 좋아해.」
「네가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나는 기필코 너를 만나러 갈 거야.」

“타키…군!”

그리운 사람의 이름을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을 때,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낯선, 그러나 어쩐지 낯익은 풍경이었다.
…여긴?
어디야? 라는 물음까지는 가지 않는다.
금방 이곳이 어디인지는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나,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야?
그것도 어째서 여기서 자고 있었지?
창밖으로 아침을 알리는 빛이 비쳐 들어온다.
시선을 내려 보니 나는 교복을 입은 체 타키군의 침대 위에서 자고 있었다. 이불도 덮여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제 이 방에 몰래 들어온 것까지는 분명히 기억이 나는데.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방을 둘러보았을 때,
어제의 풍경과는 다른 것을 하나 발견했다.
방 한편의 책상 위로 누군가 엎드린 체 자고 있다.
파란색 줄무늬 체육복을 입은 더벅머리의 남자아이.
누군지는 굳이 알아보려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 생각이 든 순간 나는 다급히, 그러나 최대한 남자아이가 눈치 못 채도록 살금살금 침대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이 방의 주인인 그는 이쪽의 움직임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 침대시트며 이불을 개어두고.
슬쩍 시선을 돌려 엎드린 체 자고 있는 타키군을 보았다.
…그리운 얼굴.
그것을 본 순간 무언가가 내 속으로 밀려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기억났다.
나는 조금 시선을 옮겨 타키군이 엎드리고 있는 옆으로 드러난 타키군의 책상 위로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 놓여있는 것은 두 어장의 스케치와 붉은 매듭 끈이다.
스케치에는 각기 연필로 그린 듯 한 두 장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하나는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혜성의 모습.
또 하나는,
호숫가를 가진 아름다운 마을의 스케치.
어째서 지금의 타키군이 이토모리의 풍경을 그렸어?
물어 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단념하기로 했다.
타키군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너 말이야. 서로 알기 전에 만나러 오지 말라고. 알 리가 없잖아?」
…아직 타키군은 나에 대해서 모르고 있어.
그 한 달간 그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은 내게 있어서의 추억일 뿐이다.
지금의 그에게 있어서 나는 모르는 사람일 뿐이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타키군의 얼굴을 만지려다가
나는 흠칫하고 손을 거두었다.
정신 차리자. 지금은 안 된다.
마음을 다잡은 후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조심스럽게 방에서 빠져나갔다. 조금 열려진 문을 닫기 직전 여전히 책상 위에 엎드린 체 자고 있는 타키군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그 옆에 놓인 매듭 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잘 가지고 있어주었네. 아직 1년… 더 잘 가지고 있어줘. 타키군.”


#


진정하자. 이건 분명히 화를 낼 타이밍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방문 앞까지 걸어갔다.
남의 집에 들어온 거까지야 아빠의 부탁이 있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남의 방에 무단으로 들어오는 것은 엄연히 불법침입이다.
화를 낼 타이밍이다.
소리를 지르자.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연다.
그리고 방 안에 있는 여자에게 한 소리를,

“……?”

해주려고 했는데 어두컴컴한 방 안에는 누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착각이었나? 그렇게 생각하며 반사적으로 문 옆에 위치한 스위치에 손을 얹어 불을 키고 들어서려니.
…무언가 발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
시선을 내려다보니.
교복을 입은 처음 보는 여자가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What the fuck!?
당황해 나도 모르게 다시 스위치를 누를 뻔했다.
진정하자. 진정해.
뭘 어쩌다가 이 방바닥에 쓰러져있는 건지 그 여자는 방문을 향해 머리를 향한 체 누워있었다. 발 주변으로 잡지 몇 개가 펼쳐진 체 기묘한 방향으로 찢어진 것이 보인다.
…….
이건 뭐하는 개그 프로냐고.
작게 한숨을 내쉬고 일단 쓰러진 여자의 용태를 살피려고 했다.
넘어지면서 방바닥에 머리를 찧은 모양인데 다행히 머리 주변에 무언가 부딪혀선 곤란할 것 같은 건 없었다.
단순한 기절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혹시라도 숨을 안 쉬나 하고 가슴 쪽을 바라보니.
…아니, 진정하자. 가슴을 볼게 아니지.
슬쩍 손을 뻗어 목덜미의 동맥을 만져보자니.

“…뛴다.”

덧붙여 가슴도 규칙적으로 조금씩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보인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어 슬쩍 얼굴에 귀를 가져다 대보니.
조용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자고 있는 듯 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방에 들어왔다가 잡지를 밟고 그대로 미끄러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고 그대로 기절했다가 잠든 건가?
뭐야, 그게.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 여자를 깨우려고 손을 뻗었다가,
…….
음. 나는 잠시 허공을 몇 번 허우적거리다가 말았다.
그제야 아래쪽에서 사정없이 말려 올라간 치마와, 새하얀 허벅지가 눈에 들어왔다.
…사춘기 소년의 감성이 이대로도 좋지 않냐 는 말을 던져온다.
좋기는!
떨리는 손으로 치마를 다시 밀어내려주고는
어깨를 몇 번 툭툭 쳐보았다.

“저, 저기요.”

이름을 모르기에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는다.
기절 한 게 아니라 자고 있을 뿐인 거 같은데?

“저, 저기요?”

조금 더 세게 쳐보았지만 여전히 여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음…….하는 소리와 함께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돌린다.
하.
이걸 어쩐다?
나는 그대로 방바닥에 주저앉은 체 대책을 생각해보았다.

1번. 구급차를 부른다. 하지만 이 여자는 단순히 자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누구냐고 물어오면 그게 더 문제다.
2번. 방치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다. 일단 여긴 내 방이라고.
3번.

“…젠장.”

나는 용기를 내고 그 여자의 몸에 손을 댔다.
음험한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그 여자의 몸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일단 뭐가 어찌되었건 완전히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이대로 방바닥에서 자고 있게 둘 수는 없다. 낑낑대면서 여자의 몸을 잡고 바로 옆에 있는 침대 위로 올린다. 동년배의, 아니…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했던가? 아무튼 여자애는 생각보다 무겁구먼. 그리고 생각보다 부드럽고, 생각보다 따뜻하다.
몇 가지 쓸 때 없는 부가수입을 얻으며 나는 겨우 그 여자를 내 침대에 눕히는데 성공했다. 그리곤 이불도 덮어주었다.
그 둔한 여자는 그러는 동안에도 전혀 깨지 않고 잘도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휴. 하고 한숨을 내쉰 다음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자연스럽게 넥타이를 풀고 교복을 벗으려다가,
…윽. 내 방인데.
하려던 것을 멈추고 방 한편의 옷걸이에 걸린 체육복만 빼들고 거실로 나가 옷을 갈아입었다.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그 여자는 세상모른 체 자고 있었다.

“도대체 뭐냐고, 이 여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슬쩍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어딘가 낯이 익단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던가?
흠, 하고 고민을 해보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어깨 가까이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머리카락, 그 밑으로 빨간색 끈 같은 것이 깔려있는 것이 아마도 머리 뒤쪽에 묶여있는 듯하다. 얼굴 자체는 미인상이라고 할 만할 것 같지만.
사춘기 동정 남자애에게 있어 이런 상황에서 보는 연상의 여고생은 여러모로 위험한 소재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어디선가 스쳐지나가면서 봤겠지 하고 생각을 접기로 했다.
슬쩍 시선을 돌려 책상 위를 바라보자 바닥과 달리 잘 정돈된 책상 위로 두 장의 스케치와 끈 매듭이 보였다.
…역시 여기다 잘 두고 갔었나.
어째서인 진 모르겠지만, 항상 잘 차고 다녔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끈 매듭으로 손을 뻗으려다가 그 밑에 있는 스케치에 눈길을 주게 되었다.
거기에 그려져 있는 것은 가운데로 커다란 호수가 있고 그 주변으로 마을의 풍경.
언젠가 TV에서 본 어떤 마을의 풍경을 그린 것이다.
지금은 아마도 현실에선 볼 수 없을.
거기까지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문득 저 여자의 얼굴을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이 들어 다시 고개를 돌려 여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저 얼굴, 어디선가 분명.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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