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아침, 창에서 내리쬐는 아침해가 눈부시다. 조금 열린 창문에서 상냥한 바람이 불어 들어온다.
“으으응……?”
내가 잘 때 창문과 커튼을 연 채로 있을 리가 없는데.
의식이 막 깨어서 눈꺼풀을 여는게 억겁이다.
“……에? 어째서?”
깍짝, 지금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느껴 눈꺼풀을 열고,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킨다. 눈길의 끝에는 낯익은 광경이라고 할까, 낯익은 소녀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설마, 실패했어?”
이 몸에 머무는 마력을 모두 호무라에게 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데도 아직 발푸르기스의 밤에게 닿지 않았다고 하는 건가. 내 머리는 혼란에 빠져있다.
내 질문에 호무라는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을 흘리고, 침대 위에 있는 나를 껴안았다.
“……만나고 싶었어.”
엉엉 울기 시작해서, 또 이렇게 되풀이된 사정을 듣지도 못하고 단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쓰다듬고 있자 안정을 되찾아준 모양이다.
“혹시, 발푸르기스의 밤을 쓰러뜨리지 못했어?”
“아니, 쓰러뜨렸어. 당신이 말한 대로의 방법으로.”
“그럼, 어째서 또 되풀이 되고 있는 거야? 그걸 쓰러뜨리고 카나메의 운명을 바꾸는 게 호무라의 소망이었던 거 아니야?”
카나메를 위해서라면 비정져서 무엇이든지 버릴 수 있다. 그게 호무라의 유일한 강함의 원천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이렇게나 힘없는 소녀처럼 되어 버린 거지.
“맞아. 그 때의 내 바람은 마도카를 구하는 거였어.”
“였어……?”
“떠올렸어……모든 걸. 마도카를 구한 뒤에, 간신히 나는 자신이 큐베에게 빈 진정한 소망을 떠올린 거야.”
오랫동안 호무라와 함께 행동해온 나지만, 그녀가 마법소녀가 되게 된 계약의 내용을 들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 멋대로 ‘카나메 마도카를 구한다’고 생각해 왔지만, 호무라의 모습을 보는 한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가 바란 건, 만남을 다시 하는 것. 그때는 처음으로 함께 있던 마도카의 죽음에 마음이 놀라서, 그것만을 필사적으로 바랐어. 사람에게 폐를 끼치기만 한 나를 친구라고 말해 준 마도카에게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어.”
“친구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 즐거운 거니까.”
쿄스케를 떠올린다.
그 녀석이 교통사고로 입원할 때까지는 함께 온갖 짓을 해대서 자주 혼이 났었다. 한쪽은 장래 유망한 바이올리니스트, 다른 한쪽은 일반 가정에서 자란 평범한 소년. 불합리를 느낀 적도 있었지만, 그런 건 함께 놀아 웃고 있으면……어라?
“왜 떠올릴 수 없어……? 즐거운 게 한가득 있었을 텐데, 어째서 하나도 떠올릴 수 없는 거야?!”
제대로 떠오르는 건 되풀이를 반복한 한 달 중의 나날의 기억뿐.
시작의 날부터 이전의 기억은 모두 어렴풋하게밖에 떠올릴 수 없었다.
머리를 감싸쥐고 필사적으로 떠올리려 하는 나를, 호무라는 상냥하게 껴안아 주었다.
“미안해, 그건 내 탓이야.”
“무슨, 소리야?”
뭐가 뭔지 이해하지 못해서 머리가 복잡했지만, 자신의 탓이라고 하는 호무라에게 묻는다.
“모든 건 이게 당신에게 있었던 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어.”
그렇게 말하며 호무라가 보여준 건 평소 내가 몸에 지니고 있던 부모님이 사 줬을 터인 심자 목걸이.
“고마워. 소중히 해 주었구나, 크리토 군.”
그 순간, 모든게 내 머릿 속에서 이어졌다.
“호무라야……였어?”
그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자신의 과거의 꿈.
그 꿈이야 말로 내 본래의 기억.
“그 무렵은 입원할 만큼 병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평범한 애들과 함께 뛰놀수 없었어. 그럴 때 크리토 군은 함께 놀자고 해 주었어. 그게 기뻐서 참을 수 없었어.”
확실히 그랬다. 어렸을 무렵에 호무라는 언제나 실내에서 혼자 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그녀에게 말을 걸었었다.
“하지만, 크리토 군이 이사하게 되어서 그때 이 목걸이를 줬었지.”
확실히 부모님의 일 관련. 이사하는 이유는 그런 흔해빠진 거였을 거다.
“내가 큐베에게 바란 건 만남을 다시 하는 것. 분명 소원이, 그 목걸이를 통해서 크리토 군에게도 영향을 줘 버렸다고 생각해.”
미안해, 하고 호무라는 사과하고 그녀의 추측을 이야기해 주었다.
호무라의 소원은 만남을 다시 하는 것. 그렇게 바랐을 때는 마도카를 생각하며, 친구와 다시 한 번 재화하는 걸 바랐다.
그래서 친구였던 내가, 그 소망에 이끌리듯이 이 미타키하라에 강제적으로 옮겨졌다. 마치 처음부터 이 마을에 살고 있었던 것처럼 기억 조작까지 되었다. 그리고 그 중계지점이 된게 십자 목걸이라는 거다.
“신경쓰지 마. 나는 호무라와 다시 만나서 기뻐.”
그녀의 추측을 들었지만, 나는 화낼 기분이 들지 않았다.
“확실히 사이 좋았던 녀석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호무라와 있는 지금 쪽이 나는 좋아해.”
그만큼 이 되풀이가 농밀했고, 내게 있어 그것만으로도 호무라를 택할 이유가 되었다.
“그러니, 둘이서 마도카를 구할 방법을 찾을까. 물론, 나는 희생될 수 없어. 나는 호무라와 함께 있는 걸 골랐으니까.”
시간이 되감겼다는 건 내가 큐베에게 바란 호무라에게의 마력 양도가 없었던 게 되어 있다는 거겠지.
지금의 나는 그 외에 모두가 웃으며 끝낼 방법 같은 건 감도 안 잡히지만, 그래도 둘이서 시행착오를 계속 해가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손을 내밀자, 호무라가 그 손을 잡아 주었다.
“응!”
우리들의 시간역행 여행은 계속된다.
아무리 괴로워도, 아무리 좌절하고 싶어져도, 둘이 있으면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으며 걸어나간다.
――셋이서 마주 웃을 수 있는 결말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