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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0일.
오쿠데라 미키는 오랜만에 그리운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고등학생 시절까지는 꽤 친하게 지냈었지만 고교를 졸업한 후 잠시 고향으로 돌아가 버린 친구의 사정에 의해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다. 물론 완벽히 떠나버린 건 아니고, 도쿄의 집은 남겨놓고 갔단 이야기는 들었지만.
“미키쨩?”
오랜만에 들려오는 정겨운 목소리를 들으며, 미키는 그리움을 담아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오랜만이야, 미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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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알았어. 아니, 괜찮아. 네 부탁인데. 응. 알았어.”
그리운 친구의 부탁.
때마침 도쿄에 와있던 나는 때마침 걸려온 전화를 받고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슬쩍 시선을 돌려 방에 걸려있는 달력을 바라본다.
2016년 10월.
그 후로도 많은 일이 있었지.
2015년, 학교를 졸업한 직후 나는 도쿄를 잠시 떠났다.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4년의 8월의 어느 날, 내가 그의 이름을 다시 떠올리게 된 날.
기억이 완전히 돌아왔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아아, 그 사람이다.
너무나도 그리웠던 그 사람이다.
결국 잠시 씻으러 집으로 돌아갔다가 그대로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학교를 빼먹은 탓에 걱정스런 목소리의 미키에게 전화를 받고.
나는 결심했다.
…지금 내가 만난 타키군은 내가 알고 있던 그 타키군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타키군은, 지금으로부터 최소 2년 후. 2016년의 타키군이다.
지금 다시 그에게 가서, “타키군, 나, 기억나지 않아?”하고 물어봐야 누구냐는 물음이 되돌아올 뿐이다.
그건, 이미 경험해봤기에 잘 알고 있다.
거기에서 잠시 고민하고, 그래도 타키군인데. 하는 생각에 이제라도 다시 타키군의 집에 찾아가는 건? 하는 생각이 들어 몇 번이고 머뭇거렸다.
하지만,
나는 결국 타키군을 만나러 가는 것을 포기했다.
지금의 나는 분명 타키군에게 구해졌다.
하지만 나를 구한 것은 지금의 타키군이 아니다.
조금 더 미래의 타키군.
그런데 만약 내가 지금의 타키군에게 가서 그와 더욱 인연을 만들게 된다면.
…내가 알고 있던 타키군은 어떻게 되는 거야?
내가 아는 타키군.
2016년에,
이토모리까지 찾아와서,
쿠치카미사케를 마시고,
나를 구해줬던 타키군은?
어떻게 되는 거야?
마땅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서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뒤바뀜」이 그에게는 앞으로 일어날 「뒤바뀜」일까?
모른다.
만약 「뒤바뀜」이 없었던 타키군도, 내가 알던 타키군일까?
모른다.
슬픔. 아마도 이 감정은 그러한 것일 것이다.
만나고 싶었던,
잊고 싶지 않았던 사람을,
그 사람을 드디어 만났는데,
나는 자신 있게 그 사람에게 찾아가서
내 이름을 밝히는 것조차 하지 못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가 내가 알던 「그 사람」 타키군이 나를 다시 찾아주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싫다.
타키군이 이토록 가까이 있는데.
그 결과 나는 도쿄를 잠시 떠나 있을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현 의회에 진출한 아버지의 뒷바라지를 한다는 명목도 있었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나는 미조구치에서 미야미즈로 돌아가고, 최대한 타키군의 인생에 내가 섞이는 일이 없도록 피해서 살았다. 타치바나 아저씨는 갑자기 태도를 바꾼 내 행동에 다소 섭섭해 하셨지만, 어차피 아저씨는 일이 바빴기에 간간이 연락을 드리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래, 이걸로 된 거야.
속으로 그렇게 단념하며.
무심코 타키군을 찾으러 가려는 내 몸을 억지로 옭아매며
나는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텟시가 도쿄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러 떠나는 것을 보고,
사야찡도 그를 따라 도쿄로 떠나는 것을 보며.
나는 그저 조용히,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에.
그리고,
2016년 10월 20일.
그리운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용은 단 하나, 내가 그만둔 사이 새로 들어온 웨이터 아이가 하나 있는데 걱정되는 일이 있다. 그 아이를 도와주고 싶은데 일이 있어 곤란하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도 좋겠지만, 선임이라는 자신의 입장 상 아무나 대타를 구할 순 없는 노릇. 그렇다면 혹시 네가 해줄 수 있을까?
나는 미키쨩의 말에 고민 없이 알겠다고 답해주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대강 알 것도 같았다.
미키가 신경 쓰는 그 후배가 누군지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오랜만에 출근한 언어의 정원에서, 나는 타키의 친구인 타카기 신타군을 만났다. 신타는 3년 전에 내가 만났던 그 때의 모습과 다른 것이 없었다.
나에게 있어서 그때의 신타군은 3년 전이지만, 지금의 신타군에게 있어서 「나」를 만난 건 어쩌면 몇 주 전일지도 모른다.
“하하핫, 친구의 대리로 오늘 하루만 봐주게 된 건데. 설마하니 이런 예쁜 누님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해주는 신타군에게 나는 작게 미소 지으며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친근감.
타치바나 아저씨를 처음 만났을 때의 그런 느낌이 신타군에게도 확실히 느껴지고 있다. 그때와의 차이점이라면 처음 만난 아저씨에게 어째서 친근한 느낌을 느꼈는지 이해 못했던 그 때와 달리 지금의 나는 내가 어째서 신타군을 알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타카기군이 아닌, 신타라고 몇 번 부르고 말았지만.
신타군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오히려 고맙다는 모습으로 힘차게 대답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