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Epilogue - α
“그런 결말, 난 참을 수 없어!!”
사라지려 한 의식 속에서, 호무라가 내 몸을 강하게 껴안으며 소리쳤다.
그러자 빠져나갔을 터인 내 마력이 몸에 돌아오는 감각이 찾아왔다. 그것도 아주 약간만.
“당신의 시간을 돌렸어. 내가 구속해서, 당신을 괴롭혀 버린 그 시간을.”
“무, 슨……소리야?”
나는 죽어도 괜찮을 정도의 각오로 호무라에게 모든 마력을 양도했는데, 왠지 내 몸에 아주 조금만이라고는 해도 마력이 돌아와 있다.
호무라는 껴안고 있던 팔의 힘을 빼고, 나와 그녀의 눈길이 엇갈린다.
“마법소녀는 이치를 뒤엎는 존재야. 아무리 이치에 맞지 않더라도, 어딘가의 어느분 덕에 최고의 마법소녀가 된 내가 이루지 못할 리 없잖아.”
“훗……, 그런가.”
나는 그게 최고의 결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연 여배우님은 내가 준비해 드린 무대에서 춤추는 걸 거절하셨다. 그것도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연극중에 억지로 이야기를 바꿔 버릴 거라곤, 역시나 호무라야.
그렇다면, 마지막 정도는 내가 준비한 대본대로 춤춰 줘.
“후딱 정리하고 와. 그리고 모든게 끝나면 승리 축하회라도 하자구.”
“예에, 밑준비는 맡겨도 좋을까?”
“맡겨둬. 이렇게 보여도 잡일 경험은 제법 길다구.”
“알고 있어. 계속 함께였는 걸.”
우리는 마주 웃으며 몸을 떼고, 눈길을 초대형 마녀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향했다.
“커다랗네…….”
“예에.”
“터무니 없이 높은 벽이었어…….”
“예에.”
그래도, 끝내주겠어.
길었던 우리들의 11월은 끝을 고하고, 드디어 12월이 찾아온다.
12월은, 그렇지…… 모두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라도 하자. 쿄스케와 미키의 커플도 다함께 놀려주고 싶고, 터무니없는 식욕의 사쿠라를 놀리거나 하는 것도 제법 즐거울 것 같다.
“우리들의 길었던 여행을 끝내고 올게.”
“아아, 다녀와.”
호무라가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달린다. 모든 걸 끝내기 위해서.
시간정지의 마법이라도 쓴 건지, 다음 순간에 호무라의 모습은 거꾸로 서 있는 발푸르기스의 밤 얼굴 앞에 있었다.
――찰칵.
시간축을 이동하는 낯익은 소리. 하지만 이번은 평행세계에 여행하는 것이 아니다.
――찰칵, 찰칵, 찰칵!
그 소리는 끝없이 계속 울린다.
자, 호무라가 한 번에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1개월. 발푸르기스의 밤은 대체 어느정도의 시간을 살아온 걸까?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드레스를 입은 귀부인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진다.
호무라의 시간조작 마법에 저항하려고, 사역마를 낳는다. 하지만 그 사역마는 태어난 순간에 존재의 시간이 되감겨, 처음부터 태어나지 않았던 게 되어 버린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점차 초대형 마녀라고 불리고 있던 거체는 서서히 작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 존재를 억지로 태어나기 전의 달걀 모양으로 돌리는 듯, 작게 작게.
“호무라는 대단하네!”
깨닫고 보니, 카나메가 내 옆에 서서 홀로 싸우는 호무라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아, 호무라는 대단하다구. 카나메, 너를 위해서 몇백……아니, 혹시나 몇천번의 시간을 되풀이해 온 거니까.”
“나를 위해서, 그렇게나…….”
“너는 참 행복해……카나메. 그러니까, 다시금 말할게. 호무라와 친구와 되어 줘.”
이미 발푸르기스의 밤은 모습조차 남지 않고, 직경 1미터 정도의 커다란 그리프시드로 그 모습을 바꿨다.
하지만 이대로는 곧 부화해 버릴 정도로, 발푸르기스의 밤의 그리프 시드는 더러워져 있다.
그렇기에 호무라는 시간을 계속 되감는다.
“응. 나는 호무라의 노력을 몰라. 하지만 호무라가 정말로 열심히 날 위해서 노력해 줬다는 건 전해져 왔어.”
“그런가……그렇다면 다행이야.”
그리고 크디 큰 그리프 시드는 평범한 달걀 한 알과 비슷한 크기가 되었다. 지금까지랑 비교하면 너무나 작아서 잘 확인할 수 없다.
호무라는 그걸 손애 들고, 이쪽으로 돌아온다.
“물론, 무카이 군도 내 친구가 되어 줄 거지?”
“엣?”
호무라를 눈길로 쫓고 있었기에 잘 이해하지 못했다.
무심코 카나메의 얼굴을 봐 버린다.
“나랑 친구……?”
“응. 무카이 군도 나를 위해서 노력해 준 거지?”
“에에, 뭐어……일단은.”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지만, 나는 딱히 카나메를 위해서가 아니라, 호무라를 위해서 노력해 온 거긴 하지만.
“괜찮잖아. 마도카의 친구가 되어 주면.”
내가 대답에 고민하고 있자, 등 뒤에서 호무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어……응, 그렇네. 앞으로 잘 부탁해.”
“앞으로 잘 부탁해, 무카이 군!”
카나메와 친군가…….
지금까지 거짓 친구가 된 적은 있었지만, 진짜 친구가 된 건 처음이다.
“앗, 그러고 보면 발푸르기스의 밤의 그리프 시드는 어떻게 됐어?”
“이거야.”
호무라가 그 손에 든 물건을 보여 주었다.
“예뻐…….”
무심코 카나메가 소리를 냈다.
확실히 아름답다. 하지만, 이상했다.
“이건 소울 젬이지?”
보랏빛 빛을 내뿜는 소울 젬. 기묘하게도 호무라의 남색 소울젬과 색조가 비슷했다.
“맞아. 이 상태라면 더이상 발푸르기스의 밤이 부화할 일은 없어.”
“그렇다면 됐어. 그럼, 빨리 다친 마법소녀들을 챙겨야지. 더이상 내비뒀다간 죽어 버릴 것 같고.”
“앗, 맞아! 애들이!!”
내 말에 카나메는 그녀들에 대해 떠올린 모양이다. 어쩌지 어쩌지, 하고 당황하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호무라. 이 뒤는 부탁할게. 일분 일초가 아까우니까.”
호무라의 시간조작이 있다면 전혀 문제 없는 거다.
역시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건 불가능하리라 생각하지만, 살아 있다면 시간을 되감아서 치유시키는 것 정도는 쉽게 할 수 있겠지.
“후훗, 조금 기다려줘.”
그렇게 말하고 호무라의 모습이 사라진다.
그걸 보고 나는 다시금 느낀 거다.
――드디어 오늘이 끝났구나.